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보에게 - 프랑스편 솔세계시인선 1
폴 베를렌느 지음 / 솔출판사 / 1997년 3월
절판


그러니까, 맑은 여름이겠지.
나의 기쁨 함께하는 찬란한 태양은
명주에 비단에 감싸인 그대
그 귀한 아름다움 한층 더 아름답게 할 테지.

푸르기만 한 저 하늘, 높이 친 천막처럼,
길게 접혀가며 화려하게 떨고 있을테지
행복에 설레어 기대에 부풀어 하애져 있을
우리 두 사람 행복 넘친 얼굴 위로.

그리고 저녁이 되어, 그대 면사포 속에서
애무하듯 불려질 그 노래 달콤하리라,
그리고 평화로운 별들의 눈길은
복을 빌며 신랑 신부에게 미소 지으리라.-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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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엔 예전의 안달 복달 혼자 끙끙 앓고 아이들을 내 리모컨으로 조정하며 키웠었다면

요즘 사춘기를 지나고 오춘기 한 칠춘기도 더 지나 십춘기쯤 된듯한 고딩 머스마를  

어쩔수 없어서 바라만 보다가 이제는 그렇게 바라만 봐주어도 좋을 나이라는걸 깨달고서야

기도하며 그저 바라만 봐주고 있다.

그래서 요즘 난 내 아이들을 그저 바라만 본다는 말이 딱 맞을 것이다.

 

한참 공지영  작가의 책들을 모조리 찾아 읽으며 공지영작가에게 조금가까이 다가가려 했던 내마음이 통했던지 그녀의 솔직함과 통 통 튀는 에너지와 활기에 힘이 났었었다.

그래서 가끔은 나도 팡팡 튀어오르는 에너지가 그리울때

공지영작가의 지리산 지인들을 떠올리기도 하고

아이들과의 갈등을 잘 이겨낸 그녀의 지혜를 나도 조금이나마 배우고 싶단 생각을 하게 된다.

 

요즘엔 뭐를 하느라 책한권 읽는 것도 벅차다는 생각을 하며 살고 있지만 꾸준하게 책을 읽었던 한때가 있었음은 내게 위로고 지금도 언제인가는 또 책만 읽으며 지낼수 있을거란, 아니 책을 즐겨 찾게 될 그런 마음의 변화가 다시 찾아와줄 거라고 믿으며 하루 하루 위안을 삼는다고 해야 더 옳은 것 같다.

 

지난 겨울이 채 다 지나가기도 전에 큰아이는 알바를 하고 운전을 배워 미국 여행갈준비를 차근차근 하고 있었다. 학기마다 장학금으로 받아 챙겨둔 거금이 있었지만 그건 손도 안대고 알바해서 가겠다고 벼르더니 일하고 자기가 일한 몫을 받아내는게 얼마나 어려운가를 경험함과 동시에 세상살이의 지혜를 조금은 깨닫고 또 사람상대하는 것도 배웠으리라. 그리고 사람들이 다 내 맘같지 않더라는 것도 알바를 하며 뼈저리게 느꼈던 시기라고 말한다. 그리고 어른들이라고 해서 다 좋은 어른만 있는것도 아니고 어린 학생들 뼈빠지게 일시켜 먹고 알바비 안주려고 억지 부리는 별난 사장님들도 있다는걸 알았으니 그것으로 큰 공부를 했다고 생각하면 아쉬울 것도 없다.

하긴 난 지금까지도 몰랐던 것을 어린 내 딸은 벌써 알아버렸으니 이 사회 정말 ;;;;

그래도 아이는 야무지게 일한 댓가를 억지부리는 사장님을 통해 다 받아 내는걸 보고 엄마보다

훨씬~!

백배는  야무지고 낫다는 생각을 해서인지 뭘 해도 걱정이 없다.

 

 학기초에 미국행 비행기표 예약을 해두고 계획했던 것외에

어디를 더 둘러 볼것인지 꼼꼼하게 체크해가며 준비하는 모습이 이쁘고 대견스러워 지켜만 보고 있던 중이었는데 막상 여행가서 안돌아오고 거기서 눌러 살며 공부하겠단 건 아니겠지??

슬며시 염려도 된다. 딸없으면 엄만 큰일인데~~~~~~!

이제 여행 떠날 날이 며칠 안 남았지만 잘갔다 올 것이기에 ..

그리고 이젠 무엇을 하든 엄마보다 더 똑똑하게 잘 해내고

해결책을 엄마보다 더 야무지게 알고 있기에 염려는 안한다.

 

그리고 공지영 작가가 딸에게 그외 아이들에게 한것처럼

언제나 아이들 편에 서서 내 아이들을 응원할 것이다.

조바심 내지 않고 조금 느긋하게 바라봐주면서 언제나 아이 편인 엄마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싶은 것이 엄마 마음이다.

 

내 아이 성품이 느긋하고 공부보단 친구들이 더 좋고 농구가 좋은 것을

그건 아니라고 안된다고 아무리 엄마혼자 바둥거려 봐야 소용없는 메아리라는 것을

조금더 빨리 깨우쳤더라면 아이에게 상처를 덜 주었을 텐데;

아이 둘을 키우며 난 많은 것을 깨달았고 또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가는 내 모습을 본다.

지금 이대로의 내 모습도 좋다.

