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N 과학

제 1608 호/2012-05-16

발명가의 자질은 실수?

태연, 입을 씰룩거리며 한참동안 집안을 돌아다니더니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이 나무젓가락을 꺼내 칼로 날카롭게 깎기 시작한다.

“엄마는 도대체 쇠고기를 구우신거예요, 아님 삼 만년 묵은 고래심줄을 구우신 거예욧! 고기 한번 먹었다가 24개의 이 사이사이마다 빠짐없이 고기가 끼어서 빠지질 않는단 말이에요. 이쑤시개도 아무 소용없고, 제가 오죽 답답하면 나무젓가락 창을 만들어서 이를 쑤시겠냐고욧!”

“아이고, 그러다 다치면 어떡하려고 그래! 그나저나 너의 무척이나 무식한 두꺼운 젓가락 이쑤시개를 보니, 네가 혹시 발명에 엄청난 소질이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구나. 많은 학자들이 인류 최초의 발명품을 이쑤시개라고 주장하고 있거든. 그런데 지금 네가 4~5만 년 전 원시 인류가 하던 행동을 똑같이 하고 있으니 말이야.”

“혹시, 지금 저를 원시인 같다고 놀리시는 건 아니겠죠? 제가 원시인이면 아빠도 원시인 아빠라는 걸 잊지 마시라고요. 그리고 뭐, 발명이 별건가요? 아무거나 새로 만들면 되지. 그딴 거 저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맞아. 발명은 어렵지 않아. 더 편하고 유익한 도구를 새로 만드는 것일 뿐이지. 하지만 발명이 바꿔놓은 인류의 문명과 역사는 엄청난 것이란다. 지렛대와 바퀴의 발명 덕분에 물건을 운반하기 쉬워져 지금과 같은 건축물들이 탄생할 수 있었고, 문자와 인쇄술의 발명으로 지식 전달이 매우 쉬워져 세상은 점점 더 빨리 발전할 수 있게 됐지. 또 18세기에 발명된 증기기관 덕분에 산업혁명이 시작됐고 그 덕분에 현대문명이 존재할 수 있게 됐단다. 또 전기, 자동차, 컴퓨터, 인터넷 등의 발명이 없었다면 얼마나 불편했을까, 아이고…, 상상도 하기 싫구나.”

“와, 발명이 그렇게 대단한 거였어요? 그런데 제가 어디서 들은 건데요, 발명을 해서 특허를 따면 돈을 그렇게 많이 번다면서요? 발명 하나로 세계적인 재벌도 될 수 있다던데, 정말이에요?”

“그럼! 대표적인 사람이 발명왕 에디슨이야. 1878년 백열전구를 발명하기 위해 에디슨 전기회사(Edison Electric Light Company) 창설했는데, 이때 수많은 발명품을 만들어냈고 이것이 아직까지 세계 최고 기업 중 하나로 손꼽히는 제너럴일렉트릭(GE)의 모태가 됐지 않냐. 이렇게 발명을 통해 지식재산권을 확보하면 얼마든지 부자가 될 수 있단다.”

“와~!! 드디어 저의 미래 직업을 결정했어요. 저 발명가 될래요!! 그럼 이제 뭐부터 시작하면 될까요? 발명 방법을 좀 가르쳐 주세요. 빨리 빨리요!”

“그래? 그렇담 매년 5월 19일이 ‘발명의 날’로 정해져서 각종 행사가 열리는데, 여기에 출품할 작품을 생각해 보려무나. 발명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관찰’이야. 일단 지금 네 주변에 있는 모든 물건들을 아주 유심히 관찰하고, 조금이라도 불편한 점이 발견되면 그것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곰곰이 고민해보렴. 당장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기존의 물건에 뭔가를 더하거나, 빼보거나, 아니면 모양이나 크기, 재료, 용도 같은 걸 바꾸는 식으로 수많은 상상을 해보는 거야.

“에이, 그건 발명이 아니잖아요. 그냥 좀 업그레이드 하는 거지.”

“그렇지 않아. 일반적으로 기존 기술의 20% 이상을 개량할 수 있으면 발명으로 인정한단다. 어쩌면 너처럼 하루 종일 온갖 쓸데없는 상상의 나래를 펴느라 바쁜 사람이 발명에는 더 맞는 사람일지도 몰라. 또 넌 실수도 많이 하잖아.”

“자꾸만 놀리실 거예요? 제가 무슨 실수를 해요! 전 흠이 없는 여자라고욧!”

“고~뤠?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구나. 실수가 나쁜 게 아니에요. 역사적으로 보면 실수와 우연을 통해 이뤄진 발명이 진짜 많거든. 대표적인 합성소재인 나일론의 경우를 보자꾸나. 20세기 초, 하버드 대학 강사였던 캐러더스는 연구팀원들과 함께 고분자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었어. 그런데 실험이 끝나고 팀원 한 명이 실험 찌꺼기를 불에 쬐여 떼어내려고 하자, 찌꺼기가 끊어지지 않고 계속 실처럼 늘어나는 거야. 이것을 본 캐러더스는 인공 화학섬유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결국 나일론을 발명하게 됐단다. 또 1839년 찰스 굿이어라는 청년이 황을 끓이다가 실수로 고무 위에 엎질러 합성고무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고무 타이어의 시작이기도 했지. 뿐만 아니라 전자레인지는 전투기 부품을 만들기 위해 레이더 실험을 하다가, 그리고 치클 껌은 고무를 만들다 실패해서 만들어졌단다.”

