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힌 부분 펼치기 ▼

 

85. 버틀러 : 대통령의 집사


버틀러에 관심이 갔던 것은 흑집사 때문이다. 그야말로 사심으로 택한 영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정도의 감동일 거라고 예상했고,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영화는 꽤 좋았다. 특히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의 몇 십년에 걸친 연기가 압권이었다. 한쪽 눈이 더 크고 한쪽 눈은 약간 일그러졌는데, 이렇게 비대칭 눈이 더 다양한 표정을 내는 것 같다는 생각을, 얼마 전 변호인의 송강호 보면서도 생각했다. 반듯한 대칭이 아니어서 오히려 풍부한 표정을 낼 수 있다면 그것도 참 아이러니하다. 


목화 농장에서 죽도록 노동을 하며 엄마가 주인으로부터 학대를 받고, 그것 때문에 항의한 아빠가 눈앞에서 총살되는 것을 목격한 세실. 그 어마어마한 트라우마를 안고서 백인 주류 사회에서 백악관 집사로 수십년을 일한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철저히 자기 자신과 밖으로 내보이는 자신과의 경계를 그으며 살아가는 일. 열심히 살았고 최선을 다했지만 세상의 부조화와 그런 부조리함을 못 견뎌하는 아들과의 불화까지... 세실의 삶은 여러모로 벅찼을 것이다. 부당한 것에 대해서 부당하다고 말하며 폭력과 생명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투쟁하는 위험한 행보의 아들을 세실이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서로에게 미처 전해지지 못한 진심이 충돌하고 그렇게 아들과 아버지 사이에 골 깊은 주름이 자리했다. 


그러나 시간은 그들 편이었다. 아들이 어떤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는지, 어떤 걸 희생하며 견뎌왔는지 뒤늦게 아버지는 이해하기 시작했다. 아들이 살고 싶어하는 그 세상이 곧 자신이, 자신과 같은 유색인종이 살고 싶어 했던 세상이라는 것도. 관객은 이미 세실이 살던 시절과 달리 흑인 출신 대통령이 나와버린 미국의 상황을 알고서 보는 것인데도, 그들이 손에 땀을 쥐고 대통령 투표 결과를 지켜볼 때 함께 긴장하고 함께 환호했다. 그 간지 철철 넘치는 멋진 대통령이,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만큼 훌륭한 대통령이라고 꼭 집어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대한민국의 현주소에서는 그 정도의 대통령은 아주아주 부럽다는 걸 속쓰리게 인정한 탓이다. 영화에서 시위하는 사람들을 향해 경찰이 물대포를 쏘는 장면이 있었다. 그야말로 헐~이었다. 저 나라에서도 몇 십년 전에는 경찰이 시민을 향해 물대포를 쐈구나....;;;;;;;


여러 대통령들이 나왔는데 그들도 참 연기를 잘해냈다. 짧은 시간 동안 등장했지만 존재감만은 무시 못했다. 역시 대가들!!










86. 어바웃 타임


러브 액츄얼리를 아주 재밌게 보긴 했지만 시간 소재 영화가 흔해진 탓에 큰 기대 없이 보았는데, 뜻밖의 대박 영화였다. 이렇게 사랑이 폭발하고 이렇게 따뜻하고, 이렇게 근사한 영화라니!!!


주인공 팀은 성인이 된 어느 날, 아버지로부터 이집 남자들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놀라운 비밀을 듣게 된다. 당연히 믿지 않았는데 정말로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후 얼마나 다이나믹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겠는가. 히틀러를 제거하고 온다든지의 일은 불가능하지만, 자신이 살아온 시간 안에서의 시간 이동은 가능하다. 오 세상에! 내 인생에서 돌이킬 수 있는 선택을 다시 만들 수 있다면!! 영화 보는 내내 그런 생각들이 마구 스쳐지가나는데 팀이 완전 부러운 것이다!


초반에는 로맨틱 코미디답게 이 신기한 능력을 가지고 재미있는 일들을 많이 보여주었다. 한눈에 반한 여인에게 접근하기 위해 기회를 만들고, 그녀에게 프로포즈를 하고 비오는 날 잊지 못할 결혼식을 치르고 예쁜 아이도 낳아 길렀다. 참으로 가슴이 벅차오르는 멋진 인생이었다. 그리고 영화는 좀 더 진중하게 분위기를 잡았다. 아이가 태어나고 난 뒤에는 그 앞의 시간을 섣불리 바꿔버리면 그 오차로 인해 아이가 뒤바뀔 수도 있었다. 그러니 그 후에는 모든 신중해야 했다. 아버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폐암 말기로 담배를 피지 않던 시절로 돌아가서 인생의 중요한 실수를 바로잡고 싶지만, 그렇게 시간을 흔들어 버리면 소중한 아이들과의 시간을 잃어버린다. 그걸 선택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내 생명과도 바꾸지 않을 소중한 아이들을 다시 인식하는 순간이 참으로 가슴 저릿했다. 


일부러 시간을 돌이켜서도 살아보고, 어차피 벌어질 일이니 처음부터 즐기면서 보내기도 하고, 능력이 있을 때와 없을 때 두가지 경우로 인생을 모두 살아보라는 아버지의 조언도 지혜롭다. 사실 우리는 그런 마음으로 살아야 하지 않는가. 우린 시간을 돌이킬 능력 따위 없으니까.


무척 따스하고 재밌고, 게다가 메시지까지도 좋았다. 일석삼조를 다 차지한 영화다. 

레이책 맥아담스는 그야말로 사랑스러운 배우다. 초반의 촌스런 앞머리가 조금 별로였지만, 그걸 빼곤 다 좋았다. 특히 영화 포스터의 폭우가 쏟아지는 결혼식에서의 소동 장면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내 결혼식 날씨가 저러면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은데 작품 속에서는 모두 즐기는 것 같았다. 주인공 남자 직업이 변호사인데도 결혼식 준비할 때 자기 능력으로는 스코틀랜드로 신혼여행을 갈 수밖에 없다고 고백하는 게 신선했다. 대한민국으로 치면 변호사가 결혼하면서 돈이 없어서 제주도로 신혼여행 가겠다고 말하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의 전문직과는 대접이 다른가 보다. 이쪽이 더 건강해 보이는군.ㅜ.ㅜ


부모님의 바닷가 집도, 은퇴 후 즐겁게 사시는 모습도, 우애 깊은 여동생과의 관계도... 모든 게 참으로 좋았다. 늘 자신감 없고 실수 연발에 모태 솔로였던 팀이 이렇게 멋진 남자로 성장하다니... 


그러고 보니 레이첼 맥아담스는 시간 여행자의 아내에서도 부인 역이었는데, 그의 남편 되는 배우들은 어째 모두 시간 여행이 가능한가! 영화로라도 시간 여행이라는 스펙터클한 세상을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 참 예쁜 영화다.










87. 집으로 가는 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게다가 대한민국의 현상황을 표현해 주는 영화를 만나면 감정이 북받쳐서 엉엉 울다 나오기 일쑤였다. 이 영화도 그랬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산다는 것이 너무 피곤해서, 너무 힘들어서, 너무 기가 막혀서 눈물이 났다. 전쟁이 난무하는 아프리카 남수단 같은 데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은 감사할 일이나, 대한민국에서 사는 것도 만만한 일은 아니다. 


전도연은 인터뷰에서 보니 영화에 충분히 집중하지 못해서 연기가 부족했을까 봐 걱정을 했는데, 그 인터뷰를 보고 나서 영화를 보았는데도 그의 연기는 충분히 좋았다. 고수의 연기에 대해서도 말이 많던데, 난 고수 연기도 괜찮았다. '고비드'라는 별명을 가진 그답게 지나치게 잘 생겨서 오히려 감정이입에 조금 방해를 받기는 했다.^^


방은진 감독의 인터뷰에 따르면 배역을 위해서 살을 찌우려고 했는데, 노로 바이러스에 걸리는 바람에 몸을 제대로 불리지 못했다고 한다. 그걸 굉장히 미안해 하면서 촬영 중간중간 밥을 두끼씩 먹으며 굉장히 애를 썼다고... 


황금의 제국에서의 역할이 더 잘 어울렸고,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같은 배역을 더 좋아하지만, 이렇게 막장 끝에 다다라서 어찌할 바 모르는 못 배우고 힘 없는 소시민의 역할도 괜찮았다. 다양한 역할을 맡을수록 좋지~


미국에서는 자국 국민이 해외에서 죽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시신을 고국으로 찾아간다고 한다. 그러니 라이언 일병 구하기 같은 영화도 나오는 것이겠지. 그런데 대한민국 국민이 해외에서 어떤 일을 당하면 대한민국은 그 국민을 위해서 대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재스민 혁명이 이집트로 번졌을 때 공항에서 발이 묶여 있던 우리나라 교민들이 떠오른다. 일본은 전용기로 냉큼 국민들을 옮겨 갔는데, 우리는......ㅠㅠ 사례가 그뿐 아니라는 게 서럽다. 이런 영화가 다시 만들어질 필요 없이, 대한민국 국민도 제발 대한민국으로부터 제대로 보호받고 살았으면 한다. 하긴, 요샌 경찰이 국민을 보호하는 사진(광주에서 시위대를 향해 등지고 서 있는 경찰)을 보고 당연한 걸 가지고 깜놀하는 세상이지. 환장할 노릇이다.;;;;










★☆


88.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비슷한 시기에 잉투기가 나왔지만 이쪽은 별로 흥미가 가질 않았다. 내 관심을 끈 것은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다니던 대학을 때려 치우고 단돈 80만원을 들고 유럽 여행에 오른 4명의 청년들. 가져갔던 돈은 금방 똑 떨어졌다. 추워서 남쪽을 찾아 이탈리아로 갔다던 이들. 빈털터리 그들은 숙박업소를 홍보하는 엽기 찬란한 홍보 영상을 만들면서 돈을 벌었고, 그 돈으로 이젠 스테이크 썰어가며 여행을 다녔다. 그리고 여행의 종착지 영국에서, 이 영화를 찍을 결심을 했던 감독이 선망해 마지 않던 가수의 뮤직비디오까지 촬영했다. 그야말로 꿈같은 일들이 기적처럼 벌어졌다. 애초에 시작은 찬란했지만 과정은 찌질했고 힘들었다. 이게 되겠냐고, 스스로를 잉여라고 부르던 이들은 금세 지치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하고 포기도 했지만 곧 다시 일어났다. 서로 호흡이 맞지 않고 의견이 충돌해서 위화감도 들었지만 결국엔 다 이겨냈다. 대~박!


