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혁명, 광활한 인간 정도전 1~2 세트 - 전2권 소설 조선왕조실록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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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가'라는 이름을 붙여도 좋은 우리 역사 속 인물이 누가 있을까? 흥선 대원군이 제법 개혁을 시도했고 어느 정도 성과도 이루었지만 외세의 침탈이라는 시국과 맞물려서는 썩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조광조의 이름도 떠올랐지만 그의 성급한 개혁이 얼마만큼의 피로를 불러왔는지도 착잡하게 떠오른다. 그렇다면 누가 남을까? 역시, 정도전 밖에 없다. 가장 성공한 역성혁명의 뒤에 그의 이름 세글자가 뚜렷이 박혀 있다. 


이 책은 소설가 김탁환이 야심차게 시작한 '소설 조선왕조실록'의 첫문이 되었다. 조선이라는 장대한 역사는 침흘릴 만큼 탐나는 기록들을 많이 남겼다. 역사에 관심 많은 소설가라면 팔걷어부치고 도전하고 싶은 거대한 언덕일 것이다. 이미 써낸 이야기도 많으니 굽이굽이 잘 연결한다면 500년 역사를 모두 담아내는 것이 만만치는 않겠지만 불가능하지도 않겠다. 그리고 그 첫번째 문에 이성계가 아닌 '정도전'을 세웠다는 것에 기분 좋게 동의한다. 조선을 연 개창자는 이성계지만 정도전 없이는 불가능했다. 그가 기획했고, 설계했고, 뼈대를 세운 나라가 바로 조선이다. 


새 나라의 기틀을 잡고, 그 사이사이 정갈한 이름을 짓고, 역사를 집필하고 제도를 만들었다.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조선의 르네상스 인간, 조선의 다빈치 정도전! 이 책은 바로 그 광활한 인간 정도전을 다루고 있다. 그의 일대기를 연대순으로 모두 짚은 것이 아니라, 그의 인생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을 꼭 집어서 응축하여 보여주었다. 첫소절은 그가 이방원으로부터 죽임을 당하던 바로 그 날의 새벽이었다. 마치 죽기 직전 인생의 파노라마가 지나가는 것처럼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가 혁명의 과업을 이루기 위해 첫걸음을 떼었던 날은 언제일까? 아니, 조선이라는 나라가 문을 열기 위해서 첫발자국을 떼게 만든 사건은 무엇이었을까? 1392년 3월 17일. 바로 이성계가 낙마하던 날로 잡을 수 있겠다. 명장군 이성계가 낙마했다. 믿기지 않은 소식이었지만 사실이었다. 작품은 이성계가 말에서 떨어지던 찰나의 순간을 아주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아, 이런 상황이라면 가능하겠군! 대장군 이성계는 해주에서 움직이지 못했고, 정몽주는 임금과 함께 왕성에 있었다. 그리고 정도전은 영주에서 귀양살이 중이었다. 고려의 쇄신을 원했던 세 사나이가 모두 다른 곳에서 다른 입장으로 서 있었다. 여기서 혁명의 싹이 튼다. 


이성계를 경계하는 인물들은 그가 움직이지 못할 때 쳐야 한다며 정몽주를 흔들었고, 이성계를 왕으로 옹립해서 훗날 자신이 왕이 되길 원했던 아들 이방원은 아버지를 설득하지 못하자 정도전을 찾아온다. 정도전이라면 정몽주의 위험함을 알아차리고 대장군을 옹립하는 것에 동의할 것이라고 여긴 것이다. 젊은 이방원은 정도전이 포은에게 갖고 있는 신의와 기대를 알지 못했다. 재상 정치의 탁월함을 함께 인정하고 있는 정도전과 정몽주. 두 사람은 모두 새 바람을 원했지만 정몽주는 고려라는 기본 틀 안에서 바꾸기를 원했고, 정도전은 고려가 아닌 새 나라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믿었다. 같은 결과물을 원했지만 그 과정에서 동원되는 수단이 달랐다. 이를테면, 정몽주가 개혁을 원하고 정도전은 혁명을 원했달까? 


개혁이 마음만큼 수월했다면 정도전도 그 길을 가자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개혁은 혁명보다도 어려운 법. 자신이 서 있는 자리부터 뒤흔들 수 있어야 개혁이 가능한데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가. 정도전이 사전혁파 과정에서 수구성을 내보인 자신의 스승을 탄핵했다가 죄를 입어 귀양을 간 것도 그런 사례가 아닌가. 


작품 속에서 귀양 가 있는 정도전은 하루하루 답답한 마음으로 희망고문을 당하는 스스로와 마주한다. 큰뜻을 품었지만 움직일 수 없는 광활한 사내가 해낼 수 있는 거라곤 문장을 만들어내는 것 뿐이었다. 그렇게 소설가 김탁환은 정도전의 붓끝을 빌려 그의 생각을, 그의 경험을, 그리고 그의 작품들을 재현해냈다. 


