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 단지는 서민아파트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동네다.
15평에서부터 22평까지 모여있는 곳, 전철역에서 집까지 걸어서 5분이면 되는 훌륭한 곳, 가까운 곳에 대형 할인마트가 몇개나 있고, 내가 영화보기 좋게 개봉관도 9개(스크린 수로, 극장 수로는 2개)나 되는 곳, 정성이네 반은 27명밖에 안되고 인천공항가는 버스도 있고 고속도로를 탈라면 10분이면 해결이 되는 우수한 조건을 갖춘 곳이다.
내가 이곳에서 살기 시작한지 만 17년을 채웠고, 중간에 잠깐 서울로 들어가서 살았던 4년을 빼고 나면 꼬박 14년을 이곳에서 살았다.
그런데 그동안 못들었던 소리가 요즘, 아니 얼마전부터 종종 들린다. 무슨 소린고 하니..
누군가가 부르는 노랫소리다.
요즘 아이들이 부르는 알아들을수 없는 노래도 아니고 지성정성 할머니가 여성회관에서 배우는 트롯트도 아니고 어느나라 노랜지 국적을 알수없는 팝송도 아니다.
성악가수가 부르는 노랫소리다.
겨울나고 봄지나 여름이 되니 이젠 아파트 문도 열어놓고 지내는 계절. 그동안, 문 꼭꼭 닫고 사는 동안엔 들리지 않았던 멋진 바리톤의 목소리가 종종 들린다.
오.. 우리동네에 누군가가 성악을 공부하나보다. 그것도 가까운곳에 있는가보다. 좋겠다..
음.. 어쩌면, 내가 조금 더 재능이 있고 우리집이 중간에 폭삭 주저앉지 않았으면 나도 성악을 공부하지 않았을까 가끔 주제도 깨우치지 못한 어림없는 상상을 하곤 한다.
이젠 목소리도 걸걸해지고 나이탓인지;; 기침도 자주하고 뱃심도 없어졌지만 난 지금도 가끔 혼자 도취되어 옆에 누가 괴롭든 말든 문 걸어잠그고 노래를 부른다.
누군가 지나가다 듣고 문 두드리는 일만 일어나지 않길 바랄뿐이다.
자.. 산본역 지날즈음 어디선가 비단찢는 소리가 들리걸랑 그려러니~~~ 하고 그저 웃고만 지나 주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