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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과 떨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아멜리노통의 자전적 소설인 이 책은 읽으면서 때로는 분노를 토하게 하고, 때로는 씁쓸함을 남기고, 때로는 웃음을 남겼다.
벨기에인으로 일본의 한 회사에 취직한 뒤 1년동안 겪는 일들은 굉장히 비판적인데다가 그 비판은 비교적 정확하다. 일본의 회사. 상사의 명령에 무조건적으로 복종해야하고, 상사의 말에는 말대꾸하지 말아야 하는 일방적 복종이 강요되는 곳. 그 곳에서 그녀는 끊임없이 자신이 할 일을 찾지만, 그녀의 상사는 그녀의 이런 모습을 번번이 지적한다. 그녀는 그에 대한 벌로 천장에 가까운 종이를 몇 일동안 복사하는 벌을 받기도 하며, 자신의 직속 상사인 여자에게는 경리작업을 받아서 이를 며칠밤을 세워서 하지만, 결국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그래서 또 다시 서류 정리를 맡지만, 이 또한 서류를 잘못 기입하여 도로아미타불이 되어버리고 만다. 5개월동안 갖은 고생을 한 그녀에게 떨어진 마지막 일은 화장실 청소. 휴지가 떨어지지 않게 끊임없이 있어야 하고, 화장실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 그녀의 업무였다. 그리고 7개월 뒤, 그녀는 계약을 갱신하지 않을 것임을 자신의 상사 4명에게 보고하고, 그 보고 과정에서 직속상사인 여성에게는 갖가지 모욕을 당하고, 그 위의 상사인 남자로부터는 "쳐먹어"라는 말까지 듣는 모욕을 당하고, 그 위의 상사에게는 모욕을, 제일 마지막 상사인 사장으로부터는 그나마 인간적인 대우를 받는다. 그리고 그녀는 떠난다.
이 책은 자전적 소설이므로 어느정도 사실이 가미된 소설이다. 책의 내용중에 주인공이 일본에 대해서 생각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스물 다섯 살에도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당연히 부끄러워해야 할 거야. 웃으면 너는 품위를 잃게 돼, 얼굴에 감정이 드러나면 저속한거야. 몸에 털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네 입으로 말하면 천박한거야, 남자애가 사람들 앞에서 뺨에 뽀뽀를 하면 너는 창녀야, 음식을 먹는게 즐겁다면 넌 돼지야, 잠자는게 좋으면 넌 굼벵이야..... 성적 쾌락을 바라지마, 기쁨이 널 파멸시킬테니까. 사랑에 빠지는 꿈을 꾸지마, 너는 그럴만한 사람이 아니니까. >등등.
그녀는 자신의 여상사을 보며 생각하는 장면에서 일본의 비법률적 규율들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것이 비단 일본에서만 통하는 이야기라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일본의 회사에 대해서 고발했지만, 우리나라의 회사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좀 나아졌다고 해도, 경직성은 쉽게 해소되는 건 아니니까. 서양의 눈으로 바라본 일본. 소설이지만 어떤 인문도서 못지않게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줬다. 책을 덮고 나니 마음이 답답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