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전 우리고전 다시읽기 21
구인환 엮음 / 신원문화사 / 200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얄팍한 두께에 매료되었고, 뒤의 작품에 대한 설명을 보고 유일한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라는 점에 매료되어서 읽게 된 작품이다. 이 책에는 운영전, 영영전, 백학선전이 실려져있는데, 이 중에 운영전은 예전에 수능시험이었는지 모의고사에 실려서 낭패를 본 기억이 살아나서 마치 고문과 같았던(정작 비극적이라고 해서 어떤가 해서 봤건만.),두께에 비해서 (189쪽) 굉장히 읽기에 힘이들기도 했지만, 뭐 고전소설이 낯설어서 그러겠거니...

 여튼, 이 책의 제목이자 가장 처음으로 실린 운영전은 궁녀인 운영과 김진사의 이루어질 수 없었던, 그래서 죽음을 통해서 다시 만날 수 있었던 둘의 사랑 이야기이다. 조선시대의 궁녀가 얼마나 제한적인 삶을 살았는가에 대한 생각이 들면서 더불어 신분에 의해 둘의 사랑이 가로막혔다는 점 등이 비극적으로 생각되었다. 이는 현재에도 어느정도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니, 꼭 옛날의 일이라고 못박을 수도 없으니... 여튼 전체적으로 우울한 색채, 비통한 색채가 진하게 깔린 운영전과 달리 그 뒤에 실린 영영전은 둘의 간절한 사랑에 결국 이어지게 되는 전체적으로 유쾌한 분위기의 내용이라서 운영전은 좀 더 슬프게, 영영전은 좀 더 행복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운영전과 영영전에 등장하는 등장인물이 김진사로 똑같은 것은 우연인 것인지 어떤건지 몰라도 마치 두 소설의 주인공이 동일인물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약간은 헷갈리기도 했었다. 어쨋든간에 레포트를 쓰려고 읽었던 운영전이었지만, 고전 읽기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새삼스레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옛 그림과 함께 읽는 李古本 춘향전
성현경 지음 / 열림원 / 2001년 12월
평점 :
품절


이고본 춘향전? 고를 때는 그저 그림과 책이 함께 있다고 해서 고른거였는데, 책을 보니 이고본이란 이명선 소장 고사본의 약칭으로 춘향전의 이본 중의 하나라고 한다. 춘향전의 이본만 해도 백여종이 넘는다는데 그 중에 이고본은 당대 사회가 용인하고 권장하는 여러 규범들 내지는 가치관을 전도하는 장면이 많다는 점과 그러한 장면들을 묘사하고 있는 행문의 재담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 받고 있으나 원본이 행방불명되고 오·탈자가 많은 문장지 수록본만 남아 있어서 그 자료적 가치가 충분히 인정받지 못했다고 한다. 여튼, 수많은 이본중에 이고본과 만난 것을 반가워하면서 책을 읽어 나갔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춘향이는 그동안 내가 알아왔던 춘향이의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다. 그간 내가 춘향이에게 가지고 있던 이미지는 변사또가 수청을 들라고 하여도 이도령을 지고지순하게 기다리는 착하디 착한 여인(이라고 하기엔 나이가 좀 어리다만)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책의 초장부분에 방자가 이도령의 심부름으로 그네뛰는 춘향에게 갔을 때 춘향은 방자에게 욕을 하고 음담패설도 일삼지 않는다.(맙소사!) 초반의 박살난 이미지를 회복하려는지 어쩐지 뒤로 갈수록 춘향은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와 부합은 되어가긴 했다만 초반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왠지 이몽룡을 상대로 춘향이 내숭을 떠는건가 싶기도 하고...-_-;; 음. 여튼 춘향전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이본이라고 하여도 거의 비슷하니 이정도에서 넘어가도 무방할 듯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눈에 띈 점을 꼽으라면 단연 많은 고사와 설화의 인용이라고 할 수 있다. 춘향과 이몽룡은 초반에는 거의 설화와 고사를 인용하여 서로 노닌다. 더불어 이몽룡은 방자와도 고사를 인용하거나 각종 서적의 구절들을 인용하여 말을 하곤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점을 꼽으라면 방자와 이몽룡의 관계가 굉장히 자유분방하다는 점이다. 방자는 이몽룡의 하인이긴 하지만 이몽룡과 친구처럼 지내기도 한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 춘향이네 집으로 안내하겠다고 하며 자신의 성이 '아'이며 이름은 '버지'라고 하지를 않나, 자신이 몽룡보다 나이가 많으니 형님이라고 부르라고 하지를 않나, 어찌보면 방자는 좀 건방진 하인이기도 하지만, 그러한 반응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어느정도 친밀감이 쌓여있었기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튼간에, 이미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춘향전을 다시 읽어보면서 함께 곁들어진 김홍도, 신윤복 등이 그 당대의 시대를 그린 그림들을 곁들여 보여줘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기회가 닿는다면 춘향전의 다른 이본도 한번쯤 읽어보고 싶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9월
구판절판


