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는 정신 없이 바쁘다. 게다가 3월은 일년 중 가장 바쁜 달이다.

그래도, 꿋꿋이 책을 읽어보자. 좋은 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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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부의 서재- 어느 외주 교정자의 독서일기
임호부 지음 / 산과글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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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4월 02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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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인간
이석원 지음 / 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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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3월 27일에 저장
절판

흑집사 18
야나 토보소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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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3월 24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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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키가미 10- 환상의 나라, 완결
마세 모토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2년 10월
4,800원 → 4,320원(10%할인) / 마일리지 240원(5% 적립)
2014년 03월 21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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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개학이다! 새봄에 문제집보다 좋은 책을 더 만났으면 싶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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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희 10
강경옥 글.그림 / 팝툰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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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희 10권이 나왔을 때, 드디어 내가 인터넷 연재분으로 본 것 다음을 보게 될 줄 알았다. 팝툰 연재 시절부터 단행본으로 구입했는데, 팝툰 잡지가 폐간되고 나서 다음 연재할 때 인터넷으로 보았고, 그후 한동안은 그 연재분이 단행본으로 나오는 걸 지켜보았다. 가장 중요한 내용, 즉 설희의 비밀이 드러난 지점까지 무료 연재였고, 이후 유료로 전환되면서 단행본 나오길 목빠져라 기다렸다. 일년 더 기다린  것 같은데 속상하게도 이번 단행본도 딱 내가 본 부분까지다. 그 후 진행 상황을 모른다. 아흐 동동다리....;;;;


뭐, 여태 기다렸는데 더 못 기다릴까. 11권을 다시 목메어 기다려야지.ㅡ.ㅜ


설희 10권의 내용은 10권 분량 중에서 가장 속시원하기도 하고 중요한 대목이기도 하다. 매번 최악으로만 치닫는 현실에 끌려다니기 바빴던 세라가 설희를 만나면서부터는 조금씩 변해 갔다. 좀 더 주체적인 모습을 보였고, 조금 더 제 감정에 솔직해졌고, 자신에게 다가온 행운에 대해서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제일 바랐던 모습은 세라를 호구로 여기는 아영이에게 한방 먹여주는 거였다. 이번에 드디어 해냈다.



그렇다고 머리끄댕이 잡고 싸운 것도 아니고, 뺨을 날려준 것도 아니지만, 밟는다고 밟히는 상대가 아니란 걸 제 목소리로 드러냈다는 게 중요하다. 그 잘난 여시 아영이도 금세 꼬리를 내린다. 자기한테 유리한 패가 아니라는 걸 본능적으로 아는 것이다. 그 아이도 외롭고 못난 성정 탓이라는 걸 알지만 본인이 자초했으니 가련하게 여기진 않으련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여기가 어딘지 바로 생각나지 않는 설희의 모습이다. 그럴 수 있겠다. 무려 400년 이상을 살아왔는데, 100년 남짓 사는 인간들의 하루와, 400년을 살고도 앞으로 400년 더 살지도 모를 설희의 하루가 같을 수 없다. 게다가 눈앞에 있는 상대는 전생에 자신의 남편이었고, 환생해서 현남친으로 있는 사람이다. 애증이 교차하는 상대이기 때문에 더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그걸 세이는 모르니 자신의 감정에만 충실하면 되지만, 긴 시간의 터널 속에서 외로이 갇힌 설희의 입장은 얼마나 복잡할까.


뱀파이어든 외계인이든... 인간의 시간을 뛰어넘어 사는 불멸의 존재라면, 그런 존재가 적어도 둘은 되어야 할 것 같다. 나홀로 그렇게 외로이 외로이 오래 살라고 하면, 그것도 참 못할 짓이지 싶다. 호기심도 생기고 탐이 나기도 하지만, 적어도 파트너 하나 정도는 있어야지. 이렇게 생각하니 다시 '나의 지구를 지켜줘'가 떠오른다. 우리 집에 나혼자만 살아남았다고 가정해도 끔찍한데, 우리 동네, 우리나라도 아니고, '행성' 하나에 자기 혼자만 살아남아서 십년 가까운 세월을 보내야 했던 사람의 절망과 외로움이라니....


각설하고, 다시 설희로 돌아가 보자.



아라시는 지독히 우울하다. 실제로 우울증을 앓고 있고, 끝없이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세라는 아깝다. 그렇지만 그와 함께 있을 때 유난히 가슴 떨려하고, 그 긴장감마저도 기뻐하는 세라를 보고 있노라면 두 사람의 시간이 좀 더 허락되어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김밥 말던 중이어서 장갑 끼고 있던 세라에게 앞치마를 둘러주는 모습이다. 일상생활에서 등장할 수 있는 디테일한 설정이다. 게다가 로맨틱해! 상대가 음악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근사하다. 일본어로 나올 곡이지만, 한국에서는 세라가 입힌 가사로 불러주겠다는 달콤한 약속. 그야말로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노래가 탄생하는 것 아닌가. 캬아, 멋지다!



