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의 힘 - 능청 백단들의 감칠맛 나는 인생 이야기
남덕현 지음 / 양철북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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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청스런 충청도 사투리가 구수하긴 하지만 그 속에서 어떤 의미를 찾지는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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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출산을 했다. 예정일을 일주일 넘기고도 도무지 아기가 나올 기미가 보이질 않아 유도 분만을 두차례 진행했지만 실패했다. 그래서 결국 제왕절개를 했다. 일주일 가량 지나고 나서 산후조리원으로 옮겼고, 바로 어제 그곳을 방문하기로 했다. 


다현 양은 겨울 방학 내내 아팠다. 장염으로 연말에 고생을 했는데, 그후로도 비염으로 인한 감기로 병원 신세를 계속 졌다. 며칠 전에도 설사가 멎질 않아서 병원 예약을 했는데 간호사가 날짜를 잘못 기록하는 바람에 어제 진료가 오늘로 밀려 있었다. 덕분에 언니는 당일 예약을 하기 위해서 일단 병원으로 출발했고, 학교 다녀온 다현이를 데리러 다시 돌아와야 했다. 이래저래 시간을 많이 잡아 먹으니 친구의 병실로 가기 전에 조카를 데리고 나가기로 했다. 점심을 먹고 다현양을 데리고 버스 정류장에 섰는데, 아뿔싸! 휴대폰을 집에 두고 왔네. 조카를 남겨두고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와서 휴대폰을 챙겼다. 이렇게 맘 급할 때에 부츠는 얼마나 불편한 신발인가! 나오면서도 뒷덜미가 약간 불편한 것이 뭔가 잊은 것 같았다. 하지만 생각나지 않았고 조카가 기다리니 다시 부랴부랴 나와서 버스를 탔다. 그리고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생각났다. 친구 아기 선물과 친구 생일 선물을 몽땅 집에 두고 왔다. 


-다현아, 몇 정거장만 더 가면 엄마가 이 버스에 탈 건데, 다현이 그때까지 혼자 있을 수 있니?

-아니!


음... 그렇구나. 결국 언니가 버스에 타는 걸 확인하고서 내렸다. 그리고 되돌아 가서 선물을 들고 다시 친구의 병실로 고고씽. 아, 용인까지 가는 길은 얼마나 멀었던가. 4시가 다 되어서야 도착했다. 힘들어...;;;;;


신생아들이 나란히 누워 있는 곳 창 너머로 친구는 자기 아기가 누구인지 맞춰보라고 한다. 하하핫, 맞춰볼까 했지만 친구 사진이 떡하니 붙어 있어서 본의아니게 컨닝을 한 셈이 되었다. 그렇지만 아기는 딱 봐도 아빠를 닮아 있었다. 신기해라. 이 놀라운 유전의 법칙!


생김새와 체질, 식성과 성격... 많은 것들이 닮아 간다. 나를 닮은 내 자식을 보는 것은 신비롭고 경이롭기까지 하겠지만, 때로 그 사실이 끔찍할 때도 있다. 엄마 팔자를 닮아가는 딸자식이라든가, 그토록 닮고 싶지 않은 제 아비를 닮아가는 아들이라면...


소설가 박부길은 끔찍한 유년 시절의 기억을 갖고 있다. 아비를 몰랐고, 어미는 집안 어른들에 의해서 집을 떠났다. 아이는 큰아버지 집에서 성장했다. 그리고 큰아버지의 집에는 가까이 가서는 안 되는 금역이 있었다. 그곳에 미치광이 사내가 결박된 채 있었다. 아이에게 손톱깎이 좀 갖다달라고 사정사정을 했던 사나이. 그 한번의 친절이 가져온 후폭풍은 어마어마했다. 박부길의 삶 전체를 휘감고 놓아주지 않는 원죄가 거기서 잉태했다. 그리고 본인도 알지 못하는 사이 아버지의 길을 되밟았다.











주몽이 부여에서 탈출할 때 아내 예씨 부인은 임신 중이었다. 태어날 아기가 아들인지 딸인지 주몽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태어날 아이가 아들이라면, 그리하여서 장차 아버지를 찾을 때에 얼굴도 모르는 그들 부자가 서로 알아볼 수 있는 표식 하나를 남기고 길을 떠났다. 이십 년 뒤 아들 유리는 아버지가 남긴 증표를 들고서 고구려로 찾아왔다. 주몽은 아들을 인정했고, 그 아들이 대를 이어 고구려의 2대 임금이 되었다. 아버지의 새 부인 소서노와 그녀의 자녀들은 유리를 인정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미 한 세력을 이루고 있던 그녀가 자리를 다툼하지 않고 남쪽으로 떠난 것은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 아니었을까.


