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나는 없었다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1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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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내면의 맨얼굴을 목격했다. 그 끔찍함을 덮기 위해 내뱉는 말들의 공허함에 연민과 공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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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8월의 첫날엔 뮤지컬 시카고를 보았다. 정식 오픈은 다음 날이었고 그 전에 진행한 드레스 리허설이었다.

홍보를 겸한 행사로 이층 무대가 단 돈 만원!

친구가 이 표를 잡지 않았다면 펜타포트를 갔을 것이다.

그러나 혼자 가기엔 인천 락페는 너무 멀었음..ㅜ.ㅜ

 

정말 더웠던 날이다. 버스를 갈아타기 위해서 잠시 기다리는 그 순간 햇볕에 노출된 종아리가 익어가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신도림 디큐브센터에서 친구를 만나 밥을 먹고, 후식으로 꿀이 들어간 아이스크림을 먹고, 사전행사로 진행하는 응모권도 제출하고, 사진도 좀 찍고, 그리고 커피를 마시고 공연을 보았다.


 

시카고는 예전에 영화로 보았는데 내용은 똑같다. 당연히도~

최정원 씨는 배역이 무척 잘 어울린다. 예전에 지킬 앤 하이드에서 루시 역이 좀 별로였다고 생각했는데, 이분은 가창력보다는 춤 쪽이 더 빼어난 분인 듯. 아이비가 맡은 배역은 영화에서 르네  젤위거가 맡은 역할인데, 더 예쁘고 훨씬 날씬한 그녀지만 그렇다고 더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그 배역 자체라기보다는 그냥 연기하고 있다는 느낌!

 

공연 끝나고 행운권 추첨을 했지만 그런 행운이 내게 올...리가 없었다. 크흐,,,, 구두 정말 탐나게 예쁘더만!



이날 선물받은 귀고리가 꼭 시카고 같다.










 

2. 이튿날은 뮤지컬 드라큘라를 예매해 두었다. 멀리 진주에서 나의 뮤지컬 파트너가 올라왔다. 먼저 보고 온 친구가 류정한 외에는 볼게 없다고 했는데 그말이 딱!이었다. 요새 부실한 창작 뮤지컬이 많아..ㅡ.ㅡ;;;;;

 


사실 '드라큘라' 백작 캐릭터는 얼마나 매력적인 요소를 갖고 있는가. 트와일라잇이 달리 뜬 게 아니란 말이지. 게다가 노래 잘 하는 멋지구리 배우들을 데려다 놓고 이따구로밖에 못 만드나, 버럭!










 

3. 또, 뮤지컬이다. 그러니까 충동적으로 예매한 '꽃신'

위안부 할머니들의 얘기를 담았다고 해서 이건 보는 게 맞지!하며 예매했다. 윤복희가 출연한다고 하니 거기에 대한 기대도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윤복희 캐릭터는 너무 급조한 티가 났다. 혹시 윤복희가 참여 의사를 밝혀서 대본에 없던 캐릭터를 급하게 만들었나? 딱히 노래랄 것도 없고 말이다.


 

위안부 이야기를 다루면서 지나치게 신파로 흐르지 않은 것이 좋았다. 이분들의 세월에 대한 공감대가 잘 형성된 것 같아서 좋았는데, 그래도 이렇다 하게 꽂히는 노래는 없었던 게 살짝 아쉽다. 게다가 극장이 너무 외진 데 있어서 찾는데 애먹었다. 다시 찾아가려면 또 헤맬 듯!



 







4. 그림으로 보는 임진왜란은 두주에 걸쳐서 다녀왔는데 무척 좋았다. 혹시 재미 없으면 1강만 들을 생각에 하나만 신청했는데 듣고 보니 많이 좋아서 두번째도 수강했다. 첫번째 강의는 소개팅남과 같이 다녀왔는데 둘 모두 만족도가 높았다. 영화 명량 보고, 이어서 일본이 본 임진왜란 공부하고~ 뭔가 학구적인데! 이날 이후 핸드폰 물에 빠뜨려서 4일간 연락 두절이었다. 내게 연락을 했는지 안 했는지 나는 알 수 없고, 왠지 했을 것 같지만 나는 받지 못했고, 내가 아무 얘기 없이 무시했다고 생각했을 상대방은 다시 연락 없고, 뭐 그런 거다. 인연은 거기까지!



