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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 우는 남자(이정범, 2014)


아저씨를 재밌게 보았지만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영화가 인상 깊었던 것은 순전히 원빈의 잘난 외모 덕분이었고, 김새론양의 눈여겨보게 만드는 연기 때문이었다. 비슷한 컨셉을 느끼게 하는 영화인데 이번엔 장동건 주연이란다. 태극기 휘날리며~도 아니고, 둘이 사이좋게 이정범 감독과 영화를 찍었다. 궁금했지만 볼까 말까 하던 찰나에 언니가 시사회 당첨되었다. 유후~


팝콘이 너무 타서 바꾸러 갔다가 다시 화장실까지 다녀오니 영화 이미 시작. 이런..ㅡ.ㅡ;;;;


앞부분 조금 놓쳤다고 문제될 영화는 아니었다. 장동건의 원죄를 이해하게 만드는 대목이었는데, 그냥 나중에 언니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영화는 참 못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장동건은 컨셉을 잘못 잡은 듯했다. 신사의 품격에나 어울릴 목소리나 표정을 갖고 나온 느낌. 



아이를 잃은 슬프디 슬픈 모정을 연기한 모경 역의 김민희. 연기는 출중했지만 영화가 별로인지라...;;;; 

한번 성공한 컨셉으로 다시 영화를 찍는 것은 너무 안일한 선택 같다. 관객들은 그보다 까다롭고 그 이상을 늘 원하니까.









★☆



41. 엣지 오브 투모로우(더그 라이만, 2014)


현충일이었다. 소개팅이 잡혀 있었고, 잘 진행된다면 같이 이 영화를 본다면 좋겠다고, 나 혼자 생각했다.

상대남은 미국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미국 국적을 가진 이민자였는데 신부 찾으러 한국에 나와 있던 것이다. 

나보다 여섯 살 많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여덟 살 많았다. 키가 작은 편이라고 했는데 나보다 한참 작을 줄은 몰랐다.

별다방에 앉아 수다를 떨었는데 영화 이야기도 많이 했다. 발음이 어찌나 굴러 가던지 r발음 나오면 내가 못 알아먹겠다능!

지방선거 직후였던지라 정치 이야기도 나왔다. 한국 정치와 미국 정치 이야기를 했는데, 내가 이 사람과는 두번도 못 만나겠다고 여긴 지점이 이 부분이었다. 단언할 수 없지만, 그가 계속 한국에서 살았다면 이 사람은 새누리당을 지지하며 살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지금까지 내가 누군가를 만날 때 가장 중요했던 건 종교였는데, 이젠 정치적 성향이 더 중요한 것 같다. 둘 다 통하면 물론 좋겠지만~


하여간! 그래서 영화는 혼자 보러 갔다. 우린 서로 전화번호도 교환하지 않은 채 헤어졌으니 다시 만날 일도 없다. 

소개시켜준 사람은 친한 언니의 남편이었는데 이것저것 마음이 좀 복잡했더랬다. 영화가 충분히 훌륭하지 않았더라면 무척 우울했을 것이다. 그래도, 돌아가는 길 맥주 한캔은 땄다. 그냥, 그러고 싶어서.



우리 탐은, 영화 고르는 안목이 참 훌륭한 것 같다. 게다가 결코 젊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온몸을 던져 열연을 한다. 리암 니슨처럼 액션 이제 그만했음 싶을 만큼 안쓰럽지도 않고~ 탐, 쵝오!!


시간이동을 하는 작품은 그간 많이 나왔다. 워낙 흔해졌으니 더 다양한 것, 더 독특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이 작품이 꼭 그랬다. 마치 2차 세계대전을 대입해 놓은 것 같은 외계인 침공에 대항하는 지구 연합군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건, 상대방은 시간이동을 해서 미래를 읽어놓고,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뻔히 보이는 전략에 대응하기 때문이다. 그 원인을 알아차렸고, 마찬가지로 시간이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면, 당연히 무엇이든 시도해 보는 게 순리! 수십, 수백 번, 수천 번을 다시 죽고 태어날 지라도...


좋았던 대목이 참 많았다. 탐은 시간을 반복하니 여자가 했던 말들, 행동들을 다 기억하지만, 여자에게는 모두 처음이니까 처음 고백하는 것처럼 말을 꺼낼 수밖에 없다. 탐이 지금 겪는 시간들을 과거에 이미 겪었던 그녀가 목격했던 가장 잔인한 순간의 되돌이표를, 탐은 아무 말 없이 듣는다. 말하지 않았지만, 아마 그 역시 그녀를 살리기 위해서 그렇게 수천 번을 반복해서 지켜보았을 것이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면서. 


적당한 유머가 있고, 적절한 액션이 있고, 제대로 된 감동도 있었다. 아, 영화 좋다. 이날의 우울함을 씻어줄 만큼.












42. 말레피센트(로버트 스트롬버그, 2014)


현충일 다음날이었다. 더 이상 안 우울할 줄 알았는데 여전히 우울했다. 뭐라도 보고 싶어서 나갔는데 볼 게 없었다. 이 영화 밖에는...


디즈니 만화로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보지 못....했을 걸? 이 영화의 말레피센트 캐릭터는 디즈니 판을 그대로 실사로 옮긴 모양새였다. 지나치게 광대뼈를 부각시켰는데, 꼭 그래야 했을까? 뿔도 너무 무서워 보여.... 오죽하면 아역 배우가 울어서 졸리 딸을 데려다가 촬영을 했을까.



푼수끼 가득한 세 요정의 유머는, 뭐 많이 식상했다. 

진정한 키스가 왕자의 것이 아니라는 것은 겨울왕국에서 이미 한차례 선보였으니 역시 김이 좀 샜다. 

그래도 이 영화는 마법이 등장하는 장면이 가득하기 때문에 3D로 본다면 꽤 근사할 것 같다.

애석하게도 나는 일반 영화로 보았지만.


하긴, 금방 만난 왕자가 사랑에 빠져봤자 얼마나 깊이 빠지겠으며, 긴 잠을 깨울 만큼 강렬한 키스를 어찌 할까.

이 영화에서야 공주가 금방 깨어나지만, 원작처럼 100년이나 잤으면 그 입냄새 어쩔겨!(이 내용을 다룬 만화가 있었는데... 뭐지???)


이 영화 볼 즈음에 졸리가 은퇴를 선언했다고 해서 완전 화들짝 놀랐다. 이정도 영화를 마지막 영화로 삼은 것은 아니겠지??? 했는데 아니란다. 클레오파트라? 뭐 그런 영화를 찍을 예정이고, 헐리웃 스타의 은퇴선언을 곧이곧대로 믿을 필요는 없다는 누군가의 조언도 달려 있었다. 뭐, 은퇴해도 졸리는 여전히 어디선가 멋질 테니까... 세상에서 가장 쓰잘데기 없는 짓이 연예인 걱정이라고, 울 공장장님이 말씀하셨지. ㅎㅎㅎ











43. 도희야(정주리, 2014)


내가 배두나의 작품을 다 보진 못했지만 그녀가 나오는 영화 중에서 싫었던 게, 아니, 별로였던 것조차도 없었다. 이렇게 작품을 잘 고르는 배우, 역시 신뢰할 수밖에!


