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생겼어요 병만이와 동만이 그리고 만만이 3
허은순 지음, 김이조 그림 / 보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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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만이는 내 동생이에요.
아빠가 신문 가져오라면 나 대신 가져오는 동만이.
입던 옷 싫증 날 때쯤 되면 내 옷을 물려 입는 동만이.
오줌 누고 물 내리려고 하는데, 오줌 마렵다고 종종걸음으로 오는 내 동생 동만이.
동생이 있다는 건 귀찮은 일만은 아니에요.
가끔 동만이가 엄마, 아빠한테 이를 때만 빼고요.


병만이와 동만이 시리즈 3편을 여는 첫 부분이다.
~하고 ~하는 동만이~로 소개하는 건 앞의 시리즈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렇게 운율감 느끼게 하는 소개 글은 뒷 부분에서 구체적인 사례로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요렇게만 봤을 때는 동만이가 자발적으로 심부름도 하고 형아랑 찰싹 붙어서 무척 정겨운 분위기를 보이는 것 같은데, 속사정을 알아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아빠가 자신에게 시킨 심부름을 마치 처음부터 동만이 시킨 것처럼 살짝 속여 먹는 병만이. 뭐 사기치는 건 아니지만 나름 얄밉기도 한 것이, 울 언니가 나 어릴 때 많이 써먹었던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냥 해달라고 해도 기꺼이 해주는데 꼭 거짓말 치는 게 괘씸하다는 이야기!

이번 이야기의 주제는 '동생'이다. 지난 번에 동생 잠깐 보는 동안 '엎어지면 코 닿을 데' 다녀온 엄마 때문에 잔뜩 애먹은 병만이는 당연히 진짜 동생은 싫다. 그렇지만 동생 없는 동만이는 동생 만들어 달라고 엄마를 조르기 바쁘다. 빨래 너는 엄마의 손 끝에 '동만이 돌 기념' 수건이 보인다. 동만이 돌 지난지 얼마 안 된 때라는 것도 짐작 가능하다. 그림으로 상황과 분위기를 잘 설명해 주었다.

동생 소리가 강아지 소리로 바뀐 것은 TV 프로그램을 보고 난 뒤였다.
불이 활활 타오르는 고리를 훌쩍 뛰어넘는 커다란 개를 보았던 것이다.
어릴 적에 오락실에서 인기 있었던 서커스가 생각난다.
사자가 불타는 고리를 훌쩍 뛰어넘는 게임이었는데, 점프를 잘못하면 홀랑 타서 시커멓게 변해서 죽어버렸다. 아, 서커스가 아니라 올림픽이었나???
암튼, 그 오락게임은 심장 떨려서 못했고 난 주로 '원더보이'를 했다.
아, 갑자기 옛날 오락 하고 싶어지네. 요새는 오락실 가도 이런 게임은 없을 것 같은데....

하여간! 그리하여 일심동체가 되어서 강아지 키우게 해달라고 조르는 병만이와 동만이 형제!
강아지마저 오면 어쩐지 생명의 위협을 느낄 것 같은 로봇 녀석의 벌벌 떠는 모습도 재미있다.

아빠 엄마를 모두 협공한 덕분에 결국 강아지를 키우기로 결정했다.
TV에 나왔던 그 개의 새끼를 데려오기로 한 것이다.
경산에 산다는 강아지를 데려오기 위해서 식구들은 먼 길을 가야 했다.
가스불? 현관? 지갑?
혹시 깜박한 것이 없는 지 하나하나 되짚어 보는 엄마의 표정이 진지하다.
깜박깜박!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침에 출근할 때 뭔가 찝찝한 느낌이 나면 그날은 무언가 두고 온 게 있는 날이다. 당장 생각이 안 나서 부랴부랴 버스에 오르면 그 순간 짠!하고 잊어버렸던 게 떠오르곤 한다. 하지만 이미 버스는 떠났지...;;;

평소 형아의 로봇 인형에 눈독 들이던 동만이가 형 잠든 사이에 몰래 로봇을 빼내오고 있다.
이후 그림에서는 모두 자기 등에 두른 포대기에 업고 있는데 병만이가 못 알아차린다.ㅎㅎㅎ


병만이는 TV에서 나온 그 개가 나은 새끼 중 한 마리를 품에 안았다.
자라면 하얀털로 바뀌지만 새끼 때는 검은 털이 나 있는 이 개를 청삽사리라고 한단다.
삽살개가 털 북실북실한 것은 알았는데 어릴 때 털 색이 다르다는 것은 몰랐다.
삽살개가 천연기념물 맞나? 박칼린 책에서 그렇게 읽은 것 같다.

