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프리마투르
리타 모날디.프란체스코 소르티 지음, 최애리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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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은 크게 몇 부분으로 나뉜다. 바티칸 시성성에 보내는 한 주교의 편지로 시작되어 그가 가지고 있다는 원고를, 그리고 보유와 노트, 자료: 인토켄티우스 11세와 오렌지 공 윌리엄의 내용으로 구분되는 이 책은 페스트가 발병된 것으로 보여서 봉쇄된 한 여관에서 여관의 사환과 투숙객인 멜라니 사제가 사건(페스트에 감염된 것으로 보인 사람은 사실 독살되었음이 밝혀진다.)의 진상을 파헤치는 이야기이다. 꽤 두꺼운 분량이지만(840페이지) 이 책을 짓기 위해 두 작가(이 책은 부부작가에 의해서 씌여졌다)가 10여년간을 보냈다는 점으로 볼 때 되려 짧은게 아닐까싶기도. 요새 나오는 이런 류의 소설, 일명 움베르트 에코의 작품류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이 책에서도 작가의 지식을 동원하여 역사를 재구성하고 있다.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어디까지가 허구인지는 늘 고민되게 만들지만.

 책은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처럼 시간에 따라 구분되어 있다. <장미의 이름>이 수도원의 일과에 따라서 (3시경, 6시경 이런 식으로) 구분되어 있다면 이 책은 단순히 낮과 밤으로 구분되고 있지만, 낮의 이야기에서는 봉쇄되어있는 여관에서의 일을, 밤의 이야기에선 멜라니 사제와 서술자인 여관 사환이 여관안에서 발견한 지하통로에서 사건을 추적해가는 과정이 나타난다. 그리고 점차 유럽의 패권을 두고 벌어지는 정치적인 다툼과 각종 음모들이 밝혀진다. 물론, 사건의 진상도.

 책 속에서는 음악이 키워드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책 속에는 이 음악이 담긴 CD도 함께 들어있다. 난 도서관에서 빌려본 지라 CD는 못 들었지만. 어쨋든 역사와 허구 사이에서 두 작가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고전문헌학과 종교학을 전공한 부인과 17세기 바로크 음악을 전공한 남편의 지식이 잘 조화되어 두껍지만 읽을만한 책을 만들어 낸 것 같다. 이 책으로써 이야기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책과 궤를 같이 하는 세 편의 소설이 더 발표될 예정이라니 조금 더 기다려보아야겠다. 10년간 책을 쓰기 위해 자료를 찾은 그들의 노력이 실로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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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8
라우라 에스키벨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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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구성은 독특하다. 총 12개의 장마다 하나의 요리가 소개되면서 요리를 만드는 과정과 함께 어우러져 이야기가 진행되어 간다. 그래서 그런지 읽는 내내 군침을 흘려가면서 이 책을 읽을 수 밖에 없었으니, 이 책을 읽을 땐 읽을 동안 먹을 양식들을 구비해놓고 보는 수밖에.

 이 책의 구성도 독특하지만, 내용도 조금은 독특하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티타는 가부장적인 성격을 가진 어머니인 마마 엘레나의 막내딸로 막내딸은 결혼을 하지 않고 평.생. 어머니를 모셔야 한다는 집안의 전통에 따라 사랑하는 남자인 페드로와 결혼을 하지 못하고, 페드로는 티타를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싶은 마음에 티타의 언니인 로사우라와 결혼을 하게 된다. 한 집에서 살게 된 두 사람이지만, 마마 엘레나의 감시때문에 이야기조차 자유롭게 할 수 없으니... 그렇게 티타를 억압하던 상황에서 티타는 의사인 존을 만나게 되고, 정신병원으로 보내달라던 마마 엘레나의 요청에 따라 존은 티타를 데리고 가 그녀를 정신병원으로 보내지 않고 보살핀다. 그리고 둘 사이에 사랑이 피어나고...그리고 페드로와 티타, 그리고 존의 이야기가 음식과 어울어져 맛깔스럽게 진행된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조금은 외설적이고, 관능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한 관능적이고 외설적인 표현도 음식에 빗대여 표현되기때문에 (예를 들어 도넛을 기름에 넣는 것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것과 같은 비유를 들어서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어쨋든간에 이 책은 재미있다. 그리고 더불어 화도 난다. 티타를 억압하고 있는 것이 남성의 가부장적인 모습이 아니라 마마 엘레나라는 여성에 의해서 자행되는 것이며, 그녀의 모습은 어머니의 모습이라기보단 한 나라의 군주로의 모습처럼 너무도 강압적이고, 융통성 없기만 했다. 비단 그녀뿐만 아니라 그녀를 사랑하지만 그녀를 데리고 도망가지 못하고 그녀의 언니와 함께 사는 쪽을 택하는 페드로의 나약함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만약 나라면 존과 페드로중에 어떤 남자를 선택했을까? 열정적이지만 질투도 많고, 나약함도 가지고 있는 패드로를 선택했을까? 함께 있는 것만으로 편안함과 안정을 느끼고 모든 것을 감싸줄 수 있는 존을 선택했을까? 나의 선택이야 어쨋든간에 티타의 선택은 그녀 자신의 마음이 이끄는 것이었으리라.