배두나는 시골 어촌 마을로 좌천된 파출소 소장이다. 노동력이 턱없이 부족한 마을의 대소사는 김새론이 연기하는 도희의 아버지 송새벽이 다 도맡아서 하고 있다. 그런데 도희는 그의 의붓 딸이고 엄마는 도망치고 없다. 술만 마시면 딸을 때리는 아비, 그 아비를 피해 도망다니며 학교에서도 겉돌기만 하는 도희가 영남(배두나)은 눈에 밟힌다. 학대 받고 외로운 소녀에게 그저 온정의 손길을 폈을 뿐인데, 그것이 그녀에게 족쇄가 되었다. 그녀의 성적 포지션 때문에. 


영화는 사람들의 삐뚫어진 시선이 함부로 휘두르는 폭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녀가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소아성애자일 수도 있다는 근거 없는 억측. 작은 마을이라는 공동체에서 빠르게 퍼져나가는 소문.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인권 탄압. 생존만이 목표이고, 누구라도 자신을 봐주기만 한다면 무슨 짓이든 해서 잡고 싶은 악의 없는 악의의 위험성까지.


아주 많은 이야기를 크게 소리 내지 않고, 오버하지도 않고 담담하게 잘 묘사해 주었다. 그리고 그 역에 배두나가 딱이었다.



김새론은 정말 연기 신동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렇게 쎈 역할만 자꾸 해도 되는 걸까? 심리 치료 병행하고 있을까? 

청소년 관람 불가니까 본인은 자기가 출연한 영화를 보지도 못했겠지만, 그래도 이런 역할에서 오는 충격이 있을 것 같은데 괜히 또 오지랖을 떨어본다.



인형같다. 누군가는 배두나가 전혀 안 예쁘다고 하는데 내 눈에는 아름다운 피사체다. 그녀의 다음 작품을 즐겁게 기다리겠다.










44. 스틸라이프(우베르토 파솔리니, 2013)


내가 좋아하는 소재에 좋아하는 분위기의 영화였는데, 다 좋았는데... 이날 컨디션은 완전 메롱이었다.

그 결과, 영화 중간을 몽땅 자버렸다. ㅠ.ㅠ


평생 무연고자의 죽음에 경의를 표해왔던 주인공은 정리해고를 당한다. 마지막 업무로 최선을 다해 유족을 찾아내어 가장 정성을 들인 장례식을 치를 준비를 한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풀어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처음으로 용기를 내어 데이트도 신청했다. 그의 인생 2막이 열릴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인생은 그렇게 평탄한 길만 내주지 않는 게 문제다. 


마지막 장면이 가장 예쁘고 감동적인 장면인데, 짐작은 가능한 구도였다. 그래도, 그 장면 참 좋더라. 오랜만에 영화 고스트가 떠올랐다. 유령들 안녕!












45.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플렉스 할그렌, 2013)


원작이 무척 궁금했지만 영화를 먼저 보고 나니 책에 대한 궁금증은 시들해졌다. 뭐, 이 정도로도 족해~


무려 100년이나 살면서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역사적 순간마다 한 컷씩 끼어든 노인의 좌충우돌 모험(?)담이랄까.

역사적 중요 인물을 찾아내는 재미와, 몇몇 유명한 사진들을 패러디한 컷들도 재밌었다. 스페인 내전에서 로버트 카파가 찍은 어느 병사의 죽음이라든가 퓰리처상을 받는 미국 노동자들의 사진 같은 것 말이다. 


주인공이 젊었을 때부터 100세까지의 연기를 모두 다 해냈는데, 노년의 모습도 솔직히 100세까지 보이진 않는다. 영화 보면서 조금 씁쓸했던 것, 우연히 취득하게 된 갱단의 돈가방에서 나온 현금이 생각보다 적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워낙 천문학적 액수의 횡령, 사기가 판을 치는 뉴스를 매일 접하다 보니 돈에 대한 감각이 이렇게 변해버린 것이다. 그런 돈을 만져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없겠건만 그다지 큰금액이 아니라고 여기는 이 황당한 상대적 비교라니!


하여간! 영화는 그냥 가볍게 볼만했다. 같이 본 친구처럼 재미 없어 죽을 지경도 아니고, 아주 좋아 죽을 지경도 아니고 딱 중간!











46.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올리비에 다한, 2014)


라비엥로즈는 보지 않았고, 그다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러니까 난 그 샹송이 참 볼로더라고. 특히 인셉션에서 주구장창 나왔던 제일 유명한 그 곡!


그 감독의 새 영화다. 이 작품을 보게 된 건 순전히 니콜 키드만이 연기하는 그레이스 켈리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우아하기까지 한 미모라면 단연코 니콜 키드만이지!



근데 이 얼굴은 어째 다이애너비가 먼저 떠오르는 것일까??


영화는 분명 픽션을 많이 담았겠지만 사실도 어느 정도 담고 있겠지? 강대국이라는 입장을 내세워 갑질 행세하는 프랑스에 대해 그녀가 이렇게 지혜롭게 대응했다면, 내가 모나코 국민이라도 홀딱 반할 것 같다. 영화는 무척 동화같았는데, 그레이스 캘리의 죽음은 너무 비극적이어서 영화에 나오지 않은 장면이지만 괜히 상상되어서 좀 슬펐다. 그녀가 히치콕과 마지막 작품을 함께 하지 못한 것도 살짝 아쉽! 근데 내가 그레이스 캘리 나오는 영화를 본 적 있던가??? 아마, 없는 것 같은데? 흐음...










47. 트랜스포머4(마이클 베이, 2014)


시리즈 영화는 관성적으로 보게 된다. 게다가 트랜스포머가 처음 나왔을 때 얼마나 눈을 황홀하게 했던가! 뒤로 갈수로 재미가 없어졌지만 그래도 안 볼 마음은 없었다. 그런데 4편을 보면서는, 아... 정말 한숨만 나오고 왜 이리 안 끝나나, 집에 가고 싶다~만 계속 속으로 되뇌고 있었다. 힘들어, 힘들어!


전작과 약간 결을 달리한다. 주인공들이 죄다 바꼈으니 그럴 수밖에. 여주인공은 청바지를 입고 나온 데서 알 수 있듯이, 이전 작품보다는 좀 더 몸을 쓴다. 몸매 말고 몸을!



영화가 미국 내에서의 싸움에서 끝났다면 딱 좋을 뻔했다. 홍콩에서의 싸움은, 정말 사족 중의 사족, 킹 오브 사족이었다. 지루해도 이렇게 지루할 수가! 맨 오브 스틸 볼 때도 그랬는데, 지나치게 많이 부수는 영화를 보는 건 무척 피곤하다. 의미 없은 폭력으로 보인다. 