뭐랄까.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파울로 코엘료나 그밖의 여러 자기계발서의 공통된 메시지를 실현시켜 보여준 것 같은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저 젊고 기발한, 엽기적인 상상력과 도전 의식이라면 뭐라도 해낼 것 같다. 이 청춘들을 격하게 응원한다!










89. 프라미스드 랜드


맷 데이먼의 영화는 실망해본 적이 없다. 덜 좋을 수는 있어도 별로였거나 싫었던 적이 한번도 없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아주 성실하게 일하는 회사의 실력있는 임원이었다. 막 사장 직에 임명되었고, 이번 일을 제대로 마무리 지어서 회사로부터 단단히 인정받고 싶어했다. 그의 회사는 천연가스 회사인데, 경제적으로 무척 다운이 되어 있는 어느 마을에 가스관이 들어서도록 주민들을 설득하고 홍보하는 일을 맡았다. 그러나 환경단체가 끼어들면서 일은 뒤틀리고 잡음이 생겨버렸고 머피의 법칙도 자꾸 일어난다. 그는 정말 열심히 일했고 성실하기까지 한데, 그런 그를 응원하는 게 잠 불편했다. 그의 뒤에 거대 자본을 가진 대기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석유에 대한 대안이라면 어쩔 수 없긴 하지만 천연가스 개발이 정말 최선의 답인지 확신이 가지 않고, 그렇게 마을에 돈이 흘러들어온다고 해서 이 마을 사람들의 삶의 질이 과연 좋아질까 의문이 들고 여러모로 혼란스러웠다. 나와 같은 그 혼란스러움을 맷 데이먼은 잘 표현해 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그래서 그의 용감한 결정은 현실보단 영화에서 더 어울리지만, 그럼에도 실컷 응원의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이 작품에서 나름의 반전이라면 회사였다. 그래, 그렇게 호락호락할 리가 없지. 더불어 떠오르는 국내 굴지의 기업도 있다. 하하하....ㅜㅜ


멧 데이먼은 이 영화의 각보을 맡았는데, 영화 스케줄이 안 맞아서 감독까지 겸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어이쿠... 참으로 재주도 많다. 부럽구나!










★☆


90.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


1편을 4DX로 재밌게 보았던 탓에 2편도 그렇게 보려고 했지만 cgv에서는 상영불가가 되었고, 아쉬운 대로 3D로 보았다. 대한극장의 HFR3D였는데, 뭔 차이인지는 전혀 모르겠다. 다만 안경이 기존 안경보다 가벼워서 다 보고 난 뒤 얼굴에 자국이 덜 남았다는 게 좋았달까.


이 영화 보고 나서 얼마 뒤 케이블에서 반지의 제왕 1,2,3편을 연속을 방송해 주었다. 나는 그 중에서 2편의 후반부를 보았는데 10여 년만에 다시 보아도 여전히 흥미롭고 재밌는 것이 아닌가. 기술도 더 발달했을 것이고 감독도 동일하지만, 역시 반지의 제왕같은 매력은 호빗에서 찾기 어려웠다. 레골라스나 아라곤 같은 미모의 배우가 없는 게 절대적 이유일 것 같긴 하지만....;;;


1편과 달리 2편에는 레골라스가 등장해서 반가웠다. 누구는 세월의 흔적이 안타깝다고 하던데 내 눈에는 여전히 빛나는 요정의 미모였다. 늙지 않는 영원한 열일곱살 에드워드가 트와일라잇에서 보여줬던 나이듦을 생각한다면 뭐....;;;;


이 장대한 이야기는 호비 시리즈 다 보고 반지의 제왕 시리즈 이어서 봐야 완성되겠지만, 그러기에는 이야기가 지나치게 길다. 스타워즈 시리즈를 그래서 내가 끝까지 다 못봤다. 뒤의 것 나왔을 때에는 앞의 이야기 다 까먹은지 오래고, 다시 챙겨보자니 너무 길고....;;;;


재미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영화도 길고 13,000원 주고 보기엔 좀 비싼 것도 같았고... 여러모로 만족감이 좀 떨어졌다.









★☆


91. 글로리아


칠레의 산티아고. 퇴근 후 밤마다 싱글 클럽에서 와인을 마시고 춤을 추는 글로리아. 자신과 마찬가지로 이혼을 한 한남자를 만나 달달한 연애를 즐겼는데, 기대와 달리 상대는 신사가 아니라 찌질남이었다. 그의 답답한 상황도 이해는 가지만, 그가 보여준 어른스럽지 못한 대처에는 글로리아처럼 화가 난다. 


국내였다면 저런 싱글 클럽은 곱지 못한 시선으로 비쳐졌을 것 같고, 올 누드로 나온 글로이아 역을 맡은 배우는 중년의 나잇살을 보여주기보다 탄탄한 몸매를 만들기 위해서 당장 헬쓰클럽 개인 코치부터 구했을 것이다. 


짐작해던 것보다 안정적이고 여유로워 보이는 칠레의 풍경이었다. 하긴, 그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아는 바가 거의 없었지... 대부분은 선입견일 터.


영화는 괜찮았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도 알겠고, 그게 꼭 내 취향이거나 관심사는 아니라 하더라도. 

이 영화 보고 나니 와인에 대한 갈증이 생겼다. 애슐리 가고 싶다. 와인 무제한으로 마시게...









★☆


92.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여섯 살이 된 아이는 사립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면접을 보았다. 아버지는 아들이 남들과의 경쟁에서 지고도 분해하지 않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일류 대기업에서 승승장구하는 아버지의 눈에 독하게 덤비는 구석이 없고 야무지게 뭘 잘해내지 못하는 아들이 답답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이유를 알아버렸다. 아이는 태어난 병원에서 다른 집과 뒤바뀐 것이다. 그러니까 남의 아이를 지금껏 내 아이로 알고 키워왔다. 세상에 이런 일이!


아이는 양쪽 집에서 뒤바꼈다. 서로 맞바꾸는 게 핏줄의 속성 상 마땅하겠지만 키워온 정이 있는데 그게 쉽겠는가. 서로 친해지기 위해 시간을 갖고, 주말마다 상대방의 집에 보내어서 익숙해지게 하고, 그리고 마침내 아예 엄마 아빠를 바꾸었다. 원래 혈연관계이고 또 자식을 사랑해 주는 부모님들이니 아이도 잘 견뎌낼 거라고 여겼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엄마 아빠도 힘들었는데 아이야 오죽할까. 


영화를 보기 전에 단순히 낳은 정보다 기른 정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서로 아이를 바꿀 게 아니라 아들이 둘 생겼다고 생각하며 살면 되지 않냐고 단순하게 여겼다. 물론, 지금도 그게 정답이라고 여긴다. 그렇지만 그렇게 간단히 풀릴 리가 없지 않은가. 일본도 우리처럼 가부장적 사회이고 동양 특유의 혈연 중심 국가인데...


그러나 예상과 달리 신파로 흐르지 않고 아주 담담하게 이야기를 펼쳐내는 게 고급스러웠다. 감독의 전작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과 '공기인형'도 무척 좋았던 기억으로 남았다. 뭔가 황당한 이야기도 설득력 있게 풀어내는 재주가 있다. 배우들의 열연도 좋았다. 유카리 역의 오노 마키 배우가 노다메 칸타빌레의 우에다 주리라고 생각했다. 둘이 무척 닮았네.


릴리 프랭키가 보여준 아버지가 참 인상적이었다. 저렇게 아이와 살을 맞대고 놀아주는, 거침 없이 망가지기도 하는 아빠가 아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돈 잘 벌고 능력 있고 깔끔하며 신사적인 아버지도 멋지지만, 아이가 사랑을 느끼고 정서적으로 더 안정감을 주는 아빠는 릴리 프랭키였다. 이 배우는 도쿄 타워를 쓴 작가이기도 하다. 오, 재주가 많은 분이구나!


올해도 무비 꼴라쥬를 통해서 좋은 영화를 많이 만났다. 2014년에도 여전히 사랑하겠다. 무비 꼴라쥬 러브러브!!










93. 용의자


소문은 좋았는데 크게 기대하지 않고 갔다. 이날은 전날 직장에서 몹시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래서 울적해 있었다. 마침 맥스무비 포인트가 연말에 사라진다고 해서 조조를 보러 갔다. 그리하여 5,000포인트로 본 영화는 그 갑절 이상의 재미를 주었다. 


영화 시작 전에 나온 '카누' 광고에서 공유는 초식남 느낌이었다. 그런데 영화 속의 그는 원래부터 액션 배우였던 것처럼 날고 뛰더라. 교수형 장면에서 제 어깨를 부수고서 탈출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게다가 자동차 충돌 씬에서 진짜로 부딪힐 줄 몰랐다. 보통은 핸들을 꺾기 마련이니까. 감독이 작정하고 액션에서 한을 풀었구나!


