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일상생활 1
서현주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정말 오랜만에 다시 읽게 된 서현주 작가님의 '그들의 일상생활'

배경은 99년~2000년 정도다. 아, 정말 까마득하게 시간이 흘렀구나. 벌써 이 작품 나온지 십수년이 되었으니...

아이돌 그룹 sos는 데뷔 일년 만에 큰 인기를 얻었는데 사실 오합지졸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다.

리더 고민 군은 춤실력은 좋으나 타고난 음치고, 화려한 외모와 막강 재력을 겸비한 추광채는 성격파탄자다.

광채의 가정부이자 베프인 신비 군은 걸어다니는 종합병동이고, 소속사 사장의 아들 명소소는 바보 천치다.

이렇게 정상적으로 보이는 애가 하나도 없음에도 그 조화가 재밌다.

소심하기 짝이 없는 고민 군을 섬세하다고 표현하는 신비가 가장 어른스럽다.

사실 뒷부분 내용까지를 고려하면 가장 아픈 손가락이다.

사회에서는 바보라고 손가락질 당할 것 같은 소소에 대한 명사장의 명쾌한 진단은 쿨하기 짝이 없다.

이런 아빠가 있다면 어느 누구도 왕따 당하지 않고 살 것만 같다.

의외로 무신경해 보이는 신비 군에 비해 내심 따스하고 사실상 민감하기까지 한 감성의 추광채 군도 매력적이다.

고민 군이 좋아하는 과자를 내미는 과정에서 요즘 참 핫한 '허니 버터 칲'이 떠올랐다. 오늘 딱! 한 개 먹어봤기에...ㅎㅎㅎ

가장 인간적으로 평범하고 보통의 사람에 속하는 고민 군도 알고 보면 여러 사정이 겹친 인물일 것이다.

오래 전에 읽어서 전체 내용이 다 생각이 안 나지만 이 참에 다시 한 번 제대로 읽어보리라. 미련이 남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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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강의 연수중. 좋다.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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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facebook.com/dreamfactoryboss#!/painterstone?fref=photo

 

 

내가 아는 만화가 그 석정현 씨 맞겠지? 참 슬픈 그림이다. 저리 해맑게 웃고 있다. 굿바이가 아닌 굿모닝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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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 2014-12-25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얄리.. 밀짚모자..
수많은 ...

마노아 2014-12-26 08:39   좋아요 0 | URL
죽음은 본시 슬픈 것이지만 올해처럼 이렇게 어마어마한 규모는...ㅠ.ㅠ

순오기 2014-12-26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우리집 성탄트리는 `리멤버 0416`

마노아 2014-12-27 11:30   좋아요 0 | URL
모두가 리멤버 0416이 되어야 할 텐데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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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봄 - 장영희의 열두 달 영미시 선물
장영희 지음, 김점선 그림 / 샘터사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오랜만에 마주하게 된 장영희 선생님 글이다. 그리고 역시 오랜만에 보게 된 김점선 선생님의 그림. 두분의 조화가 참으로 곱다. 잘 어울리는 한쌍이다. 지금도 좋은 곳에서 두분이 두런두런 사이 좋게 담소 나누며 살고 계실 것만 같다.

 

바람 속에 답이 있다 - 밥 딜런

 

얼마나 많은 길을 걷고 나서야

그는 진정 사람 취급을 받을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바다 위를 날아야

흰 비둘기는 백사장에서 편안히 잠들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포탄이 휩쓸고 나서야

세상에 영원한 평화가 찾아올까.

얼마나 오랜 세월을 살아야

다른 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친구여, 그 답은 바람 속에 있습니다.

그건 바람만이 대답할 수 있습니다. (부분) -89쪽

 

밥 딜런이 고인이라고 생각했다. 응? 살아 있네? 밥 딜런이 꼬불꼬불 머리를 가진 흑인이라고 여겼다. 잭슨 파이브 시절의 마이클 잭슨 외모를 떠올렸다. 얼라, 근데 아니네? 그럼 내가 생각한 건 누구지???

 

노래도 있다. 퍼오고 싶었는데 아이프레임이라 주소만...

 

http://youtu.be/vWwgrjjIMXA

 

 

존 레논의 이매진을 떠올리게 한다. 얼마나 많은 길, 시간 뒤에 평화가 올 거냐고 묻는다면, 인류가 살아 있는 한 불가능한 건 아닐까, 라고 생각이 들지만, 크리스마스 2부에 말하기에는 너무 부정적이구나.

 

음유시인으로 잘 알려진 밥 딜런의 유명한 노래 <바람 속에 답이 있다>의 가사입니다. 오래전부터 딜런에게 노벨문학상을 수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의 시들이 셰익스피어나 T.S. 엘리엇에 견줄 만하다고 책을 쓴 영문학자 소식도 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딜런(그가 좋아했던 영국 시인 딜런 토머스에서 따온 이름)의 시는 사람(a man)이지만 사람이라고 불리지 못하는 사람들(오랫동안 흑인 남자는 boy라고 불렸죠), 자유가 없는 사람들, 전쟁 속에서 희생되는 사람들의 '사람답게 살 권리', '생명을 지킬 권리'를 위해 싸우는 저항의 목소리, 그리고 '다른 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줄 아는 따뜻한 마음으로부터 나옵니다. 그가 다른 유명한 시인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의 시들은 책 속에 있지 않고 우리 삶 속에 있다는 것입니다.  -90쪽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학급 자치 활동 시간에 두명씩 짝을 지어서 시를 발표하게 했다. 한 명은 시를 준비하고 다른 한명은 배경음악을 준비하면 되는 거였다. 내가 고른 시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못한 길'이었다. 내 짝이 무슨 곡을 준비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짝꿍 얼굴도 생각나지 않으므로...;;;;

 

그렇게 알게 된 로버트 프로스트의 이 시도 반갑다.

