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사랑 문학과지성 시인선 16
최승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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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같은 가을이 / 최승자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 온다
매독 같은 가을.
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된
한 쪽 다리에 찾아온다.

모든 사물이 습기를 잃고
모든 길들의 경계선이 문드러진다.
레코드에 담긴 옛 가수의 목소리가 시들고
여보세요 죽선이 아니니 죽선이지 죽선아
전화선이 허공에서 수신인을 잃고
한번 떠나간 애인들은 꿈에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리고 괴어 있는 기억의 廢水가
한없이 말 오줌 냄새를 풍기는 세월의 봉놋방에서
나는 부시시 죽었다 깨어난 목소리로 묻는다.
어디만큼 왔나 어디까지 가야
강물은 바다가 될 수 있을까.
-14쪽

올 여름의 인생 공부

모두가 바캉스를 떠난 파리에서
나는 묘비처럼 외로웠다.
고양이 한 마리가 발이 푹푹 빠지는 나의
습한 낮잠 주위를 어슬렁거리다 사라졌다.
시간이 뚝뚝 수돗물 새는 소리로
내 잠 속에 떨어져내렸다.
그리고서 흘러가지 않았다.

엘튼 죤은 자신의 예술성이 한물갔음을 입증했고
돈 맥글린은 아예 뽕짝으로 나셨다.
송X식은 더욱 원숙해졌지만
자칫하면 서XX처럼 될지도 몰랐고
그건 이제 썩을 일밖에 남지 않은 무르익은 참외라는 뜻일지도 몰랐다.

그러므로, 썩지 않으려면
다르게 기도하는 법을 배워야했다.
다르게 사랑하는 법
감추는 법 건너뛰는 법 부정하는 법.
그러면서 모든 사물의 배후를

손가락으로 후벼 팔 것
절대로 달관하지 말 것
절대로 도통하지 말 것
언제나 아이처럼 울 것
아이처럼 배고파 울 것
그리고 가능한 한 아이처럼 웃을 것
한 아이와 재미있게 노는 다른 한 아이처럼 웃을 것.
-28쪽

삼십 세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
시큰거리는 치통 같은 흰 손수건을 내저으며
놀라 부릅뜬 흰자위로 애원하며.

내 꿈은 말이야, 위장에서 암세포가 싹 트고
장가가는 거야, 간장에서 독이 반짝 눈뜬다.
두 눈구멍에 죽음의 붉은 신호등이 켜지고
피는 젤리 손톱은 톱밥 머리칼은 철사
끝없는 광물질의 안개를 뚫고
몸뚱어리 없는 그림자가 나아가고
이제 새로 꿀 꿈이 없는 새들은
추억의 골고다로 날아가 뼈를 묻고
흰 손수건이 떨어뜨려지고
부릅뜬 흰자위가 감긴다.

오 행복행복행복한 항복
기쁘다 우리 철판깔았네
-30쪽

시인 이성복에게

현기증 꼭대기에서 어질머리 춤추누나,
아름다운 꼽추 찬란한 맹인.
환상이 네 눈을 갉아먹었다.
현실이 네 눈에 개눈을 박았다.
(그래서 네겐 바람의 빛깔도 보이지)

가장 낮은 들판을 장난질하며
흐르는 물, 물의 난장이
가장 높은 산맥을 뛰어넘는
키 큰 바람, 바람의 거인

행복이 없어 행복한 너
절망이 모자라 절망하는 너
무엇이나 되고 싶은 너
아무 것도 되고 싶지 않은 너

영원히 펄럭이고저!
눈알도 아니 달고
척추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
바다의 날개......
하늘의 지느러미......)
-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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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4월 한달은 불량과의 싸움이었다. 4월 5일에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을 보려고 극장으로 갔다. 서울에서 하는 곳은 시네코드 선재 하나 뿐이었다. 한시 반 예매였는데, 극장에 도착해보니 시스템 오류로 시간표가 잘못 나왔다고 한다. 이미 12시 50분에 영화 시작했다고. 이후 이 영화는 월요일과 수요일 오후 세시에 상영 예정이라고 한다. 하아, 볼 수 없는 시간이잖아...;;; 미안하다고 내미는 초대권 두장 들고 돌아왔다. 꽃단장하고 외출했는데...ㅜ.ㅜ


2. 먹통된 키보드를 교체하느라 새로 주문했다. 그런데 도착한 키보드는 숫자 키가 파손되어 있었다. 다연히 개봉하자마자 반품을 하고 같은 업체에서 새로 주문했다. 교환보다 그게 빠를 것 같아서. 그런데 업체가 반송시킨 제품을 나한테 착불로 다시 보냈다. 전후 사정을 기사님께 재설명하고 다시 보내었다. 그리고 받은 키보드는 또! 불량이었다.

