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달리기 푸른숲 역사 동화 7
김해원 지음, 홍정선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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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여왕이라고 늘 찬사받기 일쑤였던 '오월'이 핏빛으로 기억되는 것은 광주의 학살 흔적 때문이었다. 오월의 달리기라는, 운동회를 연상시킬 법도 한 이 책의 제목에서도 서늘함을 느꼈던 것도 바로 책의 배경이 되는 장소가 광주였기 때문이다. 


소아마비 아버지를 둔 명수는 뜀박질을 잘해서 할머니의 자랑거리였고 아버지의 한풀이를 해주는 아들이었다. 전국소년체전 전남 대표 달리기 선수로 뽑힌 명수는 '다크호스'라는 별명도 얻게 되었다. 그 이름이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멋진 거라고, 명수는 어깨가 으쓱해졌다. 


합숙소에서 운동을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너무 지쳐서 다른 무언가를 할 엄두가 나지 않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래도 호기심 많고 장난끼 많은 악동들이 몰려 있으니 사단이 아니 날 수가 없다. 몰래 만화책 빌려오기 내기를 하다가 코치님께 딱! 걸려서 단체를 벌을 서기도 했던 아이들. 명수는 자기보다 앞서 달려 결승선을 통과했고, 이후로도 내내 자기를 앞지르는 황정태를 이기는 게 목표였다. 어린이다운 목표이자 나름의 꿈이었다. 라이벌을 이기고, 만화책을 마음껏 빌려 보고, 군것질도 좀 하는... 딱 그만큼의 목표를 이루고 싶던 아이들 앞에 1980년의 광주는 그야말로 지옥의 문이었다.



작품은 광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단지 그 학살의 순간의 끔찍함만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아이들 각자가 갖고 있는 내면의 목소리를 끄집어 내었는데, 명수가 시장에서 불편한 다리 때문에 망신을 당한 아버지를 외면했던 부분이 마음을 아리게 했다. 머지 않아 아빠를 잃게 될 이 아이가 그때 아버지를 외면했던 자신의 죄책감을 어떻게 견디며 살지 암담했기 때문이다. 



합숙소 6호 방 친구들이 머리를 맞대어서 시내로 나갔던 날이 시작이었다. 갑작스레 나타난 군인들이 시민들을 구타했고 죄없는 학생들이 군홧발에 사정 없이 짓밟혔다. 한번도 상상해 보지 못했고,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끔찍한 일들이 눈앞에서 재현되었을 때 아이들이 공황상태에 빠지는 것은 당연했다. 


"나가 아까부텀 생각혔는디, 아무래도 저 군인들은 우리나라 군인이 아닌갑다. 북한 김일성이가 보낸 인민군이 분명허당께. 우리나라 군인이믄 한나라 사람을 복날 개 잡드끼 두들겨 패겄냐?"
진규가 몸서리를 쳤다. 명수는 뒤를 돌아봤다. 광주천 건너 멀리 한 무리의 군인들이 뛰어가는 게 보였다. 그라믄 우리나라 군인들은 워디 있는 겨? -96쪽


누구라도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어떻게 자국민 지키라고 가 있는 군대에서, 그 국민들 세금으로 만든 총 들고서 자국민을 해칠 수 있을까. 그런 명령을 내린 사람을, 어떻게 용납할 수 있을까?


아이들은 혼란스럽고 두렵고 무서웠다. 이런 와중에 작가님은 잠시 쉬어갈 틈을 주시니, 이런 문장은 웃으면서 웃게 만든다.


"니들은 내 비밀을 알믄 깜짝 놀랄 거신디?"
진규 말에 셋 모두 윗몸을 일으키며 그게 뭐냐고 물었다.
"긍께 그기...... 나는 로보트여. 인조인간 로보트 마징가 제트 맹키로. 팔이 무쇠라 던지기 선수가 된 거랑께."
진규의 터무니없는 말에 셋은 어이없어 하면서 도로 자리에 누웠다. 진규는 다리까지 무쇠였으면 저기 밖에 있는 악당들을 다 물릴칠 텐데, 아쉽게도 박사님이 다리를 빼먹었다면서 입맛을 다셨다.
"그랑께 군인들이 악당인 거여라?"
성일이 아주 심각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제. 만화서 보믄 나쁜 로보트를 조종허는 진짜 악당은 뒤에 숨어 있잖여. 군인들은 악당헌티 조종당허는 로보트인거제."


미국에서 월남 전에 파병되었던 군인들이 그 후유증으로 정신질환을 많이 앓고 자살도 많이 했다는 글을 보았다. 우리나라 가스통 할배들 중에도 파월 군인이 많을 터인데, 그 후유증의 한 반동이 아닐까도 싶다. 다른 나라에 가서도 그럴진대, 자국민을 상대로 그랬다면 그 폭풍은 더 심하지 않을까? 그 의문과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해서 더더욱 상대방은 빨갱이가 되어야 하고 종북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 것 아닐까? 


명수는 나주 출신이었다. 이렇게 위험할 때에 아버지가 합숙소로 아이를 데리러 오신다고 했다. 길이 막혀서 접근하지 못하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아버지는 기어이 광주 시내로 들어오셔쏙, 그 바람에 총탄에 맞아 돌아가셨다. 불편한 다리로 시계를 고치며 열심히 사셨던 아버지, 시장 바닥에서 넘어져서 빨간 사과와 함께 뒹굴었던 아버지, 무뚝뚝하시지만 대회 나갈 아들을 위해서 제일 좋은 운동화를 사주셨던 그 아버지가 그렇게 돌아가셨다. 그리고 그렇게 아버지를, 어머니를, 또 아들을 딸을 잃은 사람이 그곳에 얼마나 많았던가. 아직도 그치지 않는 눈물을 가슴에 품은 채 살고 계신 많은 분들이......


여기까지는 이 책의 배경을 알면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이 책은 거기서 한발자국 더 나간다. 그곳에서 사람 냄새 나게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의 이야기, 그리하여 사죄하기 위해서 발품을 팔았던 사람의 이야기가 마치 액자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서럽고 고통스러운 이야기 속에서 자그마한 희망 한줄기, 옅은 미소 한자락 지을 수 있게 만드는 마무리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작가님의 이름을 눈여겨 보게 된다. 이렇게 뭉클한 이야기를 만드는 작가님은 꼭 기억해 둬야지...


