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예방에는 소나무림 보다는 ‘혼합림’  

제 2082 호/2014-03-10

 

건조한 봄에는 많은 산불이 발생한다. 최근 산불을 예방하는 방법으로 많이 나오는 것이 소나무림을 ‘혼합림’으로 바꾸는 방법이다.

우리나라 산에 있는 소나무는 전체 24%를 차지한다. 소나무의 특징은 상처를 입으면 투명하고 끈끈한 액체가 나온다. 이것은 ‘송진’이라는 물질로 불에 타기 쉬운 탄화수소 ‘테르펜’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난 2005년 강원도 양양에서 발생한 산불에서도 소나무림은 전소했지만, 수분을 많이 함유한 활엽수림은 피해를 보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연구자들은 소나무림 일부를 베고 다른 나무를 심어 혼합림을 구성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원명수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방재연구과 박사는 “강원도 삼척이나 원주에서 평창까지의 도로에 혼합림을 구성하여 산불을 예방하고 있다”며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동백나무와 같은 키가 작은 나무를 조성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약마다 다른 복용시간, 꼭 지켜야 탈 없다  

제 2083 호/2014-03-10

 

“식후 30분에 복용하세요.” 약국에서 처방받은 약을 받을 때 많이 듣는 얘기다. 꼭 30분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려대 안암병원과 함께 알아보자.

30분의 의미는 위 건강과 관련이 있다. 식사 후 음식이 위점막에 도달해 보호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30분 정도 걸린다. 때문에 식후 30분에 약을 복용하면 위점막의 손상을 줄일 수 있고 약물의 혈중 농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약마다 복용 시간이 달라야 한다. 음식 때문에 흡수가 잘 돼 위장 장애가 나타날 수 있는 약물은 식후 즉시나 식사 중에 복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위장 장애가 있을 수 있는 철분제, 관절염치료제나 흡수가 잘 돼는 항진균제는 식사 직후에 먹는 것이 좋다.

또한 궤양 치료제, 구토 억제제와 같이 식사로 인해 약물 흡수가 방해되는 약은 식전 30분에 복용해야 한다.

식사 여부와 관계없이 복용해야 하는 약도 있다. 항생제, 화학 요법제가 이에 해당한다. 또한 잠자기 전, 식사 전, 아침 식사 후와 같은 특별한 시간을 지시할 수 있다. 이는 인체의 생체 리듬이나 약물의 혈중 반감 시간을 고려한 것이므로 지시한 시간에 복용해야 한다.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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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0 2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11 07: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주말엔 숲으로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마스다 미리 책을 즐겁게 보고 있다. 앞서 읽은 책들도 재밌게 읽었는데, 그래도 다시 볼 것 같진 않아서 이 책까지 보고 묶어서 중고로 팔까 생각했다. 헌데 이 책을 보고 나니 더더 좋아져서 그냥 모두 소장하기로 했다. 더불어 지금 장바구니에는 채 구입하지 못한 마스다 미리 책과 이번에 나오는 예약도서 두권도 담겨 있다. 송삼동 표현으로 농약같은 가시네 마스다 미리다. ^^


하야카와는 시골에 집을 얻었다. 동기는 간단했다. 잡지 응모로 하이브리드 차가 생겼는데 도시에서는 주차비가 엄청 들었던 것이다. 마침 그녀의 직업은 번역가여서 출퇴근이 필요 없으므로 숲이 있는 시골 마을로 가는 데에 별 문제가 없었다. 그렇다고 아주 깡촌도 아니다. 역에서 아주 가깝다. 산책으로 숲을 갈 수 있고 호수에 카약을 띄우고 놀 수도 있지만 불편한 전원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누구나 예상할 만한 텃밭도 없이 식사는 도시에서 배달시켜 먹을 때가 많다. 친한 친구 둘이 주말이면 자주 놀러오는데, 올 때마다 도시의 명물 간식을 사갖고 온다. 친구들의 짐은 점점 많아지고 각자의 카약과 서랍장도 갖추게 된다. 그야말로 '주말엔 숲으로' 체제가 되어 버렸다.