(사진 펑!)

 

내 키보드 상태가 이랬다. 이게 얼마나 복장 터지던지... 

결국 이 키보드도 반품했다. 그리고 무선 포기하고 유선으로 구입했다. 책상이 위 아래로 깊어서 줄이 짧다. 불편해서 무선 썼던 건데 또 불량 나올까 봐 그냥 유선으로 안착했다.


3. 컴퓨터를 교체했다. XP로 버티고 있었는데 지원도 중단됐고, 언제 엎어질지 알 수 없는 불안한 컴이어서 결국 바꾸기로 했다. 저 위에 키보드 무선 쓰는 거 아니라고 해준 친구가 조립해 주었다. ssd카드 있다고 했는데 하나 더 사서 남긴 했지만, 뭐 나중에 쓸데가 있겠지. 점심 시간 때 온 거라서 일단 밥부터 먹으러 갔는데, 매장에서 주문을 잘못 받아가서 내 밥만 나오고 친구 게 안 나왔다. 다시 얘기해서 찌개가 나왔는데 그 안에서 너트인지 단추인지, 하여간 쇳조각이 나왔다. 하아, 민망하게시리...;;;;


4. 핸드폰은 3월 19일에 바꿨다. SK기변 care 센터에 전화해서 내 요금제에 맞는 걸로 추천해 달라고 해서 받았다. 그런데 새로 온 핸드폰은 블루투스 이어폰 접촉이 안 좋았다. 잘 될 때는 한 시간 정도 유지하지만 잘 안 될 때는 몇 초 단위로 끊긴다는 것이다. 기존에 쓰던 후진 모토로라 폰도 이러진 않았는데 뭐 이따위야! 3월부터 4월 초까지는 무지 바빴다. 원래 학교는 3월이 가장 바쁜 달이고, 다른 분 업무가 중간에 나한테 넘어와서 그거 행사 치르느라 눈썹 휘날리게 지냈다. 그 행사를 마친 날 위의 저녀석과 연극을 봤다. 이 친구가 갖고 온 블루투스 이어폰은 내 것보다 한 4배 정도 고가의 제품이었는데 소리가 정말 좋았다. 그렇지만 그 블루투스 이어폰으로도 내 폰의 음악을 들으면 죄다 끊겼다. 아, 정말 불량 맞구나. 


5. 삼성 서비스 센터에 간 것은 4월 10일이었다. 직원은 굉장히 불친절했고 자꾸 내 말을 잘라먹어서 불쾌했다. 수리하겠냐, 바꾸겠냐 묻는데 당연히 새걸로 바꿔야지. 개통도 안 한 새물건이 불량품으로 왔는데! 같은 기종(갤럭시 코어 어드밴스)이 없어서 주문하겠다고 했다. 난 새폰을 집으로 배송 받았기 때문에 교체 받는 것도 집으로 가져와서 맞교환하냐고 물으니 내가 직접 와야 하는 거라고 황당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씨, 지들이 불량품 보내놓고는...;;;; 


6. 14일에 새 제품이 도착했다고 전화가 왔다. 센터에 들러달라고. 난 내가 받은 상자 채 바꿔야 하는 줄 알고서 다른 부속품(이어폰, 충전기 등등)을 전혀 안 가져왔으니 수요일에 가겠다고 했다. 직원은 수요일에 출장이 있으니 다른 직원께 맡겨놓겠다고 했다. 그리고 수요일에 갔더니 옆의 자리 직원이 핸드폰만 바꾸는 거라서 다른 부속품은 필요없다고 한다. 아씨, 그럼 월요일에 그렇다고 했어야지. 내가 전화 받았으니 전화기는 갖고 있던 건데...;;;; 


하여간 수요일(16일)에 새 폰을 받아왔다. 대리점에 가서 전화 개통하라고 해서 갔더니 영업 정지 기간이어서 SK지점으로 가라고 한다. 헐! 그때가 이미 6시여서 꼬박 하루 동안은 전화를 쓸 수 없는 거였다. 알다시피 이날은 끔직한 해상 사고가 있던 날이고, 많은 분들이 가족의 목소리를 듣고 싶던, 안부 문자라도 하고 싶은 그런 날 아니었던가. 별수 없이 인터넷 외에는 아무 것도 되지 않는 폰을 들고 집으로 왔다.


