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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만 칠하는 아이 ㅣ 맹앤앵 그림책 6
김현태 지음, 박재현 그림 / 맹앤앵 / 2009년 11월
평점 :
언제인지 모르지만 아주 어린시절이었다. 미술시간이었는지 국어시간이었는지 생각은 안 나지만 한 가지 뚜렷하게 기억속에 남아있는 것은 강원도 깊은 산골에 사는 아이가 그림을 그릴때 강물을 까만색으로 칠해서 왜 그러냐고 물으니 광산에서 흘러나온 물이 까만 물이라고 대답했다는 것이었다.
그날 난 검은색에 대한 확실한 생각이 머리속에 정확하게 박힌 날이었다.. 석탄이 나온다는 강원도 산골 아이들의 그림엔 강물이 푸른 물결이 아니라 까만색이라는 것이 정말 사실일까?? 물좋고 산새가 좋은 곳에 살던 내게는 정말 궁금했던 어린시절이었다. 그리고 괜한 걱정도 했었다.. 정말 강물들이 까만색으로 흐를지 궁금했던 기억이 남아 있었던지 강원도 여행이라도 하는 때에는 광산이 있었을 법한 곳을 지날땐 강물부터 내려다 보곤 했었다..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어린시절의 그 기억으로 혼자 웃곤 했다...
지금까지 내가 본 강원도 강물은 비취 빛으로 아름다운 곳이 있는가 하면 흙탕물이 흐르는 곳은 있어도 검은 강물이 흐르는 곳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석탄을 산처럼 쌓아둔 곳을 언제인가 한번 지날때도 정확하게 못 보고 지나버렸고;; 다음에 그곳을 지나가게 되면 차를 세우고 꼭 정확하게 둘러보아야 겠다.
검은색만 칠하는 아이란 제목을 보니 갑자기 검은 색 크레파스로 강물을 열심히 칠하는 어린 아이의 모습이 보이고 어린 시절 듣던 이야기는 참 오랫동안도 기억속에 남아 있음에 놀랍기도 하다.
그때 난 어린 시절이었지만 왠지 검은색을 칠한다는 아이가 불쌍해 보였고 그후로도 나만의 편견으로 검은색은 그리 밝지 못하다는 생각으로 아이를 키우면서 검은 색을 많이 칠하지는 않았나 또 가시처럼 뾰쪽 뾰쪽한 그림은 그리지 않았나 살피기도 하면서 아이들을 키웠었다. 어린 시절 우연하게 박힌 고정관념은 그렇게 무서운 것이었다. 그후로도 검은 색은 좋지 않은 색..밝은 색은 기분좋은 색으로 구분해 버리고 혼자 편견을 갖고 있었다. 유난히 그림에서만;
미카엘처럼 멋진 상상을 하며 미술시간에 한장의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야 된다는 고정관념부터 깨고 수많은 도화지에 까만색칠을 열심히 칠하고 또 그 도화지를 펼쳐서 멋진 고래를 만들어 내는 아이들도 있을거란 생각조차 못하고 그 틀에 박힌 생각으로만 살았으니 얼마나 재미없게 살았을지..참으로 작은 앎의 틀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자리에서 뱅뱅 돌고만 있었다.
수많은 도화지에 검은색만 칠하는 미카엘을 보며 옆에서 걱정을 하는 것은 우리부모들의 똑 같은 마음일 것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는 보다 자유로움이 있고 고정관념을 깨는 부모들이 많겠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들의 풍부한 상상력을 따라갈수도 없지만 한발자국 물러서서 조금 참아주고 이해해 주려고 하기 보단 내 틀에 맞추어 맞춤형 아이들로 키우는게 현실인것 같다. 아니 난 그렇게 미련하게 아이들을 키웠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더 느긋하게 아이의 상상력을 존중해주고 좀더 기다려 줄줄 안다면 풍부한 상상력으로 멋진 꿈을 꿀텐데 우린 너무 서두르고 조급해 하고 있지 않았나..반성해 볼 필요가 있는 내용이다.
우리도 어린 시절 엉뚱하면서도 재미난 상상을 하면서 컸는데 왜 어린 시절 그 기분을 커가면서 잊게 되는지..고정관념부터 훌훌 털어버려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것 또한 쉽지가 않다. 미카엘의 멋진 고래를 보며 아이들의 상상은 우리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멋지고 자기만의 독특한 또하나의 세계를 갖고 산다는 것을 이해해 주어야 겠다고 생각한다.
이 그림책을 통해 지금까지 부모의 생각틀안에 아이를 가두고 살았다면 조금더 넓게 생각할수 있는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펼쳐줄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 아이가 다른아이와 조금은 다르다고 해서 더 특별하다거나 조금 뒤처진다고 생각지 말고 그저 커가는 과정이려니..하고 지켜봐 줄수 있는 여유도 생길 것이다.
아..난 우리 둘째아이가 하도 별나고 특별해서 천재인줄 알고 살았던 엄마다..그러나 오늘 자기가 가고자 하는 고등학교 선택하고 오는걸 보고는 속이 터져 버리는것 같았다. 아무리 봐도 진짜 천재가 아닌가 의심이다..우리들의 고정관념과는 전혀 다른걸 보면...그래..내가 천재라고 착각 하고 살았던 아이는 나름대로 커가는 과정이었음을 이제야 깨닫고 있는 중이다. 그러니 엄마다운 엄마가 되려면 언제쯤일런지.. 내가 고정관념을 버려야지..어쩌랴~!
아이들은 부모와는 다른 자기만의 멋진 꿈을 꾼다. 아이들을 지켜봐주는 우리들은 옆에서 그 꿈이 꺽이는 일이 없게 응원만 잘해주면 아이들은 멋진 상상을 하고 꿈을 꾸며 건강하게 잘 커갈 것이다.
오늘밤 나도 미카엘의 멋진 고래등에 올라타고 행복한 여행한번 해 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