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N 과학

제 1843 호/2013-04-10

  • 적자생존 NO!! 이제 낙(樂)자생존~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우우 둘이 걸어요~~.’
휘파람이 절로 나올 것 같은 흥겨운 노래, 가사에서처럼 벚꽃이 폴폴 휘날리는 분홍빛 거리, 따스한 봄 햇살을 맞으며 즐거워하는 아이들. 4월의 동물원은 사랑스러운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다. 하지만 태연이는 그 속에서 유일하게 무척이나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태연아, 왜 그래? 동물원 가자고 그렇게 조르더니. 무슨 일 있어?”

“아빠, 작년 말 미국 갤럽이 전 세계 148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행복감 설문에서 한국이 97위를 기록했다는 사실 아세요? OECD 국가 중에 가장 자살을 많이 하는 나라가 된지는 이미 오래고, 이제는 통계가 잡히는 나라 가운데서도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가 돼 버렸죠.”

아빠는 태연의 말에 깜짝 놀란다. 하루가 멀다 하고 학교폭력, 왕따가 아이들을 자살로 내몬다는 뉴스가 나오는 세상 아닌가!

“무슨 일 있어? 혹시 하루 종일 조증 걸린 사람처럼 헤헤 웃고 다닌다고 애들이 왕따 시키냐? 그러게 적당히 좀 웃으라고 했잖아!”

“그게 아니라, 배고파요! 그것도 베리 어~엄청!! 아빠는 ‘동물원 나들이도 식후경’이란 얘기도 못 들어보신 거예욧?”

“그럼 너의 극단적인 우울함이 단지 배가 고파서였단 말이냐? 넌 어쩌면 그리도 단순하고, 말초적이며, 본능에만 충실한 것이냐.”

“저만 그런 건 아니거든요? 저 우리 안에 있는 원숭이, 낙타, 이구아나, 구렁이도 모두 먹을 거 하나만 생각하고 살잖아요!”

“세상에, 별 천만에 말씀 만만에 콩떡 같은 얘기를 다 들어보는 구나. 동물은 먹을 것만 생각하지 않아. 감정이 아주 풍부하다고. 예전에는 희로애락의 감정이 인간만이 가진 고유의 특권이라고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동물학, 뇌 과학, 신경과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동물의 의식과 감정에 관한 연구가 활발한데다 PET, MRI 같은 뇌 영상 기술 덕분에 동물의 뇌도 인간처럼 희로애락에 적극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을 알아냈단다. 다시 말해서 표현방법이 다를 뿐 동물 역시 감정을 느낀다는 거야. 실제로 기니피그의 어미와 새끼를 떼어놓을 때 이들이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뇌 부위는 사람이 슬픔을 경험하는 뇌 부위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는 실험결과도 있단다.”

“정말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니라 인간이 그 감정을 알아채지 못하는 것뿐이라는 거예요?”

“그렇지. 심지어 조너선 밸컴이라는 저명한 동물행동연구학자는 동물들이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고 주장한단다. 즐거움을 느끼려고 무척 애를 쓴다는 거야. 너도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애기는 들어봤지? 스트레스를 받으면 면역체계가 무너져 쉽게 병에 걸리지만, 반대로 즐거운 마음을 가지면 오피오이드(opioid)나 엔도르핀(endorphin) 같은 스트레스 감소 물질의 분비가 촉진돼 면역력이 강해지고 어지간한 병은 거뜬히 이겨낼 수 있게 되지. 동물들은 그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더 건강하게 살아남기 위해 즐거움을 느끼려고 노력한다는구나. 즐거움이야말로 진화와 생존을 위한 최고의 원동력이라는 거야.”

“와, 진짜 신기하다!!”

“저 앞에 있는 이구아나를 한 번 보자꾸나. 햇볕 있는 쪽으로 꼼짝도 않고 고개를 돌리고 있지? 이구아나 같은 변온동물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햇볕을 쪼여야 하는데, 저렇게 따뜻한 온기를 느끼면 기분까지 좋아진단다. 실제로 햇볕을 쬘 때 활성화 되는 뇌의 영역은 인간이 쾌감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영역과 거의 일치하지. 또 얼마 전 파우나 커뮤니케이션 리서치 협회는 고양이가 만족스러워 할 때 보이는 그르렁거림에 무의식적인 치유 효과가 있어서, 부러진 뼈와 손상된 조직의 회복을 촉진한다는 놀라운 연구결과도 내놓았단다.”

이구아나가 햇볕 좋아하는 게 즐거움을 느끼기 위한 것이고, 그 덕분에 면역력이 좋아지고, 그러면 생존에 더 유리해지고…. 저 행동에 이렇게 많은 의미가 있는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흔히 동물의 세계는 약육강식과 적자생존만이 지배하는 무시무시한 정글이라고 생각하지. 수많은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 강한 놈만 살아남는 동물의 세계를 봐 왔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생각이야. 하지만 조너선 밸컴은 동물이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즉 면역력이 강한 신체를 확보하기 위해 동료애와 이타심을 발휘하는 경우도 많다고 주장한단다.”

