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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홍대에서 친구와 만났고, 친구는 일이 있어 먼저 돌아갔고, 저녁에 공연이 예정되어 있던 나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 공연 장소가 상상마당이었는데 그 바람에 상상마당에서 하는 이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제목에서 풍기는 느낌에서 카모메 식당을 떠올렸는데 역시나 같은 감독 작품이었다.

 

어려서부터 고양이가 늘 따라오는 삶을 살았던 묘생 사요코 선생! 본업은 따로 있지만 부업으로 외로운 사람들에게 고양이를 빌려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외로운 사람들은 늘 있기 마련이고 고양이와 부대끼며 사는 삶 속엔 이야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 정말로 외로운 건 사요코 자신이다. 올해는 반드시 기필코 어찌 됐든 결혼하는 게 꿈인 그녀의 연애 사업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런지...

 

영화는 반복과 고조의 기법을 쓰면서 진행해 가는데 나름의 율동성이 있고, 적절한 개그와 적절한 감동을 잘 섞어 주었다.  

 

 

사요코의 집이 참 마음에 든다. 작아 보이지만 알차게 다 있는 작은 숲속 궁전 같다. 자연이 고스란히 집으로 들어온 느낌에 무엇보다도 자유분방한 느낌을 준다. 제법 엽기적인 성격의 사요코하고도 아주 잘 어울린다. 저 알찬 공간을 홀로 다 차지하고 있어서 부러운가보다.  

 

 

고양이 빌려준다고 스피커로 외치고 다니는 장면이다. 누구도 소화할 수 없는 놀라운 패션감각을 자랑한다. 근데 저게 어울린다. 대단해!!!

 

영화 말미에 나오는 애니메이션까지 꼭 다 봐야 한다. 하일라이트는 거기에 있다. 마지막까지 깔깔깔 웃고 나오게 만드는 유쾌 상쾌 통쾌 영화다.  

 

 

 

 

 

 

 

 

  

 

★★★★

 

8. 베를린

 

류승완 감독은 이 작품을 천만 관객 동원할 수 있는 포부를 갖고 만들었을까? 주변에서 그렇게 띄워주긴 한 것 같다. 결과적으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7번 방의 선물이 천만 등극 영화가 되긴 했지만...

 

영화는 볼만했다. 워낙 액션이 훌륭한 감독이고, 배우들도 빼어나니까. 그래도 좀 약했던 것 같기는 하다. 첩보 영화에서 한 획을 그은 영화들이 이미 많이 나와 있으니 말이다. 한석규의 캐릭터는 좀 겉돌았다. '빨갱이'라는 단어에 경기 일으키는 정보 요원의 트라우마가 무엇인지 잘 설명되지 않았고, 그런 인물이 지나치게 감성적인 것 같아서 또 설득력이 약했다. 하정우가 가장 멋있었던 것은 호텔 욕실에서 벌어진 총격씬이었는데, 아내 전지현을 온몸으로 감싸며 머리도 손으로 누르며 보호하는 장면이었다. 이런 역할이 무척 잘 어울리는 배우다. 근데 이 좁은 욕실에서 전지현 같은 가느다란 체격이 아니면 같이 총맞아 죽는겨? 그 심각한 상황에 난 그런 생각이나 할 뿐이고....;;; 

 

 

가장 의외의 성공은 전지현이었다. 연기가 좋았다. 천만 관객 동원한 '도둑들'에서의 연기는 많이 아쉬웠는데, 톤을 많이 다운시킨 이 영화에서는 분위기도 있었고 연기도 차분하니 안정적으로 느껴졌다. 대사가 적으니 오히려 연기에 더 몰입이 되었달까. 그녀의 트렌치 코트가 크게 인기를 끌었다는 후문인데, 역시 전지현이 입어서 이쁜 게 아닐까???

 

초반에 대사도 잘 안 들리고 좀 성의없이 이야기를 쳐내는 것 같아서 몰입이 안 되었다. 내용의 전개도 흐름상 때려맞추는 거지 정확하게 설명하거나 표현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냥 이 정도로 '대충' 얘기하면 찰떡같이 알아들을 거란 성의없는 느낌?

 

감독 류승완의 부인이 제작사의 대표인데 성이 강씨란다. 그래서 제작사의 이름이 '외유내강'이라고... 이 이름이 가장 마음에 든다.^^ 감독의 동생 류승범의 연기는 좋아 보였다. 얄짤 없는 악역 캐릭터를 그려내고 싶다고 했는데, 정말 잘 어울렸다. 이 개성 넘치는 얼굴 덕분에 뭘 맡겨도 잘 어울리는 배우가 되었다. 배우 안 했으면 뭐가 됐을까 궁금한 배우이기도 하다.

 

★★★☆

 

9. 남쪽으로 튀어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 중 가장 좋았던 작품이 '남쪽으로 튀어'였다. 원작이 워낙 재밌고 출연 배우들도 훌륭해서 이 영화가 크게 히트를 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시원찮았다. 주변에 재밌다고 많이 말했지만 그 말 듣고 보러 가는 사람도 보지 못했다. 왜 그렇게 안 끌렸을까나??