7. 다음날 SK지점 미아점에 도착한 것은 5시 40분이었다. 대리점에서 개통 못하니 이리로 가라고 했는데 맞냐고 하니 자기들도 영업정지 기간이어서 못한다고 한다. 헐! 할 수 있는 곳은 처음 내가 전화를 주문했던 sk 기변care 센터였다. 근데 이곳은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야만 연결이 되는 곳이다. 난 전화가 안 되고 있으니 연락할 방법이 없다. 웃긴 게 여긴 유선으로 걸면 전화를 안 받는다. 그래서 미아점 직원 전화로 걸어서 센터와 통화를 했다. 여기서 등록을 위해선 '신분증 사본과, 핸드폰 기종과 일련번호, 그리고 불량품 접수증'을 팩스로 주라고 했다. 난 접수증 받은 게 없다고 하니 그게 없으면 개통이 안 된다고 한다. 이쯤해서 난 굉장히 빡쳐 있었는데, 아무튼 제품을 교환 받은 삼선교점 삼성 센터에 연락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직원이 준 명함에는 삼성 센터 대표 전화번호만 있었다. 삼선교점의 해당 직원까지 안내 받기까지는 무수한 교환, 교환, 교환을 거쳐야 했다. 그리고 내가 있던 곳이 SK지점이니까 기변케어 팩스 번호는 알고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모른단다. 헐! (그리고 기변센터는 왜 팩스 번호도 안 가르쳐주고 보내라 그런겨!)그러니 다시 기변케어에 전화해서 팩스 번호를 받아야 했다. 여기도 또 무수한 교환, 교환, 교환을 거쳐 통화를 해야 했다. 어렵게 연결한 직원은 팩스 번호를 문자로 넣어주겠다고 한다. 아니 이보세요! 내가 지금 전화가 안 돼서 왔는데 문자를 어떻게 받습니까!


8. 삼성 서비스 직원은 자신들은 그런 증서가 없다고 한다. sk지점 직원은 자기들은 무수히 받아왔고 그걸 팩스로 보내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 직원은 그 증명서 이름이 뭐냐고 물으니 sk직원은 이름은 모른다고 했다. 허얼!

삼성에선 이주 안에 교체했을 때 발급하는 건 있지만, 내가 3주차에 갔고, 그 경우 발급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했다. 급기야 두 센터 직원이 옥신각신. 하여간 삼성에서 sk지점으로 뭔가를 보내주기로 했다. 하지만 이미 시간은 6시를 넘겼고, 기변센터는 개통 가능 시간을 넘겼다. 그러니 나의 폰 개통은 다음 날로 미뤄지게 되었다. 기변센터 직원은 내일 개통가능 시간은 9시 30분이며 개통 전에 전화로 안내해 주겠다고 한다. 아니 이보세요! 전화가 안 되는데 자꾸 어디로 연락을 준다고 하는 겁니까! 개통 시켜놓고 문자를 달라고 했다. 무사히 문자가 도착하면 해결된 걸로 알겠다고. 직원은 알겠다고 했다. 


9. 이틀 연속 버스 환승 시간도 지났고, 열도 받고, 배는 고프고... 큰시스터랑 저녁을 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화가 안 되니 연락할 길이 없고, 주변을 찾아봤는데 공중전화도 없고... 언니는 보통 바빠서 밥을 늦게 먹는 편이니 그냥 찾아가기로 했다. 때마침 비도 내리고..ㅜ.ㅜ 비 맞으며 언니네 집에 도착했는데, 오늘 따라 많이 피곤해서 밥을 일찍 먹고 쉬고 있다고....;;;; 그렇지. 인생은 언제나 타이밍이지. 


10. 어제 9시 반. 전화는 개통되지 않았다. 한 시간을 더 기다려서 센터에 전화를 하니 신분증 사본이 안 왔다고 한다. 헐헐헐! 나는 어제 분명 신분증을 제출했고, 지들이 팩스 받아서 관련 서류 다 보내겠다고 했는데 신분증 복사 안 해 놓은 것이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신분증 사본은 지금 보내주겠다고 했다. 팩스를 넣어놓고 11시 반에 확인해 보니 아직 개통이 안됐다. 다시 전화했다. 처음 안내했던 직원이 받은 게 아니니 직원은 과정을 몰라 당황하고, 그놈의 본인 확인은 몇 번을 거쳤던지...;;;;


12시 경에 다시 통화를 했는데, 직원 말이 아까 팩스 보내자마자 개통 완료 됐고 내 폰에서 유심 다운 받으면 된다고 한다. 아니 그걸 아까 얘길했어야지. 도대체가 이 모든 과정에서 일을 제대로 하는 직원이 한 명도 없는 것이다. 어이가 마구마구 상실됐었다.


