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우리
아직도 생각할 게 많은 개구리 이야기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수짱 시리즈로 유명한 마스다 미리의 작품이다. 등장하는 인물도 손꼽을 만큼 적고, 그림도 아주 심플하다. 배경그림도 없고 그야말로 좀 더 통통한 졸라맨 정도로 보이는 캐릭터가 나오지만 길지도 않은 대사에는 곱씹을 내용들이 가득하다. 제목부터 이미 철학적이다. 다 읽고 나면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하고 되묻게 되는 생각하는 만화다. '생각하는' 만화라고 뱉고 나니 '생각하는 개구리'가 떠오른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묻고 대답하며 다시 생각하는 그 개구리가 떠오른다. 역시, 생각하게 만드는 만화였어!



미나코는 결혼 전에 은행 창구에서 일을 했다. 결혼 후 육아에 전념하면서 전업 주부가 되었고 남편의 벌이는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보인다. 딱히 부족하지 않고, 딱히 갖고 싶은 것도 없는 상태. 남들이 보면 부럽다고 말할 수 있는 여건이지만, 그럼에도 마음 속에 차오르는 허전함을 이기기 힘들다. 볕이 좋은 날은 이불 널어 말릴 생각부터 하게 된다. 주말에 아이를 봐줄 수 있는 남편이 있지만, 주말에 연락해서 만나자고 하는 친구는 없다. 부르면 나갈 수 있지만 가족이 있기 때문에 모두들 알아서 연락하지 않는다. 주말엔 보기 힘든 사람으로 이미 분류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시 일을 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아이도 괜찮다고 했고 남편도 동의했다. 하지만 단서가 붙는다. 집안일에 지장 안 주는 선에서! 친정 어머니도 남편과 가족에게 소홀하지 않는 선에서 구하라고 했다. 내가 원하는 일을 뚝딱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이런 저런 조건들이 붙는다. 하고 싶은 일을 고를 수도 없을 것이고, 월급이 많지도 않을 것이며, 집안 일은 똑같이 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일은 왜 해야 하는 걸까? 하고 묻게 되는 것! 물론, 모두들 비슷하다.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하면서 돈도 잘 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고민을 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은 고마운 것이다. 이것저것 따질 새도 없이 일단 생활전선에 뛰어들기부터 해야 하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미나코도 알고 있다. 자신의 이 고민들이 사치스럽다는 것을. 그러나 사람은 아래만 보면서 살지 못한다. 경제적인 계산 만으로 살기에 사람은 무수한 욕망의 주인이 아니던가. 


미나코의 딸 리나는 어리다. 초등학교 저학년 쯤으로 보인다. 정확한 나이는 모르겠다. 어른들은 아이가 아직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기 바라지만, 아이는 산타클로스가 사실은 부모님이 대신하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는 게 왜 실망스러운 건지 알지 못한다. 어른들, 특히 여자 어른들은 유난히 나이 먹기 싫어한다는 걸 아이는 의아하게 여긴다. 꽃이 시드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대답도 아이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꽃은 내년에도 피는 것을! 


이 아이도 자라서 어른이 되고, 젊음의 유한함을 아쉬워할 때가 분명히 올 거라는 것을 알지만, 그럴 때에는 리나의 고모처럼 젊음은 짧기 때문에 더 가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나름의 생각이 자리를 잡을 것이다. 젊음이 짧아서 가치가 있는지는 확실히 모르겠다. 그렇게라도 믿어야 덜 서럽기 때문이 아닐까 싶지만, 완벽한 정답도, 오답도 아니라고 여긴다. 



아이는 주인 주자를 가지고 단어 만드는 숙제를 고민했었다. '주어'도 있고 '주인(가장이나 남편)'도 있다고 엄마가 힌트를 주었다. 아이는 주인이란 단어가 엄마가 아빠를 부를 때 쓰는 단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렇지만 정확한 뜻을 모른다. 주인이란 말을 엄마는 집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 정도로 표현했다. 그렇지만 정말 그 뜻이 맞는 것일까 고민한다. 얼마 후 아이는 장차 무엇이 되고 싶냐는 작문 시간을 앞두고 누구도 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아이는 누군가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는 '주인'이 아니라 '주인공'을 택했다. 이 대답이 엄마의 머리를 크게 한방 치고 말았다. 