“여기 큰 집이 하나 있다고 합시다. 당우(堂宇) 그러니까 지붕은 왕이고 동량(棟樑) 그러니까 용마루와 들보는 정승이며 기초는 백성에 빗댈 수 있습니다. 기초는 마땅히 단단하고 두터워야 하고 동량은 마땅히 편안하고 우뚝 솟아야 하니, 그다음에야 당우가 튼튼할 겁니다. 동량은 위로는 지붕을 받들고 아래로는 기초에 의지하여 서니, 재상이 왕을 받들고 백성을 어루만지는 것과 흡사합니다. 일찍이 상나라의 명재상 이윤도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신하는 위로는 덕을 펴고 아래로는 백성을 가르친다.’” -1권 55쪽


작품 속에서 그려진 대장군 이성계는 온화한 성품을 가진 탁월한 무장이었다. 그의 걸음은 신중했고, 왕 자리에 대한 욕심은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대의가 자신에게 있다면 제 몸을 던지겠지만, 그 대의가 자신에게 있는지 없는지는 먼저 명분이 주어지기 전에는 움직이지 않을 기세다. 스스로 명분을 만들 마음은 보이지 않는다. 필요하다면 명분도 만들 사람은 그의 아들 이방원이었다. 


정몽주는 어떨까? 그는 무척 의뭉스러워 보였다. 그를 뒤흔들며 정도전과 이성계를 치라고 부추기는 무리들에게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일갈은 할지언정, 그들을 보호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필요하다면 동지였던 이들을 잘라낼 마음이 그에게서 엿보였다. 이것이 단순히 소설의 설정일까? 실상 내가 느끼기에도 역사 속의 포은은 그런 인물로 느껴졌다. 그가 대장군의 문병을 자처하며 이성계의 막사를 찾은 일을 순수한 병문안으로 읽을 수가 없다. 그를 척살시킨 이방원의 행동을 기막힌 타이밍이었다고 추켜세우지는 못하겠지만.


정도전은 심장이 빠르고 크게 뛰는 사람으로 보인다. 그의 가슴엔 열정과 꿈과 야망이 가득하다. 그는 똑똑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었지만 정몽주만큼 신중하게 움직일 줄은 모르는 사람이었다. 작품에선 그랬기 때문에 그가 포은을 잃게 되는 것으로 묘사된다. 물론, 정도전 자신은 그걸 이방원 탓으로 여기지만. 그래서 정도전이 후에 이성계의 뒤를 이을 세자 자리를 방원의 이복동생에게 넘기게 만드는 걸로 묘사했다. 정도전 같은 인물이 그렇게 소인배처럼 굴었을까 싶지만, 그가 막내 아들을 세자로 밀어붙인 것은 잘했다고 편들 수도 없다. 게다가 그 바람에 그는 제 목숨을 잃고야 만다. 참으로 묘하게 얽히고설킨 인연들이다. 


성격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세 남자가 등장하는데 각자 맡은 임무가 다르듯이 각자 뿜어내는 매력도 다르다. 주인공이어서가 아니라 누구라도 정도전에게서 가장 큰 매력을 느낄 것 같다. 


너는 명심하라, 한 고조가 장자방을 쓴 것이 아니라 장자방이 한 고조를 썼음을. -2권 108쪽


맞다. 내 생각에도 정도전은 장자방 같은 인물이었고, 그가 있었기에 이성계가 조선의 태조가 된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알아차릴 수 있다면, 그랬기에 그가 오래 살아남기는 어려운 것이라고 또한 여긴다. 왕조국가에서 임금의 머리 위에 있는 신하의 목숨줄이란 그런 게 아닐까. 더군다나 이방원 같은 새끼 사자를 건드려 놓았으니.


이성계가 해주에서 머무는 동안은 하루하루 자세히 묘사했는데, 정몽주가 죽고 이성계의 조선이 세워지는 과정은 한문장으로정리하고 빠르게 지나갔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깔끔하게 지나가는 속도감에서 정갈함마저 느껴졌다. 이 책이 그가 죽는 날의 새벽에 쓰여진 첫 문장에서 시작된다는 걸 생각한다면 더더욱!


세 사람의 인연은 참으로 기묘하다. 이성계는 조선을 열면서 조선의 주인이 되었다. 그리고 정도전은 그 조선이라는 나라를 실질적으로 개척했다. 그리고 정몽주는 죽음으로써 조선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다. 결국 세 사람은 모두 역사의 승자가 된 것이 아닌가. 함께 죽을 수는 있어도 함께 살기는 어렵다고 여긴 라이벌이기도 했지만, 긴 역사로 볼 때 그들은 그렇게 함께 싸웠기 때문에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그들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구상했던 많은 것들을 새 나라에 뿌리를 내리면서 말이다. 


신기하게도 이들의 면면을 오늘날의 정치인들에게서 확인하게 된다. 차마 이름을 밝히기 곤란한 유명한 정치인들의 모습이 겹쳐서 씁쓸하기도 하고, 그 행보가 기대되기도 한다. 부디 그들의 행적이 말들의 잔치가 되지 않고, 개혁이든 혁명이든 시대의 부름에 응답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과업과 대의를 감당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광활한 인간 정도전을 만날 기회를 한번씩 가졌으면 한다. 정치인들이 자주 읽는 책으로 정관정요가 있다고 했던가? 이제는 혁명가 정도전을 읽을 차례다. 그의 가슴과 머리에 넓은 우주가 있다. 임금이 먼저가 아니라 백성이 먼저인 우주가.


