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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 지음, 이용대 옮김 / 한겨레출판 / 2003년 1월
평점 :
"왕은 죽었다. 왕이여, 만세! 아베 마리아!" p.902
영국의 사회인류학자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의 명저 '황금가지(원제 The Goden Bough)'는 종교, 신화, 민간신앙 등을 정리하여 분석한 책으로 총 13권으로 구성된 방대한 대작이다. 국내에서는 1922년 맥밀런출판사에서 간행(을유문화사 1996)한 요약본과 1994년 옥스퍼스 대학에서 후세 연구자들이 발간한 요약본(한겨례 2003)이 발행되어 있다. 이번에 읽은 책은 한겨례출판사의 옥스퍼드판이며 개정없는 초판 15쇄(!)발행본(2019)이다.
맥밀런판은 프레이저가 직접 요약하여 저자의 의도가 가장 잘 드러났다고 평가받고 있으나 이교도의 원시문화에 뿌리를 둔 원시신앙이 다양한 문화적 배경에서 어떻게 기독교 신앙의 원형에 영향을 주었는가를 다룬 다소 민감한 부분을 의도적으로 누락시켰다는 비난이 있기도 했다.
훗날 옥드퍼드의 연구자들은 그리스도의 십자가형을 다룬 부분을 프레이저 자신이 맥밀런 축약판에서 의도적으로 누락시킨 점을 '비겁함의 표시'라고 비난하고 황금가지의 '복음서'라고까지 예찬하며 온전한 내용을 담아 새롭게 축약본을 발행하게 된다.
"그는 더 이상 싸울 의욕이 없었다. 그래서 1922년 축약본은 조심성이라는 장점을 살리고 있다. (중략) 그러나 그것은 때때로 너무 지나치게 기분을 다치지 않는 방향으로 흐른다. 그리스도의 십자가형에 관한 위험한 단락들이 사라지고, 女가장제에 대한 고찰, 신성한 매춘에 관한 감미롭고 불경스러운 구절들이 모두 빠졌다. " p.50
"그러나 70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는 더 이상 보호막이 필요없다. 저작에서 우리의 흥미를 끄는 내용들은 정확히 프레이저가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것으로 느꼈던 바로 그 지점들이다." p.50
비교문화 연구자였던 프레이저는 다양한 시대와 민족들의 문화적 배경을 광범위하게 조사하여 주술과 신화를 종교적 모태로 바라보고 다양하고 방대한 양의 원시 주술과 문화에 관한 사례들을 통해 포위하여 조여들듯 기독교의 신앙적 모습 속에 감춰진 원시 주술적 토대를 나열하며 종교 역시 과학으로
해체하는 위험한 도전을 감행한다.
"네미의 성소 안에는 가지를 꺾으면 안 되는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오직 도망친 노예에게만 그 가지를 하나 꺾는 것 - 꺾을 수 있으면 - 이 허용되었다." p 68
J. M. W. 터너의 "The Golden Bough(황금가지)"라는 황금빛 광채로 뒤덮힌 아름다운 배경 속에 숨겨진 살해를 통한 사제직 승계라는 잔인하면서 냉혹한 원시의 풍습을 통해 우리의 관습과 신화, 종교의 기원을 설명한다.
터부와 주술, 관습, 신앙들에 대한 다양하고 수많은 잔인하면서도 신비롭기까지 한 사례들을 통해 야만의 풍습에서 종교로 이어지고 종교마저 과학으로 해석하려는 노력을 통해 인류의 지성에 깊이와 풍미를 더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