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 단편선 소담 클래식 6
에드거 앨런 포 지음, 임병윤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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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실린 일곱 편의 단편들 중 <검은 고양이>와 <도둑맞은 편지>는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정확히 어디서 어떻게 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검은 고양이는 아마도 리딩 교재에서 읽었던 것 같다. 비문학이 주로 나오는 모의고사 문제집과는 달리 리딩 튜터나 리더스 뱅크 같은 리딩 교재들은 간혹 기존에 있는 문학이나 이야기들이 나오기도 해서 읽는 재미를 준다. 단편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 길이가 있으니까 다 실리지는 않았을 거고 간략하게 줄거리 정도만 나왔어도 오 굉장한 이야기다라고 생각할만큼 흥미로운 그런 이야기였다.

도둑맞은 편지는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 분명 이 이야기 아는데라고 생각했고 이 트릭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알았다. 지도에서 지명을 찾기 게임을 할 때 작은 글씨가 아닌 넓게 펼쳐진 글씨를 선택하는 것이 훨씬 더 찾기 어렵다는 그런 비유도 이이 알고 있었다. 문제는 대체 내가 어디서 이 단편을 읽었냐는 거다. 아마도 추리소설 단편집이나 그런 앤솔러지 작품집에서 이 이야기만 읽은 것은 아니었을까.

호러적인 면을 강조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데 뛰어난 재능을 지닌 작가가 바로 이 앨런 포다. 남긴 작품 중에서도 호러의 비중이 훨씬 많고 단 한 편의 장편만 있을 정도로 단편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단편이라고 해도 이야기가 두루뭉수리하게 끊기지 않고 기승전결이 명확히 구성되어 있어서 어 이렇게 되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을 가지지 않게 만들어 준다. 검은 고양이같은 꽉 착 그런 결말을 좋아하는 편이다. 역자 후기에서는 마지막 이야기인 <유리병에 담긴 편지>가 별 재미가 없는 것 같으면서도 실은 이유를 밝히고 있다. 마지막 한 마디의 외침 때문이라고 했는데 그 이유가 정당하다는 생각이다. 나 또한 그런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그저 그런 어찌보면 살짝 지루할 법도 한 이야기 같은데 왜 이 이야기를 실었을까라고 생각한 이유에 대한 보답이 바로 마지막이었다.

앞에서 얘기한 두 작품은 이미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포의 가장 유명하다고도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 <어셔가의 몰락>이라던가 <모르그의 가의 살인>은 낯설었다. 제목만 익숙했다.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많기 때문이겠지. 그래서인지 더 몰입해서 읽혔다.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기억해 두겠다는 심정으로 찬찬히 읽어본다. 왜 대표작이라고 하는지 어느 정도 이해하겠다. 이 책을 읽고나니 포의 단 한편 뿐이라는 장편이 궁금했다. 그 작품에는 무슨 내용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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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깃든 산 이야기 이판사판
아사다 지로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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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후기는 영화 파이란의 대사로 시작하고 있다. 영화를 보았기에 그 대사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주 잘 알고 있다. 파이란은 아사다 지로의 러브레터를 원작으로 삼고 있는 영화다. 러브레터라고 하면 이와이 슌지의 오겡키데스까 와타시와 겡키데스만 기억하고 있는데 동명의 소설이 또 있나보다. 하기야 러브레터라는 제목의 이야기가 어디 한 둘일까. 편집자는 작가의 책을 처음 보고 반해서 이 작가의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했다. 전부라고 하기에는 그렇지만 어느 정도 팬심도 섞여 있는 그런 책이라 할 수 있다.

비교적 짧은 이야기들이 가득한 책이다. 원래 이 이야기들이 처음부터 다 하나의 책에 있던 것은 아니고 여기저기 발표된 미타케산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하나로 묶은 것이다. 그래서 어떤 연결점이 있다기 보다는 몇몇 이야기에서는 반복해서 나오는 장면들도 있다. 가령 이모가 아이들을 불러놓고 자기 전에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런 장면들이다. 이모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그 이야기들은 너무 무서워서 잠을 못 잘 정도이거나 또는 오줌을 찔끔 쌀 정도로 아이들의 영혼을 흔들어 놓거나 하지는 않는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는 아이들도 있고 그 이야기의 끝이 궁금해서 끝까지 참는 나 같은 아이도 있다.