“우와, 대단해요! 아빠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저는 발명가로서의 자질을 완벽히 갖추고 있는 것 같아요. 아까 일상생활을 좀 더 편리하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보라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생각한 건데, 이런 건 어떨까요? 컴퓨터 게임 하면서 과자를 먹으려면 엄청 불편하잖아요. 폭풍 클릭을 해야 하는데 과자는 먹어야겠고, 과자 부스러기는 손에 자꾸 묻고. 그럴 때 과자를 대신 먹여주는 로봇을 발명하는 거예요. 또 목욕을 하면서 게임을 할 수 있게 방수 게임기를 만드는 것도 좋겠어요. 어때요, 끝내주죠?”

“에고… 내가 못 산다 못 살아~. 오늘부터 게임 일주일 금지!!”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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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2-05-26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4컷 만화의 마지막에서 빵!터졌습니다.

마노아 2012-05-26 15:01   좋아요 0 | URL
표정도 압권이지요? ㅋㅋㅋ
 
올가의 편지 창비아동문고 262
송마리 지음, 문지후 그림 / 창비 / 2011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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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편의 동화가 실린 동화집이다.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감동과 재미를 보장해 주는데 그 중에서도 표제작 '올가의 편지'가 가장 마음에 남는다. 몽골에서 막 학교에 입학한 소녀가 한국에 일하러 간 아버지께 편지를 쓰고 있다. 엄마가 처녀적부터 탔던 말이 어느 날 집을 나갔고, 엄마가 그 말을 찾으러 떠나서 돌아오지 않고, 그 엄마를 찾으러 삼촌마저 떠난 상황에서 아이는 학교에서 한국어 공부를 하던 동무와 만나자마자 헤어지게 된다. 아이의 아버지도 한국에 일하러 가셨는데, 산재를 당해서 추방당한 나머지 아이의 공부가 끝이 나버렸던 것이다. 몽골이라는 이국적 풍경의 삶의 모습도 담아내었고, 막 학교에 들어간 아이의 설렘, 말을 찾아 나선 가족들에 대한 걱정과, 한국에서 점점 늘어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모습까지 욕심껏 담아내었다. 아이의 입을 빌려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때문에 애처로움이 더 짙게 묻어난 것으로 보인다. 생각할 거리가 많은 작품이었다.

 

두번째 이야기 '엄마는 울지 않는다'는 태평양을 넘어 파라과이로 독자를 초대한다. 한국인과 재혼한 엄마가 한국에서 파라과이의 아들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축구를 무척 좋아하는 나라라는 것, 카톨릭이 지배적인 나라나는 것 등을 작품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내었다. 아이가 한국에서 만나게 될 이복 동생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까지, 또 울고 싶지만 꾹 참아낸 마음을 결국엔 울음보로 떠트리기까지를 극적으로 잘 표현했다.

 

세번째 작품 '일봉이'에서는 유소년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된 아이가 북한 선수 일봉이와 경기장에서 맞닥뜨린 이야기를 담고 있다. 머나먼 몽골과 파라과이에 이어, 이번엔 가깝지만 심리적으로 더 멀어져버린 북한 이야기까지. 정말 작가님의 관심과 열정의 눈길이 못 미치는 곳이 없다. 짧은 단편들이지만 모두 드라마틱하게 전개되는 것이 마치 영상으로 보는 것처럼 눈앞에 이야기가 펼쳐진다.

 

2부로 넘어가면 운전면허시험을 229회만에 합격한 박끝내 할머니의 십전팔기 면허시험기가 나온다. 은근과 끈기를 넘어 도전과 열정의 표상으로 제대로 군림하셨다. 면허 없는 내가 문득 죄송할 지경으로...

 

다섯번째 이야기 '커트'는 장애 엄마를 둔 아이가 새아버지와 이복 동생이 생기게 되면서 겪게 되는 마음의 갈등에 대해서 담아냈다. 엄마는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시는 분이었다. 아이는 어려서부터 잘 울지 않아서 순둥이란 별명을 가졌지만, 그건 아이가 순해서가 아니었다. 울어봤자 소용없다는 걸 알아버린 까닭이었다. 이 부분이 참 먹먹했다. 지나치게 일찍 세상을 알아버린 아이의 마음을 달래주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그렇지만 그건 새롭게 만들어진 따뜻한 가정에서 해줄 몫이다. 다행히 새아버지와 여동생은 아주 좋은 사람 같으니까.