  

 

바다 사진이 멋져서 하나 올려본다. 김윤석은 이 작품의 아빠 역할에 무척 잘 어울린다. 국가의 강제적 체제와 강요하는 시스템을 거부하고 심지어 문명마저도 코웃음 치며 거절할 수 있는 배포를 가진 인물로 분했다. 원작에서는 사춘기 소년 아들이 주인공이지만 영화에서는 아빠 중심으로 흘러간다. 적절히 심각하고 적당히 웃기면서 영화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신나게 본 영화지만 끝맛이 씁쓸한 것은 마지막에 나오는 국정원 직원이 민간인 사찰에 대해 사과하며 내부 고발을 하는 기자회견 때문이다. 비슷한 사례가 있었지만 실제로 우리의 현실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왔던가. 하아, 남쪽으로 튀고 싶은 심정이다.

 

김윤석의 딸을 사모하는 선생님 역으로 나온 배우는 '착한 남자'에서 눈도장을 찍은 배우다. 드라마 볼 때도 김태우와 엄청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둘이 형제다. 김태우가 형이고, 김태훈은 동생... 형은 좀 느끼해 보이는데 동생 쪽이 난 더 마음에 든다. 호호호...ㅎㅎㅎ 

 

 

 

 

 

 

 

 

 

 

 

★★★★

 

 

10. 문라이즈 킹덤

 

이 날도 약속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서 시간 대가 맞는 영화를 고르다 보니 우연히 이 작품과 마주쳤다. 사전 정보도 없었고 기대하는 바도 없었지만 영화는 순수하게 재밌고 유쾌했다.

 

12살 소년과 소녀가 깜쪽같이 사라졌다. 스카웃 대원이었던 소년은 완벽하게 야영 준비를 한 채 떠나서 소녀와의 밀월(?) 여행이 가능해 보였다. 소녀의 집에서도 소녀를 찾고, 스카웃 야영지에서도 소년을 찾느라 뉴 펜잔스 섬이 발칵 뒤집힌다. 어른들은 이해하기 힘들지만 소녀와 소년은 무척 심각하게 서로를 사랑하고 심지어 결혼까지 생각한다. 그런데 이들의 이런 반응을 주변 사람들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그렇게 해서 이들의 사랑을 응원하는 이들이 동원되면서 이야기는 점점 커지고 사건도 커다랗게 번지고 만다. 영화가 흥미로운 것은 '미쟝센'에 있다. 네모나고 네모난 공간 속의 또 공간. 망원경을 동원해서 멀리 보이는 풍경을 가까이 당기는 기법도 자주 사용한다. 몹시 '연극적인' 요소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익숙하지 않고 낯설지만 묘하게 잘 어울려서 그냥 다 수긍하며 이해하게 되는 그런 느낌의 영화다. 유명 배우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평소 맡던 배역들과는 아주 다른 분위기여서 이 또한 신선했다. 다들 개런티는 제대로 받고 출연한 것일까???

 

 

 

남자 주인공인데 국카스텐의 하현우를 떠올리게 해서 재밌었다. 하현우의 개구진 모습과도 잘 어울린다. ^^

 

하나하나 의미를 뜯어보면서 비판하며 보기엔 피곤하고, 그저 즐기면서 마음 편히 보면 스스로가 순수해질 것만 같은 예쁜 영화다. 지금 우리 집에는 심지어 포스터도 붙어 있다. 색감이 마음에 들어서. 포스터의 아이들 표정도 아주 심각하다. 그래, 그 나이엔 어른들 보기에 별 거 아니어도 본인들은 늘 심각하지... ^^

 

 

 

 

 

 

 

 

★★★★

 

11. 서칭 포 슈가맨

 

이 영화가 좋다는 소문을 듣고 무작정 보고 싶어서 찾아간 필름포럼. 아주 작은 극장인데 독립영화 많이 해주고 티켓도 저렴한 편(1관은 주말 구분 없이 8천원, 2관은 6천원)이어서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나는 왜 한국 영화라고 생각하고 갔을까?

 

 

아메리카 원주민 핏줄이어서 우리나라 사람처럼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얼핏 보면 정말 우리나라 사람 같지 않나?

 

● 본고장 미국: 음반 판매 6장,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비운의 가수! 

● 반대편 남아공: 밀리언셀러 히트가수, ‘엘비스’보다 유명한 슈퍼스타!

 

70년대 초, 우연히 남아공으로 흘러 들어온 ‘슈가맨’의 앨범은 지난 수십 년간 가장 큰 사랑을 받으며 최고의 히트를 기록한다. 하지만 ‘슈가맨’은 단 두 장의 앨범만 남기고 사라져버린 신비의 가수!  전설의 ‘슈가맨’을 둘러싸고 갖가지 소문만 무성한 가운데, 두 명의 열성 팬이 진실을 밝히고자 그의 흔적을 찾기 시작한다. 그러나 단서라고는 오직 그의 노래 가사뿐! 기발한 추적 끝에 ‘슈가맨’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었다고 생각한 순간, 그들은 상상하지도 못했던 놀라운 사실과 마주하게 되는데...!(네이버 영화 줄거리다.)

 

비운의 가수 슈가맨은 라이브 무대에서 분신 자살했다는 소문이 있었고, 하여간에 몹시 불우하게 살다가 죽었다는 게 남아공에서 그의 음악을 추앙하는 팬들이 알고 있는 공통 정보였다. 그러나 진실은 정 반대에 있었으니...