인생이란 어디서 어떻게 변할지 알 수가 없다. 언제 헤어지게 되더라도, 헤어진 후에 남편의 기억에 남아있는 풍경 속의 내가 다소나마 좋은 인상이기를, 하고 생각한 것이다-65쪽

하루하루를 살아감ㄴ서 아무튼 들러붙어 자는 것이 바람 역할을 하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과 뜨거운 물로 샤워하는 것, 몇 번이고 되풀이해 듣는 음악이 또 바람이 되어준다. 그런 소박한 일들에서 위안을 얻지 못하면 도저히 사랑은 관철할 수 없다-74쪽

하얀 꽃잎을 올려다보면서 내년에도 이 사람과 함께 벚꽃을 볼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한다. 단순한 의문문으로. '함께 보고싶다'가 아니라 '과연 함께 볼 수 있을까'하고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할 때 내 인생이 조금은 좋아진다. 묘한 느낌이다. 내년에도 이 사람과 함께 벚꽃을 볼 가능성이 있다. 아주 희망에 찬 생각이라고 나는 기뻐한다. 그리고 물론 그것은 함께 벚꽃을 볼 가능성이 있기에 가능한 기뿜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행복한 것은 많은 가능성 속에서 한가지가 선택되기 때문이고, 그 선택에 나는 가슴이 설렌다-79쪽

결혼한(또는 결혼한 적이 있는) 많은 사람들이 왜 결혼에 대해 별 얘기를 하지 않는지, 스스로 해보고야 알았다. 꿀처럼 행복하고 아까워서 말하지 않는 것은 물론 아니고, 그렇다고 괴롭고 고통스럽고 우울해서 말하지 않는것도 아니다. 그저 모두들 입을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결혼이 너무도 특수하고 개인적이어서, 우연과 필연이 꽈배기처럼 꼬여 설명하기 곤란한 양상을 띠고 있기에-87쪽

관용은 우리집의 키 포인트다. 그것 없이는 유지가 안 된다. 하지만 관용은 부부 중 어느 한 쪽이 갖고 있으면 충분하지 않을까. 양쪽 다 관용이 넘친다면 그것도 곤란할 것 같다-97쪽

결혼은 움직이는 보도 같은 것이어서, 가만히 있어도 앞으로 나아가고 만다. 어딘지도 모르고, 어쩌면 가고 싶지도 않은 장소로. 그래서, 거기서 가만히 있자고 생각하면 그만 뒤로 걷게 된다. 움직이는 보도에 저항하기 위해.-102쪽

종종 왜 결혼을 했느냐는 질문을 당하는데, 나는 어쩌면 나만의 남자를 원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결혼할 당시 그렇게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지금 생각하면 애정과 혼란과 행복한 우연 끝에 나만의 남자를 원했던 것 같고, 또 누군가만의 여자이기를 절실하게 바랐던 것 같기도 하다. 누군가의 여자. 서글프게도 결혼의 참맛은 이 1대 1이라는데 있는 것 같다.-103쪽

화해란 요컨대 이 세상에 해결 따위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 사람의 인생에서 떠나가지 않는 것, 자신의 인생에서 그 사람을 쫓아내지 않는 것, 코스에서 벗어나게 하지 않는 것-12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9월
구판절판


