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머물다 간 들판에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38
이동진 글.그림 / 봄봄출판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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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는 순간 '모락모락 피어나는 저녁 연기~' 

이렇게 자연스레 동요가 흘러나왔다면 당신은 '노을'을 알고, 또 사랑하는 사람일 것이다. 

84년도에 창작가요제 대상을 받은 이 노래는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사랑받는 대표 동요다.

이 작품에 노랫말을 쓰신 분이 바로 이 책을 쓰신 이동진 화가시다. 이 책 말고도 동화책을 여러 권 내셨는데, 이 책에도 글과 그림을 모두 당신의 손으로 담당했다.

소개글에 보니 '산돌 이동진체'라는 폰트가 있다고 한다. 궁금해서 검색해 봤다.

혹시 제목의 저 폰트가 이동진체인가 싶어서 이 글씨체로 직접 써봤다.

많이 다르구나. 위의 폰트는 그냥 휴먼매직체인가??



'노을'의 노랫말에도 가을바람이 등장하는데, 바로 그 노랫말의 풍경과 배경이 되는 이야기가 이 책의 주제이자 소재다. 

유미, 유라, 유노 세남매가 살고 있는 시골 마을의 풍경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딱새가 왔다며 호들갑스럽게 누나를 부르고 있는 까까머리 남동생이 귀엽다. 딱새가 대체 어떤 새인지 서울 촌뜨기인 나로서는 알 길이 없지만, 이 새의 울음소리에서 딱새가 나왔을 것 같다는 기분은 든다. 

감나무는 키워본 적 없고, 감나무에 열린 감을 직접 따먹어본 적도 없지만, 적어도 장독대가 있던 집에서는 살아봤다. 

장독대 위에 하얗게 눈 쌓였을 때, 그 너머 담장위에도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고, 처마 끝에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려 있던 풍경도 기억한다. 내게는 가을보다 겨울의 느낌이 더 강하게 남아 있나보다. ^^


지붕 위 볏단 얹은 집에 살아보지 못했지만, 어리던 시절에 시골에 가면 소똥 냄새에 코를 움켜쥐며 인상을 찡그렸던, 그러면서도 그 풍경이 신선하고 재밌어서 호기심에 겨워했던 추억들이 방울방울 솟는다. 


유라를 업고 있는 유미 옆에 붉은 꽃이 피었다. 미안하다. '수박바'가 떠올랐다. 아, 먹고 싶구나.^^



마당 있는 집에서 살아봤기에 수돗물 받아놓은 큰 다라이에서 물놀이 했던 추억도 자연스레 떠올린다. 김장철에 거기 가득 쌓여 있던 소금 절인 배추까지도. 


노랑색이 주는 강렬함은 아찔할 정도였다. 은행이 떨어지면 냄새가 고약해서 탈이지만, 은행잎 자체는 얼마나 낭만적이던가. 예쁜 모양으로 주워서 책에다가 끼워놓고, 나중에 한해 지나 발견하면 지난 가을의 냄새를 뒤늦게 추억할 수 있었다. 그렇게 모은 은행잎과 단풍잎을 시를 쓴 편지지에 붙여 코팅해서 썼던 기억도 난다. 이럴 때의 배경음악은 이문세가 진행하던 별이 빛나는 밤에~ 되겠다.^^


거북이 모양을 닮은 좌구산이란다. 거북구에 앉을 좌인가? 거북이가 앉아 쉬는 것 같은 모양의 산이란 뜻일까? 

그렇게 우리 고장을 대표하는 자연이 뭔가 있을 것인데, 그런 걸 관심 가져보지 않고, 있어도 알지 못하고 지내는 도시의 삭막하고 무심한 삶을 새삼 반성하게 된다. 


허수아비 하면 오즈의 마법사이지! 우리 옷을 입었음에도 그리 떠오르니 좀 미안한 걸!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요즘 아해들은 모여서 몸으로 뛰어노는 놀이를 많이 해보지 못했다. 해보지 못햇으니 알 길이 없고, 그렇게 소중한 놀이 문화가 사라져가고 있다. 고무줄 놀이를 고3이 되어 처음 해봤다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난감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다. 애들은 일단 뛰어노는 게 제맛이건만!