게다가 그 대머리 사장은 갑자기 개과천선하면서 개그까지 욕심을 부리는데 이걸 보며 웃으라느나 거야? 버럭!


엄청난 물량을 퍼붓고, 엄청난 CG로 도배를 했지만, 그냥 돈자랑 같고 대단해 보이지도 않고 재밌지도 않았다. 이거 잘 하는 분야인 건 이미 알고 있으니, 다른 걸 보여달란 말이야, 마이클 베이!


이래놓고 5편 나오면 또 보겠지만, 지금보다 훨씬 낮은 기대치로 보게 될 것이다. 제발 초심으로 돌아갑시다!










★☆


2014년 6월의 문화생활도 정리해 본다.



콘서트 언제 올거예요, 폴?


폴 매카트니의 내한공연이 취소되고, 그 아쉬움을 달래느라고 열린 이승환의 공연이다. 그렇다고 비틀즈의 노래만 불렀냐 하면 그건 아니다. 클럽 '타'에서 했는데, 비틀즈 카피 밴드 타틀즈와 협연 두곡이 있었고, 2부는 타틀즈만의 공연으로 꾸며졌다. 술도 마실 수 있는 바에서 얌전히 음악을 들었다. 아, 좋으다, 조으다~


공장장 노래야 두말할 것도 없고, 내가 잘 모르는 비틀즈 노래와, 잘 아는 유명한 곡까지, 모두모두 어찌나 아름답던지.

특히 앵콜 곡이 헤이 쥬드!여서 정말 감동의 눈물이 흘렀다. 조카트니~의 유머 감각은 발군!











뮤지컬 모차르트


내가 예매했던 모차르트는 이주 뒤의 박효신 거였는데 알라딘 B님 덕분에 박은태 공연을 먼저 접할 수 있었다. 지금껏 내가 가본 뮤지컬 중에서 가장 무대에서 가까운 자리였는데, 세상에 vip의 위엄이란 이런 것이구나! 완전 신세계를 접했다. 이래서 사람들이 앞자리를 사수하는구나. 하지만 뮤지컬 표는 너무 비싸. 제일 싼 게 막 6만원 이래...ㅜ.ㅜ


박은태 버전의 모차르트를 이년 전에 보았다. 그때는 사실 그냥 그랬다. 전반적으로 뮤지컬이 뜨뜨미지근한 느낌? 색이 선명하지 않고 약간 흐린 느낌. 신영숙의 황금별을 제외하면 그닥 기억에 남는 것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성장하는 모차르트의 성장통이 보이고, 박은태가 연기하는 볼프강의 외로움과 절규와 희열이 살갗에 바로 와 닿듯이 느껴졌다. 작품이 변화한 것인가, 순전히 자리의 덕분일까! 암튼, 그래서 모차르트 작품에 대한 나의 감상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좋아좋아, 너무 좋아!!!


그에 비해서 2주 뒤에 간 나의 자리는 3층 꼭대기. 3층이라지만 일반 높이로 계산하면 4층 높이. 하아, 배우가 꼬딱지만하게 보여. 안 보여서 그런 걸까? 소리도 유난히 작게 들렸다. 하긴, 난 세종문화회관 음향을 전부터 안 좋아하긴 했지.

망원경을 가져갔지만 갈증이 해소되지 않았다. 아마 내가 후진 3층 좌석에서 먼저 보고 나중에 좋은 vip석에서 봤다면 이런 상대적인 느낌을 덜 가졌을 테지? 



모차르트의 캐릭터 자체가 워낙 박은태의 색깔과 잘 어울린다. 난 임태경과 박효신의 모차르트는 그들과 잘 어울릴 거란 상상이 들지 않았다. 그래도 지난 번 엘리자벳에서 박효신에게 워낙 감동 먹었기 때문에 한번 더 보고 싶었다. 결과는 뭐... 생각보다 발랄한 연기를 잘 했지만 박은태처럼 제옷을 입은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임태경을 보지 못했으니 알 수 없다. 이 세 배우 중 내가 가장 오래 좋아하고 또 가장 많은 공연을 본 것은 사실 임태경인데, 이렇게 열외로 잡다니...ㅎㅎㅎ








연극 야간여행


알라딘 행운의 램프 당첨으로 보게 된 연극이다. 영화 악마를 보았다-에서 최민식 친구로 나오는 식인하던 그 남자 배우... 그 분이 극단 주인이었다. 비가 억수로 오던 날이었는데 입구에서 마주쳤다. 아주 편안한 차림새에 슬리퍼 신고 계시더라.ㅎㅎㅎ


연극은 뭐 재밌었다. 근데 줄거리 말하기는 좀 힘드네. 원작 소설의 줄거리를 옮겨 본다.


뻔뻔스러운 살인자이자 차가운 냉소주의자를 주인공으로 한 추리소설. 이 인물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에 등장하는 라스콜리니코프를 연상시킨다. 저널리스트 출신의 독일 작가 얀 코스틴 바그너가 2001년, 스물아홉 살의 나이에 발표한 데뷔작으로, 레이먼드 챈들러 재단에서 주관하는 '말로 상'을 수상했다.

주인공 마크 크라머는 단편 소설과 자서전을 쓴 작가 지망생이다. 그는 자신이 지난 2년간 쓴 소설을 출판사 사장이자 자신의 먼 친척인 야콥 뢰더에게 보낸다. 하지만 뢰더는 그 소설이 형편없다고 하면서 차라리 은퇴한 영화배우의 자서전이나 쓰라고 말한다.

크라머는 뢰더를 죽이고 영화배우 프라이킨을 찾아 프랑스로 온다. 그러나 그는 프라이킨의 자서전을 쓰는 일에 관심이 없고, 프라이킨의 젊은 아내인 사라를 유혹하는 데만 신경을 쓴다. 크라머는 사라를 차지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과거 명성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늙어빠진 프라이킨을 자살로 위장해서 죽일 계획을 짠다.-알라딘 책소개


이 극단에서 최근 또 무슨 연극을 올렸다. 알라딘 행운의 램프에서 봤는데 주인공 얼굴 보고 바로 알아봤다. 제목은 생각이 안 남.


이날 비가 정말 많이 와서 카페 2층에서 유리창 너머 사람들이 쓰고 가는 우산을 구경했다. 색색들이 예쁜 우산도 많았고, 갑자기 한구역에 똑같은 우산이 너무 많이 지나가서 놀라기도 했다.













연극 미스 프랑스


아아, 결론부터 말해두자. 올해의 연극은 '미스 프랑스'로 미리 못박아둔다. 아, 최고였어!


그러니까 트랜스포머를 보거 있던 중 야곱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야곱은 핸드폰도 없고 먼저 전화하는 일도 아주 드문 일인데 전화가 와서 놀랐다. 근데 영화는 끝나지 않고, 받기는 힘들고... 결국 다음 날 통화했다. ㅎㅎㅎ 연극표가 있다고, 만나자고 했다. 야호!