엄마는 어린 시절 자신이 되고 싶었던 무언가가 되지 못했다. 그렇다고 아무 것도 되지 못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엄마는 지금 이곳에 이렇게 존재하는데. 어린 리나가 그것을 알고 있었다. 엄마보다 더 똑똑하다. 어른보다 더 현명하다. 이 아이가 이렇게 자존감 있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으로 계속 자랐으면 한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면서 말이다. 


작품은 재밌게도 엄마가 바로 그 '남편(주인)'이란 단어를 다시 입에 올리게 만드는 설정을 끝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고 싶지만, 누군가의 조연으로 전락하고 만 기분으로 살게 될 때가 많이 있다. 그렇지만 그 조연도 내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서는 결국 주인공이다. 내가 있음으로 의미가 있는!


기분 좋은 책이다.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도 읽어보고 싶다. 좀 더 많은 글밥 속에서는 어떤 느낌을 줄지 궁금하다. 좋은 느낌일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구판절판


고모는 종가시나무 같다. 아까의 작은 나무
푸르디푸르러 겨울에도 시들지 않고 울타리가 되어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벚꽃나무처럼 모든 사람이 이름을 알아주는 것도 아니다. 종가시나무.
그렇지만 나는 알고 있다. 종가시나무는 사실은 커다란 나무다.
그런데도, 종가시나무는 울타리 역할까지 잘 해낸다.
벚꽃나무는 할 수 없는 일을 종가시나무는 하고 있다. -22쪽

이렇게 좋은 날씨에도 놀러가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하게 된 지 얼마나 됐나?
태양을 가전제품의 하나로 여기게 되었다.
이제 평생 동안 데이트 약속으로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 같은 건 없겠지~
좀더 놀아둘 걸 그랬어~-52쪽

이렇게도 많은 옷들이 널려 있는데.
나는 원하는 것이 없다.
원하는 것이 없다는 것은 행복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말한 사람은 나인데 이 허전한 느낌은 뭘까?
그렇지만, 다들 이렇게 말하지.
'사치스러운 고민'이라고. -57쪽

고모도 젊어지고 싶어? 엄마는 나이 드는 게 싫대.

그거야 그렇지, 젊은 게 유리하니까.

왜 젊은 게 유리해?

음~ 그러니까 말이지. 여러 가지 면에서 너그럽게 봐주기도 하고
누군가 맛있는 저녁을 사주기도 하고 존재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나 할까~
할 줄 아는 게 없어도 젊구나, 젊구나 하면서 치켜세워주거든.
어때, 유리하지?
그렇지만 말이지
그런 가치는 그렇게 오래 필요하지는 않은 것 같아.
만약 필요했다면 좀더 길게 지속되었을 테니까.
짧아서 딱 좋은 거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힘들기도 하고~
-59쪽

모두가 가르쳐준다. 내가 행복하다는 것을. 그런데 타이르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109쪽

리나야, 작문! 뭐가 되고 싶다고 쓸 건지 정했니?

음~ 몰라. 무엇이 되고 싶은지는 모르지만
하지만 난, 누구도 되고 싶지 않아.

(학교 가려고 나갔다가 되돌아 왔다)
엄마~ 숙제 있잖아. 왜 主자로 단어 만들기! 선생님한테 칭찬 받았어.
나 '주인(主人슈진 : 가장이나 남편을 뜻한다)'이 아니라 '주인공'이라고 썼어.-11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원 출처를 모르겠다. 나는 드팩에서 보았는데 말이지비.

보다 보니 어이쿠, 나도 닦아주고 싶네. ㅎㅎㅎ

최근에 해품달을 케이블에서 재방송해줄 때 잠깐 봤는데, 확실히 김수현이 우는 연기가 좀 된다.

별그대에서는 절벽에서 조선시대 송이가 죽던 날 절규하는 장면이 무척 인상 깊었다.