지난 가을 하늘공원에 엄마와 함께 억새축제에 다녀왔다. 이제 억새와 갈대는 구분할 수 있을 듯하다. 일단 사는 곳이 다르잖아~


잠자리하면 나는 코스모스가 떠오른다. 가을에 시골 집에 가게 되면 길가에 가득 핀 코스모스 떼를 보게 되는데, 그때 주변을 날던 잠자리들이 너무 커서 무섭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다 가을이 가득 와 있다는 상징일 테지.


열심히 일하시는 아빠께 저녁 진지 드시라고 알려온 고마운 아이들. 땀흘려 노동한 대가로 가족을 먹이는 가장으로서 당당한 아버지의 풍경이 아름답기만 하다. 그렇게 노동은 정직하고, 노동은 따듯한 법이거늘...



온 하늘이 물들어 가는 시간. 아이들이 노을을 지켜보고 있다. 그렇게 발걸음을 뗄 수 없을 만큼 곱고 고운 노을을, 우리는 살면서 몇 번이나 보았던가. 그리고 몇 번이나 기억하고 떠올렸던가.



다시 한번 동요 노을의 예쁜 노랫말을 들여다 본다.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곱디 고운 시다.

시도 고운데, 여기에 노래까지 입혔으니 얼마나 아름답게 치장을 했는가.

이 노래를 부르던 씩씩한 목소리도 귓가에 울린다. 아, 이 노래 나도 참 좋아했었지.

내가 치던 동요 소곡집에는 이 노래가 없었다. 그런데 내 책보다 나중에 나왔을 법한 책에는 이 노래가 실려 있었다.

이미 있는 책이니 새로 사지 못했다. 얼마나 야속했던가.


안되겠다. 바로 노을 악보로 검색해 보니 이미지가 뜬다. 냉큼 인쇄했다. 날 밝으면 피아노로 쳐보리라. 

조카들도 이 노래를 알 것이다. 모른다면 가르쳐줘야지. 내가 피아노 치고, 아해들이 노래 부르고...

참으로 고운 정경이 될 것이다. 벌써 미소가 그려진다. 


엄청 더운 여름날에 가을 풍경을 상상하며 읽기에는 날씨가 다소 안 도와주지만, 이 더위 꺾이면 마주칠 그 가을 풍경이니 이상할 것도 없다. 이 책을 통해 도시 아이들이 접하기 어려운 '고향'의 풍경이, 그 그리운 냄새와, 색깔과 소리까지 모두 재생되기를 소망해 본다. 참으로 예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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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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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나서야 내가 `서사`를 굉장히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감성만 가득한 책은 내게 큰 감동을 주지 못한다. 이래서 유명한 책에도 다양한 평점이 등장하는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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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6-05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에도불구하고 별은 넷이나 줬네요! ㅎㅎ

마노아 2014-06-05 09:52   좋아요 0 | URL
나한테 별 넷은 그런 의미라는 것! ㅋㅋ
 
너구리 판사 퐁퐁이 - 이야기로 배우는 법과 논리, 제1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기획 부문 수상작 사회와 친해지는 책
김대현.신지영 지음, 이경석 그림 / 창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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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이 환상적인 책이다. '사회와 친해지는 책'이라는 카테고리가 보이는데, 그 중에서도 '법'을 소재로 하고 있다. 현재 맡고 있는 과목이 '법과 정치'인데, 나한테도 어려운 책이다. 왜 이 교과를 굳이 선택해서 달랑 하나 있는 사회 과목을 이걸로 가르치는지 도통 알 수 없지만, 하여간 그렇게 교과가 짜여 있는 탓에 우리 학교 학생들은 법과 정치를 배우고 있다. 비록 이 책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쓰여진 책이지만 고등학생이더라도 '법'이라는 것이 너무 어렵고 멀기만 한 학생들이 읽는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야기로 배우는 법과 논리'라는 부제가 딱 들어맞는 너무리 판사 퐁퐁이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이야기에 들어가며 너구리 판사 퐁퐁이가 누구인지를 설명하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행복 마을의 퐁퐁이 판사는 어떤 분쟁이 일어나도 그걸 현명하고 공정하게 풀어주는 명판사였다. 행복마을의 포청천이랄까.


이 책에는 모두 다섯 개의 사건 파일이 나온다. 아래 그림을 보자.