 

나오는 노래도 좋고, 천재 뮤지션이 이렇게 빛도 못보고 갔구나 싶어 안타까운 마음을 주체못할 때에 반전처럼 찾아온 후반부 이야기에 관객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어이쿠, 이런 이야기가! 슈가맨의 숨은 이야기도 즐겁고, 그가 인생을 마주하는 자세도 마음에 들었다. 흡사 삼미슈퍼스타즈의 정신이 떠올랐달까. 그러니까 박민규 작품 말하는 거다.

 

 

 

 

음악영화는 영혼의 구원 같다. 뮤직 네버 스탑을 보았을 때처럼 감동의 환희가 찾아왔다. 이 영화는 다큐 자체가 픽션보다 더 극적이었고, 결말은 해피엔딩보다도 더 완벽했다. 이런 영화, 참 좋다. 정말 좋다.

 

 

 

 

 

 

 

 

 

 

 

 

 

★★★★★

 

12. 더 헌트

 

이 영화를 몹시 보고 싶었는데 시간대가 안 맞아서 계속 못 보다가 설 연휴 때 드디어 볼 수 있게 되었다. 서칭 포 슈가맨을 보았던 필름 포럼에서 보았는데, 완벽한 영화와 극장에 옥의 티가 있다면, 바로 2관 위층의 레스토랑이다. 조용히 집중해서 영화를 보고 있는데 윗층 의자 끄는 소리, 발자국 소리가 수시로 영화의 몰입을 방해한다. 그래도 어려운 독립영화 전용관을 생각하면 그 정도야 감수해야 하지만, 그래도 무척 정적인 분위기를 강조하는 이 영화를 보는 데에 있어서 무척이나 아쉬운 대목이다.

 

 

이 어린 꼬마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얘길 했는데, 누가 그 이야기를 아이의 거짓말이라고 상상할 수 있을까. 아이의 오빠와 친구들이 자기들끼리 나눈 대화를 듣고, 그네들이 장난으로 보여준 사진을 실제처럼 재구성한 일일 거라고, 그 누가 짐작할 수 있었을까. 아이 역시 자신이 홧김에 내뱉은 말이 한 사람의 인생을 지옥으로 떨어뜨릴 수 있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겠는가. 모든 일은 정말 순식간에 벌어졌고, 작은 공동체로 이루어진 마을에서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되어 대부분의 사람을 감염시켰다. 그 희생자는 우리 중 누구라도 될 수 있는 일이었다.

 

 

로얄 어페어에서 관심을 갖게 된 메즈 미켈슨은 이 영화에서도 제대로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크리스마스 2부 예배당에서 보여준 이 남자의 텅빈 얼굴과 눈물이라니...

 

아이는 너무나 엄청난 짓을 저질렀는데, 만약 내가 아이의 엄마라고 해도 당연히 지목된 남자를 의심했을 것이다. 허투루 넘길 수가 없는 사건이었다. 그렇지만 제3자들이 보여주는 행동들은 심히 유감이었다. 특히나 마트에서 폭력까지 휘두른 사람들... 소문은 소문을 낳고 억측을 생산하고 억울한 피해자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 그런데 그 광기 어린 투석형의 자리에서 자유롭기란 과연 가능한 일일까. 그래 그 사람 전부터 좀 수상했었어.... 라며 뒤늦은 의심에 명분과 면죄부를 주려 하지 않을까.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무겁고도 진지하다. 우리가 있는 이 자리 어디에서든 있을 법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사냥꾼은 당신이 될 수도 있고, 당신이 바로 사냥감이 될 수도 있다.

 

 

★★★★★

 

13. 분노의 윤리학

 

좋아하는 배우들이 대거 등장했다. 이제훈, 조진웅, 곽도원, 문소리, 그리고 김태훈까지... 출연진들이 참 마음에 든다.

 

 

한 여자가 죽었다. 그녀를 직접 죽인 놈도 있고, 그녀를 내내 도청한 사람도 있고, 그녀를 착취하던 놈도 있고, 그녀와 바람에 빠진 놈도 있고, 네 명의 남자가 하나같이 그녀에게는 나쁜 사람들인데 서로 자기는 잘못한 게 없다고 우기고 있다.

 

 

다들 연기 잘하는 배우들인데 특히 조진웅이 가장 좋았다. 캐릭터가 일단 재밌고, 제일 나쁜 놈이면서 제일 웃긴 놈 역을 적절히 소화해냈다.

 

조진웅의 입을 빌려서 나오는 '분노의 신'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몹시 그럴 싸하게 들리기도 했고.

영화는 시간을 겹치면서 교차 편집이 많이 됐는데 그때마다 울리던 음악도 귀를 잡아끌었다. 초반에는 반복의 간격이 길었는데 뒤로 갈수록 그 주기가 짧아지면서 리듬감마저 느끼게 했다.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영화였는데, 생각보다 반응은 그렇게 좋지 않나 보다. 난 꽤 재밌게 보았는데 말이다. 그나저나 이제훈은 파파로티도 있고, 군대 가기 전에 영화를 많이 찍었네... 부지런도 하지....

 

★★★★

 

 

14. 비러브드

 

친구와 함께 본 영화다. 사전 정보 전혀 없이 보았는데 좀 독특한 영화였다 뮤지컬 영화도 아니지만 주인공들이 노래 부르는 장면이 꽤 많이 나왔다. 이를테면 인도영화스러운 느낌이랄까? 물론 분위기는 전혀 다르지만.