 









5. 역사강의에 탄력 받아서 한국사 영화관도 신청했다. 이날이야말로 찾느라 무지 애먹었다. 알려준 약도와 달리 공사중이어서 지하철 출구번호가 안 맞았던 것이다. 어플 켜고 찾아가는데, 그러고도 헤맴..;;; 덕분에 일찍 갔는데도 약간 늦게 도착했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자리에 앉았는데 모두들 열공모드.

 

강의는, 미안하게도 정말 재미 없었다. 내 옆의 사람들이 초집중해서 듣고 있는 게 이상할 정도로. 게다가 내용 중에 오류가 너무 많았다. 큰 줄거리가 틀린 게 아니라 소소한 것들이 틀린 거라서 크게 중요하진 않았는데, 그래도 틀린 것들이 내게 감지가 되니까 무더운 날씨에, 가뜩이나 재미 없어서 입이 삐죽 나온 내게는 더 큰 불만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과감히 그 다음 주의 2강은 수강하지 않음. 미리 신청 안 하길 잘했음. 역시 인생은 복불복!

 

6. 8월의 마지막 날은 보스와 함께~

 

이디야 뮤직 페스타가 있었다. 이디야가 수년 째 이어온 뮤직 페스타인데 초기엔 인디 뮤지션을 초대 했고, 몇 해전부터 규모가 급 커졌다. 이디야의 사업 확장세를 반영했나보다.

 

3차까지 이어진 응모를 모두 탈락했다. 친구도 동원했지만 친구도 떨어졌다.

그런데 누군가 못 가게 되었다며 표를 양도해 주었다. 앗싸!

표는 두장이어서 같이 갈 친구를 구해야 했는데 여기서 난관에 봉착했다.

1번 친구 선 보는 날 겹침

2번 친구 연극 예매해 두었음

3번 친구 선약 있음

4번 친구 임신 중이라 몸사리고 있음

 

냐하...;;;; 그래서 드팩민 중에 한분을 급 구해서 다녀왔다. 이분이 토요일날 롯데 백화점 면세점 행사 표를 구해놨는데, 이날은 내가 선약이 있어서 눈물을 머금고 포기. 일요일이라도 건진 게 어디랴!


 

늦게 도착해서 자리는 90도로 꺾어진 3층 자리였지만 그래도 공연의 열기를 느끼기엔 충분했다.

참가한 뮤지션들 모두 좋아~

슈퍼키드는 이승환의 '슈퍼히어로' 참여로 알게 된 밴드인데 보컬이 그렇게 잘 생긴 줄은 처음 알았음! 게다가 뜬금 없이 복근 자랑!!!!

장미여관은 언제나 유쾌한 밴드. 이번에도 큰 웃음 주었다.

조금 뜻밖의 출연자였던 이상우! 알고 보니 이디야 회장님 지인이라고. ㅎㅎㅎㅎ

아, 정말 옛날 가수다... 했지만, 그가 부르는 노래 가사를 다 알고 있는 나는 늙다리 팬...ㅎㅎㅎ

롯데 행사와 선곡 멘트 모두 똑같았다는 김범수가 나왔고, 아무 멘트 없이 쏘우 쿨하게 노래만 하고 들어간 자우림.

그리고 피날레는 울 공장장님~♡








 

뭐랄까. 뜨겁던 여름의 절정을 가차없이 불살라낸 느낌이었다. 더위 따위에 지지 않으리.. 뭐 이런 느낌도 들고~


 

8월은 중간에 학교를 바꾸는 과정이 있어서 심고생이 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그래도 잘 마무리를 해낸 것 같아 안도의 숨을 내쉬게 했다. 그 깊은 호흡 끝에 울 보스가 있었다. 언제나처럼 그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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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존 그린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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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라는 제목은 책 속에 인용된 책 속 구절이다. 제목 자체로는 인상 깊지만, 그 구절이 문맥 속에서 크게 인상깊지는 않았기 때문에 어떤 책이었는지 굳이 찾아보지는 않았다. 반면 영화 제목은 '안녕, 헤이즐'로 무척 평범하지만 대신 귀에는 쏙 꽂히는 제목으로 갔다. 책을 보고 크게 좋았다면 영화도 찾아 봤을 테지만, 책이 큰 감흥을 주지 못해서 영화까지는 찾아보지 않았다.