병만이는 동생이 웃을 때 눈 모양이 '반달'이 되는 걸 좋아했다.
새로 식구가 된 이 새끼 강아지도 눈썹이 반달 모양이다.
난 조카가 웃을 때 눈모양이 꼭 귤 한조각처럼 휘어지는 걸 좋아한다.
그게 병만이 식으로는 반달 눈인 것이다.
웃을 때 휘어지는 그 정겨운 모양!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식구들은 강아지 이름을 뭐라고 지을 지 고민했다.
동순이, 병동이, 깜둥이, 경만이 등등 여러 이름이 후보로 거론되었지만 끝내 낙찰된 이름은 '만만이'다.
병만이의 만과 동만이의 만이 결합된 이름이다.
만만해서 만만이일 수도 있지만! ^^

이제 드디어 '병만이와 동만이 그리고 만만이' 시리즈 이름이 모두 등장했다.
다음 편부터는 만만이의 활약도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이야기가 끝난 다음에는 부록처럼 등장하는 코너가 있다.
"동무들은 어떤 심부름이 하기 싫어?"
라는 질문에 저마다 할 얘기들이 아주 많을 것이다.
난 막내여서 주로 심부름을 하는 편이었지, 심부름을 시키며 살아보진 못했다.
이거 보면서 문득 떠오른 옛 기억 하나.
대학교 때 유적 발굴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에, 장마철에 비가 와서 실내에서 조각난 토기 조각을 니스 칠해서 번호 매기던 일을 하고 있었다.
탁상 건너편에 있는 무언가를 건네 달라고 후배에게 말을 했는데, 이 녀석이 자기만 부려먹는다고 나한테 버럭 했었다. 당시 이녀석이 뒤늦게 사춘기를 겪는지 매 사건사건 나한테 많이 대들어서 밉상이던 참이었다. 내 팔이 닿으면 내가 집어들었지, 자기 옆에 있는 것 달라는 것도 인색했던 이 녀석이 오늘 부쩍 떠오른 것은! 자기 식구들 먹은 설거지만 하고 내 밥그릇만 남겨두고 나간 언니 때문일지도...;;;; 난 항상 청소도 자기네 방도 다하고 설거지도 모두 다 하는 구만... 하아..;;;;

그래서 두번째 질문, 내가 만약 언니라면.... 나는 동생 어여삐 여길 것 같다. 왜 그것도 못하냐고, 그게 수능 문제에 나오냐고 타박 놓지 않고서 말이다. 아, 나 오늘 맺힌 것 다 생각날라 그래...ㅜ.ㅜ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하며 엄마와 아기를 줄로 이어 보자. 나비와 애벌레를, 닭과 병아리도 짝을 지어 보자. 내 짝은 어디 있나?(응?)

두 그림이 어디가 다른지 찾아보자. 복잡한 그림도 아닌데 은근히 다른 부분이 많다. 쏙쏙 찾아보자. 색칠을 해봐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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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06-05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어 보이는 책이에요.^^

마노아 2013-06-05 23:29   좋아요 0 | URL
유아와 어린이의 중간 단계에 있는 아이들을 위한 읽기 책이에요. 기획 책임에도 재미가 아주 커요. 학습적으로도 훌륭하구요.^^
 
설희 9
강경옥 글.그림 / 팝툰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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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희 9권도 사두고서 한참만에 보았다. 다음 연재 분량으로 내가 본 마지막 권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열어 보니 내가 본 연재분이 더 남았다. 그러니까 아마도 10권까지는 내가 본 내용일 것이고, 11권이나 되어서야 보지 못한 내용이 나올 것이다. 두권을 기다려야 된다고 생각하니 벌써 애가 탄다.

