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35 호/2014-05-26

[Keyword로 읽는 과학] 더 큰 자극에만 반응하는 ‘팝콘 브레인’

“드드드득…, 탁! 토독…, 탁! 타닥!”

시간 차를 두고 터져 나오는 톡톡 소리와 함께 향긋한 냄새가 번진다. 왠지 기분이 좋아지며 입안에 군침이 돈다. 팝콘을 튀기는 소리다. 말린 옥수수 알갱이에 열을 가해서 만들기 때문에 탁(pop) 하고 터지는 옥수수(corn)라는 이름이 붙었다.

팝콘은 섭씨 200도가 넘어야 터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탁 하는 소리가 띄엄띄엄 들린다. 아직 열이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다. 냄비가 본격적으로 달궈지면 타다닥 하고 연속적으로 소리가 들린다. 시간이 더 흐르면 소리의 빈도가 잦아들면서 팝콘 한 봉지가 완성된다.

우리의 신경이 평소보다 조금 더 무뎌진다고 생각해보자. 감기약을 먹어서 몽롱할 때는 주변에서 오가는 소리가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한 가지 일에 너무 깊이 빠져들거나 여러 업무를 동시에 처리할 때도 감각 정보가 상당 부분 차단된다.

이럴 때는 팝콘의 소리가 달라진다. 드드드득 하고 부글거리는 낮고 조용한 소리는 들리지 않고 탁 하고 터질 때만 인식이 된다. 아무 낌새도 없다가 갑자기 큰 소리가 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다시 조용해지는가 싶다가 잠시 후 탁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이렇게 팝콘이 터지듯 크고 강렬한 자극에만 우리의 뇌가 반응하는 현상을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이라 한다. 데이빗 레비(David Levy) 미국 워싱턴대학교 정보대학원 교수가 만들어낸 용어다.

2011년 6월 CNN을 통해 처음 소개된 ‘팝콘 브레인’ 증상은 컴퓨터와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기기를 지나치게 사용하거나 여러 기기로 멀티태스킹을 반복할 때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뇌에 큰 자극이 지속적으로 가해지는 바람에 결국에는 단순하고 평범한 일상생활에 흥미를 잃게 되는 것이다.

팝콘 브레인을 가진 사람은 강렬하고 자극적인 것에만 반응한다. 잔잔하고 미묘한 요소들은 관심을 끌지 못한다. 새로운 소식이 뜨지 않았나 10분이 멀다 하고 스마트폰 화면을 켜보면서도 방 청소나 설거지 같은 살림살이는 뒤로 미루기 일쑤라면 팝콘 브레인을 의심할 만하다. 급한 업무를 처리할 때도 아닌데 여기저기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인터넷 접속을 반복하는 것도 전형적인 증상이다.

인간의 뇌는 강렬한 자극을 선호한다. 한 가지 자극이 반복되면 지루함을 느껴서 그보다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된다. ‘중독’의 시작이다. 중독은 크게 유해 물질에 의한 신체적 중독과 약물에 의한 정신적 중독으로 나뉜다. 신체적 중독은 원하지 않은 독성 물질이 몸 안에 들어간 상태여서 해독제를 통해 신속한 치료를 해야 한다. 반면에 정신적 중독은 자발적으로 특정 성분을 섭취하거나 특정 행동을 반복하다가 발생한다. 당사자가 깨닫기 전까지는 심각성을 알기 어렵다.

지금까지는 마약, 알코올, 카페인, 도박 등 아이들에게는 금지된 식품이나 행동을 통해서 정신적 중독이 심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인터넷 접속, 컴퓨터 게임, 온라인 쇼핑 등 일상생활의 행동만으로도 깊은 중독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아, 아동, 청소년과 같이 성인 이전의 시기에는 뇌 발달이 완성되지 않았다. 뇌의 특정 부위만 지나치게 사용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일상적인 행동만으로도 중독에 빠진다면 뇌의 구조가 달라질 수도 있는 문제다. 가장 큰 위해 요소로 지적되는 것은 인터넷이다.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해지고 견딜 수가 없는 증상을 ‘인터넷 중독 장애(IAD)’라 부른다. 아직 정식 질환으로 등록되지는 않았지만 위험성은 충분하다. 일반적으로는 학업이나 업무와 관련성이 없는데도 인터넷에 하루 6시간 이상 접속하는 행동을 6개월 넘게 지속할 때 인터넷 중독 장애라 판단한다.

