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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와 2박 3일 ㅣ 나남산문선 39
고혜정 지음 / 나남출판 / 2007년 3월
평점 :
내게 엄만 어린시절의 그리움이다. 중학교 겨울방학때부터 하숙을 하며 엄마 밑에서 산 짧은 세월을 그렇게 쉽게 정리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모른채 여느 아이들과 같이 집에서 독립했다는 것만으로 좋아라 하며 주말이면 쪼르륵 집에 가는 즐거움을 누렸고 또 일욜날 오후가 되면 엄마가 버스 정거장 까지 따라나와 배웅해주는 걸 즐기며 살았었다. 그러고 보니 독립심이 엄청 나게 강했던 것 같다..언니도 같은 집에서 하숙을 했기 때문에 덜 외로워했었겠지만 내가 생각해도 참 잘도 견뎌냈던 것 같아 혼자 기특해한다. 울 딸아이를 보면 아직도 애기인데 그땐 난 더 어렸을 거 아닌가...
암튼 난 다시 엄마밑에서 엄마가 해준 밥 먹으며 살지는 못했고 그후론 쭈욱 하숙을 하기도 하고 자취도 하고 그러다가 시집을 와버렸다..그래 와버린거다.. 엄마밑에서 더 있어보지도 못한채..그러니 엄마하고의 추억은 어린시절의 추억이 전부인것이다. 중학생까지였으니...그 어린 시절엔 항상 엄마가 있고 생글거리던 내가 있는데 그 후엔 늘 호랑이 같은 과외 선생님이며 지독한 나의 감시자인 언니가 있다. 지금이야 더할나위없이 좋은 언니지만 그땐 나의 보호자로서의 그 책임감 때문이었던지 얼마나 무섭게 나를 훈련시켰는지 모른다. 같은 학교의 한참 선배님이기도 했던 언닌 내 공부는 맡아놓고 봐주었고 시험때 아는것을 하나라도 실수 하고 오면 잡아먹을듯 훈계를 하곤 했었다. 그럴때마다 언니에게서 벗어나고 싶었고 엄마랑 집에서 학교 다니고 싶었었다. 그러다가 이학년 초에 홀라당 언니가 시집가버리니 살것 같았지롱~~~~~~~!
엄마는 그래서 지금도 생각해보면 가끔 만나서 여행가거나 집안 행사가 있을때 외에는 오래 머물며 엄마 엄마 하며 어린양 부려본적이 없다. 그래서 내게 어린시절이 큰 그리움이고 엄마에 대한 큰 기억이며 기쁨이고 전부인 것이다. 아마 딸들은 모두 그러지 않을까 싶기도 하건만.. 내겐 부러운 사람들이 친정부모와 가까이 사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친정 부모가 젊고 건강한 사람들이기도 하고 ;;
자기 혼자 잘나서 사는줄 알고 살다가 아프니 그래도 엄마한테 갈수 밖에 없는 딸,, 나도 이런 딸이지 싶다. 가슴 절절한 미움도 그리움도 모두 말 안해도 알아주는 엄마..아프다고 말 안 해도 얼굴만 봐도 전화 목소리만 들어도 어디가 아픈지 맘이 애린지 쓰린지 다 아는 그런 엄마가 내게도 있다.. 소중한 내 엄마가....
아..내 엄마..언제 내 엄마 침대속에 들어가 함께 자볼까나.. 세월은 기다려 주지 않고 오늘도 그 속도로 달리고 있건만;; 오늘도 나는 나를 품어주고 아껴주시던 엄마보다도 내 품안의 새끼들이 더 소중한지 그 새끼들을 품고 그리워만 하고 있다..내가 어렸던 시절의 예쁜 내 엄마를...지금 모든 것 다 자식들에게 나눠주시고 껍질만 부여안고 힘없이 늙어 버린 내 엄마를 그리워만 하며, 어린 나를 추억하고 지금 그 예쁘게만 기억하던 엄마 나이만큼의 나를 들여다 본다... 아..그렇다..어딘가 닮았다..나도 모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