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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엽 감는 새 4 - 새잡이꾼 편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199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태엽감는 새는 얼마전 나온 해변의 카프카가 나오기 7년전에 발표된 장편소설이다. 개인적으로 하루키의 장편에서 느끼는 인물간의 묘한 얽힘과 섥힘이 좋아서 하루키의 소설이라고 하여도 단편보다는 장편쪽이 더 애착이 갔었는데, 태엽감는 새를 읽어버리므로써 장편다운 장편은 다 읽어버린 셈이 되어버렸다. 뭐 하루키란 작가가 죽은 것도 아니고, 언젠가 또 새로운 장편을 들고 나타날테니 그동안엔 중,단편들을 읽으면서 기다리는 수밖에...
여튼간에 이 책은 30살의 오카다 도루는 그저 그런 법대를 나와서 조그만 법률 사무소에 다니다가 특별한 이유없이 그만두고 나와버린 남자이다. 그렇지만 그의 부인인 구미코가 돈을 벌어오고 있었고, 어머니로부터 상속받은 유산이 있어서 생활에는 궁핍함을 느끼지 않아 그는 집에서 당분간 살림을 하며 지내게 된다. 그러던 중에 부인이 아끼던 고양이가 없어지고, 그 고양이를 찾기 위해 동네를 배회하던 중 가사하라 메이라는 사고로 학교를 쉬고 있는 여자아이를 만나게 된다. 둘은 어찌하다가 친해져서 같이 가발회사에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이야기도 하면서 친해지게 된다. 계속 고양이의 행적은 묘연하고, 구미코는 고양이를 찾기 위해서라며 가노 마루타라는 뭔가 점쟁이 같은 여자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동생인 가노 구레타를 만나게 되고 일은 뭔가 이상해지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그의 부인인 구미코가 갑자기 집을 나가버린다. 싸운 것도 아니고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오타다 도루는 그녀를 찾기 위해서 그의 성격과는 정반대인 매형인 와타야 노보루를 만나게 되고, 이후 내용은 전혀 다른 인물인 와타야 노보루와 오타다 도루의 은근한 대립으로 이어진다. 아내의 행방을 찾으면서 오타다 도루는 마미야 중위를 만나서 그에게 우물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그 외에 아카사카 너트메그와 그녀의 아들 시나몬을 알게되며 그들과 일정한 관계를 맺으면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아내의 편지로 이 책은 결말이 난다.
뭔가 한마디로 압축하기에는 이리저리 얽혀있는 이야기이고, 과거의 일이 현재에 재생되거나, 꿈 속의 일과 현실의 일의 경계가 모호해서 오타다 도루가 겪는 혼란과 생각을 나도 같이 겪는 듯한 이야기. 일본의 전쟁이야기부터 현재의 이야기가 묘하게 얽혀서 돌아가지만 전혀 어색함이 없는건 하루키의 장편 소설의 묘미랄까. 여튼 이번 그의 소설에도 전체적으로 공허함과 결핍감이 깔려 있다. 그래서인지 왠지 읽으면서도 나 스스로의 공허함과 결핍감을 찾고 있는지도... 여튼간에 하루키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한번씩 나 스스로의 자아에 대해 생각해보곤 하는데, 그럴때마다 뭔가 뾰족한 답은 떠오르지 않는다. 아직은 자아가 덜 발달한 것인지, 아니면 인간이란 본디 그런 것인지...
여튼 이 책의 구성과 이야기들은 매우 잘 맞물려 있으며, 그것은 하나하나 잘 맞춰져서 빈 틈이 없는 하나의 큰 퍼즐과도 같다. 하루키가 한 조각 한 조각 그 조각을 맞추어 갈때마다 나 또한 그것을 바라보면서 즐거움을 느꼈다랄까? 하루키의 장편 소설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태엽감는 새 이후에 해변의 카프카가 나오기까지 7년이나 걸렸는데, 그보다 더 걸리진 않길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