아주 실한 배추 농사를 짓고 있는 황소와 거저 줘도 안 먹을 것 같은 배추를 농사 짓던 족제비가 재판장에 불려왔다. 이번에도 잘 여문 배추를 팔러 나온 황소는 고갯길에서 브레이크를 걸지 않은 채 경운기 바퀴에 버팀나무를 걸고 잠시 농산물 시장 지배인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번에도 장사 망친 족제비가 황소의 배추 경운기를 보고 짜증이 나서 바퀴를 발로 차버렸는데, 그 바람에 바퀴를 받쳐놓은 나뭇조각이 튕겨나가 경운기가 언덕 아래로 미끄러진 것이다. 결국 황소의 배추는 모두 망가져버렸다. 당연히 황소는 억울해 했고, 족제비의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퐁퐁이 판사는 이 일에 족제비의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을 내렸다. 우리의 정서적 판단과는 제법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런 판결이 나온 것일까? 퐁퐁이 판사는 차근차근 이유를 설명해 준다.


책에는 우리가 드라마에서 보는 법정의 단골 대사도 등장하는데, "이의 있습니다! 표범의 말은 저에 대한 인신공격입니다." 같은 게 그런 것이다. 적재적소에 궁금하지만 정확히는 모르는 용어들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다. 



족제비가 황소의 경운기 뒷바퀴를 찬 것은 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 직접적인 원인은 브레이크를 걸지 않은 거였고, 그것은 황소가 저지른 실수였다. 비록 족제비가 발로 차지 않았더라면 사고가 안 났을 수도 있지만 그건 사실 모르는 일이다. 났을 수도 있다. 좀 더 쉬운 보기도 들어준다. 


부실 건축한 건물이 있는데, 마침 주변을 지나던 오소리가 축구공을 건물의 벽으로 찼는데, 그 공을 맞은 순간 건물이 와르르 무너졌다. 그렇다면 오소리 때문에 건물이 무너진 것일까? 건물이 무너진 것에 대해 오소리가 책임을 져야 할까? 


이렇게 실례를 들어 보면 왜 족제비에게 책임이 없는지 이해가 쉽게 된다. 


물론, 황소는 여전히 억울한 마음이 들수도 있겠지만, 이번 사건으로 브레이크를 확실히 걸고 경운기를 세워두는 습관을 가질 것이다. 현명한 퐁퐁이 판사는 이긴 게 다가 아니라는 소중한 진리도 가르쳐준다. 잘못에는 '도의적인 책임'이란 것도 있으니까. 


다섯 개의 판례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두번째 이야기였다. 잘못된 생각을 가졌는데 결과는 좋게 나왔을 때, 그때 어떤 책임이 얼마나 있는지에 대한 사례였다.



과실과 미수는 완벽하게 잘못된 행동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하나씩 부족합니다. 과실은 '나쁜 생각'이 없는 행동이고, 미수는 '나쁜 결과'가 없는 행동이죠. 그러므로 과실이나 미수에 해당하는 행동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행동에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혹시 책임을 묻는다 하더라도, 나쁜 생각을 가지고 나쁜 결과를 가져온 행동에 비해 가벼운 책임을 물어요. -55쪽


과실, 미수와 같은 단어는 자주 쓰기도 하고 듣기도 하지만 정확히 구분하는 게 쉽지 않았는데, 무척 쉽고 재밌게 설명해 주었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도 나왔으면 더 좋았으련만...^^


우리가 누군가의 잘못된 행동을 비판할 수 있으려면 그가 올바른 행동을 할 수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고 잘못된 행동을 저지른 경우여야 해요. 만약 누군가가 도저히 올바른 행동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었는데도, 올바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죠. 불가능한 것을 기대하는 것이니까요. -79쪽


이야기 속의 이야기라는 액자 구조가 이 책에는 무척 걸맞는 옷이 되어버렸다. 소소한 유머 감각도 돋보이고, 행복 마을의 동물 친구들이 비록 모습은 동물이어도 인간들처럼 살고 있기에 더 정감있고 설득력이 있었다. 글을 쓰고 기획한 사람이 두분인데 두 작가님이 머리를 맞대어 근사한 공동작업을 내놓은 듯하다. 더불어 '창비 좋은 어린이책 수상작'이라는 마크도 함께 빛을 발한다. 믿고 고르는 책의 약속이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법이라고 해서 무조건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령 행복 마을에 '모든 빗방울은 땅에서 하늘로 올라가야 한다.'라는 법이 만들어진다고 해 봅시다. 그렇다고 해서 빗방울이 하늘로 올라갈 리는 없겠죠. 법은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즉, 법에 우선하는 이치나 가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인권도 이러한 가치에 해당합니다. 행복 마을의 모든 시민은 어떤 경우에도 종족과 성별, 종교, 취미 등에 의해 아무런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합니다. 행복 마을 시민들이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그 어떠한 법보다도 위에 있는 가치입니다. 어떤 법도 그 가치를 해쳐서는 안 되죠. 