하야카와가 원래 철학적인 인물이었는지, 혹은 자연과 가까이 살면서 슬로우 라이프를 즐기며 이리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친구들과 대화 중에 그녀가 정리하곤 하는 이야기들이 가슴 속에 차곡차곡 쌓인다. 


-왜 이렇게 걸음이 빨라?

-시간이 아깝잖아.

-하지만~

-인간은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서만 걷는 건 아니다. 요즘 이런 생각이 들어. -12쪽


현대인들, 특히 도시민들은 얼마나 바쁘게 살던가. 잠시 잠깐의 시간도 가만히 두지 못하고 뭘 해야만 한다고 여긴다. 아니면 시간을 낭비한다고 생각한다. 나부터가 그렇다. 시간이 남으면 뭐라도 읽어야 하고, 뭐라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주 잠깐이라도 침묵 속에서 나를 방치하고 좀 더 비울 생각을 해보지 못한다. 그렇게 달려나간다고 원하는 곳에 빨리 가지도 못한다. 앞만 보고 달릴 게 아니라 옆도 보고 뒤도 돌아보면서 살아야 하는데 그러질 못한다. 


-아이쿠! 위험했어!!

-세스코~ 헤드라이트는 2~3미터 앞을 비추는 거야. 숲에는 돌이나 나무뿌리가 있어서 어두울 때는 발밑보다는 조금 더 멀리 보면서 가야 해. -32쪽


앞만 보고 달려가지만 정작 멀리 내다보지 못하면 넘어지기 일쑤고, 죽어라 달려온 방향이 잘못 들어선 길일 수도 있다. 좀 더 멀리 내다보자. 좀 더 느긋하게, 천천히 오래오래 바라보자.


누가 보지 않아도 최선을 다해 꽃을 피우는 것은 참으로 아름답다. 그렇지만 기왕 피는 것 누군가 봐줬으면 하는 마음도 자연스럽다. 사실 우리는 대부분 이런 마음을 먹지 않던가. 


-이곳에 오면 흙 위를 걷는 게 참 기분 좋은 거구나 느껴.

-도시에 있으면 몇 개월이고 흙을 밟지 않을 때도 있지.

-, 맞아.

-하지만 하이힐을 신고 아스팔트 위를 걷는 것도 좋아. 또각또각 하고.

-그 소리, 성인의 소리지.

-성인이란 좋은 거지.

-그렇지. 싫은 것도 많긴 하지. 싫은 일이나 귀찮은 일은 전부 사라지면 좋을 텐데.-100쪽


흙을 밟는 기분은 싱그럽다. 그렇지만 하이힐을 신었을 때는 흙바닥이 불편할 것이다. 그럴 땐 깔끔하게 정리된 아스팔트 위가 더 편할 테지. 이 부분을 읽으면서 친구가 생각이 났다. 예쁜 하이힐을 신으며 또각또각 걷는, 그렇게 스스로가 여자임을 만끽하는 내 친구가 떠올랐다. 그 친구 덕분에 원피스 입는 게 즐거워졌고, 높은 굽의 신발을 신는 불편함도 감수할 만한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차피 여자로 태어났는데, 기왕이면 그 여성성을 드러내면서, 혹은 즐기면서 사는 게 더 멋지지 않은가. 그런게 청소년 때는 하기 힘든, 성인이어서 제약 없이 할 수 있는 나름의 특권 아니던가. 


-어른이 되면 뭐든지 알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 그렇지만 모르는 게 산더미처럼 많아. 뭔가, 모르는 세계가 가득하다는 것을 알기 위해서 어른이 된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어. -122쪽


친한 언니가 있다. 언니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스물 셋이었고 언니는 스물 여덟이었다. 스물 셋의 나는 스물 여덟의 언니가 굉장한 어른으로 보였다. 하지만 내가 스물 여덟이 되었을 때, 나는 그다지 어른스럽지 않아 보였다. 그 후 또 한참 나이를 먹은 지금 생각해도 스물 여덟은 어린 나이였다. 하지만 스물 셋의 나도, 스물 여덟의 나도 모두 이미 어른은 어른이었다. 내가 그다지 어른스럽지도 않고, 모르는 것도 잔뜩 있는, 그렇게 나이만 먹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도 어른됨의 한 증거일 테지. 나이 먹어간다는 것을 거울 속에서 확인하는 것은 다소 서글픈 일이지만, 그래도 인생을 살아가면서 내가 보낸 시간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차곡차곡 쌓인다고 생각하면 나이 먹는 게 나쁘지만도 않다. 좀 더 시간이 천천히 흘러갔으면 하고 바라는 것과는 별개의 마음으로 말이다.


