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짧아진 여덟개의 손가락을 쓰면서
사람에게 손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되었고
1인10역을 해내는 엄지 손가락으로 생활하고
글을 쓰면서는 엄지손가락을 온전히 남겨주신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
눈썹이 없어 무엇이든 여과없이 눈으로 들어가는것을
경험하며 사람에게 이 작은 눈썹마저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알았고,막대기 같아져 버린 오른팔을
쓰면서 왜 하나님이 관절이 모두 구부러지도록
만드셨는지,손이 귀까지 닿은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습니다.
온전치 못한 오른쪽 귓바퀴 덕분에
귓바퀴라는게 귀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나님이 정교하게 만들어주신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잠시지만 다리에서 피부를 많이 떼어내
절뚝절뚝 걸으면서는 다리가 불편한 이들에게
걷는다는 일 자체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건강한 피부가 얼마나 많은 기능을
하는지,껍데기일 뿐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피부가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남겨주신 피부들이 건강하게 움직이는 것에
감사했으며, 하나님이 우리의 몸을 얼마나 정교하고
세심한 계획아래 만드셨는지 온 몸으로 체험했습니다.
그리고 감히 내 작은 고통중에
예수님의 십자가 고통을 백만분의 일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고,너무나 비천한 사람으로,때로는 죄인으로
얼굴도 이름도 없는 초라한 사람으로 대접받는
그 기분 또한 알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지난 고통마저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그 고통이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남들의 아픔에 진심으로 공감할 가슴이
없었을 테니까요.
그 누구도, 그 어떤 삶에도 '죽는게 낫다'라는
판단은 옳지 않습니다.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 장애인들의 인생을 뿌리째
흔들어놓는 그런 생각은,그런 말은 옳지 않습니다.
분명히 틀렸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추운 겨울날, 아무런 희망없이 길위에 꼬꾸라져
잠을 청하는 노숙자도,평생을 코와 입이 아닌
목에 인공적으로 뚫어놓은 구멍으로 숨을 쉬어야
하는 사람도, 아무도 보는 이 없는곳에 자라나는
이름모를 들풀도, 하나님이 생명을 허락하신 이상
그의 생명은 충분히 귀중하고 존중받아야 할
삶입니다.
"저러고도 살 수 있을까...?"
.
.
네...이러고도 삽니다.
몸은 이렇지만 누구보다 건강한 마음임을 자부하며,
이런 몸이라도 전혀 부끄러운 마음을 품지 않게
해 주신 하나님을 찬양하며..
이런 몸이라도 사랑하고 써 주시려는 하나님의
계획에 감사드리며...
저는 ..이렇게 삽니다.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지선아 사랑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