왕이 된 유리는 자기 세력이 없었다. 나라 밖에는 큰 나라들이 호시탐탐 신생국 고구려를 노렸고, 피를 나누지 않은 형제 역시 이웃 나라의 주인이 되었다. 아버지를 모시던 신하들은 온전히 자기를 왕으로 섬기지 않았다. 어려서 아비 없이 자라며 겪었던 서러움, 강자 앞에 몸을 낮추고 살아남기 위해 전전긍긍해야 했던 긴 시간들이 그에게 드리웠을 트라우마는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그 기억이 그를 모진 아비로 만들었다. 해명태자는 강대국 앞에서 당당했다는 이유로 아비로부터 자결 명령을 받았다. 형님이 죽고 어린 동생이 태자가 되었다. 그리고 어린 임금이 되었다. 어린 임금 무휼은 아버지와 다른 왕이 되고 싶었을 것이다. 다른 아버지가 되고 싶었을 것이다. 그는 강한 군주가 되었고, 그리하여 그의 이름에는 '대무신왕'이라는 별호가 붙었다. 하지만 강한 군주는 아들이 원한 따뜻한 아버지와 공존하지 못했다. 그 자신도 사랑에 울고 아파했지만 나라를 움직이는 정략적 판단 앞에 아들을 희생제물로 내놓았다. 그것이 호동왕자다. 무휼의 아비 유리왕은 힘 없는 나라를 핑계로 자식을 잡았지만, 무휼은 강한 나라를 핑계로 자식을 잡았다. 그가 가장 닮고 싶지 않아 했던 아버지를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김진 작가는 이러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대조적으로 잘 표현했다. 아버지 무휼이 찾으려는 '부도'는 눈에 보이는 강한 나라였다. 그러나 아들 호동이 찾고자 했던 '부도'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이상향이었다. 피흘리는 아버지의 세상이 아닌 평화롭고 따뜻한 세상. 그걸 뮤지컬은 또 극적으로 표현해 냈다.



"저 부도로" -김법래, 고영빈, 조정석, 고미경


무휼 narr) 

무엇을 버렸느냐 네 손으로
너의 무엇을 버렸느냐
왕 될 자의 표식
왕 될 자의 신수

무휼  vocal) 

보아라 이 땅의 눈물을
들어라 바람의 소리를
이 땅을 지키려했던 염원들
그 피눈물을 닦아라

무휼 narr) 

약한 자는 왕위에 올릴 수 없다. 네가 네 스스로 신수를 버렸을 때, 이미 그렇게 결정 된거다

무휼 vocal) 

가리라 원한을 풀으러
가거라 이 칼을 들고서
잃었던 우리의 땅을 찾아라
그 붉은 땅을 향해서 달려라

호동 vocal) 

눈물없이도 이별없이도
사랑하는 세상은
정녕 없는 걸까
나의 부도는
하늘 나무 위
피 흘리지 않아도
평화로운 세상

그런 세상 원하는데

무휼 narr)

세상의 모든 아들들은
아버지의 세계를 넘어
더 커지는 것
세상의 모든 왕들은
앞선 왕의 세계를 넘어
더 커지는 것

왕이 되고프면 목숨을 걸어라

무휼 vocal) 

따르라 태자의 운명을
가거라 저 피묻은 길
주어진 너의 운명 저버리면
네 목숨마저 위험해지리니

호동 vocal)

무얼 원하나 나의 아버지

당신 품은 사랑이 바로 이런 건가
나는 꿈꿨지 하늘 부도를
당신 손을 잡고서 함께 가길
나는 누군가 무얼 꿈꿨나
왕의 자리였던가
하늘 부도인가
나는 가리라 나의 뜻으로
당신 손을 놓고서
푸른 하늘길로
푸른 하늘 저 부도로
푸른 하늘 저 부도로









아들과 불화한 아버지를 찾기는 쉬울 것이다. 그것이 인류의 역사가 아니었을까 싶고... 

아버지와 닮을 뻔한 인생을 제대로 수정한 사람도 분명히 있다. 솔로몬의 위증에서 변호인을 맡았던 간바라 가즈히코가 그랬다. 