“와~ 동물의 세계는 놀랍고도 신비해!!”

사람도 마찬가지야. 여자들에게 좋아하는 이성 타입을 물어보면 ‘유머감각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은데, 뇌의 입장에서 보면 유머감각이 뛰어난 남자가 보다 많이 즐거움을 느낄 것이고, 더 탄탄한 면역체계를 갖췄을 테니, 더 강한 녀석일 가능성도 높은 거야. 어쩌면 우리의 똑똑한 뇌가 더 강한 녀석을 배우자로 삼기 위해 웃긴 사람을 좋아하도록 일부러 조종하는 건지도 모르지. 아빠 생각에 태연이 넌, 아마 나중에 숙녀가 되면 어마어마하게 인기가 많을 거야. 아침에 눈 뜨면서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뭐가 그리 재미난 지 웃고 있잖니. 네가 어지간하면 감기에도 걸리지 않는 게 다 웃음 덕분이라고 아빠는 생각한단다.”

“그래서 아빠도 매일 웃고 계신 거였구나. 지난번에 엄마랑 엄청 싸우고 쫓겨나신 날도, 정말 환한 미소를 짓고 계셔서 참 신기했었어요. 밖은 영하 10도인데 그 추위 속에 벌벌 떨면서도 그렇게 맑은 미소를 짓고 계시다니, 그게 다 면역력을 강화해 살아남기 위한 노력이셨군요?”

“무, 물론이지!!”

“근데 엄마는 왜 그런 말씀을 하신 걸까? 아빠가 원래 태어날 때부터 웃는 상이라서, 별명이 ‘고사상의 웃는 돼지’였다고 하시던데요? 초상집에 가서도 계속 웃고 계셔서 상주한테 주먹질을 당한 게 한 두 번이 아니라고 하시던데….”

“우하하하하~! 너의 말도 안 되는 농담을 들으니 또 다시 웃음이 나는구나. 오~ 콸콸콸 넘쳐나는 나의 엔도르핀이여!!”


관련서적: 『즐거움, 진화가 준 최고의 선물』, 조너선 밸컴.
(ISBN : 9788972202172 (8972202177))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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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04-14 0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낙자생존'이라는 이름을 못붙여서 그렇지, 이거 정말 저의 평소 생각인데!! ^^
기계, 물질 문명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능력, 낙천적이고 긍정적일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는 시대인 것 같아요 갈수록.

마노아 2013-04-14 16:11   좋아요 0 | URL
'적자생존'이라고 소리내어 말해 보면 꼭 루저가 된 기분이 드는데, '낙자생존'이라고 소리 내어 말해 보니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걸요. 아자아자 낙자생존!!!
 
인권여행, 어깨동무 북토크
어깨동무 - 만화가 10인의 마침표 없는 인권 여행 창비 인권만화 시리즈
정훈이 외 지음, 국가인권위원회 / 창비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국가 인권위원회 기획 세번째 책 어깨동무. 십시일반과 사이시옷을 무척 인상 깊게 읽었고, 그 무렵에 나온 이어달리기가 세번째 시리즈라고 여겼는데, 알고 보니 '이어달리기'는 여성 노동에 대해서 다룬 책으로 맥락은 서로 통하기는 했다. 어쨌든 그리하여 만난 인권 시리즈 세번째 책 '어깨동무'도 전작들처럼 무척 의미있는 작품이었다.

 

첫 작품 십시일반이 2003년도 출간이니 어느새 십년 세월이 흘렀다. 세번째 출간이다 보니 지나치게 무거웠던 앞의 작품들에 비해서 강약을 좀 더 조절한 느낌이었다.  앞의 두 작품이 '차별'에 대해서 힘주어 얘기했다면 이번 편은 '인권'을 주제로 했으며 소재도 보다 고르게 배치하려고 한 흔적도 보인다. 그러나 그 십년 사이 우리의 인권 감수성은 얼마나 성장했느냐를 떠올리면 한숨부터 나오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한숨만 쉬면서 땅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자 고개를 들고 책장을 펴보자. 우리 인권 감수성에 불을 지필 작품들을....

 

첫 시작은 정훈이 작가님이 열어주셨다. '꿈의 공장'이라는 제목인데 특유의 개그와 시니컬한 풍자력을 보여주었다. 인류전자의 '휴먼'이라는 새 휴대폰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회장님은 급작스레 의식불명이 되고 가사 상태에서 염라국을 경험한다. 아직 죽을 때가 되지 않은 채 이곳에 온 덕분에 천국으로 직행할 것인가, 아님 인간 세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3년의 대기 시간을 거쳐야 한다. 이곳의 3년은 인간 세상의 사흘. 남기남 회장은 염라국에서 천국하청기업 조립공으로 일하게 된다.