영산이라 불리는 미타케산 그곳에는 대대로 이어지는 신관이 존재하고 작가는 실제로 그 가문의 후손이다. 그런 그가 어려서부터 들은 이야기들을 묶어 놓은 것이라 하면 딱 맞으려나. 자전적 괴담집이지만 미리 말한 대로 그렇게 막 소름끼치게 무서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시절 그 지역과 관련된 사람들의 생각이나 생활습관들을 엿볼 수 있게된다.

동반자살을 꿈꾸던 한 남자와 여자. 유곽 출신이던 여자는 인정을 받지 못했고 그렇게 붉은 끈으로 서로를 엮고 이 곳을 찾아왔다. 신관의 설득으로 죽을 생각은 버린듯 했지만 그것도 잠시 그들은 결국 자신들이 선택한 대로 행했다. 하지만 이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조금은 더 생각해보게 만든다. 여우 귀신이 쓰인 아가씨라던가 영산을 찾은 수행자 등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을 읽는 것도 새로운 즐거움을 준다. 특히 전반적으로 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이혼을 하고 돌아온 이모의 존재는 강력하다. 무언가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말이다.

실제 이야기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지어낸 것이 뻔함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이면 또 다르개 느껴진다. 이 모든 이야기들이 자전적 이야기라는 것이 그 긴장감을 배가 시켜준다. 짧은 이야기들이 여러편 있어서 시간이 많이 걸리지도 않는다. 하나씩 자기 전에 읽어도 좋을 것이다. 이모가 들려주는 잠자리 이야기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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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캐빈 10
루스 웨어 지음, 유혜인 옮김 / 필름(Feelm)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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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봤다. 내가 봤다. 핏자국을. 그녀를. 얼굴도 기억이 난다. 내 옆방에 있던 그녀가 바다 속으로 사라지는 걸 목격했다. 담당자에게 신고를 했다. 자초지종을 설명을 했다. 둘이서 옆방으로 가 본다. 누가 있었다는 흔적은 커녕 깨끗한 빈 방이다. 물론 내가 아까 보았던 그 자국은 인제 있었냐든 듯이 사라졌다. 원래 그 방은 사람이 없었단다. 오기로 되어 있었던 사람이 안 왔다는 소리다. 그럼 내가 본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대체.

이 배에는 살인자가 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나 뿐이다.

147p

작가의 전작을 읽은 적이 있어서 그 느낌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마구잡이로 저질러지는 연속적인 살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피 튀기는 사건 현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두근거림을 느끼게 해주는 글맛을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쓴다는 것을 말이다. 이 역시도 마찬가지다. 호화 크루즈라고 했지만 실제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작은 크기의 크루즈다. 그곳을 취재하기 위해서 로는 승선을 했다. 사실 로의 상태는 그닥 좋지 못하다. 여기 오기 전 집에서 강도를 만난 것이다. 가장 안전해야 할 내 집 내 방 문 밖에 낯선 사람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면 그 공포스러움은 이루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상황이라도 승진의 기회가 될 지도 모를 일을 거절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배는 출발을 했다.

나는 결백하다고 하지만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을 때의 절박함이란 어떤 느낌일까. 내가 분명 보았는데도 나 말고는 그 어떤 사람도 보지 못했다고 한다면 그건 진짜 내가 본 게 맞는 것인지 나를 의심해 봐야 하는 것일까. 그렇게 시작된 그녀 찾기 여행을 로는 내내 하고 다닌다. 실제로 자신이 찾아낸 증거들이 자꾸 사라지는 걸 보면 약간의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기 마련이다. 누군가 자신이 그녀를 찾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는 그런 생각.

