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 제목은 분명 백조이다. 그런데 내용엔 어디에고 백조 한마리 등장하는일이 없다.
어린 여자아이들의 장래 희망 가운데 '발레리나'는 참 환상적인 직업이다.
현실에서 최고의 발레리나가 되기 위한 노력은 정말 눈물없인 볼수 없는, 이야기 할수 없는 직업중에 하나일거라라고 생각한다.
적은 몸무게를 유지하기 위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발 끝으로 무게를 지탱하는 무지막지한 연습을 감당하는 그 발은 실제로는 본적은 없고 사진으로만 봤을때 격한 축구선수의 발이나 우아한 발레리나의 발이나 뭐가 틀리단 말인가 하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엉망 진창이고..
이런 무서운 현실을 모를때, 마냥 드레스 펄럭이며 우아하게 손 끝 내 뻗는 가녀린 발레리나를 상상할 어린 아이일때 이 책 스완은 불난데 부채질을 하다 못해 선풍기를 틀어줬던 책이다.
한적한 시골에서 발레를 공부하고 있는 히지리 마스미는 세계적인 발레리노(남자 무용수) 알렉세이를 만나기위해 상경했다가 만화적인 절차(?)를 밟아서 역경을 딛고 일어서서 만화적으로 성공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발레리나가 된다.
이 책은 21권으로 완결이다. 21권이 진행되는 동안 몇 년의 세월이 흐르고 그 세월동안 마스미도 자라서(처음 시작에선 15세에요 ^^) 슬픈 사랑도 하고 많은 발레 공연도 하고.. 정말 멋진 여자 사요코도 나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사람일까 요정일까 헛갈리게 하는 리리아나도, 이런사람이 정말 있을까 싶은 레온하르트도, 그리고 등장하는 그 많은 사람들, 그 많은 공연들.. 도저히 소개글로 옮길수가 없다.
읽어보시라고, 읽고서 같이 가슴 벅차 하자고 권할수 밖에 없다. 결코 후회는 없을것이다.
이 책도 처음 접하게 된것은 70~80년대 해적판이 대중적일때였다.
정말 이쁜 그림과 정말 눈이 튀어나올것 같은 발레 동작들, 발레복들..
특히 내 눈을 호사시켜주는 멋진 남정네들.. @.@ (몸매 예술이다 -_-b)
어려서 이 책을 보고 나도 발레리나가 될수 있을까.. 하는 허무맹랑한 꿈에 한동안 빠져 지내기도 했었고, 여기서 주워들은 발레 용어들은 아직까지도 내 얕은 발레 상식의 기초가 되고 있다.
그렇게 추억속의 책에서 현실의 나의 만화책 콜렉션에 동참할수 있었던건 2001년에 정식판이 나오면서 가능했다.
이젠 다시 볼수 없으려나 싶었던 스완(해적판의 이름은 백조)이 정식으로 출간되어서 너무나 기쁜마음에 부지런히 사 들였다.
30년 가량이 흘러서 다시 본 스완은 지금 만화시장에 내놔도 절대 떨어지는 그림체를 갖고 있고 만화를 그리기 위해 작가가 얼마나 많은 자료를 조사하고 연구했을지 읽은 독자 입장에서 감탄한 정도의 내용을 펼치고있다.
아쉬운 점은 이렇게 복간되는 책들이 새로운 독자층을 형성하지 못하고 과거를 그리워하는 중년세대에게나 먹히고 팔리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하긴... 지금 세대에겐 지금의 만화가 재미있을것이고 (내가 지금 만화들이 잘 와 닿지 않듯이.. --;;) 붙잡고 '넌 왜 이런 명작을 몰라보는 거니?!' 하고 가르치려 든다면 세대차이 난다고 코웃음 칠것이고..
이렇게 과거의 기억속의 책들을 다시 만나게 될땐 다시 출간해 주는 출판사들이 정말 고마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