2011년 중국 연구진은 하루 10시간 이상 인터넷을 사용하는 14~21세의 학생 17명의 뇌를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촬영해서 인터넷 중독 장애가 뇌의 구조까지 바꾼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들은 하루 2시간 미만 동안 인터넷을 사용하는 16명의 대조군에 비해 뇌 신경 섬유가 모인 백질 부위가 현저히 두꺼웠다. 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면 감정 조절, 의사 결정, 자기 제어 등에 어려움을 겪는다.

2014년 5월 초 미국정신과협회(APA)의 연례 대회에서는 인터넷 중독 장애를 보이는 청소년은 뇌에 비정상적인 특징이 나타났다는 발표가 있었다. 한두 건의 실험이 아닌 최근의 연구 13건을 종합한 결과다. 인터넷 중독 장애는 부정적인 정신 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 연구가 지적하는 부작용만 해도 우울증, 자살 충동, 강박 장애, 식이 장애,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알코올 및 약물 중독 장애 등 다양하다.

예전에는 인터넷 중독의 주범으로 컴퓨터가 지목되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이 그 자리를 넘겨받았다.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사용 인구는 이미 4천만 명을 넘어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사용 시간도 길어져서 스마트폰 없이는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다.

이로 인해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 위험성도 높아지고 있다. ‘2013년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터넷을 과도하게 사용해서 금단 현상, 내성, 일상생활 장애 등의 증상을 보이는 중독 위험군이 10~19세의 25.5%에 달한다. 2012년에는 중독 위험군이 18.4%였던 것에 비해 1년 만에 7% 이상 높아진 수치다.

팝콘 브레인 증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방법은 인터넷에 연결된 전자 기기의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CNN은 인터넷 접속 시간 기록하기, 하루 인터넷 사용량 정하기 같은 딱딱한 방법 이외에 2분 동안 창밖 바라보기, 전자 기기 쓰지 않는 시간 가지기, 문자 메시지가 아닌 전화로 연락하기 등 생활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예방법을 제안했다. 3년 전 방법이지만 지금도 그대로 적용돼야 하는 수칙들이다.

팝콘 브레인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스마트폰의 화면을 끄고 바깥 경치를 바라보며 주변 사람들과 못 다 나눈 대화를 이어가자.

글 : 임동욱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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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샌들 한 짝 맑은가람 테마 동화책 평화 이야기 1
카렌 린 윌리암스 글, 둑 체이카 그림, 이현정 옮김 / 맑은가람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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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는 난민촌에 살고 있는 소녀다. 구호 센터 사람들이 트럭을 몰고 오면 사람들은 서로 좋은 옷을 차지하려고 있는 힘껏 손을 뻗는다. 리나 역시 그 틈바구니에 끼여 있다. 잡히는 대로 움켜 쥐고 일단 당기고 봐야 한다. 그런데 흩어지는 사람들 속에서 새 샌들 한짝을 찾고 말았다. 리나의 눈이 커지는 순간이다. 신은 열살 리나의 발에 꼭 맞았다. 파란 꽃이 달린 노란 샌들은 고왔다. 무려 2년 만에 신어보는 신발이다. 지금껏 맨발로 살아왔을 리나의 고단한 난민 생활이 눈에 그려진다.


다른 한짝도 주변 어딘가에 있을 것 같아 두리번거리던 리나는, 자기처럼 신발 한짝을 신고 서 있는 여자 아이를 보았다. 리나보다 더 마르고 얼굴이 까만 아이였다. 발은 리나가 처음 난민촌에 왔을 때처럼 갈라지고 부어 있었다. 리나보다 더 신발이 필요한 아이로 보였다. 그런데 인사를 건네는 리나를 보자마자 아이는 휙 돌아서 사라져 버렸다. 신발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두 아이가 다시 만난 것은 냇가에서였다. 리나가 빨래를 하고 있을 때 어제 사라졌던 그 아이가 샌들 한짝을 들고 찾아왔다. 


"우리 할머니가 그러는데, 한 짝만 신는 건 바보 같대."


아마도 아이는 샌들을 들고 오기 싫었을 것이다. 하지만 간디의 지혜를 닮은 아이의 할머니의 충고를 들었을 것이다. 망설였을 마음과, 기꺼이 들고 온 그 마음이 모두 아련하고 예쁘다.


아이는 샌들을 두고서 다시 휙 돌아서 가려고 했다. 아이를 붙잡은 건 리나였다.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고 아이의 이름도 들었다. 소녀의 이름은 페로자. 둘은 하루씩 번갈아 가며 샌들을 신기로 했다. 둘이 내놓을 수 있는 가장 슬기로운 해법이다. 그렇게 두 소녀는 친구가 되었다.



이후 두 소녀는 물 길으러 갈 때도, 동생들을 돌볼 때도 사이 좋게 샌들을 나눠 신으며 우정을 키워 나갔다. 전쟁 통에 가족을 잃은 슬픔을 알고 있는 두 소녀는 서로를 깊이 이해했다. 남은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알 수밖에 없는 두 소녀들.


