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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물
전건우 지음 / &(앤드) / 2024년 6월
평점 :
딱히 한국식이라고 규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가장 한국인에게 잘 먹히는 호러 작가로 전건우를 꼽는 것을 주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삼백 페이지가 안 되는 정도의 책이라서 금방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맞아서 침대에 누워서 이쪽저쪽으로 몸을 돌려가며 금새 읽어버렸다. 비단 얇아서가 아니라 이야기가 탄탄해서 그 흐름대로 그대로 따라 읽는 것이 너무 재미가 있고 다음 이야기가 흥미로와서 눈을 뗄 수가 없어서이기도 하다. 가독성 그런 걸 궁금해하는 사람이라면 바로 이 책이 바로미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방송사에서 수귀를 소재로 삼아서 프로그램을 촬영하고 있다. 그들은 전문가와 무속인을 대동해서 수귀가 출몰한다는 그곳으로 향했다. 막내 작가 민시현이 주 등장인물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처음부터 순조롭지 않았던 촬영이었다. 민시현의 선배 작가는 이런 저런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면서 조심할 것을 당부했다. 이 촬영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을까.
사람이 사라지고 죽은 채로 발견되고 비가 오고 전기가 나가고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고 나무가 쓰러지고 그로 인한 사상자가 발생을 하고 계속적인 사건이 연달아 발생을 한다. 긴장이 고조되는 시기다. 이 마을이 예전에 물이 잠겼던 곳이고 그때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는 것 외에도 이 이야기 속에서는 진짜 원한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수귀가 등장을 한다. 사실 그 수귀의 복수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어서 그것이 귀신임에도 불구하고 그래, 너 마음대로 해보라고 응원해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악한이 있는데 사람이 그 악한을 감당하지 못할 거라면 차라리 귀신이라도 나서서 처리를 해 주는 것이 더 낫지 않은가 말이다. 귀신이라고 무조건 나쁘고 사람이라고 무조건 착한 것이 아니라는 고정 관념을 타파하는 순간이다.
작가는 사이코메트리 능력이 있는 민시현을 내세워 판타지 느낌을 더하면서 무속인인 윤동욱을 내세워서 호러적인 면을 보충했다. 서로 다른 능력이 있는 두 주인공을 기둥으로 해서 착실하게 이야기를 쌓아가고 있다. 굿을 하면서도 너무 세부적인 묘사에 빠지지 않아서 오히려 깔끔한 느낌을 더하고 귀신이 나올 법한 장소의 설명을 하면서도 잡다하게 길게 늘어놓지 않아서 오히려 더 상상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다. 호러를 가장 사랑하는 장르라고 말하는 작가의 역량이 고스란히 묻어 나오는 한 편의 이야기다. 이 멋진 캐릭터를 한번만 써먹는 건 좀 아깝다 생각했는데 이 이야기의 속편인 [어두운 숲]이 있어서 다행이다. 사실 두 편도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괜찮다면 같은 주인공으로 몇 편 정도는 더 계속되어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