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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예뻤다
김하인 지음 / 예담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엄마는 예뻤다..작가의 엄마가 너무나 사랑스럽고 예뻤듯이 내 엄마도 참 이뻤던 기억이고 지금도 이쁘고 고우시다고 여전히 생각하는 딸이다.
작가는 남자다. 남자로서 어쩜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을 이렇게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는지..참 셈세하기도 하다..그러니까 작가지..생각하면서 김하인작가님의 엄마 고손희순님은 정말 행복한 사람이기전에 행복한 엄마구나..싶다. 생전에 자기이야기를 책으로 써달라고 지나가는 이야기처럼 하셨는데 이렇게 멋지고 그리운 산문집을 내고 보는 이마다 그리운 엄마생각하게 하였으니..그리고 또한 엄마라는 존재가 얼마나 위대하며 억척스러우면서도 강하고 담대한지..그리고 또 얼마나 사랑스러운 여자인지...알게 해주니말이다.
난 후회한다.그러면서 또 반복하며 후회할 짓으로 미련을 떤다. 난 사실 일하기를 원했다.그러면서도 갖은 교만 다 떨며 내가 이일을 안해도 먹고 살텐데 뭔 고생을 사서 해야 하나..싶어 하던 일이 우습게 느껴지고 하기 싫어지곤 했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엄마란 존재에게 억척스러움과 함께 자기를 죽이는 힘도 있고 살리는 힘도 있다. 그런데 난 늘 나를 살린다는 못난 자아로 나를 서서히 죽여가고 있었음을 이제야 깨닫기 시작했으니 엄마로선 제로인게다. 분명 내 엄마도 자식들을 위해서 못하실게 없는 분이셨건만 난 무슨 피를 이어받았기에 이렇게 이기적으로 내 고개만 쳐들고 잘난척 오만방자한 것이란 말인지..이제 철들만도 하구만은;;;진짜 자존심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자존심 내세우고 뻣뻣한채 이리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언제쯤이면 모든 가면 벗어던지고 생긴대로 사는 나로 돌아갈까나..
엄마..아니 부모에게 자식은 정말 무엇일까..모든것 다주고 지푸라기 처럼 스러지고 바스럭 거릴때까지도 뭐 줄게 더 없을까..자식을 위해 해 줄게 없을까 생각하는게 부모마음같다. 모든 부모에게 특히 엄마에겐 꽃보다도 더 예뻤던 시절이 분명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늘 엄마였다고 생각하는 엄마..억척스러움으로 살림을 늘리고 자식들 뒷바라지를 위해 허리 한번 제대로 못펴고 밭고랑에서 종일 호미질을 하여도 큰놈이 성공하는 것이 눈앞에 보이기라도 하듯이 더 힘을 내게 하는 마법에 걸린 이땅의 엄마들..그렇게 수많은 엄마들이 마법의 주문을 외우며 힘을 내고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옛 시골집들이 그랬듯 황소에 대한 기억이다. 우리집 아버지도 황소에 대해서만큼은 유난히 정이 많으셨다.언니들은 아빠가 소띠라고 더 그러셨을거라고 어릴적 철부지였을때 그랬었다.그러나 우리집 논밭일을 거의 다 해주고 새끼도 낳아 가계에 큰 보탬을 준 황소였기에 애지중지하셨음을 언제부터인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소는 늘 가족으로 대했던것 같다. 이른 새벽에 먼저 쇠죽을 먹이고 그리고 당신께서 식사하신...행여라도 소가 쇠죽을 잘 못먹기라도 하던 날에 안절부절..호박이며 쌀겨며 함께 넣고 쇠죽을 끓이시던 모습 선하다. 장군황소가 팔려가던날 어린시절 작가 우는 모습엔 백배공감하며 한참을 눈물훔쳤었다. 그리고 엄마의 한없는 애달픔에 눈물..누가 이해하랴...조금은 이해하며 그 맘에 공감한다고 할수 밖에...
그리고 돼지가 새끼 낳던 날 아침..새끼 잘 키우라고 칼국수 멕이던 그 엄마의 모습 너무나 사랑스럽다..그리고 어린 시절 아들레미 목욕시킬때의 그 억센 손길이란....한참을 소리내에 웃다 울다..하니 우리집 아들녀석이 뭐가 그렇게 재미있느냐고..그래서 난...."읽어봐라........이 엄마 얼마나 웃긴지..지금은 생각할수도 없는 지푸라기로 때를 박박민다..넌 지푸라기가 뭔줄은 아니???" 참으로 엄만 요술쟁이다..
엄마..한없이 강하고 억척스러웠던 내 엄마가 힘이없다. 며늘아기가 하루도 아니고 한나절 외출한다고 냉장고에 뭐뭐 해놓았고 뭐 꺼내드세요..해도..어쩌끄나..어쩌끄나..하신다. 아무 것도 모르는 아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총명하던 기억은 다 자식들에게 나누어 주시고 이젠 아무것도 나누어 줄수 없음에 안타까워 하신다. 그러면서 자기 챙겨드셔야 하는것도 잊으시는 아기 엄마...그래도 난 엄마가 좋고 엄마냄새가 한없이 좋다.
엄마라는 단어만 나와도 엄마생각에 목이 메이기도 하고 어린 시절 그 곱던 엄마모습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리고 여름방학때가 되면 언니들은 서울에서 광주에서 학교다니고 직장 다니다가 방학을 맞아 휴가를 맞아 내려온곤 했었다. 언니들이 내려오는 날이면 밭에서 호미질하다가 호미자루 내던지고 맨발로 옷자락에 코 팽팽 풀며 눈물훔치며 반기시던 모습..여전히 기억합니다..아..그땐 엄마가 참 젊고 이뻤어...언제인가 왜 언니들이 내려오면 그렇게 울었냐고 하니..엄만 그랬었다..「부모가 못나서 뒷바라지도 제대로 못해주는데 그래도 방학이나 휴가면 꼬박 꼬박 부모라고..엄마라고 찾아오고 집이라고 찾아오는게 더 고마웠었다고...」에이~!참 엄마도;;...우리 엄만 그랬었다..물론 지금도 우리들의 차가 대문에 들어서기도 전에 알아보시고 신발도 못 챙겨 신으신채 마중을 나오신다. 자식이란게 그런가 보다..
그리움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고 엄마도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특히 엄마에 대한 그리움은 누구랄것 없이 다 애틋하고 그 단어만으로도 가슴 찡하게 다가올 것이다. 작가는 어린 시절 엄마를 하나하나 기억하며 엄마와의 이별을 아주 천천히 하고 있는 듯하다..가슴 찡하게 다정한 그말.."엄마 하늘나라 추우시면 언제든지 이야기하세요. 돌침대 부쳐드릴테니 이번엔 제대로 뜨끈뜨끈 하게 사용하세요."
나는 엄마를 만나러 가고 싶다. 지금 당장...그래서 쭈글쭈글한 내 엄마의 손과 얼굴을 만지며 냄새도 맡고 싶다. 그리고 엄마품에 푸욱 안기고도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