 

 

이 부분은 연재 분을 볼 때도 열받았던 부분이다. 저 얄밉고 싹퉁머리 없는 아영이를 제발 누군가 혼구녕을 내줬으면 하는 마음! 이왕이면 설희보다 세라가 직접 해줬으면 한다. 낮에 무척 황당한 일을 겪었는데, 그때 톡 쏘아주지 못하고 돌아온 게 무척 속상했다. 늦게 타올라서 오래 가는지라 꼭 그렇게 한발자국씩 어긋난다. 이 책에서 세라를 보면서 자꾸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고 응원도 하게 되고 그렇다.

 

그래도 설희를 만나고 난 뒤부터 세라는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비록 연애에 있어서는 여전히 진전이 없어 답답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마음 속 소리를 조금은 더 내보이는 세라다. 파티도 그렇게 해서 가게 되었다. 설희의 특급 카드로 결제한 옷차림은 일본에서 온 리카의 안목으로 골라준 옷이다. 그렇게 말하지만, 사실 이런 스타일의 옷은 강경옥 작가님의 책에서 자주 보는 옷차림이다.ㅎㅎㅎㅎ 예쁘다고 생각해서 한컷 찍었는데 이렇게 전신을 보여주니 어째 머리가 너무 크게 그려진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일본에서 아라시 때문에 건너 온 리카는 그야말로 불같은 여자였다. 너무 뜨거워서 이런 여자의 사랑을 받는다는 건 어째 부담스러울 것 같다. 그녀를 여동생 정도로만 생각하고 여자로 보지 않는 아라시 때문에 그녀의 사랑은 외롭고 괴롭고 서럽다. 이제라도 아라시가 바른 말을 해주는 것은 다행이지만 지난 십년 세월은 어쩌라고.. 아라시 나빠요!

9권에서 꿈의 진전을 보인 세이는 설희와 사귀기로 결정한다. 설희는 세이에게 강원도로 여행을 가자고 요청하는데, 그 여행의 의미를 이미 알고 있는 독자는 어째 가슴이 서늘해진다. 전생의 인연을 찾아 머나먼 곳까지 온 설희의 여행 종착지는 어디가 될까? 찾고자 한 사람을 찾았고, 그 사람에게서 기억시키고픈 진실도 각인시켰다. 그리고 그 다음은?

 

아직은 더 진행되고 나서야 일이니 천천히 기다리는 게 독자의 도리일 듯! 9권을 한참만에 비닐 뜯어 읽었으니, 10권은 예상보다 일찍 나오겠지. 체감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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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13-06-04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아직도 나오고 있었나요?
도대체 언제적 책인지... 기다리다 지쳐서 아예 잊고 있었어요. ^^

마노아 2013-06-04 09:25   좋아요 0 | URL
하하핫, 계속 나오고 있어요. 다행히도요~
다음에서 무료 연재할 때까지는 보다가 유료로 전환되면서 단행본으로만 보고 있는데, 제가 본 연재분량이 아직 단행본으로 다 나오지를 않았어요. 새로운 내용은 한참 기다려야 해요.^^;;;

후애(厚愛) 2013-06-05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희는 나중에 꼭 보고 말 겁니다.ㅎㅎ

마노아 2013-06-05 23:30   좋아요 0 | URL
완결되면 한꺼번에 보셔요~ 아마 더 재밌게 느껴지실 거예요.^^
 
신부이야기 5
모리 카오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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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자매가 시집을 간다. 유목 민족의 성대하면서 화려한 혼인 예식을 보는 재미가 아주 컸던 5편이다.

 

 

말괄량이 자매들이 혼인식 날 예뻐 보이기 위해서 찜통 더위 속에서 담요를 몇 겹이나 둘러싸고 땀을 뺀다. 땀을 잔뜩 흘리면 피부가 뽀송뽀송해 지겠지. 그렇게 금이야 옥이야~ 예쁘단 소리 들으니 독자도 괜히 기분이 좋다.