내용도 괜찮았다. 특히나 식량 문제 해결이 한반도의 핵위기를 돌파하게 해주었고, 그렇게 한걸음씩 남북이 다가서며 공존의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뭉클했다. 


연기는, 조금은 아쉬웠다. 대사가 없이 표정으로 하는 연기는 훌륭했는데, 말이 좀 많아지면 북한 사투리가 조금은 어색하게 들렸다. 그래도 마지막에 창고 안으로 들어가면서 문 닫을 때 '니들 다 죽었어!' 하는 표정으로 삭 변하는 게 완전 멋있었다. 이날 수영장에 가서는 홍콩 바다를 헤엄치던 공유를 떠올리며 열심히 운동했다.ㅎㅎㅎ


여자 주인공 유다인은 너무 선이 가늘고 목소리도 힘이 없어서 지나치게 상남자스런 남캐릭터 사이에서 균형을 잘 못 맞추었다. 내 느낌으로는... 


쿠폰도 있는데 이렇게 재밌을 줄 알았으면 좀 더 좋은 극장 갈 걸 그랬나? 4DX로 보면 충돌 씬에서 의자가 쾅쾅 울렸겠지.^^

아무튼, 올해 본 액션 영화 중에서 가장 재밌었다. 


친구가 임신 막달인데 모자 교실에 공유가 왔었댄다. 무슨 CF 관련 홍보 대사인가 보다. 누군가 키가 어떻게 그리 크냐고 물으니 엄마 아빠 모두 키가 안 크신 편인데 자신은 농구를 많이 하고 우유를 많이 마셔서 키가 큰 것 같다고 대답했단다. 역시 상하 운동이 관건이야!!










94. 변호인


올해의 마지막 영화로 이 영화를 골랐다. 혼자 보았다면 좀 더 일찍 보았을 테지만 반드시 엄니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사실 크리스마스 2부 때 예매를 해두었는데 엄니가 피곤하다고 안 보겠다고 하셔서 취소했던 전력이 있다. 덕분에 그날은 혼자 가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쓸쓸히 보았지....-_-;;;;


이날 병원에서 고된 일정을 소화하고 마무리로 영화를 보았다. 둘이 나란히 앉으려면 맨 앞줄에 앉아야 해서 뚝 떨어져서 앉아야 했다. 그편이 더 집중이 잘 되었을 수도...


이미 충분히 홍보가 되어 있고 입소문도 들었고 후기도 많이 올라온 터, 그래서 몇몇 장면들은 이미 본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다. 그럼에도 영화가 주는 감동과 먹먹함의 크기가 줄어들지 않았다. 


눈물이 터져나오는 지점은 87년 거리 항쟁 때였다. 치켜든 오른 손의 불끈 쥔 주먹이 누군가를 격하게 떠올리게 해서, 반대한다고, 토론하자고 소리 높여 외치던 그 사람이 보고 싶어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지금은 영화의 흥행으로 그분의 이름이 좀 더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있지만, 불과 두어 달 전만 하더라도 그 이름은 천형처럼 금기어가 되어 있었다. 개그우먼 이경실 씨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일화를 방송에서 이야기했더니 주변에서 모두 걱정하며 말렸다고 한다. 서럽고 원통한 일이다. 


작가 김갑수 씨는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꼽았고, 사랑하는 정치인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꼽았다. 나 역시 그렇다. 영화 덕분에 모처럼 맘껏 그분을 추억할 수 있어서 좋았고, 그래서 더 짠했다. 


김현정의 뉴스 쇼에서 어느 심리학자였나 정신분석학자였나... 못된 사람이 욕많이 먹고 오래 사는 것이 통계로도 맞다고, 자신이 한 행위에 대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서 그렇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실례로 들어준 게 아직도 건강히 오래 사는 전.두.환. 반면 노무현 같은 사람은 그 스트레스를 못 이긴다고. 그래서 자살로 이어진다고... 하아...ㅠ.ㅠ


이승환은 연말 공연을 마무리 지으면서 이 영화 단관을 준비했다. 합정에 있는 영화관을 통으로 빌렸는데, 대부분은 자신의 지인들을 초대했고, 팬들은 22쌍을 추첨했다. 나도 응모했지만 똑! 떨어졌다. 흑흑... 그런 행운은 쉽게 오지 않아...;;;;;









 

펼친 부분 접기 ▲


2013년도에 극장에서 본 영화만 94편이다. dvd로 본 것까지 더하면 거의 100편 채웠나 보다. 작년보다 더 많이 보았구나. 내년엔 좀 덜 봐도 되겠다 싶다. ^^



접힌 부분 펼치기 ▼

 

두달 전쯤 미리 예매해 두었던 뮤지컬 카르멘. 창작 뮤지컬인데, 호화 출연진과 좋은 극장인 것에 비해서 작품의 완성도는 많이 부족했다. 특히 내 사랑 류정한은 배역도 좀 안 어울렸다.ㅜ.ㅜ 



난 차지연 편을 보았는데 잘 어울림에도 불구하고 역시 뭔가 부족해 보였다. 이건 연기와 노래의 문제가 아니라 드라마를 좀 못 만든 듯. 노래도 딱히 끌리지 않고... 뮤지컬 계에서 신성록은 정말 잘생긴 배우인데, 별에서 온 그대를 보니 탤런트 사이에서 그는 그냥 훈남 정도... 가수들도 배우들 사이에 세워두면 미모가 비교되곤 하는데 남자들도 예외는 아니구나. 


연말 공연은 이승환 옹 특별 회고전을 선택했다. 뭐 타협의 여지가 없다. 유리지갑을 고려해서 공연을 한번만 다녀온 것이 나름의 타협이랄까.



내 생일 일주일 뒤에 돌아오는 울 공장장님의 생일. 팬들이 무리하게 선물하는 것을 싫어라하는 보스의 마음을 헤아려 팬들은 쌀화환을 준비했다. 그렇게 모인 쌀 1,300kg은 모두 기부미로 고고~



얼마 전까지 내 서재 이미지였다.



패션 감각도 좋지~



해바뀌면 지천명의 나이가 되는 울 공장장님. 말빨도 끝내 주지~

공연 시작하면서 '안녕들 하십니까'로 포문을 열었다. "민영화 씨, 돈 좀 그만 밝히세요!"도 빵 터지면서 슬펐다.ㅜ.ㅜ

고양 공연에서는 그의 소신 발언에 불쾌감을 표시하며 환불을 요구한 관객도 있었다고... 

바른 말 할 때도 눈치 봐야 하는 놀라운 대한민국. 새해엔 좀 더 건강한 사회가 되기를...!!










알라딘 B님의 급하게 찾아온 감기 때문에 대신 가서 보게 된 연극 '레드'

강신일 씨와 한지상 씨 둘만 나온다. 어마어마한 대사량을 자랑하는데 외우느라 고생 했을 것 같다.

예술을 가지고 갑론을박하는 두 사람의 주장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그렇지만 영화 글로리아를 봤을 때와 마찬가지로 메시지는 알겠지만 그게 꼭 재미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그보다 예술의 전당에 간 김에 전에 예매해 두었던 애니 레보비츠 사진전을 보고 돌아왔다.



앨리자베스 2세 여왕은, 그렇게 로열 패밀리로 긴 세월 살면서... 행복한가? 뭐 이런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우아하긴 한데, 살아있는 화석 같다.


부시 행정부 각료들 사진을 보니... 이건 뭐 전범 모아둔 것도 아니고...;;;;

부시가 그래도 옷걸이는 좋았지. 물론 간지하면 오바마지만!

MB가 떠올랐다. 얼굴을 빼고 본다면 옷걸이는 좋았거든.



옷을 걸치지 않은 몸이 주는 육감. 펄떡이는 근육의 놀라운 생명력이 돋보였다.

존 레논은 저 사진을 찍고 몇 시간 뒤 총격을 당해 숨졌다. 마지막 사진이라고 생각하니, 참 묘하네...



만삭의 데미 무어. 그런데 반지와 귀걸이가 먼저 눈에 띄었다. 하하핫...

알 파치노 사진 보면서 류승룡이 떠올랐다. 비슷한 포즈의 사진을 보았었나 보다. 



여신 강림 니콜 키드먼이다. 지상에 올라온 인어공주 같기도 하고... 180에 달하는 큰 키 덕분에 더 멋진가 보다. 워낙에 포스 있는 배우이기도 했지.



깊은 교우 관계로 인해 수전 손택의 사진이 유난히 많았다. 앞머리 하얀 색인 것은 염색인가 새치인가 궁금궁금...

흥미롭게 보았는데, 역시 올해의 베스트는 '라이프 사진전'이다. 따로 포스팅 하려고 했던 것 잊지 말아야지!












 

펼친 부분 접기 ▲


2013년도에는 각종 공연과 전시회 등을 많이 다녔다. 뭐 새삼스럽진 않지만... 새해엔, 혼자만 다니지 말고 좀 같이 다닐 수 있는 공간이 많았으면 한다. 