 

진정 사랑의 나라 프랑스이고, 사랑의 도시 파리던가. 엄마가 창녀로 일하다가 자신을 낳았다고 담담히 말을 하는 딸이 있고, 그 딸을 사랑하는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의 어머니에게 창녀 시절 일을 알고 있다고 말을 하고, 그걸 들으면서도 거리낄 게 전혀 없는 엄마라니, 대한민국에선 참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여자가 꽂힌 남자는 하필 동성애자이고, 그 동성애자는 애인이 따로 있지만 그럼에도 자기에게 빠진 여자와 잘 수도 있는.... 참 난해하고도 알 수 없는 관계들이다. 게다가 영화는 왜 이리 긴지... 자다 깨도 자다 깨도 도무지 끝은 보이지 않고... 분명 여자가 비행기 탄 것 까지는 보았는데, 자다 깨보디 여자의 무덤이 보이네. 헐.....

 

까뜨린느 드뇌브는 무척 유명한 배우로 알고 있다. 이름은 익히 들어왔지만 정작 출연작은 알고 있는 게 없다. 그러니 나는 그녀의 젊었을 적 모습은 알지 못한 채 중년이 되어 몸도 어느 정도 불어 있는 모습으로 마주한 것이다. 그게 왠지 좀 서글펐다.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이긴 한데 시간의 적나라함이 너무 역력해서 말이다. 아마 내가 그녀의 가장 젊고 예뻤을 적 모습도 알았더라면 그 간격은 더 컸을 테지? 아무튼... 영화는 난해하고 힘들었다. 노래는 듣기 좋았지만...

 

딸 베라 역의 배우는 얼굴에 엄청 큰 사마귀와 점이 있는데 영화 보는 내내 그게 무척 신경 쓰였다. 신기하게도, 외국 배우들은 얼굴에 좀 심하다 싶은 사마귀나 점이 있다 하더라도 딱히 그걸 제거하지는 않는 것 같아 보였다. 남자 배우든 여자 배우든 말이다. 우리나라라면 코끝의 섹시해 보이는 점 등이 아니라면 가차 없이 없앨 것 같은데 말이다.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는 것일까? 미적 기준이 너무 정형화된 까닭에 놀라워하는 것일까. 아무튼 신기신기....

 

★★☆

 

15. 신세계

 

신세계의 줄거리를 보고는 대뜸 무간도가 떠올랐다. 무간도를 리메이크한 디파티드와 함께. 무간도가 워낙 큰 성공을 보았기 때문에 삼탕을 하나 보다 했는데, 인터뷰를 보니 전혀 다른 매력을 느낄 거라고 자신만만해 한다. 그리고 그 자신만만함은 근거가 있음을, 영화를 보고 알아차렸다. 이 작품, 재밌다!

 

 

이정재는 사실 늘 멋있는 배우였다. 연기도 부족하지 않았고. 그래도 베스트라 꼽을 작품이 좀 아쉬웠다. 이십 년 가까이 지났는데 아직도 모래시계 보디가드를 추억하긴 좀 그렇지 않은가. 이 작품은 아주 잘 맞는 슈트처럼 그의 연기를 빛나게 해주었다. 이중첩자의 불안감과 고뇌도 잘 표현했고,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도 공감하게 만들었다.

 

 

황정민과 연변 거지들이 촌스럽게 나오면 나올수록 이정재의 수트빨은 더더더 빛나고 말았다. 소지섭 같은 탄탄 근육이 아닌 꽤 마른 듯한 몸에서 떨어지는 양복선이 어딘가 좀 애처롭게도 만들고...

 

무간도와 비슷한 설정이지만 거기서 한발자국 나간 연출로 느껴졌다. 다만 NG라면 송지효인데, 이렇게 연기를 못해도 늘 주연인 게 신기하단 말이지... 국어책 읽는 그 목소리는 어째 답이 없다. 캐릭터도 목숨 걸고 지킬 무언가가 보이지 않아서 역시 설득력도 부족하고....

 

최민식의 연기도 자주 보던 분위기여서 특별할 게 없지만 황정민은 압권이었다. 이정재가 비쥬얼에서 압권이었다면 황정민은 역시 연기로 갑이다. 어이쿠, 욕도 입에 쩍쩍 붙고 브라더~하고 외치면 괜히 마음 한쪽이 찡하더란 말이지....

 

영화가 첫 씬부터 무척 하드한 피범벅이어서 좀 힘들긴 한데, 그래도 전반적으로 꽤 괜찮았다. 다 제거했다고 여겼는데 마지막에 하나 남은 숨은 패를 찾지 못하고 영화가 끝나는 것도 여운을 준다. 세상에 완전범죄란 없는 법(이라고 믿고 싶은...)

 

 

 

 

 

 

 

 

 

 

 

 

★★★★★

 

16. 스토커 

 

2월은 날도 부족한데 기어이 10편의 영화를 찍고 말았다. 연휴가 끼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마음 속에 바람 잘 날이 없어서 영화라도 보면서 좀 눌러줄 필요가 있었다. 그런 감정이 아주 치닫던 날에 본 영화 스토커다.

 

분노의 윤리학에 등장하는 그 '스토커'를 상상했는데, 이 작품에서의 스토커는 주인공 이름의 '성'에 해당한다.