게다가 예쁘게 울어. 꺄오....(>_<)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4-03-02 1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4-03-02 15:46   좋아요 0 | URL
제 손 아니에요. 으하하핫! 누구 아이디어인지 참 기발해요.^^
구운몽은 드라마 속에서 도민준(김수현)이 감명깊게 읽은 책으로 등장해요.
이 외계인이 400년을 지구에서 살았더니 고전을 좀 좋아하거든요.^^ㅎㅎㅎ
 
내 꿈은 기적 알맹이 그림책 17
수지 모건스턴 지음, 최윤정 옮김, 첸 지앙 홍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이 담에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이런 질문을 아이들은 자라면서 아주 많이 듣게 된다. 

어른이 된 나도 자주 묻게 된다. 그렇게 물어봐줘야 될 것 같기도 하고, 정말 뭐가 되고 싶은지 궁금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옛날 어른들은 대통령이나 장군 뭐 이런 것 되고 싶다고 많이 말했던 것 같다. 

요새는 연예인 되고 싶은 애들이 많아졌지.

내 최초의 꿈은 선생님이었고, 그 다음에 천문학자였고, 그 다음엔 꽤 오랫동안 만화가가 되고 싶었지.

꿈은, 언제나 현재진행형!


이 작품 속의 아이는 검사, 판사, 의사, 변호다... 아무렇게나 대답하곤 했다. 

본인도 뭐가 되고 싶은지 잘 몰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햇볕 따뜻한 어느 아침에 본인이 뭘 하고 싶은지 알아차리고 말았다. 


아침마다 내가 일어나는 시간에 해가 뜨게 하고 싶다!


오, 신선한 걸! 마음껏 늦잠을 잘 수 있다는 의미인가? 트루먼 쇼에선 인공 태양이 진짜 태양만큼이나 강렬하게 뜨던데, 내가 원하는 시간에 태양을 뜨게 하다니, 이 아이 스케일이 장난 아닌 걸!!


바다를 뒤흔들어 파도들의 멋진 합창을 듣고 싶다!

레모네이드 한 잔으로 아픈 사람들을 다 낫게 해 주고 싶다!


아아, 이 어여쁜 아이를 보라. 파도의 멋진 합창은 개인적 소망이라 할지라도 아픈 사람을 낫게 해주고 싶다는 욕망은 얼마나 공의로운가!



죽은 사람들이 살아나서 다시 운동을 할 수 있게 해 주고 싶다.


죽은 자를 되살린 후 무엇을 해주고 싶은 지에서 아이다운 소박함이 보인다. 


나한테 잘못한 나쁜 사람들을 다 용서하려고 노력할 거다.


나한테 못되게 군 사람들을 혼내주려는 게 아니라 용서하려고 '노력'하겠단다. 용서하겠다!라는 굳은 결심보다 더 믿음직스럽다.


경찰이 일을 열심히 해서 옳지 않은 일이 없어지게 할 거다.


모두가 제 자리에서 맡은 바 일을 잘 해내면 이 세상은 훨씬 아름답고 안전하고 건강해질 테지.

일단 경찰부터 솔선수범 했으면!!!


빗발치는 돌멩이를 멈추어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오게 할 거다.

반대하는 사람은 구석에 가서 벌서라고 할 거다.


전쟁이 아닌 전쟁을 그치는 걸 반대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 그런 사람 찾아내서 지구에서 강제로 추방하고 싶다.

넌 이 세상에서 더불어 살 자격이 없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마술쇼에 나가서 멋진 묘기를 보여 줄 거다.


우왕, 그 마술쇼 나도 보고 싶네!


비밀이란 비밀은 다 알아내서 억울한 일이 없어지게 하고 싶다.


사람을 가장 힘들게 하는 감정은 슬픔이 아니라 억울함이라고 했다. 그러게, 호기심 때문이 아니라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 비밀이 드러났으면 한다. 마땅히 드러나야 하는 비밀들 말이다. 개인의 은밀하고 조심스러운 비밀이 아니라...


엄청 커다란 빵을 구워서 배고픈 사람들은 모두 와서 나눠 먹을 수 있게 할 거다.


이 세상에는 이미 모두가 굶주리지 않고 살 수 있을만큼의 식량이 있을 테지. 문제는 생산보다 분배일 테지!