광주에서 이리 참혹한 짓을 저질러 놓고, 정부는 태연하게 전국 체전을 열었다. 3S정책이 실감난다. 그게 33년 전에만 그랬을까? 지금은 어떤지 돌아보게 된다. 



광주의 슬픈 이야기를 알지 못하는 어린이 친구들에게는 간략한 정리 목록이 도움이 될 것이다. 더불어 '26년'이나 '화려한 휴가'를 같이 보면 좋겠다. 잔혹한 내용이 있으니 어른과 같이 시청하거나 읽으면 좋겠다. 의외로 차분히 일러주면 아이들은 귀를 기울이고 또 지극히 상식적인 반응으로 이해를 한다. 



민중 항쟁의 역사와 같은 시기 세계에서는 무슨 일이 있어났던가도 정리해 주었다. 진지한 눈으로 들여다 본다면 더 깊은 이해와,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의 소중함도 함께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어떻게 지켜야 하는 지도... 그 소중하고 귀한 기회와 가치에 대해서 차분하게 이야기 해보자. 아이들도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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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12-08 0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계절청소년문학상을 받은 '열일곱 살의 털>과 <우리는 가족입니까>를 쓴 김해원 작가, 나도 주목하고 있어요.
오월에 출간되자마가 사서 읽었는데 리뷰는 못 썼어요.ㅠ

마노아 2013-12-08 23:35   좋아요 0 | URL
이 책을 보고 나니 말씀하신 책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가요. 작가님 이름을 기억해야겠어요. 롱런하실 분 같아요.
이 책 저도 그쯤 산것 같은데 한참 뒤에 읽었네요. 오월에 읽었다면 더 뜨겁고 더 벅찼을 것 같아요.ㅜㅜ
 
오월의 달리기 푸른숲 역사 동화 7
김해원 지음, 홍정선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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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 아까부텀 생각혔는디, 아무래도 저 군인들은 우리나라 군인이 아닌갑다. 북한 김일성이가 보낸 인민군이 분명허당께. 우리나라 군인이믄 한나라 사람을 복날 개 잡드끼 두들겨 패겄냐?"
진규가 몸서리를 쳤다. 명수는 뒤를 돌아봤다. 광주천 건너 멀리 한 무리의 군인들이 뛰어가는 게 보였다. 그라믄 우리나라 군인들은 워디 있는 겨?-96쪽

"니들은 내 비밀을 알믄 깜짝 놀랄 거신디?"
진규 말에 셋 모두 윗몸을 일으키며 그게 뭐냐고 물었다.
"긍께 그기...... 나는 로보트여. 인조인간 로보트 마징가 제트 맹키로. 팔이 무쇠라 던지기 선수가 된 거랑께."
진규의 터무니없는 말에 셋은 어이없어 하면서 도로 자리에 누웠다. 진규는 다리까지 무쇠였으면 저기 밖에 있는 악당들을 다 물릴칠 텐데, 아쉽게도 박사님이 다리를 빼먹었다면서 입맛을 다셨다.
"그랑께 군인들이 악당인 거여라?"
성일이 아주 심각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제. 만화서 보믄 나쁜 로보트를 조종허는 진짜 악당은 뒤에 숨어 있잖여. 군인들은 악당헌티 조종당허는 로보트인거제."-110쪽

"이 회중시계 땀시 나가 시계공이 되었제. 평생 농사나 짓고 살아야 허나 부다 혔는디, 이 시계 땀시 나 인생이 바뀐 거여. 시계공이 얼매나 멋지냐. 시간을 맹그는 거잖여. 이 아부지가 난중에 늙으믄 이걸 우리 집 가보로 냉길겨. 이 시계 봄시로 허고 잪은 꿈을 이루라고 말이여. 명수 니가 장가들믄 물려줄 것이여."-1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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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11-26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전,후,좌,우...다 있던데요. 세상이 구라천국 정직지옥이다 보니...

마노아 2013-11-27 13:05   좋아요 0 | URL
30년 전만 해도 뒤에 있었던 것 같은데, 요샌 전후좌우상하 다 있는 것 같아요. 온 천지가 악의 소굴...;;;;;
 
남대문의 봄 - 숭례문 600년 이야기
이현숙 지음, 유기훈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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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 이어 대한민국까지 600년을 이어온 숭례문의 이야기다. 숭례문의 탄생과 소멸, 그리고 새롭게 태어난 600년의 삶을 이야기 했고, 그것을 아주 아름다운 그림으로 표현해냈다.
숭례문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다. 시간 순서대로 이어지는데, 그 각각의 이야기를 사계절에 맞추었다.

파루, 새벽 4시다. 종루에서 시작된 종소리가 서른 세 번 울리고, 꽁꽁 닫혀 있던 남대문이 열리면 통행금지가 해제된다. 이른 아침 하루를 시작해야 하는 사람들이 바쁘게 이 문을 통과한다.

사대문과 사소문을 표현한 그림이 정겹다. 지금과 비교하면 아주 자그마했던 서울의 옛 모습도 그려보게 된다. 서울을 둘러싼 네방위의 산 이야기도 같이 해주면 좋겠다. 유난히 지대가 낮아서 한글자를 더 보태어 '흥인지문'이 된 동대문 이야기도 덧붙이면 또 좋겠다.

지붕 위 잡상 친구들을 소개해 주자. 삼장법사와 손오공, 저팔계와 사오정이 반갑게 맞아줄 것이다. 이 작품에는 여러 사건들 속에서 이들 잡상 친구들의 추임새가 양념처럼 끼어드는데, 각각의 캐릭터를 잘 살려서 필요한 말들을 해주고 있다.

지금이야 광화문 앞 세종로 주변에 큰 건물들이 많아서 남대문이 보이지도 않지만, 그 옛날에 높은 건물 없던 시절에는 남대문에서 광화문까지 다 보였을 것이다. 그야말로 주작대로의 느낌으로! 여유가 있다면 피맛골과 같은 짜투리 이야기도 더 보태주면 좋겠다.