2013, 12월, 버틀러, 리다니엘스, 흑인인권, 흑인노예제도, 인종차별, 포레스트휘태커, 실화, 오프라윈프리, 로빈윌리엄스, 아이젠하워, 알란릭맨, 로널드레이건, 존쿠삭, 리차드닉슨, 제인폰다, 낸시레이건, 레니크라비츠, 알렉스페티퍼, 데이빗오예로워, 머라이어캐리, 제임스마스던, 존케네디, 제시윌리엄스, 콜맨도밍고, 테렌스하워드, 민카켈리, 쿠바구딩쥬니어, 리브슈라이버, 존슨, 넬슨엘리스, 바네사레드그레이브, 야야다코스타, 데이비드젠슨, 아믈아민, 알렉스마넷, 딘웨스트, 목화농장, 학대, 트라우마, 백인주류사회, 유색인종, 물대포, 버락오바마, 어바웃타임, 영국영화, 리차드커티스, 러브액추얼리, 돔놀글리슨, 레이첼맥아담스, 빌나이, 린제이던칸, 톰홀랜더, 마고로비, 리디아윌슨, 톰휴즈, 바네사커비, 조슈아맥과이어, 캐서린스테드맨, 리사에이크혼, 밋첼뮬렌, 윌메릭, 시간여행, 시간여행자의아내, 타임슬립, 프로포즈, 앞머리, 집으로가는길, 방은진, 전도현, 고수, 대한민국, 외교부, 고비드, 노로바이러스, 황금의제국, 막장, 소시민, 강지우, 최민철, 이동휘, 조안나쿠릭, 코린마시에로, 배성우, 자국민보호, 잉여들의히치하이킹, 잉투기, 유럽여행, 도전, 숙박홍보동영상, 엽기, 이호재, 이현학, 하승엽, 김휘, 프라미스드랜드, 아랍에미리트영화, 구스반산트, 맷데이먼, 존크래신스키, 프란시스맥도맨드, 로즈마리드윗, 루카스블랙, 타이터스웰리버, 할홀브룩, 테리키니, 스큿맥네이리, 팀귀니, 도로시실버, 켄스트렁크, 카렌바움, 크리스틴슬레이스먼, 대기업, 천연가스, 환경운동, 굿윌헌팅, 시나리오, 각본가, 호빗, 반지의제왕, 스마우그의폐허, 4DX, 대한극장, HFR3D, 안경, 레골라스, 아라곤, 미모, 요정, 에드워드, 트와일라잇, 피터잭슨, 영화원작소설, 마틴프리먼, 이안맥켈런, 리처드아미티지, 케이트블란쳇, 올랜도블룸, 크리스토퍼리, 앤디서키스, 휴고위빙, 베네딕트컴버배치, 루크에반스, 에반젤린릴리, 에이단터너, 이안홈, 미카엘페르스브란트, 켄스콧, 그레이엄맥타비쉬, 스티븐헌터, 제임스네스빗, 딘오고먼, 존칼런, 제드브로피, 애덤브라운, 마크해드로우, 리페이스, 실베스터맥코이, 마누베넷, 빌리코놀리, 글로리아, 칠레, 와인, 이혼, 중년로맨스, 애슐리, 칠레영화, 스페인영화, 세바스티안렐리오, 폴리나가르시아, 세르지오헤르난데즈, 디에고폰테실라, 코카구아찌니, 알레한드로고익, 릴리아나가르시아, 루즈지메네즈, 마르시알태글, 그렇게아버지가된다, 일본영화, 부성애, 모성애, 부모, 낳은정, 기른정, 진짜로일어날지도몰라기적, 공기인형, 오노마키, 우에다주리, 릴리프랭키, 도쿄타워, 무비꼴라쥬, 가족, 고레에다히로카즈, 후쿠야마마사하루, 오노마치코, 니노미야케이타, 후부키준, 쿠니무라준, 키키키린, 나츠야기이사오, 황쇼겐, 모리사키메구미, 오코치히로시, 용의자, 액션영화, 조조영화, 카누, 초식남, 육식남, 교수형, 탈출, 자동차충돌씬, 핸들, 식량위기, 북핵위기, 통일, 공존, 북한사투리, 원신연, 공유, 박희순, 조성하, 유다인, 김성균, 조재윤, 박지일, 김민재, 김의성, 원풍연, 원진, 송재림, 최종률, 남보라, 기주봉, 조석현, 이용직, 최태환, 송재호, 우유, 농구, 변호인, 노무현, 87년항쟁, 부마항쟁, 양우석, 송강호, 김영애, 오달수, 곽도원, 시완, 송영창, 정원중, 조민기, 이항나, 이성민, 차은재, 차광수, 한기중, 심희섭, 김동현, 조완기, 류수영, 박수영, 이경실, 금기, 천형, 김갑수, 김대중, 김현정의뉴스쇼, 스트레스, 이승환, 뮤지컬, 카르멘, 창작뮤지컬, 류정한, 바다, 차지연, 신성록, 별에서온그대, 훈남, 이승환옹특별회고전, 블루스퀘어, 기부미, 생일선물, 지천명, 안녕들하십니까, 민영화, 고양공연, 환불요구, 연극레드, 강신일, 한지상, 애니레보비츠, 로열패밀리, 부시, 옷걸이, 간지, 육감, 근육, 존레논, 총격, 데미무어, 만삭, 알파치노, 류승룡, 니콜키드먼, 여신강림, 인어공주, 수잔손택
댓글(0) 먼댓글(1) 좋아요(2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2013년 어워드
    from 그대가, 그대를 2014-01-07 00:18 
    2014년으로 바뀐지 일주일 가까이 되었는데, 그래서 이런 페이퍼는 무척 뻘쭘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정리하지 않으면 섭섭해서 나름의 2013년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2013년에는 모두 276권의 책을 읽었다. 이중 동화책이 64권, 만화책이 142권, 소설은 32권, 그밖의 책이 28권이다. 내 짐작보다는 소설을 많이 읽어서 정리해 보고 놀랐다.영화는 모두 94편을 보았다. 집에서 시청한 dvd 등도 포함시킨다면 거의 100편에 육박하지 싶다.그밖에 콘
 
 
 

접힌 부분 펼치기 ▼

 

76. 토르 다크 월드


슈퍼 히어로물을 좋아하는 편인데 전편인 '천둥의 신 토르'를 보지 못한 게 아쉬웠다. 그래서 2편 보기 전날 부랴부랴 1편을 보고 다음 날 2편을 이어서 보았다. 사실 중간에 어벤져스가 들어가야 맞겠지만, 어벤져스는 작년에 보았던 기억을 더듬어서 짜맞추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어벤져스가 다시 보고 싶어지긴 했는데 다시 보지는 못했다. 


영화는 그냥저냥... 평범했다. 어벤져스나 아이언멘 3가 워낙 재밌었기 때문에 좀 비교가 되었다. 주인공 토르보다 동생이 더 매력적이었다. 허세로 위장한 감옥 씬에서 본 모습 보이라고 하니까 온통 망가진 모습으로 축 쳐진 채 등장한 게 지나치게 섹시했달까. 슈퍼 히어로의 무기로 '망치'는 어째 너무 무식해 보인다고 할까. 그다지 '슈퍼'스럽지도 않고 말이지. 그래도 제인네 집에 갔을 때 망치를 벽에 걸어두는 장면은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깨알 재미는 있었는데 큰 그림으로 멋있는 장면은 크게 남지 않았다. 뭐 어찌 됐든 다음엔 어벤져스2가 나오겠지.









★☆


77. 어떤 시선


인권 영화 어떤 시선은 세 편의 단편을 묶은 영화다. 첫번째는 장애를 가진 학생과 짝꿍의 우정 이야기였고 두번째는 실버 택배 기사인 노인의 좌충우돌 로또당첨기, 세번째는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를 다루고 있다. 셋 모두 이야기가 깊었는데, 두번째 작품은 유머와 감동과 메시지를 잘 묶어냈고, 세번째는 내가 잘 생각해보지 못했던 소재를 다루고 있어서 더 관심이 갔다. 두번째 작품은 작년에 나를 굉장히 전율케 했던 '밍크 코트'를 연출한 감독님이기도 했다. 역시 이번에도 전율 한방 먹여 주셨다. 


여호와의 증인은 이단이라고 어릴 때부터 들어왔다. 내가 들어왔던 많은 종교적 가르침이 그래왔듯이 왜 그런지는 잘 몰랐다. 그냥 그렇다고 하니 그런 줄 알았다. 지금도 왜 이단으로 취급받는지 잘 모른다. 사실 관심도 없다. 그러나, 이들이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것은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진정 사랑과 평화를 앞세우는 종교라면, 전쟁의 도구가 될 수 있는 군생활을 받아들이는 게 논리적으로 맞지 않아 보인다. 병역을 거부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병역을 다른 걸로 대체하겠다고 하는데, 더 힘든 걸로, 더 오랜 복무 기간이라도 받아들이겠다고 하는데도 허락해 주지 않는 건, 민주적인 것인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저들이라고 감옥에 다녀오는 게 쉬운 결정일 것 같지는 않다. 맹목적 종교적 신념이라고 하기엔 이들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커보인다. 이미 남편과 아들 둘을 병역 거부로 감옥에 보내었던 엄마는 셋째 아들만은 정상적으로 군복무를 마치게 해서 평범한 삶을 살게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남편과 헤어져 막내 아들과 따로 살고 있는 엄마. 그러나 아들은 이미 신심이 깊어버렸고 어머니를 울릴 수밖에 없다. 아들을 가두지 않기 위한 엄마의 몸부림과, 아무 생각 없이 구속해버리고 목적을 위한 수단이니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보통 사람들의 생각을 여과 없이 볼 수 있었다. 그야말로 우리가 관심 갖고 지켜봐야 할, 마땅히 알아차려야 하는 '어떤 시선'이었다. 