 

이 책의 배경은 19세기 중앙 아시아. 영국인 의사 스미스 씨는 이동 중에 아랄 해협 근처의 이 마을에서 혼인식을 구경하느라 잠시 머물고 있다. 그 바람에 독자도 관객이 되어 이들의 진기한 혼인 풍경을 관찰할 수 있었다. 마을이라는 거대한 공동체가 한몸처럼 움직이면서 마을의 큰 경사를 치르고 있다. 어르신들부터 어린 꼬맹이들까지 제 몫의 일을 해내고 있다. 듬직하다.

 

음식을 장만하기 위해 사냥하는 장면까지도 아주 자세하게 묘사했다. 이방인의 눈으로 볼 때 호기심이 일 법한 대목에서는 스미스 씨가 궁금함을 표시해준다. 독자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고 있다. 마을을 한바퀴 돌고서 신부의 집으로 가는 것도 마음에 든다. 우리의 옛 혼인 풍습이 이러했을 텐데, 지금은 참으로 낯설다. 

 

 

얼굴도 감추고 내내 기다리는 것에 지쳐서 신랑들을 다그쳐서 몰래 빠져나온 쌍둥이 신부가 음악 소리에 흥이 겨워 춤을 춘다. 요청에 의해 신랑 형제들은 노래를 부른다. 역시 참 보기 좋은 모습! 혼인식의 주인공도 같이 즐거워야 마땅하지~

 

집을 떠나 이제 시댁으로 가게 되자 뒤늦게 출가외인 되는 의미를 깨닫고 서러워 울어버리는 쌍둥이 자매. 지난 토요일 친구는 친정 부모님께 인사 드릴 때 울어버렸다. 아마 친구의 어머니도 우셨을 것이다. 그리고 그걸 보는 내가 괜히 감정이입 되어서 울고 말았다. 둘째 언니 시집갈 때 그랬던 것처럼 큰언니나 내가 시집 갈 때도 울 엄니는 많이 우실 것 같다. 살아온 사연들이 얼마나 주마등처럼 스쳐갈까. 시집갈 예정이 전혀 잡혀 있지 않건만, 아무튼 상상만으로도 슬펐다. 꼬마 색시들은 우는 모습도 귀엽지만, 나이 먹어서 뒤늦게 시집갈 때 가급적 울지 말자고, 벌써부터 계획을 세워 본다. 어이쿠, 지나치게 앞서가기는!

 

메인 이야기는 시집가는 쌍둥이 자매 편이었고, 그밖에 번외편이 몇 개 실려 있다. 그 중 하나는 할머니의 노익장이 눈부셨던 이 대목이다. 어린 아이가 벼랑 끝에 매달려서 울고 있는데 말이 올라갈 수 없는 가파른 길이어서 모두들 속수무책일 때, 할머니는 산양을 끌어와 비탈진 절벽을 올라가 아이를 구해낸다. 결의에 찬 저 표정을 보시라. 강단 있을 할머니의 젊은 날들이 마구 그려진다. 

 

맨 처음 1권에서 시집 오면서 이 책의 주인공으로 뛰어든 아미르 편도 조금이나마 실렸다.

사냥 실력 좋은 아미르의 저 집중력 쏟아지는 표정이라니, 여자인 내가 봐도 참으로 매혹적이다. 

 

상처 입고 날지 못하는 매를 주워와서 지극정성으로 돌봐준 아미르. 그러나 상처가 다 낫고도 매는 날아오르지 못했다.

그냥 키우자고 하는 어린 신랑에게 야생에서 자란 매를 집에서 먹이를 받아먹는 새로 키우면 안 된다고 잘라 말하는 아미르에게 다시 한번 반했다. 정성껏 키우던 매를 보내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그렇다고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유목민들의 지혜가 돋보였달까. 그 말에 수긍하며 어려운 일을 도맡기로 한 어린 신랑은 또 얼마나 믿음직하던지! 카르르크가 어른이 되면 이보다 더 멋져질 것 같다. 마음의 그릇이 단단하고 넉넉해서 독자로서도 신뢰가 간다. 아미르 부럽구나!