배우고 싶은 욕망은 크지만 학교가 작아서 여학생까지 받아주지 않았다. 그럴 땐 학교 밖에 쭈그리고 앉아 땅바닥에 이름을 썼다가 어른 지우곤 했다. 혹시라도 잘못 쓴 거라면 창피할 까봐서. 



이 사진이 떠올랐다. 어려운 지역의 아이들일수록 배움에 더 목마르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더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리나와 페로자처럼 말이다.



난민촌에서 언제까지 살 수는 없는 노릇. 두 가족 모두 미국으로 이민 신청을 했지만 먼저 허락을 받게 된 것은 리나네 가족이었다. 새로운 기회를 갖게 된 것은 기쁜 일이지만 동무와 헤어지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맨발로 갈 수 없다며 신발을 안겨주는 착한 페로자. 엄마가 삯바느질로 마련해준 구두가 있으니 페로자에게 신을 양보하는 리나. 그러나 페로자는 신을 받을 수가 없다. 두 친구의 소중한 추억와 우정의 상징이 아니던가. 그렇게 둘은 다시금 신발을 한짝씩 나눠 가졌다. 언제고 다시 만나게 된다면 하나가 될 그 신발을 품은 채 두 사람은 헤어졌다. 



이 책은 맑은가람 테마 동화책 중 평화이야기다. 비록 우리나라의 어린이들은 머나 먼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우리나라도 전쟁을 경험한 나라이고 아직도 분단국가이다. 늘 한쪽에 위협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책을 보았으면 좋겠다. 상대방을 배려해주는 따뜻한 마음에는 박수를 보내주면서 말이다. 더불어, 얼마든지 학교에 가서 공부도 할 수 있는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제발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배움의 축복이 전 세계의 어린이들에게 주어진 특권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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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4-05-27 0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먹먹하면서도 따뜻한 감동이 출렁이는 그림책이죠.
몇 년 전에 도서관에서 빌려봤는데 얼마전에 구입했어요.
거의 일주일만에 알라딘 로긴했어요.
그동안 분주했고, 지난 수욜부터 인터넷이 안됐어요.
서비스 받을 시간이 없어 어제 오후에서 개통됐다는...

마노아 2014-05-27 09:46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책 이름 클릭하니까 순오기님 리뷰 보여서 이미 좋은 책을 알아보셨구나~ 했어요.^^
저는 어제부터 컴퓨터가 바이러스 먹어서 속썩이네요. 알약 v3 돌려봤는데 치료는 되지만 여전히 증상은 남아 있어서 다 밀어야 하는 건가 고민 중이에요. 컴퓨터 새로 산지 한달 조금 넘었는데 이 모양이네요. 흑흑...;;;;

순오기 2014-06-04 07:45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컴퓨터도는 참 속을 썩이는 거 같아요.
조립품 아닌 정품인데도 그런가요?
한달 조금 넘었으면 서비스 불러서 해결하면 될 거 같은데....

마노아 2014-06-04 11:39   좋아요 0 | URL
제 컴은 친구가 조립해준 거예요. 그 친구라 카톡으로 대화하면서 바이러스들을 잡았어요.
친구가 삼주간 바쁘다고 해서 다녀가질 못할 것 같아서 메신저로 했는데 다행히 좋아졌어요.
의심되는 게 하나 있는데 이건 증상이 복불복이라 나오면 이상하다!하고 여겨요.
아직은 괜찮네요. 연휴 시작인데 다행이에요.^^;;
 
노무현 대통령 5주기 손수건 - 파랑(풍선과 새들)
대한민국
평점 :
품절


파랑 손수건이 더 예뻐보여서 구입했는데 노랑색도 탐이 난다. 가방에 묶어 놓았더니 노통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아서 살짝 속상. 뭐 내가 알고 있으니 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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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걸 Vogue Girl 2014.5
보그걸 편집부 엮음 / 두산매거진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립스틱 떨어질 찰나에 구입해서 잘 쓰고 있음. 색상도 마음에 든다. 책은 펴보지 않아서 모름. 잡지 책 웬만해서 읽지 않음. 내님 기사 나온 게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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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일 InStyle C형 2014.3
중앙M&B 편집부 엮음 / jcontentree M&B(월간지)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미니 아이론으로 야심차게 머리를 말아볼 생각이었는데 손재주가 없어 한번 쓰고 다시 사용 못함. 게다가 날 더워져서 지금은 날마다 올림머리. 언제 다시 쓸지 알 수 없음. 책은 역시 보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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