 

다음 이야기는 '매~애 매~애'라를 독특한 제목이다. 짐작했듯이 염소 울음 소리다. 해녀였던 엄마가 바다가 거칠었던 날 물질을 나갔다가 사고로 돌아가시고, 엄마가 가시던 꽃섬에 뗏목 만들어 다녀오려던 아이가 이웃집 오동나무에 톱질하다가 사단을 낸 사건이 이야기의 배경이다. 서로 선장하겠다며 다투던 아이들의 고만고만한 모습들이 귀여웠지만 딸 시집갈 때 장농해주려던 오동나무 주인은 상처낸 나무가 또 얼마나 아팠을까. 나무에서 수액이 나오는 것이 상처를 치료하려는 자구책이라는 것에 신비감을 느꼈다. 자연 앞에 인간은 늘 작고 겸손해야 할 존재임을 다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마지막 이야기는 '나.를.불.렀.니?'라는 아주 짧은 이야기다. 놀아주지 않는 아빠가 신문보다가 잠이 드시자, 신문의 글자를 오리며 놀던 아이가 마치 글자와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이 모든 것들이 이야기에 꿈과 생명을 불어넣은 작가의 모습이지 싶다. 작가님은 이제는 한국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여러 가족들의 모습을 세계를 배경으로, 또 다양한 인물들의 입을 통해서 직간접적으로 소개하고 따뜻한 이야기들을 전한다. 짧지만 굵직한 메시지가, 진한 감동들이 있다. 

 

나는 이 책이 '몽골'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관심을 가졌는데, 별점이 하나도 없어서 더 궁금했다. 좋은 책인데 먼저 읽고 별점을 줄 수가 있어서 기쁘다. 더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만났으면 좋겠다. 요새는 유아용 그림책보다 이런 종류의 아동문고에 관심이 더 간다. 조카들이 자라고 있어서 그런가 보다. 아무튼 그림책도 동화도 모두 반가운 친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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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5-22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비에서 상받은 책이군요.^^
세계를 무대로 펼쳐보였지만 사람 사는 세상은 어디나 다르지 않은가 보네요.

마노아 2012-05-22 00:49   좋아요 0 | URL
창비에서 받은 책 맞아요. 잘 고른 것 같아 흐뭇해요. 사람 사는 세상, 정말 모두 비슷하네요.^^
 

 

 

24. 4월에 본 첫번째 영화는 '그녀가 떠날 때'였다.(순간 '그녀가 눈뜰 때'라고 쓰다가 고쳤다..;;;;) 출근을 5호선으로 하는데, 광화문 시네큐브에서 영화를 보고 커피 한잔 하고서 출근하면 딱 좋은 시간 대의 영화였다. 다만 영화 시작 시간을 잘못 알고 있어서 집에서 늦게 출발하고 앞에 5분 가량 놓친 게 무척 아쉽긴 했지만.

 

보고 나면 늘 좋았던 독일 영화다. 터키 사람들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이야기의 배경은 독일이 맞다. 이스탄불에 살던 우마이가 가정폭력에 시달리다가 아들을 데리고 독일의 친정으로 돌아오지만 오랜 관습을 지켜온 가족들은 제 인생을 스스로 결정하고 개척해 나가려는 딸과 누이와 언니가 불편할 뿐이다. 자신과 아들의 삶의 새출발을 포기할 수 없지만, 가족과의 연대도 놓을 수 없던 우마이의 고군분투는 무척 슬프게 끝난다. 그런 관습을 인정하기도, 또 이해하기도 쉽지 않은 관객은 답답함과 무거움을 안고 의자에서 일어설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우마이가 업어 키우다시피한 남동생의 돌변이 가장 화가 났다. 독일에서 뿌리를 내리고 사는 가족들도 이렇다면, 이스탄불에 살고 있던 우마이 본가에서의 삶은 어떠했을까 충분히 짐작이 간다. 제목만 보고서는 무척 희망적인 내용일 거라고 여겼는데 씁쓸하다.

 

(포스터 이야기. 우마이가 아버지를 만났을 때 손등에 키스를 하고 저렇게 이마에 대는 장면이 무척 인상깊었다. 경의와 존경을 담은 인사처럼 보여서...)

 

★★★★☆

 

25. 간기남은, cgv무료 쿠폰이 있어서 별 생각 없이 고른 영화다. 당연히 아무 기대도 없었다. 그런데 대.박. 재밌었다. 깨알같은 애드립의 향연이랄까. 누가 더 센스 있게 대사를 치는가 대결이라도 벌인 느낌이다. 아무도 지지 않는다. 누구도 밀리지 않는다. 대단한 배우들이다. 내용에 대해서는 딱히 말할 것은 없고, 그저 가볍게 즐길 만한 영화였다는 것! 박시연은 한국에서 뜨기 전부터 지켜본 배우인데 얼굴이 갈수록 인공적으로 보여서 안타깝다.

 

 

 

(봉구황 시절의 박시연. 지금보다는 자연스러운 얼굴... 붉은색 잘 받는다.)

 

★★★★

 

26. 헝거게임은, 나의 삽질이 최절정을 이루었던 날 극적으로 본 영화다.

 

 

왜 그랬니.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시리즈처럼 뒷 이야기가 길게 이어지는 영화일까봐 좀 걱정이었는데, 시리즈물이지만 한 에피소드로 끝나는 영화였다. 무척 다행!