김성령이 출연한다는 미스 프랑스! 내용도 전혀 몰랐는데, 기다리면서 살펴보니 1인 3역이다. 김성령의 미모야 대한민국 탑 오브 탑이지만, 연기는 특급은 아니지 않던가. 뭐 이런 생각을 하면서 보았는데 아니었다. 아, 전직 미스 프랑스이자, 현재 미스 프랑스 운영위 회장을 맡고 있는 체면만 차리는 속물과, 호텔에서 청소를 하는 푼수끼 가득하지만 순수한 백치 여자와, 앞의 미스 프랑스와 일란성 쌍둥이지만 성격은 아주 다른 거친 여자까지 세 캐릭터를 혼자 표현해낸다. 김성령의 연기도 훌륭했지만, 다른 캐릭터들도 배꼽 잡고 웃게 만든다. 이야기도 아주 탄탄하고 무대와 연출도 아주 세련됐다. 아, 돈주고 다시 봐도 좋을 만큼 아주 마음에 들었다.


김성령이 출연하는 순간, 객석의 모든 여자가 오징어가 되는 희귀 현상을 경험했다. 세상에, 내 앞에 미스코리아가 있어!



내친 김에 검색을 해봤다. 작품 반열의 사진들이 등장한다. 휘유우.... 마흔 여덟의 애엄마 중 이런 물오른 미모가 또 나올 수 있을까? 아무리 미스 코리아라도 이게 가능해??



그야말로 고혹적이다!

작품의 캐릭터는 전반적으로 상속자들에서 이민호 엄마 캐릭터와 닮았다. 그 때처럼 사랑스러웠다.

비서 역할 한 배우는 이름을 모르겠는데 눈여겨 보고 싶을 만큼 발군의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 또박또박 또렷한 발음까지!


야곱과 올해 연극을 여러 편 같이 보았는데 이 작품이 최고였다. 연극은 뮤지컬에 비해서 만족도가 다소 떨어질 때가 많은데, 이 작품은 뮤지컬과 비교를 해도 기꺼이 승을 거둘 만했다. 또 보고 싶구낭~










6월도 만선이다. 충만하게 많이 보았다. 영화는 도희야~ 뮤지컬은 박은태~공연은 역쉬 우리 공장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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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4-09-23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성령 정~~~~~~~말 매혹적이네요.. 그렇지만 제 이상형은 배두나예요 너무 예쁘지 않아요? 하균찡은 왜왜 배두나양이랑 헤어졌을까... 톰오빠는 사랑을 넘어 존경합니다... 이젠 장인으로 불러드려야되요... 엣지오브투마로굿다운로드해서 봐야지.

정치적 성향보다는 대화가능하고 유연한 사람이면 친구가 될 수 있는거 같아요.

안녕 마노아님.

마노아 2014-09-23 23:30   좋아요 0 | URL
본 바탕이 예쁘기도 하지만, 40대에 들어서 전성기를 맞는 게 참 보기 좋아요. 인생 긴데 연기자들도 길게 도전했음 좋겠어요.
사랑스런 배두나에 존경스런 탐까지, 모두 동의해요~ ㅎㅎㅎ

두달 뒤에는 정치적 성향이 통하는 남자를 만났지만 그렇다고 인간적인 매력을 크게 더해주진 않더라구요. 친구가 되는 것과 연인이 되는 건 좀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아무튼, 휘모리님 반가워요! 잘 지내고 있죠? ^^ㅎㅎ

마노아 2014-09-23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플 어플로 보니 화면으로 볼 때보다 줄 간격이 넓다.

마노아 2014-09-23 23:30   좋아요 0 | URL
북플에서 사진을 바꾸니 알라딘 사진도 같이 바뀌네. 연동이어서 그런가 보다.

라로 2014-09-24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엣지 오브 투마로 정말 좋았어요!! 물론 마지막 부분에서 좀 아쉽기는 했지만 달리 어떤 마무리를 짓겠어요!ㅎㅎ
올 크리스마스에 졸리씨가 감독하신 영화가 상영될 예정이에요, 여긴.
한국영화 못 보고 한국 음식 못 먹는 게 젤로 안타까와요,,여기서.크흑 그러니 마노아님의 페이퍼로 위로를,,,ㅎ

마노아 2014-09-24 12:34   좋아요 0 | URL
우와, 졸리가 이번엔 영화 감독으로 변신하는군요! 이 여자는 나날이 멋져지네요. 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요.^^
한국영화 소식과 한국 음식 사진을 많이 올려야겠어요. 아롬님 눈으로라도 그리움을 달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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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 은밀한 가족(알렉산드로스 아브라나스, 2013)


4월달에 극장 측의 시스템 오류로 받게 된 초대권은 1인 2매 가능한 표였다. 시네코드 선재에서 언니와 함께 이 영화를 보았는데, 드물게 만난 이 그리스 영화는 내용도 아주 충격적이었다. '은밀한' 가족에서의 은밀함은 당연하게도 성적 코드를 품고 있지만, 그 이상의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아주 끔찍한 가족 폭력의 이야기. 아비가 딸을, 혹은 아내를 팔아먹는, 이제는 손녀의 차례가 돌아오는 역겨운 악순환의 고리. 그 아비를 죽이고 나니 이제는 어미가 그 자리에 우뚝 서서 아비의 얼굴을 하는, 끊어내기 위해선 목숨을 버려야 가능한 몹쓸 유대관계를 가진 가족의 은밀한 이야기였다. 와, 그리스 영화를 이렇게 만나네!





34. 역린(이재규, 2014)


이재규 감독에, 현빈 조정석 등 좋아하는 연기자 대거 출연에, 게다가 소재는 정조라니! 당연히 나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개봉 첫날, 혹은 시사회를 보고 온 사람들의 입소문은 실망스럽다는 평이 더 많았다. 아니 왜???


소문은 직접 확인해야 했다. 영화를 보고 나니 아쉬운 점이 있었던 건 분명하나 그렇게 혹평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더 실망스런 영화가 얼마나 많은데~(이를 테면 군도..ㅎㅎㅎ)



이재규 감독답게 영상에 아주 공을 들인 것은 인정!


각각의 연기 잘하는 배우들을 잘 갖다 놓았지만, 그건 좀 과했다. 아무리 맛난 음식도 한꺼번에 포식하면 배탈날 수 있음! 각각의 캐릭터에게 모두 사연을 집어넣자니 이야기가 산만해진다. 이건 드라마가 아니라 영화니까 때로 과감하게 삭제하거나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넘어갔어야 하지 않을까?



한지민은 여전히 예뻤지만, 연기의 톤은 각시투구꽃 때가 더 좋았다. 실제(로 추정되는) 정순왕후의 이미지와 너무 다른 것도 한 요인일 것이다. 손자 정조보다 몇 살 더 많은 그녀지만, 이 영화에서는 현빈이 삼촌처럼 보였음.ㅎㅎㅎ


정은채는 너무 서구적으로 생겨서 사극은 좀 어색했다. 외국인이 한복입은 느낌? 