 

내가 서포트 그룹에 간 건 예전에 겨우 18개월짜리 자격 취득 교육을 받은 간호사들이 나한테 알아먹지 못할 외국 이름이 붙은 화학물질을 투여하게 놔뒀던 것과 같은 이유에서였다. 부모님을 행복하게 하고 싶어서. 세상에서 나이 열여섯에 암에 걸리는 것보다 더 지랄맞은 일이 딱 하나 있는데, 그건 암에 걸린 자식을 갖는 거다. -12쪽

 

암에 걸린 열여섯 소년 헤이즐, 자신을 위해 헌신하는 부모님의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기 위해서 내키지 않는 서포트 그룹에도 들어가서 다른 암 투병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적적으로 암을 치료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듣는다. 그곳에서 만난 어거스트와는 연인이 된다.

 

헤이즐에게는 인생의 책이 하나 있는데 제목이 "장엄한 고뇌"이다. 제목은 무척 그럴싸 하다. 이 책을 어거스터스도 읽게 되었다. 헤이즐은 책의 뒷내용이 너무너무 궁금하지만 작가는 뒷이야기를 쓰지 않고 있다. 그리하여 생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아이들이 마지막으로 쓸 수 있는 하나의 소원을 이 작가 만나는 데에 쓴다는 것까지는 무척 문학적이고도 낭만적이고, 극적인 짜릿함을 주어서 좋았지만, 그걸 표현해 내는 글발은 크게 와닿지 않았다. 사실 전반적으로 이 책의 내용은 많이 아쉽다. 소재 자체가 상투적이어서가 아니라, 그걸 담아내는 작가로부터 이것은 '소설'이야, 내가 지어낸 이야기야...라는 느낌이 너무 강하게 들어서 말이다. 이를테면, 작품으로 하여금 독자 스스로 감동받게 해야 하는데, 작가가 대놓고 '슬프지? 슬프지? 자, 이제 울어!'하고 강요하는 느낌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좋았던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두 주인공보다 그들의 부모님이 참 좋았다. 특히 헤이즐의 부모님들. 다분히 '이상적'인 캐릭터이긴 했지만, 이런 부모님들이 계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이 어린 딸의 긴 암투병에 당연히 지치고 무섭고 힘들텐데도, 그 와중에도 본인의 인생을 포기하지도 않고 절대로 뒷전으로 미뤄두지도 않는다. 그래서 엄마의 고된 도전에 딸 헤이즐도 격한 응원을 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작품을 보면서 아주 오래 전에 읽었던 '지상에서 가장 슬픈 약속'이 떠올랐다. 중학교 때였던가? 라디오에서 한참 광고를 하던 작품을 읽게 되었는데, 어린 내가 읽기에도 아주 식상했다. 그렇지만 베스트셀러였다. ㅎㅎ 이 작품도 물론 누군가에겐 아주 좋은, 재밌는, 의미있는 작품일 것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모두에게 다른 감흥을 줄 테니까. 어쩌면 영상으로 만나는 작품은 좀 더 다르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혹여 기회가 된다면 만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일단 우리의 만남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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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12-02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상에서 가장 슬픈 약속] 저도 읽었어요. 어릴적에. 라디오에서 엄청 광고했잖아요. 게다가 사춘기 소녀들을 흠뻑 빨아들일 제목이고 말이지요. 그렇지만 읽고 나서 되게 황당했던 기억이 나요. 여자가 남자를 찾아갔는데 마지막에 법정인가, 거기에서 눈 딱 마주치고 그냥 끝나버리는. 여자는 남자를 찾아가는 게 인생의 목표 같은 것이었는데 남자는 그렇지 않다, 뭐 이런 말 하는것 같아서 다 읽고나서 `이게 뭐여..` 했던 기억이 납니다. 마노아님도 읽으셨군요, 그 책을. ㅋㅋㅋㅋㅋ

마노아 2014-12-02 10:34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 책은 제목이 90% 먹고 들어간 것 같아요. 굉장히 기대하게 만들었는데 용두사미였죠.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의 티가 이렇게 나요. ㅋㅋㅋ
다락방의 꽃들도 그때 그렇게 광고했는데...^^ㅎㅎㅎ