 영화로도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 넉넉한 포만감을 가지고 본다거나 옆에 먹을 걸 쌓아두고 말이다. 그렇게 한다고 해도 멕시코 음식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것 같지는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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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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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꽤나 어린 시절에 읽었던 책을 다시금 읽는 것은 묘한 기분을 갖게 한다. 책을 읽고 있는 지금의 나와 처음 책을 접했던 과거의 내가 만나게 되니까 말이다. 작년에 하루키의 책들을 죄다 읽으면서 이 책을 건들이지 않았던 이유는 아무래도 읽었던 책이라는 생각에서였는데, 우연히 헌책방에 들렸다가 사와서 또 다시 빠져버렸다. 책이 나온지 족히 10년은 넘었는데도 아직도 제법 읽히고 있는 걸 보면 이 책은 이제는 하나의 고전으로 자리를 잡은것인가라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물론 이 작품보다 다른 책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하루키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고독과 상실감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은 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인 와타나베,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여자 나오코, 미도리, 또, 나오코와의 관계와 와타나베에게 정신적인 안정감을 주는 레이코 여사, 그 외의 몇 몇 인물들. 그들은 저마다의 아픔을 가지고 있고, 이를 치유하기도, 잠시 묻어두기도하면서 현실세계에 적응해간다. (물론, 나오코와 레이코여사는 현실세계와 동떨어진 곳에서 살고는 있지만...) 그렇지만, 그들 자신도 스스로 자신이 누군지는 100% 알지 못한다. 소설 속의 주인공과 내가 다른 점이 뭘까. 나도 나 자신에 대해서 100% 알지 못하고 있고, 그래서 혼란스러운 것을.

 책을 읽고 나니 쓸쓸해진다. 한없는 우울함이 몰려오는 것 같다.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서 <위대한 개츠비>가 문득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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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즈데이
에단 호크 지음, 우지현 그림, 오득주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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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에 '가타카'나 '비포선라이즈'를 보면서 나름 흠모했던 에단 호크가 지은 책이라고 해서 배우로서의 그가 아닌 소설가로서의 그의 모습이 어떨까하는 마음에 보게 된 책.

 이 책은 육군 하사인 지미 하트속과 그의 여자친구 크리스티의 이야기이다. 서로 돌아가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1인칭 시점으로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냉정과 열정사이가 떠오르긴 했지만, 그보다 이 책은 사랑에 대해 비판적이고 어떻게 보면 냉소적이기도 하지만, 사랑의 가치에 대해서 부정하지도 않는다. 그 모호한 경계선 위에서 둘은 끊임없이 충돌하고, 불안한 미래때문에 부딪힌다. 이 책은 로드무비의 성향을 띄고 있다는 점과 1인칭 화자가 번갈아가면서 등장한다는 점에서 신선함을 준다. 책의 내용도 뭔가 영화와 같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점에서는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너무도 불완전한 사람들끼리의 만남, 그리고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하는 한 남자의 애처로운 바둥거림, 그리고 섬세한 감정의 표현과 글을 구사함에 있어서의 에단호크의 글 솜씨에 칭찬을 보내고 싶다.

 생각외로 그에게는 소설가로서의 능력도 있는 것 같으니(몰랐는데 연기와 영문학을 공부했덴다.), 왠지 불공평하다는 생각도 들고, 비포 선라이즈에서 작가로 나온 모습도 오버랩되서 생각되고, 이래저래 이 작품을 스스로 머릿속에서 영화화해서 그려버렸다. 왠지 그의 자전적인 소설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섬세한 디테일이 마음에 들었다. 다소 몇 군데 번역이 껄끄러운 부분은 있었지만 그럭저럭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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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거포스트, 1663 2 - 리비우스의 책
이언 피어스 지음, 김석희 옮김 / 서해문집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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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권에서는 마르코 다 콜라와 잭 프레스콧의 증언이 나와 있다면 2권에서는 존 월리스와 앤소니 우드의 증언이 실려 있다. 그리고 사건의 모든 진상도.

 <핑거포스트 1663>이라는 오랜만에 읽는 방대한 분량의 책과 드디어 작별. 헌데, 한 번 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진실은 소제목에서도 나오다시피 핑거포스트란 소제목이 붙은 우드의 증언을 통해서 밝혀진다. 1권을 읽으면서 왜 4장의 제목만 00의 우상이 아닐까 하는 궁금증도 약간은 해소되긴 했지만, 그래도 이 책을 손에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미심쩍은 내용이 많다.

 마르크 다 콜라의 정체, 아버지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는 잭 프레스콧의 일화의 결말, 그로브 박사를 죽음으로 몰고간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 그리고 그 상황에서 죽을 수 밖에 없었던 사라의 이야기와 그녀가 법정에서 차마 말하지 못했던 진실. 등등등. 이 책은 하나씩 하나씩 충격을 주면서 독자 스스로가 이 책을 한 번 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끔 해주는 것 같다. 모든 사실을 직시하고 읽는 개개인의 이야기 속에서는 그들의 모순된 행동, 모순된 발언들이 더 잘 보일테니까 말이다. 내용의 흥미에 대한 나의 호기심이 강할지, 책의 두께에 기가 죽은 내 귀찮음이 강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아마 한 번 다시 보게 될 것 같은 기분. )

 <장미의 이름>에 버금가는 역사 추리 소설이라는 말은 너무 부족하다. <장미의 이름>은 <장미의 이름>이고, <핑거포스트 1663>은 <핑거포스트 1663>이다. 둘 다 어느 누가 뛰어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에 든다. 아. 그리고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에는 가공인물과 실존인물이 섞여 있으니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가에 대한 영역설정에 대한 문제가 또 머리를...요샌 허구와 사실의 경계가 무딘 책들이 대세인가. 다빈치 코드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물론, 이 책은 <옥스포드의 4증인>이라는 제목으로 이미 출판된 것을 새롭게 출판한 것이긴 하지만. 여튼간에. 이런 식으로 나오는 지적 추리소설류 혹은 에코소설류 (장미의 이름, 4의 규칙, 단테클럽, 핑거포스트 1663 등등의 작품들)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책의 표지에 제본된 상태로 봐서 출판사에서 어쩌면 작가의 전작을 낼 것 같기도 한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의 다른 작품도 접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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