그렇게 힘겹게, 이틀만에 핸드폰을 개통했다. 다시 어플을 깔고, 데이터를 백업하는 중인데, 왓썹만 자꾸 에러다..;;;; 밀렸던 문자가 들어오는데 작년에 근무했던 학교에서 정산이 덜 됐다고 돈 달라는 문자가 와 있다. 하아, 뭐가 이따위야...;;;;;


핸드폰 없는 자유인의 삶도 근사하다고 여기지만, 지금같은 세상에서 핸드폰 없는 생활은 까마득하게 불편하고 위험하다. 이번 사고에서 그래도 마지막 메시지로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려고 했던 것처럼...


평소의 나라면 고객센터에 연락해서 이렇게 불편을 끼칠 수 있는 거냐고 다다다다 장문의 글을 남겼겠지만, 이번만큼은 그럴 수 없었다. 늬들은 일을 잘 못했고, 나는 불편했고 화도 났지만, 귀한 자식을 바다에 묻고 되도 않는 희망고문에 더 큰 절망을 느끼는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를 생각하면 이건 그냥 해프닝일 뿐. 그런데 자기 업무에 대해서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고, 같은 회사 안에서도 서로 소통이 되지 않고 제각각 움직이는 모습이 브레인 없이 우왕좌왕하는 재난본부의 축소판 같다. 씁쓸하다.


지난 나흘, 정말 끔찍한 대한민국이었다. 이렇게 무능하고 이렇게 개념 없고 이렇게 막장일 수가! 무엇을 상상하든 항상 그 이상을 보여준다.

 

대한민국의 헌법개정 과정에 대한 수업을 3회에 걸쳐서 했다. 40여 년 동안 9번의 헌법 개정 과정에서 등장한 독재자들과 그들의 만행에 대한 설명이 당연히 이어졌다. 학생들이 손을 들고 질문을 한다. 


선생님은 좌파예요? 

이 책은 금성인데 이거 믿을 수 있어요? 교학사 출판사를 써야 하는 것 아닌가요?

지문에 한겨레 신문 기사를 인용했는데 좌빨 신문 아닌가요?


불과 십년도 안 되는 사이에, 교실 현장은 이런 분위기가 되어 있었다. 독재자를 독재자라고 말했을 뿐인데...


작년에 이승환은 봉하마을에 가서 노무현 전대통령 추모제에 참석해서 노래를 불렀다. 당시 사회자가 꿈이 뭐냐고 질문을 해서 '정의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는데, 그 부분이 방송에서 편집됐다고, 얼마 전 국민 TV에서 말했다. 하하... 정의로운 사람이 되는 게 불순하게 들려서 편집되는 그런 세상을 우리가 살고 있다. 


 

 



이 노래는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면서 만든 곡이다. 가사를 쓸 수 없어서 노래를 먼저 만든 뒤 도종환 시인에게 부탁했고, 시인은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 싶다'라는 제목을 주셨다.


오늘은 세월호에 탑승했던 꽃다운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며 듣고 있다. 희생된 다른 사람들도 있지만, 가장 어리고, 방송에서 이른대로 선실 안에 있다가 화를 입은 아이들이 가장 밟힐 수밖에 없다.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그럴 수 없어서, 아프고 미안하다. 이런 세상을 살고 있는 어른이어서......


우리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대와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 싶다
별이 속삭이는 소리로 내게 오는 그대여
꽃이 닿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그대
매일 만나도 다 못 만나는 그대
오직 한번 만나도 다 만나는 그대
우리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대와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 싶다
그대에게 가는 길 아파도 보이지 않아도
그래도 그대가 길이다 그대가 길이다
아 그대여 희망이여 나의 길이여
그대여 희망이여 내 사랑이여
우리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대와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 싶다
아 그대여 희망이여 나의 길이여
그대여 희망이여 내 사랑이여
그대여 희망이여 내 사랑이여 그대여 운명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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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보이니? 7 - 신나는 보물선 탐험 달리 지식 그림책 9
월터 윅 지음, 박소연 옮김 / 달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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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보는 '너도 보이니?' 시리즈다. 부제가 '머리가 좋아지는 신기한 숨은그림찾기'인데, 정말 머리가 좋아지는지는 몰라도 눈썰미와 눈치는 늘 수 있겠다. 더불어 상상력까지~


이번 편은 보물선 탐험이다. 보물선 하면 해적선이고, 그 안의 보물 중 으뜸은 황금이지!