 

 

이제 감이 오시는가? 염라국의 노고로 천국의 윤택한 생활이 보장된다. 그동안 남기남 회장이 이승에서 당연하게 수행해왔던 작업들이다. 몸소 하청 노동자의 인권 없는 삶을 경험한 남기남은 이곳에서 무려 '노조'를 결성하기에 이르고, 그 바람에 염라국이 시끄러워지자 조기송환 되기에 이르른다. 살인적인 노동과 형편 없는 식사, 닭장 같은 숙소와 감시와 통제까지. 생지옥을 경험한 그가 다시 깨어나서 바꿀 세상이 기대되지 않는가.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모든 재벌 총수들이, 악덕 자본가들이 부디 남기남 회장 같은 생생한 경험을 해야 할 텐데, 그런 일이 만화 속에서만 일어나니 문제다. 그들이 이런 책을 읽으면 혹 달라지려나?

 

이번 어깨동무 시리즈에서 가장 임팩트가 있었던 작품은 두번째로 수록된 최규석 작가의 '맞아도 되는 사람'이다. 맞아도 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물론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당연히 아닌 데도 당연히 맞고, 그런데도 억울함을 풀 길 없는 사람들이 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사람들이 마치 그들을 맞아도 되는 사람 취급을 한다는 데에 있다.

 

 

재능교육 노동자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 이야기가 나오는데 꼭 그들이 아니어도 우리 사회에서 탄압받고 있는 모든 노동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들 중에는 정말 박봉의 노동자들도 있고, 제법 괜찮은 연봉을 받던 노동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설령 고액연봉을 받는 노동자라 할지라도 이렇게 짐승처럼 사냥을 당하고 아무렇지 않게 자살 유혹에 노출되는 게 당연한 것은 아니다. 그들이 고액이라고 받아봤자 재벌들이 가져가는 착취에 비교가 될까. 그리고 이들 몇몇 노동자들은 그만큼 고된 노동을 감수하면서 자신의 몫을 가져갔던 것이다. 그리고 알려진 것들이 잘못된 정보일 때도 부지기수다. 다시 '의자놀이'가 떠오른다. 용산 진압 사건에서 이미 간을 본 정부가 쌍용자동차 파업 때에 이 정도의 진압은 국민적 저항이래봤자 감수할 만하겠다 여겼을 거라는 것. 지난 오년 동안 얼마나 많은 노동자 탄압을 보아왔던가. 이제는 너무 많아서 오히려 익숙해진 것처럼 보인다. 마치 북한의 폭격 위협에도 그다지 사재기 현상도 보이지 않고 태연하게 하루하루 흘러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그들은 맞아도 되는 사람이 아니다. 우리는 피 흘리는 사람을 만나면 그가 누구인지, 왜 피 흘리고 있는지 묻기 전에 그 피를 멈추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한다. 그들의 흐르는 피를 닦아주고, 신고를 해주고, 문제 있다고 소리를 높여주고, 노동탄압 규탄을 위한 서명이라도 해야 한다. 바로 지금 당장 말이다.

 

손문상 화백은 '은별이'라는 제목으로 강정 마을을 다뤘다. 강정은 평화다!라고 적어 놓은 철조망 아래의 저 담장 그림이 가슴 한켠을 욱신거리게 한다. '맞아도 되는 사람'처럼 역설적인 제목이다.

 

 

김수박 작가의 '사랑이란 이름의 추억 박탈'은 교육 문제를 다뤘다. 이 살벌한 경쟁 사회에서 가장 위태위태하게 흘러가는 분야가 이곳이 아니던가. 대한민국에 산적해 있는 많은 문제들 중에서 한숨 나오는 분야가 어디 있겠냐마는 가장 갑갑한 게 교육문제로 보인다. 자녀가 있건 없건 간에 말이다. 아이들의 교육이란 곧 이 나라의 미래이고 내게는 생업도 걸려 있는 문제니까.

 

교육 선진국으로 늘 비교되는 핀란드 얘기도 나왔다. 핀란드는 가난하던 시절에 복지를 시작해서 성공했고, 우리는 극단적인 가난의 시절은 지나가고 이제는 좀 배불러지고 나니 오히려 복지를 못하고 있는 입장이 되고 말았다. 복지를 포률리즘이라 폄하하면서 종북이라 매도하는 목소리 큰 사람들을 떠올려 본다. 그들 중에 진심으로 '함께' 잘 살고, '같이' 좋은 교육을 만들기 원하는 자들이 있을까. 또 모른다. 자신들의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주장들을 포장한 껍데기가 진심이라고 이미 세뇌가 되어 있을 지도...

