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지가 벌써 몇년일까??
아..세어봐야 알지...
오늘이다...1990년 9월 15일...
난 아침부터 목욕탕엘 가고 미용실에 가고..아..정말 아침이 스산하고 추웠다..
어제까지의 그 고달프면서도 행복한 결혼 준비가 끝나고 오늘이 내 결혼식 날이다..
엄마는 우리딸 시집가서 밥은 해 먹을까..잘 살아라...이리 저리 따라다니시면서..
내 팔을 보시곤 "아이고..이 팔로 뭘 할꼬..."하시며 눈물 한번 훔치시고...(하지만 지금은 어떤 팔보다 강하고 토실 토실 살이 찐 팔이 되었다..ㅋㅋ)
남들은 시집가는 날 아침 아침 밥 정성스럽게 지어서 부모님께 드리고 간다더구만..(사실 결혼 하고 나중에 알았음)
난 나 일어나서 꾸미는것도 벅찼다..뭐가 그렇게 좋다고...엄마의 애틋한 말씀이 들리지가 않았다..
그저 또 잔소리..하신다로 듣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면서 큰소리로 "엄마 염려마..나 잘하고 살거니까.."하며 큰소리였다..에그..이 한심..^^-
머리하고 화장하는 사이에 긴장해서 그랬던지 엄청 나게 떨었었다..(지금도 그 생각을 하니 떨린다..
이가 다다다닥...떨린다..)
핑크빛 우아한 한복을 입었다..궁중한복인지 뭔지 모르는 그런것..
어떤 화가가 그린 매화 꽃이였던가??
복사꽃이었던가..가물 가물.. 활짝 피고 수줍게 몽우리가 맺혔던 한복이다..(지금 장롱속에서 잠자고 있다.)
아빠는 딸많은 집 일곱 번째 공주를 남들과 다르게 결혼 시키시고 싶어 하셨고 난 착한 딸이
되어 우아하게 궁중 한복을 입고 결혼을 했다..그렇다고 전통혼레복은 아니였다..
웨딩드레스는 아니였지만 웨딩 드레스 보다 더 화려한 한복이었음에 너무나 행복하고
우아하게 신부노릇을 했었다..그리고 울 신랑은 정복을 입었다..
푸른 잔디밭에서 그렇게 화려하고 색다르게 암튼 여섯 언니들하곤 다르게 오래 오래 특별한
결혼식을 했다..
그리고 일년반이 지나고 셀리가 태어나고 또 오년이 후딱 지난후에 앤디가 태어났다.
그리고 지금까지 잘 살고 있다..
지금도 아빠는 가끔 비디오를 보시면서 울 일곱째 딸 결혼식 정말 멋지게 잘했다고
흐뭇해 하신다는 이야기를 엄마가 해 주셨었다....
결혼기념일이 오늘이다..몇주년인지는 모른다..세어보는것도 벅차다..
살면서 그렇게 신혼의 설레임과 달콤함만이 있었던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유난하지도 않았고..무던하게 잘 견뎌온 나의 결혼 생활을 혼자서 되집어 보며
참 감사하고 또 감사한 것은 무던한 신랑 덕일까..아니면 부모님 덕일까...
난 알고 있다..참으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