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기신 탓에 한시름 놓고 화요일엔 서울가는 버스를 탔다.
어머님이 서울 병원에 입원하시고 두번째로 혼자서 가는 서울행이다.
집에서 나갈때의 분주함에 더웠던지 더운줄만 알고 짧은 소매옷을 입고 터미널을 도착하고 보니 모두 긴소매다..갑자기 내가 더 썰렁하게 느껴지며 한기가 밀려온듯하다..
버스에 몸을 싣고 나니 사는게 참 벅차구나..내게 아직도 사는게 벅차다는게 남아있어야 하는가..싶어 괜히 눈물이 핑 돈다..
서울행은 언제나 밀린다..차들이 어쩜 모두 이 거리로만 나와 주차장을 만드는 듯 하다.
그래도 두어시간만에 터미널에 도착하고 지하철을 타고 어머님이 계신 곳으로 가니 아가씨가 반갑게 맞아준다..어머님 역시 반가워 손을 들고 반기신다. 두손을 맞잡고 기도를 해드리는데 울 어머님 믿음생활도 안 하시지만 내 기도소리에 눈물을 보이신다..
아가씨를 들여보내고 어머님 옆에서 하룻밤을 보내는데 병원에도 모기가 있다.
정말 무슨 병원이 이 모양이냐고 환자분들의 보호자 한분도 성화다..그러면서도 모기 다 잡으신다. 병실에 유일한 남자보호자시다.
옆 침대에 여자분은 40대이신데 자궁을 들어내고 수술실에서 나와 비몽사몽인데 남편분이 지극정성이시다. 연변에서 오신 분들같았지만 병실의 그 아무도 묻지 않았다.
또 한분은 울 오십대 아주머니신데 어머님보다 심하게 마비가 오셔서 한쪽을 아예 못 움직이시니 간병인께서 도와주신다..이 아줌니 식사할실때마다 너무 이뻐보였다.왜??( 울시엄니 숟가락 들기도 전에 이 아줌니 벌써 미음 다 드시고 치우시니...)어서 회복하시겠다며 드시는것도 잘 드신다.,,그러나 울 엄니 입에 뭐 가져가는것 조차도 싫어하신다..겨우 사분의 일숟가락도 안되게 한번 맛만 보시고 마신다..아.정말 이래서 언제 퇴원하시려고 이러시나..속이 답답하고도 답답했다.
그리고 약드시는데 또 속까지 상하실까 염려도 된다..하지만 죽도 안드시려하니 옆에서 간호하는 사람 정말 힘들게 하신다..울 아가씨 말이 자기 아들같았으면 한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라고 해서 한참 웃었었다.
또 한분은 70세이신 할머니인데 약간의 치매끼가 있으셔서 넘어지셨다는데 얼굴 전체가 퍼렇게 멍이들어 들어오셨다. 딸이 옆에서 지극정성인데 겉으로 봐선 치매끼는 전혀 없으시고 얼굴만 시퍼래서 할머니를 볼때마다 웃음이 나오게 했다..
이렇게 네분이서 병실에서 함께 지내신다.
첫날은 머리에 붕대를 감고도 돌아다니시는 아줌마 한분이 하도 설치고 다니셔서 어떤 치료를 하셨나 은근궁금했었다..그런데 이분 당신입으로 그러신다..머리 뚜껑을 인조로 해서 넣었는데 안 붙는다고..그렇게 힘든 수술을 하셨는데도 어찌나 밝으신지..옆에사람들까지도 이분만 보면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 병실에서 계시다가 옮기셨다고 시간만 나면 이 병실에 오셔서 울 엄니며 옆분들이 어떠신지 살피고 가신다..ㅋㅋ어서 어서 퇴원하시길 속으로 바래본다.
밤새 한숨도 못자고 옆에서 공선옥님의 "자운영 꽃밭에서 나는 울었네" 한권을 다읽고 아가씨가 읽다 두고간 모모도 반권쯤 다시 읽었다. 병원에서의 밤은 참 지루하고 길기도 하다.
그래도 새벽 네시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