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10년을 넘게 다니던 직장은 공기관이었다. 공무원은 아니더라도 나라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회사엘 다니다 보니 공무원법을 많이 따르고 신분도 어중뗬기에 누군가에게 저 어디 다녀요~ 말하기가 참 머시기 했었다. (많이들 알고있는 주공, 한전, 의보공단 이런 유명한 곳이 아니었다 -_-)
특히나 내가 다니던 회사는 민원인을 상대로 사업을 했기에 출근해서 퇴근할때까지 찾아오는 민원인, 전화로 문의하는 민원인, 편지(그 당시엔)로 항의 하는 민원에 시달리다 윽박지르다 싸우다 답변하다.. 그랬다.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질 않아서 지금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큰 소리'를 내면 많은 부분이 해결된다고 믿고 있고 또 실정이 그렇다. 내가 근무하던 80년대 말에서 90년대 말까지 민원인과 참 많이 싸우기도 하고 속은 뒤집어져 죽겠는데 겉으론 그 말을 들어줘야 하는 G랄 스러운 경우도 많았다.
사람 심리라는게 자기한테 나쁘게, 불리하게, 억울하다 싶은게 있으면 큰 소리로 따지고 들지만 본인이 슬쩍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안건드리는게 상책인 맘으로 조용히 넘어가기만을 바란다.
퇴사를 하고 이젠 직원이라는 입장이 아닌 알바라는 입장에서 같은 회사를 다니면서 내가 느끼는 내 '위치'가 참 우습기도 하다. 이건 직원도 아니고 민원도 아니고.. 그래도 감정이 회사쪽으로 많이 치우쳐 일을 하는건 사실이다.
지난 6일에 알라딘에 주문을 했다. 중고서적과 구간과 신간을 섞어서 오랜시간 장바구니를 비웠다 채웠다 하면서 추가 마일리지가 지급되는 5만원이 살짝 넘도록 주문을 했다. 배송 예정일은 주문 다음날, 7일이었다.
6일 저녁에 확인을 해도 상품 준비중이다. 이상타.. 출고작업중으로 넘어가야 할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 왜 이러나.. 그러던중 문자가 왔다. 재고 부족으로 시간이 걸릴거라고 자세한 내용은 메일을 참조해 달란다 -_-
메일을 확인하니 중고서적 한 권이 재고가 없단다. 도대체 중고서적 재고가 없다는게 뭔말?? 재고가 없는 중고서적을 어떻게 판매한다고 샵에 올리시나? 게다가 결재까지 끝냈다구!!
조금 늦게 받아도 크게 상관없는 책들이었기에 그냥 두었다. 오늘 다른 책들 주문을 또 했는데 먼저 주문한 건은 여전히 준비중이다. 오냐.. 언제 오나 두고 보자..
다시 문자가 왔다. 재고 확보가 안돼서 취소해야 겠단다. 이런 덴장.. 메일을 확인하고 계정을 확인하니 재고가 없다는 중고서적을 취소하고 나머지 책들만 보내주겠단다.
어이~ 어이~ 물론 중고서적이 '무조건 1천원' 짜리지만 난 당신네들이 요구하는 5만원을 넘기기 위해 나름 시간을 소비해 가며 이번에 안사도 될 책까지 사 가며 주문을 했다고. 그런데 그렇게 무턱대고 책 한권을 빼버리면 당신네들이 추가로 지금하겠다고한 마일리지 2천점은 어떻게 되는거지?
도대체 이해가 안되서 알라딘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다. <제가요, 추가 마일리지 받으려고 5만원이 넘도록 맞춰서 주문을 한건데 그렇게 일방적으로 취소를 해버리면 제 마일리지는 어떻게 되는거지요?>
상담원양 답변이 <보상 차원에서 서비스로 마일리지를 지급하겠다> 였다.
에효.. 내가 까칠한거냐 알라딘의 서비스 정신이 좋은거냐..
지난 세월 내가 당하고(?) 산 과거가 있어서 난 어디가서(은행이건 시청이건 음식점이건) 큰 소리 내는걸 무척이나 싫어한다. 오늘도 알라딘이랑 통화를 하면서 기분 나쁜 항의조의 말투였던건 확실하지만 톤을 높이지는 않았다.
더운 복날 넘기기 참 어렵다..
알라딘님. 조금만 더 신경써서 운영해 주세요. 그럼 서로 얼굴 붉히고 언성 높이고 사과하고 그런일 없을거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