한양이 도읍으로 정해지고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다. 다시 고려의 수도였던 개경에 밀렸던 적도 있고, 국난도 몇 차례 겪었다. 한마디로 한양의, 조선의 희노애락을 모두 지켜본 남대문 되겠다.
거드름 잔뜩 피우며 남대문을 통과했을 사신행렬들. 잡상 친구들은 구경거리가 많아서 신났겠지만, 행사를 준비해야 했던 사람들은 무지 힘들었을 것이다.

남대문의 개축 공사에 대해서도 언급해 주었다. 세종임금님, 성종임금님...
비가 오지 않아서 모두가 고생하던 시절에 남대문을 닫고 시장을 옮겨야 한다는 상소가 올라왔다고 한다. 이런 에피소드는 작가님이 실록에서 남대문으로 검색을 해본 다음에 발췌한 게 아닐까, 혼자 짐작해 보았다. 하핫^^

과거 급제자들이 벌이는 시가행진 삼일유가. 임금이 내려준 어사화를 머리에 꽂고, 하얀 말을 타고 위풍당당하게 거리를 누빈다. 광대들이 재주 넘고, 악공들은 풍악을 울린다. 동네방네 사람들 몰려와서 구경을 하고, 남대문의 지붕 위 잡상들도 구경에 여념이 없다. 과거 급제를 이야기하면서 슬쩍 사림 이야기를 내비친다. 그렇게 성종 시절까지 진행된 것이다.

남대문 앞에 있었다던 연못 그림도 예쁘다. 이런 풍경을 날마다 보았다면 남대문은 하루도 지루하지 않았을 것이다.

연산군 편에서 등장한 용 그림이 무시무시해 보인다. 나름 민심을 반영한 그림?
하지만 아무렴 전쟁 때의 민심 같을까?
어느새 시간은 조선이 세워지고 200년 뒤로 흘렀다. 임진왜란이 난 것이다. 도성이 불타고 궁이 불타고, 백성들이 피흘리는 온갖 모습들을 남대문은 그 자리에 서서 모두 지켜보았을 것이다. 마음이 많이 아팠을 테지...

전쟁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정묘호란도 모자라 병자호란까지...
한겨울에 길게 이어진 피난길이 차갑고 서럽기만 하다.
조선백성들, 임금 복도 참 없지...

다시 시간이 흘렀다. 전쟁의 상처도 아물고 남대문 앞 시전은 활기를 되찾았다.
대동법의 시행으로 시전 상인들은 선금으로 물품을 사오니 얼마나 신이 나는 거래였을까.

영조 임금은 자주 시전 상인들을 만나는 자리를 갖곤 하셨다. 그때 올랐던 곳이 남대문의 문루. 남대문은 백성을 바라보는 임금님과, 임금을 바라보는 백성의 모습을 모두 목격했을 것이다. 임금님의 잦은 눈물까지도...

화성으로 곧잘 행차하곤 했던 정조 임금님, 그럴 때면 억울함을 호소하는 격쟁이 벌어지곤 했다. 이 요란하고도 놀라운, 흥미로우면서도 의미심장한 장면들을 모두 지켜보았을 남대문! 배다리 구경은 나도 해보고 싶구나...

엄마 손 잡고서 장구경 하다가 엄마를 놓쳐버린 어린 아이 하나. 남대문 칠패 시장에서 벌어진 놀이패의 재주넘기를 넋을 잃고 본다. 엄마 찾을 생각도 안 하고 저래도 괜찮나 싶었는데, 다행히 아이가 사라진 걸 알아차린 엄마가 남대문 앞으로 온다. 혹여 놓치기라도 하면 이 앞에서 만나자고 미리 약속해 두었나 보다. 그 시절이라면 무엇보다도 더 찾기 쉬운 이정표가 되어주었을 테지. 남대문은 이런 상징으로도 꽤 중요한 동반자가 되어 주었구나. 우리 역사 속에서...

시간은 어느덧 고종 시절까지 흘러왔다. 고종 임금님과 흥선대원군. 서로 등동린 부자의 모습에서 골 깊은 애증이 느껴진다.

이야기는 일본의 침략까지 이어졌다. 그야말로 남대문의 '겨울' 시절이다.

전차가 깔렸고, 그 전차에 아이가 깔려 죽었다. 남대문에서는 백성을 향한 대포가 설치되었고, 성벽이 허물어지기까지 했다. 일제의 만행이다. 뿐인가. 학생들이 끌려가고 소녀들이 정신대로, 위안부로 끌려갔다. 비참하고 끔찍한 역사의 흔적이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이 온다. 해방을 맞았고, 새 나라가 들어섰다.
전쟁이 있었지만 다시 회복의 시간이 온다고 믿었다. 그런데...
2008년 2월 10일,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남대문은 까맣게 타서 재가 되어버렸다.
온 국민의 마음도 까맣게 타버렸다.
늘 말없이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어서 얼마나 소중한지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존재였다.
전 국민의 관심 가운데 남대문은 다시 세워졌다.
남대문의 진정한 봄이 온 것일까?
최근의 소식을 생각한다면 아직은 좀 멀어 보인다.
한번 크게 사단이 났던 걸 생각하면 복원은 좀 더 세심하게, 신중하게 단계단계를 밟아야 할 터인데 그 놈의 조바심이 문제다. 공기를 단축시키고 무리를 한 터라 여기저기서 균열이 보인다. 제발, 한번에 제대로 하자. 사고는 그만 치고....;;;;;

남대문을 화자로 빌려서 사실은 조선의 역사, 그리고 오늘에 이른 우리의 역사를 전하고 있다. 600년을 이어온 도읍 한양, 서울의 이야기 말이다.
조선의 역사를 공부한 아이들이 읽는다면 재밌게 볼 수 있겠다. 아직 조선사를 전혀 모른다면 다소 지루할 수 있겠다. 사전 공부가 좀 필요하다.