첫번째 숨은 그림 찾기는 금화였다. 



이 책의 특징은 처음에는 줌인해서 클로즈업한 사진을 보여주고, 그 다음 페이지에서는 좀 더 먼 거리를 찍은, 그래서 더 큰 그림과 배경이 같이 나오게 배치를 한다는 것이다. 금화가 나왔고, 금화가 담겨 있던 상자가 나오고, 그 상자가 담겨 있는 난파된 배가 나오는 식으로 말이다.



유리병이 나오고, 그 유리병이 놓여 있는 진열장이 나오고, 그 진열장이 배치되어 있는 방이, 그리고 그 방이 포함된 가게 나온다. 단추 두개! 이러면 서로 다른 단추를 두 개 찾으면 되고, 새 10마리 하면 서로 다른 새 열 마리를 찾으면 된다. 어떤 것은 너무 적나라하고, 어떤 것은 무척 그럴싸하게 숨겨져 있다. 이 세세한 미니어처들을 어떻게 작업했을까 신기하기만 하다.



귀여운 이 집은 알고 보니 엽서였다. 그 엽서가 놓여있는 비치타울, 그 비치타울이 놓여 있는 모래 사장과 멀리 파도가 보인다. 난파선은 바캉스 온 어떤 아이의 상상일까. 아님 저 바다 너머 어느 섬 근처에 가라앉아 있는 것일까. 어느 쪽으로 상상하든 재밌기만 하다. 이 작품을 보고 나니 내가 맨 처음 만났던 데이비드 위스너의 책 '시간상자'가 떠오른다. 역시 바다는 많은 이야깃거리를 갖고 있다.


책의 말미에는 정답이 표시되어 있다. 같은 종류를 여러 개 찾는 것은 같은 색상으로 표시해 놓았다. 정답을 따로 그려놓지 않았다면 시간 차를 두고 다시 찾아보아도 좋을 것이다. 여전히 그림 찾는 재미가 솔솔할 테니까. 


가족이 함께 보면서 숨은그림 찾기하면 딱 좋겠다. 누가 더 많이 찾는지 내기해도 좋겠다. 살짝 못 찾아주는 척 하는 센스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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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약이 엄마
백희나 글.그림 / Storybowl(스토리보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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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명 높은 고양이 '니양이'는 뚱보에 먹보에 작고 약한 동물들을 괴롭히는 걸 좋아한다. 악명높다는 말이 잘 어울림!

특히 갓 낳은 따스한 달걀은 니양이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이다.

느 봄날 아침, 닭장 앞을 지나던 니양이는 암탉들이 모두 자리를  비운 것을 발견했다. 아니, 이렇게 위험한 이웃이 있는데 다들 어딜 간겨!!!


기회는 이때다 싶어 탐스럽고 예쁜 달걀을 꿀꺽 해버린 니양이!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시간이 흐를수록 니양이의 배가 점점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음, 아무리 배속에서 알이 부화를 해도 그렇지 이렇게 배가 불러오는 건 솔직히 '오버'지만!

이야기의 재미를 위해서 굳이 따지지 말자!



어느 날 배가 너무 아팠던 니양이는 다급히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리고 힘을 주었는데 이럴 수가!!!

똥이 나와야 했는데 작고 노랗고 귀여운 병아리가 나온 것이다!!!

졸지에 병아리를 낳아버린 니양이!

갓 태어난 병아리는 니양이의 품속으로 파고 들었다.

태어나자마자 제일 먼저 발견한 게 니양이였으니 니양이가 엄마로 보이는 건 당연한 일!!



달걀은 먹어도 병아리는 안 먹는 것일까, 아니면 자기 배에서 나와서 못 먹는 것일까? 

아무튼 이때부터 니양이는 삐약이의 엄마가 되었다. 어딜 가든 데리고 다녔고, 맛있고 깨끗한 음식을 먹이기 위해서 애썼다.

혹여 자동차가 다니는 위험한 길로 갈까 봐 단단히 주의를 주었고, 성질 나쁜 개 집 앞을 지날 때면 등의 털을 꼿꼿이 세워 삐약이를 보호했다. 소싯적 자기 모습이 겹쳐 보이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악명 높던 니양이가 '삐약이 엄마'로 다시 태어났다. 누구라도 이렇게 예쁜 아가가 엄마하고~ 품으로 파고들면 이리 될 테지.