 

초판 부록이다. 책갈피라고 해야 하나. 하나는 크고 하나는 그 절반 사이즈다. 아까워서 잘 못 쓰게 되지만 쟁여놓는 것은 잊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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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5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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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려 깊은 미소를 지었다. 아니, 사려 깊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는 미소였다. 영원히 변치 않을 듯한 확신을 내비치는, 평생 가도 네댓 번밖에는 만날 수 없는 보기 드문 미소 말이다. 한순간 외부 세계를 대면하고 있는-또는 대면하고 있는 듯한- 미소였고, 또한 어쩔 수 없이 당신을 좋아할 수밖에 없으며 당신에게 온 정신을 쏟겠다고 맹세하는 듯한 미소였다. 당신이 이해받고 싶은 만큼 당신을 이해하고 있고, 당신이 스스로 믿는 만큼 당신을 믿고 있으며, 당신이 전달하고 싶어 하는 최상의 호의적인 인상을 분명히 전달받았노라고 말해 주는 그런 미소였던 것이다.

-76쪽

나는 그와 악수를 했다. 악수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오히려 어리석은 일처럼 보였다. 갑자기 어린아이와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251쪽

개츠비는 그 초록색 불빛을, 해마다 우리 눈앞에서 뒤쪽으로 물러가고 있는 극도의 희열을 간직한 미래를 믿었다. 그것은 우리를 피해갔지만 별로 문제 될 것은 없다-내일 우리는 좀 더 빨리 달릴 것이고 좀 더 멀리 팔을 뻗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맑게 갠 날 아침에......
그리하여 우리는 조류를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 가면서도 앞으로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이다.
-253쪽

(작품해설 김욱동)
1910년대 미국의 삶을 이해하려면 시어도어 드라이저의 『시스터 캐리』(1900)를 읽어야 하고 1930년대 미국의 삶을 이해하려면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1939)를 읽어야 하듯이, 1920년대 미국이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위대한 개츠비』를 읽어야 한다. 재즈와 찰스턴 춤과 자동차가 상징하는 1920년대 미국의 사회 현실이 이 작품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미국은 유럽과는 달리 경제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다. 특히 상류계층에게는 재산을 늘릴 수 있는 최적의 시대였다.
-259쪽

그러나 이러한 경제 성장의 그늘에는 도덕적 타락과 부패가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었다. 톰 뷰캐넌과 개츠비가 타고 다니는 번쩍거리는 고급 승용차, 개츠비가 주말마다 벌이는 사치스러운 파티와 마치 ‘불빛을 쫓는 부나비처럼’ 환락과 쾌락을 찾아 헤매는 젊은이들, 톰과 데이지가 보여 주는 도덕적 혼란과 무질서와 무책임은 바로 전쟁이 끝난 뒤 방향 감각을 상실한 채 방황하던 이 무렵의 시대적 분위기를 잘 보여 준다. 피츠제럴드의 한 단편 소설의 제목 그대로 이 무렵의 미국은 말하자면 ‘현대판 바빌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톰의 저택이나 개츠비의 파티처럼 겉으로는 우아하고 고상하며 화려하지만 한 꺼풀만 벗겨 보면 탐욕과 이기와 정신적 공허감이 도사리고 있었다.

-259쪽

에클버그라는 안과 의사가 세워 놓은 광고탑은 전통적인 神의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현대인들은 전통적인 종교를 밀어내고 바로 그 자리에 자본주의와 상업주의라는 새로운 신을 세워 놓았다. 한때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미국의 꿈’은 이제 과육을 빼낸 오렌지나 레몬처럼 껍질만 남은 채 쓰레기 계곡처럼 악취를 풍기고 있으며 안과 의사의 광고탑처럼 상업주의로 변질되었던 것이다.

