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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나쁜 녀석이야! ㅣ 맹앤앵 그림책 1
백승권 글, 박재현 그림 / 맹앤앵 / 2009년 8월
평점 :
주말이면 피곤하다고 틈만 나면 잠을 자는 아빠. 내가 시험기간인데도 TV 켜놓고 있는 아빠. 그래도 내게 언제나 자상한 아빠. 나에겐 아빠란 엄마보단 먼 거리에 있으면서도 늘 옆에 있는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대화도 많이 못나누고, 많이 놀지도 못하지만 그래도 내 생각을 가장 많이 해주는 건 우리 아빠 같다. 그래서 내게 아빠는 언제나 최고이다.
이 책에서 처럼 딸이 아빠를 '나쁜녀석' 이라고 부르는데 순간 'oops!' 했다. 모든 아빠가 그렇게 비춰지는 걸까? 어린 눈에는 그렇게 보여질수밖에 없을것 같다. 나도 어릴적엔 아빠가 바빠 주말에 놀러도 못가고 어쩌다 한번 놀아주다가도 핸드폰 받고 부대에 일이 생겼다면서 부대로 가곤 했었다. 그러면 동생과 나는 참 실망스럽고 허전하고 그랬었다. 그리고 기다리다 지쳐 잠들면 들어와서 잠든 우리에게 얼굴 부비면 담배냄새도 많이 나곤 했었는데..
"근데요 눈을 뜨면 아빠는 벌써 회사에 출근하고 없어요." ...........
"아빠는 아주 늦게 늦게 회사에서 돌아와요. 아빠랑 색칠 놀이도 하고 싶고 어깨에 올라 목마도 타고 싶어요. 맛있는 저녁도 같이 먹고 싶어요."
"막 졸리고 하품이 나도 안 자려고 참아요.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아빠는 오지 않아요. 그러다 어느 새 나도 모르게 잠이 들고 말아요."
"잠이 들었는데 아빠가 밤늦게 돌아와 제 볼에 입을 맞추고 뺨을 마구 비벼대요......그래도 아빠가 좋아 얼굴을 안 돌려요." -본문 중에서
책을 보면서 우리 아빠를 그리라 하면 난 어떻게 그려야 할까 고민도 했었다. 지금도 내아빠같은 사람은 세상에 둘도 없다고 생각은 하지만 어린 시절 내 아빠모습이 뚜렷하게 남아있지 않고 항상 바쁜 아빠로만 기억되니까..
"우리 아빠는 노래를 잘해요.",
"우리 아빠는 밥을 엄청 빨리 먹어요." -본문 중에서
다래가 집에서 자신이 원하는 만큼 놀아줄 수 있는 아빠가 되었을때 아이는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바쁜 아빠 모습이 더 좋았던 것이다. 피곤하고 힘들어도 한번씩 거실에서 함께 놓아주고 색칠도 같이 하며 피곤해 하는 모습을 보며 어깨도 주물러주고 싶고 그럴때가 정말 좋았던것이다.
"근데요 선생님, 제 맘이 이상해요. 저랑 못 놀아줘도 좋으니까, 아빠가 옛날처럼 나쁜 녀석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해야 다시 나쁜 녀석이 될 수 있는 거죠?" -본문 중에서
아빠가 '나쁜녀석' 이기에 우리가 이렇게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지쳐있는 아빠에게 왜 안 놀아주느냐고 어디 놀러가자고 조르기만 했었다면 아빠가 우리를 위해 고생하시는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잠깐이라도 깨닫게 해주는 그림책 같다.
다래 아빠가 빨리 예전의 그 바쁜 모습으로 돌아갈수 있길 바래본다. -S
딸아~! 엄만 이그림책을 보고 요즘 병아리 같은 유치원 아이들이 얼마나 영악하고 똑똑하며 자기 생각을 바르게 하는지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단다. 그리고 요즘 사십만 넘으면 직장에서 견디기 어렵다는 말이 새삼 실감도 났어..
아빠도 물론 지금의 직장에서 오래 머물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가끔 염려를 하곤 하지만 그래도 곧 닥칠 일이 아니라고 담담해하기도 했었는데 정말 너희 아빠가 직장에서 나와 집에만 있게 된다면 얼마나 비참하고 지루하게 될지 생각만 해도 떨려..젊을땐 가정이나 부모 자식모두를 항상 뒤로 미루고 직장일을 최우선으로 삼았지만 나이가 들면 더 젊은 사람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나이먹은 사람은 그만 나와도 된다고 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얼마나 속이 쓰리겠어..그리고 요즘의 젊은 사람들은 공과 사를 분명하게 나누어 하지만 아빠세대만 해도 집안일보단 자기 직장 일을 우선시하며 산 세대란다. 그게 이해가 안 되겠지만 그렇게 살아왔으니..누구도 탓할수 는 없는 거야. 만약에 아빠가 훗날 직장에서 나와 집에만 있게 되더라도 우리가 많이 이해해 드리자.
그리고 우리들을 위해 지금도 고생하는 아빠 조금더 많이 사랑하자..그리고 티비보시다 거실에서 잠들어도 우리가 많이 이해해드리자. 알겠지??
아이랑 가족 모두가 함께 보면 좋을 그림책이다. 물론 엄마 아빠 모두가 직장생활들을 하는 가족이 많겠지만 아빠의 지친 모습에 대해 조금더 이해하게 되고 아침마다 이쁜 딸아이에게 뽀뽀해줄 여유도 없이 달려나가기 바쁜 아빠가 있다는게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지..그리고 직장 없이 힘들어 하는 아빠에게는 그런 모습을 보고 그저 봐 넘겨버리지 않고 맘 속으로 빌어주고 아빠를 응원하며 염려하는 이쁜 분신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에 희망을 불어 넣어 줄 책이다. _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