다락방 2014-12-02 10:45   좋아요 0 | URL
라디오에서 했던 광고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게 영화 [엔들리스 러브(영원한 사랑이었나)] 에요. 톰 크루즈랑 브룩 실즈 주연이라고 광고를 엄청 했는데, 그당시 톰 크루즈 인기가 하늘을 찔렀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그 영화 보니까 톰 크루즈는 브룩 실즈의 오빠로 나오는 조연이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이런 미친 광고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노아 2014-12-04 06:50   좋아요 0 | URL
저 작년에 정은임의 영화 음악을 오래오래 들었거든요. 이게 20년 전 방송인데 광고 듣는 재미가 아주 컸어요. 손발이 완전 오그라들고요,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그런 제품들이 마구마구 나오더라구요. 격세지감을 느꼈달까요. ㅎㅎㅎ

[그장소] 2014-12-03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당시의 라디오 광고를 성우분이 하셨는데..그 목소리가 굉장한...!! 주말의 명화에나 나오시고 라디오도 황금시간대에 방송을 하시던 그런분..였는데..갑자기..이름이..(이...뇌를!!)암튼, 그 목소리에 혹해 외국번역서 사다 몇 번 읽었는데..
아닌말로..딱~로맨스소설 삘~ 다니엘 스틸,쥬드 데 브르, 피에르 뒤쉔느...앤 타일러 등등..
책값이 5000원 일때!

마노아 2014-12-04 06:51   좋아요 0 | URL
그 성우분 누굴까요. 저 한때 성우 목소리에 꽂혀서 마구 파고 다니던 때가 있었거든요. 지금도 장세준 씨의 죽음이 가슴아프답니다.ㅜ.ㅜ
책값이 5천원을 넘기지 않던 시절의 문화생활, 아 정말 아득하게 느껴지네요.
 

사고 싶은 신간 도서들! 일단은 좀 참아보자. 그렇게 결심했으니까, 좀 지켜보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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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 3- 세상을 깨우는 시대의 기록
EBS 역사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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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본 영화를 차마 12월에 페이퍼 쓸 수 없어서 부랴부랴 작성하는 날림 감상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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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제임스 건, 2014)


예고편만 보았을 때는 별로 눈이 가지 않았다. 외계 종족들이 비주얼이 내 취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작품이 마블사 것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급 호감이 생겼다. 나중에 어벤져스에서 다시 만날지도 모르잖아? 그런 기대감을 갖고 보았는데 기대보다 훨씬 재미 있었다. 초록 피부의 여주인공의 미모가 많이 아쉬웠지만, 그루트와 로켓의 케미가 정말 좋았다. I'm 그루트!로 모든 감정을 다 전달하는 이 섹시한 나무 캐릭터가 얼마나 근사하던지! 특히나 위아 그르투가 되는 순간 찡하기까지! 


가모라 역을 맡은 조 샐다나는 아바타의 여주인공을 맡기도 했는데 이러다가 외계인 전문 배우가 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아무튼 몸매는 끝내줬음! 작품에 깔렸던, 주인공 스타로드를 움직이게 하는 추억의 팝송들은 내가 거의 모르는 것들이지만, 그럼에도 내 귀에도 아주 좋았더랬다. 저 넓고 외로운 우주에서 지구를 추억할 수 있게 해주는 아이템으로 음악보다 더 좋은 게 또 있을까. 


기대하고 봤음에도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켜 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였다. 후편을 기다려보자.











56. 명량(김한민, 2014)


지난 달에 본 영화를 또 보게 된 것은 소개팅남 때문이었다. 마지막에 본 영화가 작년에 개봉한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라고 했다. 일년에 영화를 한 번 볼까말까 한 사람이라면 천 만 명 넘게 보는 그런 영화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었다. 사실 이거 말고는 내가 볼 영화가 없었음. 개봉작은 거의 다 보았으므로..ㅎㅎ


그래서 한 번 더 보았는데, 나쁘지 않았다. 결말을 알고 본다고 해서 재미가 떨어지는 영화는 아니었으니까. 해전의 스펙터클함을 다시 한 번 즐기는 것으로 만족했다. 이날의 영화를 완성해준 것은 사실 영화 끝나고 참석한 인문학 스터디였는데 마침 주제가 "임진왜란"이었다. 오호, 이건 뭔가 쿵짝이 잘 맞는 걸!