 

 

현직 국어 교사인 조주희 작가님의 교문 안 이야기는 명랑만화를 떠올리게 할만큼 유쾌했다. 이 무거운 주제의 책에서 잠시 숨 돌릴 여유를 주었다. 말썽 부리고 사고친 아이들을 데려다가 텃밭을 가꾸게 하고, 거기서 재배한 작물을 나눠 먹게 하신 선생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도 3주 쯤 전에 화단에 대대적으로 비료를 주었다. 똥냄새 가득한 놈으로~ 어제 동아리 활동 시간에 원래 거기서 활동해야 하는 아이들이 있었는데 냄새 때문에 도저히 할 수 없다는 적극적인 저항에 부딪혔다. 하핫, 땅냄새 흙냄새까지는 좋은데 똥냄새는 좀 거시기하지... 아해들은 다른 곳으로 재배치 되었다는 후문이다.

 

박철권 작가님의 '그 아이'는 참 먹먹한 이야기였다. 성폭행 당했다고 고백한 학생과, 그 고백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 수 없었던 교사의 이야기가 나온다. 성폭행은 상처의 강도 중에서도 가장 난이도가 높은데 대개의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에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는지, 어떻게 위로를 해주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관계가 망가지지 않을지 알 수가 없다. 상처를 입은 사람은 자신의 상처를 어디 쯤에 묻어두지만 그 자리가 잊혀지지 않는다. 그 위를 지날 때마다 가슴을 졸이고, 누군가가 그 위를 지나가도 깜짝 놀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또 어떨 때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서, 아무에게도 말할 수가 없어서 혼자 구덩이 앞에서 울고 있을 수 있다.

 

작가님도 이럴 때에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지 못한다. 사실 나도 모른다. 우리 모두는 알기 어렵다. 그렇지만 고민해봐야 하는 문제다.

 

 

김성희 작가님의 세대유감은 가장 생활 속으로 깊이 파고든 이야기였다. 베이비 부머 세대 부모님과 그들의 자녀들이 이룩한 90년대생 손주들이 있는 그런 가정. 빌딩의 청소 용역으로 일하고 계신 어머니의 걸진 말투와 사투리는 고단한 일상을 이야기하는 데도 재미가 있다. 위 그림처럼 뻔히 청소하는 것 알면서도 개념 없이 습관적으로 쓰레기를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 영화 '타워'에서 보면 애완견의 똥을 치우지 않는 입주민에게 개 주인이 치워야 한다고 말했다가 모욕을 당하는 청소 아주머니가 나온다. 위 만화에서는 아주머니가 무척 지혜롭게 말씀해 주셨고, 지적을 받은 직원도 잘 수긍하고 넘어갔지만 험한 상황으로 번질 경우도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새벽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할머니가 새벽 지하철을 타고 알바에서 퇴근하는 손녀를 만난다. 서로가 고단한 인생이다. 졸업과 동시에 학자금 대출로 빚더미에 앉은 채 사회에 떠밀린 취업준비생 이야기는 이제 지나치게 흔해지지 않았는가. 갑갑한 현실을 담아내었지만 지나치게 무겁게 다루지 않고 과하게 많은 말을 하지 않고 그저 보여주는 것으로 충분히 소임을 다한 것이 작품의 매력이다.

 

이어지는 윤필 작가의 '늙은 개가 짖는 밤'은 고독사를 다루고 있다. 하루종일 사람이 그리운 할머니는 한달에 한 번 복지사가 다녀가는 날에는 두시간 전부터 준비를 하며 손님을 기다린다. 한달에 한 번 돌아오는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에 할머니는 얘기하고 얘기하고 또 얘기하신다. 아파트에서 많이 짖는다고 버림받은 개와 홀로 외롭게 살아가는 할머니가 가족이 되었다. 서로가 나이가 많아 언제 이 세상을 떠날 지 알 수 없는 또 하나의 가족. 기어이 할머니가 먼저 생을 달리 했지만 늙은 개는 크게 짖어서 누군가 찾아와 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기 살기에 바쁘고 이웃 간에 관심이 없는 옆 호수 사람들은 개가 시끄럽게 짖는다고 타박만 놓을 뿐이다. 상상이 아닌 현실 속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고, 또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옆집과의 거리가 이토록 가까운 인구 조밀 지역에 살면서, 우리와 이웃 간의 관계는 얼마나 멀고도 먼가. 서로가 외로워하면서 서로를 더 밀쳐내면서 우리는 살아가는 것이 아닌지... 대체 무엇을 위한 번영인가 싶다. 이 화려한 문명 속에서의 인간이란...

