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들을 둘러보다 갑자기 옛 생각이 났다.
1998년 퇴사하기 약 1달여를 앞두고 재직중 마지막 출장 시즌이 돌아왔다. 이번엔 내 반드시 투쟁하여 쟁취하리라!!
내가 있던 사무실 관할 지역 안에 교도소가 한 곳 있다. 1년에 약 3~4번정도 출장을 나갈 일이 있는데 도대체 사무실에선 여직원들을 교도소로는 출장을 보내주질 않았다. 늘 남자직원들만 출장을 보냈었다.
출장가는 남자직원들 뒷꼭지에 대고 나는 항상 같은 말을 해줬다.
'살아 돌아와~~ 혹시 못 올 일이 생기면 신문 정기구독은 책임져 줄께~~ 가끔 사식도 넣어줄께~~'
12년을 근무하면서 거의 매번 나 좀 보내주세요~~ 졸라도 졸라도 안보내 주더니 마지막 기회라는걸 알고 있는 사무실에선 드디어 나를 교도소로 출장을 보내줬다.
으아... 정말이지 교도소 한 번 못 가보고(?) 퇴사하는줄 알았네.. ^^;
일단 같이 출장나가는 남자직원의 차를 타고 교도소 정문에서 1차 검문..
- 무슨일로 오셨습니까?
- 오늘 ** 일로 @@ 에서 왔어요.
- 들어가시죠.
주차장에 차를 대 놓고 건물 입구에 가니 2차 검문.. 똑같은 말 반복이다 -_-
- 무슨일로 오셨나요?
- 오늘 ** 일로 @@ 에서 왔어요.
- 들어가셔서 한 층 올라가시면 사무실이 있어요.
안내해준 대로 들어가서 한 층 올라가니 직원 사무실이 있다. 사무실에 들러 인사를 나누고 본격적으로 죄수들이 수감되어 있는, 일명 <빵>으로 들어갈 시간이 됐다.
들어온 계단과 반대편으로 내려가게 된 구조다. 내려가니 철문이 열리고 철문 안으로 들어서니 뒤에서 철커덩- 문을 닫는 소리가 들린다. 순간 흠찟..
같이 출장온 남자직원은 오른쪽으로, 나는 왼쪽으로 교도소 직원과 다시 한번 철문을 열고 들어가니 뒤에서 또 철커덩-
작업을 해야 하는 방 앞에 와서 또 한 번 문을 열고 들어서니 이번엔 방에 가둬두고;; 뒤에서 마지막으로 철커덩-
아침 9시가 안돼서 도착해서 점심시간이 다 되도록 난 교도소에 머물렀다.
직원들이 물어봤다. 왜 자꾸 교도소에 가려(표현이 참..) 하냐고..
'내가요, 살면서 무슨 일이 있어서 교도소엘 가겠어요. 이렇게 기회가 닿을때 한 번 구경해 보는거죠..'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난 다시는 교도소 구경을 못했다.
평생 늙어 죽을때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텐데..
뱀발 ; 생각해 보니 그때, 교도소로 출장갈때 뱃속에는 정성이가 있었다. 정성이도 교도소 구경 해봤다고 해도 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