 

자작나무 - 로버트 프로스트

 

인생은 꼭 길 없는 숲 같아서

거미줄에 얼굴이 스쳐 간지럽고 따갑고,

한 눈은 가지에 부딪혀 눈물이 나기도 한다.

그러면 잠시 지상을 떠났다가

돌아와 다시 새 출발을 하고 싶다.

세상은 사랑하기 딱 좋은 곳

여기보다 좋은 곳이 또 어디 있을까. (부분) -117쪽

 

잠시 떠나고 싶지만 영원히 떠나고 싶지는 않은 곳이 바로 이 세상입니다. 어차피 운명은 믿을 만한 게 못 되고 인생은 두번 살 수 없는 것. 오늘이 나머지 내 인생의 첫 날이라는 감격과 열정으로 사는 수밖에요. -118쪽

 

잠시 떠나고 싶지만 영원히 떠나고 싶지는 않은 곳이 바로 이 세상이고, 또 대한민국인 것 같다. 정치가 경제가 사회가 하 수상하고 어지러워서 떠나고 싶다고 생각할 때가 있지만 내가 태어나 내 모국어로 말할 수 있는 이 익숙한 공간을 영원히 떠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세상이 그런 것 같다. 오늘이 나머지 내 인생의 첫 날이라는 표현은 몹시 감동적이고 낭만적이지만 한편으로는 또 굉장히 아찔한 말이기도 하다. 그 옛날 무릎팍 도사에 나왔던 최진실이 다시 2,30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그 시절을 어떻게 헤치고 왔는데 다시 돌아가냐며, 지금이 제일 좋다고 말했던 게 떠오른다. 그렇게 말했던 그녀가 얼마 뒤 스스로 세상을 등지지 않았던가. 아, 역시 오늘 떠올리기엔 너무 슬픈 사람이다.

 

낙엽은 떨어지고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가을이 우리를 사랑하는 기다란 잎새 위에,

보릿단 속 생쥐 위에도 머뭅니다.

머리 위 마가목 잎이 노랗게 물들고

이슬 젖은 산딸기 잎새도 노랗습니다.

 

사랑이 이울어 가는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슬픈 우리 영혼은 지금 피곤하고 지쳐 있습니다.

헤어집시다. 정열의 계절이 우리를 잊기 전에

그대 숙인 이마에 입맞춤과 눈물을 남기며. - 143쪽

 

이 시는 원문의 느낌이 어떨지 내가 알 수 없으나, 번역이 더 기가 막힌 게 아닐까 싶다. 사랑이 이운다는 표현도 그렇거니와 헤어집시다!라고 잘라 말하는 데에서 더 큰 사랑과 절망이 느껴진다.

 

직장에서 거의 유일하게 따스한 공간이 도서관이다. 그곳에서 천천히, 온기를 느끼며 이 시들을 읽었다.

짧지만 황홀했던 시간이었다. 아름다운 시와, 신나는 캐롤송을 들으며 멋진 성탄 2부를 맞이해야겠지만, 현실은 어디 그렇던가.

 

그래도 오늘은 야곱과 함께 모처럼 시간을 보내는 날. 작은 촛불이 있을 것이고 와인도 있을 것이다. 잠시 다른 것들은 내려놓고 훈훈해 지자. 그래도 된다.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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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4 2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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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너머 1318 그림책 2
이소영 글.그림 / 글로연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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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거울을 들여다보는 머리는 온통 뿌옇게만 보이는 세상이 답답하다. 수많은 머리들이 앞다투어 가고 있지만 그들이 모두 방향을 알고 가는지도 의심스럽다. 그러나 남 걱정할 때가 아니다. 나 역시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기는 마찬가지. 그때 저 너머에서 웬 구멍 하나가 머리를 끌어당긴다. 그것은 마음의 소리, 마음의 호출이다.

그리하여 마주치고 목격하게 되는 수많은 마음 덩어리들. 그 안에는 욕심도 있고 불안도 있고 질투도 있다. 상처받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똘똘 뭉친 오기도 보이고 허전해서 비어 있는 마음, 그리고 1등에 대한 압박감으로 무거워 어쩔 줄 몰라하는 마음들도 있다. 자연스럽게 욕망을 따라갔을 뿐인데 그것들에 눌려 마음이 짓이긴다. 머리도 어찌하지 못하는 상태.

그리고 다시 목격하게 된 빛 한자락. 자연스럽게 따라가 보았다. 그리고 마주하게 된 또 다른 나. 있는 그대로의 나.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마음 다 떨궈내고 마주하게 된 진정한 나 자신. 내가 만나고 싶었던, 보고 싶었던, 손 잡고 싶었던 내가 그곳에 있었다.

머리로만 생각하고 판단했을 때에 가던 길, 마음이 가는 곳 따라 갔던 길이 모두 마땅하지는 않았다. 머리의 판단도, 마음의 충고도 때로는 그릇된 선택을 하게도 한다. 그럴 때는 좀 더 본연의 나로 돌아가고 생각해야 한다. 그림자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제대로 보아야 한다.

실크스크린에 전사해서 만든 그림들이 무척 독특했다. 많이 추상적이어서 꽤 어려운 편이다. 어린이 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2014년 볼로냐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선정 작품이라고 한다. 와우, 대단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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