너는 언제나 백성의 편에 서라. 왕을 중심으로 역사를 쓰거나 읽지 마라. 왕은 다만 구중궁궐에 틀어박혀 옳다 그르다 결정만 내리고, 그 결정이 잘못되었을 때는 책임을 질 신하를 고르는 데만 급급한다. 백성이 왜구에, 돌림병에, 굶주림에 죽어 나가도 왕은 애석한 표정만 지으며 귀신들에게 도움을 바라는 연기나 피워 올린다. 도적을 물리쳤다면 백성이 한 일이다. 풍년을 이뤘다면 백성이 한 일이다. 궁궐을 짓고 성을 쌓았다면 백성이 한 일이다. 고행은 전부 백성이 하고 영광은 모두 왕이 누리니, 어느 백성이 그 왕을 자신들의 왕으로 떠받들겠는가.

너는 왕이 부르면 그 이유를 미리 살피고 꺼내 놓을 이야기와 왕이 던질 질문과 또 거기에 합당한 답을 고려하고 가라. 백성이 부르면 우선 가라. 고민은 천천히 해도 늦지 않다. -2권 1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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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02-26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참...
보관함에도 없던 책이
마노아님 리뷰덕에 장바구니로 갑니다^^
ㄷㄹㅂ 님이 주신 쿠폰으로 이책 사야 할까봐요.

마노아 2014-02-26 11:08   좋아요 0 | URL
아하하핫, 그렇게 빨리 장바구니로 이동을 하다니!
이책 제가 드릴게요. 저 다 읽었어요. 안 그래도 아무개님 고양이 책도 드려야 하는데요.
저한테 비밀댓글로 주소 좀 알려주세요. 아무개님 당분간 움직이기 힘든 거죠?
제가 우편으로 보낼게요.^^

2014-02-26 1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26 14: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14-02-26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벌써 보관함에 담아 두었는데 리뷰를 읽고 더 읽고 싶어지는 책이에요.^^
나중에 꼭 봐야겠습니당~

마노아 2014-02-27 19:38   좋아요 0 | URL
정도전에 관한 관심이 무르익는 요즘이에요. 드라마는 보지 못했는데 인기 있는 것 같아서 그것도 반가워요.^^
 
혁명, 광활한 인간 정도전 2 소설 조선왕조실록 2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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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군의 야망이 어디까지라고 보십니까?"
숲으로 사라졌던 매가 날아올랐다. 발톱엔 토끼 한 마리를 움켜쥐었다. 날갯짓이 힘찼다.
"삼봉, 자네보단 작겠지."
"그럼 우리 셋 중 가장 작겠군요. 제 욕심이야 포은 형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니까요."-19쪽

"슬픔을 느끼지 않고 이치만 따지기 때문에 백성이 정치가를 믿지 못하는 겁니다. 왜구에게 어느 날 갑자기 죽임을 당하는 일, 흉년이 들고 돌림병이 도는 일, 또 수십 년을 함께 산 황소가 갑자기 숨을 거둔 일, 이 불행들을 어떤 이치로 명쾌하게 설명하시렵니까? 우는 것 외엔 답이 없는 일도 꽤 많습니다."
비로소 그 농부가 땅만 갈고 곡식만 심는 이가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66쪽

반백 년 살며 마음에 머문 문장들을 꺼내 정리했다. 잡동사니로 가득 찬 고(庫)를 가지런히 청소한 기분이 든다. 오늘부터 찾아드는 문장은 강제로 등을 떠밀어서라도 날려 보내리라. 많이 지닐수록 어느새 많이 추한 나이다.
-105쪽

너는 언제나 백성의 편에 서라. 왕을 중심으로 역사를 쓰거나 읽지 마라. 왕은 다만 구중궁궐에 틀어박혀 옳다 그르다 결정만 내리고, 그 결정이 잘못되었을 때는 책임을 질 신하를 고르는 데만 급급한다. 백성이 왜구에, 돌림병에, 굶주림에 죽어 나가도 왕은 애석한 표정만 지으며 귀신들에게 도움을 바라는 연기나 피워 올린다. 도적을 물리쳤다면 백성이 한 일이다. 풍년을 이뤘다면 백성이 한 일이다. 궁궐을 짓고 성을 쌓았다면 백성이 한 일이다. 고행은 전부 백성이 하고 영광은 모두 왕이 누리니, 어느 백성이 그 왕을 자신들의 왕으로 떠받들겠는가.

너는 왕이 부르면 그 이유를 미리 살피고 꺼내 놓을 이야기와 왕이 던질 질문과 또 거기에 합당한 답을 고려하고 가라. 백성이 부르면 우선 가라. 고민은 천천히 해도 늦지 않다.
-107쪽

너는 명심하라, 한 고조가 장자방을 쓴 것이 아니라 장자방이 한 고조를 썼음을.
-108쪽

너는 왕의 신하로 만족하지 말라. 너는 왕의 스승이 되어야 한다.