가장 기대했던 것은 살수 역의 조정석이었다. 연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액션이 너무 힘들어서 토할 지경이었다는데, 예상 외로 액션은 대단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정재영의 액션이 더 훌륭했다. 아마도 대역이었겠지만. 그래서 안타깝지만 아무래도 기럭지의 문제가 아닐까...;;;; 마지막에 현빈과의 대치 장면도 조정석의 팔이 조금만 더 길었어도 현빈이 찔렸을지 모름..ㅎㅎㅎ


극중 정조의 입을 빌려 하고 싶은 이야기의 핵심은 분명히 드러난다. 하지만 그걸 설득력 있게 전개시켜 나는 디테일은 많이 부족했다.


참, 화제가 됐던 현빈의 등 근육은 영화 초반에 나온다. 늦게 입장하면 영화 끝날 때까지 못 본다.ㅎㅎ










★☆



35.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아르노 데 팔리에르, 2013)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치루어야 했던 무수한 삽질은, 슬프니까 넘어가자. 이날은 안산 합동분향소에 다녀온 날이었고, 지하철을 오래 탔더니 꽤 졸렸다. 그렇지만 영화는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다행~



매즈 미켈슨의 영화는 여전히 빛났다. 어떤 배역을 맡든지 밑고 볼 수 있는 명배우!


이 남자의 시작은 억울함에서 출발했다. 그가 이해할 수 없고 용납할 수 없던 부당한 힘에 대항했는데, 그것이 어느새 시대적 저항이 되었고, 역사의 한 획이 되어버렸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은 거대한 나비효과가 된 것이다. 그 자신의 희생 또한 못지 않게 컸지만... 


영화 보기 전에는 소설이 무척 궁금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니 굳이 소설을 또 보고 싶지 않아졌다. 먼저 봤다면 달랐겠지만, 이미 영화를 보고 나니 흥미가 떨어졌다. 소설 안 읽어도 좋을 만큼 영화가 만족스러웠다.












36. 엑스맨 : 퓨처 오브 데이즈(브라이언 싱어, 2014)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의 뒤로 이어지는 내용이다. 벌써 3년 전에 본 터라, 또 그 사이사이 엑스맨 시리즈는 달랑 1편만 본 상태여서 초반에 많이 헤맸다. 내가 모르는 캐릭터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여전히 흥미로웠다. 새로 만난 퀵실버 캐릭터는 얼마나 큰 웃음을 주었던가. 제니퍼 로렌스의 미스틱은 당연히 CG라고 생각했는데 자기 몸에다가 분장을 한 거였다. 세상에, 잘 먹는다는 이 여자의 백만 불짜리 몸매에 충격!


마지막 엔딩 크레딧 뒤의 쿠키 영상에는 피라미드가 나왔다. 이어서 나올 마블의 영화일 줄 알았는데 이것도 엑스맨이라고 한다. 앞으로 몇 년 뒤에나 나올 새작품이 벌써 기다려진다.











37. 슬기로운 해법(태준식, 2013)


처음 소셜 펀딩으로 소개됐을 때는 제목이 '야만의 언론'이었을 것이다. 소액을 기부하고 오래도록 영화를 기다리는 동안 기억이 가물가물해졌다. 그리고 어렵게 개봉한 영화를 보고 또 한참 시간이 지나서.... 뭘 봤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영화 볼 당시에도 특별하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야만스럽고 천박한 언론의 행태는 사실 날마다 생생하게 라이브로 보고 있지 않던가. 딱히 할 말이 없다. 애석하게도.










38. 그녀(스파이크 존즈, 2013)


무척 보고 싶었던 영화였으나, 이 영화를 보기 직전 자행했던 나의 삽질로, 극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녹초. 그 바람에 영화 중간에 몽땅 자버리고 말았다. 대강 어떤 내용이 전개됐을지 짐작은 가지만, 통으로 보지 못한 게 무척 애석했다. 작년에 본 마스터는 참 난해했는데(그때도 졸았던 게 퍼뜩 떠오르네!) 이번 영화는 분위기가 아주 달랐다. 포스터의 핑크는 호아킨 피닉스와 어울린다고 여기지 않지만, 어쨌든 작품과는 잘 어우러진다.



역시 마스터에 같이 나왔던 에이미 아담스의 연기도 이 작품에서 훨씬 좋았다. 아메리칸 허슬보다도 더~

스칼렛 요한슨은 목소리만 출연했지만 충분히 존재감을 드러냈다. 워낙 강렬한 목소리인지라 그녀의 연기까지도 눈앞에 그려지는 착각까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의 사람들은 모두 외롭고, 서로 소통하며 살아가는 법을 잘 모르고, 오히려 컴퓨터 OS와 사랑에 빠지는 게 더 자연스러운 사람들이다. 그래도 이 정도면,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 중에선 가장 살만한 세상이 아닐까 싶다. 대개 미래 배경의 영화는 끔찍한 환경 재난이나 전쟁, 혹은 외계인 침공 등을 다루지 않던가. 사실상 현재의 이 세상도 그와 별 다르지 않고. 그래서 쓸쓸함이 감돌아도 저런 미래는 나름 괜찮아 보였다. 영화를 보고 나니 she가 아닌 her라는 제목이 어렴풋이 공감이 가면서 살짝 미소 짓게 된다. 예쁜 영화다. 










39. 끝까지 간다(김성훈, 2013)


와,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 같았는데,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게 만든다. 배우와 연출의 시너지 효과가 좋았다. 조진웅이 이선균으로부터 얻어내려는 것을 스스로 찾지 못했다는 설정은 설득력이 많이 떨어졌지만, 아무튼 두 배우의 연기는 무척 좋았다. 그리고 마지막 한방 먹여준 그 돈다발 컷은! 입이 쩍 벌어지게 만들었다. 혼이 나갈 만큼, 지옥까지 다녀온 기분을 만드는 고생이었지만, 꼭 착한 사람이 잘 되지도 않고, 못된 사람이 다 벌 받는 것도 아닌 그런 결말에서 보여준 어마어마한 돈더미는 사람을 아찔하게 만들었다. 어휴!!!












아동작가 초대전-내 마음 속의 보물


이라는 제목은 무척 거창하다. 세현군이 다니는 미술 학원에서 5.6학년 학생들의 그림을 선별해서 압구정동의 어느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당연히 조카 그림 보러 갔지만, 다른 작품들이 더 눈에 띄었다는 이야기.ㅎㅎㅎ


어린이 날에 다녀왔는데 모처럼 가족 사진을 찍었다는 게 이날의 수확이다. 언니는 전날 다녀와서 빠졌다. 가족이 6명인데 차는 오인승이므로...ㅎㅎㅎ




뮤지컬 바람의 나라


아무래도 2006년의 그 조합은 다시 나오지 않을 모양이다. 그럼에도, 뮤지컬 바람의 나라 공연 소식이 들려오면 피해가지를 못하겠다. 그래도 이번에는 나눔티켓 덕분에 50% 할인 받아서 비교적 저렴하게 관람 가능해서 다행~


호동 왕자 역할을 엠블랙의 지오가 맡았는데 이미지가 잘 어울렸다. 2006년의 조정석 연기와 노래를 따라가진 못했지만, 그 이미지와 가장 흡사하기는 했다. 고영빈 무휼은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멋있었다. 혜압 역의 고미숙 배우도 감탄! 그렇지만 그밖의 다른 캐릭터들은 노래와 연기 모두 조금씩 아쉬웠다. 역시 슈퍼 캐스팅은 2006년이다. 흑흑...