제 아버지는-가즈히코가 목소리를 낮췄다.
“알코올중독으로 이성을 잃었고, 그 결과 어머니에게 손을 대고 말았습니다. 자신이 한 행동을 깨닫고 나서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두려웠을 겁니다.”
그래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그것은 잘못된 선택이었으며 실은 정식으로 처벌을 받아야 마땅했습니다. 하지만 나약했던 아버지는 견뎌내지 못했습니다. 스스로가 저지른 행동을 견뎌내지 못했어요. 그래도 자기 책임을 제삼자에게 덮어씌우지는 않았습니다. 나약했지만, 그렇게까지 비겁하지는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아버지 나름대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죗값을 치렀던 겁니다.”
나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가즈히코는 말했다. 
“잘못을 저질렀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면. 더 늦기 전에.” -599쪽


늦기 전에 멈출 수 있었다면 그건 분명 용기를 낸 것이다. 그것이 양심이건, 예의이건, 혹은 순정이건.









책 이야기를 즐겁게 했다. 손난로는 따뜻했고 카드는 귀여웠다. 문앞에 붙여진 메모는 나름 낭만적이었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여기까지다. 

덕분에 가졌다던 용기, 혹은 자신감이 나를 꼭 전리품처럼 느끼게 했다. 

그럴 의도 없었다고 믿지만, 나는 속상하고, 또 아프다.


모진 말을 쓰려고 했는데, 애써 지워냈다. 최소한의 예의와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시간만한 명약이 없다. 몸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 

처음엔 황당함이었다가,  한동안 노여움이었다가, 그러다가 해프닝이 되고, 언젠가 이것도 하나의 기억이라고 담담해진다면 좋겠다. 


좋은 책에 대한 내 작은 보답은 "유정정애"의 한 구절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반하는 것은 무죄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도 무죄
그렇지만 좋아해서는 안 될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유죄
내 왕의 적을 믿는 것도 명백한 유죄
하지만 내 왕이 이미 마음 뺏긴 사람이니 우리는 공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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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2 1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2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2 17: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2 17: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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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3 09: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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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3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3 1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4-02-13 13:40   좋아요 0 | URL
잘 하셨어요. 절판이나 품절 마크 뜨면 꼭 뒤늦게 후회하게 되더라구요.^^
오늘 따뜻한 하루 보내셔요!!

2014-02-14 14: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4 16: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FUN 과학

제 2064 호/2014-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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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스케이트 날의 과학

태연의 손에 질질 끌려 피겨스케이트장에 도착한 아빠, 얼음판 위를 가득 메운 여자아이들 무리에 깜짝 놀란다. 제2의 김연아를 꿈꾸거나 혹은 딱 붙은 레깅스에 피겨 스케이트화를 신고 김연아 흉내라도 내보고 싶은 아이들이 이렇게나 많을 줄이야! 그러나 그 속에서도 태연의 우람하면서도 노오란 자태는 단연 돋보인다. 태연, 민망하게도 김연아 선수가 지난 1월 국내경기에서 입었던 병아리색 의상과 싱크로율 99%의 옷을 입었던 것! 태연이 스케이트장이 들어서자마자 일순간 세상이 정지한 듯 모든 이들의 시선이 태연에게 꽂힌다. 

“홍홍홍, 다들 눈은 있어가지고. 소치에 가 있어야 할 김연아가 여긴 웬일인가 싶은가 봐요. 그쵸? 역시 운동은 장비와 의상이 반이라니까. 옷을 이렇게 차려입으니까 벌써 피겨의 소울이 딱 오잖아요.” 

“김연아 보다 다리가 딱 세 배쯤 굵지만, 암튼 딸이 소울 충만이라니까 아빠는 됐다. 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스케이트를 타볼까?” 

태연, 아빠가 꺼내준 피겨용 스케이트를 보더니 얼굴이 팍 구겨진다. 

“아빠! 제2의 김연아가 될 꿈나무에게 이런 스케이트를 사주시면 어떡해요. 이렇게 짧고 뭉툭하고 못생긴 스케이트를 타고 어떻게 트리플 러츠를 성공하겠어욧!!” 