-271쪽

피츠제럴드는 이 작품의 제목을 두고 무척이나 고심하였다. ‘쓰레기 계곡과 백만장자들’, ‘웨스트에그의 트리말키오’, ‘웨스트에그로 가는 길’, ‘황금 모자를 쓴 개츠비’ 등 여러 제목을 염두에 두었지만 그 가운데에는 ‘푸른색과 붉은색 그리고 흰색’이라는 제목도 포함되어 있었다. ‘푸른색과 붉은색 그리고 흰색’은 두말할 나위 없이 미국을 상징하는 성조기의 색깔이다. 작가가 이 소설을 어떤 식으로든지 미국과 관련시키려고 하였음을 엿볼 수 있다.

-2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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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3-06-04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9쪽에 비문 있다.

나는 그녀의 과거 애정 행각과 아무 관계도 없다는 사실을 표정을 지어 보이려고 애썼다. >>> 사실을 표정을;;;;;
 

   FOCUS 과학

제 1879 호/2013-06-03

대기 중 CO₂ 농도 400ppm, 지구 온도에 빨간불!

1958년 3월, 313ppm.
2013년 5월, 400ppm.


미국 하와이 마우나 로아(Mauna Loa) 관측소에서 최초로, 그리고 가장 최근에 측정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 농도다. 이 기록은 55년이라는 시간 동안 대기 중 CO₂ 농도가 무려 87ppm이나 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만큼 지구 온도는 높아졌고 이상기후 현상도 많아졌다.

여기서 더 중요하게 살펴야 할 부분은 가장 최근 기록인 ‘400ppm’이다. 지난 2007년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가 제시한 마지노선이기 때문이다. IPCC는 지구 온도를 산업혁명 이전보다 섭씨 2도 이상 높이지 않으려면 대기 중 CO₂ 농도가 400ppm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래야 그나마 지금의 지구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최근 세계 각지에서 측정한 CO₂ 농도가 400ppm을 넘긴 데다 마우나 로아 관측소 기록까지 이 선을 넘어버렸다. 2013년 5월 9일에는 400.03ppm으로 발표됐고, 가장 최근 측정값인 5월 27일치는 400.27ppm이었다. 지구 온도가 섭씨 2도 이상 높아질 수 있다는 빨간색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55년 간 살펴본 지구 상태 진단서, ‘킬링 곡선’

마우나 로아 관측소의 기록이 특히 중요한 경고가 되는 까닭은 ‘킬링 곡선(Keeling Curve)’에 있다. 이 그래프는 1958년부터 마우나 로아 관측소에서 측정한 대기 중 CO₂ 농도의 추세를 나타내는데, 매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며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모양을 하고 있다.

1950년대 말에는 연간 0.7ppm 꼴로 높아지다가, 최근 10여 년 동안에는 매년 2.1ppm씩 높아지고 있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등 인간의 활동이 많아지면서 CO₂ 농도가 급격히 늘어나고 지구 온도도 높아지고 있다는 걸 잘 보여주는 ‘지구 상태의 진단서’인 셈이다.


[그림] 미국 하와이의 마우나 로아 관측소에서 대기 중 CO₂농도를 측정한 값을 그래프로 나타낸 킬링 곡선. 1958년 3월 313ppm이었던 CO₂농도는 2013년 5월 27일 400.27ppm으로 측정됐다. 출처 : 미국 Scripps 해양과학연구소.

이런 귀한 자료가 만들어지게 된 건 1958년 당시 서른 살이었던 젊은 화학자 찰스 데이비드 킬링(Charles David Keeling) 박사 덕분이다. 그가 맨 처음 마우나 로아 화산 중턱 해발 3,397m에 세워진 관측소에서 수집한 공기를 분석해 대기 중 CO₂ 농도를 밝혀냈기 때문이다.

처음 1년 동안 측정한 CO₂ 농도는 평형을 찾는 것처럼 보였다. 식물의 광합성 등의 영향으로 대기 중 CO₂ 농도가 높아졌다 낮아지기를 반복했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더 흐르자 CO₂ 농도가 확실히 늘어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2005년 77세로 죽을 때까지 이 작업을 지속했으며, 이후에는 그의 아들이 이 일을 계속하며 지구 상태를 꾸준히 살피고 있다.

