태엽 감는 새 2 - 예언하는 새 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1994년 9월
구판절판


 "그것을 잘 풀기 위한 비결 같은게 있지. 그 비결을 모르기 때문에 대부분의 세상 사람들은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는 거야. 그리고 실패한 후 이러쿵저러쿵 시시껄렁한 소리를 하거나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지. 나는 그런 예들을 물릴 정도로 보아 왔고, 솔직히 말해서 그런 모습을 보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그래서 구태여 이렇게 잘난 체를 하지만. 그 비결이란 우선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부터 정리해 나가는거야. 다시 말해서 A부터 Z까지 번호를 매긴다고 치면, A부터 시작하는 게 아니라 X,Y,Z부근부터 시작해 보는거야. 너는 사건들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손을 쓸 수가 없다고 말했는데, 그건 제일 위에서부터 사건을 해결해 가려 했기 때문은 아닐까? 뭔가 중요한 것을 결정할 때는 먼저 어떻게 돼도 상관없는 것부터 시작하는 편이 좋아. 누가 봐도 알 수 있고, 누가 생각해도 알 수 있는 정말로 시시한 것부터 시작하는거야. 그리고 그 시시한 것에 충분히 시간을 들이는 거라구.
 내가 하는 것은 물론 대단한 장사는 아니야. 긴자에 겨우 너덧채의 가게를 가지고 있을 뿐이지. 세간에서 보면 보잘것 없고, 구태여 자랑할 만한 것은 못돼. 그래도 성공했나 실패했나로 얘기를 좁혀보면 나는 단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어. 그것은 내가 그 비결 같은 것을 실천해왔기 때문이야. 보통 사람들은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것 같은 시시한 것은 간단히 뛰어 넘어서 조금이라도 빨리 가려고 하지. 그러나 나는 그렇지 않아. 시시한 것에 제일 많이 시간을 투자한다구. 그러한 것에 시간을 투자하면 할수록 뒷일이 제대로 풀려 가는 것을 알기때문이지. "
-180~1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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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엽 감는 새 1 - 도둑까치 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1994년 9월
구판절판


 누군가를 알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진지하게 노력을 거듭하면 상대의 본질에 얼마만큼 가까이 갈 수 있을까? 우리들은 자신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상대에 관하여 그에게 정말로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고 있는 것일까? -51쪽

 나는 언젠가 그 전모를 알 수 있게 될까? 아니면 나는 그녀를 마지막까지 모르는 채로 늙어 가고, 그리고 죽게 되는 건가? 만일 그렇다면 우리가 함께 살고 있는 결혼 생활이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그리고 그와 같은 미지의 상대와 함께 생활하며 같은 침대에서 자고 있는 나의 인생이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63쪽

 어느 쪽이 좋고 어느 쪽이 나쁘다는 그런 종류의 문제가 아니야. 흐름에 역행하지 말고 위로 올라가야 할 때는 위로 가고, 아래로 내려가야 할 때는 아래로 가는거야. 위로 가야할 때는 가장 높은 탑을 찾아내어 그 정상에 오르면 되지. 아래로 내려가야 할 때는 가장 깊은 우물을 찾아내어 그 밑으로 내려가면 돼. 흐름이 없을 때는 가만히 있으면 되고. 흐름에 역행하면 모든 것은 망가지는 법이지. 모든 것이 망가지면 이 세상은 어둠이야. '나는 그, 그는 내가 되어, 봄날 밤.' 나를 버릴 때 나는 존재한다구.-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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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열림원 / 1999년 11월
품절


인간은 누구든지 뭔가 하나쯤은 일류가 될 수 있는 소질을 갖고 있어요, 그것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뿐이죠. 끌어낼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 모조리 덤벼들어서 그 싹을 짓밟아 버리니까 그 많은 사람들이 일류가 도리 수 없는 거예요. 그리고 그 싹은 그대로 시들고 마는 거죠.-1쪽

그러나 그 당시 나는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언젠가 누군가에게, 되돌이킬 수 없을 만큼 깊은 상처를 줄지도 모른다는 것을. 인간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는, 그 인간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고 말게 되는 것이다.
-2쪽

그 체험으로부터 내가 체득한 것은, 겨우 한 가지의 기본적인 사실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은, 나라고 하는 인간이 궁극적으로 악을 행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 사실이었다. 나는 누군가에 대해 악을 행하고자 생각한 일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생각이나 동기에 어떻든 간에, 나는 필요에 따라서는 몰염치하고, 잔혹하게 굴 수 있었다. 나는 진정으로 소중하게 여기지 않으면 안 될 상대에게조차도, 그럴듯한 이유를 붙여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결정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인간이었다.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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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1996년 6월
구판절판


당장이라도 의식을 잃어버릴 듯했지만 하루가 끝나는 감미로운 의식을 빼놓을 수는 없었다. 나는 침대에 파고들어 가 잠이 들기까지의 편안한 한때를 그 무엇보다도 좋아한다. 뭔가 마실 것을 가지고 침대에 파고들어 가 음악을 듣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한다. 아름다운 해질녘과 깨끗한 공기를 좋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는 그런 시간을 좋아했다-100쪽

기대를 하니까 실망하게 되는 법이다-108쪽

타인으로부터 배운 건 그것으로 그치고 말지만, 자신이 스스로 습득한 건 자네의 몫이 되네. -127쪽

찬란한 내일은 아직 그 누구의 손도 거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었다.-182쪽