 

 

굽시니스트의 '人權Begins'다. 인권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그 비화를 담고 있는데 특유의 유머감각을 잘 발휘했다. 마치 학대받는 민중들을 구하기 위해서 등장한 조로처럼 화려하게 선을 보인 한 인물. 그는 자신을 '인권'이라고 소개했다. 어찌하여 인권이 그리 고강한 무공을 갖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애초에 이름도 없고 힘도 없는 마음의 씨앗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리하여 시작되는 인류 역사의 현장. 이름도 없던 그가 국가권력에 어떻게 대응하고 대항해 왔는지 지난한 역사가 소개되었다. 마침내 프랑스 대혁명과 함께 '인권'이라는 이름을 달기까지의 이야기는 간추린 인류 역사 혹은 철학사로도 보인다.

 

그러나 '인권'이란 이름으로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바로 인권이 대접받는 시대가 오지는 않았다. 인류는 더 많은 피와 희생을 치룬 다음에야 흑인에게도, 여성에게도 차례로 인권을 허락했다. 이어 아동에게, 이주노동자에게, 그리고 장애인의 권리를 이야기했지만 물론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한쪽 손으로 나의 인권을 잡고, 다른 한쪽 손으로 상대방의 인권을 잡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모두가 자신의 인권과 서로의 인권을 소중히 여겨줄 때, 강력한 인권 사슬이 되어 이 세상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인권은 거저 오지 않는다. 스스로 살아남지도 않는다. 우리의 힘이 필요하다.

 

 

마지막 이야기는 유승하 작가의 '세계 인권 선언의 탄생'이다. 세계 인권 선언이 어떤 배경으로 인해 만들어지게 되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선포되었는지를 보여주었다. 같은 의미의 단어라도 혹시 차별적 의미를 담고 있는지 고려했고, 혹시 의미가 누군가에게는 불편하게 들리지 않는 지 몇 번이나 감수를 거쳤다. 그렇게 오랜 다듬기를 마치고 마침내 1948년 12월 10일에 감동적인 세계인권선언이 채택되었다. 인권을 주제로 한 10가지 이야기의 마무리로 잘 어울린다.

 

'어깨동무'라는 제목도 다시 읽어본다. 우리가 서로의 어깨에 기대고, 또 내 어깨를 빌려주어 함께 나아가는 모습. 그 속에 인권의 시작이 있고 인권의 미래가 있다. 나와 너와 우리 모두를 위한, 또 이 세대와 다음 세대를 위한 인권. 우리가 충분히 물을 주고 따뜻한 볕을 주어 무럭무럭 자라나게 해서 열매도 맺고 꽃도 피워야 하는 인권. 결코 시들게 만들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 안에 우리의 생명이 있으니까. 우리의 희망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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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 정재승 + 진중권 - 무한상상력을 위한 생각의 합체 크로스 1
정재승, 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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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미학을 철학적으로 교차 편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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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8일 목요일, 창비에서 나온 인권만화 세번째 시리즈 '어깨동무' 북 토크에 다녀왔다.

 

 

한주 전에는 조윤범의 파워클래식에 당첨되었는데 무려 다섯 명에게 물어보았지만 다들 일정이 맞지 않았고, 나도 직장 일이 겹쳐서 참석하지 못했다. 아쉬웠던 찰나, 한주 뒤에 어깨동무 북토크 당첨 소식에, 마찬가지로 앞서 친구들은 모두 힘들게 되었고 혼자라도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아주 탁월했던 것으로 입증되었다.^^

 

 

인문카페 창비를 찾기 위해서 지도를 출력해 갔다. 길치인 나로서는 늘 만반의 준비가 필요했다. 횡단보도 앞에서 '서교 호텔'을 묻는 어느 여자분, 미안하게도 내 지도에서 서교 호텔은 잘리고 없었다. 알고 보니 아주 가까웠는데 알려주지 못해서 살짝 미안한 마음. 카페 2층으로 안내받고 올라가보니 이런 풍경이 맞아준다. 시크릿 가든의 현빈 서재가 떠올랐다. 저 기다란 책장 위에 여백의 미를 갖고 꽂혀 있는 책들이 반짝반짝 빛난다.

 

 

저녁 시간 주린 배를 잡고 부랴부랴 도착했을 사람들을 위한 센스있는 간식! 빵도 맛있고 커피도 맛나고, 그리고 오렌지 쥬스는 더더욱 맛나고!!(어디 제품인가요!!)

 

이어서 네분의 작가님이 들어오시고 북토크가 시작되었다. 유승하, 최규석, 김성희, 윤필 작가님이 참여해 주셨고 사회는 뒷풀이에 빠지는 바람에 떠안게 된 김성희 작가님이 맡게 되었다. 작품에 참여한 작가님이 사회를 보면서 자연스레 작가님들에게서 여러 이야기들을 끌어내는 게 분명 목적이었겠지만, 편집을 맡은 창비 직원분이 사회를 보았더라도 좋았을 것 같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획한 세번째 책 어깨동무. 사실 나는 이 책이 네번째 시리즈인 줄 알았다. 사이시옷이 나오던 시점에서 같이 보게 된 '이어달리기'는 여성노동에 대해서 다루었는데 똑같이 열 명의 만화가들이 참여하였고, 여성과 노동과 인권을 얘기한다는 점에서 주제 의식도 통했기 때문이다. 다시 보니 출판사도 다르고(길찾기), 기획 주체도 달랐다. 그러니까 이 시리즈의 세번째는 엄연히 어깨동무였던 것이다.