그림이 아주 훌륭하다. 엽서 받고 싶었는데, 구입할 때 같이 받았다. 수채화가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준다.
기왕에 책을 보았다면 직접 남대문을 방문해 보는 것도 좋겠다. 너무 멀지만 않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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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9 1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1 0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3-11-25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잘 지내시죠? ㅎㅎ 오랜만에 들어와서 좋은 책 구경하고 가요.
그림도 예쁘고 내용도 좋은 것 같아서 찜해두었어요.^^

마노아 2013-11-27 13:04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시지요?
이책 그림 분위기가 참 좋아요. 한폭 한폭 따로 액자에 걸어도 좋을 그림들이에요.
날이 너무 추워졌어요.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하고요. 옷도 따숩게 입고 다니셔요.^^

글샘 2013-11-29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왕이면, 왜놈들이 붙인 남대문이란 이름 말고,
숭례문으로 제대로 불러줬으면 좋았을 건데요...

순오기 2013-11-29 21:27   좋아요 0 | URL
책제목을 보는 순간 나도 같은 생각을 했어요~
이런 건 편집과정에서 충분히 바꿀 수 있었을텐데... 아쉽네요.
하지만 포토리뷰는 좋아요~ ^^

마노아 2013-11-29 21:32   좋아요 0 | URL
저도 똑같은 생각을 책 보자마자 했어요. 그런데 시작 부분에 원래 이름은 숭례문이지만 사람들은 편히 '남대문'이라 불렀다고 설명하면서 시작하는 거예요.
그래서 일본 사람들이 남대문으로 강조하기 전에 백성들도 남대문으로 불렀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죠.
있을 법 하기도 해서요.
이 책은 내용은 좀 나열식이라서 다소 늘어지는 분위기가 있는데, 그림이 워낙 좋아서 단점을 덮어주네요.^^
 

엄마는 작년에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으셨더랬다. 병원에선 코 안쪽으로 혹이 있으니까 제거 수술을 하라고 했다. 서울대학병원이었는데, 검사를 12월에 받았고, 수술 날짜는 7월에 잡혔다. 환자가 너무 많아서 빠르게 잡은 게 그 날짜라고 했다. 엄마는 생활에 아무 지장이 없다며 수술을 받지 않으셨다. 그리고 교통사고가 나면서 CT 상에 이 혹이 다시 잡혔다. 이비인후과에서는 뼈 붙기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며 당장 수술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은 양성이지만 악성으로 변하기 직전이라며... 그래서 수술 날짜가 잡혔다. 내일 모레다. 그 전에 당 수치가 높다고 해서 처치를 받았고, 교통사교 환자이기 때문에 내일은 MRI도 찍어야 한다. 이래저래 판이 커졌다. 우야튼! 이 참에 아픈 데는 다 치료 받고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다짐에 다짐을 두고 있다. 중풍의 흔적도 있다고 해서 이부분도 조심해야 한다. 여러모로 자주 식겁하고 있는 요즘이다. 


요새 나의 일과는 매우 바쁘다. 직장 다녀와서 병원 다녀오고 사이사이 일주일에 두 차례씩은 수영을 다녀오려고 하고(병원 때문에 주에 한번씩은 계속 빠지게 된다.) 집에 와서는 분리 수거와 세탁, 청소와 음식 준비에 바쁘다. 이 모든 걸 하나씩 하고서 내 방으로 돌아오면 매번 시간은 12시를 가리킨다. 신데렐라도 아닌데 12시 땡순이가 되다니!


처음 끓였던 순두부 찌개는 무려 일주일 동안 먹었다. 아, 얼마나 지겨웠던가! 나는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가 먹고 싶었다. 월요일, 당장 레시피를 뽑았다. 멸치 봉다리에 든 멸치를 모두 털어넣고서 육수를 팔팔 끓였다. 애호박과 팽이버섯을 넣고 1+1이라 생각하고 샀는데 사실은 제값 다주고 산 찌개용 두부도 썰어넣었다. 마늘도 약간 넣었고 잡채 만들다가 남긴 표고버섯 꼭지도 넣었다. 아, 된장도 풀었구나! 마지막에 대파 넣고 풋코추를 쫑쫑 가위로 잘라 넣었다. 그리하여 나온 비쥬얼이다. 



음하하핫! 당장 언니한테 전화를 했다. 내일 아침 먹을 국 있어?? 눈치 빠른 울 언니, 있다고! 냉큼 대답한다. 그렇지만 나는 통 크게 절반을 덜어서 언니 갖다 줬다. 왜 이리 많이 주냐고 언니가 구박을 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다음날 맛이 어땠냐고 물으니, 좀처럼 맛있다, 재밌다, 좋다-소리 없는 둘째 시스터가 싱겁긴 한데 맛있다고 했다. 후후훗, 만족스러워!


병원에 가서 엄니께 자랑을 했다. 봉다리 안에 있던 멸치 다 넣었다고 하니 엄마가 화들짝 놀란다. 대여섯 개만 넣으면 되는 거라고. 음, 그만큼 넣은 것 같은데.... 집에 가서 내가 버린 멸치의 잔해를 보았다. 얼핏 봐도 서른 마리는 넘어 보인다. 하하핫.... 멸치 서른마리 육수의 힘이었던가.....;;;;; 이제 멸치가 없어. 된장찌개 끓이려면 다시 사와야 해...;;;;



이날은 내 몸에서 전자파가 나오는 게 아닐까 의심이 가던 날이었다. 난 분명 길음역에서 내릴려고 일어났는데 이번역이 '당고개'라는 것이다. 순간 반대방향으로 잘못 탔나 싶어 옆을 쳐다 보니 다음 전광판에는 '길음역'이라고 제대로 표기되어 있다. 전광판 오작동인가 보다. 이어서 버스로 갈아탔는데, 버스 안의 시계와 버스카드 태그 시계가 엄청난 차이를 보이며 흘러가고 있었다. 여긴 또 왜 이러냐...;;;;;


그리고 병원에 도착했는데 엘리베이터에 '점검중' 불이 들어와 있다. 병실 7층인데...ㅜ.ㅜ 계단으로 갈 것인가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안에 사람이 가득하다. 엘리베이터는 멀쩡히 움직이고 있었다. 뭐냐?? 이 쓰리콤보는???


