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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랑 놀아 줄게 ㅣ 맹&앵 동화책 1
김명희 지음, 이경하 그림 / 맹앤앵 / 2009년 10월
평점 :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 아주 많이 미안했던 일이 누구에게나 한번쯤 있지 않을까요? 저도 아주 많이 미안하고 그때 조금만 더 잘해줄걸..하면서 가끔 생각나게 하는 얼굴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다닐때는 철부지라서 괜히 그런 행동도 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도 정말 철이 없고 미안한 일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이학년때였는데 항상 남자 아이들과 짝이 되어 앉곤 했어요. 왜 그땐 그렇게 꼭 남자아이랑 여자아이랑 그렇게 앉게 했었던지 모르겠어요. 학교도 제법 크고 역사도 오래된 학교 였는데 그게 초등학교 전통이었던것 같기도 하고요. 연지랑 진성이가 짝이되는 것을 보면요. 그때도 남자아이들과 짝을 지어서 앉게 했는데 왜 하필 냄새가 심한 아이랑 짝이 된거에요..옷도 맨날 그 옷에 빨아입지도 않는지 냄새가 심하고 얼룩까지도 보여 더 더러워 보였던 짝은 늘 히죽 거리는 머스마였어요. 무슨 말을 해도 느릿 느릿 영감마냥 말을 했고 내 학용품이 그 외에 없는 책상 반쪽의 금 밖으로 나가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던 아이였는데 난 그 아이 연필이라도 금 밖으로 넘어오면 눈 흘기며 뭐라고 했었고 냄새가 심한 날은 얼굴을 찡그리기도 했었거든요.
그런데 여름방학이 지나고 개학날인데 내 짝꿍은 나타나지 않는거에요..그리고 같은 마을에 사는 아이들에게서 그 아이가 수영하러 갔다가 저수지에 빠져 죽었단 이야기를 들었구요..그때 솔직히 그 아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던지 안 들었던지 모르겠어요..그러다가 중학생이 되고 친한 친구의 남동생이 수영한다고 저수지에서 놀다가 빠져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슬퍼하는 친구를 위로해준다고 친구집에 드나들때 그 아이가 생각나더라구요..넋이 나간 친구 엄마를 보면서 그 친구 엄마가 생각나고 그 친구가 생각나더라구요..그때 그 엄만 짝인 가시내가 자기 아들을 싫어했다는 걸 알았을까요? 만약 알았더라면 내가 얼마나 얄미웠을까요..
그때 내 짝에게 아주 많이 미안하단 생각을 했던 기억이에요..몇년이 지난 중학생이 되고서야 진심으로 미안하단 생각을 했던 철 없는 기억이 되살아나네요..그리고 여름방학이 지나면 꼭 한두명이 죽곤 했으니 그때마다 내 짝꿍 생각도 했지요. 물론 지금도 여름이면 물놀이 사고가 나오곤 할때마다 문득 문득 그 친구 얼굴이 스쳐지나가곤 한답니다.
연지가 진성이를 싫어하는 걸 보니 저 어릴적 모습이 있네요. 깍쟁이 여자아이의 모습.. 그리고 진성이가 연지 옆에서 히죽 웃어 줄수가 없어졌을때 너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연지의 조금은 넓어진 마음밭을 쓰다듬으며 꼬옥 껴안고 토닥여 주고도 싶었구요..
이 창작 동화는 맹앤앵의 첫번째 동화책이네요. 연지와 진성이를 통해 오해와 연민 그리고 이별과 그리움..미안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동화책입니다. 그리고 조금은 넓은 가슴으로 서로를 이해하며 한박자 느린 탓에 할 말을 못하고 끙끙 앓는 버릇이 있는 어른이라고 하는 부류의 어른아닌 어른이지만 그 버릇을 고쳐야 겠단 생각도 하게 해 주는 책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