 

네분 작가님 앞의 마이크가 앙증맞고 귀여웠다. 빨간 불이 들어오는데 뭔가 새싹이 돋는 그런 분위기? 유승하 작가님이 마이크에서 멀찍이 얘기하셔서 잘 안 들렸던 게 하나 흠이었을 뿐이다.

 

 

(왼쪽부터 최규석, 유승하, 윤필, 김성희 작가님)

 

전작을 전혀 읽어보지 못한 작가님은 이중에서 윤필 작가님 뿐이었다. 최규석 작가님 추천으로 합류하게 되었는데 원고료가 높아서 아주 깜놀했다는 후문! 그러자 여기저기서 자신도 놀랐다는 증언이 방언처럼 터진다. 최규석 작가는 사이시옷 때부터 참여했는데 당시 받은 고료가 무려 일반 원고료의 네배나 되었다고! 그러나 지금도 그때 그 고료라는 건 함정!

 

아무튼. 당시 유승하 작가님은 만화가들의 인권을 생각해서 책정한 금액이었는데 그게 만화계의 전설이 될 줄 몰랐다고 하셨다. 그림책 작가이셔서 당시 만화계의 고료 사정에는 어두우셨나보다. 그 덕에 원고료의 생수를 담뿍 부어주셨으니 고마운 일!

 

 

 

 

 

 

 

 

돌쟁이 선물로 적극 추천해 왔던 '아빠하고 나하고'의 작가님을 이렇게 만나게 될 줄 정말 몰랐지~

 

김성희 작가님도 높은 원고료에 잔뜩 고무되어서 작업을 빨리 마치셨다고 했다. 원고료 빨리 받고 싶어서였다고...^^

 

각각의 작가님께 '인권이란?' 질문을 드렸다.

 

최규석 작가님의 답변이 관심을 끌었다. 숭고한 인권을 지키는 데에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찌질한 인권 역시도 지켜져야 한다고. 그러면서 사이시옷에 실은 '창'이란 작품으로 설명해 주셨다. 이 작품은 군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여기에 어마어마한 민폐 캐릭터가 나온다. 이기적이고 아주 못된... 그런데 이런 성향의 인물일지라도 인권은 지켜져야 하는 게 마땅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나 무척 은유적으로 표현되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이해를 하지 못했다고... 고백하자면, 나도 그랬다. 도저히 그 캐릭터가 받은 대우가 부당하다고 느껴지질 않는 거였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하자면, 그런 인물이라 할지라도 마땅히 지켜지고 보호되어야 할 '인권'이 맞는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아직도, 그 찌질한 인물에 정치적으로, 역사적으로 아주 백해무익한 어떤 인물을 대입시켜 본다면 여전히 수긍하는 게 참 쉽지가 않다. 머리와 가슴의 판단이 서로 충돌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런 시사점을 던져준 작가님이 참 대단해 보인다.

 

그러나 그때 독자들의 몰이해에 부딪혔던 최규석 작가님은 이번 작품에서는 '직구'를 던졌다. 이번 작품에서 '맞아도 되는 사람'이란 제목으로 참여했는데, 역설적인 제목에서 이미 많은 것을 얘기한 것이다. 아주 쉽게,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듯 사실적인 질감으로 하고 싶은 말을 담아냈다. 작품을 위해서 많은 인터뷰를 했지만 그것들을 작업에 반영시키지는 못했다고 했다. 재미가 없어도 주제가 명징하게 드러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고. 그렇다고 취재가 의미 없었던 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독자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이번 작품은 주제도 명확하게 드러났지만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었다. 원래도 좋아했지만 최규석 작가님이 더 좋아졌다.^^

 

김성희 작가님은 인권이 사람에 관한 모든 문제라고 했고, 윤필 작가님은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권리라고 말했다. '개'에 관한 작품을 많이 쓰신 것 같은데, 그랬기에 사람이 아닌 존재에 대해서도 두루 관심을 가지시는 것 같다. 처음 작품을 만들었을 때는 다이애나 시점에서 얘기하는 빨강 머리 앤을 그렸다고 했다. 그러나 너무 잔잔해서 퇴짜를 맞았다고..ㅜ.ㅜ 그리하여 마감 시간에 쫓겨 고민하던 와중에 일본에서 잦은 고독사로 인해 그 뒷처리를 해주는 업체가 등장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번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작업 시간은 4~5일 정도 걸렸고, 너무 급히 하는 바람에 컬러 그림까지는 못했다고 한다. 음, 고백하자면 배경 그림이 전무하다시피 해서 그림에 좀 성의가 없다고 여긴 건 사실이다. 그러나 작품은 짧고도 굵직했다. 고독사 하니 언젠가 읽었던 데스 스위퍼가 생각난다.