“아이고, 태연아. 이렇게 생겨야만 점프를 할 수 있어요. 스케이트 앞쪽을 잘 보렴. 아예 날이 없지? 대신 스케이트화와 연결된 부위에 톱니 모양의 요철이 나 있는 게 보일거야. 바로 이 부분으로 얼음을 딛고 뛰어오르거나 방향을 바꾸는 거란다. 또 스케이트화를 뒤집어 보면 날의 바닥이 평평하지 않고 양쪽 가장자리가 날카롭게 솟아있어. 이 날카로운 부분을 ‘에지(edge)’라고 하는데, 얼음을 파내며 균형을 맞추거나 강력한 도약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단다.” 

“아, 그렇구나. 피겨 스케이트화는 뭔가 길고 섬세하고 우아할 줄 알았는데 의외예요.” 

“사실 모양으로만 보면 가장 날렵하지가 않아. 점프한 뒤 착지할 때 안정감을 높이기 위해서 스케이트 날의 두께도 4~5mm 정도로 가장 두껍고, 반면에 에지(edge)는 가장 날카로우니까.” 

“그럼 가장 날렵한 스케이트는 어떤 건데요?” 

“롱 트랙 스케이트, 즉 스피드스케이트가 가장 날렵하단다. 이 종목은 400m인 타원형 대칭구조의 트랙을 도는 경기인데, 정확한 자세와 강한 스퍼트를 이용해서 빠른 속도를 내는 게 중요하지. 특히 스피드스케이팅을 할 때 잘 보면, 선수의 발이 빙판에서 떨어져 스텝을 옮길 때에도 스케이트 날은 그대로 빙판에 붙어있는 독특한 모습을 볼 수 있단다. 이때 ‘탁(clap) 탁’ 소리가 난다고 해서 ‘클랩(clap) 스케이트’라고도 부르지.” 

“에이, 말도 안 돼. 귀신이에요? 발은 바닥에서 떨어졌는데 스케이트 날은 그대로 붙어있게. 그리고 난 크랩은 먹는 거라고 봐요. 맛살 아니에요, 그거?” 

“그건 crab이고! 태연아 영어공부 좀 하자. 엉? 암튼, 선수가 얼음을 지치고 몸을 앞으로 이동하면서 발을 떼는 순간 스케이트화의 뒷굽에서 날이 분리되면서 날만 얼음에 그대로 붙어있게 된단다. 그렇게 되면 선수가 끝까지 바닥을 딛고 힘을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피로도도 크게 줄일 수 있지. 또 마찰은 줄고, 가속도도 잘 붙게 해준단다. 1997년 클랩 스케이트가 도입되면서 그해에 모든 세계 신기록이 다 바뀌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야말로 혁명적인 스케이트란다.” 

“와, 스케이트는 다 비슷할 것 같았는데 완전 다르네요? 그럼 피겨랑 스피드스케이트 말고 또 뭐가 있어요?” 

“둘레가 111.12m인 타원 트랙에서 스피드를 다투는 쇼트트랙이 있지. 쇼트트랙의 가장 중요한 기술은 추월이야. 너도 여러 선수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계속 순위가 바뀌는 경기를 본 적이 있을 거야.” 

“알아요! 선수들이 거의 옆으로 누워서 경기하는 거 맞죠?” 

“그래. 쇼트트랙 전체 코스에서 곡선구간의 비중은 48%야. 하지만 선수들은 곡선구간에 진입하기 전과 후에도 곡선주행을 일정부분 해야 하기 때문에 전체의 70~90% 정도를 곡선으로 달려야 한단다. 누가 더 코너링을 잘하는가에 따라 승패나 갈리게 된다는 뜻이지. 그래서 쇼트트랙 스케이트화에는 코너를 돌 때 밖으로 나가려는 원심력을 줄이기 위한 방안들이 잘 고안돼 있어요. 날의 중심은 밑창의 가운데가 아닌 안쪽에 부착돼 있고, 날 방향도 코너를 도는 방향인 왼쪽으로 휘어져 있지. 또 날을 바닥 쪽으로 살짝 볼록하게 만들어 좁은 반경의 곡선을 돌고 나서도 바로 치고나갈 수 있도록 만드는데, 이렇게 날의 성형하는 방법을 ‘로그를 준다’고 말한단다.” 

“음, 매력적이에요. 스피드스케이팅도, 쇼트트랙도. 그렇지만 저의 자태를 보세요. 아름다운 에스라인과 김연아를 능가하는 관능적인 표정연기! 타고난 피겨 여왕이라고요. 홍홍홍! 자, 그럼 이제 점프를 해서 트리플 러츠를 해 볼… 아아악, 꺅!!”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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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4-02-12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태범 선수와 이상화 선수의 딴딴하고 굵은 허벅지가 어찌나 섹시해 보이던지!!!
 