근데 여기서 안 끝났다. mp3 플레이어가 블루투스 이어폰이랑 연동이 안 되어서 A/S를 맡겼는데 보드 고장이라 수리비가 65,000원이나 되니 고치지 말고 일반 이어폰 쓰라는 권고를 받았다. 이어서 디카가 줌이 나온 상태로 멈춘 채 파워가 안 들어온다. 이게 모두 하루 동안에 일어난 일이다. 왜 이러지.... 왜 이럴까.....;;;;;


수요일, 유부초밥에 도전했다. 언니는 세현군도 도전할 수 있는 품목이라고 비웃어 주었지만 나는 신성한 마음가짐으로 도전!!


병원에서 돌아와서 서둘러 밥을 안치고 세탁기를 돌리고, 아직 따뜻한 밥을 가지고 세개의 도시락을 만들었다. 하나는 내가 먹고, 하나는 병원의 엄마에게, 하나는 윗층 언니네한테.... 양이 많지 않았지만 아무튼 유부초밥 완성!



조카들은 먹었는데 언니는 먹지 않았다고 한다. 수영 다녀와서 엄마한테 들렀는데, 저녁 5시에 저녁 드시고 출출했던 엄니가 맛나게 드셨다. 한봉지 남았는데 조만간 다시 해야지... 저 때는 스팸 잘게 썰어서 넣었는데, 참치 넣으면 맛 괜찮을까 모르겠다. 겉을 계란물에 담갔다가 부쳐도 좋을 것 같은데 계란도 다 먹었다. 요새 장보기 아주 바쁘다.


냉장고에는 순두부 팩이 아직도 세개나 더 있었다. 마트에서 4개에 천원하는 걸 엄마가 사두셨는데, 지난 번에 내가 하나 끓였고, 아직도 셋이 남은 것이다. 순두부로 검색을 해보았더니 '순두부 계란찜'이라는 게 나왔다. 오! 이거야! 이걸 하겠어!!



레시피대로 양파와 피망과 당근과 버섯을 잘게 썰었다. 내 딴에는 잘게 썰었는데 엄니 말로는 너무 크다고 하신다. 하지만 이보다 더 잘게 썰어버리면 내 손가락도 썰 것 같아서 말이지....;;;;;


이 레시피의 특징은 우유다! 계란 네개를 믹서에 넣고 우유 한컵과 함께 돌리는 것이다. 그렇게 섞인 계란을 아까 넣어둔 야채 담긴 뚝배기에 붓고 순두부 투척 후 은근하게 저으면서 익혔다. 마지막에 통깨를 뿌리고 완성! 이게 금요일의 요리다. 참고로 화요일에는 롯데리아 새우버거 세트로 때웠고, 목요일에는 언니 사무실에 가서 일해주느라 짜장면을 먹었다.



찬밥 데워서 몇 수저 떠서 비벼 먹었다. 싱거워서 많이 넣어도 안 짜네. 


수영 가면서 막 수영장에서 돌아온 언니한테 덜어가라고 일러두었다. 언니는 맛있다고 했다. 근데 생각보다 많이 가져가지는 않았다. 이번에도 좀 싱겁다는 얘기는 나왔다. 병원에 계신 엄니한테도 보온병에 담아서 가져갔는데 역시 좀 싱겁지만 맛있다고 하셨다. 내 요리들은 다 싱겁구나...


토요일인 어제는 된장찌개를 한번 더 끓였다. 찌개 반을 덜어주었더니 이번 주는 금세 떨어져서 일주일씩 먹을 수가 없었다. 다시 장을 본 관계로, 콩나물이랑 느타리 버섯이 추가 되었고, 다시마도 큼직하게 잘라 넣어 육수를 만들었다. 아! 쌀뜨물도 준비했구나! 더 맛있게 끓일 자신이 있었는데, 끓이다 보니 뭔가 좀 이상하다. 허전해... 허전해.... 대체 뭐지??? 아뿔싸! 된장을 안 넣었다. 된장찌개에 된장을 안 넣다니!! 서둘러 된장을 풀어 녹였다. 하하핫, 조금 늦었을 뿐이야. 아주 조금....;;;;;


콩나물을 넣은 관계로 중간에 뚜껑 안 열려고 무지 노력했다. 이것저것 다 넣은 뒤에 약불로 줄여서 은근히 끓였다. 지난 번보다 된장이 더 들어갔는지 좀 더 텁텁하다. 대신 두부에 맛은 진하게 들어서 이건 좋았다.



일요일인 오늘은 오전 11시 40분부터 오후 3시 20분까지 내내 주방에 있었다. 오늘의 요리는 감자 샌드위치와 샐러드다. 사실 그저께 호밀 식빵을 사두었는데, 마침 엄마가 자주 해주시던 감자 샌드위치가 생각난 것이다. 그래서 오이랑 감자랑 멸치(지난 번에 다 써버린...;;;), 바나나랑 플레인 요거트, 양상추를 사왔다. 양배추랑 양상추가 어떻게 다른지 몰랐는데 직접 사보니 다른 게 확 보였다. 라푼젤에 나오는 그녀석은 양배추인가, 양상추인가??? 문득 궁금해졌지만 찾아보지는 않았다. 근데 설마 배추는 아니겠지???


암튼! 본격적으로 요리에 들어갔다. 감자는 압력밥솥에 삶아야 했지만, 아침에 밥하고 나서 아직 설거지를 못했으므로 전자렌지에 삶았다. 매번 오밤중에 밥을 하니 아침마다 식은밥 데워 먹었는데, 그게 싫어서 오늘은 일부러 아침에 밥을 했다. 감자는 전자렌지 전용 그릇에 담고 소금을 약간 뿌리고 10분을 돌렸는데, 좀 더 돌릴 걸 하는 후회가, 나중에 감자 으깰 때 들었다. 덜 삶아서 안 은깨지는 녀석이 몇 덩어리 발견되었다.


달걀은 실온에서 한시간 정도 방치했다가 소금과 식초 넣고 끓인 물에 조심스럽게 넣었다. 근데 한 녀석은 물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지진 내며 금이 가버렸다. 아씨, 예쁘게 삶고 싶었는데.....;;;;;


감자랑 달걀 으깬 그릇에 양파와 오이와 당근을 갈아 넣었다. (잘게 썰 자신이 없어서..;;;) 소금 약간 뿌리고 설탕 조금 넣고, 마요네즈는 정말 조금 넣었다. 그리고 빵에 발라서 먼저 시식! 시장이 반찬인지라 아주 맛나게 먹었다.