두번째 본 영화니까 별점은 생략~


57. 해적 : 바다로 간 산적(이석훈, 2014)


이 무렵에 내가 본 영화 중에서 가장 재밌었던 게 바로 해적이었다. 사실 기대는 군도, 명량, 해무 쪽에 더 걸었는데 해적이 훨씬, 훨씬 재밌었다. 정말 근심 없이 푸하하하핫 웃을 수 있었던 즐거운 영화! 



난 이렇게 무거운 연기도 가능하고, 가벼운 연기도 얼마든지 해내는 배우가 참 좋다. 선덕여왕에서 비담이 꼭 그런 캐릭터이긴 했다. 다만 이 작품의 옥의 티는 마지막에 괜히 무게감을 싣는라 앞의 내용과 결이 맞지 않는 '교훈'을 담았다는 건데 한마디로 사족이었다. 그냥 가볍게 웃고 끝나도 충분했을 텐데.



손예진은, 아... 정말이지 예뻤다. 난 저런 스모키 화장에 무한 매력을 느낌~ 헤어스타일이랑 옷도 모두 멋졌음.

고래랑 친구 먹은 어렸을 적 이야기는 사실 말도 안 되지만, 아무튼 후하게 다 봐주면서 봐도 좋을 설정들이었다.



올해 내가 본 한국영화에서 이경영이 나오지 않는 영화보다 나오는 영화가 더 많았다. 압도적으로! 대개 비슷비슷한 캐릭터들이어서 좀 싫증이 날 판이었는데(이를테면 '패션왕'의 그 비정한 아버지 역 같은~) 이 작품에서 모처럼 변신을 했다. 근데 이 캐릭터도 마지막에 손예진을 향해 이제껏의 행보와 어울리지 않게 인간다운 면을 보여줘서 이번에도 옥의 티! 그냥 악당답게 끝까지 독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이런 식의 여지를 남기는 게 한국 드라마의 흔한 설정이긴 하지만.



이 작품을 이야기할 때 유해진을 빼놓을 수가 없다. 개그의 80%를 혼자 담당한 것 같다. 사실 여기서 보여준 캐릭터는 이제껏 보여준 작품들과 많이 겹친다. 하지만 고래의 생김새와 생태를 설명할 때의 그 원맨쇼는 유해진만이 해낼 수 있는, 아주 맛깔스러운 즐거움이었다. '포유류'인데 바다에 사는 고래를, 산에서만 살아온 산적이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그것도 조선 초에 말이다. 멀미가 심해서 해적질 그만두고 산적으로 전업한다는 설정 자체가 참으로 신선하다. 


이 작품에서 가장 크게 웃은 것은 바다 속에서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장면이었는데 아, 이 감독님 너무 웃겨..ㅋㅋㅋ










58. 해무(심성보, 2014)


이 작품을 보기 전에는 김윤석에 대한 신뢰와 박유천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그 둘이 실망을 준 것은 아니지만 나를 만족시켜 준 것은 여주인공 홍매였다. 영화 '코리아'에서도 북한 선수로 나왔다고 기억한다. 그리고 '스파이'에서도 북한 사람으로 나왔다. 배두나와 같이 묘하게 중성적이면서 지구인답지 않은 매력이 있다. 쉽게 섞일 수 없는 이방인 역할을 아주 잘 소화해 냈다.


영화 쌍화점에서 두 주인공이 그 긴박한 상황에서 몸을 섞는 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이 작품의 처절한 상황 속에서 서로의 체온에서, 체취에서 안식을 찾는 것은 공감이 갔다. 일본 영화 '굿바이'에서 심하게 망가진 시체를 보고 난 납관 초보가 집에 오자마자 아내의 몸을 찾았던 것, 또 영화 '뮌헨'에서도 그런 설정이 나왔다. 와, 찾아보니 많네. ㅎㅎㅎ


영화 속 캐릭터들이 모두 하나하나 이해가 가게끔 잘 표현해 냈다. 저 망망대해가, 출구가 보이지 않는 그들의 사정들이 그들을 머리가 아닌 본능으로 살게끔 했다. 누구라도 미쳐 돌아갈 것 같은 기막힌 시간이었다. 그래도 순박하고 순진한 청년 하나의 인생이 너무 가혹하게 망가진 것 같아서 슬펐고, 이런 상황을 만들게 하는 이방인의 처지도 안타까웠다.