 

독재국가 '판엠'이 체재를 유지하기 위해 만든 생존 전쟁 '헝거 게임'
12개 구역에서 남녀 두명씩 선발되어 24명이 생존을 겨루고, 마지막 한명만 살아남는 서바이벌 게임이다. 게임이라지만 이들에게는 목숨을 건 싸움이다. 어린 여동생이 추첨에서 뽑히자 대신 지원한 캣니스가 이 작품의 주인공이다. 활을 잘 다루고 씩씩하며 도도한 그녀의 캐릭터는 무척 흥미로웠는데, 그래도 수도 캐피톨에서 그녀의 옷을 지원해준 디자이너 시나의 호감은 잘 납득이 안 되었다. 뭔가 개인적인 이유가 있었을 것 같은데 영화에서는 그게 잘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튼 영화는 무척 볼거리도 많았고 나름의 로맨스와 액션을 잘 버무렸는데, 내가 유독 흥미를 느꼈던 부분은 독재 국가 판엠이었다. 과거에 있었던 식민지의 반란에 대한 본보기로 해마다 이런 헝거게임을 여는 것인데 '이키가미'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키가미는 '사망 예고장'이다. 목숨의 소중함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 국가는 8살 아이들에게 예방접종을 통해서 칩을 넣는데, 1000명당 한 명 꼴로 사망 예고장이 18세에서 24세 나이까지의 청년에게 도착한다. 누구라도 그 한명이 된다면 24시간 전에 사망예고장을 받고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생명의 경각심이 아니라 국가가 국민을 통제하기 위해 설정해 놓은 무서운 시스템이다. 무척 극적이긴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도 어떤 의미에서건 분명 이런 통제가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그 섬뜩함을 헝거게임에서 느꼈다. 비록 영화는 유쾌하고 신나게 해피엔딩이 될지라도.

 

★★★★

 

27. 은교는 그 다음날이 소풍날인 까닭에 평소보다 몇 십분 일찍 끝난 덕분에 역시 극적으로 보게 된 영화다. 맥주 한 캔 마시면서 영화 보는 로망을 꿈꾸었던 나는 맥주를 하나 주문했는데, 이게 캔이 아니라 컵에 담아 주어서 좀 놀랬다. 무엇보다 이게 좋은 선택이 아니었던 게 영화가 2시간을 넘겨 끝나기 때문에 후반 30분은 언제 끝나나 초조하게 기다려야 했다. 화장실이 어찌나 생각나던지...ㅜ.ㅜ 이게 바로 맥주의 함정!

 

 멈출 수 없는 욕망에의 질주

 

책을 읽은 지 일년 반이 지났기 때문에 아주 자세하게는 생각나지 않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기억한다. 영화는 우려했던 것보다 볼만했다. 소소한 웃음거리가 있어서 객석의 관객들이 다함께 웃을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은교는 17세 고교생이라고 믿어도 좋을 만큼의 풋풋함과 싱그러움을 시각적으로 확인시켜 주었다. 반면 70대 노시인 역을 맡은 박해일은 좀 부족해 보였다. 일단 발성에서 그 나이대로 들리지가 않고 오랜 분장의 고생에도 불구하고 주름 깊은 피부의 표현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덕분에 지난 날 '불멸의 이순신'에서 청년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여러 나이대를 연기한 김명민의 연기가 떠올랐다. 젊은 이순신은 목소리가 가늘고 높았지만 통제사 이순신은 목소리가 굵고 낮았으며 중후한 깊이감이 있었다. 연기 내공이 비교되는 순간이다.

 

서지우 작가를 분한 김무열의 연기는 좋았다. 특히나 마지막 자동차 사고 장면에서 아주 느리게 화면을 잡은 것은 탁월한 선택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거울'에 담긴 함축적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공대생 취급한 것은 좀 웃겼다. 공대생이라고 그런 감수성이 없을 리 만무고, 작가적 재능이 없는 평범한 사람일지라도 특별한 물건에 대한 애착을 이해 못할 리가 없지 않은가.

 

은교가 자신의 섹스에 대해 외로움이 원인이라고 말한 부분도 불편했다. 잘 납득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원작의 은교는 좀 더 발랑 까진(...;;;;) 느낌인데 영화의 은교는 보다 순수하게 가려고 애쓴 느낌이다.

 

원작에서 시인이 은교의 남자친구라고 사칭한 남자에게 모욕을 당하는 부분이 무척 인상 깊었다. 시인의 노여움과 절망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었는데 영화는 들어낸 것이 꽤 아쉽다.

 

아무튼, 영화 은교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그래도 내게는 원작이 더 나았다.

 

★★★☆

 

28. 어벤져스 역시 극적으로(ㅋㅋㅋ) 본 영화다. 이날은 소풍 날이었는데, 비담임이었던 나는 교무실에서 온종일 전화를 받았다. 거의 12시간에 가까운 근무를 마치고 퇴근한 시간이 오후 7시 좀 넘어서였는데, 평소라면 맛볼 수 없는 거리의 공기를 즐기다가 충동적으로 극장에 갔다. 볼 수 있는 시간대의 영화가 어벤져스 뿐이었다. 그것도 3D! 다행히 나는 3D무료 쿠폰도 한장 있어서 더 가벼운 마음으로 관람!