너는 함께 죽을 벗이 세 명 있는가? 있다면 멋진 삶이다. 두 명 있는가? 있다면 넉넉한 삶이다. 한 명 있는가? 있다면 헛되지 않은 삶이다.-109쪽

정처 없는 희망은 확실한 절망보다 절망스럽다.
-144쪽

기억의 관절이 비틀렸다. 내일의 성문들이 벽처럼 닫혔다. 단어나 문장이 되지 못한, 타인에게 전달하기 힘든, 그러나 한 생애를 이미 살아버린 쭈글쭈글한 외마디들이 그 벽 아래 시체처럼 쌓였다. 이것은 배신이다. 정몽주를 잃는 것은 세상 전부를 잃는 것과 같다고 믿었건만.
-175쪽

한 입으로 두말하고도 지탄받지 않는 멀쩡한 이가 누구인가. 군왕이다. 백성과 관리들은 말 한 마디 잘못했다 하여 옥에 가두고 귀양을 보내고 때론 죽이지만, 왕은 말을 바꿔도 된다. 착각이나 실수였다 둘러대도 된다. 그래서 나는 왕을 믿지 않는 것이다. 그 왕이 요나 순이라고 해도, 그들은 한 입으로 두말을 한다. 그 때문에 누군가 지독한 상처를 입는다. 바로 오늘 나처럼.
-201쪽

이방원이 포은을 해치면 혁명의 완성은 더욱 더딜 것이야. 어쩌면 영원히 실패할지도 몰라. 포은과 내가 함께 법과 제도를 만들어 공표한다 해도 10년은 족히 걸릴 일이니까. 한데 포은이 없다면, 이 일은 20년 혹은 그 이상이 필요하지. 포은을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긴 어렵네. 조준은 경제에만 밝을 뿐이고 하륜은 지리에만 조금 뛰어나며 윤소종은 공맹의 말씀을 깊고 넓게 해석하는 솜씨는 탁월하나 백성의 처절한 고통을 어루만지는 데까진 이르지 못했네. 남은은 배짱이 두둑하지만 정밀하지 못하고 남재 역시 마찬가질세. 포은밖에 없어.
-201쪽

정안군 이방원은 포은을 참살하여 내 발등을 찍었다. 대장군 앞으로 보낸 서찰도 막고 망량까지 죽였다. 나는 이방석을 세자에 올림으로써 그 빚을 갚아 주었다. 정안군과 나는 서로의 이름만 듣고도 심장을 뜯어 먹지 못해 분통을 터뜨리는 사이가 되었다.
-2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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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 광활한 인간 정도전 1 소설 조선왕조실록 1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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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대표적인 책사로 정도전과 한명회가 흔히 꼽히지만 둘은 완전히 다른 인간이다. 한명회는 기껏해야 수양대군을 용상에 앉히는 데만 집중했다. 그에게는 제도와 사상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반면에 정도전은 법, 제도, 종교, 국방, 도읍지, 조세, 교육 등 가장 사소한 것에서 가장 거대한 것에 이르기까지, 새 세상의 전망과 방안을 모두 갖춘 인물이다. 혁명과 건국을 도모하는 자리에서, 정도전은 이성계와 대등하게 이마를 맞대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하였다. 이성계는 단 한 번도 정도전을 책사 취급한 적이 없다. 『맹자』를 탐독하고 유배라는 하방을 거치면서 도탄에 빠진 백성을 만난 문신과 숙련된 기병을 거느리고 홍건적과 왜구를 물리친 무장의 기이한 우정은 멋지고 그윽하다. 대장부답다.
-7쪽

아름다운 중에서도 아름다운 바다는-
아직 지나가지 않은 바다.
아름다운 중에서도 아름다운 아이는-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아이.
아름다운 중에서도 아름다운 세월은-
아직 오지 않은 세월.
그대에게 내 말하고 싶은
아름다운 중에서도 아름다운 말은-
아직 입 밖에 내지 않은 말.
-『옥중서한 제19신』-나짐 히크메트가 쓰고 백석이 번역하다.-13쪽

사람이 새로워지지 않고는 나라도 새로워지지 않는다. 사람이 道를 넓히는 것이지 도가 사람을 넓히는 것은 아니다. ‘조선’ 사람의 이치와 느낌을 분명히 남기는 것이, 미완일지언정 지금 꼭 필요하다. 스스로 잊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자서(自序)를 지어 붙이곤 여명에 질문을 던진다. 정도전, 너란 인간은 6년 전 높고 고운 나라(高麗)로부터 얼마나 달라졌는가?
-19쪽

"여기 큰 집이 하나 있다고 합시다. 당우(堂宇) 그러니까 지붕은 왕이고 동량(棟樑) 그러니까 용마루와 들보는 정승이며 기초는 백성에 빗댈 수 있습니다. 기초는 마땅히 단단하고 두터워야 하고 동량은 마땅히 편안하고 우뚝 솟아야 하니, 그다음에야 당우가 튼튼할 겁니다. 동량은 위로는 지붕을 받들고 아래로는 기초에 의지하여 서니, 재상이 왕을 받들고 백성을 어루만지는 것과 흡사합니다. 일찍이 상나라의 명재상 이윤도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신하는 위로는 덕을 펴고 아래로는 백성을 가르친다.’"
-55쪽