누가 보지 않아도 열심히 꽃을 피우는 식물처럼, 누가 보지 않아도 기꺼이 작은 선행 하나를 베푸는 마음으로의 연결이 곱다. 그러면서도 이 장면을 누군가 보고 반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귀여운 생각도 한다. 이런 깨알같은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저런 마음을 먹더라도 그냥 슥 지나치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은가. 


산으로, 숲으로 들어가면 저렇게 열린 마음이 절로 들지 않을까. 구성애 씨의 방송 중에서 그런 대목이 있었다. 이혼을 앞둔 부부가 마지막으로 히말라야로 여행을 갔다고 한다. 이제 헤어질 사람이니 온갖 미움 애증 다 내려놓고 산을 올랐는데, 그 높은 산 위에서 별의 정기를 가득 받고는 오히려 감정이 풀어져서 다시 잘 살게 되었다고... 모두 그럴 수는 없겠지만, 산의 기운이, 숲의 기운이 그런 힘을, 용기를 줄 것만 같다. 집에서 북한산이 아주 가까운데 좀처럼 가는 일이 없다. 당장 산으로 올라야 할까? 아웃도어부터 장만하고? ㅎㅎ


상상력이 과연 인간에게만 있는 건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그 상상력이 인간의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드는지, 상상력 없는 인간의 삶이 얼마나 삭막할 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길 가다가 봉변을 당한 세스코가 로또 한장을 샀다. 거기에 방금 전 만난 그 나쁜 인간에 대한 저주를 담아 숫자를 기입하다가, 이런 곳에 인간의 좋은 상상력을 쓰는 건 옳지 않다고 여기고 로또를 찢어버린다. 이 부분이 참 예뻤다. 그 좋은 재능을, 머리를, 능력을 엄한 데 쓰는 사람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보아왔던가. 세스코의 마음가짐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었으면 한다.


숲 가까이 살고 있는 친구 덕분에 다른 친구들도 전원 생활을 즐기고 있다. 이들의 관계가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건 서로의 선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바쁜 일이 있으면 있다고 선을 그어서 자신의 시간을 지키는 하야카와가 현명하다. 


눈덮인 산 위에서 눈토끼를 만들고 낙엽으로 귀를 장식하는 장면이 나왔다. 작가도 직접 연출해 봤나 보다. 이 귀여운 사진이라니!



눈밭에 벌렁 누워버린 세 친구가 파란 하늘을 보고 있다.  두팔을 벌려 하늘을 바라보니 마치 하늘을 날고 있는 기분이 든다. 실제로 이 숲엔 눈이 1미터가 쌓여 있고, 이들은 땅 위에서 1미터 정도는 높은 곳에 있는 거였다. 참새만큼은 아니지만, 이들도 하늘을 날고 있다. 아, 근사해!


동경하게 만들지만 모두가 이렇게 살기는 쉽지 않다. 하야카와의 경우 직업이나 성향이 이런 생활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유홍준 교수님은 도시에서 닷새를 살고 촌에서 이틀을 사는 '오도이촌'을 외치며 실제로 부여에 있는 시골집에서 주말을 보내신다. 두집 살림이 가능한 경제적 뒷받침 덕분에 가능한 일이지만, 그런 마음을 품고 계획하고 실천에 옮긴 의지도 중요한 것 아닌가. 집 바로 뒤에 있는 산도 안 오르면서 숲에서의 생활을 동경하는 건 어불성설! 


-하야카와, 저 새는 뭐야?

-세스코, 저건 참새야.