내일의 내 모습과 우리 가족의 모습이 조금더 행복하게 웃는다면 더 바랠것이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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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무덤

올 어린이날만은
안사람과 아들놈 손목잡고
어린이 대공원에라도 가야겠다며
은하수를 빨며 웃던 정형의
손목이 날아갔다.

작업복을 입었다고
사장님 그라나다 승용차도
공장장님 로얄살롱도
부장님 스텔라도 태워주질 않아
한참 피를 흘린 후에
타이탄 짐칸에 앉아 병원을 갔다.

기계사이에 끼여 아직 팔딱거리는 손을
기름먹은 장갑속에서 꺼내어
36년 한많은 노동자의 손을 보며 말을 잊는다.
비닐봉지에 싼 손을 품에 넣고
봉천동 산동네 정형 집을 찾아
서글한 눈매의 그의 아내와 초롱한 아들놈을 보며
차마 손만은 꺼내주질 못하였다.

훤한 대낮에 산동네 구멍가게 주저앉아 쇠주병을 비우고
정형이 부탁한 산재관계 책을 찾아
종로의 크다는 책방을 둘러봐도
엠병할, 산데미 같은 책들 중에
노동자가 읽을 책은 두눈 까뒤집어도 없고

화창한 봄날 오후의 종로거리엔
세련된 남녀들이 화사한 봄빛으로 흘러가고
영화에서 본 미국 상가처럼
외국상표 찍힌 왼갖 좋은 것들이 휘황하여
작업화를 신은 내가
마치 탈출한 죄수처럼 쫄드만
고층 사우나 빌딩 앞엔 자가용이 즐비하고
고급요정 살롱 앞에도 승용차가 가득하고
거대한 백화점이 넘쳐흐르고
프로야구장엔 함성이 일고
노동자들이 칼처럼 곤두세워 좆빠져라 일할 시간에
느긋하게 즐기는 년놈들이 왜 이리 많은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바라는 것은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선진조국의 종로거리를
나는 E.T가 되어
얼마간 미친놈처럼 헤매이다
일당 4,800원 짜리 노동자로 돌아와
연장노동 도장을 찍는다.

내 품속의 정형 손은
싸늘히 식어 푸르뎅뎅하고
우리는 손을 소주에 씻어들고
양지바른 공장 담벼락 밑에 묻는다
노동자의 피땀 위에서
번영의 조국을 향락하는 누런 착취의 손들을
일 안하고 놀고 먹는 하얀 손들을
묻는다.
프레스로 싹둑싹둑 짓짤라
원한의 눈물로 묻는다
일하는 손들이
기쁨의 손짓으로 살아날 때까지
묻고 또 묻는다.


-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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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임이네 2012-06-14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가끔 제가 서재를 했을때 생각이 날때가 있어요 .어설픈 제 서재에 처음으로 발자국 남겨주신거아시나요 .그리고 선물도 보내 주셨던것두요 .아직도 생각이나고 잊을수 없는것같아요 .전 늘 챙겨주며 살았고 누군가의 선물은 많이 불편해하며 살았는데 님의 선물은 저에게 고마운 선물이었답니다 .바쁘고 생활의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저에게 몇년의 시간은 참으로 어렵고 힘든 시간이 었습니다 .삶은 이런거구나 하면서요 .많이 배우고 성숙한 어른이 되는 지금 모든 것 이 감사하고 행복하네요 .

님 잘지내시죠 .언제가 얼굴보고 차한잔 하는시간이 오면 좋겠습니다 .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
이의수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그날 따라 온 가족이 동시에 나가야 하는 일이 생기게 되면서 모두 함께 병원에 가게 되었다.

 병원으로 가는 차안에서 아들이 아내에게 물었다.

"엄마, 아빠가 병원에 가시는데 왜 엄마까지 가요?"

"엄마가 아빠 보호자니까. 당연히 가야지!"

그 순간 섬광이 스치듯 내 마음을 붙드는 한 단어가 '보호자' 라는 말이었다. '나에게도 보호자가 있구나.' 평소에 마치 소녀처럼 모든 것들을 부탁해오고 남편이 없으면 세상을 못살 것처럼 행동해왔던 아내가 내 보호자였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리게 된 것이다.

병원에서 처방해준 준 링거를 맞는 동안 아내와 가족들을 생각하며 '보호자,보호자, 보호자.' 라는 말을 되뇌었다. 나 호자만이 우리가족 모두의 보호자인 줄만 알았는데 나에게도 보호자가 있구나. 행복했다. 침상에 누워 링거를 맞으면서도 마음이 든든했다. 돌이켜 보면 그동안 우리 부부는 서로가 서로에게 든든한 보호자였다. 서로의 생각을 보호했고 서로의 꿈이 이뤄질 때까지 서로를 지원해줬다.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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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위에는 스스로 잘난 사람이 너무나 많고

가만 있어도 잘나 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잘난 사람인데도 고개숙이고 있는 사람 또 한 옆에 있다.

하지만 이들은 극히 드문 숫자다.

 

아무리 자기를 알려야 하고 자기를 드러내야 하는 시대라곤 하지만

서로가 너무나 잘난 세상이다.

아니, 자기 스스로가 너무나 잘난 세상이다.

 

그러면서도 인맥 따라 커가는 세상..

누군가 그랬다.

취직 자리 하나 있어도 그 자린 이미 정해진 사람이 있는 것이라고..

 

아는 이가 시집을 냈다.

그의 서문에 산통을 겪은

산모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져 와서 가슴이 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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