다시 태어난 삐약이 엄마가 정겹다. 삐약이를 보호해주면서 예쁘게 키워줬으면 한다.


훈훈한 이야기인데, '고녀석 맛있게 생겼다'와 이야기가 많이 흡사해서 감흥은 크지 않다. 백희나 작가 특유의 상상력과 기발함은 이 작품에선 그리 돋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니양이가 악명 높은 고양이에서 삐약이 엄마로 변신해 가는 표정 변화가 재밌어서 기분 좋게 읽었다. 그런데 삐약이가 자라서 미운 오리 새끼처럼 제 엄마 찾아가는 것 아닐까? 진짜 삐약이 엄마는 어디서 뭐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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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04-07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길고양이가 이렇게까지 뚱뚱해지긴 쉽지 않은데 말입니다.

냥이들 마다 차이가 좀 있더라구요.
모성이 정말 지극한 녀석들도 있고,
냥이는 자궁이 두개라서 출산하고 바로 또 임신이 가능해요.
그래서 두달만에 그 전에 낳은 새끼들이 버려지기도 하지요 킁..

얼굴이 빵빵하게 부어 있는 녀석들은 대부분 수분공급이 안되서 부은거고
냥이들은 진짜 털빨이라 길에서 자란 애들 대부분 성묘가 되어도 3kg정도 더군요.
물론 저희집 똥냥이들은 모두 4키로가 넘었지만 ㅜ..ㅜ

이제 며칠 안남았네요 룰루랄라~~ ^0^

마노아 2014-04-07 21:32   좋아요 0 | URL
니양이 같은 길고양이를 발견하긴 쉽지 않겠어요.^^;;
우와, 그런데 자궁이 두 개군요. 놀라운 사실이에요.
그래서 금세 임신이 가능한 거였군요. 신기신기!!!
냥이들 털빨이란 말은 크게 공감이 가네요.
인간도 머릿발이 중요한데 말이지요.^^
정말 며칠 안 남았어요. 듀근듀근~~~
 
이모부의 서재 - 어느 외주 교정자의 독서일기
임호부 지음 / 산과글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독서 에세이가 많이 나왔다. 모두들 무림의 고수, 아니 인터넷 서점의 고수들이었다. 많은 글들이 책으로 묶여 나왔지만 가장 깊이있는 성찰을 보여준 것은 이 책이 아닐까 싶다. 평소 블로그에 글을 쓰실 때도 그 묵직한 감동에 반할 때가 많았다. 다시 시간 순으로 정리한 이 책에는 작가가 읽은 책에 대한 단상이 그의 일상 소사와 잘 어우러져 매끄럽게 흘러갔다. 간혹 문체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어려운 내용에 눈을 가늘게 뜨기도 했지만, 대체로 편하게, 그러나 가볍지 않게 읽어 내려갔다. 읽다 보면 궁금해지는 책도 많고, 오호! 하며 놀라게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를 가장 감동시키는 것은 작가가 직접 지은 토막 글들이다. 평소에도 나는 이분이 '소설'을 쓰면 무척 잘 쓸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그의 문장은 소설가의 필력을 연상시킨다. 분명 남의 글을 교정하는 것보다 더 자신의 재능을 꽃피울 것 같은데 그는 좀처럼 동의해주지 않는다. 소설은 소설가가 쓰는 거라면서. 난 그가 소설을 쓰는 순간 소설가가 될 거라고 믿고 있는 사람!!







'오늘은 우는 날'이라는 손바닥만한 소설(장편소설)이다. 짧은 글에서 긴 여운이 느껴진다. 눈물이 제공해주는 제의의 공간을 잠시 들여다 본 느낌이다. 이승환의 노래 '오늘은 울기 좋은 날'도 함께 떠오른다.

실제로 작가님이 밝히지 않았다면 구글링을 해서라도 이 소설의 제목을 찾고자 애썼을 것이다. 미리 알려주셔서 헛수고를 막았다. 삶의 페이소스가 진하게 묻어나는 이분의 다른 글들도 보고 싶다. 독서 에세이 말고 그냥 에세이를, 그리고 그보다는 소설을 읽고 싶은 게 가장 큰 바람이지만, 아무튼 간에 이 한권의 책으로 끝내지 말고 꼭 후속작을 무엇이라도 써주셨으면 한다. 애독자가 될 준비가 되어 있다. 얼마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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