 

78. 친구 2


고백하자면, 나는 친구1 편이 참 싫었고, 곽경택 감독 스타일도 아주 싫고, 그래서 친구 2는 보고 싶지 않았다. 이 영화에 김우빈이 나온다는 걸 몰랐을 때는...;;;;


드라마 상속자들의 후반 캐릭터는 좋았지만, 김우빈을 눈여겨 보게 만든 건 올해 초 학교 2013에서였다. 재벌 집 아들이 안 어울리는 건 아니지만, 그보다는 상처입고 외로운 눈을 한 박흥수가 더 가슴을 후벼팠다. 게다가 캐릭터도 어느 정도 겹치는 편이니 보고 싶어졌다. 근데 나는 이 영화가 이렇게 흥행할 줄 몰랐다. 내가 보러 간 날 자리가 꽉 찼는데, 게 중에는 1편 보지 못한 관객도 많았다. 역시 김우빈 효과일까?


영화는 1편보다 나았던 것 같다. 그래도 역시 지나치게 잔인했고 어떤 장면에선 화면은커녕 소리도 듣기 힘들었다. 유오성의 연기도 더 깊어졌다. 김우빈은 아직까진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가 있어서 좀 부담스럽긴 해도 뭉클한 면들이 있었다. 어른 남자가 자기한테 잘해준 것은 처음이라는 채 자라지 못한 내면의 아이의 고백이 서럽게 들렸다. 비단 영화 속 그 인물뿐 아니라 실제로도 그런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올 한해 내가 가르친 아이들이 유독 그랬다. 강북 지역에서도 유난히 못 사는 지역, 그 안에서도 수준별 수업으로 가장 공부 못하는 아이들만 모아놓고 수업을 했는데, 그때 봤던 아이들의 저항이 깔린 눈이 꼭 영화 속 김우빈 같았다. 그래서 영화에 대한 만족도와 별개로 이 작품이 좀 아팠다.









★☆


79. 더 파이브


웹툰으로 유명한 작품을 웹툰으로 딱 1편만 보았다. 더 보려고 했는데 바쁘다고 잊고 있다가 어느 순간 유료로 전환해서 못 본 채로 영화를 보았다. 웹툰 작가가 직접 감독을 했으니 큰 차이는 없을 거라고 짐작하지만, 뭐 설령 다른다고 해도 어떠랴 싶다.


웬 미친 살인마에게 가족을 잃고 본인도 다리를 쓰지 못하는 장애를 얻게 된 김선아(은아). 그는 상대가 남긴 단서를 가지고 추적해 들어가면서 복수를 계획한다. 그러나 본인의 몸도 불편하고 상대방은 너무 영리하고 사악해서 설령 알아낸다 하더라도 복수를 해내는 건 요원해 보인다. 결국 은아는 희귀 혈액형을 가진 자신의 장기를 담보로 자신을 도와줄 사람들을 구한다. 그렇게 다섯 명이 모인 것이다. 


이 부분에서 영화 공모자들이 떠올랐다. 거기서도 희귀 혈액형을 가진 여자의 장기를 밀매하기 위해서 사고를 내어 장애를 입히고, 그런 여자에게 접근을 해서 결혼을 하고 여행을 가는 길에 장기를 팔아버리는 엄청난 일이 벌어진다. 예전에 내가 알았던 어느 분이 Rh- 혈액형을 가지셨는데 이분은 평소에 헌혈을 엄청 열심히 하셨다. 그래야만 자신들이 위급해졌을 때 수혈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고, 희귀한 혈액형끼리 서로 도와야 한다고 말이다. 그 정도로만 여겼는데, 이 영화들 같은 경우를 보면 자신의 혈액형을 남들에게 숨기고 살아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물론, 요즘 같은 디지털 세상에 숨긴다고 감춰지겠냐마는... 


암튼... 그 부분이 참 서늘했다. 김선아가 워낙 로맨틱 코미디 이미지가 강했지만, 그래도 연기가 나쁘지 않았다. 박효주의 캐릭터는 충분히 이해가 가서 참 안타까웠고, 이청아는 연기가 많이 부족했다. 게다가 캐릭터도 좀... 마동석 캐릭터가 나쁜 마음 먹었다가 돌이키는 게 설득력 있었는데, 배신 때리려던 이청아가 김선아에게 온전히 동화되는 과정은 영 개연성이 떨어졌다. 제일 놀라웠던 건 온주완이다. 와, 미친 살인마 역도 잘 어울리는구나! 사이코패스라고 해야 하나. 정말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게 되는 사이코패스들은 하나같이 머리도 좋고 심지어 예술적 능력까지 탁월했다. 뭐 다 그렇진 않겠지만... 


자신을 신의 반열에 올려놓고, 인간의 목숨을 예술적 작품을 완성하기 위한 소모품으로 쓰는 이런 캐릭터는, 모방범의 그 나쁜 시키를 떠올리게 했다. 그래서 이 놈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 어떻게 반격을 가할 것인지가 좀 쉽게 짐작이 갔다. 그러나 그 한방을 먹이기 전까지 착한 사람들이 너무 오래 같은 수법으로 당했다. 그래서 좀 지치는 기분. 그 과정을 조금만 줄였으면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80. 헝거게임2 캣칭 파이어


1편을 보았으니 2편도 보아야 했다. 3부작이니 1편에선 문제점을 제시하고 영웅을 등장시켰다. 그러니 2편에선 영웅의 각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3편에선 혁명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이번 편에서는 주인공의 각성을 다뤘다. 모든 것이 통제된 사회에서 시스템을 엎으려는 반란 세력이 나오지 않게 공포감을 조성하느라 만든 헝거 게임! 게다가 이번엔 그 살벌한 서바이벌 게임의 생존자들을 모아놓고 하는 왕중왕 전이다. 이미 상대를 죽이고 살아남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다시 싸우니 그 싸움이 얼마나 치열했겠는가. 1편의 불꽃 드레스가 이번에도 나왔는데, 불꽃보다 웨딩 드레스가 더 예뻤다. 함께 참가한 서바이벌 게임 참가자의 존재감이 이번에도 약했다는 게 무척 아쉽다. 오히려 조한나 역을 맡은 배우가 더 인상 깊었고 존재감도 커보였다. 


영화에서 이들의 서바이벌 장소에 거대한 시계가 나오는데, 그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를 '틱톡틱톡'하고 발음하는 것이다. 아핫! 예전에 가게할 때 팔았던 손목시계 브랜드 중에 틱톡이 있었는데, 그게 영어로 '째깍째깍'에 해당하는 거였구나! 이 영화 보면서 이걸 알아차린 게 가장 반가웠다.ㅎㅎㅎ 


헝거게임2는 문제제기는 이키가미보다 덜 도전적이고, 액션이나 특수효과는 여타 다른 영화들보다 더 나아보이지 않는다. 그러니까 들인 돈에 비해선 효과가 좀 떨어지는 듯. 읽어보지 못했지만 아마도 원작 소설이 더 재밌을 것 같다. 영화 개봉 당시 어마어마하게 할인해서 팔던데, 영화를 보았으니 굳이 읽고 싶지는 않았다. 모르지. 3편까지 보고 나면 또 달라질지도...








★☆


81. 결혼전야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을 연상시키는 영화였다. 러브 액츄얼리 이후 이런 식의 여러 커플이 등장하는 영화가 꽤 유행했는데 소재도 그렇고 전개 방식도 그렇고 이 작품도 딱 그 범주 안에 있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평균치는 했지만 딱 거기까지랄까. 나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주 좋지도 않았다. 특히나 첫번째 이야기였던 이연희 옥택연 커플 이야기는 많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희준과 고준희 커플 이야기는 왠지 남 이야기 같지 않아서 좀 더 마음이 쓰였다. 저렇게 빵 터지는 지점이 나에게 있어야 할 텐데 말이지...









★☆


82. 오싱


이날 보려던 영화는 이게 아니었는데, 내가 보려던 영화를 보면 저녁 먹을 시간이 없어서 살짝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시사회여서 그냥 선착순 입장을 하면 되는 거였고, 한 시간 여유가 있어서 결정적으로 저녁 먹을 시간을 벌어주었다. 그래서 우연히 보게 된 영화 오싱. 굉장히 오래된 작품같은 느낌인데 2013년 영화라고 나오네. 개봉이 늦었거나, 아님 리메이크라고 여겼는데 최근 영화였단 말인가??  내용은 러일전쟁 직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백년 전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여러모로 참 올드하다. 일곱 살 어린 나이에 남의 집 식모로 일하러 가게 된 오싱의 눈물 겨운 분투기를 담아놨다. 전쟁을 거부하는 탈영병 이야기가 오싱의 사연과 잘 어우러져 있고, 글을 읽고 싶어 자신도 모르게 허락 없이 아가씨 책에 손을 댄 오싱의 마음을 헤아려 준 노부인의 배려가 따뜻했다. 오싱의 속깊은 엄마 역을 맡은 배우는 서우를 닮았는데, 서우보다 더 예뻤다.^^


몹시 잔잔한 이야기였는데 딱 그만큼이어서 굳이 극장에서 볼 만큼 흥미롭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작품을 이야기 해주니 중학생들의 반응이 아주 좋았다. 음...연령의 문제인가. 아님 내가 이야기를 너무 잘했나? ㅎㅎㅎ









★☆


83. 창수


슬픈 목숨이라는 제목의 창수. 내가 좋아하는 임창정 주연의 영화다. 공모자들은 느와르 장르가 아닌가? 이 작품을 첫 느와르 영화라고 소개하는 걸 보았다. 뭐 기든 아니든 그게 중요하지는 않고... 진정 슬픈 목숨이라는 제목이 어울리는 영화였다. 뮤지컬에서는 주연만 따내는 정성화가 여기선 조연으로 나왔는데, 노래가 빠지니까 연기가 베스트로 보이질 않는다. 그냥 고만고만한 느낌 정도.


마지막에 납골당에 붙은 안내 문구 한장이 가슴을 후벼팠다. 죽은 뒤에 찾아와 줄 사람 하나 없는 사람의 죽음이란 이토록 쓸쓸한 것이구나. 찾아와도 어떤 권리도 내세울 수 없는 사람의 순정은 이토록 안타깝구나... 싶어서...










