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래된 책 '아사와 레도왕자'
이 책을 아시는 분은 만만찮은 연식을 자랑하고 계시리라 장담한다!
중학교를 다닐 정도에 본 것으로 기억이 된다. 한참 우리나라에 해적판이 판을 치던 시절...
'롯데롯데' 라는 불후의 명작이 히트를 치자 같은 작가의 책이 마구잡이로 쏟아져 들어와 나중에는 '김영숙 사단' 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영향을 줬던 작가, 우에하라 기미코.
얼마나 많은 독자가 요구를 했기에 복간본이 다 나왔을까..?
2003년 이 책은 시공사에서 3권짜리 애장판으로 다시 나왔다. (옆에 안내된 책) 내가 갖고있는 것은 9권짜리 해적판. (위에 올린 사진)
그런데 생각보다 남는 장사가 안됐나보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줄줄이 나와주질 않았다.
이 책의 출간으로 과거를 회상했을 많은 올드팬들의 그 원성을 어찌 감당하려고 맛만 보여주다 말은 것이냐...

자... 그림을 보아주세요~ 분명 요즘 유행하는 그림체하고는 절대 틀린 그림들이다.
눈도 이따시만하고 입도 무지 크고 머리카락은 저렇게 카락카락 감당못하게 부들거리고 게다가 얼굴은 얼마나 동그란지...
특히 눈동자엔 냉장고가 하나씩 들어있고 입술엔 이슬을 머금고 있다. 얼마나 촌스러운지 모르겠다 -_-
그렇지만 아사와 레도가 얼마나 이쁘고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그건 내 나이또래의 여린 감성들만이 안다.
남태평양의 지도에도 없는 작은 섬나라 코랄왕국에서 신붓감을 구하러 한국으로 온 레도왕자.
레도왕자(한국이름 방지훈)는 원래 금발머리에 푸른눈인데 신분을 감추기 위해 검은색 가발을 쓰고 다닌다.
섬의 왕위를 이어가는 사람은 검은 머리의 여인이어야 한다는 법 때문에 한국으로 신부를 찾아 나선것..
해적판이니 실제로는 일본이 되겠고 이름들도 물론 일본 이름이겠지만 난 정식판을 안봤다.
갖고있는 해적판으로 너무나 행복하고 그때의 느낌이 볼때마다 되살아나 이것으로도 120% 만족을 느낀다.

그림을 잘 보면 알겠지만 스크린톤 하나 사용하지 않고 오직 펜으로 승부를 냈다.
해적판을 보면서 아쉬운것 하나는 그림을 많이 뭉갠 흔적이 있다는 것..
배경이 일본인데 출판할때는 한국으로 위장(?)을 해야 하니 간혹 등장하는 기모노등을 어설프게 지우고 도대체 뭔지 모를 모양으로 그려넣은 부분이 종종 있다.
정식으로 나온 책은 종이도 더 좋을것이고 그림도 그대로일 테니 훨씬 이쁘겠지..?
어려서 읽은 아사와 레도왕자는 정말 가슴 두근두근거렸다. 나한테도 저렇게 멋있는 왕자님이 나타날까..?
어느날 나도모르게 낯선곳에 떨어져 내가 여왕이라고 날 칭송하고 떠받들어 준다면 기분이 어쩌려나..?
지금 보면 참 유치하고 허술한 스토리 전개에 구성이지만 난 그 맛이 정말로 달콤하다.
세월이 좋아져 많은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고 그로인해 생활이 윤택해지고 편안해 졌다해도 아나로그시대의 여유와 그리움은 영원히 계속될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