누구에게는 날갯짓 한 번에 깨는 악몽이 누구에게는 헤어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 현실을 바꾸지 못하는 혁명은 혁명이 아니다. 출세욕이며 찬탈이다.
-58쪽

나라를 위해서라거나 사직을 위해서라고 답했다면 실망했으리라. 그러나 대장군은 평생 거창한 명분보다 이웃의 행복을 소중히 여겼다. 백성을 최우선으로 두는 포은이나 나의 입장과, 이르는 경로는 달랐지만 종착지는 놀랍도록 똑같았다.
-76쪽

욕심은 열정이다. 욕심 없이 대의를 도모하긴 어렵다.-82쪽

물은 웅덩이를 모두 채운 후에야 다음 개천으로 흘러내려 간다. 이방원은 아직 더 차올라야 한다. 더 아파야 하고 더 외로워야 한다. 낮의 질주보다 밤의 침잠을 배워야 한다.
-83쪽

변방의 이름 없는 장수였던 이성계를 중앙의 문무 대신들에게 적극 추천하여 중용하도록 이끈 이가 누군가? 포은일세. 포은의 이토록 놀라운 추진력과 백성을 아끼는 마음과 변화에 대한 갈망을 무시한 채 ‘고려에 충성을 다하려는 신하’로 묶는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그는 나보다도 더 깊이 절망했고 나보다도 더 뜨겁게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한다네. 다만 사전 혁파를 목소리 높여 반대한 한산부원군과 사제지간인 탓에 주장을 펴는 데 말을 아꼈고, 또 금상이 스승의 예로 포은을 대하니 그들이 돈독해 보일 뿐일세. 포은을 베겠다는 것은 곧 나를 베겠다는 것과 같아.
-87쪽

혁명이 무엇을 먹고 자라는 줄 아는가. 절망이라네. 분노에 뒤이은 실패 그리고 절망. 이 셋을 반복하는 동안 혁명은 싹이 트고 뿌리와 줄기가 뻗고 가지가 펼쳐진 뒤 꽃이 피고 열매가 매달리지.
-192쪽

"수문하시중께선 늘 이런 식이라오. 정말 우릴 말릴 생각이셨다면 문을 열고 나와서 불같이 화를 냈을 것이오. 한데 병을 핑계로 자리를 피한 것은, 그 침묵에는 최소한 우리가 어찌하는지 지켜보겠다는 뜻이 담긴 게요. 최선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최악도 아니니 걱정들 마시오. 우리가 계속 뜻을 굽히지 않으면 시중께서도 못 이기는 척 우리 편에 서실 것이오."
-220쪽

멀리서 포은을 대한 이들은 넉넉하고 과묵한 인품에 반하여 독한 기운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포은이 정말 일개 서생에 불과했다면, 권력에의 의지가 없었다면, 공민왕, 신우, 신창을 거쳐 금상에 이르기까지 승승장구하였겠는가. 그는 언제나 자신이 속한 무리에서 우두머리를 놓치지 않았다. 착한 마음으로 어찌 으뜸을 얻고 유지하겠는가.
-230쪽

명나라가 중원의 최강자로 들어섰고, 고려는 국경을 넘어 명나라를 공격하려고까지 하였다네. 명나라는 당연히 의심을 품고 있어. 그런 명나라를 안심시키기 위해선, 왕실에서 원나라의 흔적을 말끔하게 지울 필요가 있네. 신돈의 씨인가 아닌가는 중요하지 않아. 공민왕이 신우를 아들로 인정하여 세자로 삼았고 신창이 아버지인 신우에 이어 왕위에 올랐네. 명나라 입장에서 보면 계속 원나라의 입김이 이어지고 있는 거야. 이를 확실히 잘라 내기 위해, 원나라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방계 왕족 중에서 금상을 고른 거야. 자, 이제 고려는 확실히 원나라와 정리를 했습니다, 라고 보여 준 게지. 그리고 세자의 입조는 이를 증명하는 중요한 과정이었다네. 신우와 신창을 내리고 세자를 명나라에 입조하도록 준비하고 실행에 옮긴 이가 누구인가. 바로 포은이라네.
-232쪽

암살에 성공하더라도 대장군이 쌓은 따듯함과 너그러움의 탑은 일시에 무너지고 마네. 광폭함을 숨겼다는 누명을 쓰게 될 걸세. 포은의 목은 얻겠으나 천하를 한순간에 잃게 돼.
-236쪽

왕도 사람이다. 어진 이도 있고 각박한 이도 있으며 똑똑한 이도 있고 멍청한 이도 있으며 유약한 이도 있고 강건한 이도 있다. 왕이 전권을 휘두른다면 혼군(昏君) 혹은 폭군의 도래는 시간문제다. 왕은 신하를 두려워해야 하고 신하는 백성을 두려워해야 한다. 두려움은 힘에서 나오고 그 힘은 법과 제도를 통해 뒷받침된다. 내 구상의 핵심은 왕을 예외로 두지 않는 것이다. 왕은 가장 중요한 위치에 놓이지만 전체를 뒤바꾸지는 못하는 체계 속 일원이다. 이렇게 짜 둬야 왕이 설령 삼강과 오륜을 무시하더라도 체계 속에서 고쳐 나갈 수 있다.
-239쪽

