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된 우주공간의 폐쇄된 우주선, 갑작스러운 동면 해제에 이어 펼쳐진 사고현장 속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주인공, 고장난 인공지능, 복제인간 등 SF 스릴러의 단골 소재들이 총막라되어 솔직히 너무 전형적인 방식으로 시작해서 점수 까먹고 들어간 소설.똑같은 재료라도 맛집의 음식이 별다른 것처럼 개성있는 소설의 플롯 덕분에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아무렴 휴고상과 네블러상에 최종 노미네이트된 작품인데 무언가 비범한 구석이 있었겠지.동면상태로 새로운 행성을 향해 4백년간 동면 중인 승객을 위해 클론 복제 기술을 활용한 세대 우주선이라는 구성이 사건과 반전 결말의 중심이 된다. 주인공들과 우주선의 모든 승객을 위기로 몰아넣은 먼치킨스런 악역이 반전 결말의 또다른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주인공들의 짧지 않은 사연이 퍼즐처럼 제시되고 마지막에 조립되는 구조는 산만한 느낌이지만 집중을 흩어놓을 정도는 않는다.에픽 스토리라고 보기에는 살짝 부족하지만 밀실 살인을 다룬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SF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휴고상'과 SF 판타지 작가 협회가 주최하는 '네블러상'을 모두 석권. 휴고상이 수천명의 일반 독자에게 선택을 받아 대중성을 인정받은 것이라면, 네블러상은 소수의 전문가의 심사를 통해 전문성을 인정받아서 진정한 레전드 SF 소설임을 증명한다고 할 수 있다.
SF계는 전통적으로 백인이 주인공인 경우가 많았다. (외계인은 있고, 유색인은 없는 이상한 SF! 프레시안) 최근 들어서야 테드 창이나 류츠 신 등의 중국계 SF작가들의 작품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아프리카계 여성작가들 또한 이름을 올리기 시작하고 있다.
'다섯 번째 계절'로 시작되는 부서진 대지 3부작은 '차별'을 키워드로 이에 순응하여 감내할 수밖에 없는 '오로진'으로 불리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내게는 차별을 거부할 특권이 없었다" 차별의 세상에 던지는 '한 방' 같은 소설 경향신문)
세계관을 소개하는 도입부인 '다섯 번째 계절'과 등장인물들 간의 갈등구조에 대한 배경이 되는 '오벨리스크의 문', 그리고 갈등이 해소되는 마지막 편인 '석조하늘'은 씨줄과 날줄로 엮어낸 듯 잘 짜여져서 읽는내내 지루할 틈 없이 호기심과 재미를 충족시켜 줬다. 그러면서도 '차별'에 대한 독특한 시선을 유지하여 단순한 흥미꺼리에 치우지지 않게 만드는 저자만의 스토리텔링은 과연 각종 수상을 휩쓸만 하다는 점에서 이견이 없는 작품이었다.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금융공학을 기반으로 쌓아올린 현대 자본 시장의 허상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로인해 그동안 고부가 자산으로 인식되었던 파생상품 등이 가짜 돈이였다는 걸 금융에 일절 관계없는 일반인들도 파악하게 되었고 실물 자산에 대한 중요성이 재고되었다.미국은 금본위제를 폐지하면서 달러화는 실질적 가치와 별개로 이중화된 명목화폐가 되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성장위주 정책을 위해 경기부양책으로 인위적 인플레이션을 지향하고 있는 현 자본 시장에서 명목화폐가 안정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지속적인 안정성을 유지하는 실질 자산인 금이 갖는 통화적 가치와 투자 적격 대상인지를 살펴본다.저자는 금본위제로의 회기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금이 통화 가치의 안정에 기여하는 정도와 신흥 자본 강국들에 의해 힘을 잃어가는 것처럼 보이는 기축 통화인 달러의 위기를 해소하는 수단이라고 강조한다.실물자산과 달리 금융공학에 의해 탄생한 금융자산에 대한 불신이 강한 저자는 금에 대한 투자에 있어서도 간접투자 방식이 아닌 현물 금을 직접 매입하는 방식의 직접투자 방식을 선호하는데 평범한 개인투자자에게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조언이 아닌가 싶다. (골드바 몇 개 수준이 아니라 정부의 간섭 배제를 염두에 둔 전문 민간보관소에 금을 보관하라는 조언을 따를 수 있는 개인투자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심지어 스위스 등 제3국까지 고려해야 된다!)연방준비위원회나 기관투자자, 혹은 소수의 고액투자자를 대상으로 쓴 듯하지만 정부나 기관투자자는 읽어 볼 리가 없고, 투자에 일면식도 없고 가진거 없는 일반 독자 입장에서는 화페 경제의 근본인 금이 갖는 경제적 역할에 대한 교양을 쌓는데 의미를 두고 가볍게 읽을 교양서적 정도로 생각하고 읽으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