 

 

 

 

 

 

 

 

오, 그런데 이 영화 끝내준다. 슈퍼 히어로가 떼거지로 나오는 영화가 어찌 재밌겠냐며, 사공이 많으니 배가 산으로 갈 것 같았는데 아니었다. 게다가 촌철살인의 대사들! 역시 깨알같은 재미는 언제나 대사빨에서 나온다. 내가 영화로 만난 슈퍼히어로는 아이언맨 뿐이었다. 토르는 천둥의 신이라는 건 알았지만 작품은 보지 못했고, 헐크 역시 보지 못했다.(작품의 주인공이 '빤스'라는 내 친구의 명언만 기억할 뿐이다.) 특히나 캡틴 아메리카는 캐릭터 자체도 처음 본 인물이었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것들은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영화가 좀 길긴 하지만 무척 통쾌하게 볼 수 있었다. 보고 나면 헐크의 팬이 될 수 있다. ㅎㅎㅎ 헐크가 나쁜 놈을 패대기칠 때 어찌나 시원하던지...^^ 얼마든지 2편이 나올 수 있는 구조인데 기꺼이 기다려보겠다. 특히나 스칼렛 요한슨은 아이언맨2에서도 그 액션에 홀딱 반했는데, 그 바람에 더 킹2하츠에서 하지원의 액션이 너무 비교되어 안타까웠다는 후문이다.^^

 

마블코믹스가 이리 뭉쳤으니 DC코믹스도 뭔가 한건 하지 않을까? 이미 나와 있는데 내가 모르나? 어쨌든 그리 되면 난 배트맨에 한표! ㅎㅎㅎ

 

★★★★★

 

29. 열두살 샘은 역시나 아침 7시 반에 진행된 회의가 있던 월요일에 보았다. 병원 진료가 예정되어 있어서 다시 집 주변까지 돌아와야 했고, 비어있는 시간에 이 영화를 보았다. 이날도 나 혼자 입장해서 영화를 보고 나왔는데, 피곤에 지쳐있던 나는 깜박 졸고 말았다. 홀로 극장을 전세낸 사람으로서 죄송함을 금할 길이 없다.

비록 조금 졸긴 했지만, 그래서 열두 살 소년의 버킷 리스트를 몇 개 빼먹고 보긴 했지만, 영화의 감동을 느끼기에 부족하지는 않았다. 백혈병 치료를 열심히 받았지만 결국 시한부 인생이 되고 만 샘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창의력이 넘친 샘의 버킷 리스트는 재밌고도 아름다웠다. 12년에 불과한 생이었지만, 샘은 진정 충만하게 자신의 인생을 살아냈다. 이 놀라운 에너지는 샘의 가족에게도 큰 유산이 되었다.

 

자신의 죽음과 맞닥뜨리면서, 생을 정리하면서 남겨진 자들과의 관계, 그리고 남다른 장례식에 대해서 이야기한 여러 작품들이 떠오른다. 영화 '청원'과 '레스트리스', 그리고 무엇보다도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 생각난다. 보지 못했지만 아마도 관련되었을 한국 영화 '네버엔딩스토리'도 생각나고, 어떤 면에서는 일본 영화 '굿바이'도 함께 떠오른다. 내게 모두 좋은 작품들이었다.

 

★★★★★

 

바빴던지라 4월에 본 영화 정리가 꽤 늦어졌다. 덕분에 며칠 뒤면 5월의 영화를 정리할 판이다. 5월은 첫주 5일 동안 영화를 세편이나 보았지만, 그후 2주 동안은 1편밖에 보질 못했다. 그래도 꾸준히 뭔가 보려고 하는 중이다. 이틀 뒤에는 간송미술관에 갈 생각이다. 벌써 간송 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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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5-21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두살샘, 은교 찌찌뽕 ㅎㅎ
마노아님도 은교는 원작이 더 좋다고 느꼈군요.^^
근데 간송미술관 시즌이에요? 가본 지 벌써 6-7년 아니 훌쩍 넘은 것 같은데.. 가보고 싶어요.
이틀 뒤 가보시고 페이퍼 써주세요^^

마노아 2012-05-21 13:44   좋아요 0 | URL
원작을 먼저 읽고 영화를 봤는데 영화가 더 좋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영화를 먼저 보고 소설을 봤을 때도 비슷하고요.^^

몇해 전부터 봄가을 꾸준히 간송 미술관 다녀오고 있는데 가장 보고 싶은 것들은 아직 보지 못했어요. 그래도 꾸준히 가다 보면 언젠가 만나게 될 테지요. 다녀와서 후기 쓸게요.^^
 

1. 5월의 첫째날의 일이다. 갑자기 더워진 까닭에 스타킹을 신지 않고 맨발로 구두를 신었더랬다. 여과 없이 발등이 까졌고, 지갑을 뒤져서 밴드를 두 개 찾아냈다. 하지만 내 지갑 속 밴드는 뽀로로 밴드! 난 정장을 입었고, 차마 뽀로로 밴드를 붙일 수가 없어서 덧신을 사기로 했다.