토스트 전용 빵이 아닌 게 살짝 아쉽고, 치즈랑 머스타드 소스가 있었으면 더 맛났을 것 같은데 이것도 살짝 아쉽... 

소스류는 전날 냉장고를 다 뒤집어서 청소를 했는데, 모조리 유통기한 지난 거라서 죄다 버려버렸다. 그밖에 각종 육수와 ~~즙 종류도 모두 버렸다. 냉장고가 환해져서 마음이 좀 편해졌다. 


나의 냉장고 청소 도우미는 베이킹 소다!



며칠 전에 구입한 녀석들이다. 분무기에 넣고 냄새나거나 얼룩진 곳을 두루두루 청소했다. 주방과 욕실, 냉장고와 화장실까지.... 아, 요새 너무 집안일에 열심인 것 같아...


다시 요리로 돌아가보자! 샐러드도 만들기로 했다. 병원에 계신 엄마 덕으로 사과와 단감이 많이 생겼다. 바나나는 전날 사왔고, 아몬드는 집에 있다. 플레인 요거트를 마요네즈 대신 붓기로 했다. 아무래도 마요네즈는 칼로리가 너무 높을 것 같아서 말이다. 결과적으로는 안타까운 선택이었지만!


커다란 그릇에도 다 담기질 않아서 그릇 두개에 나눠 담았다. 브로콜리도 데쳤고 딸기는 세로로 잘랐다. 사과는 갈변할까 봐 설탕물에 담가두었다. 단감은 씨앗이 단단해서 자를 때 애먹었다. 양상추는 엄마의 충고대로 겉껍질은 많이 벗겨내고 속의 것을 사용했다. 집에 있는 파프리카를 쓰려고 했는데 둘째 언니가 일러주었다. 그거 피망이라고. 


음, 피망은 초록색만 있는 줄 알았는데 빨간색도 있구나. 언니가 오늘 파프리카 사다주었다. 대빵 컸다. 피망의 1.5배는 되어 보인다. 음... 피망과 파프리카는 다른 거구나..;;;;


아, 단호박도 넣고 싶었다. 엄니가 사둔 것 중에 단호박이 있었는데, 샐러드에 넣으면 아주 맛날 것 같았다. 단호박은 어떻게 찌는 것인가 미리 검색을 해두고 단호박을 씻었다. 그리고 썰었는데, 아뿔싸! 그냥 호박이었다.



얘는 왜 단호박처럼 생겨가지고... 사람 헷갈리게시리....;;;;;


하여튼! 이런 우여곡절 끝에 재료 다 넣고 마지막에 플레인 요거트에 소금 간 약간 해서 완성했다. 



만신창이가 된 주방을 남겨둔 채 일단 엄니에게로 달려갔다.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점심 드시고 급체한 엄니가 그래도 맛나게 드셨다. 그리고 저녁은 굶으셨다. 그 저녁은 내가 먹었는데, 결국 엄니는 느즈막하게 병문안 오신 분이 사온 야채죽을 드셨다 한다. 울렁거린다고 암것도 못 드시겠다고 하시더니 소화제 드신 게 효과가 있었나보다.


4인용 병실에 두명이 퇴원하고 한분이 더 있었는데, 이분은 아주 솔직한 분이라 샐러드는 그냥 그렇고 샌드위치는 맛있었다고 했다. '처음치고는!' 하하핫, 나도 안다.(ㅡㅡ;;;;)


언니네 식구가 늦게 와서 샐러드 만들고 한참 뒤에 먹게 되었는데, 어느새 양상추 숨이 다 죽어버려서 처음의 생동감이 느껴지질 않는다. 소스를 다 붓지 말고 나중에 찍어먹으라고 할 걸...;;; 굉장히 많이 했는데 어쩌지....(저 왼쪽 사진의 두배 분량;;;)


암튼, 그러고도 나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 주에 해독쥬스 만들고 남겼던 토마토가 생각나서 해독쥬스를 한번 더 만들었다. 브로콜리랑 토마토랑 당근 넣고 삶은 물에 사과와 바나나를 썰어 넣었다. 요구르트가 없어서 매실쥬스를 조금 넣었다. 그리고 갈았다. 지난 주에 만든 것보다 새콤하고 맛있었다. 변비에 효과 있다고 해서 열심히 먹는데, 재료비가 많이 들어서 계속 먹기 힘들 것 같다. 


9월 달에 역류성 후두염이 재발해서 약을 계속 먹었는데 통 효과가 없었다. 약국에서는 변비 때문에 그런 것 같다며 유산균을 먹으라고 했다. 유산균 한달치 약을 샀더니 무려 74,000원. 뭐가 이렇게 비싸...ㅜ.ㅜ 프룬도 먹고 아침에 사과도 먹고 하는데 크게 효과가 없다. 해독쥬스도 아주 표나게 효과가 있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안 먹는 것 보다는 낫겠지!


산더미 같은 설거지를 다 하고 나니 내일 나가야 할 음식물 쓰레기 봉투도 가득 채웠다. 내친김에 분리수거 할 것들도 다 현관 쪽으로 정리해뒀다. 내일은 엄니가 이비인후과 수술 때문에 고대 병원에 입원하시는 날이므로 따로 청소할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병원에서 날마다 화분 걱정하는 엄니의 당부대로 화분들에 물도 주었다. 옥상에 있는 화분들은 얼지 말라고 옮겨 주었다. 


요새는 통 치마를 못 입는다. 치마를 입으면 스타킹을 신어야 하고 구두를 신게 된다. 시간도 시간이거니와 기동성이 떨어져서 바쁠 때는 많이 불편하다. 청바지에 스웨터, 운동화에 백팩을 고수하고 있다. 가방에는 접을 수 있는 얇은 장바구니도 들어 있다. 그거 없으면 봉투값 30원 추가. 나 완전 주부된 것 같아.ㅎㅎㅎ


머리핀 직접 만들어 보겠다고 재료 사다둔지 한달 쯤 된 것 같은데 상자만 열어보고 만져보지도 못했다. 엄니 퇴원하시고 나서야 가능할 듯하다. 그때는 겨울이 되어 있겠지. 