   FOCUS 과학

제 2060 호/2014-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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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가 건강을 위협한다

눈밭을 뒹굴며 눈싸움을 하는 연인의 모습은 영화 ‘러브스토리(미국, 1970년 작)’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영화 ‘러브레터(일본 1995년 작)’의 메인포스터는 설원을 배경으로 여자주인공이 죽은 남자주인공을 그리워하며 ‘오겡끼데스까(잘 지내나요?)’를 외치는 장면이다. 수 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재개봉되며 관객을 찾는 두 영화의 공통점은 하얀 눈을 배경으로 가슴시린 사랑 이야기를 펼쳐낸다는 것. 흰 눈은 영화를 낭만적으로 그려내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도 옛말. 요즘은 연인들은 눈이 오면 우산을 편다. 중국발 미세먼지 때문이다. 지난 1월 20일 내린 함박눈의 산성도는 pH 4.2로 신김치 수준. 깨끗한 눈보다 산성도가 25배 높았다. 미세먼지에 황사까지 섞인 탓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세먼지 고농도 횟수가 전년 대비 7배 이상 증가했다. 희뿌연 하늘도 이제 일상이 됐다. 

∎중국발 미세먼지의 습격 

희뿌연 하늘의 정체는 미세먼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의 유해성분이 대부분이고 카드뮴, 납과 같은 중금속이 섞여 있다. 이것은 자동차 매연, 난방기구, 공장 가동을 통해 석탄이나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가 탈 때 나온다. 공장이 생기고 자동차를 탄 게 한두 해가 아닌데 왜 최근 1~2년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을까. 

중국 탓이다. 중국의 산업화가 가속화되면서 석탄 사용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중국통계연보(2011)에 따르면 중국의 석탄 의존율은 70%를 넘어섰다. 게다가 겨울이 되면서 석탄 사용량이 더 늘었고 미세먼지 농도도 높아졌다. 실제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2013년 1월에는 993㎍/㎥(세제곱미터 당 마이크로그램), 10월에는 407㎍/㎥에 달했다. WHO 권고 기준인 25㎍/㎥와 비교할 때 상당히 높은 농도로 연료사용이 많은 겨울에 특히 높았다. 

이것이 서풍이나 북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날아와 오염물질과 합쳐지고 축척되면서 뿌연 하늘을 만든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풍이나 북서풍이 불 때 국내 미세먼지 농도가 평균 44.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를 타고 온 몸으로 침투하는 미세먼지 

미세먼지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크기가 작기 때문이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일반적인 먼지는 코털이나 기관지 점막에서 대부분 걸러져 배출된다. 하지만 미세먼지(PM10)는 지름이 머리카락 굵기의 1/10정도인 10㎛로 코, 구강,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고 몸에 축척된다. 여기서 PM이란 Particulate Matter(입자상물질)의 약어이며 숫자 10은 앞에서 언급된 지름 10㎛를 나타낸다. 기관지에 쌓이면 가래가 생기고 기침이 잦아진다. 또 기관지 점막이 건조해지면서 세균이 쉽게 침투, 만성 폐질환이 있는 사람은 폐렴과 같은 감염성 질환에 취약해진다. 

실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10㎍/㎥ 증가할 때 호흡기 질환 입원환자 수는 1.06% 늘었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층에서는 8.84%나 급증했다. 특히 지름이 2.5㎛ 이하의 초미세먼지는 협심증,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의 크기가 작은 탓에 폐포를 통해 혈관에 침투해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혈관이 손상되면서 협심증, 뇌졸중의 위험을 높인다”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은 “미세먼지가 쌓이면 산소 교환을 어렵게 만들어 질환을 악화시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대기오염 측정 자료와 건강보험공단의 심혈관질환 발생 건수 등을 종합해 보면 초미세먼지의 농도가 10㎍/㎥ 증가할 때 심혈관질환으로 입원한 환자수가 전체연령에서 1.18% 늘고, 65세 이상에서는 2.19% 증가했다. 미국암학회의 자료에서도 초미세먼지 농도가 ㎥당 10㎍ 증가하면 심혈관과 호흡기 질환자의 사망률이 12%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 발병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연구 결과도 많다. 지난 8월, 덴마크 암학회 연구센터는 유럽 9개국 30만 명의 건강자료와 2095건의 암환자를 대상으로 미세먼지와 암 발병률을 연구한 논문을 발표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초미세먼지 농도가 5㎍/㎥ 상승할 때마다 폐암 발생 위험은 18% 증가했다. 미세먼지도 10㎍/㎥ 늘어날 때마다 폐암 발생 위험이 22% 증가했다. 

