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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아닌 두통이 찾아왔다. 골치가 아팠다.
내내 괜찮다가 잠자리에 막 들려고 하니 고통이 엄습했다.
편두통이 아니라 머리 전체가 울리고 있었다.
일단은 버텨보았다. 두통약은 일부러 먹지 않으려고 참아보았다.
그리고 잠자리에 가만히 누워 두통이 사그라들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근데 쉬이 두통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누워 있는 내내 원인을 짚어보았다.
원인 규명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떠오르는 한 가지 이유는 최근에 사고 싶은 책이 있었는데 그 책을 사기 위해 이리저리 궁리하고 집착하고 있었던 것이 큰 원인으로 떠올랐다.
두통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2시간이 경과하고 궁여지책으로 두통약을 1알 삼키고야 만다.
그리고 또 다시 1~2시간 몸을 뒤척였다.
근데 두통약을 먹으면 곧바로 30분 후 머리의 신열이 가라앉고 어지러움과 메쓰거움이 진정되는데 1시간이 경과해도 쉽게 멎지 않는 것이었다.
그냥 다 지나간다고 그냥 다 지나간다고 되뇌일 뿐이었다.
그리고 3시간 만에 고통없이 스르르 까무룩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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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출판 시장의 순수 문학. 순수 문학. 독자층이 3000명이라고 한다.
3만명도 아니고 3000명이라고 하니 정말 많은 안타까움과 동시에 많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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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이라는 것은 애초에 없다.
본질이라는 것은 존재하지도 존재할 수도 없다.
생각을 해봐라. 우리들이. 우리들이라는 고귀한 한 조각이 빠져버리면 이 우주가 완성되고 완전 무결하게 존재할 수 있을까?
흔히들 그렇게 주장한다.
이 영화의 본질은 말이야 이러쿵저러쿵해. 너가 잘못 짚었어.
이 게임의 본질은 내가 좀 아는데(?) 이래서저래서 그래.
근데 따지고 보면 그건 그 사람이 그 전문가의 시선과 관점으로만 보고 판단한 오직 그 사람의 시점일 뿐이다.
일례로 야구 경기를 보더라도 야구 경기는 각자의 역할(이게 그 사람의 본질이다) 이 존재할 뿐이다.
야구 경기를 하는 선수가 존재하면 야구 경기를 하는 선수는 열심히 야구 경기를 팀이 승리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는 그 사람만의 본질이 있고.
야구 경기를 감독하고 판정하는 심판은 그 경기를 공명정대하게 판정하고 깨끗하게 그 경기를 이끄는 것이 목표고 역할이다.
그리고 그 경기를 관람하는 야구의 팬들은 야구 경기를 즐겁게 때로는 스트레스 받으면서 일희비일 하면서 그 경기를 온전히 즐기는 것이 그 사람의 몫이고 역할인 것이다.
(여기서 중요 대목) 그리고 대중은 그 야구 경기의 깊은 내용이나 야구 외적인 경우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예민하게 자기 의사를 표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야구 팬으로써 야구 팬들만이 열광하고 반응해야 할 야구 팬들만의 의무가 존재한다는 말씀이다. 야구 팬들은 야구 경기에 승패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야구 선수의 일거수일투족에 환호하고 때론 실망하고 야구 선수의 야구 경기 외적인 야구 경기와는 아무 상관이 없을 잡다한 인성이나 인품에 반응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말이다.
물체는 수없이 수많은 분자들의 총합이고 분자들을 이루는 수없이 많은 원자들의 총집합이다. 거기서 우리들이 흔히 본질이라고 하는 믿고 있고 핵이라고 믿는 것은 그 현상의 촉매제고 그 화학반응의 온도이고 크리티컬 매스인 것이다.
그러니까 불필요한 그리고 중요하지 않은 온도란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모든 원소 하나하나 모든 현상 하나하나 모든 사건 하나하나 모든 에피소드 하나하나 모든 온도 하나하나가 핵이고 본질인 것이다.
그보다 우수하고 그보다 더 중요하고 그보다 더 우선순위로 존재하는 본질이라는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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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t have item . 이라는 리스트를 꾸준히 작성하고 있다.
그리고 그걸 매일 습관적으로 뒤져보고 매일 들여다 본다.
근데 그 이후가 문제다.
그걸 드디어 손에 손아귀에 쥐게 되더라도 그 환희는 잠시.
이내 다른 아이템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그토록 원하고 갈망하던 아이템은 이제 뒤전. 다른 아이템에 온 정신과 정성을 쏟는다.
그러니까 주객이 제대로 전도 되었다.
아이템에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근데 여기서 중요 대목은 거의 20년간 꾸준히 나의 욕망과 니즈(needs)는 책에만 꽂혀있었다.
오직 책만이 최우선 순위었다. 근데 그 관점이 최근에야 변하고 말았다.
그러니까 다른 것을 찾고 다른 상품에 관심을 조금 틀게 되는 것이다.
아무튼 이마저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꾸준히 나의 욕망을 때론 채우고 대론 비우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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