따라서 설령 우리 손으로 뽑은 대표가 나쁜 법을 정한다 하더라도, 그 법이 자연의 이치나 인권과 같은 가치를 거스른다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입니다. -133~134쪽


백번 옳은 지적이다. 더군다나 선거날에 이 부분을 읽으니 더 사무칠 수밖에 없었다!!! 재미와 감동과 교훈을 함께 주고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책날개를 펴보니 '사회와 친해지는 책' 시리즈가 여덟 개가 더 있다. 차차 찾아 볼 생각이다. 특히 '내가 원래 뭐였는지 알아?'가 눈에 들어온다. 도깨비가 낸 수수께끼를 풀며 옛날 살림살이를 배운다고 하니 재미와 지적정보를 함께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딱 좋아하는 조합이다! 빠른 시간 안에 만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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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14-06-05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렇게 훌륭한 책이..어른인 제가 읽어도 무릎을 칠만큼 설명이 친절해요!! 제가 어릴 적 저런 책이 있었다면 정말 법없이도 살 사람이 됐을텐데요.

마노아 2014-06-06 12:25   좋아요 0 | URL
제가 바로 무릎을 치며 읽은 1인입니다. ㅎㅎㅎ
저 어릴 때 이런 책을 읽었으면 저도 법 없이 살 사람이 됐을 텐데 말입지요.^^
 

며칠 전 조카의 학교에서 학부모 참관수업이 있었다. 내가 간 건 물론 아니고 다녀온 언니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수업을 마치고 시간이 남아서 '신문고' 시간을 가졌다 한다.
부모님께 전하는 한마디를 발표하는 건데, "이렇게 해주세요. 왜냐하면 ~~하기 때문이에요." 라는 형식으로 말하는 거란다.
첫번째로 용감하게 손을 든 학생은 이렇게 말하는 바람에 지켜보던 학부모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아빠, 때리지 말아주세요. 아파요."

아아, 그 아비의 이마에선 땀이 주르륵 흘렀으리라. 이후 용기 백배 한 아이들이 모두 부모님께 요청하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이 공부공부 하지 말아달라는 요구였다. 이 아이들은 고작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다. 

이날의 정점을 찍은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엄마, 욕하지 말아주세요. 제가 배워요."

듣는 내가 다 얼굴이 화끈해졌다. 대체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지...
부모와 학부모의 차이를 언급했던 공익 광고가 떠오른다. 



더 나은 삶을 열어가길 바라며 아이들에게 공부하라 잔소리를 하겠지만, 그렇게 막연하게 손에 잡히지도 않을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짓밟아가는 이 악순환을 제발 좀 끊어야 하지 않겠는가. 

모든 선거가 다 중요하지만, 그중에서도 교육감 선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부디 이번에는 욕망 대신 가치에, 투표하기를! 
그래야 지난 4월 16일에 희생된 이들에게 아주 조금은 덜 미안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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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6-04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휴 그냥 ㅠㅠ

다락방 2014-06-04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문고 시간에 그런 얘기 했다고 저 학생 집에가서 또 맞는건 아닐까 너무 걱정되고 아프네요 ㅠㅠ 아동학대로 신고하고 싶어요 ㅠㅠㅠㅠㅠ

마노아 2014-06-04 00:18   좋아요 0 | URL
오죽하면 아이가 용기를 내서 그 무서운 부모 앞에서 저런 얘기를 했을까요. 그래도 아이가 용기를 내어서 다행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지켜볼 테니까요.

