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를 정말
빗방울 떨어지는 날 혼자서 읽기 시작했다..그녀의 삶속에 내가 묻어 있는 양...그렇게..
이 원규 시인의 말대로 "산 그늘에 얼굴을 가리고 펑펑 울기에도 좋고,
죽기에도 좋고 누군가 태어나기도 좋은 봄날"이었습니다.
그는 피아골의 단풍나무에게 인터넷 메일을 받습니다.
"나 절정이야, 혁명도 없이 희망도 없이 나 절정이야."
그리고 밤새 단풍나무와 고스톱을 치면서 "낙장 불입,낙장 불입"
속삭임을 듣는 경지에 이르렀더군요.
이 대목을 읽으며 안스러웠던 기억은 어느덧 사라지고 질투의 지경에 이르게 되는데,
봄이면 매실주로 시작해서 비파주, 다래주, 어름주를 담그고 거기에 자기가
미워했던 이들의 이름과 그리운 벗들의 이름을 그들은 모르게,
또 알 필요도 없이 새겨넣었다는 대목에 이르면 이 도시에 사는 나도 창밖에 꽃처럼
피어난 불빛들을 보면서 혼자 가만히 건배를 하고 싶어 집니다.
그런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그는 낮은 소리로 더 나아갑니다.
잠시 가던 길을 잃었다고 무어 그리 조급할 게 있겠습니까.
잃은 길도 길입니다. 살다보면 눈앞이 캄캄할 때가 있겠지요.
그럴때는 그저 눈 앞이 캄캄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바로 그것이 길이 아니겠는지요..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언제나 너무 일찍 도착했으나 꽃 한송이 피우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원통할 뿐입니다.96page
잘 참고 잘 읽다가 왜 여기와서 뜨거운 눈물이 줄줄 흐르는지..
나는 읽던 책을 끌어안고 벌떡 일어나 컴앞에 앉아서 이 원규 라고 쳤다..
그를 만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