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도착하면서부터 애들은 언제 바다에 가냐고 성화다. 오늘은(도착한 날) 구경하고 내일 바다에 가자.. 달래가며 어제를 보냈는데 둘째날 아침부터 비는 참 잘도 내려주신다 ㅠ.ㅠ
일단 숙소에서 보이는 바닷가

씽크대 앞 창 밖으로 요상한 나무가 하나 보인다. 분명 대나무 종류 같은데 달랑 요것만 보이니 새집같은 느낌도 들고 밤송이 같은 느낌도 든다.

자~ 오늘 제일 먼저볼건 집 가까이에 있는 엉또폭포다. 폭포 입구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가볍게 걸어갔... 는데 폭포가 없다. 뭔 일이여!!

아니.. 도대체 물도 없는데 무슨 폭포라는 이름이 붙은거란 말야? 설명을 읽어본 다음에야 이해가 됐다. 역시 적기 귀찮았던 무스탕..

조금 어이가 없음이지만 자연의 조화에 누가 뭐라 하리.. 그냥 내려오기 아쉬워서 지성을 윽박질러 붙잡고 한 방 :)

이제 한라산을 한 바퀴 돌자. 맑은 날에도 올라갈 자신이 없는데 이렇게 끝내주는 빗속에 뭔 수로 간단 말인가. 그저 가까이를 도는걸로 만족해야지.. 그러면서 주면의 구경거리들을 둘러보자..
돌아보다 비가 하도 많이 오고 밥때도 되었고 해서 들어간 1100고지 휴게소. 입구에 세워져 있는 하루방을 한번씩 붙잡고 찍었다.
어제 성읍민속마을에서 안내를 해주시던 냉바리(제주말로 결혼한 여자를 일컫는단다) 말씀이 하르방의 오른손이 위로 올라와 있으면 붓을 쥔다고 해서 문관, 왼손이 위로 올라와 있으면 칼을 잡는다고 해서 무관이란다.


휴게소에서 바라다 보이는 구름에 갇힌 한라산

가는길에 '절 있다' 해서 무작정 꺽어 들어가 만난곳이 천왕사다. 그렇게 비가 내리는 중간중간 정말 이쁘게 파란색을 보여주던 하늘이 신기하다.

절집은 역시 산에 있어야해.. 그래야 제 맛이 난다니까


절 옆 암벽에 묘~한 바위 하나가 눈에 띈다. 그것 참.. ^^;

다음으로 찾은곳은 관음사. 차를 세워놓을땐 비가 안왔다. 우산을 가지고 갈까 하다가 그냥 가자.. 해서 걷기 시작했다. 지성이는 내리기 싫다고 해서 차에 있으라고 했다.
주차장에서 조금 걸으니 첫 대문(을 뭐라 하는지 몰라요..;;)이 나오고 바로 펼쳐진 아름다운 부처님들의 도열.. 아.. 감탄이 절로 났다.

좌우로 돌부처님들이 앉아계신데 모습이 모두 다르다.


한 부처님을 허락도 없이 ^^; 찍었다. 부처님 앉아계신곳이 정말 멋집니다!!

절 입구에서 객을 반겨주는 거목

대웅전 기와는 낡았고 천왕사에 비해 웅장하지도 않았지만 관음사는 매력적이었다.

자.. 관음사의 설명도 한 번 읽어보시고..

대웅전 현판의 글씨에서 느껴지는 힘이 지금도 기억난다. 글을 쓸때 도대체 얼마나 힘을 담았으려나..

자.. 현판과 함깨 찍힌 저 굵은 빗방울이 보이시는가요? 살살 내리던 빗방울이 엄청 굵어졌다. 정성이와 신랑과 나는 잠시 처마 밑으로 숨을수 밖에 없었다.
서 있는동안 할일이 없어 찍어본 계단. 제주도 아니랠까봐 난간이 구멍 숭숭뚫린 제주돌들이다.

비가 잦아들어서 절을 나서면서 다시 한 방

일명 도깨비 도로라는 곳에서 차를 중립으로 두고 차가 꺼꾸로 가는(?) 현상도 체험해 보고 이름만 들어보던 성판악 휴게소에서 아이스크림도 사서 먹어보고..
거의 산을 다 내려와서 있는 선덕사엘 들아가 봤다.