 

 

엄마 역의 니콜 키드먼. 워낙 장신에다가 굽도 있을 테니 더더 크게 나오겠지만, 박감독님 뒤의 배우까지 해서 다들 너무 커주시네...

 

 

삼촌 찰리 역의 배우다. 팔이 긴 것인가 피아노가 작은 것인가!! 배우들이 있고 있는 옷의 색깔마저도 각각의 상징을 담고 있는, 뚜렷한 색깔을 보여주는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다. 눈도 깜박이지 않고 조카 인디아를 시선으로 따라가는 삼촌 역을 무서울 정도로 잘 표현해 냈다. 따라다니는 스토커를 연상시킬 만큼.

 

 

고혹적인 니콜 키드먼! 스토커 가에 흐르는 핏줄을 엄마는 이해할 수도 따라갈 수도 없다. 그러니 외롭고 점점 더 겉돌 수밖에 없다.

 

 

숲으로 둘러싸인 스토커 저택. 온 집을 빙 둘러싸며 뚫려 있는 수많은 창문이 오히려 이 집을 더 폐쇄적으로 보이게 만들고, 관음증적 시선을 느끼게 한다. 실제로 영화에서는 창밖을 돌면서 집안을 들여다보는 시선을 자주 잡아주었는데 그 불편한 시선은 엄청난 긴장감을 만들어 냈다.

 

 

호주 출신의 배우 미아 바시코프스카는 무척 신선한 얼굴이었다. 인형같이 예쁜 건 아닌데 좀 신비로운 분위기도 있고, 차가운 얼굴 안에 뜨거운 기운을 숨긴 캐릭터를 섬뜩할 정도로 잘 잡아냈다. 원래 금발인데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해서 감독은 엄마의 머리카락이 아닌 삼촌의 머리카락 색으로 가발을 쓰게 했다고 한다. 삼촌이 금발 머리가 어울리지 않은 덕분이기도 하고...ㅎㅎㅎ

 

프로필을 보니 '레스트리스'의 여주인공이었다. 전작을 내가 본 게 있구나. 그때도 시한부 인생을 사는 독특한 매력의 소녀 역을 맡았는데, 역시 이 배우는 어딘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매력을 품고 있는 듯하다. 어쩐지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서 클론 역을 맡았던 배두나도 떠오른다.

 

영화에서 가장 절정으로 치달았던 것은 인디아가 삼촌 찰리의 접근 목적을 알아차리는 장면이었는데, 이 중요한 순간에서 나는 전화가 왔고 받질 못했다. 기다리던 전화가 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급했다. 내가 찾던 전화였으면 어쩌지? 나가서 받을까? 마구마구 고민하고 있는데 집에서 다시 전화가 왔다. 내가 찾던 전화가 맞나 봐! 못 받아서 집으로 했나봐. 이 전화를 받아야 해! 이렇게 생각이 널을 뛰니 영화에 집중할 수가 없다. 일단 몸을 숙이고 밖으로 나갔는데, 그게 출구가 아니라 창고였다. 어두컴컴한 그곳에서는 심지어 전화기 안테나도 안 잡힌다. 아, 무서운 공간으로 내 발로 들어왔어...ㅜ.ㅜ 다시 문을 열고 나가서 반대편 출구로 나갔다. 그리고 바로 엄마한테 전화를 해보니, 엄마가 집에 없냐고 궁금해서 전화했다는 반응... 그러니까, 앞서 내가 못 받은 전화는 내가 기다리던 전화가 아니었다. 누군가가 뭘 물어보는 전화였을 뿐... 하아, 이 전화 소동 때문에 나는 영화를 십분이나 잘라먹었고, 가장 중요한 대목도 놓쳐버렸다. 어쩔껴....... 다시 보고 싶다. 흑...ㅜ.ㅜ

 

 

 

마음에 드는 포스터다. 영화에서 시각과 청각이 유난히 발달한 스토커 가문의 음산한 분위기와도 잘 맞아 떨어진다.

 

 

위쪽 포스터는 잘렸는데 아래쪽에 비친 사진에서 위의 사진들의 본 모습을 볼 수 있다. 아, 찰리의 피흘리는 모습이 무척 섬뜩하다.

 

 

 

이 포스터도 음산하고 섬뜩하고, 그야말로 영화 분위기와 아주 잘 맞아 떨어진다. 누가 만들었는지 참 감각적이네.

 

박찬욱 감독의 작품들은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들이 무척 선명하다. 영화를 볼 때는 잘 모르다가도 나중에 되짚어 보며 상기해 보고는 무릎을 탁탁 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박쥐가 상을 받기도 했지만, 이 영화는 아예 외국 배우들만으로 찍었는데, 해외에서는 어떤 반응을 받고 있는지 궁금하다.

 

 

 

 

 

 

 

 

 

 

 

 

★★★★★

 

 

공연이랑 전시회 다녀온 이야기도 쓸 생각이었는데 너무 길어져서 일단 여기서 맺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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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3-12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를린, 남쪽으로 튀어~~~ 만 봤어요.
신세계는 보고 싶은데 시간을 못 냈어요.ㅜ

마노아 2013-03-12 09:56   좋아요 0 | URL
유혈이 낭자하긴 한데 그래도 꽤 괜찮은 영화였어요.
순오기님 너무 바빠서 여유가 없군요...