-, -

-아는 새가 처음 본 새처럼 보이는 건 새의 아름다움이 보였다는 거야, 분명. -151쪽


나태주의 풀꽃이 떠오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상큼한 책이었다. 나의 주말을 풍요롭게 해준 고마운 책에게 이 시를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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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03-10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다들 하야카와 같은 친구가 있었으면...했을껄요?
자신이 직접 시골 가서 살수는 없으니 그런 친구가 있어 이렇게 주말엔 숲으로~ 놀러가고 싶은 그런 맘.

오오 요기 밑에 광고창에 굿바이 미스터 블랙이 있군요.
이게 저희 첫 '순정'만화였어요. ^^

마노아 2014-03-10 22:08   좋아요 0 | URL
하하핫, 그러게나 말입니다. 제 친구가 이집트로 코이카를 다녀온 덕분에 제가 이집트 여행을 갔다 올 수 있었거든요.
친구한테 아기 다 키워놓으면 코이카 한 번 더 가라고 했어요. 덕분에 여행 가자고요.ㅎㅎㅎ

미스터 블랙이랑 아뉴스데이가 저의 황미나 만화 입문이었던 것 같아요.
순정 첫 입문은 김동화의 아카시아가 아니었나 싶어요.
정말 추억 돋는 제목들이에요.^^
 
주말엔 숲으로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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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무 좀 봐.
-그냥 마른 나무잖아.
-새싹이 돋았어.
-정말?
-나무의 ‘싹이 돋는’ 계절이야. 가지 끝에 작은 연두색 싹이 나와 있어.
-와, 정말이네.
-잘 보이진 않지만,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거야.-11쪽

-왜 이렇게 걸음이 빨라?
-시간이 아깝잖아.
-하지만~
-인간은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서만 걷는 건 아니다. 요즘 이런 생각이 들어.-12쪽

-너도밤나무는 추위에 강해서 잘 부러지거나 하지 않는대.
-강한 나무라서?
-그게 말이지, 그 반대라서 그래. 너도밤나무는 부드러운 나무야. 부드러운 나무라서 건축재로는 사용할 수 없대.
-호오~
-그렇지만 너도밤나무는 추위에 무척 강해. 부드러운 나무는 눈이 쌓여도 휘어질 뿐, 부러지지 않는 거지.-29쪽

-아이쿠! 위험했어!!
-세스코~ 헤드라이트는 2~3미터 앞을 비추는 거야. 숲에는 돌이나 나무뿌리가 있어서 어두울 때는 발밑보다는 조금 더 멀리 보면서 가야 해.-32쪽

-그런데 배가 제대로 나아가지를 않아. 가려고 하는 방향에서 틀어져버려... 노젓는 방법이 틀린 건가?
-마유미~~ 손끝만 보지 말고 가고 싶은 곳을 보면서 저으면, 그곳에 다가갈 수 있어~-49쪽

-멋지지 않아? 하늘을 나는 모든 새의 이름을 알고 있다니! 두부집 아저씨에게 그냥 ‘새’는 없어. 새에게도 모두가 그런 것처럼 이름이 있으니까. 우리도 마찬가지겠지. 그냥 ‘인간’이라는 사람은 한 명도 없는 거야. 그저 ‘인간’이라고만 여기니까 생명이 가벼워진다, 라는 말이지.-67쪽

-밤이 이렇게 조용한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정말. 우리집 근처는 한밤중에도 매미가 우는데.
-가끔은 까마귀도 울잖아.
-맞아 맞아.
-밝아서 낮인 줄 알고 우는 거래.
-도시의 밤은 그렇지~
-이곳에 와서 밤하늘에 별이 너무 많아 깜짝 놀랐지만, 도쿄의 하늘에도 별은 똑같이 있는 거잖아. 보이지 않아도 사실은 빛나고 있는 거였어.-82쪽

-이곳에 오면 흙 위를 걷는 게 참 기분 좋은 거구나 느껴.
-도시에 있으면 몇 개월이고 흙을 밟지 않을 때도 있지.
-응, 맞아.
-하지만 하이힐을 신고 아스팔트 위를 걷는 것도 좋아. 또각또각 하고.
-그 소리, 성인의 소리지.
-성인이란 좋은 거지.
-그렇지. 싫은 것도 많긴 하지. 싫은 일이나 귀찮은 일은 전부 사라지면 좋을 텐데.-100쪽