순오기 2014-06-04 0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학년 아이들의 솔직한 '신문고'에 당황했을 학부모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ㅠ
자녀교육은 가르치는 게 아니라 보여주는 거라는 말이 실감나네요.
공익광고는 남이 아닌 바로 내 모습이기에 부끄럽지만 공감!ㅠ

마노아 2014-06-04 11:36   좋아요 0 | URL
언니가 그 순간 모두 '얼음'이 됐다고 했는데, 보지 않고도 그려져요.
아직 학부모가 돼보지 않은 저는 저러지 말아야지 다짐해도, 닥쳐 보면 어떨지 솔직히 자신이 없어요.ㅜㅜ

마립간 2014-06-04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페이퍼로 써 놓고 올리지 않는 글이 있는데, 순종입니다. (제 생각에) 순종이라는 말 자체가 리더십을 전제로한 것이죠. 리더십에 따른 자발적 복종. 그런데, 강압에 의한 복종 즉 굴종을 순종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마노아 2014-06-04 11:37   좋아요 0 | URL
어제 학생더러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라고 말하는 선생님을 보았는데 마립간님 말씀이 겹치네요.

건조기후 2014-06-04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ㅜ 평소에 아이가 아플 정도로 때린 부모라면 저런 말 듣고 반성할 사람도 아닐 것 같은데.. 아이가 정말 걱정돼요.

근데 이건 좀 다른 얘긴데.. 저도 어렸을때 여러번 맞았는데 나중에 커서 생각하니 참 맞을 짓을 하긴 했더라고요 ㅎㅎ;; 저 아이도 저처럼 그냥 맞을 짓 해서 맞은 거고 좀 크면 자기 잘못도 있었다는 걸 알게 되는 그런 경우였으면 좋겠어요. 이유없이 폭력을 당한 게 아니길..

마노아 2014-06-04 22:43   좋아요 0 | URL
말씀하신 대로 이유없는 폭력이 아니었음 해요. 이유 있는 폭력도 물론 반대하지만요.
담임선생님과 여러 학부모님들이 본의 아니게 인증을 해버렸으니, 해당 학생의 부모님도 조심하고, 다른 분들도 지켜보았으면 합니다. 아이들은 보호받아야 할 존재이지요.ㅜ.ㅜ
 

  

제 2140 호/2014-06-02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포장마차는 오랜 기간 지친 직장인들을 위로해 주던 서민들의 쉼터였다. 그리고 이 포장마차에는 떡볶이, 어묵, 닭똥집, 오돌뼈, 곰장어와 같은 우리나라 고유의 먹거리가 풍부했는데, 홍합탕도 빼놓을 수 없는 대표 안주다. 우리나라 해안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홍합은 술안주뿐 아니라 많은 요리의 재료로 쓰이고 남녀 모두에게 오랫동안 사랑 받아왔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즐겨 먹는 홍합은 저 멀리 지중해에서 온 것이다. 원래 홍합은 토산종(그 지방에서 특유하게 나는 품종) 담치를 가리키는 말이다. 하지만 1950년대에 경남 지역에 지중해 담치가 유입된 이후, 고유종 홍합은 동해안 일부에만 서식하고 있다. 지중해 담치라고 불리는 이 외래종 홍합은 지중해가 고향이다.

달팽이보다 느린 홍합이 어떻게 저 멀리 지중해에서 우리나라로 이주할 수 있었을까. 이는 언뜻 생각하면 미스터리처럼 느껴지지만, 놀랍게도 이들은 배를 타고 우리나라로 들어왔다. 게다가 지중해 담치는 번식력과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높은 편이어서 우리나라 토종 홍합의 영역을 대부분 빼앗았고 이제는 국내에 완전히 정착해 양식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지중해 담치는 배를 타고 왔는데, 그렇다고 정식 수입을 위해 배에 태워진 것이 아니다. 지중해나 유럽에서 들어오는 배의 평형수(ballast water)에 섞여서 우리나라 바다로 들어온 것이다.

배에 화물을 실으면 배의 무게가 증가해 가라앉고, 배에서 화물을 빼내면 배의 무게가 가벼워져서 물 위로 뜨게 된다. 따라서 배를 적절한 수심에 떠 있도록 유지하기 위해서는 배의 무게를 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배는 일반적으로 ‘평형수 탱크(ballast tank)’를 갖추고 있다. 화물을 내릴 때에는 그만큼의 무게에 해당하는 물을 평형수 탱크에 채워 넣어서 무게와 수심을 유지하고, 거꾸로 화물을 실을 때에는 채워져 있던 평형수를 외부로 버려서 전체 무게와 수심을 유지한다. 일반적으로 평형수는 배 주위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바닷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유해수중생물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게 된다.