인류는 현재의 화두로 과거를 끊임없이 재구축해 왔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과거이기에, 과거를 고찰하는 것은 곧 현재를 뛰어넘어 미래로 도약하는 방편이다.
-266쪽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에서 일찍이 강조했다. "역사는 진실의 어머니이며 시간의 그림자이자 행위의 축적이다. 그리고 과거의 증인, 현재의 본보기이자 반영, 미래에 대한 예고이다." 이제 조선에 새겨진 우리의 미래를 찾아 들어가려 한다. 서두르지 않고 황소걸음으로 한 문장 한 문장 최선을 다하겠다.
-2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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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02-21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무성이 5.16이 쿠데타가 아니라 혁명이라고 했다지요?
이런 사람이 대권을 바라고보 있는 현실이 참...
하긴 그 쿠데타의 수장의 딸이 대통령하고 있으니..

<현실을 바꾸지 못하는 혁명은 혁명이 아니라 권력욕이며 찬탈이다.>
참 당연한 말인데 말입니다 큼큼..

마노아 2014-02-23 01:35   좋아요 0 | URL
욕심은 열정이다. 욕심 없이 대의를 도모하긴 어렵다.

전 이부분에서 지난 대선에서의 민주당과 문재인을 떠올렸어요.
충분한 표를 받고도 정당한 행사를 하지 못한 사람이 있고, 자격도 없는 자가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 요지경 대한민국입니다...;;;;;
 

오래도록 애청하는 프로그램이 '불후의 명곡'이다. 

이제껏 중 최고의 무대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알리의 '킬리만제로의 표범'이 갑이었다.



작년에 본 최고의 무대는 JK김동욱의 '백만송이 장미'였다. 



처음 출연해서 438표로 역대 최고 점수를 기록했다.

그 전까지 그 점수는 정동하가 받았지만 당시 김태원이 같이 출연해서 기타를 쳐준 덕에 점수가 좀 후하게 나온 듯했다.

그렇지만 기록은 갈아치우라고 있는 법.

이후 정동하는 439표로 그 점수를 혼자 나와서 갱신했다. 비처럼 음악처럼이었던가? 

김태원과 함께 한 곡보다 더 좋았다. 인정!









그랬는데 얼마 전에 김종서가 출연을 했다. '전설'로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그가 출연 가수로 등장했다. 

그리고 눈물의 부르스를 아주 멋지게 불러주었다. 역대 최고 점수인 442표를 얻었다.

와우, 그 득표를 받아 마땅한 무대였다.



그런데 아뿔싸! 이어서 나온 거미가 445표를 받고 5분 만에 기록을 갈아치웠지 뭔가.

아무래도 그때 관객들이 점수가 좀 후한 편이었나 보다. 난 거미 무대가 그 정도 점수 받을 정도로 좋진 않았는데 말이다. 

아까비 김종서...


생각해 보니, 김종서가 영리했다. 전설로 나오면 1회 출연하고 말지만, 출연 가수로 나오면 매주 나올 수 있고 매주 새 무대를 보여줄 수 있다. 무대에 목마른 가수라면 이편이 더 낫다. 

한참 잘나가던 때의 그의 인터뷰를 보면 정말 프라이드가 하늘을 찔렀더랬다.

그러나 90년대 가수들이 그 좋은 시절을 켜켜이 묻고 찬밥 신세가 되고 얼마나 긴 암흑기를 보냈던가.

과거 잘 나가던 로커 시절엔 샴푸 광고 모델을 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섭외 들어오면 당연히 하겠다는 그의 솔직한 반응이 짠하면서도 격려의 박수를 주고 싶다. 

허세도 내려놓고, 불필요한 자존심도 내려놓고, 이제는 온전히 음악에만 집중하는 듯 보인다.

얼마 전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나와서는 크로스 오버 장르에 대한 도전을 이야기했다.

과거 오페라스타에 나왔을 때 비교적 초반에 떨어졌었는데, 그후 성악 장르에 대한 큰 관심이 생겼나 보다.

이날 카루소를 불렀는데 정말 훌륭했다. 아, 역시 김종서다!








그리고 지난 주, 작사가 박건호 편에 바이브의 윤민수가 나왔다.

그 전엔 잘 모르던 가수였는데 '나는 가수다' 때 많이 반했다. 내가 이런 목소리를 좀 좋아한다. 

흐느끼듯 노래를 부르면 애절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그런 의미로 내가 이승환을 좋아하나?








이날 윤민수는 민해경의 '어느 소녀의 사랑 이야기'를 불렀다.



아, 굉장히 유명한 곡이라고 하는데 나는 처음 들었다. 

그리고 완전 반했다! 올해의 불후의 명곡은 일단 윤민수의 '어느 소녀의 사랑 이야기'로 점 찍어둔다. 

