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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숲
전건우 지음 / &(앤드) / 2025년 12월
평점 :
이제야 알았네. 왜 작가님의 책들은 속편인 이야기가 없는지 말이다. 이 주인공은 다음 번에 또 나와도 괘찮은데 싶기도 했었는데 이어지는 이야기가 없어서 내심 궁금했더랬다. [어두운 숲]의 작가의 말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왜 속편이 없었는지 그리고 이번에는 왜 [어두운 물]의 후속작인 [어두운 숲]이 나왔는지까지도 말이다. 그렇다. 이 이야기는 어두운 숲의 주인공이었던 민시현과 윤동욱의 일 년 후의 이야기다.
어어.
이 두 글자가 이토록 섬짓할 수가 있을까. 책 속에서는 폰트를 달리 해서 적어 두었는데 이 폰트가 무슨 글자체인지 진심으로 궁금해진다. 그냥 어어 두 글자 적어 두었을뿐 인데 호러감을 품고 있는 그 글자체는 스스로 살아서 움직이면서 어어하는 소리와 함께 공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작가가 어떤 느낌으로 그 글자를 적어두었는지 너무나도 잘 알기에 편집자가 찾은 것일까 아니면 작가가 직접 폰트를 찾은 걸까. 그것까지도 알려주었다면 좋을 뻔 했다. 아니 나만 그게 궁금한 것이려나. 사실 이 글자체는 전작인 [무서운 물]에서도 등장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방송작가였던 민시현은 수귀를 만난 후 아예 일을 그만두고 전직했다. 이제는 웹소설을 쓰고 있다. 편집자와는 동갑으로 처음에는 서먹했으나 지금은 말도 놓고 여름 휴가도 같이 갈 만큼 편한 사이가 되었다. 그들이 휴가 장소로 선택을 한 곳은 전적으로 편집자의 의도가 담겨 있는 이른 바 빨래 숲이다. 빨래가 걸려 있다고 해서 빨래 숲이 아니다. 시체가 빨래처럼 널려 있다고 그런 명칭이 붙은 것이다. 동호회 모임을 하던 편집자가 그곳에서의 캠핑을 추천했고 민시현은 싫으나 좋으나 모든 것을 편집자에게 맡긴 이상 참석하게끔 되어 있던 것이다. 그곳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제목은 어두운 숲이라고 했지만 무서운 숲 또는 무거운 숲 또는 섬짓한 숲 그것도 아니면 섬뜩한 숲 등 온갖 기괴한 단어는 다 가져다 붙여도 좋을 정도의 이야기다. 어찌 보면 전작처럼 사람과 귀신에 얽힌 이야기인 것 같다가도 이번에는 조금은 더 사람과 자연에 얽힌 것 같다는 그런 느낌이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내 생각해본다. 어두운 물 그리고 어두운 숲. 만약 다음 이야기가 또 있다면 무엇으로 삼겠는가 하면서 말이다. 어두운 길, 어두운 땅, 어두운 늪, 어두운 달, 어두운 방, 어두운 현 등등. 한 글자가 아니라면 그 범위는 더욱 넓어질 게다.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은 어두운 도시였으니 말이다. 어차피 도시에서 사는 그들이 살아가는 공간에서 귀신을 마주할 빈도가 더 높지 않은가. 도시라고 귀신이 없으리라는 법도 없으니 말이다. 그러니 부디 작가님은 다음 이야기를 내어줘야만 할 것이다. 네 차례야 라고 적어 놓은 걸 나는 봤으니 이 문장을 작가님께 돌려드리고 싶다. 네 차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