북한산 둘레길


북한산 국립공원 바로 아래 살고 있지만 산에 가본 적은 거의 없다. 등산도 거의 못해본 것 같다. 몇 해 전에 조정래 선생님과 함께 둘레길을 걸어본 게 다였나보다. 친구의 제안으로 둘레길을 가게 되었다. 



엄청 더웠고, 때문에 많은 땀을 흘렸지만 그게 개운하다는 것을 알게 해준 둘레길이었다. 쿨토시가 정말 시원해서 신기했고, 등산객들이 왜 긴바지를 입는지도 처절하게 깨달았다. 반바지 입었더니 종아리가 막 화끈화끈....;;;;; 


실컷 땀 빼고 난 다음에 마시는 맥주는 또 얼마나 시원했던가. 캬아! 













 

펼친 부분 접기 ▲



오월의 기록을 이제사 남기는 것은 어떤 초조함 때문이다. 흑, 부담스런 일이 생겨버렸어. 그래서 더 밀릴까 봐 이제라도 남겨둔다. 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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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ppuu21.khan.kr/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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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9-18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마노아 2014-09-18 19:39   좋아요 0 | URL
과연 누가 닭인가 싶어요.ㅜ.ㅜ

마태우스 2014-09-18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게봤어요 닭이었군요ㅅㅅ

마노아 2014-09-19 00:14   좋아요 0 | URL
51%의 닭일까요? ( ")
 

FUSION 과학

제 2219 호/2014-09-17

 

흰머리, 예방이 최선! 한번 나면 막을 수 없다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비집고 나오는 새하얀 머리카락. 보기 싫어 뽑아도 보고, 염색도 해보지만 어느 샌가 또 눈에 띈다. 요새는 10대 학생부터 20~30대도 흰머리 고민에서 자유롭지 않다.

■ 흰머리와 ‘새치’는 다르다?

흰머리는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정상적인 현상이다. 머리카락 색은 모낭 속 멜라닌 세포가 결정한다. 세포는 멜라닌 색소를 합성하는데 색소의 양이 많을수록 머리색이 짙어진다. 나이가 들수록 머리카락이 하얗게 나는 이유는 멜라닌을 합성하는 멜라닌 세포의 수가 줄고 그 기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서양인은 30대 중반, 동양인은 30대 후반, 아프리카인은 가장 늦은 40대 중반에 생기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흰머리는 옆머리, 정수리, 뒷머리 순으로 나서 콧수염과 턱수염, 눈썹으로 이어진다. 반면 겨드랑이나 가슴 등에 나는 털의 색은 변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흔히 젊은 사람에게서 나는 흰머리를 ‘새치’라 부르는데 이는 속칭일 뿐 의학적으로 흰머리와 동의어다. 하지만 노화가 아니더라도 흰머리가 나는 원인은 다양하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나 저하증 같은 호르몬 이상도 원인이 될 수 있고, 악성빈혈이나 골감소증, 당뇨병, 신장병 등의 질환이 흰머리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가족력도 영향을 미친다. 이른 나이에 흰머리(새치)가 난 사람이라면 부모 중 한 사람은 같은 경험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흰머리가 난 경우, 특이 질환과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문의의 진료를 보는 것이 좋다.

또 흰머리와 다르게 부분적으로 백발이 나타나는 현상을 백모증(poliosis)이라고 하는데, 이는 바르덴부르그증후군, 부분백색증, 티체증후군, 알레잔드리니증후군, 신경섬유종증, 결절경화증 등의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 흰머리, 스트레스 받아도 난다?

스트레스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스트레스가 흰머리를 유발한다는 직접적인 연관성과 기전은 밝혀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혈액 순환의 장애를 일으키고 호르몬인 아드레날린을 분비시켜 머리카락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모근의 혈관을 수축시킨다. 그렇다면 스트레스의 원인을 해결하고 나면 다시 검은 머리로 돌아올까. 안타깝게도 한번 난 흰머리가 검은 머리로 날 확률은 매우 낮다.

■ 흰머리 뽑을수록 많이 난다?

흰머리가 보기 싫을 때 사람들은 눈에 띄는 흰머리를 뽑곤 한다. 그럴 때마다 어떤 사람은 흰머리는 뽑을수록 많이 난다며 뽑지 말라고 말린다. 사실일까. 틀린 말이다. 흰머리는 뽑은 만큼만 다시 난다. 모낭 하나에는 한 개의 머리카락만 나오기 때문에 하나를 뽑았다고 그 자리에 2~3개의 흰머리가 나오지는 않는다. 단지 흰머리를 뽑아도 모근은 두피 아래 그대로 있기 때문에 다시 흰머리가 나는 것은 가능하다.

■ 염색은 건강에 해롭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염색이다. 하지만 염색은 현기증이나 이명 현상을 일으키거나 탈모를 유발하기도 한다. 염색약에 포함된 아니린(aniline) 색소의 유도체(아니린을 모체로 변화시킨 화학물질)는 피부 흡수율은 높고 배출은 잘 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몸 속 들어가면 눈과 귀의 기능을 담당하는 전정소뇌에 축적돼 현기증이나 이명, 난청을 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20~30대의 경우 머리색을 본래 색이 아닌 다른 색으로 바꾸는 컬러 염색을 많이 한다. 컬러 염색은 흰머리를 검게 하는 염색보다 아니린 색소의 유도체가 더 많이 포함돼 있어 전정소뇌의 기능을 해칠 위험이 더 높다.

또한 염색은 탈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염색을 할 때 사용하는 염료의 주성분은 과산화수소(hydrogen peroxide)다. 이는 모발의 단백질을 파괴해 머리카락을 가늘게 만든다. 또 염료가 모공을 통해 모근까지 손상시키기 때문에 잦은 염색은 탈모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탈모가 있는 사람은 흰머리가 나더라도 염색은 금기 사항이다. 전문가들은 “염색은 가능한 하지 않는 것이 좋지만 해야 한다면 전체가 아닌 부분으로 하고 염색약이 두피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 머리카락 색과 눈썹 색을 맞추기 위해 눈썹도 함께 염색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가급적 피해야 한다. 눈썹과 콧수염, 입 주변은 두피보다 화학 성분에 민감한 부위다. 염색약에 들어있는 암모니아는 알칼리성으로 두통과 시력저하, 결막염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염색약이 눈 표면에 닿을 경우 눈꺼풀에 염증이 생기는 등 안구 질환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흰머리에는 이렇다 할 치료법이 없다. 세월이 지나 생기는 흰머리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젊은 나이에 나는 흰머리는 안 나게 하는 방법 밖에 없다. 평소 두피 마사지 등을 통해 혈액순환을 원활히 하고 규칙적인 운동과 충분한 수면, 휴식 등을 통해 모근으로 영양분이 충분히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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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14-09-18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염색했어요 갈색이아니라 다행ㅅㅅ