난 당장 하나면 되는데 매장 사장님은 한개 3000원 짜리를 4켤레 만원에 주겠다며 강매를 하신다. 하나만 사겠다고 하니, 구멍 났을 때 메꿀 수가 없으니 최소 두개는 사야 한다며 두 켤레 5천원에 가져가라고 내 가방에 바로 넣어주셨다. 하여 두켤레 5천원에 사서 출근을 했는데, 직장에 도착해 보니 벌써 엄지발가락에 구멍이 나 있다. 이분이 선견지명이 있으셔... 이렇게 바로 구멍날 것을 어찌 알았을까...;;; 그 다음 주에 한켤레 더 신어봤는데 역시나 출근해서 보니 벌써 발가락에 구멍이....ㅜ.ㅜ 구멍난 것 버리고 나머지들로 한켤레 만들어야겠다. 그래봤자 일회용이 될 가능성이 무척 높지만... 가격도 알라딘 게 훨씬 싸구만...;;;;

 

2. 어버이 날 전날 모처럼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내가 오후 츨근인지라 점심을 같이 먹기로 해서 수원에 있는 언니도 집으로 올라왔다. 몸살로 고생 중인 엄마 때문에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감자탕을 사오고 케이크에 불도 붙이고 샐러드도 만들어서 꽤 근사한 밥상이었는데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곧 회의가 있으니 당장 오라고. 헐~! 이런 날들이 꽤 여러 차례 있다. 갑자기 연락이 와서 회의 있다고 호들갑... 집에서 한시간은 더 가야 하는데 당황스럽다. 암튼 그래서 입고 있던 옷차림 그대로 밥도 못 뜨고 휭 달려나갔는데, 그 바람에 윗옷은 블라우스였지만 바지는 청바지. 퇴근 무렵 부장님이 청바지 입지 말라고 뭐라 하신다. 쳇, 다른 샘들은 찢어진 청바지 입고 온 것도 봤구만 나한테만 뭐라 하심. 흥!

 

3. 어버이날에는 학생분들이 집에서 자녀들이 기다린다고 일찍 끝내달라고 아우성이었다. 부장님은 수업 일찍 끝내주라고 슬쩍 말을 흘리셨는데, 나도 그럴 마음으로 백묵도 안 들고 교실에 갔건만, 전원 모두 집으로 튀시고 교실은 휭 비어 있었다는 이야기... 생색 좀 내려 했더니만...ㅎㅎㅎ

 

4. 수행평가 때문에 한참 바빴다. 상대평가인 고등학교와 달리 절대평가인 중학교 수행은 적극적으로 점수를 주기 위한 시간이었는데, 중1 수업에서는 B4 사이즈 세계지도에 몇몇 나라를 정해서 색칠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장 고령이지만 제도권 교육에서 가장 멀리 있으셨던 분들이기 때문에 지리적 지식이 많이 부족했다. 예를 들어 프랑스가 어디 있는지 지리부도에서 찾아보자고 하면 아프리카 대륙에서 찾으시는 분들이었다. 해서 수행도 재밌게 해보자는 취지로 색칠공부를 세시간에 걸쳐서 했다. 헌데 그 수업을 모두 결석하신 한 분이 나중에 지도를 달라고 하셨다. 헌데 이날 이미 세번에 걸쳐서 지도를 자꾸 가져가신 분들 덕분에 종이가 다 떨어지고 없었다. 난 색칠이 마음에 안 들어서 고치겠다는 분인 줄 알고 그대로 제출하라고 말씀드렸다. 이분은 감정이 상했고, 자리에 돌아가서 아무 것도 안 하는 걸로 나름의 시위를 하셨다. 한바퀴 돌다가 책상이 비어 있는 것을 보고는 어찌 된 것인가 알아보았더니 사정이 그랬던 것이다. 아예 처음부터 종이가 없었던 거라면 내가 다시 복사해서 드렸을 텐데 이분은 기분 나빠서 수행평가 안 하겠다고 책상 위에 볼펜을 던져버렸다. 당황스런 순간이었다. 속상한 것은 알겠는데 이건 좀 예의가 아니지 않나 싶어서. 남자 샘이었어도 이랬을까 싶어 나도 마음이 불편해졌고 좀 더 여유있게 준비하지 못한 것도 속상하고 여러모로 신경이 쓰였다. 그런데 이분도 그랬나보다. 다음날 교무실로 오셔서 어떻게 하면 되겠냐고 물으신다. 친구분도 함께~ 난 백지도를 내주면서 어제 못받으신 분이 한분 더 계셨으니 그분도 드리라고 종이를 세장 내밀었다. 헌데 이분이 말씀하신다. 그게 자기라고. 아...;;;;;; 나의 안면인식장애! 전날 머리를 띵~하게 만드신 분인데 얼굴 홀랑 까먹어버렸다..;;;;;

 

암튼. 이날 수업에 들어갔는데 이분이 지나치게, 정말 오버해서 나에게 잘해주신다. 안 그래도 되시는데 전날 볼펜 던졌던 게 많이 신경 쓰이셨나보다. 문득 서글퍼졌다. 이 자리가 가진, 한줌도 되지 않는 그 알량한 권력(이런 표현 싫지만...)이라는 게 보였던 것이다. 사람이 주체할 수 없는 큰 권력을 가지면 얼마나 안하무인이 될까 무섭기도 했다.