84. 열한 시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작품을 좋아한다. 내 인생의 베스트 5 안에 꼽히는 '시간 여행자의 아내' 때문이다. 완성된지 일년이 넘었는데 특수효과 때문에 개봉이 많이 밀렸다고 했다. 일년 미룬 것에 비해서 특수 효과는 그다지....;;;;

어떻게 해도 인간의 힘으로 뛰어넘을 수 없는 시간의 굴레와 숙명을 재밌게 담아냈다. 무척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어도...


내가 의아했던 것은 미래에 가 있는 김옥빈을 과거에서 온 김옥빈을 만났을 때인데, 미래의 김옥빈은 과거로 돌아가서 CCTV를 보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이미 겪어온 자신의 경험으로 본인은 CCTV를 본다. 그러니 영문을 모르는 과거에서 본 김옥빈을 보낼 게 아니라, 이미 그 시간을 거쳐온 자신이 다시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을 타고 갔어야 했던 게 아닐까? 설마 입고 있던 옷 때문에 못 간 건 아니겠지? 


영화는 나쁘지 않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얼마 뒤 비슷한 소재의 '어바웃 타임'을 보았던지라 좀 비교가 되긴 한다. 장르는 차별화되었지만....











마리오 테스티노전


무슨 헬스 잡지를 사고서 티켓을 받았다. 그 전에 티켓을 샀는데, 잡지 사고 받는 게 더 싸서 예매 취소하고 갈아탔다.ㅎㅎㅎ



여러 스타들이 나오는데 마돈나 사진이 가장 강렬했다. 보다 젊었을 때의 마돈다는 진정 빛이 났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배우로 비교하자면 김혜수가 떠오른다. 뭘 해도 당당해 보이고 나름의 아우라와 포스가 느껴진다. 엽기 표정을 자주 짓던 기네스 펠트로는 의외였다. 그 우아해 보이는 배우가 이렇게 개구진 표정도 짓는구나! 지젤 번천 사진이 유난히 많았는데 그닥 예쁜지 잘 모르겠다. 표정에 감정이 보이질 않아서 그런가 보다. 



라라 스톤. 네덜란드 모델인가 보다. 상반신은 누드에 하얗게 칠을 했는데 흡사 그리스 조각상을 보는 기분이었다. 진정한 여신 강림이다. 엠마 왓슨은 오드리 헵번을 연상시켰다. 아, 요정 같아! 여신 나오고 요정 나오고 난리 났다.ㅎㅎㅎ


베컴도 있었는데 그야말로 모델이었다. 하긴, 베컴은 목소리 빼면 다 환상이지! 케이트 윈슬렛도 고혹적이었고, 캐서린 맥닐이라는 호주 모델은 표정이 무척 강렬했다. 스위스 모델 패트리샤 슈미드의 체리핑크 립스틱은 갖고 싶었다. 뭐 나한테 어울릴 것 같진 않지만...



내가 전시회 끝나고 엽서를 몇 장 사왔는데 라라 스톤 엽서만 두장이다. 이 사진의 주인공이 위에 아프로디테 강림한 그 모델이다. 저 아름다운 의상에 얼굴은 여전히 하얗게 칠을 해버렸다. 진짜 얼굴이 궁금해지네. 아, 검색해 봤더니 상당히 글래머다. 역시 의상을 뭘 입느냐에 따라서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구나. 굉장히 매력적이다. 아, 이름도 예뻐~


전시관 끝쪽에서는 영국 왕실 가족 사진이 집중되어 있었는데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오랜만에 보았다. 찰스 황태자와 그 아들들은 모두 미간이 너무 좁다. 역시 피할 수 없는 유전의 법칙! 





전시회는 무척 흥미로웠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 세실 비튼 사진전(http://blog.aladin.co.kr/manoa/3949641)이 더 좋았다.^^









피카소, 고향으로부터의 방문


두 전시회는 모두 예술의 전당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간 김에 같이 보고 왔다. 라이프 사진전 표가 있으면 50% 할인이 되었는데, 미리 표를 예매한 탓에 조금 더 비싸게 주고 봐야 했다. 살짝 아쉽네!


피카소의 그림보다 피카소의 연애력이 더 흥미로웠다고 할까. 마성의 사나이인가 보다. 심지어 그의 여자들과 자녀까지를 도표로 그려주기까지 했다. 하하하... 변신 이야기에 삽화도 그렸더만, 피카소가 제우스 같다. 공식 여인(그나마 예술 계통에서만!)은 7명이지만 지금도 자신이 피카소의 연인이었다는 고백이 나온다는 후문이다.ㅎㅎㅎ



전시 다 보고서 사온 엽서들이다. 컬러 그림이 무려 3천원이었다는 걸 뒤늦게 알고 화들짝 놀랐다. 천원인 줄 알고 집어왔는데....;;;;; 



비둘기가 평화의 상징이 되어버린 건 피카소 때문이었다고 한다. 세계 평화주의 회의 홍보 포스터를 판화 작품으로 작업했다고, 피카소의 아버지도 화가였는데 아들의 재능을 알아보고 본인은 붓을 꺾었다고 한다. 위 엽서는 히에네스가 찍은 사진이다. 엽서 속 여인은 인도 여인처럼 생겼다. 누군지는 모르겠다.속눈썹이 엄청 길구나! 작품명 '나를 위해 기도해 주오!'라고...



그가 태어난 생가는 현재 피카소 재단으로 쓰이고 있다. 5층짜리 건물인데 무려 150년이나 된 건물이다. 여전히 견고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건물의 수명이 너무 짧은 우리나라로서는 본받아야 할 부분이 아닐까. 더구나 문화 유적지인데......


삽화도 많이 그렸고, 도자기 작업도 했고, 여러모로 창작욕이 마구마구 불타올랐던 피카소였나 보다. 


"저급한 예술가들은 베낀다. 그러나 훌륭한 예술가들은 훔친다." - 파블로 피카소


그나저나 예술의 전당... 아니 뿐 아니라 다른 곳도 마찬가지인데... 전시회를 가보면 설명에서 오타와 비문이 지나치게 많다. 피카소전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영상에 깔린 자막까지도... 왜 신경을 안 쓸까?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하는 글인데... 이해가 안 가네...


발자크 초상화가 충격적이었다. 굉장히 말도 안 되게 그렸는데 닮았어...;;;;;

발자크가 하루에 커피 4~50잔을 마셨다고 하던데, 정말 카페인 중독사일까? 










11월은 직장과 병원을 많이 오갔고, 집안 살림도 하느라 무척 바빴는데도 문화생활은 더없이 분주했다. 무척 피곤했는데, 피곤한 만큼 이런 곳에서 에너지를 얻어야만 할 것 같았다. 별 다섯 짜리 만족지수는 좀 부족했지만... 그래도 눈과 귀를 많이 즐겁게 했다. 내 마음은 좀 허전했지만.

펼친 부분 접기 ▲



2013, 토르, 천둥의신, 다크월드, 액션, 모험, 판타지, 미국영화, 앨런테일러, 크리스헴스워스, 나탈리포트만, 톰히들스턴, 안소니홉킨스, 크리스토퍼에클리스턴, 이드리스엘바, 북유럽신화, 망치, 수퍼히어로, 어벤져스, 스텔란스카스가드, 제커리레비, 레이스티븐슨, 제이미알렉산더, 아사노타다노부, 캣데닝스, 아데월아킨누오예아바제, 르네루소, 리처드휘튼, 러셀발로흐, 클리브러셀, 앤드류크레이포드, 앨리스크리지, 조나단하워드, 어떤시선, 드라마, 다큐영화, 인권영화, 박정범, 신아가, 이상철, 임성철, 김한주, 이영석, 황재원, 길해연, 박주희, 로또, 공명, 이지웅, 서진원, 손인정, 전소현, 김남진, 이종윤, 황정민, 민용근, 여호와의증인, 종교, 이단, 대체복무제, 군대, 실버택배, 밍크코트, 병역거부, 종교적신념, 친구, 친구2, 곽경택, 느와르, 한국영화, 유오성, 주진모, 김우빈, 장영남, 정호빈, 기주봉, 이철민, 이준혁, 황성준, 장지건, 선호진, 정수교, 배성종, 강한나, 이상훈, 원웅재, 신준범, 지승현, 박성현, 윤진하, 박아인, 조폭영화, 복수, 부성애, 더파이브, 스릴러, 정연식, 웹툰원작, 김선아, 온주완, 마동석, 연쇄살인범, 사이코패스, 신정근, 정인기, 이청아, 희귀혈액형, 장기밀매, 박효주, 조한철, 김현수, 최학락, 정수영, 여민주, 박지홍, 한연경, 이승훈, 고봉구, 오만석, 이용이, 살인마, 모방범, 헝거게임2, 캣칭파이어, 헝거게임, 프란시스로렌스, 영화원작소설, 제니퍼로렌스, 조쉬허처슨, 리암헴스워스, 우디해럴슨, 샘클라플린, 필립세이모어호프만, 토비존스, 지나말론, 엘리자베스뱅크스, 폴라맬콤슨, 스탠리투치, 윌로우쉴즈, 도날드서덜랜드, 레니크라비츠, 라타샤로즈, 앨런리치슨, 아만다플러머, 메타골딩, 린코엔, 스테파니리슈런드, 미라아하웰, 패트릭세인트에스프릿, 로저밋첼, 잭퀘이드, 테일러클레어, 산드라엘리스라퍼티, 서바이벌게임, 혁명, 각성, 시스템, 반란, 왕중왕, 불꽃드레스, 존재감, 틱톡, 초침, 째깍째깍, 이키가미, 내생애가장아름다운일주일, 결혼전야, 멜로, 애정, 로맨스, 코미디, 옴니버스, 러브액추얼리, 홍지영, 김강우, 김효진, 이연희, 택연, 동거, 메리지블루, 구잘투르수노바, 국제결혼, 이주노동자, 이희준, 고준희, 주지훈, 정민주, 이도아, 박선, 커플, 오싱, 무료영화, 일본영화, 토가시신, 하마다코코네, 우에토아야, 이나가키고로, 이즈미핀코, 키시모토가요코, 코바야시아야코, 요시무라지츠코, 미츠시마신노스케, 구츠아이쉬마추, 노기료스케, 러일전쟁, 창수, 이덕희, 임창정, 안내상, 정성화, 손은서, 태성, 전국환, 백수련, 방준호, 강재섭, 지대한, 손병희, 납골당, 슬픈목숨, 공모자들, 열한시, 김현석, 정재영, 최다니엘, 김옥빈, 이대연, 박철민, 신다은, 이건주, 오광록, 타임머신, 시간여행, 타임슬립, 과거, 운명, 숙명, 시간여행자의아내, 특수효과, CCTV, 마리오테스티노, 헬스잡지, 티켓, 마돈나, 기네스펠트로, 김혜수, 라라스톤, 엠마왓슨, 여신, 요정, 데이비드베컴, 케이트윈슬렛, 캐서린맥닐, 패트리샤슈미드, 아프로디테, 영국왕실, 다이애나왕세자비, 찰스황태자, 유전, 세실비튼, 피카소, 예술의전당, 라이프사진전, 피카소의여인, 제우스, 비둘기, 평화의상징, 히에네스, 피카소생가, 피카소재단, 파블로피카소, 발자크, 카페인, 커피중독, 변신이야기, 그리스신화
댓글(0) 먼댓글(1)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2013년 어워드
    from 그대가, 그대를 2014-01-07 00:18 
    2014년으로 바뀐지 일주일 가까이 되었는데, 그래서 이런 페이퍼는 무척 뻘쭘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정리하지 않으면 섭섭해서 나름의 2013년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2013년에는 모두 276권의 책을 읽었다. 이중 동화책이 64권, 만화책이 142권, 소설은 32권, 그밖의 책이 28권이다. 내 짐작보다는 소설을 많이 읽어서 정리해 보고 놀랐다.영화는 모두 94편을 보았다. 집에서 시청한 dvd 등도 포함시킨다면 거의 100편에 육박하지 싶다.그밖에 콘
 