조기사망위험도 커졌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 롭 비렌 박사팀이 영국 의학전문지 랜싯(Lancet)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초미세먼지 농도가 5㎍/㎥ 증가할 때마다 조기사망 확률이 7%씩 증가하였다. 서유럽 13개국 36만 7000명의 건강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피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미세먼지가 모공을 막아 여드름이나 뾰루지를 유발하고 피부를 자극하면서 아토피 피부염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알레르기 비염 환자의 경우 미세먼지가 코 점막을 자극해 증상을 악화시킨다. 또한 두피에 미세먼지가 섞인 눈을 맞으면 모낭 세포의 활동력을 떨어뜨려 모발이 가늘어지거나 쉽게 부러지고 작은 자극에도 쉽게 빠진다. 

∎물은 자주 마시고 외출 뒤에는 씻는 것이 우선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가급적이면 외출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외출을 해야 한다면 황사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눈이 올 때는 우산이나 모자를 써 직접 맞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외출 후에는 깨끗이 씻어야 한다. 몸은 물론 두피에도 미세먼지가 쌓일 수 있기 때문에 머리도 바로 감는 것이 좋다. 눈이 가려울 때는 비비지 말고 인공눈물로 씻어내고 목이 칼칼하다고 느끼면 가글을 통해 미세먼지를 뱉어내야 한다. 물을 자주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미세먼지는 기관지를 통해 체내 흡수되는데 호흡기가 촉촉하면 미세먼지가 체내로 들어가지 않고 남아 있다가 가래나 코딱지 등으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Tip. 초미세먼지도 막는 마스크 제대로 쓰기 

미세먼지는 호흡기를 통해 체내로 들어가기 때문에 마스크 사용은 필수! 하지만 모든 마스크가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것은 아니다. 황사용 마스크만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걸러내는 기능이 있다. 마스크를 쓸 때는 수건이나 휴지 등을 덧대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피부와 마스크 사이가 떠 차단기능이 떨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차단 기능이 있는 것으로 인증 받은 황사용 마스크는 식품의약품안전처(홈페이지 www.mfds.go.kr→분야별 정보→바이오→의약외품 정보→게시판 내 ‘황사방지용마스크’ 허가현황)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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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위증 3 - 법정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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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생이 학교 옥상에서 추락사했다. 경찰은 자살이라고 발표했고, 학생의 부모도 동의했다. 그런데 며칠 지나서 고발장이 날아왔다. 죽은 학생은 이 학교의 문제아 3인방에 의해서 죽게 된, 즉 타살이라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고발장의 진실성을 믿지 않았다. 믿지 않을 충분한 근거도 있었다. 하지만 학생을 보호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고발장이 은폐되었고, 그것이 학교의 부정적인 면만 낱낱이 파헤쳐온 방송 기자의 손에 넘어가면서 일파만파 걷잡을 수 없이 일이 커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또 다른 학생이 불우하게도 사고를 당해 죽고 말았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거치면서 학생들은 많은 상처를 받았다. 그래서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재판을 열기로 결심했다. 고교 입시를 앞두고 있는 중요한 여름방학이었지만, 이 재판을 졸업 과제로 명명하고 변호인과 검사 측으로 나뉘어서 증인을 찾으며 사건을 파고 들었다. 그리고 이제 대망의 재판이 열린 것이다. 3권은 재판 첫째 날부터 시작한다. 


참 흥미로운 전개였다. 이미 1권에서 사망한 학생이 자살이라는 걸 충분히 설명했다. 고발장을 쓴 학생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도 미리 밝혔다. 그렇지만 2권에서 등장한 다른 학교 학생이 변호인을 맡으면서, 또 그 아이가 이 사건에 중요한 핵심을 쥐고 있다는 걸 짐작하게 하면서 이미 답안지가 나온 문제를 여전히 흥미롭게 바라보게 했다. 미야베 미유키의 놀라운 필력이다. 