 

5. 지난 주 목요일에는 창비에서 주관하는 행사에 초대되었지만, 역시나 저녁 근무인 나는 갈수가 없었다. 언니더러 조카 데리고 가라고 권했는데 소심한 언니는 못 가겠다고 했다. 아쉽다....

 

행사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받기로 했던 책을 우편으로 받을 수 있었다. 내가 고른 책은 이렇게 셋이다. 초정리 편지는 내가 아끼던 책이었는데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해서 이참에 다시 구비했고, 올가의 편지는 표제작이 '몽골'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관심이 갔다. 엄마 사용법은 지난 달에 반응이 워낙 좋았더래서 궁금햄서 골랐다. 담당 직원과 통화하고 바로 다음날 책이 도착했다. 신기한 게, 출판사에서 직접 책을 쏘면 배송이 정말 빠르다. 하루에 몇 차례씩 배송이 나가는 게 아닐까 싶다. 꽤 오후에 통화를 했는데 말이지....

 

6. 지난 주 토요일에는 친구와 벽화마을을 가기로 했다. 우리는 홍제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여긴 내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살던 동네여서 잘 찾아갈 자신이 있었다. 물론 나는 벽화가 그려진 개미마을을 들어본 적도 없었고 당연히 가본 적도 없었다. 그래도 잘 찾아갈 수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싸여, 이날 친구를 데리고 뱅뱅뱅... 돌았다. 밥 먹은 시간 한시간 반을 포함해서 도합 3시간에 걸쳐서 도착한 벽화 마을. 아, 한주도 빼먹지 않는 삽질의 유구한 역사를 어찌 해야 할지...;;;;

 

날씨가 아주 좋았고, 벽화 보는 재미도 아주 컸다. 무척 낡은 동네였는데, 벽화 때문에 주민들이 시끄러울까 봐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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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사진도 서로 찍어 주었는데, 친구의 수전증이 날이 갈수록 심해져서 반은 흔들린 사진, 반은 눈감은 사진이라는 슬픈 이야기.... 그래도 선별해서 인화까지 마치고 앨범에 모두 꽂아 놓았다. ㅎㅎㅎ (아이모리 쿠폰 사용 만기 때문에 좀 서둘렀다. 이럴 때만 빨라...;;;;)

 

 

축대에 그려놓은 그림들이 마음에 들었다. 어떤 그림은 사진으로 찍어본 다음에야 정체를 알아볼 수 있기도 했다. 왼쪽 하단의 색채는 무척 마음에 들어서 배경으로 두고 사진을 찍었는데, 어디서 향기롭지 못한 냄새가.... 알고 보니 화장실이었다..ㅜ.ㅜ

 

 

원색 계열을 배경으로 두고 사진을 찍을 때 잘 나온다는 걸 찍으면서 알게 되었다. 확실히 꽃 그림이 마음에 든다. 마지막의 꽃잎 그려진 벽에는 같은 무늬의 커튼까지 쳐져 있다. 집주인이 센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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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사진에 그림을 그린 사람들과 작업 내역이 나와 있다. 사진을 줄여 놓아서 알아보기는 힘들지만 아무튼...

 

사실 우리 둘이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은 북촌의 벽화 마을이었다. 1박2일에서 이승기가 천사 날개를 배경으로 사진 찍었던 곳인데, 방문객이 너무 많아서 주민들 항의로 벽화를 지웠다고 한다. 그 벽화는 왕십리 어딘가로 옮겨갔다고 들었는데 어딘지는 모르겠다. 나도 천사 날개 배경으로 사진 찍고 싶었는데 아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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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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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토요일에 많이 걸어서 피곤했지만, 일요일에는 이날까지 써야 하는 투탕카멘 전시회 티켓이 있었다. 친구를 불러서 교직원 할인 받아서 둘이 같이 전시회를 보았다. 사실 우리 둘다 이집트에서 투탕카멘 미이라를 보려고 했으니 표가 비싸서 못 보고 돌아온 아쉬움이 있었다. 거기서 약 3만원 정도였는데 한국에 돌아와서 5천원에 감상했다. 도록을 1만원 주고 사긴 했지만 남는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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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서는 플래쉬를 끈다면 사진 촬영이 가능했는데, 나의 후진 카메라는 어두운 곳에서는 촛점이 잘 맞지 않는다. 그래서 사진을 더 작게 줄였다. 티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ㅎㅎㅎ

 

전에 누군가 다녀와서 좀 별로였다는 후기를 본 것 같아서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보는 즐거움이 컸다. 왕가의 계곡에서는 우리가 다녀왔던 곳 이야기를 하며 관람을 했는데, 2년 조금 지났을 뿐이건만 당시 열심히 보고 온 곳의 지명이나 이름이 잘 떠오르지 않아서 함께 좌절하곤 했다. 나는 물론이용 2년 반동안 살다가 온 친구도 잘 떠올리지 못했다. 아흐 동동다리...ㅜ.ㅜ

 

 

18세로 죽은 소년왕 투탕카멘. 그의 죽음이 타살인가 사고사인가에 대한 글이 흥미로웠다. 얼마나 보존이 잘 됐으면 수천 년이 지나서 엑스레이를 찍었는데도 저렇게 잘 보일까...