전반적으로 영화가 나쁘지 않았지만, 너무 무겁고 너무 답답한 느낌을 주어서 영화 끝 느낌이 무척 부담스럽다.

여전히 연기 잘 하는 배우 김윤석이지만, 그래도 이젠 좀 변화를 줘야 하지 않을까? 기대치가 높으면 실망도 또 커지니까~










58-1. 어톤먼트(조 라이트, 2007)


소설 속죄를 보고 나니 영화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생각한 주인공 남자와 제임스 맥어보이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지만 영화 속에서 그는 키이라 나이틀리와 잘 어울렸다. 원작이 워낙 압도적이었기 때문에 영화가 그보다 좋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못지 않게 좋았다. 내가 아는 시얼샤 로넌은 얼굴에 사마귀가 없었는데 이 작품에선 있어서 신경이 쓰였는데, 18세의 그녀와, 노년의 그녀를 표시해 주기 위한 설정이었나 보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의 운명을 결정짓던 그 밤에 키이라 나이틀리가 입은 초록색 드레스가 참 마음에 들었다.



앞부분에 묶어서 늘어뜨린 것과 엉덩이 쪽의 주름이 예뻤다. 가슴 앞과 뒤가 거의 구분이 가지 않는 그녀이건만 그래도 초 섹시함!


'속죄'를 보고 삘 받아서 이언 매큐언의 작품을 몇 개 더 구입했는데 긴 겨울밤에 찬찬히 보면 딱 좋겠다.











59. 비긴 어게인(존 카니, 2013)


공교롭게도 또!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영화다. 사실 '원스'가 워낙에 출중한 영화였기 때문에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저주받은 첫영화, 혹은 앞 영화의 후유증이랄까.


몇몇 내용 상의 구멍이 보이는 영화였음에도, 그걸 상쇄시켜주는 '음악'의 힘이 있기 때문에 모든 게 다 이해가 되고 용서가 되고 용납이 되는 그런 영화였다. 게다가 키이라 나이틀리가 이렇게 노래도 잘할 줄이야! 그녀의 이미지는 도시적이고, 차갑고, 조금은 우울한, 영국 날씨같은 그런 느낌인데, 이렇게 사랑스러운 모습도 잘 어울리는구나!


남자 주인공 마크 러팔로의 연기는 또 얼마나 징글징글하게 훌륭하던지! 앗! 그런데 이 남자가 어벤져스에서 헐크였구나! 지금 알았네...;;;;;;


음악을 만든 건 창작자이건만 유통시키는 업자가 더 많은 것을 가져가는 구조에 한 방 먹이는 엔딩은 무척 시원하게 느껴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영화라서 가능하단 생각을 했다. 시끄러운 거리에서 그 소음을 배경음악 삼아 녹음을 한다는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녹음 구조상 이것도 말이 안 되겠지? 게다가 마치 '단추' 하나로 수프를 끓인다고 장담했지만 사실은 온갖 야채와 양념이 들어갔던 것처럼 댄이 끌어들이고 끌어온 인맥이 결코 장난이 아니지 않은가. 그나저나 '딜'을 할 줄 알았던 동네 꼬마들의 코러스 참 재밌었다. ㅎㅎㅎ


영화 '원스'는 ost를 두고두고 다시 듣게 했는데, 이 작품의 노래는 몇 번은 더 들어봤지만 계속 생각나거나 흥얼거리게 하지는 않았다. '원스'의 아성은 못 넘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유난히 한국에서만 큰 인기를 끌었다던데 정말 그런가? 내 기억에도 꽤 오래 상영했던 게 떠오른다. 아무튼 음악영화 좋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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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도 영화보다는 다른 문화생활을 더 많이 한 것 같다. 그것도 11월 가기 전에 정리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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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런 2014-11-29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놓친게 너무 아쉬워요 ㅜㅜ 영화관람도 타이밍인듯~

마노아 2014-11-29 22:07   좋아요 0 | URL
그쵸? 극장상영시 보지 못하면 나중에도 보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해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