 

더불어 장례사 이야기가 나온 영화 '굿바이'도. 우리나라에도 남일이 아닐 것이다. 초고령 사회에 맞추어 치매도 늘어나고 노후가 보장이 되지 않는 불안한 삶이 줄곧 이어지고 있으니 말이다.ㅜ.ㅜ

 

유승하 작가님은 십시일반 작업할 때에는 지하철에 엘리베이터가 막 생기기 시작했다고 했다. 지금은 '당연히' 있어야 하는 그 시설물이 그때는 대단한 것으로 비쳤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장애인의 인권을 보다 생각해주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건 시혜가 아니라 당연한 복지가 되어야 하는 부분인데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였던가? 클론의 강원래 씨가 지하철에서 휠체어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는 와중에 사인 요청을 받고 거절한 것에 대해서 사과를 했다. '사과'를 앞세웠지만 그 생각없는 팬심에 대해 둘러서 지적한 것이 아닐까. 위험하니 조심하라는 의미이겠지만, 그 기구가 움직일 때 나오는 노래도 신경쓰인다. 그 위에 올라선 채로 그 노래가 끝날 때를 기다리는 시간이 참 길 것 같다.

 

최규석 작가님은 어떤 부분에서 인권감수성이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연예인 스캔들 기사에는 이니셜로 표기하는 게 당연했는데 언젠가부터 기소 여부와 상관 없이 본명을 바로 쓰고 있다고. 사실 그렇게 묻지마 까발림 기사로 애먼 사람들이 억울한 누명을 쓰기도 했다. 한명숙 전 대표가 일단 가장 먼저 떠오른다. 좀 더 올라가서 바보 대통령도 한 분...

 

유승하 작가님은 탈모로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다면서 만화 속에서 나쁜 놈은 '대머리'로 표현되곤 했던 관행에 대해서 지적했다. 하긴, 예전에 조춘 씨였던가? 쌍라이트로 활동하시면서 그런 캐릭터를 컨셉으로 삼았던 것도 같다. 만화 속에서도 그런 편이고... 유작가님은 '대머리'란 말도 쓰지 않고 '탈모인'이란 표현을 쓰셨다. 탈모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아주 절절하게 느껴졌다...

 

십시일반, 사이시옷, 어깨동무까지... 인권에 귀를 기울이며 마음을 쏟고 보태라는 기획으로 만들어졌는데, 사실 이런 책이 만들어질 필요도 없고, 더 이상 읽혀질 필요가 없어질만큼 인권이 제자리를 찾고 정당한 대우를 받는 세상을 우리는 꿈꾼다. 그러나 그런 세상이 쉽게 오지도 않지만 빨리 오지도 않을 것이다. 그걸 만들어내는 게 인간인 이상. 그래서 떠오른 생각 하나. '인권' 과목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국영수만 배울 게 아니라 인권도 배우고 노동도 배우고 정직한 소비도 배워야 하는 게 아닐까. 우리가 정작 중요한 것은 배우지 않은 채, 모르는 것도 모르는 채 겉껍데기만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 같다는 조바심이 든다.

 

얼마 전 중학교 어느 교실에서 학급문고로 비치해 둔 책중에 '십시일반'을 보았다. 담임 선생님이 학생들 읽으라고 본인의 책을 갖다 놓으신 건데, 그밖에도 강풀 작가의 여러 시리즈와 '맨발의 겐'도 있었고, 여러 쉬우면서도 의미있는 책들이 가득했다. 그 바람에 그 반 담임선생님께 잔뜩 호감을 가졌다는 걸 고백한다. (그렇지만 그분은 여자...;;;)

 

서로 마이크를 앞다투어 잡는 분들이 아니었기에 토크 시간은 생각보다 일찍 끝났다. 대신 이 자리에 참여한 분들이 질문을 많이 해주셔서 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었다. '습지생태보고서'를 쓴 최규석 작가님께, 어떤 여자분이 자신이 이 작품을 습지생태 연구소에 근무하면서 읽었다고 했을 때는 온 청중이 빵 터질 수밖에 없었다. 하하핫, 그런 재밌는 우연이!

 

 

 

 

 

 

 

 

 

공룡 둘리에 대한 과제가 있어서 나오게 된 작품이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였다고... 오, 이렇게 극적인 전환이 가능하다는 게 놀라웠다. 역시 작가들은 남다른 상상력을 가진 게 분명하다. 존경스럽다. 최작가님은 노동문제를 다룬 만화를 연재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것도 네이버에! 그렇다면 '다음'에 연재하는 게 낫지 않냐는 어느 청중의 질문에도 모두가 빵빵~

 

 

사인해 주시는 작가님들. 최규석 작가님은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실물이 더 근사했다. 영화 포스터 하나 더 찍으세욧!