해상을 통한 교역량이 증가하면서 오늘날 이렇게 이동하는 평형수의 양은 연간 100억 톤 이상에 달한다. 또한 이를 통해 연간 7,000종 이상의 생물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때 병원균을 포함한 외래 생물종이 해양 생태계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선박 평형수 및 선체 부착에 의한 외래 생물의 침입은 전 세계 해양 환경을 위협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토착 생태계 변화, 어장의 고갈, 병원균 전염과 같은 수많은 생태 문제는 물론 인체 독성 유발 등의 건강상 문제까지 유발한다.

우리나라의 주요 항구가 있는 연안 해역을 대상으로 외래 생물종에 대한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지중해 담치, 유령멍게와 같은 외래 생물종이 18종이나 정착해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중해 담치는 양식 동물의 부착과 성장을 방해하고 토종 홍합의 서식지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유령멍게는 죽으면 물밑에 가라앉아 바닷물을 오염시킨다. 북태평양산인 아무르불가사리는 조개류를 무차별적으로 포식한다. 인천, 제주, 온산 등에서 발견된 포르세라갈파래는 해양의 녹조 발생률을 높인다. 이것은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요트 경기를 앞두고 칭다오 일대를 덮쳐 중국 정부에 수천 억 원의 재정 손실을 입힌 녹조와 같은 종이다.

전문가들은 해양 외래 생물이 국내로 유입되는 가장 큰 원인이 선박 평형수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국제해사기구(IMO,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는 2004년 2월 74개국 정부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배의 평형수 관리를 위한 국제 협약을 채택했다. 이 협약으로 국제 항행에 종사하는 모든 배는 2017년부터 평형수 처리 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평형수 처리 장치는 평형수 및 침전물 내에 유해 수중 생물이 배출되거나 주입되는 것을 예방하고 제거하는 장치를 말한다. 이를 위해 기계적, 물리적 그리고 화학적인 처리 기술을 사용한 다양한 방법들이 모색되고 있다.

기계적인 처리 기술의 대표적인 방법은 일종의 필터인 여과기를 설치하는 것으로, 평형수만 빠져나가고 유해수중생물은 통과할 수 없도록 거르는 것이다. 50μm(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 정도의 아주 미세한 여과기를 사용하는데, 장치가 간단하고 비교적 많은 양의 평형수를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50μm보다 작은 수중생물은 처리하기 어렵고, 여과기가 막히면 이를 교체하거나 막힌 여과기를 뚫기 위한 추가 장비가 필요하다.

물리적인 처리 기술은 자외선의 살균 작용을 이용해 평형수 내의 유해생물을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없애는 방법이다. 하지만 유해 생물이 변이를 하거나 다시 생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선박 평형수를 일정 온도 이상으로 가열해도 수중 생물을 살균시킬 수 있으나, 이 경우에는 배출하는 물의 온도가 높기 때문에 배출되는 항구의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화학적인 처리 기술은 오존을 이용해 생물을 살균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오존의 경우 살균 효과는 뛰어나지만 시설비가 고가라는 단점이 있다. 또한 전기 분해를 이용해서 유해 생물을 살균하는 방법은 살균 효과가 뛰어나지만 선체가 부식될 우려가 있고 장치가 고가라는 단점이 있다.

위에서 열거한 바와 같이 다양한 평형수 처리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평형수 처리 장치 개발은 이제 시작되는 단계로 당분간은 여러 가지 기술이 적용되고 검증될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기술로 평형수를 처리하거나 여러 가지 기술을 조합해서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평형수 처리 기술 개발은 해양 생태계의 파괴를 예방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그리고 경제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우리나라가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신규 시장이 열리는 기회이기도 하다. 현재 국제해사기구의 승인을 받은 관련 기술 31건 가운데 11건(35.5%)을 국내 기업이 보유하고 있고, 지난해 기준(2013년)으로 평형수 설비 시장의 수주액 7900억 원 가운데 4585억 원(58.0%)을 국내 기업이 달성했다.

우리나라가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기업뿐 아니라 많은 중소기업에서도 자체적인 연구 개발을 통해 기술 개발의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앞으로 열리는 평형수 처리 장치 시장이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에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

글 : 유병용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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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02 12: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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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02 23: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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