배에서의 일과는 별도로 중간중간 로의 남자친구인 주다가 보낸 이메일이 첨부되어 있다. 그녀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것에서 시작한 자료들은 점점 심각성을 띄면서 로의 실종을 알리는 기사까지 나오게 된다. 시간상으로는 로가 배에 있었던 것보다 약 일주일 정도 후의 일이다. 대체 그 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현재의 일이 이러하다면 과거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임에 분명한데 사라진 여자를 찾던 로가 사라졌다는 것은 누군가 원래의 사건을 숨기기 위해서 로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과거에서 진행되는 로의 이야기와 현재에서 언급되는 각종 자료들의 내용이 매치가 되지 않으면서 생기는 합리적인 의심은 그 사이에 벌어진 범죄일 지도 모르는 사건에 대해서 상상하게 만든다.

심리스릴러의 가장 장점은 일어나는 사건에 더해서 벌어지지 않았지만 혹시라도 있었을지 모를 일들에 대한 상상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머리 속에서 하는 상상과 눈으로 읽는 텍스터가 결합이 되면서 긴장감을 형성하며 그 긴장감이 극대화될 때 비로소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된다. 작가는 그 점을 가장 명확하게 잘 알고 포인트를 적절하게 배치했다고 볼 수 있겠다. 지난 3월에 작가의 신작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때도 역시나 대단하다 나는 이 작가를 좋아할 수 밖에 없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 책 또한 그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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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곧 죽을 텐데
고사카 마구로 지음, 송태욱 옮김 / 알파미디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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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흥미로와 궁금해지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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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곧 죽을 텐데
고사카 마구로 지음, 송태욱 옮김 / 알파미디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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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굉장히 인상적인 제목이었다. 사람이라면 다 죽는 것은 동일하다. 무슨 철학적인 느낌마저도 내포하고 있는 그런 느낌이랄까. 아니면 자포자기한 그런 느낌도 든다. 어차피라는 부사가 그런 느낌을 아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아주 명확하다. 하루살이회.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람들의 모임이다. 그래서 더 큰 관심이 갔다.

온라인에서 모임을 가지던 그들은 오프 라인에서도 가끔씩 모임을 가졌다. 이번에는 이박삼일의 일정이다. 별장에서 모임을 가지기로 한 것이다. 그들의 모임에 탐정인 나나쿠마와 조수 야쿠인이 초대되었다. 이야기는 그렇게 나나쿠마와 야쿠인을 그곳으로 향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뒷표지의 줄거리에 따르면 별장에서의 둘째날 홀에 걸려 있는 그림이 훼손을 당하고 회원이 죽은 채로 발견된다고 되어 있다. 이 이야기를 읽기 전에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었다. 이 별장에 모인 사람은 한정적이고 누군가가 죽었다면 그것은 살인사건인가 하고 말이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해 보면 여기 보인 사람들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람들이고 중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보면 언제 어떻게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것은 사건이 아니라 병사일 수도 있지 않은가. 그 조건을 위해서 작가는 시한부라는 것을 설정해 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이야기 속에는 몇 가지 트릭이 존재한다. 그 중에 하나는 서술 트릭이다. 나 또한 그 트릭에 속아 넘어갔다. 사실 나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서술 트릭에 잘 속는 편이다. 그것은 내가 아주 강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것은 이래야 돼라는 고정 관념이 자리 잡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기억 상으로 어떤 이야기 속에서도 서술 트릭을 잘 간파했던 적이 없었고 당할 때마다 앗 하면서 놀라곤 한다. 이번에도 역시나였다.

그런 트릭 뿐 아니라 게이고의 소설 속에서 보이던 기법도 존재한다. 그 정도까지는 파악해 낼 줄 알았는데 다음 사건이 저질러지고 나서야 앞서의 사건을 의심했다. 한발 늦긴 했어도 완전히 속아 넘어가진 않았다. 다만 궁금했다. 왜 그런 일을 해야만 했는지 말이다. 이 작품은 작가의 데뷔작이자 문고 그랑프리 수상작이다. 그래서인지 나처럼 장르 소설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라면 하우더닛이나 와이더닛처럼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을 왜 이리 자세히 설명을 해 놓았을까 하는 약간의 의문점을 가질 수도 있는데 그런 모든 점은 데뷔작이라서 친절하게 설명을 해 놓았다고 넘길 수도 있을 것 같다. 자 이체 첫발은 내디뎠다.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미스터리 #탐정 #일본미스터리 #어차피곧죽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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