 
 
아무래도 싫은 사람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마스다 미리의 책은 무척 담백하다. 그림도 간결하고 내용도 깔끔하다. 글자수도 몇 없는데 무척 공감이 가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야말로 짧고 굵게!


카페 점장으로 일하고 있는 수짱은 직장 동료가 싫다. 카페 사장의 조카 딸인 그녀는 말도 함부로 하고 날마다 불만 투성이에 점장인 수짱을 말로 깔아뭉개기 일쑤다. 실례되는 말을 해놓고는 농담~이라고 눙쳐버리고 불쾌감을 느낄 상대에게는 부담감을 주는 말로 더 이상의 반격이 나오지 못하게 해버린다. 반응이 늦게 나오는 편인 수짱은 이런 인물을 잘 상대해내지 못한다. 상대가 싫은 것도 싫지만, 그 상대로 인해 자신이 더 싫어지는 이 역효과 때문에 더더더 상대가 싫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성향의 수짱은 내 모습과 많이 닮아 있어서 꼭 내 이야기를 보는 것 같았다. 아흐 동동다리....ㅜㅜ


이것은 무척이나 사소한 일입니다. 하지만, 사소한 것도 계쏙 쌓이다보면 묵직해집니다. -26쪽


수짱에게 사촌 여동생 아카네가 있다. 여동생이 먼저 시집갈 준비를 하고 있어서 부모님으로부터 결혼에 대한 압박이 심하다. 이제 서른인 그녀는 직장에서 마흔살 노처녀 동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늘 똑같은 질문을 하고, 알려주면 귀담아 듣질 않아서 다음에 또 묻고, 손님 접대 뒤 응접실 정리도 하지 않고, 멋대로 휴가를 써서 자신에게 민폐를 끼친다. 2년간 교제하는 남자 친구가 얼른 프로포즈를 해줘서 직장을 그만두는 게 소원이다. 친구들이 결혼식을 한 식장은 피하고 싶고, 피로연에 입을 드레스도 같은 색은 피하고 싶다. 남친은 여전히 결혼 이야기에 뚱한 반응이고 이러다가 갈색 드레스를 입게 되는 게 아닐까 걱정스럽다.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게'라거나 '시집을 보낸다'라거나, 그건 마치 어딘가에 선물로 보내지기 위해 키워진 것 같잖아. 80쪽


부모님, 특히 엄마는 잔소리가 유난히 심했고, 마치 자신을 잘 키워서 사위에게 갖다 바쳐야 할 상대로 말씀하시곤 한다. 옛날 분들 언어 습관이 그런 것이겠지만 고루한 생각에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다. 딸자식을 시집 보내야 내 모든 걱정과 의무가 사라지는 것처럼 느끼실 수도 있다. 일견 이해가 간다. 공감도 가고...


'이런 게 마음에 들지 않아' 라는 타인의 불쾌감은, '너는 이런 일로 나를 화나게 하지는 않겠지?'라는 공기같은 협박. -44쪽


수짱의 직장 동료와 아카네의 직장 동료는 둘 다 진상이지만 수짱 쪽이 훨씬 심하다. 아카네 쪽은 마음 먹기에 따라서 지혜롭게, 혹은 부드럽게 넘길 여지가 있지만 수짱의 경우는 답이 없다. 게다가 사장의 친인척이기까지 하니 더더욱. 그러니 목 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새 직장을 구하기로 결심한 수짱을 응원한다. 그건 도망치는 것도 아니고 상대에게 굴복하는 것도 아니다. 앓던 이가 빠진 것 같은 시원함을 느끼는 게 당연하다. 


점원에게 잘난 척하면서 말을 함부로 하는 습관을 가진 아카네의 남친. 이런 사람들이 내 주변에도 있다. 겨우 그런 자리에서나 갑질하려고 드는 성미가 값싸 보인다. 그런 자리에서라도 위세 등등하게 보이려는 낮은 자존감... 아카네가 남친의 이런 모습을 뒤늦게 인식하기는 했지만 결혼을 앞두고서 곰곰이 생각해 본 것은 잘했다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다. 그걸 가지고 결혼을 하네 마네 시끄럽게 군 것이 아니라 현명하게, 부드럽게, 그리고 상식적으로 반응해 주어서 내가 다 고맙다. 


아무래도 싫은 사람은, 결국 나와 관련이 있기에 더 싫을 것이다. 내가 무시하거나 안 보고 살아도 되는 사람이라면 크게 힘들지 않을 터인데, 보통은 직장 동료이거나 상사이거나, 더 심각하게는 가족이라는 게 문제다.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도 오늘을 살아가는 현실적인 나를 비쳐주는 거울 같았다. 이 작품도 꼭 그렇다. 아무래도 여자 만화라고 이름 붙일 만큼 여자의 심리 상태를 더 많이 반영하니 남자들보다는 서른은 넘긴, 직장생활도 오래 해서 진절머리도 많이 느끼는 그런 여자들이 더 이해하고 공감을 느낄 것이다. 더구나 시집가야 하지 않냐는 소리를 들을 나이 대라면 더더욱!!!


수짱의 표현대로 어른이 되면 새학년도 없고 졸업도 없고... 뭔가 역동적이고 격한 변화가 자연스럽게 찾아오지 않는다. 어제와 같은 오늘, 작년과 비슷한 올해가 되기도 하지만, 그렇게 자연스레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본다. 그 안에서 켜켜이 쌓이는 시간이 주는 지혜가 분명히 있을 것이므로. 그렇게 알아가는 인생의 맛도 분명히 있을 거라고, 믿고 싶으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를 봤어 - 김려령 장편소설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에 집중해 들어가기까지 제법 시간이 걸렸다. 아마도 그동안 읽어온 김려령 작가의 책들이 청소년들을 주 대상으로 하는 글들이었기 때문에 그런 선입견이 있었나 보다. 꽤 높은 수위의 문장들이 나오자 나도 모르게 당황했다. 그제서야 이전과는 무척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럼에도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이 문장을 누가 말한 것인지 되새겨 보아야 알아차릴 수 있는 문장은 피곤했다. 게다가 글이 무겁기까지 했다. 한 해의 마무리를 짓는 소설로는 좀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어느 순간이 지나가자 몹시 집중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다락방으로 올라간 아내 때문에 아래층에 있는 '나'가 무겁다고 했을 때 그저 무심히 지나쳤는데, 그 아내가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린 순간 이야기가 달리 보였다. 뭔가 불미스럽다고 여긴 것들의 기준을 다시 세워야 했던 것이다. 


글쓰는 사람들을 소재로 한 것도 흥미롭다. "그들이 사는 세상"이 드라마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드라마로 풀어냈듯이, 이 책은 소설 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풀어냈다. 죽이 잘 맞는 두 명의 후배를 엮어서 연작 소설을 기획하는 장면이 유독 재밌었다. 


"육상경기가 한번만 열리는 게 아냐. 대신 우리는 작전을 달리해 보자고. 1부 작가가 장르 인물 다 감추고 달리고, 그걸 2부 작가가 요령껏 받아서 달리는 거야. 앞에서 살려놓은 거 뒤에서 죽일 수도 있고, 죽여놓은 거 살릴 수도 있겠지. 자메이카 팀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쭉쭉 달리든가. 누가 능력자인지 좀 보자. 자신 없어?"