확실히 오케스트라가 같이 나오면 소리가 풍성해진다. 성악 군단의 코러스도 훌륭했다. 

여가수 미가 나온 것도 좋았다. 


내친 김에 원곡도 찾아보았다. 아, 크게 바꾸지 않았구나. 원곡도 좋다. 그렇지만 나를 반하게 만든 건 윤민수 버전.


가사가 정말 훌륭하다.


우~

내 인생에 반은 그대에게 있어요
그 나머지도 나의 것은 아니죠

그대를 그대를 그리워하며 살아야 하니까

그대를 만날 때면 이렇게 포근한데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사랑을 어쩌면 좋아요

내 인생에 반은 그대에게 있어요
그 나머지도 나의 것은 아니죠
그대를 그대를 그리워하며 살아야 하니까

이 마음 다 바쳐서 좋아한 사람인데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사랑을 어쩌면 좋아요
내 인생에 반은 그대에게 있어요

그 고마운 마음 감사하며 살게요
그 나머지도 나의 몫은 아니죠

늘 감사하며 잊지 않고 살게요
윤민수)그대를 미)그대를 윤민수)그대를 미)그대를 
윤민수) 그리워하며 같이) 살아야 하니까

내 인생에 반은 그대에게 있어요


그 나머지도 나의 것은 아니죠
그대를 그대를 그리워하며 

살아야 하니까

(내 인생에 반은 그대에게 있어요
그 나머지도 나의 것은 아니죠)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사랑을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사랑을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사랑을 어쩌면 좋아요
내 인생에 반은 그대에게 있어요









내 인생의 절반은 너라고, 나에게 말해주었던 친구가 있었다. 우리는 스무살을 갓 넘겼고, 세상이 우리에게 절대로 녹록치 않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 늦은 밤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집으로 터덜터덜 돌아오는 어느 길목에서 친구가 그렇게 말해 주었다. 학교는 기약 없이 휴학 중이었고, 버는 족족 집으로 몽땅 갖다 주어도 늘 마이너스이기만 했던 인생이었다. 대학생이 되었다는 낭만 따위는 애초에 없었고 자린고비 고용주의 등쌀에 시달리면서도 일을 때려치우지 못하며 허덕이던 지친 나에게 친구가 해줬던 한마디는 최고의 선물이었고 자양강장제였다. 


친구는 일찌감치 결혼을 했고, 이제 큰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한다. 이제 친구 인생의 절반은 내가 차지할 수 없다. 그렇게 된지 이미 오래 되었지만, 결코 섭섭하지 않다. 한때 누군가의 인생에 절반을 차지했었던 나를 기념하고 축복할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친구를 가진 나는 부자다. 좋은 노래 덕분에 친구 생각이 떠올라 오랜만에 하뭇하게 웃을 수 있었다.


친구는 노래를 무척 잘했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 합창단에도 들어갔는데, 그날 배운 노래를 저녁이 되면 같이 손잡고 동네 한바퀴 돌면서 나에게 들려 주었다. 가끔 노래방을 가게 되면 친구가 곧잘 부르던 이문세의 옛사랑을, 이문세보다 더 잘 불렀다. 그렇지만 친구 목소리는 유튜브에 없으니 이 노래로 대신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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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4-02-17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요? 어느소녀의 사랑이야기를 처음 들으셨나요? ㅠㅠ 확실히 저는 올드세대인가봐요. 민해경이 너무나 절절하게 잘 부르고 곡도 좋아서 많이 따라불렀던 노래인데... 전주 부분이 어떤 클래식 작품 (어떤 곡이었는지 기억안남)에서 따왔다고해서 잠깐 시끄럽기도 했던 노래이지요.

이문세의 저 노래는 지금도 들으면 그냥 눈물이 나오려고 해요.

마노아 2014-02-17 23:50   좋아요 0 | URL
저도 그게 놀라웠어요. 이 노래가 그렇게 오래된 곡도 아니더라구요.
제가 아는 민해경 노래는 그대 모습은 장미와 보고싶은 얼굴 정도인데 발매 연도가 별 차이 없을 것 같아요.
이 좋은 노래를 왜 저는 여태 몰랐을까요.ㅜ.ㅜ
전주 부분이 어디서 가져온 것인지 궁금해요.
이문세의 곡들은 언니가 듣던 별밤 방송 엿듣던 옛날을 떠오르게 해요.
그때는 언니가 듣는 곡, 언니가 보는 책 몰래 보는 게 큰 재미였어요.^^

비연 2014-02-17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해경의 노래... 좋았었죠. 이문세의 노래는 왜 들을 때마다 애잔한걸까요...

마노아 2014-02-17 23:51   좋아요 0 | URL
민해경 목소리는 정말 시원시원해요. 아버지였던가? 병상에 계신 부모님 봉양을 오래 한 걸로 알고 있는데, 그후 그 큰눈이 더 슬프게 보였어요.
이문세 노래도 명곡이 정말 많죠. 불후의 명곡이에요.^^

antitheme 2014-02-17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가수들이 불렀을 때 이문세와 같은 울림을 주는 가수는 몇 없더군요. 특히 이문세의 노래는.