나와 남편은 취향이 전혀 다르다. 좋아하는 음악과 좋아하는 음식도 다르고, 좋아하는 영화와 좋아하는 책도 다르고, 뭘 하면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지도 다르다. 그래도 아무 상관없다고 생각해왔고, 오히려 다른 편이 건전하다고도 생각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같으면 좋았을텐데,하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같았으면 좋았을텐데, 하고.-22쪽

비는 소염작용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가령 감정의 기복-예를 들면 연애-이 어떤 유의 염증이라고 한다면 비는 매우 위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24쪽

나는 옛날부터 초콜릿은 남자가 여자에게 선물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남자에게 초콜릿을 선물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달콤하고 사치스럽고, 입안에서 쾌락과 함께 녹는 초콜릿을 남자가 여자의 마음을 녹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니까-31쪽

연애를 하면서 한 약속은 대개 무의미해서, 가령 다른 사람은 절대 사랑하지 않겠노라고 약속했다한들 소용없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안다. 일이 그렇게 되었다면 그렇게밖에 될 수 없었던 것이고, 또 약속때문에 그런 기회를 놓치기를 바라지도 않는다-32쪽

우리는 많은 주말을 함께 지내고 결혼했다. 늘 주말 같은 인생이면 좋을텐데, 하고 마음 속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알고 있다. 하루하루가 주말 같다면 우리는 보나마나 산산이 조각나리라는 것을-41쪽

항상 같은 사람과 밥을 먹는 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먹은 밥의 수만큼 생활이 쌓인다-48쪽

결혼하고서 생활에 색이 입혀졌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모든 것에 색상이 생기고, 그것은 아주 즐거운 일이면서 동시에 다소는 불안한 일이기도 했다.-52쪽

다른 사람과 함께 생활할 때의 사사로움, 그 번거로움, 그 풍요로움. 혼자가 둘이 되면서 전혀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것-54쪽

남편과 함께 있고 싶은데 모든 것을 함께하고 싶은데, 더 이상 이런 마음이 불거지면 좀 이상한게 아닐까 싶어 불안할 때도 있다. 함께 있고 싶다기보다 함께 있지 않으면 더는 함께 있을 수 없을 듯한 느낌. 함께 있으면서 만난지 두 달밖에 안 된 연인들처럼 들러붙어 있지 않으면 내 마음을 잃어버릴 것 같다. 함께 있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지 않게 해줘, 하고 생각한다. 절실하게-62쪽

오늘도 우리는 같은 장소에서 전혀 다른 풍경을 보고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다른 풍경이기에 멋진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났을 때, 서로가 지니고 있는 다른 풍경에 끌리는 것이다. 그때까지 혼자서 쌓아올린 풍경에.-63쪽

오늘도 우리는 같은 장소에서 전혀 다른 풍경을 보고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다른 풍경이기에 멋진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났을 때, 서로가 지니고 있는 다른 풍경에 끌리는 것이다. 그때까지 혼자서 쌓아올린 풍경에.-6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에쿠니 가오리의 결혼 에세이인 이 책은 그녀가 결혼한지 2년이 되어가는 가릉에서 3년이 되어가는 가을까지 쓴 에세이라고 한다. 그녀만의 색깔있는 에세이라서 그럴까,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나에게도 '아. 결혼이란 그런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면서 결혼이 하고 싶었다가도 하기 싫어졌다가 계속 바뀌게 했다. (어쨋든 나의 결론은 '그래도' 하고 싶다.로 났지만.)

 집에서 일을 하는 그녀와 직장인으로의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그녀의 남편. 그들은 주말에 함께 시간을 보낸다. (결혼하기 전에도, 결혼한 후에도 이들은 주로 주말에 함께 시간을 보낸다.) 꽤 다른 성격의 두 사람의 결합이어서 그런지 주위에서도 헤어지지 않는 게 신기하다고 할 정도지만, 그래도 그들이 계속 가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성격이 달랐기 때문이리라. 여튼, 서로 다른 두 남녀가 만나서 서로에게 맞춰가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모든 가정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결혼이라는 커다란 전제아래서 비, 밥, 월요일, 노래, 혼자만의 시간 등의 주제들을 통해서 결혼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줬다. 원래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번 책은 제법 마음에 들었다. 일상적이지만 감각적인 에세이.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