(영화 '두개의 문' 포스터 주인공인데 너무 가리고 나와서 아무도 먼저 알아보지 못했을 거라고, 사인 받으며 우리가 나눈 대화 내용이다.)

 

평소에 작가님들 사인에 크게 연연해 하지 않지만, 이번엔 만화가분들이 자리했으니 그림 사인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놓칠 수가 없었다. 재빠르게 줄 서서 차례를 기다리며 작가님들이 그리신 작품의 앞 페이지를 열고 기다렸다. 각자의 개성이 돋보이는 그림들이다. 최규석 작가님의 저 사인은 무척 익숙하다. 이미 받은 것도 있고~

 

위에 그림이 잘려 있는 건 내 실명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하하핫....

 

 

긴 책장 맞은 편에는 창비의 책들이 놓여 있고, 그 뒤로 주방이 있다. 인문카페 창비에 행사 아닐 때에도 가서 커피 마셔도 되는 걸까? 살짝 궁금...

 

사실 이날은 목요일이었고, 업무가 많았던 한주라서 무척 피곤했던 날이었다. 같이 갈 사람도 없어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살짝 들었는데, 이 자리에 참여하지 않으면 무척 후회할 것 같았다. 그리고 후회할 선택을 하지 않은 내가 조금 기특했다. 좋은 시간을 나누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또 깊이 생각할 거리들을 잔뜩 안고 갈 수 있는 의미있는 자리였다. 인권에 마침표가 있을 수 없는 일! 그러니까 우리는 물음표를 가지고 더 많은 느낌표를 찾아가면서 인권 여행을 떠나 보자. 우리가 합승해야 할 많은 친구들이 이곳에 있다. 같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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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당신과 나의 어깨에 함께 매달린 인권
    from 그대가, 그대를 2013-04-14 00:17 
    국가 인권위원회 기획 세번째 책 어깨동무. 십시일반과 사이시옷을 무척 인상 깊게 읽었고, 그 무렵에 나온 이어달리기가 세번째 시리즈라고 여겼는데, 알고 보니 '이어달리기'는 여성 노동에 대해서 다룬 책으로 맥락은 서로 통하기는 했다. 어쨌든 그리하여 만난 인권 시리즈 세번째 책 '어깨동무'도 전작들처럼 무척 의미있는 작품이었다. 첫 작품 십시일반이 2003년도 출간이니 어느새 십년 세월이 흘렀다. 세번째 출간이다 보니 지나치게 무거웠던 앞의 작품들에
 
 
마노아 2013-04-11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쓰고 보니 최규석 작가님 얘기만 많이 적었네. 나의 편애를 이해해 주시라...ㅎㅎㅎ

아무개 2013-04-12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 하는 강연회 두세번 갔었는데 좀 실망스러워서 이번 북콘서트는 아예 신청할 생각도 안했는데
왠지 배가 아픕니다....힝

마노아 2013-04-12 22:57   좋아요 0 | URL
좋아하는 작가님과 좋아하는 책과 관련된 북토크여서 만족스러웠나봐요. 많이 가보지 못했지만 저는 대체로 좋았거든요. 예전에 강풀 작가님 때도 정말 좋았구요.^^ 하하핫...

순오기 2013-04-12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규석 작가님만 보여요~ ㅋㅋ
익숙한 사인에도 머리칼이 덧씌워졌군요.^^

마노아 2013-04-13 12:17   좋아요 0 | URL
이게 편애모드라 쓰고 보니 최규석 작가님 얘기만 듣고 온 기분인 거 있죠. 사진도 어쩔 수 없이 편애모드..ㅎㅎㅎ
 

  

감기는 약을 먹어도 낫는데 7일, 먹지 않아도 낫는데 7일 걸린다는 말이 있다. 콧물, 코막힘, 기침 등 증상도 다양하고 증상을 치료한다기 보다는 완화시키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감기약의 효과를 최대로 보기 위해서는 제대로 알고 먹어야 한다. 우선 감기 기운이 있다고 미리 약을 먹으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콧물을 멈추게 하는 항히스타민 성분은 졸음과 현기증, 입안이 마르는 증상을 유발하고, 가래를 없애주는 코데인 성분은 장기 복용 시 중독 위험이 있다. 때문에 감기 증상이 있을 때만 약을 골라 먹는 것이 중요하다.

또 감기약을 커피나 녹차, 에너지 음료 등과 함께 먹는 것은 위험하다. 감기약에도 카페인이 많이 들어 있어있기 때문에 함께 먹으면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고, 소화장애를 일으켜 위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대부분의 감기약은 식후 30분을 지키지 않아도 되지만 해열제나 소염제가 들어있는 감기약은 위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꼭 식후에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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