마노아 2014-02-17 23:51   좋아요 0 | URL
저는 그게 이영훈과의 시너지 효과 같아요.
아, 광화문 연가 뮤지컬을 봤어야 했는데....;;;

하늘바람 2014-02-18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때 노래방에서 부르던 기억이 나네요

마노아 2014-02-18 22:26   좋아요 0 | URL
저도 연습해서 노래방에서 부르고 싶어요.^^

수퍼남매맘 2014-02-18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해경씨 노래죠. 어릴 때인데도 가사가 철학적으로 들려 자주 부르던 기억이 나요.

마노아 2014-02-18 22:27   좋아요 0 | URL
정말 내공이 느껴지는 가사예요. 깊이감이 있어요. 오래오래 계속 듣게 될 것 같아요.^^

순오기 2014-02-19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거미가 김종서를 꺾은 게 이해되지 않았어요. 그 정도는 아니었단 말이죠.ㅠ
우린 같은 감상이었군요.^^
민해경 노래, 우린 많이 듣고 따라 불렀는데... 마치 내가 그 소녀가 된 것처럼.^^

마노아 2014-02-20 23:19   좋아요 0 | URL
그렇죠? 이번 윤민수 노래가 거미보다 훨훨 좋았는데, 이번엔 관중 점수가 좀 짠 것 같았어요. 아쉬워라..ㅜ.ㅜ
어느 소녀의 사랑 이야기... 제목도 그야말로 소녀같아요. 소녀 아닌 누구로 대입해도 짠한 노래예요.^^;;

2014-02-19 19: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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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0 23: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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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0 11: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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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0 23: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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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1 02: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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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1 20: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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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2 01: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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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2 09: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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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이면 - 1993 제1회 대산문학상 수상작, 개정판
이승우 지음 / 문이당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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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이승우의 소설이다.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 말의 아름다움을 깨달았다는 친구의 평을 나 역시 확인했다. 이렇게 잘 연마되어 가슴을 후벼 파는 문장을 벼려내는 작가라니, 한국문학의 보배라 하겠다. 


작품은 무척 독특한 구성을 갖고 있다. 박부길이라는 소설가를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그 박부길의 생 전체를 조명하는 내용이 마치 액자식 소설처럼 이어진다. 박부길의 생이 시작된 작은 섬마을과, 그가 섬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원죄의 탄생과, 그후 이방인으로 세상과 조화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등지고도 살지 못했던 서늘한 인생살이가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아버지가 어린 그에게 준 상처는 천형 그 자체였다. 그것은 원죄가 되어 어디로 가든지 박부길의 삶을 따라다녔고 그는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그런 그에게 구원이 되어준 여자가 있었다. 목숨보다 더 사랑했고 그녀 역시 그의 사랑을 받아주었다. 그러나 극복하지 못해서 원죄라고 하는 것일까. 아버지가 남긴 그 폭력성은 그에게서도 고스란히 드러나서 가장 사랑하는 여자를 가장 잔인하게 스스로 떨궈버리게 만든다. 스스로 헤어나지 못하고 벗어날 수 없는 가혹한 운명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랑처럼 수월한 것은 없다거나 사랑은 자연 발생적인 것이므로 따로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따위의 안이한 생각에 빠져 있다. 사랑에 실패하는 사람은 많지만, 사랑에 대한 자신의 능력 부족이 실패의 원인이라고 인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랑을 유쾌한 감정 놀음이나 우연한 몰입쯤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사랑을 그렇게 이해하는 한 배우려 하지 않을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은 틀린 생각이다. 사랑에도 기술이 있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술들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면, 사랑이야말로 그래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사랑보다 더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사랑을 배우지 않을 때, 종종 사랑은 흉기가 되어 사람을 상하게 한다. -258쪽


기억보다 가슴에 남을 무수한 문장들이 있었지만 이 부분이 가장 강렬하게 가슴을 쳤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경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잔인한 흉기를 휘둘렀던가. 가족에게, 연인에게, 또 그밖의 많은 것들에게...  '사랑'이라는 단어 대신 관심을 넣어도 좋겠고, 동정을 넣어도 어색하지 않겠다. 


작품의 제목이 작품 속에서 박부길의 작품 제목으로 다시 등장하고, 그의 또다른 소설 제목과 비슷한 제목의 소설이 박부길의 연표에 등장한다. 실제로 박부길처럼 신학을 공부한 작가의 이력 덕분에 여러모로 등장 인물이 작가 자신과 겹친다. 얼마나 닮아 있는지, 얼마만큼 반영되어 있는지는 그의 또 다른 작품들을 통해서 확인해야겠다. 


책을 읽은지 삼개월도 더 지났는데 좀처럼 리뷰를 쓰기 어려웠다. 짧은 100자 평 정도로 대신할 생각이었는데 아쉬움이 남아 글을 더 보태고 말았다. 어떻게 표현하든 하나만은 분명하다. 이승우의 소설을 알게 된 것은 독자로서 큰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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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7 09: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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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7 11: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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