드라마 별그대와의 공방전이 없었다면 이 사진은 올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이 날짜로 인터넷 검색창에 집어넣으면 설희와 별그대가 함께 뜬다. 이 장면을 보니 인터넷 연재 당시 섬뜩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그때도 end of part라는 대목이 어찌나 원망스럽던지...^^


지금 이 시간이면 별그대 마지막회 방송이 끝나고 한참 후기가 쏟아질 때겠지. 아직 마지막회는 보지 못했다. 어쩐지 설희 신간을 먼저 읽고 보고 싶었는데, 그 신간이 내가 이미 본 거라서 구간 느낌이 되어버렸지만, 왠지 그게 순서일 것 같아서 말이다.


법정까지 가게 생긴 이후로 어느 사이트에서 한참 시끄러웠다. 자칭 만화 쫌! 읽어봤다면서 강경옥 작가를 듣보잡 취급하는 애를 보며 우스웠다. 정말 강경옥 작가를 모른다면 넌 만화 좀 본 사람이 아닌 거란다.ㅎㅎㅎ


학창시절에 좋아하던 작가들이 많았다. 신일숙샘, 이미라샘은 지금 무엇하고 계실까? 신일숙 작가님의 책은 애장판으로 복간이라도 되고 있지만 이미라 샘은...ㅜ.ㅜ 

그래서 지금도 현역으로 활동해 주시는 황미나 샘과 강경옥 샘이 고맙고 존경스럽다. 황미나 샘은 보톡스로 영화 감독 데뷔도 하신다고....(이건 좀 우려스럽지만... 더 파이브 어째...;;;;)


자신의 색깔을 흔들리지 않고 유지하시고, 독특한 세계관을 계속 확장해 나가는 강경옥 샘께 파이팅을 외쳐 본다. 그런 의미에서 11권은 좀 빨리 나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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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02-28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씩 아르미안의 네딸들, 별빛속에 이런거 다시 보고 싶을때가 있긴해요.
인어공주를 위하여 보면서 만화방에서 목노아 꺼이꺼이 울었던 기억도 나네요. ㅎㅎ

마노아 2014-02-28 23:56   좋아요 0 | URL
정말 명작들이죠. 작가님들의 리즈 시절이네요.
별빛속에 결말은 정말 충격이었어요. 레디온의 죽음을 인정할 수가 없어서 저도 목놓아 울었었네요.^^;;;

건조기후 2014-02-28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헛.. 10권까지 있었네요. 저 어제 9권 주문한 거 받았는데... 이런 눈빙신 ㅜㅜ
별그대를 한번도 안 봐서 설희랑 얼마나 비슷한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뒤늦게 몰아보자니 엄두가 안 나고.. 훔.
강경옥 블로그는 말 그대로 난리더군요. 에혀... 표절문제를 떠나 개념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빠순빠돌이들때문에 상처받지 않으셨음 좋겠다고 댓글 썼는데 바로 묻혀버렸던.. 댓글 늘어나는 속도가 진짜 무서웠어요 ;;

마노아 2014-02-28 23:58   좋아요 0 | URL
별그대는 초반에 무지 재미 있었어요. 이렇게 소모적인 논쟁으로 갈게 아니라 제대로 절차 밟고 쿨하게 나갔으면 드라마도 더 잘됐을 것 같아요. 중간에 엄청 산으로 갔거든요. 결과적으로 결말도 좀...;;;;
만화가 분들은 번번이 이런 일들을 당하고 당하는구나.... 싶어서 더 안타까웠어요. 우리 사회에서 만화는 여전히 참 평가절하되고 있어요...;;;;

무스탕 2014-02-28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래요. 아직까지 활동해 주시는 강경옥님이 얼마나 감사한지..
사실 저 같은 경우는 설희를 아직 안 봤어요. 별그대를 먼저 본 경우지요.
이건 표절이다 아니다는 둘째치고 참 입맛 쓴 이야기에요.
드라마 시작 전부터 표절 시비가 붙었었는지 드라마 시작하고 불거져 나온건지 순서는 모르겠지만 뭔가 문제가 있는건 맞는거 같아요.
이런데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 라는 말을 갖다 붙여도 되는건지 모르겠지만 드라마 작가보다는 제가 애정하는 울 강경옥님 마음 많이 다치지 말고 일 풀려 나가는데 많이 힘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건 글쿠, 나도 빨리 설희 봐야지... ( ")