"같은 팀이면서 왜 다 감추고 가야 하는데요?"

"낯선 곳에 뚝 떨어진 사람이, 생각지도 못한 세계를 포착할 수도 있거든."  74쪽


오, 이런 기획 정말 흥미롭다. 서간 형태로 주고 받는 글들도 이미 나와 있지만 이런 식으로 남의 글을 받아 자신이 완성하는 형태의 소설도 있을까 호기심이 일었다.


그러고 보니 좋아했던 드라마 중에 '떨리는 가슴'이라고 있었다. 여섯 명의 연출가와 여섯 명의 작가가 2부작씩 맡아서 총 12부작짜리 옴니버스 드라마를 만들었다. 등장인물은 같고 그들의 캐릭터 설정도 동일하지만, 누가 연출하고 누가 글을 쓰느냐에 따라서 느낌이 확 달라졌다. 그럼에도 고수들인지라 전체적인 균형을 흩어놓지 않았다. 이런 매력적인 드라마를 주말 밤도 아닌 애매한 5시 정도에 편성해서 시청률을 바닥이었지만...;;;;;


섹스 전문 작가와 살인 전문 작가가 글을 이어 쓰게 되었으니 살고 죽이는 생사가 쥐락펴락 진행될 것 같았다. 꿈의 고지인 10만 부를 찍으면 세계에서 가장 큰 성기박물관을 짓겠다고 하고, 또 하나는 황금작두를 만들겠다고 했다. 각자의 취향이 반영된 소망이다. 


하하하. 실제 십만부가 나가도 서울에 작은 전세방조차 마련하기 힘들다. 소설가에게 십만부는 그런 것이다. 심정적 부담은 돼도 한번쯤은 가뿐하게 밟고 가고 싶은 고지.
"우리는 시인이 아닌 걸 하늘에 감사해야 해. 시 쓰는 도욱선배는 만부만 나가면 당장 천문대를 살 거래."
"평론 하는 전소희는 천부만 나가도 나로호를 쏠 수 있지 않을까?" 77쪽


재밌게 썼지만 글쟁이들의 회한이 담긴 표현 같아서 조금 안타까웠다. 이 분야만 그렇겠냐마는......


사회적으로 성공했고, 뭇 사람들의 선망과 존경을 받는 인물이지만, 그 인물의 내면에 깊은 우물이 있어 다가오는 사람도 빠지게 만들고, 본인도 그 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허우적댄다. 문득, 장국영이 떠올랐다. 내 친구 하나는 장국영이 생존해 있을 때 그 얼굴을 보면 우울함이 읽혀져서 자살할 상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스스로 목숨을 버리기 전에는 나로서는 상상해 보지 못한 일이다. 하기사, 그렇게 말하자면 그 야무지고 사랑스러웠던 진실 언니는 어떠했던가. 


폭력이 난무하는 집에서 성장한 주인공은 개천에서 용이 난 경우였다. 아내 역시 그런 인물이었다. 서로가 깊은 우물이어서 더없이 어두컴컴했던 두 사람이지만, 그랬기에 서로를 더 잘 이해할 것 같아 보이지만, 내 경험으로도 그런 조합은 그다지 좋지 않다. 서로에게 빛이 되어주질 못하고 안식이 되지 못한다. 스스로를 견뎌내고 버텨내는 것만으로도 버겁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주인공을 읽어내는 것이 조마조마했다. 그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그로 인해 행복해하고, 모든 걸 다 내주더라도 채워지는 만족감을 느낄 때조차 아슬아슬했다. 기어코 무언가가 터질 것만 같아서.


제목이 독특했다. 이 제목은 이 책에서 두번 쓰인다. 한번은 가슴을 왈랑거리게 만드는 설렘으로, 한번은 가슴을 애잔하게 만드는 서글픔으로...


다른 사람의 눈동자에서 읽혀지는 나를 목격한다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을까 싶다. 그 안에서 비치는 내가, 내가 바라는, 혹은 남들도 바라는 그럼 모습이라면 좋겠지만, 내가 감당하지 못하는, 남엠게 내보일 수 없는 그런 모습의 나라면... 그런 나를 보았다면... 누구라도 내쫓고 싶지 않을까. 너를 봤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걸 인정해버릴 때, 뒷감당할 자신이 없을 테니 말이다. 


너를, 봤어. 네 눈에서... 나를 봤어. 그것은 나였어. 세상이 가만 두지 못하고, 내가 어쩌지 못하는 가여운 내가......


200여쪽에 달하는 비교적 짧은 느낌의 소설이었다. 그런데 다 읽고 나니 전력질주로 장거리 달리기를 한 것 같은 피로가 몰려온다. 등장인물들에게 지나치게 감정이입이 되어버린 탓이다. 힘은 들지만, 그 경험이 나쁘지 않다. 이런 인물들을, 조금은 더 이해하게 된 것 같아서... 조금 더 연민을 가질 수 있게 되어서... 더불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지난 몇달 간 나를 참으로 힘들게 했던, 안 보고 싶지만 안 볼 수 없어서 더 슬펐던 그 사람이. 덕분에, 조금은 더 너그러워질 수 있을 것만 같다. 그 안에서 나도 보았으니까. 나 역시... 너를 보았으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범블아디의 생일 파티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27
모리스 샌닥 글.그림, 조동섭 옮김 / 시공주니어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태어나서 한번도 생일 파티를 해보지 못했던 범블 아디가 아홉번째 생일을 맞게 되었다. 모두가 지나치거나 모두가 잊은 척하거나, 더는 축하해줄 이도 없는 상태에서 맞닥뜨린 범블아디의 생일 날은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모리스 샌닥의 생일과 똑같은 날짜를 택했다. 실제로 모리스 샌닥도 어려서 생일파티에 대한 어떤 풀리지 않은 아쉬움이 있었던 게 아닐까. 범블 아디의 마음이 꼭 이해가 되는 것이 내가 그랬었다. 부모님은 어린이 날이나 크리스마스 날에 선물을 주신 적이 한번도 없었다. 산타 할배로 변신한 부모님의 선물을 자랑하는 친구들을 늘 부러워했을 뿐이다. 생일 날도 크게 다르지 않았던 터라 범블아디의 마음이 크게 와닿는다. 가족이 축하해주는 생일잔치도 근사하지만, 친구들을 초대해서 왁자지껄하게 보내는 생일에 대한 기대가 분명 나에게도 있었다. 친구들을 초청한 나의 생일 파티는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아, 그때 그 기분이 확 살아난다. 친구들을 집으로 초청한 생일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구나.^^



범블아디는 식구들이 모두 식용으로 세상을 떠난 뒤였고...ㅜ.ㅜ 아델라인 고모님께 입양이 된 상태였다. 고모님이 준비해 준 카우보이 의상과 케이크는 충분히 훌륭했다. 범블아디도 무척 신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범블아디는 '파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친구들을 가득 초대해서 시끌시끌하게 즐기는 그런 파티!!



범블아디는 초대 카드를 보냈다. 파티는 무려 '가장 무도회' 형식으로 열렸다. 돼지 친구들의 저 찬란한 의상들을 보시라. 모두들 상상력이 넘치고 재치가 가득한 녀석들이다. 



실제로는 돈이 많이 들어서 쉽게 해보지 못하지만 어떤 캐릭터를 재현해 보는 코스프레에 대한 로망이 있다. 좀 화려한 시대물 의상도 입어보고 싶고 무사 역할도 해보고 싶은 로망... 직접 해보진 못했지만 이렇게 그림 속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껴본다. 아, 조로도 해보고 싶다. 가면에 대한 로망!!!



그러나 애석하게도 파티의 흥은 오래 가지 않았다. 범블아디의 생일날 멋진 저녁을 함께 하기 위해서 고모님이 귤을 사들고 일찍 집으로 오신 것이다. 



게다가 집안은 얼마나 난장판이 되어 있던가! 이 친구들이 얌전히, 조용히, 깔끔하게 놀았을 것 같지는 않다. 혹여 고모님이 늦게 오셨으면 좀 치워놨을까? 그건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아무튼 엉망진창이 된 집안 꼴에 화가 머리끝까지 나버린 고모님! 아홉까지 세겠다고 했다. 그 안에 안 나가면 모두 '햄'으로 만들어 버릴거라는 무시무시한 협박까지!


아하하핫, 열도 아니고 아홉이란다. 범블아디의 아홉번째 생일을 이런 식으로 축하하시나? 



이제 다시 파티는 없다는 엄포에 열살이 안 되겠다고 맹세하는 귀여운 범블아디! 돼지 세계에서 나이 아홉살이면 인간 나이로 몇 살일까? 모르지만, 뭐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 


이래저래 버럭 성을 내긴 했지만 고모님은 여전히 범블아디를 사랑한다. 범블아디도 알고 있다. 이야기의 마무리가 급작스럽긴 하지만, 범블아디의 서운했던 마음과 들뜬 마음, 초조한 마음과 다시 기쁜 마음까지도 모두 자세히 전달되었다.


이 책은 모리스 샌닥의 유작이다. 그는 갔지만 아직도 그의 책이 종종 나오는 걸 보니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책들이 꽤 있었나보다. 왕성한 그의 창작 활동이 무척 다행스럽게 느껴지는 지점이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만큼 폭발적으로 즐겁거나 신나거나 좋지는 않았지만, 옛 생각도 나고 생일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이었다. 게다가 '범블아디'라는 이름, 참 좋다. 발음부터가 예쁘다. 모리스 샌닥의 이름처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