결국 마우나 로아 관측소에서 CO₂ 농도가 400ppm을 기록했다는 점은 중요한 경고다. 이런 속도로 CO₂ 농도가 늘어난다면 곧 450ppm도 넘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지구 온도도 섭씨 2도 높아져 생태계에 심각한 타격이 올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지구온난화 여유 온도는 0.65도, 마지막 시간 벌었나?

지구 생태계를 어느 정도 유지하기 위해 IPCC에서 제시한 지구온난화의 기준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산업혁명 이전보다 섭씨 2도 이상 높아지지 않는 것’ 이다. 현재 여기까지 남은 여유는 섭씨 0.65도에 불과하다.

이미 지구 온도가 섭씨 0.75도 높아졌고, 앞으로도 섭씨 0.6도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섭씨 0.6도 상승은 2005년 국립기상연구소의 기후변화모델로 온실가스와 에어로졸 농도를 고정시키고 미래를 전망한 결과 나온 값이다. 그러니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남은 여유는 섭씨 0.65도뿐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소식은 지구온난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는 연구결과다. 영국 옥스퍼드대 환경변화연구소(Environmental Change Institute)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이 포함된 국제공동연구진은 지구 온도가 높아지는 게 생각보다 느리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2013년 5월 19일자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실었다.

2007년 IPCC는 지구온난화에 따라 히말라야 빙하가 오는 2035년까지 완전히 녹아 없어질 수 있고, 지구 온도가 단기간에 섭씨 1~3도 높아질 거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그 상승폭이 섭씨 0.9~2.0도 정도일 것으로 예상돼 최대 섭씨 1도 차이가 났다. 또 향후 수 십 년간 전 세계 평균 기온은 예상치의 약 20% 정도만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진은 그 이유를 최근 바다가 대기 중의 열 흡수를 크게 늘린 데서 찾고 있다. 지난 10년 간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열을 흡수해 대기 중 CO₂ 농도가 400ppm을 돌파하는 와중에도 지구온난화 속도가 느려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바다가 열을 흡수하는 일을 멈추게 되면 대기의 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지구온난화를 경계하는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된다. 지금처럼 온실가스 배출 규모가 늘어나면 지구 온도가 섭씨 2도 이상 높아지는 건 여전히 시간문제일 수 있다. 결국 약간의 여유는 생겼지만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을 덜 할 이유는 없다는 이야기다.

이미 400ppm이라는 위험한 지점을 넘어서고 말았지만 아직 완전히 늦지는 않았다. 지구와 지구상 모든 생명체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말을 맞을 수 있도록 오늘부터 지구 살리기에 동참하는 건 어떨까.

반세기 세월을 하와이 화산 위에서 묵묵히 CO₂ 농도를 측정한 킬링 박사가 꿈꾼 건 어쩌면 매번 꼬물꼬물 올라가는 킬링 곡선의 기울기가 조금이라도 누그러지는 것이었을지 모른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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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6-03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주 식민지 계획에 관련된 다큐를 본 기억이 나는데요.

목성인가 토성의 위성이 인류가 살기 가장 적당하다고 하면서 단지 위성의 대기 온도가
너무 차갑다라는 언급을 하더군요.

그런데 워낙 행성 열 올리는데 탁월한 재주를 가진 인류가 대기 온도만 조그만 올려도
그 위성이 제 2의 인류 거주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란 말 듣고 참 민망해졌답니다.ㅋㅋㅋ

마노아 2013-06-03 14:47   좋아요 0 | URL
바퀴벌레 같은 생명력으로 어디서든 살아남을 것 같은 인류네요.
목성으로 가면 워낙 커서 땅싸움은 좀 줄어들까요? 거기서도 누군가는 땅 투기를 할 것 같네요....;;;;;;;
어느 세대부터는 '아름다운 지구'라는 단어를 자료로만 보게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다큐 영화 '모래가 흐르는 강 ' 보면서요.
이 엄청난 만행들을 인류는 어떻게 갚아야 할지, 참 갑갑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