몇 번씩이나 말하는 것 같지만, 자네는 아직 완벽하지 못한 인간일세. 미망속에서 헤매기도 하고, 허점도 많고, 또 후회도 하고, 게다가 나약하기까지 하네. 명심하게, 겨울은 자네에게 있어서 가장 위험한 계절이라는 걸. -218쪽

그러나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 주고 난 후 헤어지고 나면 나의 상실감은 그녀를 만나기 전보다 훨씬 더 깊어진 듯 느껴진다. 나로서는 그 종잡을 수 없는 상실감, 그 결핍감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 상실감이라는 우물은 너무나도 깊고, 너무나도 어둡고, 너무나도 음침하다. 아무리 많은 흙을 채워 넣어도 그 공백을 메울 수 없을 것 같았다.-223쪽

상실한 것이 너무나도 많았고, 나 또한 몹시 지쳐 있었다. 그런 무력감 속에서 내 의식도 조금씩 엷어져 갔다. 마치 사라져 가는 의식을 몸으로 겨우 저지하고 있는 것 같은 기묘한 분열감이 나를 엄습했다. 어느쪽에 내 몸을 맡기면 좋을까.-225쪽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들의 영위법은 언제나 이렇다. 공들여 쌓아 올리는 데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그것을 파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해야 빛이 반짝하는 한 순간이다.-281쪽

인간은 누구든지 뭔가 하나쯤은 일류가 될 수 있는 소질을 갖고 있어요, 그것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뿐이죠. 끌어낼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 모조리 덤벼들어서 그 싹을 짓밟아 버리니까 그 많은 사람들이 일류가 도리 수 없는 거예요. 그리고 그 싹은 그대로 시들고 마는 거죠.-2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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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의 핀볼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열림원 / 1997년 1월
구판절판


금성은 구름이 에워싸고 있는 무더운 별이다. 더위와 습기때문에 주민들 대부분이 젊은 나이에 죽는다. 30년쯤 살면 전설이 될 정도이다. 그런만큼 그들의 마음은 사랑으로 그득하다. 모든 금성인은 모든 금성인을 사랑한다. 그들은 타인을 증오하지 않고, 부러워하지 않고, 경멸하지 않는다. 험담도 하지 않는다. 살인도 싸움도 없다. 있는 것은 오로지 애정과 배려다.
"설사 오늘 누가 죽는다 해도 우리들은 슬퍼하지 않아."
금성에서 태어난 차분한 남자는 그렇게 말했다.
"우리는 그 대신 살아있는 동안 사랑을 하지.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말이야."
"미리 앞당겨 사랑을 하는 셈이로군?"
라며 그는 고개를 저었다.
"정말 모든 게 그렇게 마음먹은 대로 되나?"
라고 나는 물어보았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금성은 슬픔으로 묻혀버릴 테니까."
라고 그는 말했다-34쪽

때로, 어제 일이 작년 일처럼 여겨지고, 작년 일이 어제 일같은 생각이 들었다. 심할 때에는 내년의 일이 어제 일처럼 생각되기도 하였다.

-47쪽

한 계절이 문을 열고 왔다가 물러가고, 또 한 계절이 다른 문을 열고 찾아온다. 사람들은 당황하여 문을 열고, 어이 잠깐만 기다려줘, 한 가지 얘기 안한게 있다구, 라고 외친다. 하지만 거기에는 이미 아무도 없다. 문을 닫는다. 방안에는 벌써 한 계절이 의자에 자리잡고 앉아, 성냥을 그어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다. 만약 잊고 얘기 못한게 있다면, 이라고 그는 말한다, 내가 들어주지, 잘하면 전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아니 됐어, 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대수로운 일이 아니니까. 바람소리만 사방 가득하다. 대수로운 일이 아니다. 한 계절이 죽었을 뿐이다-54~55쪽

모두들 채 감당하지 못랄 문제를 껴안고 있는 모양이었다. 문제는 비처럼 하늘에서 내려왔고, 우리는 열심히 그것들을 주워모아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왜 그렇게 했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무슨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리라-77쪽

많든 적든 다들 자신의 시스템에 순종하며 살기 시작한 때였다. 그것이 나와 너무 다르면 화가 나고, 너무 비슷하면 슬퍼진다. 그뿐이다-79쪽

어디에 가야 나는 나 자신의 장소를 찾을 수 있을까?-86쪽

똑같은 하루의 똑같은 반복이었다. 어딘가에 반환점이라도 만들어두지 않으면 착각할 만큼 똑같은 나날이다-106쪽

여자와 만나기 시작한 후부터 쥐의 생활은 한없는 일주일의 반복으로 변하고 말았다. 하루하루란 감각이 전혀 없다. 몇월? 아마 10월이겠지. 모르겠다.... 토요일에 여자를 만나고, 일요일에서 화요일까지 사흘간은 그 추억에 잠겼다. 목요일과 금요일, 그리고 토요일 반나절은 다가올 주말 계획에 할애하였다. 그리하여 수요일만이 갈 곳을 잃고, 공중에서 방황하였다.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고, 뒤로 물러설 수도 없다. 수요일.. -112쪽

난 45년을 살면서 한 가지밖에 터득하지 못했어. 이런거지. 사람은 무슨 일에서든 노력만 하면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고 말이야. 아무리 진부하고 평범한 일이라도 반드시 무언가를 배울 수 있어. 그 어떤 면도칼에도 철학은 있다, 고 어디에선가 읽었는데. 실제로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살아남을 수 없지 않을까.-1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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