-날다람쥐라고 날기만 하는 것은 아니야.
-호오~
-날다람쥐는 위에서 아래를 향해 날지만, 아래에서 위로는 날지 못해.
-그래?
-아래로 내려오면 다시 나무를 오르지 않으면 안 돼.
-날다람쥐도 힘들겠네.
-편하기만 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정말... 내일부터는 다시 출근이군~
-날다람쥐여~ 오르라! 다시 하늘을 날기 위해!-105쪽

-쌍안경으로 새를 찾는 건 어려워. 먼저 자신의 눈으로 숲 전체를 보는 거야. 새소리가 들리면, 나뭇가지의 흔들림을 보거나 나뭇잎 소리에 귀를 기울여. 그리고 그것들을 잘 관찰해서 추측을 하는 거야. 쌍안경으로 보는 건 그 다음.
-119쪽

-어른이 되면 뭐든지 알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 그렇지만 모르는 게 산더미처럼 많아. 뭔가, 모르는 세계가 가득하다는 것을 알기 위해서 어른이 된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어.
-122쪽

-발밑의 잡초들은 참 재미가 없네.
-그래도 대단하지 않아? 이런 숲속의 잡초들은 커다란 나무에 가려 햇빛도 못 보는데 살아 있잖아. 조금의 빛으로도 살아갈 수 있는 강인함이 있는 거지.-135쪽

하야카와, 저 새는 뭐야?
-세스코, 저건 참새야.
-아, 네-
-아는 새가 처음 본 새처럼 보이는 건 새의 아름다움이 보였다는 거야, 분명.-1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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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지 좋고, 등장인물 훌륭하고 완벽하구만! 근데 평일 청주라니...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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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USION 과학

제 2079 호/2014-03-05

[이달의 역사] 그 엄마에 그 딸, 퀴리

‘X선’을 뢴트겐(Wilhelm Conrad Roentgen, 1845~1923)이 발견한 바로 다음해인 1896년에 앙리 베크렐(Antoine-Henri Becquerel, 1852~1908)이 ‘방사선’을 발견한다. 인류사에 가장 큰 공헌을 한 발견이 거의 동시에 일어난 것이다. 베크렐의 발견은 마리 퀴리(Marie Curie, 1867~1934)에 의해 그 진가가 발휘되기 시작한다.

1867년 11월 마리 퀴리가 바르샤바에서 태어날 때 폴란드는 독립국이 아닌 러시아의 한 지방이었다. 러시아는 폴란드 문화를 짓밟기 위해 폴란드 말도 쓰지 못하게 할 정도로 탄압했다. 마리 퀴리는 김나지움(Gymnasium, 중등교육기관)을 모든 과목에서 1등으로 졸업했지만 당시 폴란드에서 여자를 받아주는 대학교는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1891년에 프랑스로 옮겨 파리 대학교에서 입학했고 여자로서는 처음이자 수석으로 소르본 대학에서 물리학 학위(1893년)를 받았다. 또한 1894년에는 2등으로 수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화학자 피에르 퀴리(Pierre Curie)를 만나 두 사람은 1895년에 결혼식을 올렸다. 1897년에는 베크렐이 마리 퀴리에게 박사 학위 논문으로 자신의 연구를 계속하도록 권유하자 마리는 이를 받아들이고 피에르도 공동 연구에 동참한다.

■ 마리 퀴리의 억척스런 연구

1898년, 마리 퀴리는 산화우라늄을 함유하고 있는 역청 우라늄광(동의어: 역청 우라늄석, 피치블렌드, pitchblende) 샘플을 마구잡이로 조사하면서 순수한 우라늄보다 훨씬 큰 방사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것은 역청 우라늄광 안에 또 다른 원소가 들어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들의 억척스러운 노력으로 미량의 미세한 흑색 분말을 얻었는데 이 분말은 우라늄보다 400배나 강한 방사능을 지니고 있었다.