아무개 2013-03-12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어때요? @..@

마노아 2013-03-12 09:56   좋아요 0 | URL
저는 무척 좋았어요. 담백하고 깔끔했어요.^^

프레이야 2013-03-12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바쁘시구나 ㅎㅎ 포스터만 올리신 걸 보니까요,라고 쓰고 보니
접힌 게 있네요.ㅎㅎㅎ 역시!
읽다가 '스토커'에서 그만 빵 터졌어요.ㅋㅋ 십분간의 대소동.
어제 스토커,봤는데 오히려 엔딩이 밝고 희망차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저는 8개!! 겹쳐요.
저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가 올해 첫 영화였어요.
훈훈하고 좋았어요. 그죠^^
신세계,는 의외로 참 좋더군요. 그래도 '더 헌트'가 최고!

마노아 2013-03-12 13:08   좋아요 0 | URL
으히힛, 포스터의 40%를 못 쓰긴 했어요.^^
스토커 사건은 그야말로 저의 또 삽질이지요. 하아, 하루도 그냥 넘어가질 않아요.ㅜ.ㅜ
저도 엔딩 보면서 묘하게 흥분되더라구요. 첫 부분 떠오르면서 박찬욱의 새로운 비상으로도 느껴지구요.
우왕, 8개면 많이 겹쳐요.^^
더 헌트는 정말 최고였어요. 더 이상 경쟁작이 없다면 올해의 영화로 손색이 없어요.^^

꿈꾸는섬 2013-03-13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베를린과 남쪽으로 튀어만 봤네요.
스토커랑 신세계 보고 싶었는데, 얼른 시간을 내야겠어요.

마노아 2013-03-14 08:48   좋아요 0 | URL
신세계는 좀 더 오래 상영할 것 같은데 스토커는 예매율이 좀 저조하네요.
스토커 먼저 보세요. 이쪽이 더 단명할 것 같아요.^^;;;

기억의집 2013-03-14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영화 말미에 애니 나왔나요? 으악~ 저는 고양이를~ 딸애랑 같이 봐서 봤는데, 하도 지루하다고 난리를 쳐서, 하긴요. 12살짜리가 이 영화의 느린 묘미를 알 턱이 없죠!, 앤딩크레딧 올라올 때 황급히 나왔는데...^^
헌트는 지금 하나요? 프레님하고 마노님 댓글 이야기 들으니 귀가 솔깃,눈이 총총해지네요^^

마노아 2013-03-14 19:21   좋아요 0 | URL
아주 귀여운 애니가 나왔어요. 영화에 나왔던 캐릭터들을 그려놨는데 정말 똑같구요. 특히 옆집 할망구 역할 아저씨가 엄청 웃겼어요. ㅋㅋㅋ
더 헌트는 필름포럼에서 지금도 하고 있네요. 내리기 전에 다녀오셔요. 좋은 영화예요.^^
 

   FOCUS 과학

제 1819 호/2013-03-11

갑자기 실신하는 사람들, 남들보다 ‘이것’ 예민하다?

장나라, 신현준, 김선아, 티아라 효민의 공통점은?

모두 촬영 중 실신해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연예인이다. 이들이 갑작스레 쓰러진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 팬들은 뇌나 심장에 문제가 있는 등 큰 병이 아닐까 걱정한다. 또 혹자는 촬영 중인 드라마나 영화 홍보를 위한 마케팅이라 수군대기도 한다. 하지만 대게는 중병도 꾀병도 아닌 부교감 신경의 오버(?)로 인한 ‘미주신경성 실신’일 때가 많다.

실신은 부교감신경 때문?
미주신경은 부교감신경의 하나다. 부교감신경은 교감신경과 함께 신체를 구성하는 여러 장기와 조직의 기능을 조절한다. 교감신경은 신체가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대처한다. 근육 대동맥에서 갈라져 나온 동맥이 넓어지면서 심장박동수가 증가한다. 반면 피부와 소화관의 동맥은 수축하면서 혈액이 뇌와 심장, 근육으로 집중된다. 털세움근도 영향을 받아 털이 바짝 서고 땀이 난다. 너무 긴장하면 배고픔은 잊고 손에 땀이 나며 심장이 빨리 뛰는 이유다.

부교감신경은 정반대작용을 한다. 심장박동수는 떨어지면서 혈압이 낮아지고 소화관의 연동운동은 촉진된다. 중요한 시험을 마치고 시험장을 나설 때 밀려오는 안도감, 이때의 몸 상태를 생각하면 된다. 교감신경이 공포와 분노, 긴장을 했을 때처럼 위급한 상황에 대비하고 반응한다면 부교감신경은 소화는 촉진하고 온몸에 힘을 빼 편안하게 만드는 등 신체 에너지를 절약하고 저장하는 작용을 한다.

두 신경은 상호작용을 한다. 한 쪽이 너무 흥분하면 이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다른 한쪽도 활성화된다.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미주신경성 실신은 이렇게 두 신경이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극도로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흥분하면서 반작용으로 부교감신경도 흥분한다. 이 때 부교감신경이 지나치게 활성화 되면서 심장박동수가 급격히 감소해 뇌로 가는 혈류가 일시적으로 멈추거나 부족해져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것이다.

따라서 미주신경성 실신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때 발생한다. 촬영 중 실신한 연예인의 경우, 무리한 촬영 스케줄이나 특정 신(Scene)에 대한 부담감과 압박감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스트레스로 작용한 것이다. 어린 시절 아침 조회시간에 교장선생님의 긴 훈화말씀에 한두 명씩 쓰러졌던 것도 같은 이유다. 다리는 아프고 햇빛은 뜨거운데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훈화가 스트레스로 작용한 것이다.