이 아이들에게 이 재판이 왜 중요한지를 이 긴 이야기를 통해서 충분히 설명했다. 사실 어른들에게도 이 재판은 필요했다. 학교의 선생님, 학부모들, 방송 관계자들과 경찰서 관계자들까지... 처음에 이 재판을 찬성했건 그렇지 않건 상관 없이 모두에게 이 재판은 의미가 있었다. 게다가 재판은 전혀 어수룩하지도 않았다. 실제 재판과는 분명 차이가 있고, 실제 재판과 같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지만 이 재판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 오이데 슌지 같은 망나니도 달라질 수 있는 변곡점을 만들어 주었고, 아이의 죽음으로 힘들어 하는 학부모들에게 이해와 공감의 장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스스로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져 있던 많은 사람들을 건져내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구제불능인 인물도 당연히 등장했다. 모기 에쓰오 기자가 그랬다. 그의 잘난척하는 얼굴에 제대로 한방 먹여준 간바라 변호인의 기지와 지혜에 박수를 치고 싶었다. 그런 순발력은 없어도 학생들을 향한 뜨거운 마음으로 진실성을 보여준 쓰자키 전 교장도 마찬가지였다. 목표가 아무리 훌륭해도 방법과 과정이 정당하지 않다면 목표의 순수성마저도 의심 받게 된다. 모기 기자도 이 재판에서 부디 얻고 가는 게 있어야 할 텐데, 그런 은총이 모두에게 똑같이 베풀어지는 건 아니었다. 그러니까 모두 똑같은 '어른'은 아닌 것이다. 


단지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어른이 되는 게 아니다. 그에 걸맞는 책임감이 따라오고 성장이 필요하다. 2권에서 아이 어른과 어른 아이가 나왔는데, 여러 학부모들과 어른들을 통해서 그걸 확인하게 된다. 사사키 형사가 이 재판에서 어른들은 완패했다고 인정하는 것에 동의한다. 당신들은 하지 못하는 걸 이 아이들이 해냈다. 그러니까 이 아이들은 조금은 다른 어른으로 커갈 수 있다고 믿는다. 물론, 믿어주고 응원해주고 기다려준 어른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당신들은 졌지만 진 게 아니다. 후지노 검사가 졌지만 이 재판에서 진정한 패자는 없는 것처럼.


재판은 엿새에 걸쳐서 다섯 차례 진행되었다. 중간에 휴정을 하루 했기 때문이다. 열다섯 밖에 먹지 않은 학생들이 진행하는 재판인데 긴장감을 놓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검사와 변호인의 공방은 어찌나 치열하고 불꽃이 튀던지, 너무 훌륭해서 설득력이 떨어졌다. 아무리 우수한 학생이라고 해도 이 아이들이 아직은 중학생이라는 걸 자꾸 상기하기 때문이다. 재판에 방청인으로 참석했던 사람들, 증인으로 출두했던 많은 사람들이 학생들이 진행하는 재판이기 때문에 평소의 포지션으로 접근했었다. 반말도 예사였고, 판사의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다가 법정에서 쫓겨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재판이 모두 끝나고, 배심원들의 평결이 떨어질 때, 재판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몸가짐은 달라 있었다. 숙연해졌다고 할까. 그렇게 진심을 다했다. 그리고 그 결과도 뜨거웠다. 


간바라 가즈히코. 이 재판의 변호인이면서 유일하게 외부 학교 출신인 아이. 그러나 사건에는 가장 깊이 관여해 있던 그 아이가 못 견디게 안쓰러웠다. 이미 2권에서 등장한 아이의 친부모에 관한 이야기. 그 엄청난 트라우마를 등에 지고 이렇게 잘 자라준 아이가 대견하고 그런 만큼 더 안타까웠다. 이렇게 성장하기까지 아이가 겪었을 마음고생과 성장통은 얼마나 아팠을까. 그걸 떨쳐낼 수 있게 양부모님이 만들어준 따뜻한 울타리가 감사해서 독자인 내가 두 손 꽉 잡아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걸 끌어내 준 노다 겐이치에게도 진심으로 고마웠다. 1권을 읽으면서부터 단 한명의 주인공을 꼽으라고 한다면 난 이 캐릭터를 선택하고 싶었다. 이 작품은 여러 화자가 나오고 매 장이 시작될 때마다 각기 다른 인물의 입장에서 서술했지만, 마지막엔 결국 노다 겐이치로 끝내지 않을까 싶었다. 내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강 건너를 보고 온 그 눈. 살의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몸소 깨달았던 아이. 그래서 공포와 분노와는 질적으로 다른 살의를 구분할 수 있던 이 아이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의를 정당한 자기방위라고 말했다. 아무 법적 효력이 없는 그 선언이 구원처럼 들렸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뻔한 사람의 팔을 잡아준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참으로 고마웠다. 겐이치 역시 가즈히코처럼 참으로 잘 자라주었다. 잘 견뎌 주었고 잘 이겨냈다. 이렇게 어려운 고개를 넘어간 사람은 다시 그 고개를 넘으려는 사람에게 손을 뻗어주고 타는 목에 물한잔도 건넬 수 있는 여유와 힘이 생긴다. 그렇지만 세상에는 제 안의 독을 공동우물에 풀어서 다 함께 죽자고 덤벼드는 사람도 존재한다. 가시와기가 그랬다. 