전설적인 옷을 만들어서 헐벗은 아이들에게 나눠 줄 거다.


전설적인 디자이너란 바로 헐벗은 아이들을 입힐 수 있는 사람. 그보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옷은 또 없을 테지.


분노의 불길을 꺼 버리고 홍수의 물길을 멈출 거다.


꺼야 할 불길과 잡아야 할 물길을 꼭 기억하고 구분하자!



해가 길어지고 인생도 길어지게 할 거다.

근심과 불행은 다 없어지게 할 거다.


해가 길어지면 정말 인생도 길어질 테지. 

어차피 인간의 물리적 시간은 많이 늘어났다. 그게 끔찍하다 여겨질 사람이 등장할 만큼.


근심과 불행의 키가 함께 줄어든다면, 늘어난 인간의 수명은 진정 축복일 테지.

우리의 몸과 우리의 사회가, 그래서 우리 사는 세상이 모두 함께 건강하다면 말이다.


세상을 지혜로 채울 거다.

내가 약속한 건 다 지킬 거다.


아아, 세상을 지혜로 채운다는 건 얼마나 지혜로운 바람이고 소망이고 욕심인가!

아이야, 네 꿈을 이룬다면 이 약속 꼭 지켜야 한단다! 꼭이야!!!


이렇게 어마어마한 꿈을 이루려면 아이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바로, 신이 되어야 한다!

이 아이가 그런 신이 된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더 나은, 아니 훨씬 좋은 세상이 되어 있을 테지.


그러니까 이 아이가 이런 존재가 되려면... 일단 책 읽는 것부터 배워야겠다고...

아이는 벌써부터 똑똑한 선택을 해버렸다.

아이고 야무지고 사랑스러운 것!


작년에 읽은 가장 좋았던 그림책이다. 리뷰를 쓰지 않은 게 생각나서 뒤늦게 다시 읽고 리뷰도 써본다.

내 꿈은, 너의 꿈이 이뤄지는 것! 그야말로 '기적' 그 자체구나!


덧) 역시 수지 모건스턴이다! 쵝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14-03-03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지 모건스턴~ 짱!!^^

마노아 2014-03-04 13:23   좋아요 0 | URL
다른 수식어가 필요없는 수지 모건스턴이에요.^^
 
조국으로 가는 길

새학교는 공업 고등학교다. 실업계 근무는 처음이어서 옆자리 선생님이 자동차 과목이라는 것이 여전히 적응이 안 되고 있고, 학급 이름에 건설, 설비... 이런 이름이 들어가는 것도 많이 낯설다. 금세 익숙해지겠지만.


제일 아쉬운 대목은 역사 수업이 4시간이고 법과 정치가 16시간이라는 것. 최근 수년 동안 내 전공으로는 계속 수업하기 힘들었다. 역사가 훨씬 재밌는데 아까비~


아무튼, 날이 날인 만큼! 내가 즐겨듣는 역사 관련 팟캐스트 몇 개 정리해 보련다.


가장 재미있고 가장 핫한 방송은 아무래도 이박사와 이작가의 이이제이다.


http://www.podbbang.com/ch/4362

 

 

초반에 이름없는 방송이었을 때는 얼른 뜨고 싶은 욕심에 너무 자극적이고 센 발언을 남발했다면, 이제 팟캐스트 방송의 넘버원으로 자리매김한 이후로는 수위 조절이 자연스러워졌다. 캐릭터 구축도 이미 끝났고, 적당히 자신감 발산하면서 진지함과 유머도 잘 섞어서 방송 중이다. 


김대중, 김영삼, 노무현 특집은 명방송이었다. 그밖에 기업 특집도 다른 방송에서 보기 힘든 신선함을 주었다.

안기부, 박정희, 전두환, 조중동, 뉴라이트 특집도 재밌었다. 사실 모든 방송을 '특집'이라고 표현하는데 2시간 넘는 방송은 모두 특집으로 명명한다는 작가의 소신 때문이다. 


김원봉, 여운형, 김구 특집은 눈물 겨웠다. 특히 몽양 여운형 선생 편에서 마지막에 나온 노래가 조용필이 평양에서 부른 '홀로 아리랑'이었는데, 방송 듣던 지하철 안에서 왈칵 눈물이 났었다. 어찌나 멀고도 멀게 들리는 통일이었던지...