이것은 강한 햇빛을 오래 받았을 때 일어나는 일사병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미주신경성 실신은 스트레스로 교감신경이 흥분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부교감신경이 지나치게 흥분해 일어난다. 반면 일사병은 고온의 환경 탓에 땀을 많이 흘리면서 체내의 수분 부족으로 혈압이 낮아져 쓰러지는 것이다.

미주신경성 실신은 ‘교회실신’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사람이 많으면서 밀폐된 공간에 들어서면 긴장을 하게 되고 이를 이기지 못해 쓰러지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인은 다양하다.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요소가 개인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실신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보면 심한 생리통으로 오는 경우부터 소변을 오래 참다가 화장실에서 쓰러지는 경우 등 다양하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오랜 시간 서 있는 경우, 목욕탕이나 온천 등 뜨거운 물에 장시간 머물렀을 때, 혹은 햇볕에 장시간 노출됐을 때, 피를 보거나 신체의 일부가 다칠 위험에 처했을 때, 온도의 변화 등 주변의 환경이 급격히 변했을 때, 교회나 역 등 사람이 많은 밀폐된 공간에 갔을 때 미주신경성 실신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미주신경성 실신을 예방하려면?
다행히 미주신경성 실신은 간단한 예방법만 지켜도 막을 수 있다. 우선 가급적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는 요인은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개인별로 스트레스 요소를 피해야 한다. 청룡열차를 보기만 해도 쓰러지는 사람은 놀이공원에서 바이킹이나 자이로드롭 등 높은 곳에서 빠르게 이동하는 놀이기구는 피해야 한다.

소변이 마려우면 바로 화장실로 가야 한다. 방광근육이 흥분하면 부교감신경도 함께 흥분하면서 혈압이 떨어져 쓰러질 수 있다. 소변을 본 뒤에는 잠시 앉아 있는 것이 좋다. 방광근육의 이완은 부교감신경이 작용하면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이때는 혈압이 낮다. 따라서 바로 움직일 경우 쓰러질 수 있다.

목욕탕에서는 냉탕, 온탕을 번갈아 들어가는 것을 피해야 한다. 급격한 온도변화가 실신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버스나 교회, 지하철 등 사람이 많은 밀폐된 공간은 폐쇄공포증을 느끼기 쉽고 이 경우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증가해서 미주신경성 실신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평소 아침 식사를 챙기고 물은 자주 마시는 것도 중요하다. 아침은 하루 중 몸 안에 수분이 가장 적을 때로 혈압이 낮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아침 식사를 꼭 챙기고 평소 물을 자주 마셔 혈압이 낮아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과식은 금물이다. 음식물이 많이 들어가면 소화가 활발해지면 부교감신경이 빠르게 활성화된다. 또 배가 아프거나 메슥거림을 느끼면 바로 앉는 것이 좋다. 혈압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 실신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단한 방법으로는 서 있을 경우 한 발을 다른 발 앞쪽에 둬 다리를 X자 형태로 만들기가 있다. 앉아 있을 경우에는 한 쪽 다리를 다른 쪽 허벅다리 위에 접어 올려두는 등의 동작으로 혈압을 올려 실신을 예방할 수 있다.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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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3-03-11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 이야기가 아냐....ㅜ.ㅜ

순오기 2013-03-12 01:18   좋아요 0 | URL
빈혈이 아니고 이런 이유였군요.ㅠ

마노아 2013-03-12 09:54   좋아요 0 | URL
예방 방법이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 해서 안습이에요. 그게 어디 말처럼 쉽냐 이거지요. 크흑....ㅠ.ㅠ

hnine 2013-03-12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마노아님도 이 증세였던거예요? ㅠㅠ
제 친구 딸도 건강한 아이인데, 성당에서 미사보다가 갑자기 픽 쓰러져 정신을 잃기에 응급실 갔더니 바로 이거였다고 하더라고요.
오늘도 유익한 글 잘 읽었습니다.

마노아 2013-03-12 09:55   좋아요 0 | URL
작년 한해는 다행히 실신 없이 넘어갔는데 앞으로도 쭈욱 없었으면 해요.
집에서만 넘어가란 법이 없기 때문에 참 불안하거든요.
어휴, 미사보다가 그랬으니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들도 참 놀랐겠어요.
흔한 증상이라고는 하지만 당사자야 어디 그런가요.
과학향기에 내 얘기 나와서 깜놀했어요.^^
 
5만원 이상 주문시 추가 2천 마일리지
알라딘 이벤트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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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전에도 2천점 추가 적립을 위해 책을 더 담고 말았다. 그러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미 장바구니에는 43,000원어치 담겨 있어서 나도 모르게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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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메 칸타빌레 11
토모코 니노미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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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키는 결국 콩쿠르에서 우승을 했다. 결승 직전에 쟝은 스승 비에라와 통화를 하다가 치아키의 소식을 전한다. 열두 살 꼬맹이적부터 자신의 제자였다고 말하는 비에라. 치아키가 직접 들었다면 얼마나 벅찼을까. 비에라와 슈트레제먼의 제자답게 치아키는 해냈다. 그리고 모두가 탐내는 지휘자가 되었다. 그 바람에 엘리제의 마수(?)에 걸려서 납치되어 고문(?) 끝에 계약을 체결하지만...

