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7일 목요일
아침부터 몇번씩이나 죽을 끓여 갔다 드려도 안 드시더니 오후부터는 과일을 서너번갈아드렸는데도 다 드시고 죽도 쑥죽에 흰쌀죽에 쇠고기 갈아서 끓인죽등 몇번을 끓였다.오후에 다행이도 드린것 마다 다 드셔 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문득 문득 속이 상하고 울컥하는것은 어쩔수가 없다. 내게 닥친 이 고난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고 또 바래본다.너무 피곤하고 자고 싶다..소라가 한시쯤에 오는 날이라서 더 피곤하게 느껴지는 날이다..긴 연휴가 끝나고 학교에 간 탓인지 둘째녀석도 일찍 자고 싶다며 한시까지 못 기다리겠다며 자버린다.
9월 28일 금요일
오늘도 죽은 몇번이나 끓이고 누릉지도 끓여보고 했다.. 하지만 어제처럼 잘 드시지는 않았다.그래도 포도는 몇알 드셨다. 위장이나 이는 튼튼하신데 왜 드시는걸 이리도 못 드시고 끙끙 앓는 소리만 하시는지..정말 속이 상한다. 엄살 구십구단이라고 내가 이야기 해도 들은쳑도 안하신다.
오랫만에 난 밥을 먹었다.식욕을 잃고 먹든둥 마는둥 하다가 간만에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시어머님 목욕을 시켜드리고 머리를 빗겨드리는데 머리숱도 조금밖에 없는데 많이 빠진다.울 시엄니 젊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정말 많이 늙으셨구나..싶다. 옷을 입혀드리고 얼굴에 스킨과 로숀을 발라드리는데 그만해라 하시면서도 얼굴을 내게 맡기신다..
서울에 사는 세째 시누이가 전화를 해서 자기 집으로 오시라니까 싫단다..이곳에 있다가 다 나으면 나주로 가시겠단다..아..절망..세째 시누이가 다시 모셔 가기로 해서 그동안 힘들어도 잘해드려야지 하며 잘 참았는데..정말 한꺼번에 피곤과 절망이 밀려오고 있다. 둘째며느리 노릇이 왜 이리 힘들단 말인지..그나 저나 시누이가 모셔가려고 생각했던 것만으로도 고맙고 미안하고 그렇다. 울 착한 세째 시누이다..
소라아빠는 전화에 대고 엉뚱한 소리만 벅벅해댄다..이럴땐 확 이혼해 버리고 싶다.괜히 소라아빠가 미워진다. 하긴 자긴 떨어져 있으니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알게 뭔가..모르는것 같다..그러면서 무슨일만 생기면 자기가 다 해결이라도 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처럼 행동하니 옆에 사람이 힘들수밖에...
며칠만이라도 혼자만의 여행을 가고 싶단 생각이 요즘 간절간절..절실히 필요하다..정말 내게 휴식이 필요하다.언제인가 어머님이 나주에 가시거든 난 온전한 나만의 여행을 떠나리라 생각한다. 행여라도 친정엄마가 우리집에 한번이라도 오시면 드리려고 모아둔 빳빳한 새돈을 모두 챙겨들고 떠나버릴것이다..아..울 친정엄마..행여나 ?딸에게 폐가 될까봐서 딸집한번 제대로 안 오시는 불쌍한 양반같으니라구...어쩌다 한번 편찮으실때마다 병실한 번 못 지켜 드린것이 정말 죄송하고 엄마에겐 면목없는 딸래미다..(돌아가신 친정아버지께도 마찬가지지만...)시어머니 간호는 잘도 하면서 왜 울엄만 입원하셔도 하룻밤도 간호하지 못해 드렸던고..담에는 울 친정엄마에게 정말 잘해야지..
고난이 곧 축복이라..하신 주님!..나의 입에서 불평불만 보다 기쁨과 감사로 잘 감당할 수 있는 진실한 마음을 내게 허락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