조용기, 민비 특집 때는 아주 후끈했었다. 어마어마한 악플과 반격이 예상됐지만 이작가는 그런 걸 즐긴다. 오히려 기름을 더 붓는 성격이지 몸을 사리지 않는다. 기분 좋은 꼴통 기질이 있다. 


가끔 인터뷰 방송도 진행하는데, 김광수 연구소장과 구성애 씨가 기억에 남는다. 특히 구성애 씨 방송 뒤 팟캐스트 아우성이 서버 다운된 건 유명한 일이다. 나도 바로 접속했는데 며칠 동안 다운 받기 힘들었다. 서버를 8배 증설하고도 감당이 안 돼서 아예 업체를 바꿨다고 한다. 지금은 잘 다운되고 있고, 현재 나는 아우성 24회를 듣고 있다(37회까지 있다).


 









이이제이 이후 이작가 방송은 거의 챙겨 들으려고 한다. 팩트 TV에서 진행하는 이작가의 결정적 순간은 영상으로 볼 수 있어 재밌다. 


http://www.podbbang.com/ch/6362

 



















김재규의 운명적 U턴, YH무역 여공 사건 등이 기억에 남는다. 현재 37회까지 방송이 진행됐는데 나도 다 보지는 못했다. 보통 이동하면서 mp3로 듣는데, 얘는 동영상이라서(오디오 방송도 다운 가능하지만 영상 있으니 동영상으로 보려고) 더디 보고 있는 중이다. 예전에 팔찌 만들 때 많이 보았는데, 이제 머리핀 만들 때 보지 않을까. ㅎㅎㅎ


이박사와 세작의 역사 데칼코마니는, 이작가의 존재감을 그의 부재에서 확실히 알게 해주었다. 시도도 좋고 소재도 흥미로운데, 재미가 없다..;;;; 그래도 다 볼 생각이다. 현재 달랑 두개 밖에 못 보았지만...;;;;


http://www.podbbang.com/ch/6492

 

이이제이는 역사 협동조합으로 새출발을 해서 안가도 오픈했다. 까스통 할배 같은 무리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서 밖에서 볼 때는 '피씨방'으로 위장되어 있다. 합정동에 나갈 일이 생기면 한번 다녀오려고 지도도 출력해 놨다. 잘 찾아갈 수 있을까?


국민TV가 역사 방송을 많이 했고, 많이 하고 있다. 

 


 

이작가- 김용민의 변두리 인물 현대사가 지금은 종방했지만, 무척 재밌었고, 그 뒤를 이은 이작가 문희정의 라이벌도 흥미롭게 보고 있다. 라이벌은 전근대사와 현대사를 오고 가며 한번씩 방송을 하는데, 문희정 아나운서가 이 방송과 '얼 현대사'를 진행하면서 역사 공부 아주 열심히 하고 계시는 듯!


http://www.podbbang.com/ch/6397

 

http://www.podbbang.com/ch/6650

 

http://www.podbbang.com/ch/6647

 

박한용 민족문제 연구소 실장님의 케미는 쌩얼 현대사보다 '라디오 반민특위'에서 더 진가를 발휘했다. 진,선,분 세 진행자... 특히 분님의 무대뽀 말빨과 무척 잘 어울렸다. 방송 진행시간의 제약이 덜한 라반특 쪽이 실장님 방송 하시기에도 더 좋지 않았을까. 그런데 이분은 책은 안 쓰시나? 예전에 손석희가 진행하던 백분토론에 나왔던 건 기억나는데 나는 책으로 이분을 좀 더 만났으면 한다.










개념있는 여자들의 쎈 수다 라디오 반민특위


http://www.podbbang.com/ch/246

 

이름부터 현대사를 다루고 있음을 알겠는데, 그 현대사에 질곡이 너무 많아서 소재가 떨어지질 않는다. 반세기 전의 일은 물론이요, 용산과 강정과 밀양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방송 듣고 나면 속쓰림과 울렁증과 울화가 치미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심호흡이 필요하다. 