마리는 자기가 발견한 새 원소를 자신의 조국 폴란드의 이름을 따서 폴로늄이라고 명명했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폴로늄을 분리했는데도 남은 물질에 여전히 방사능을 띠고 있었던 것이다. 역청 우라늄광에는 미지의 원소가 하나가 아니라 둘이 들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라듐이었다. 라듐의 방사능은 우라늄보다 무려 300만 배 더 강한 방사능을 갖고 있었다.

1903년 5월에 박사 학위를 받은 마리는 피에르와 함께 영국왕립학회가 주는 유명한 험프리 데이비상을 받았고 곧바로 피에르, 베크렐과 함께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이후 마리는 그야말로 신화적으로 신분이 바뀐다. 그러나 1906년 4월 피에르가 파리 거리를 건너다가 화물차에 치여 사망했다. 그녀에게 남편이자 공동 연구자인 피에르의 사망은 그녀에게 슬픔을 주었다. 하지만 마리는 피에르가 소르본 대학에서 맡고 있던 강좌를 이어받았다. 소르본 대학 역사상 최초의 여성 교수였으며, 1908년에는 정교수로 임명되기도 했다.

마리 퀴리는 1911년에 새로 발견된 원소들의 화학적 성질을 밝혀낸 공로로 두 번째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1903년의 노벨상은 퀴리부부가 처음 발견한 라듐 화합물 때문에 받았고, 두 번째 받은 것은 순수한 라듐을 분리한 공적으로 받은 것이다.

■ 만병통치약으로 변한 라듐

라듐이 발견된 초창기에 라듐에 대한 열풍은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당시에 라듐은 보석의 색깔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고 산소를 치료효과가 있는 오존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물론 물을 산소와 수소로 분리해줄 수 있다고 알려졌다. 더구나 라듐으로 원하는 만큼의 금을 생산해 낼 수 있으며 나병이나 매독 같은 질병들도 치료할 수 있다고 선전되었다. 심지어는 망막에만 결함이 없다면 장님들도 다시 시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소문도 따라 다녔다. 각국에서 방사능이 함유된 압박붕대, 솜, 머드, 입욕제, 연고, 치약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문제는 라듐이 천사의 물질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라듐이 건강에 해를 끼친다는 것은 곧바로 관찰되었다. 베크렐은 마리 퀴리가 추출한 라듐을 며칠 동안 조끼 주머니에 넣고 다녔는데 이 라듐 때문에 젖꼭지 바로 옆에 궤양이 생겼다. 이 상처는 여러 달이 지나도 회복되지 않았는데 1908년 베크렐이 사망한 요인도 이 때문으로 추정한다.

베크렐의 이야기를 듣고 죽기 전의 피에르 퀴리도 라듐의 부작용을 검증하기 위해 직접 자신의 팔뚝에 소량의 라듐을 묶었다. 그랬더니 몇 시간 후에 붉은 반점이 생기고 4일 후 수포가 생기고 5일에는 궤양으로 전이되더니 쉽게 치료되지 않았다. 쥐에게 라듐방사실험을 하자 쥐들은 마비 증세를 보이다가 경련을 일으키며 죽어갔다. 그러나 부작용은 라듐 열풍에 녹아들어 완전히 무시되었다.

오랜 시간 라듐을 연구한 마리 퀴리는 연구를 계속하는 동안 엄청난 양의 방사능에 노출되었다. 마리는 붉게 타는 방사능 물질을 침대 머리맡에 두기도 했다고 한다. 그녀는 셔츠의 주머니나 바지의 뒷주머니에 라듐염이 들어 있는 시험관을 넣고 다녔기 때문에 주머니가 있는 곳마다 불에 덴 흔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것은 시험관을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한 것인데 지금 생각하면 무지로 인한 용감성과 열정 때문이다. 피에르 퀴리도 같은 상황이었다고 하나 사고로 일찍 사망하여 그에 대한 이야기가 남아있지 않을 뿐이다. 여하튼 마리는 라듐 추출 실험 당시에 노출되었던 방사선 때문에 손이나 손가락에 커다란 화상을 입었다. 특히 오른쪽 손가락은 화상이 심하여 펜을 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녀는 자신의 피로감이나 오래 전부터 시달려 온 통증들은 그녀가 열악한 환경에서 연구에 매진했기 때문에 생긴 과로의 여파라고 생각했다. 1923년 시력 장애가 생기면서 1930년까지 무려 네 차례나 백내장 눈 수술을 받았다. 백내장은 방사능 영향으로 생기는 첫 징조이다. 그녀는 1934년 알프스에 있는 한 요양원에서 사망했는데 병명은 노출된 방사능 때문에 생긴 백혈병이었다. 사위인 졸리오가 마리의 실험 노트를 조사해보니 엄청난 양의 방사선으로 오염되어 있었다. 대학을 졸업한 1894년 이후 40년 동안 연구생활 중 그녀가 쏘인 방사선양은 약 200Sv(시버트)로 추정한다. 이것은 일상생활에서 받는 방사선량의 600억 배다.