다른 절집하고 틀리게 이곳의 단청의 느낌은 '차가움' 이었다. 화려함은 마찬가지인데 왠지 차가움이 느껴져서 생각을 해보니 푸른빛이 많은 단청이었다. 붉은 기운이 거의 없다.
다른 절집들의 대웅전 문은 대부분이 창호지가 발려져 있다. 그런데 이곳의 문은 어찌나 화려해 주시던지..

무량수전을 받치고 있는 용 두마리를 만났다.

황룡은 여의주를 얻지 못했고 청룡은 여의주를 물고 있었다. 청룡은 곧 승천하지 않을까 싶다 ^^
애들은 계속해서 바다에 가자 조르는데 날씨는 비가 왔다 개었다 비가 또 오다.. 이런 날씨엔 물에 못들어간다 말해주지만 어디 통하는가.. 그래, 조금 더 보고 가자..
그래서 간 곳이 천지연폭포다.

천지연폭포를 보러 가는 길은 다른 폭포들과 다르게 공원같이 꾸며놨다. 22m 높이에서 떨어져서 20m 깊이의 연(淵)을 만들었단다. 그렇게 깊어 보이지 않는데 나같은 사람은 빠지면 끝이란다. 주면에 폭포가 떨어지며 날린 물방울들이 안개처럼 이슬비처럼 얼굴에 와 닿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다.
정성이가 천지연폭포에 다녀왔다는 증거사진 ^^

그런데.. 이 사진을 가만히 보면 좀 이상하다. 정성이 발이 공중에 떠 있는 느낌이다. 천지연의 기를 받아 공중부양 능력을 터득했나? --a 누가 보면 합성이라 하겠다..;;
폭포에서 떨어진 물이 흘러가는 계곡(이라고 하기엔 너무 소박하지만..) 양 옆은 산책로 같이 꾸며놨다. 다른 폭포들처럼 그저 가는 길이 아니고 가는 길도 즐길수 있게 해놨다.



오리랑 잉어들이 같이 있는 모습을 보고 잉어가 목숨에 위협을 느끼지 않을까 싶기도 했지만 너무 커서 잡아먹지도 못하겠구나 싶어 웃음이 났다 ^^
떠나기전에 잠수함을 타볼까 알아봤더니 성인이 4만 5천원이다 @.@ 기가 막혀서 포기를 하고 유람선이나 타볼까 선착장엘 갔더니 파도가 심해 운행 안한단다 -_-
하는수 없다. 이제 바다 가자.. 제주의 많고 많은 해수욕장중 낙점을 받은 곳은 중문해수욕장. 꺄오~ 소리를 질러가며 백사장으로 내려갔더니 파도가 심하다고 입수금지란다 ㅠ.ㅠ
어흐흑... 이렇게 운대가 안맞을수가 있는건가.. 제주도가 옆동네도 아니고 해마다 올수있는곳도 아닌데 이렇게 우리를 거부하다니.. ㅠ.ㅠ
그래도 애들은 뛰어들었다. 뛰어들자마자 정성은 파도에 당했고 지성은 즐겼다. 넘어진 정성을 잡으려다 아빠도 왕창 젖어버렸다.

가져간 수영복은 갈아입지도 않고 그냥 입은 옷 그대로 놀았다. 에혀.. 가기전에 샤워장에서 씻고 갈아입고 가자.. 하고 포기했다 -_-

파도가 닿을랑 말랑한 곳에서 파도를 기다리고 있는 지성정성. 정성은 모래를 모아놓고 파도가 쓸고가는걸 즐겼고 지성은 파도가 치면 정성이한테 쓰러지는걸 즐겼다. 혹시 큰 파도가 와서 애들을 쓰러뜨릴까봐 뒤에서 지키고 있는 아빠 ^^

한 깜찍(이라고 쓰고 끔찍이라고 읽는다)떨며 한 방 :)

자~ 엄마표 자연 파라솔이다!

6시가 조금 넘어서 바다에서 철수를 했고 집으로 돌아오니 해가 지려 한다. 숙소에서 보이는 바다로 저녁놀이 지고 있다.

제주월드컵경기장도 저녁 준비를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