이 방송을 통해서 신상철 씨를 알게 된 게 나름의 큰 수확이었다. 


닥터강의 다듣사

http://www.podbbang.com/ch/6614

 


다듣사는 복불복이다. 엄청 집중하게 되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너무 빤해서 흘려 듣게 되는 방송도 있다. 그래도 건너뛰는 건 섭섭하지. 형성평가를 들으면서 자칭타칭 요정 정혜림 아나운서의 내공이 보였다. 강민선 아나운서 발음도 안 좋아, 진행도 별로야, 목소리도 ...;;;;;


무엇보다 형성평가는 너무 유치해서 그 자리에 차라리 광고가 들어가는 게 낫지 싶다. 난 그 평가 반댈세!


 








http://www.podbbang.com/ch/6348

 

아, 대한민국은 앞뒤 중간에 나오는 노래가 좋아서 더 관심이 갔다. 노래 제목도 '아 대한민국'이다. 가사가 어찌나 찌르르 하던지... 정태춘의 목소리에 처절함과 처연함이 함께 깃들어 있다.



우린 여기 함께 살고 있지 않나 
사랑과 순결이 넘쳐 흐르는 이 땅 
새악시 하나 얻지 못해 농약을 마시는 
참담한 농촌의 총각들은 말고 
특급 호텔 로비에 득시글거리는 
매춘 관광의 호사한 창녀들과 함께 
우린 모두 행복하게 살고 있지 않나 
우린 모두 행복하게 살고 있지 않나 
아, 우리의 땅 아, 우리의 나라... 

우린 여기 함께 살고 있지 않나 
기름진 음식과 술이 넘치는 이 땅 
최저임금도 받지 못해 싸우다가 쫓겨난 
힘없는 공순이들은 말고 
하룻밤 향락의 화대로 일천만원씩이나 뿌려대는 
저 재벌의 아들과 함께 
우린 모두 풍요롭게 살고 있지 않나 
우린 모두 만족하게 살고 있지 않나 
아, 대한민국. 아, 우리의 공화국... 

우린 여기 함께 살고 있지 않나 
저들의 염려와 살뜰한 보살핌 아래 
벌건 대낮에도 강도들에게 
잔인하게 유린당하는 여자들은 말고 
닭장차에 방패와 쇠몽둥이를 싣고 신출귀몰하는 
우리의 백골단과 함께 
우린 모두 안전하게 살고 있지 않나 
우린 모두 평화롭게 살고 있지 않나 
아, 우리의 땅. 아, 우리의 나라... 

우린 여기 함께 살고 있지 않나 
양심과 정의가 넘쳐 흐르는 이 땅 
식민 독재와 맞서 싸우다 
감옥에 갔거나 어디론가 사라져간 사람들은 말고 
하루 아침에 위대한 배신의 칼을 휘두르는 
저 민주인사와 함께 
우린 너무 착하게 살고 있지 않나 
우린 바보같이 살고 있지 않나 

아, 대한민국. 아, 우리의 공화국... 

우린 여기 함께 살고 있지 않나 
거짓 민주 자유의 구호가 넘쳐흐르는 이 땅 
고단한 민중의 역사 
허리 잘려 찢겨진 상처로 아직도 우는데 
군림하는 자들의 배 부른 노래와 피의 채찍 아래 
마른 무릎을 꺾고 
우린 너무도 질기게 참고 살아왔지 
우린 너무 오래 참고 살아왔어 
아, 대한민국, 아, 저들의 공화국... 
아, 대한민국. 아, 대한민국...


그러게 말이다. 이런 조국 보라고 95년 전에 우리 조상들이 그렇게 피흘리며 만세를 외쳤던 게 아닐 텐데 말이다. 


아, 대한민국은 초반이 굉장히 좋았다. 닉네임으로 이름을 불러서 초반에 나왔던 인사의 진짜 이름은 모르겠는데 그후 어떤 게스트도 그때만큼 좋지는 않았다. 이 방송은 중간에 때르릉~ 전화가 울리면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온 사람들의 반응이 등장한다. 박정희를 반인반신으로 추앙해 마지않는, 여왕님께 굽신거리는 그런 인사들의 반응이 녹음된 멘트로 중간에 끼어드는데 그 맹목적 충성과 어리석은 열정에 체증을 느낀다.