많은 사람이 마리의 죽음을 애도했는데, 그중에서 아인슈타인은 마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감동적인 글을 남겼다.

‘힘과 의지와 순수함. 자신에 대한 철저한 엄격함. 뚜렷한 주관.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판단력. 이 모든 것이 한 개인에게서 발견된다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 그녀가 위대한 과학적 업적을 성취할 수 있었던 것은 대담한 직관에 의한 결과가 아니라 상상할 수조차 없을 정도의 어려움 속에서 헌신적으로 집요하게 파고든 노력의 결과이다.



■ 이렌 퀴리, 어머니의 뒤를 잇다

마리 퀴리의 딸 이렌 졸리오 퀴리(Irene Joliot Curie)와 사위인 프레드릭 졸리오 퀴리(Frederic Joliot Curie)도 마리 퀴리의 연구를 계속하여 1935년에 공동으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이렌과 졸리오가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비방사성 원소가 실험실에서 방사성 원소로 변환될 수 있음을 입증하는 인공 방사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마리 퀴리는 딸과 사위가 노벨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1년 전에 사망했기 때문이다. 이렌 퀴리도 실험실에서 방사능에 과다 노출된 결과로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결국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졌던 라듐은 1931년에 시판이 금지되었다.

마리 퀴리와 이렌 퀴리는 현대 문명에서 가장 중요한 방사능의 실체를 알려주었다. 그 연구는 그들에게 커다란 위험을 안겼다. 많은 사람들은 그들이 방사능이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줄을 알고도 연구했을까하는 의문을 갖고 있다. 즉, 방사능의 위험성을 몰랐기에 연구를 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노벨상만 받을 수 있다면 그런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사람도 적지 않겠지만 노벨상은 목숨을 담보로 한다고 해서 수여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생각처럼 마리 퀴리는 그 방사능이 인체에 위험한 것을 몰랐고, 연구에 연구를 가해 노벨상까지 받았다.

하지만 이렌의 경우는 약간 다르다. 그녀는 마리 퀴리의 건강상태와 방사능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방사능을 연구했다. 마리 퀴리를 이어 방사능에 대한 과학적 열정과 헌신이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마리와 이렌 모두 방사능을 연구하다가 백혈병으로 죽었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방사능은 백혈병을 포함한 암 치료에 이용된다. 인공 방사능 물질인 요오드131은 갑상선암을 진단하는 데 사용되며, 소변 속의 코발트60을 파악함으로써 악성 빈혈을 진단할 수도 있다. 방사선 치료는 X선, 감마선과 같은 파동 형태의 방사선, 또는 전자선, 양성자선과 같은 입자 형태의 방사선을 이용해 암과 같은 악성 질병의 성장을 지연시키거나 멈추게 하고 더 나아가서는 파괴시키기도 한다.

마리 퀴리와 이렌 퀴리가 굳이 백혈병에 걸리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현대인들은 그들과 같은 과학의 선구자가 있었기 때문에 방사능의 장단점을 확실하게 알고 그 대안을 만드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런 대안이 과학을 담보로 한 죽음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데 과학의 순교자는 더욱 돋보인다.

글 : 이종호 한국과학저술인협회 회장/과학저술가


참고문헌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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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와 우연의 과학사』, 페터 크뢰닝, 이마고,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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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퍼스트』, 로버트 E. 아들러, 생각의 나무,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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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순교자』, 이종호, 사과나무,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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