마노아 2014-03-01 00:01   좋아요 0 | URL
저는 드라마 처음 방영되고 바로 설희 떠올렸어요. 어제 엔딩 방송 보면서는 시간여행자의 아내와 별빛속에 떠올렸구요. 어쩜 좋아요...;;;;;;
장르가 많이 달라서 참고했다, 정도로 인정하고 저작권료 지급했으면 서로 좋았을 텐데요.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 만들 때 한 남자가 영문도 모른채 갇혀 있었다는 설정만 갖고 왔지만 저작권료 지불하고 원작이 있다고 말했거든요. 두 작품은 그 설정 하나만 닮았음에도요. 더 괜찮은 작품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작가님이 스스로 걷어찬 게 아닐까 싶어요. 애정하는 배우들 때문에 즐겁게 보았지만 매번 입맛이 썼어요...;;; 어쨌든, 이제 끝났네요.^^
 
에이프릴의 고양이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03
클레어 터레이 뉴베리 지음, 김준섭 옮김 / 시공주니어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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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사는 에이프릴의 집은 아주 작았다. 에이프릴은 여섯 살이나 되었지만 여전히 아기 침대에서 잠을 자야 할만큼 집은 비좁았다. 이 좁은 집에 시바라는 이름의 고양이가 함께 살았다. 에이프릴의 아빠는 시바에게 늘 우리 집이 고양이 한 마리용 아파트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바가 그걸 어떻게 알아듣겠어...;;;; 결국 시바는 새끼 고양이를 세 마리 낳았다. 까만 고양이 하나와 줄무늬 고양이 둘이었다.


어린 에이프릴은 새끼 고양이들이 사랑스러웠다. 이 아이들을 돌보느라 곁을 떠날 줄을 몰랐다. 하지만 아빠는 에이프릴이 고양이에게 정붙이는 게 싫었다. 이 집에서는 키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끼 고양이들에게 이름을 지어준 것은 아빠였다. 아빠는 작명 센스가 있는 사람이었다. 버치와 브렌다 그리고 차콜까지! 모두 제 생김새와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새끼 고양이들은 너무 어려서 우유를 먹는 법도 몰랐다. 얼굴과 발에 우유를 다 적셔버리면 시바가 다가와서 정성껏 핥아 주었다. 며칠이 지나자 새끼 고양이들도 우유를 잘 먹게 되었다. 그리고 그건 이제 이 아이들과 떨어져야 할 때라는 의미였다. 


새끼 고양이 셋 중 버치와 차콜이 먼저 다른 집으로 가게 되었다. 가장 아끼는 브렌다가 남은 것은 좋았지만, 브렌다를 키우기 위해선 시바를 다른 집에 보내야 했다. 새끼 고양이는 귀엽기라도 하지만 다 자란 어미 고양이가 다른 집에서 사랑받으며 살 수 있을지 에이프릴은 걱정스러웠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시바를 직접 키우고 새끼 고양이를 보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에이프릴은 슬픔에 잠겼다.


하지만 어쩌랴. 이 집은 고양이 한마리용 크기 밖에 되지 않는 것을! 


그러나, 그렇게 좁은 집은 에이프릴의 가족에게도 좋은 삶의 질을 제공해주기 힘들 것이다. 아직도 아기용 침대에서 자는 에이프릴이 바로 그런 경우 아닌가! 에이프릴에게 큰 침대를 사주려면, 큰 침대가 들어갈 수 있는 더 큰 집이 필요하다. 더 큰 집이라면, 시바와 브렌다를 함께 키울 만한 공간도 있을 게 아닌가!


이럴 수가! 버치와 차콜을 괜히 다른 집에 보낸 게 아닌가 모르겠다. 


검은색과 붉은 색만 사용했기 때문에 그림이 아주 단순하다. 그런데 먹물 번지는 느낌으로 고양이의 윤곽선을 그려서 아주 부드럽게 보인다. 고양이를 아끼는 에이프릴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고, 그 에이프릴을 아끼는 부모님의 마음도 잘 그려졌다. 1940년에 칼데콧 아너 상을 받은 작품이다. 정말 오래된 작품이다. 사람보다 고양이가 더 예쁘게 그려진,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팍팍 느껴지는 그림책이다. '에이프릴'이라는 이름도 고양이에게 붙여도 좋을 것 같다. 이름부터 따사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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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2-27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앙. 고양이 그림 이쁘네요. 조카 사줘야 겠어요. 헤헷

마노아 2014-02-27 19:37   좋아요 0 | URL
타미에게 어울릴 그림이에요. 색을 이렇게 안 쓰고도 풍성한 느낌을 주는 게 신기해요.^^
 
똑똑한 고양이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57
피터 콜링턴 글.그림, 김기택 옮김 / 마루벌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냐용이는 매일 아침 현관문 앞에서 기다렸다.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누군가 자기를 봐 줄 때까지 기다렸다.



주인 아저씨는 회사 늦는다며 비키라고 했고, 주인집 딸과 아들도 모두 바쁘다며 냐옹이를 귀찮아 했다. 