내일 모레는 정독 도서관에서 하는 '오래된 디자인' 강연회가 잡혀 있는데 엄니 수술 날이니 갈 수가 없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그나저나 병실 2인실 걸리면 안 되는데... 지금도 병원비 후덜덜하게 나오고 있는데 병실이라도 무던히 6인실 잡혔으면 좋겠다. 


처음에 엄마 입원하시고 나서 사발면하고 3분 카레부터 샀다. 햇반도 샀는데, 너무 비싼 것 같아서 그건 뚫어펑!으로 바꾸고 대신 쌀을 샀다. 엄니가 막 구토하시는 바람에 세면대가 막혀서 그거 뚫는다고 욕봤다.ㅎㅎ


인스턴트로 도배를 한 식단을 예상했는데, 막상 먹으려고 하니까 그게 좀 싫은 것이다. 나이가 몇 갠데, 이제 찌개 정도는 할 수 있어야지... 시행착오가 있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다. 처음에 사둔 사발면과 레토르 식품이 아직 많이 남았다. 이건 나중에 아주 귀찮고 피곤한 날 먹어야지. ^^


서재 글은 거의 못 읽고 있다. 책도 많이 못 읽고, 문화생활도 너무 멀어... 그렇지만 역시 중요한 것은 건강! 나의 건강 가족의 건강이 함께 지켜질 때 가족의 평화가 유지될 것이다. 아 맞다! 내가 참 좋아하는 권교정 선생님... 대장암 투병 중이신데 폐에 전이되어서 수술을 또 받으신단다. 안타까비... 부디 모두모두 건강하게 살아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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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11-18 0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니 수술도 잘 되어서 빨리 쾌차하시길 빌어요~~~
찌개도 끓이고 여러가지 요리도 만들면서 혼자 살아가는 독립운동이 시작됐는데 잘하고 있어요~ 짝짝짝
음식은 싱겁게 먹는 게 좋아요~~~~~~ 하다보면 간도 딱딱 맞추고 조리 시간도 단축될거에요.^^

마노아 2013-11-21 08:15   좋아요 0 | URL
수술 잘 끝났어요. 지금은 회복기에 들어가셨답니다.
엄니가 당뇨 때문에 음식을 싱겁게 드셔야 하는데 자꾸 강한 간을 그리워 하시네요.
이참에 저도 음식 좀 싱겁게 먹도록 노력해야겠어요.
하다 보면 음식 솜씨도 점점 늘겠지요? 그날을 기다리고 있어요.^^

아무개 2013-11-18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쁘셨을텐데 이런 페이퍼 까지 ㅋㅋ

아무래도 어머니 퇴원하실때까지는 못 만나겠네요.
이렇게 바쁜데 보자고 못하겠어요.

날이 엄청스레 추워졌네요, 감기조심! *^^*

마노아 2013-11-21 08:16   좋아요 0 | URL
올해가 가기 전에는 꼭 보도록 해요. 보고 싶어요~

동네 병원 입원해 계실 때는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고대 병원으로 세배 정도로 멀어지니 체력이 금방 고갈되네요.
오늘은 일어나 보니 목이 잔뜩 부어 있어요. 감기 왔나봐요. 병원 가야겠어요. 날마다 가는 병원이지만...ㅎㅎㅎ
아무개님도 감기 조심하셔요!!!

세실 2013-11-18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니에게 든든한 힘이 되는 마노아님^^ 어머니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마노아님은 주부보다 더 바지런해요.
오늘 청주엔 꽤 많은 첫눈이 내렸습니다. 행복한 한주 되세요!

마노아 2013-11-21 08:17   좋아요 0 | URL
겨울에 저는 추워주겠는데 엄니가 열이 많이 나는 이유를 알겠어요.
집안일이 엄청나게 많은 노동력을 요구하더라구요. 티는 별로 안 나는데 말이지요...;;;;
아아 월요일에 정말 눈이 많이 왔지요. 첫눈이 이렇게 펑펑 오다니 신기했어요.
세실님도 주말 즐겁게, 건강히 보내셔요. 어느새 겨울이 다가온 것 같아요.^^

잘잘라 2013-11-18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니 수술 잘 되고 빨리 회복하시길 바래요.

마노아 2013-11-21 08:17   좋아요 0 | URL
메리포핀스님 고맙습니다! 수술 간단한 편이어서 금방 끝났어요. 근데 왜 퇴원 날짜를 안 알려주지...;;;;
우리 모두 건강하게 지내요~ ^^

Mephistopheles 2013-11-18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좌우당간에 일종의 "신부수업"을 겸한다고 생각하시는게.....

마노아 2013-11-21 08:18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이제 그넘만 만나면 되는데...ㅎㅎㅎ

BRINY 2013-11-18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이번 기회에 아픈 데 다 치료받고 나오셔야죠~

근데, 권교정샘이 폐에 암 전이요? 아...몰랐네요...이런...

마노아 2013-11-21 08:18   좋아요 0 | URL
확실히 연세가 있어서인지 여기저기 고장이 많더라구요. 삶의 여정이 묻어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어요.
울 엄니는 연세 때문이라지만 우리 교님은 어쩐답니까... 암은 젊은 사람에게 너무 치명적이에요.ㅜ.ㅜ
 

   FUN 과학

제 1999 호/2013-11-13

계절이 바뀌면 사람도 변한다

휘잉~ 찬바람에 길바닥 가득 쌓였던 낙엽이 덩어리로 뭉쳐 굴러간다. 찬바람은 자꾸만 불고, 낙엽이 쓸려간 자리에 딱 그만큼의 낙엽이 다시 쌓인다. 바야흐로 가을, 아니 초겨울이 시작된 것이다. 태연, 창가를 지나가다 낙엽을 보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는 아빠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란다. 아빠의 손에 뭔가 수상쩍은 검정 뭉치가 들려있다.

“아빠, 울어요? 왜? 어디 아파요?”

“아프다… 마음이….”