김갑수의 부킹 정치도 지금은 중단되었지만 아주 즐겁게 들었다.

http://www.podbbang.com/ch/5658

 

이 방송은 매회 책을 하나씩 소개하면서 진행했는데 덕분에 관심갖게 된 책들도 많았다.


수당 정정화 편 방송을 듣고 '조국으로 가는 길' 전시회를 다녀오니 그 인생의 여정이 더 지극하게 보였다. 그게 벌써 작년 광복절의 일이구나...


















 








방송을 아예 끝낸 게 아니라 재정비를 한다고 했는데, 재정비 언제 끝나나 모르겠다. 가장 기다리고 있는 방송이다. 


요새 또 즐겁게 듣는 방송이 전상봉의 서울 이야기다.


http://www.podbbang.com/ch/6891

 

느릿느릿한 말투의 전상봉 씨와 달리 진행자는 좀 촐싹 맞은 느낌이다. 이런 방송은 진행하는 사람의 합이 좋아야 하는데, 애석하게도 두 사람의 합은 그다지다. 일단 서로 유머코드가 안 맞다. 우스개 소리를 해도 서로 받아 넘기질 못하니 툭툭 막힌다. 소재와 내용은 무척 좋지만 두 사람의 화학작용이 그다지라는 건 옥의 티다. 닥터 강의 다듣사에서 형성평가가 그런 역할을 하는 것처럼!










 

요즘 가장 성실하게 날짜 지켜서 방송 올려주는 팟캐스트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도 빼먹을 수 없다. 

http://www.podbbang.com/ch/6554

 


초반엔 네 사람의 조합이 그렇게 좋지 않았다. 주연은 박시백이지만 말빨이 그다지 좋은 분이 아니었고, 가장 말빨 좋은 남경태 씨가 너무 치고 들어와서 그것도 좀 피곤했다. 그런데 중간에 남경태 씨가 수술 받느라 한달여 빠지고 나니 그 공백이 그리 클 수가 없었다. 꿔다 놓은 보릿자루만 있는 기분이랄까...;;; 지금은 시간도 흘렀고 서로 간의 호흡도 잘 맞아져서 즐겁게 듣고 있다. 최근에 들은 방송이 숙종이었지? 보통 한 임금당 2회분 방송을 하는데, 선조 때는 임진왜란 덕분에 할 말이 많아서 방송이 4회였던가? 그렇게 늘어나기도 한다. 그밖에 외전으로 게스트를 불러서 꼽사리 방송을 하기도 하는데, 지금껏 주영하, 전경목, 조유식 씨가 나왔다.



 








 








그 덕분에 전경목 씨의 '고문서, 조선의 역사를 말하다' 강연회도 다녀왔다. 2회 진행된 강연회였는데 맨 앞자리에서 열심히 듣고 왔다. 난방을 심하게 해서 아주 건조했던 것 말고는 몹시 좋았던 시간이었다. 그곳이 휴머니스트 출판사였는데, 방송 녹음하는 부스도 봤다.

 

 

오늘도 설거지 하면서 외전으로 '정도전을 위한 변명' 편을 들었다. 알라딘 대표 조유식 사장이 4회째? 5회째 출연 중이다. 낮은 목소리 톤이 듣기 좋았다. 얼마 전에 김탁환의 혁명을 읽었는데, 개정판으로 다시 선보인 '정도전을 위한 변명'에 관심이 갔다. 문장이 아주 좋다는 진행자들의 칭찬에 귀가 솔깃!









남경태가 나왔으니 타박타박 세계사도 놓칠 수 없다. 매주 일요일 오전에 방송되는데, 팟캐스트에는 바로바로 안 올라와서 거의 일주일 늦어지면서 듣게 된다. 


http://www.podbbang.com/ch/65

 


목소리는 참 낭랑한데, 얼굴은 구수한 할아버지 같은 인상이다. 근데 흰머리 때문에 그렇지 나이는 그렇게 많이 들었을 것 같지 않다. 목소리로 생각할 때. 알라딘 정보를 찾아보니 1961년 생이다. 울 공장장님보다 네살 많으니까 쉰 넷이구나. 젊다!