냐용이는 여전히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아주머니는 마침내 밥을 챙겨 주었지만 너 때문에 지각한다며 짜증을 냈다.


그렇게 날마다 기다리기만 하던 냐옹이는 어느 날 더 이상 기다리기가 싫어졌다.

그래서 선반으로 올라가 통조림을 꺼내서 직접 밥을 챙겨 먹었다. 

식구들이 깜짝 놀란 것은 당연했다.

순식간에 귀찮은 골칫거리 고양이에서 '똑똑한 고양이'가 되는 순간이었다.




다음 날 아주머니는 냐옹이에게 열쇠를 맡겼다. 똑똑한 냐옹이는 현관문을 직접 열었다.

이튿날 아주머니는 아예 현금카드를 내주었다. 고양이밥 사둔 게 없으니 돈을 찾아서 통조림을 사먹으라는 것이다. 

냐옹이에겐 문제 없었다. 돈을 직접 찾았고 장을 보았다. 산책을 나갔고, 돈을 찾아서 근사한 식사를 주문했다. 

통조림과는 비교할 수 없는 충격적인 맛이었다!

내친 김에 쇼핑도 했다. 세상에 이런 일이! 별세상이 열린 것이다.



그뿐이 아니었다. 영화도 보러 갔고, 카지노도 가면서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친구들을 만났다.

퍼펙트한 세상이었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던가! 냐옹이는 현금카드를 아무 생각 없이 써버렸고, 그 바람에 주인집 가계에 구멍을 내고 말았다.

두 사람이 말했던 것이다. 너도 돈을 벌라고! 똑똑한 고양이였으니 돈을 버는 게 불가능하지 않았다.



단골 식당의 지배인을 찾아가서 일자리를 부탁했고 이내 서빙직을 얻었다. 

냐옹이는 하루종일 일했다. 나르고, 나르고, 나르고... 그렇게 쉴 새 없이 일만 했다.

집에 돌아와서도 제 손으로 밥을 해 먹고 설거지를 해야 했다.

그렇게 일주일 동안 일해서 받은 급여는 모두 카드 대금과 집세로 나갔다.

남은 돈은 통조림 한 통 살 수 있는 금액이 전부였다. 

제 스스로 일을 해서 돈을 버는 노동자가 된 순간, 냐옹이는 노동력을 착취 당하는 일꾼이 되고 만 것이다.



피곤에 지쳐 늦잠을 잔 게 사단이었다. 재고의 여지 없이 일자리를 빼앗긴 냐옹이.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해고된 냐옹이를 그다지 딱하게 여기지 않았다. 다른 일을 어서 찾아보라는 것이다.



밖으로 나온 냐옹이는 계단 위에서 늘어지게 낮잠 자는 다른 고양이들을 쳐다보았다. 

지금껏 지나다닐 때마다 일도 하지 않는 한심한 녀석들이라고 혀를 찼던 그 친구들이었다.

똑똑한 냐옹이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이후 냐옹이의 기다림의 시간이 다시 찾아왔다. 스스로 현관문을 열지도 않고, 아침밥을 챙기지도 않고, 일자리를 구하지도 않았다.

그저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기만 했다. 

주인집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답답해 하며 혀를 차고, 또 한심스러워도 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결국, 아주머니는 다시 냐옹이에게 밥을 챙겨주기 시작했다. 

챙겨준 밥을 맛있게 먹고 냐옹이는 다른 친구들처럼 늘어지게 낮잠을 자기 시작했다.



이제껏 냐옹이에게 한심스럽다는 시선을 받았던 고양이들은 그제야 냐옹이가 똑똑한 고양이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풍자가 기막힌 작품이다. 이 짧은 그림책에서 자본주의와 노동자가 모두 보이고, 배고픈 소크라테스와 배부른 돼지도 떠오르고, 진짜 똑똑이와 헛똑똑이가 누구인지도 생각해 보게 된다. 


고양이가 사람처럼 행동하고 일을 하고... 그러지는 못하지만,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고양이는 영물이어서 할 수 있는데 일부러 '안' 하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도 든다. 내가 똑똑한 척 해봤는데 그거 피곤하더라고. 진짜 똑똑하게 사는 건 따로 있다니까... 이러면서 사람을 우습게 보고 있지는 않은지... 그런 상상도 해본다. 


내가 좋아하는 '작은 기적'의 작가 피터 콜링턴 작품이다. 절판되어서 검색해도 잘 나오지도 않는다. 그게 제일 애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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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02-27 08: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물론 풍자적인 내용이겠지만
어찌됏건 어째 나보다 더 고양이 그림책을 많이 보네요^^

마노아 2014-02-27 19:37   좋아요 1 | URL
고양이의 생태가 실제 고양이와 닮게 그렸는지 나중에 알려줘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