 

슈트레제먼을 따라 치아키는 몇달에 걸쳐 연주 여행을 다녔다. 육지에서 육지로 연결된 유럽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그게 비행기든 기차든 몇 시간 만에 이웃 나라로 가서 투어 공연을 할 수 있다. 반도지만 섬나라와 다를 바 없는 우리나라와 비교되는 순간이다.

 

석달이나 만나지 못하는 사이 노다메는 학교에 입학을 했다. 일본과는 많이 다른 체제고, 무척 진지하게 공부하는 분위기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치아키같은 수재가 우글거리는 공간이랄까. 게다가 악보를 잘 보지 못하는 노다메는 여러모로 눈이 팽팽 도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 윤롱. 가난한 고학생이자 향수병에 찌들어 있고, 그러면서도 나름 왕자병도 있는 솔직한 친구다. 노다메와 함께 파스타 집에서 맛나게 식사를 했는데 알고 보니 둘 다 돈이 없다. 이럴 때 노다메의 무대포 정신이 놀랍다. 옆 테이블 아저씨께 돈 빌려달라는 노다메. 그렇지만 돈보다 더 멋진 교환권이 있으니 그건 바로 피아노다. 음악 좋아하는 식당 주인 덕분에 멋진 연주로 밥값을 톡톡히 해낸 두친구. 이럴 땐 돈 많은 것보다 재능 귀한 게 더 부럽다.

 

억지스럽게 계약을 맺긴 했지만 치아키는 치아키대로 슈트레제먼의 수족이 되어 거장의 많은 것들을 배워냈다. 그 바람에 극적으로 데뷔 지휘도 했고 말이다. 이제 노다메도 스스로 성장해나갈 차례다. 좀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유학을 오긴 했지만 아직은 음악에 좀 더 집중하지 못했다. 스스로의 음악의 색깔도 잘 모르고 있다. 알을 깨고 나올 노다메를 좀 더 응원해 본다. 더불어 치아키와 재회하는 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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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메 칸타빌레 10
토모코 니노미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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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메와 치아키는 프랑스 유학길에 올랐다. 존경하고 선망하던 비에라 선생님의 오페라 지휘를 보며 새롭게 다짐하고 맹세하는 신이치. 거주하게 된 아파트는 신이치네 집 소유다. 그 덕분에 이곳에서도 왕자님 같은 숙소를 사용하게 된 신이치다. 정말 부럽군!  새 집에는 음악학교 학생들이 살고 있는데, 프랑스인 프랑크는 노다메처럼 프리고로타 광팬이다. '오타쿠'의 뜻을 아주 좋은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던 프랑크는 진정한 오타쿠 노다메와의 만남으로 오타꾸의 참뜻을 온몸으로 체험했달까. 러시아인 타냐는 치아키에게 매력을 발산하고자 애썼지만 치아키의 엄격한 음악 충고에 바캉스마저 반납할 지경이다.

 

그리고 치아키는 지휘자 콩쿠르에 나가게 되었다. 30살 이하까지만 참여할 수 있는 젊은 지휘자 콩쿠르다. 여기서 운명적 라이벌을 만나는데 바로 비에라 선생님 밑에서 공부를 하는 프랑스인 쟝이다. 벨기에 지휘 콩쿠르에서도 우승을 했던 유명인사인데, 그의 일본인 여자 친구가 좀 지나치게 나낸다. 아주아주 얄밉도록! 그밖에 일본인 참가자로 카타히라도 있는데 올해 30세로 네번째 참가라고 했다.

 

지휘 콩쿠르도 무척 재미있었다. 제비뽑기와 기본 과제곡을 연주하는데, 주어진 시간이 짧아서 참가자의 평소 역량을 알아보는데 적격인 테스트였다.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의 곡을 뽑았다고 울상인 참가자가 있었지만, 같은 하이든의 곡을 뽑고는 '영광'이라고 말을 하는 치아키가 있다. 다가가는 마음가짐이 달랐고, 결과 역시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화사하고 화려한 쟝의 선 지휘를 보고는 같은 곡을 지휘하게 된 치아키는 초조해졌다. 그 바람에 'S' 오케스트라 때처럼 엄격하게 나갔다가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말았다. 스스로에게도 실망하게 된 치아키. 나름 위로를 해주려고 하지만 오히려 염장을 지르는 노다메 때문에 치아키는 여러모로 심기가 불편하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 치아키를 다독인 것은 앞서가는 쟝이었고, 그런 쟝을 긴장시킨 것은 또 치아키였다. 이들의 본선 재대결도 무척 궁금해진다.

 

꽤 오래 전 일인데 열린음악회에서 여성 지휘자가 오래도록 지휘하는 것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보통은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고 반주의 의미로 보던 연주자들이 주인공이 된 시간, 그리고 그 주인공들을 빛나게 만들어줬던 지휘자가 인상적이었다. 단정한 정장 차림으로 무척 절도있게 지휘봉을 휘둘렀는데, 연주가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다. 지휘란 저렇게 멋있는 거구나... 하고 감탄했던 기억... 지금은 여성 지휘자도 꽤 있을 거서 같은데 그때만해도 흔치 않아 보였다. 새삼 그때 반짝이던 지휘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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