이 방송은 코너 구성이 좋다. 아무래도 mbc방송이다 보니 좀 더 자본이 들어간 티가 난다. 매주 주제를 바꿔서 초대 손님과 이야기하는 것도 좋고, 해당 날짜의 역사 속 오늘을 살피는 코너도 좋다. 아나운서 목소리가 짱 좋다! 주영하 씨도 여기에 한꼭 지 담당하고 있고, 재즈 평론가가 전해주는 음악 이야기도 좋다. 생방으로 들으면 노래를 다 듣겠지만, 나는 다운된 방송을 듣는 거라서 노래는 앞의 한소절 씩밖에 못 듣는 게 살짝 아쉽다. 타박타박 세계사는 묶어서 책으로 나왔음 좋겠다. 다시 듣고 싶은, 다시 읽고 싶은 내용이 많다. 



 







역사라는 게 워낙 이야기거리가 많다 보니 우후죽순 많은 방송이 올라오고 있다. 호기심에 한번씩 클릭해 보지만 꾸준히 듣게 되는 방송은 이 정도인 듯하다. 말고도 내가 좋아하는 팟캐스트 방송은 더 많지만 일단은 역사 분야에서 이 정도로 정리해 본다. 


이제 지난 일요일에 진행된 타박타박 세계사를 들어야겠다. 내일은 또 새 타박타박 세계사가 방송되겠지.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4-03-01 1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01 1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01 2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01 2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4-03-01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창비와 문학동네 팟캐스트 방송에 빠져있어요. 이것때문에 팟캐스트를 알게 되었는데 위의 방송을 포함해서 이렇게 다양한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고 격세지감이었지요. 마노아님은 확실히 역사에 관심이 많으시군요. 저의 취약분야이기도 한데...^^

마노아 2014-03-01 18:29   좋아요 0 | URL
창비 팟캐스트는 골라 듣고 있어요. 이동진의 빨간 책방이 워낙 재밌어서 창비 팟캐스트 진행자의 느린 말투가 답답해서요.^^;;;
문학동네 팟캐스트는 한다는 소식만 듣고 못 들어봤어요. 팟빵에 올라올 텐데 왜 한번도 못 봤나 몰라요. 봤으면 분명 들어 봤을 텐데 이상하네요. 다시 찾아봐야겠어요. 신형건 씨 영입소식에 눈 반짝 했었는데 말예요.
가장 많이 듣는 건 시사 방송인데, 3.1절 기념으로 역사쪽만 정리해 봤어요.
재밌는 방송이 많아서 좋으면서도 시간이 부족해 헉 소리가 함께 나와요. 하하핫...;;;;

스파피필름 2014-03-02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사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덕분에 좋은 팟캐스트 많이 알게되었네요 ^^

마노아 2014-03-02 11:23   좋아요 0 | URL
하핫, 도움된다면 저도 좋겠어요.^^
이이제이는 오늘 새 방송이 하나 올라왔네요. 오늘도 들을 거리가 풍성해요.^^

순오기 2014-03-03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팟빵도 워낙 많아서~ 챙겨듣는 것도 보통 아니겠어요.ㅠ
상세한 안내 좋아요~ 기회되면 클릭해봐야겠어요!!

마노아 2014-03-04 13:23   좋아요 0 | URL
뉴스같은 프로그램은 매일매일 밀리지 않고 듣는데, 강의 성격은 많이 밀리게 되어요.
보통 부지런함을 요구하지 않아요.^^;;;

노란곰 2014-03-04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팟캐스트 듣느라 요즘 독서량이 상당히 줄었어요. ㅠㅠㅠ 그래도 추천해주신 것 중 골라서 몇개 들어봐야겠네요^^ 역사책들도 마노아 님 덕분에 많이 알게됐네요^^ 새학기라 바쁘실텐데 감사해요^^

마노아 2014-03-04 13:24   좋아요 0 | URL
그쵸? 동시에 둘을 할 수 없으니 말이에요. 그래도 언론을 믿기 힘든 시절에 이런 창구라도 있어서 다행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