제 목숨을 담보로 사람을 시험하는 것은 얼마나 비겁한 일인가. 그의 표면적 죽음은 자살이지만, 그 스스로 집행한 타살에 더 가까웠다. 그러니 이 재판의 진정한 피고인은 오이데 슌지가 아니라 가시와기 다쿠야다. 재판을 끝내고 난 뒤 그의 부모님의 모습은 측은했다. 사건의 진실에 가장 가까이 다가갔지만, 그래서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큰 아들의 상처도 돌아봤지만 거기까지였다. 그들이 특별하다고 느꼈던 아들의 성격과 특징은 다른 사람에겐 독이었다. 해독제도 없는 치명적인 바이러스. 심지어 소시오패스를 연상시킬만큼 무섭기까지 했다. 더 많은 희생이, 상처가 퍼질 수 있었는데도 아이들의 용기와 지혜가, 그리고 진실에 다가가고자 하는 열망이 자체 백신을 만들었다. 한 사람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모두의 마음이 보태고 보태어져서 가능했다. 


이 사건의 피고인으로 등장한 오이데 슌지는, 가시와기의 죽음에 대해서는 무죄이지만, 그 밖의 무수한 사건들에 있어서는 명백한 유죄였다. 그걸 묻어두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이 재판으로 한걸음을 어렵게 떼낸 그라면, 그 속의 아이 어른도 이제 껍질을 깨고 조금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부디, 아버지와는 다른 어른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그 첫걸음은 마스이 노조무에게 사과하는 것으로 시작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네게도 마음을 나눌 친구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으면 좋겠다. 


미야케 주리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가키우치 미나에의 얼굴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으니, 유령으로 살지 않을 방법도 자신의 힘으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너의 억울함을 알아주는 이가 있었고, 너에게 온몸으로 사죄하는 이를 만났고, 그리하여 너 역시 네 모든 걸 걸고 지켜내고 싶었던 걸 경험했으니, 이 재판 전의 미야케 주리와 재판 후의 미야케 주리는 분명 다른 사람이 될 거라고 의심치 않는다. 네가 좋은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사이 마쓰코에 대한 참회라는 것도 영리한 너는 분명히 알아차릴 테지.


가시와기 다쿠야는 스스로 재판관이 되었다. 그는 세상 속에 섞이지 못하는 자신을 스스로 왕따시켰다. 그가 지적한 부조리함과 유치함이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고 해도, 그는 자신의 잣대로 모든 걸 판단하고 심판하고 정죄하려 드는 오만함을 보였다.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오답이라고 단정했고, 자신이 바로잡을 자격이 있다고 착각했다. 마치 스스로 신의 자리에 올라 하찮은 인간들을 심판하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입었고 누군가는 죽어야 했다. 그 누군가에는 다쿠야 본인도 포함된다. 모든 것이 시시하고 의미가 없다고 말했던 그는 자기애가 없는 것이 아니라 자기애만 있는 지극한 에고이스트로 보인다. '나'만 있고 '남'은 없던 너의 작은 틀이 측은하다. 이런 아이마저도 품을 수 있는 다양한 창을 갖추지 못한 현실의 교육 시스템도 안타깝지만, 그런 문제 많은 학교도 결국 살아남은 아이들의 건강한 마음으로 바꿔나갔다. 그러니, 살아 있지 못하면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한다. 바뀐 것을 확인할 수도 없다. 살아서 견뎌내고 이겨내고 버텨내자. 그리고 바로 그 버틸 힘을 내기 위해 서로에게 용기가 되어주자. 외로운 옥상 난간 따위는 떠올리지도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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