마노아 2014-09-19 00:14   좋아요 0 | URL
염색하고 싶었는데 주춤하게 만드네요.^^;;
 
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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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어라 울어라 등 떠미는 소설들이 있다. 공지영 작가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그랬고,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가 그랬다. 대놓고 체루성인 것을 아는데, 알면서도 눈물을 안 흘릴 수 없었고, 그래놓고도 감동까지 받아서 어쩐지 자존심도 좀 상하는? 그런 청개구리 같은 마음을 먹게 하는 소설들이 있다. 이 작품도 그랬다. 무려 조루증을 앓고 있는, 열일곱 나이에 80대 노인의 신체를 갖고 있는 이 소년의 이야기에 어찌 먹먹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 원치 않아도 조숙해져버린, 그렇게 아이를, 청년을, 젊음을 강탈 당한 이 아이의 속깊은 마음들에 독자는 마음을 모조리 빼앗겨 버렸다.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란다.

그리고 나는 무럭무럭 늙는다.

누군가의 한 시간이 내겐 하루와 같고

다른 이의 한 달이 일년쯤 된다.

이제 나는 아버지보다 늙어버렸다.

아버지는 자기가 여든살이 됐을 때의 얼굴을 내게서 본다.

나는 내가 서른넷이 됐을 때의 얼굴을 아버지에게서 본다.

오지 않은 미래와 겪지 못한 과거가 마주본다.

그리고 서로에게 묻는다.

열일곱은 부모가 되기에 적당한 나이인가 그렇지 않은가.

서른넷은 자식을 잃기에 적당한 나이인가 그렇지 않은가.

 

아버지가 묻는다.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나는 큰 소리로 답한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아버지가 묻는다.

더 나은 것이 많은데, 왜 당신이냐고.

나는 수줍어 조그맣게 말한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로 태어나, 다시 나를 낳은 뒤

아버지의 마음을 알고 싶어요.

아버지가 운다.

 

이것은 가장 어린 부모와 가장 늙은 자식의 이야기다. -6쪽

이 책의 프롤로그다. 구구절절 병을 얻게 되는 과정을 설명하지 않고 이미 저질러진 결과에서 시작한다. 열일곱에 부모가 된 젊디 젊은 부모님의 이야기도 짐작하게 한다. 이 작품, 대박인 걸!


이 책을 언제 샀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분명 샀는데, 구매 목록에 안 떠서, 그럼 선물 받았나? 하고 기억을 더듬어 봐도 생각나지 않는다. 뭐 아무튼, 내게 이 책이 있었고, 출간 당시 굉장히 평이 좋았던 것도 생각난다. 영화가 개봉하지 않았더라면 더 오래 묵혀 두었다가 읽었겠지만, 영화 개봉은 나를 등 떠밀어 어서 읽어!라고 다그쳤다. 그렇게 펼친 책장은 쉽사리 덮이지 않았다. 굉장히 흡인력이 있었고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불행의 끝을 달리는 소재이지만, 그와 대조적으로 부모님의 이야기에는 웃음기가 많았다. 슬픈 이야기를 펼칠 때조차도.


일단 출산을 결정하고 나자 나머지 일은 비교적 순조롭게 풀려나갔다. 어머니는 그간 마음고생한 것에 복수라도 하듯 마음놓고 산모로서 특권을 누렸다. 어머니는 틈이 날 때마다 온갖 연예인 사진을 보며 호들갑을 떨었다. 아가야 봐봐, 우성 오빠야. 잘 생겼지? 이건 희선 언니. 어디 보자, 또...... 아버지와 달리 가장 좋아하는 사자성어가 ‘경국지색’이었던 어머니는, 태아에게 좋은 것만 보여주라는 얘기를 그렇게 엉뚱하게 실천하고 있었다. -34쪽


경국지색이 이렇게 팔리는구나! 굉장히 설득력 있는 걸! 기회가 된다면 써먹어 보고 싶은 눈호강이다. 기왕이면 강동원 사진으로~


김애란 작가의 문재를 여러 차례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떤 표현들은 너무 예뻐서 북다트를 정신 없이 꽂다 보니 책등이 까맣게 변할 지경이었다.


두 사람은 한동안 컴컴한 허공을 바라봤다. 창밖에선 서서 잠든 나무들이 짙은 한숨을 토해내고, 마당 앞 키 큰 작물들은 바람의 방향에 따라 머리채를 흔들며 산이 꾸는 꿈을 곁눈질하고 있었다. -36쪽


그러나 그 재능이 너무 넘쳐서, 어떨 때는 캐릭터를 뛰어넘는, 혹은 잘 어울리지 않는 말들을 하기도 한다. 이 대목은 무척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지만, 동시에 너무 소설같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 대목이다. 


“아빠.”

“엉?”

“지금 슬퍼요?”

“응.”

“나 때문에 그래요?”

“응.”

“제가 뭘 해드리면 좋을까요?”

아버지가 멀뚱 나를 쳐다봤다. 그러곤 뭔가 고민하다 차분하게 답했다.

“네가 뭘 해야 좋을지 나도 모르지만, 네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좀 알지.”

“그게 뭔데요?”

“미안해하지 않는 거야.”

“왜요?”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 슬퍼할 수 있다는 건,”

“네.”

“흔치 않은 일이니까.......”

“......”

“그러니까 너는,”

“네, 아빠.”

자라서 꼭 누군가의 슬픔이 되렴.”

“......”

“그리고 마음이 아플 땐 반드시 아이처럼 울어라.”

“아빠?”

“응?”

“전 이미 아이인걸요.”

“그래, 그렇지......”  -49쪽


내 기억이 맞다면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이동진이 읽어준 대목이지 싶다. 찾아보지 않아서 장담은 못하겠지만.


영화 '잭'에서 로빈 윌리엄스는 노화 속도가 4배였다. 10세가 되었을 때 40대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름이는 열일곱 나이에 80대, 혹은 그 이상의 늙음을 가져버렸다. 날마다 챙겨먹는 약이 이미 한아름이고, 노화에 따른 장기의 손상을 막을 길이 없다. 가장 치명적이었던 것은 눈이었다. 


간이 상하고 위가 아픈 건 어떻게든 참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눈이 멀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덜컥 겁이 났다. 하느님이 내게 진짜 외로움을 주시려나보다 싶어 숨이 막혔다. 마치 누군가가 평생을 감옥에서 보낸 내게, 수고했으니 이젠 독방으로 가라고 독려하는 것 같았다. -99쪽


정말 저런 기분일 것 같다. 작가는 작품 속 캐릭터와 얼마나 동화가 되어서 내용을 전개해 나가는 것일까. 많은 자료 조사 끝에 탄생하겠지만, 그걸 바탕으로 깔고 심적으로도 충분히 물아일체가 되어버리는 게 아닐까. 이 작품을 쓰는 동안, 아름이와 함께 환호하고, 아름이와 함께 절망하고, 그리고 절박하게 슬퍼하지 않았을까. 이런 작품을 탈고하고 떠나보낼 때는 또 얼마나 쓸쓸할까, 멋대로 그런 상상들이 따라왔다. 