“누가 욕했어요? 엄마가 뚱뚱하다고 구박했어요?”

아빠가 손에 들려있던 불길한 뭉치를 태연에게 보여준다. 머리카락 뭉치다. 태연은 아빠의 유난히 허전해진 정수리와 머리카락 뭉치를 번갈아 보고는 그제야 아빠의 눈물을 이해한다.

가을이 아빠의 머리카락을 훔쳐간 거구나. 계절은 왜 자꾸 바뀌어가지고 울 아빠를 슬프게 하는 걸까. 나쁜 계절!”

“그렇다고 계절이 바뀌지 말라고는 할 수 없잖냐. 1년 주기로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는 걸 말릴 수도 없고, 삐딱하게 기울어진 자전축을 똑바로 세울 수도 없으니 말이다.”

“예에? 계절이 지구의 공전 땜에 생긴다고요? 헐, 대박! 난생 처음 듣는 얘기에요!”

“태연아, 틀림없이 교과서에 나오는 걸로 아는데 그걸 난생 처음 듣는다니, 나도 많~이 당황스럽구나. 지구가 자전축을 기준으로 약 23.5도 삐딱하게 기울어서 태양 주위를 공전하기 때문에 지구까지 오는 태양빛의 양이 매일 조금씩 달라지고, 그래서 계절이 생겨나는 거란다. 또 바다와 육지의 분포, 해류, 해발고도 등에 따라서도 약간의 차이가 생기지.”

“가만가만 기억을 떠올려보니, 배운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해요. 그런데 아빠, 계절이 바뀌면 낙엽만 떨어져야지 아빠 머리카락은 왜 자꾸 빠지는 거예요? 날도 추워지는데 정수리가 그렇게 허전하면 머리까지 나빠지는 거 아닐까요?”

결국 아빠는 태연의 머리를 꽁 쥐어박는다.

“우리 태연이는 공부는 못해도 염장은 참 잘 질러 그치? 계절이 여름에서 가을, 겨울로 넘어가면 우리 인체도 많은 변화를 겪는단다. 머리카락의 경우, 봄과 여름에는 활발히 자라다가 가을, 겨울에는 잘 성장하지 않는 휴지기를 겪는데 이때 체내의 남성호르몬이 탈모호르몬으로 바뀌게 되면서 머리를 감을 때마다 추풍낙엽같이 머리카락이 떨어지는 서글픈 현상이 나타나지. 흑흑흑….”

“아빠, 그만 울어요. 뚝!”

“또, 따듯한 곳에 적응했던 몸이 찬바람을 맞으면 바이러스에 취약해지면서 감기에도 잘 걸려요. 습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면역계가 제대로 활동하지 못해 온갖 감염병에 걸리기도 쉽고, 특히나 예민한 걸로 따지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눈은 안구건조증과 함께 충혈, 따가움, 각막염 등이 오기 쉽지. 가을만 되면 머리가 당기듯 아프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안구건조증이 원인인 경우도 많으니까 두통약만 먹지 말고 안과에 가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란다. 뿐만 아니라 추위 때문에 근육과 혈관이 수축되면서 심혈관질환은 물론 어깨, 허리, 무릎, 발목 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고, 심지어는 얼굴 근육이 수축되면서 인상까지 찡그린 형태로 바뀌기 쉬워요.

“안 좋은 게 뭐 이렇게 많아요?”

“아냐, 좋은 것도 있어. 날씨가 추워지면 살이 빠지거든.”

“아빠, 지금 저 무식하다고 놀리시는 거예요? 가을이 천고마비(天高馬肥), 즉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계절이라는 것쯤은 저도 안다고요. 설마 말만 살이 찌고 사람은 빠진다는 얘길 하시는 건 아니겠죠?”

“어허, 아빠가 명색이 과학잔데 거짓말을 하겠냐? 날씨가 추워지면 인체는 심장박동이나 소화 같은 기본적인 생명유지에 보다 많은 에너지를 쓰게 돼 있어. 다시 말해 기초대사량이 높아진다는 거지. 가만히 있어도 더 많은 에너지를 쓰니까 ‘같은 조건’이라면 살이 빠질 수밖에 없어요. 보통 가을, 겨울엔 여름보다 10% 정도 기초대사량이 높아진단다. 지난 2011년 서울대학교 교수팀이 비만인 20대 10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추위에 자주 노출이 되면 체지방이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도 있어요.”

“그래도 이상해요. 대부분 겨울이 되면 살이 찌던데요? 나도, 아빠도, 엄마도. 기초대사량이 높아지는데 왜 살이 찌는 거예요?”

“아빠가 ‘같은 조건’에서 살이 빠진다고 했잖니. 여름하고 똑같이 움직이고 똑같이 먹으면 살이 빠지지만, 보통의 경우 날이 추워지면 실내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떨어진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기름지고 달달한 음식이 당기기 마련이거든. 그러니 더 살이 찌는 거지.

“아~ 그래서 아빠의 배가 찬바람만 불면 임신 6개월 배에서 8개월 배로 급격히 커지는 거구나. 근데 아빠, 남자들은 정말 가을을 타요? 첫사랑이 막 생각나고? 아빠도 그래요?”

“그건 맞아. 남자든 여자든 가을을 탈 수밖에 없어. 일조량이 감소하면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의 분비는 감소하고 숙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분비는 증가하거든. 이럴 때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생기면 ‘계절성 우울증’이 오기 쉽단다. 만사에 흥미가 떨어지고 예민해지는 건 보통의 우울증과 같지만, 과다수면을 취한다는 점에서 좀 다르지. 흔히 계절성 우울증은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우울증은 워낙에 잘 재발하는 병이라서 자칫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까 조심해야 해. 그리고 첫사랑은…. 음, 생각이 안 난다고 할 수는 없지.”

“아빠 첫사랑은 누구에요? 지난번에 취해서 부르던 그 가영씨 맞아요?”

“가영씨? 처음 듣는 이름인데? 아빠 첫사랑은 추현숙이야. 가을 추(秋), 추현숙. 그래서 가을이면 더 생각나….”

“아싸, 낚였다. 엄마! 아빠 첫사랑이 추현숙이래에에~~!!”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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