아름이의 기구한 사연이 방송을 탔고, 여러 시청자들의 메시지를 받았다. 누군가는 격려를 해줬고, 누군가는 위로를 해줬다. 그런 것들에 초연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충분히 마음 다치고 또 마음 담아두었다는 걸 아름이도 인정해야 했다. 


여러 글을 읽는 동안, 나도 모르게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해라는 말, 예전에는 나도 참 싫었는데,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먼 곳에서 건네주는 따뜻한 악수가 먹먹했다. 터무니없단 걸 알면서도, 또 번번이 저항하면서도, 우리는 이해라는 단어의 모서리에 가까스로 매달려 살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쩌자고 인간은 이렇게 이해를 바라는 존재로 태어나버리게 된 걸까? 그리고 왜 그토록 자기가 느낀 무언가를 전하려 애쓰는 걸까? 공짜가 없는 이 세상에, 가끔은 교환이 아니라 손해를 바라고, 그러면서 기뻐하는 사람들은 또 왜 존재하는 걸까. 나는 몇 개의 글을 더 훑어봤다. 그리고 그러는 동안 내가 조금은 덜 외로워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182쪽


그래서 때로는, 필요악이 될 걸 알면서도 동정이라는 감정도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누군가에게는 그런 마음의 한 조각이라도 필요하다고......


서하와 메일이 오갈 때, 어쩐지 불안했다. 내가 생각한 것과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반전이 불안하게 드러났다. 사람이 사람에게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신은 또 얼마나 모질 수 있는지 한탄하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아름이의 이런 지적이 일견 타당하게 느껴졌다. 


“하느님을 원망한 적은 없니?”

“솔직하게 말해도 돼요?”

“그럼.”

“사실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뭐를?”

“완전한 존재가 어떻게 불완전한 존재를 이해할 수 있는지...... 그건 정말 어려운 일 같거든요.”

“.......”

“그래서 아직 기도를 못했어요. 이해하실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런 뒤 나는 겸연쩍은 듯 말을 보탰다.

“하느님은 감기도 안 걸리실 텐데. 그죠?” -170쪽

완전하니까 불완전한 존재도 이해할 것 같지만, 동시에 완전한데 어떻게 불완전함을 이해할 것인가!라고 물을 수 있을 것 같다. 배부른 자가 배고픈 자를 온전히 이해하기 힘든 것처럼... 


좋았던 부분이 참 많았지만 장씨 할아버지와의 이 부분이 유난히 좋았다. 겸허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동의...


“평생 아픈 대신 장수하는 자식과 건강한데 요절하는 자식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면, 할아버지는 무얼 고르시겠어요?”

(...)

“아름아.”

“네?”

“그런 걸 선택할 수 있는 부모는 없어.”

“......”

“넌 입버릇처럼 항상 네가 늙었다고 말하지. 그렇지만 그걸 선택할 수 있다고 믿는 거, 그게 바로 네 나이야. 질문 자체를 잘못하는 나이. 나는 아무것도 안 고를 거야. 세상에 그럴 수 있는 부모는 없어......” -296쪽

영화 이야기도 조금 해보자. 영화는, 볼만했지만 압도적으로 책 쪽이 훨씬 좋다. 다만 강동원이 나온다는 거~ 영화 말미 계곡에 들어가 있는 강동원을 카메라가 허리 부분부터 천천히 미끄러져 올라가며 비추는 장면이 나온다. 말라서 이렇다 할 복근은 없지만, 아무튼 군살도 없는 배와 가슴팍이 나오고, 이어서 물에 젖은 얼굴이 나오는데! 당연히 여기가 하이라이트인데! 내 옆에 앉은 커플의 남자가, 그 순간 여친의 눈을 확 가려버린 것이다. "보지마!"라고 외치며. 이후는 상상에 맡기겠다. 나같으면 이 오징어가! 하고 주먹이 날아갔을 지도...ㅎㅎㅎ


암튼, 소설을 뛰어넘긴 힘들 거라고 예상했고, 그 예상이 맞았지만, 그럼에도 영화가 원작에 없던 장면으로 마음을 끌었던 것은 순전히 김갑수의 힘이었다. 아, 짧고 강렬한 그 연기란! 퇴락한 눈빛 안에도 부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뜨겁고, 또 뜨거웠다.


작품 말미에 나오는 아름이의 소설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완성된, 완벽한 소설이었다. 좋다. 좋다. 참 좋다. 


사그라지는 생명으로 써낸, 그랬기에 더 강렬한 생명력으로 빛난, 청춘을 살아내지 못한 아이가 상상하며 그려낸 부모님의 덜 익어서 더 싱그러웠던 사랑 이야기가 진정 눈부셨다.


체루성 작품이면 어떠랴. 기꺼이 울어주겠다. 그게 더 자연스러운 거라면 거부하지 않겠다. 


어디선가 까르르 박꽃 같은 웃음이 터져나왔다. 돌아보니 젊은 레지던트 하나가 간호사들에게 농담을 걸고 있었다. 나는 내 속 단어장에서 ‘추파’라는 낱말을 꺼내 만져보았다. 가을 추, 물결 파. 가을 물결.

‘예쁘구나, 너. 예쁜 단어였구나......’ -195쪽


두근두근 내 인생이 내게 추파를 던졌다. 이 가을에 느끼기에 충분히 좋은 물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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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4-09-16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보다 책이 좋다는 말 공감이요^^ 책은 우리가 무한 상상할 수 있어서 더 그렇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동원, 송혜교 보는 즐거움은 꽤 컸어요. 특히 강동원~~~
나이들수록 건강함도 큰 축복이라는 생각 합니다.

마노아 2014-09-16 12:56   좋아요 0 | URL
재밌게도 영화 먼저 보고 책을 보면 영화가 더 재밌는 경우도 생기더라구요. 그래도 보통은 책 먼저 보고 영화 보려고 해요. 그 편이 더 좋아요^^

강동원과 송혜교가 정말 열일곱 나이로 보이더라구요. 세월을 거스르는 미모들이었어요~

북극곰 2014-09-16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엉엉 울었어요. 그래도 이 책은 자존심 상하지 않았어요. ^^
우행시랑, 엄마를 부탁해는 찔끔거리면서도 정말 싫었거든요.

표지도 참 잘 뽑았단 생각을 했었더랬어요.

마노아 2014-09-16 12:57   좋아요 0 | URL
울라고 만든 이야기에 울 수밖에 없었지만, 손들 수밖에 없었어요.
버틸 재간이 없더라구요.
표지도 예쁘고, 제목도 두근두근합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