 

황금이 번쩍 번쩍... 마지막 사진에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이... 이날 처음으로 땡땡이 무늬 옷을 입었다. 민소매로 시원은 했는데, 어쩐지 아줌마 포스가 나는 차림새긴 했다....(살 붙었어..ㅜ.ㅜ) 

 

다양한 사냥도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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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마치고 둘러본 기념품 가게다. 파피루스 그림을 이집트에서 사오고 싶었지만, 막판에 장염으로 고생한 나는 사러 갈수도 없었고, 사실 돈도 없었다. 그곳에서 샀으면 훨씬 저렴했을 텐데, 한국 버전은 꽤 비쌌다. 아까비...이번에도 눈으로만 감상할 수밖에.... 두번째가 옥합인데, 알타비스타? 뭐라고 불렀더라? 암튼, 여행지에서 친구가 울 엄니 드리라고 사준 그릇이기도 하다. 울집에도 있는데~ 하며 괜히 으쓱.... 이집트에서 가장 탐났던 물건은 체스판이었다. 장기 말들이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전통 신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 무척 독특했더랬다. 사진 속 쟤들보다 훨씬 예뻤는데, 현지 가격으로도 꽤 비싸서 감히 살 수가 없었다. 여기서도 못 사기는 마찬가지. 내가 살 수 있었던 건 도록 한권 뿐이구나. 쿨럭!

 

8. 월요일에는 스승의 날 전날이라고, 학생 분들이 스승의 은혜 노래를 불러주셨다. 세상에, 몸둘 바를 몰라 했다. 그리고 정말 감동적이었다. 어린 학생들에게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배움에 대한 갈망과 갈증, 그리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에 대한 감사함이 사무치는 분들의 노래였다. 촌스럽게 울 뻔했다. 꾹 참았지만.

 

9. 화요일에는 스승의 날에는 세족식 행사가 있었다. 이 행사를 준비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는가는 말 못하겠다. 시험 기간이라 한참 바쁠 때였는데 시도 때도 없이 밑도 끝도 없는 회의가 열리고, 심지어 수업 시간을 제끼면서까지 진행되는 회의에 기암했다. 암튼, 그렇게 과시용 세족식은 기자들의 촬영 속에서 진행되었다.

 

 

 

 

가장 오른쪽 등판이 내 등짝이다. 모자라도 쓰게 해주지, 햇볕을 정면으로 받고 두시간동안 발닦아 주었더니 얼굴도 타고 팔뚝도 다 탔다. 눈이 너무 부셔서 잘 뜰 수도 없었다. 나중에는 수건 싸매고 발 닦았다. 아해들이 무좀이 많아서... 그 물이 얼굴에도 막 튀어서 서글퍼...;;;; 게다가 저기는 분교라서 내가 가르치는 학생은 한 명도 없다. 모두 생전 처음 본 아해들... 그래도 발 닦아주면서 애들과 대화를 나누었던 건 꽤 좋은 시간이었다. 장/감만 빼면 더 괜찮은 행사였을 텐데...ㅎㅎㅎ

 

10. 이날 귀가하는 지하철 안에서 내 오른쪽 자리에 앉는 샘이 내 나이를 서른 둘 정도로 보았다고 얘길 했다. 내 나이보다 어리게 봐주었으니 고마운 일이건만, 사람 마음이 욕심이 생겨서 서른 아래로 보이고 싶은 욕구에 앞머리를 잘랐다. 오래도록 머리를 올리고 살았기 때문에 앞머리가 홍해처럼 갈라진다. 해서 뼈다귀 한 시간 동안 말고 나왔다. 울 동네 미용실에선 이렇게 하면 만원이다. 절대로 칭찬을 하지 않는 울 둘째 언니가 얼굴 작아 보인다고 했다. 음하하핫! 기쁘다. 조만간 다시 사진 찍으러 가야겠다. 다음에는 헤매지 않도록 친구에게 전적으로 맡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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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5-19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기분 좋아지는 벽화 앞에 마노아님 너무 예뻐요.
1번부터 빵터졌어요.ㅎㅎ
즐거운 토요일 보내세요~~~마노아님^^

마노아 2012-05-20 20:45   좋아요 0 | URL
우헤헤헷, 늘 예쁘게 봐주시는 고운 프레이야님! 덕분에 즐건 주말 보냈어요. 감사해용! ^^

잘잘라 2012-05-19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벽화(특히 거북이 두 마리 축대 그림!)도 예쁘고 마노아님도 참말 이쁘요^^

마노아 2012-05-20 20:46   좋아요 0 | URL
저도 거북이 두 마리 그림 참 마음에 들었어요. 다른 지역 벽화마을도 정복(?)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순오기 2012-05-19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오랜만이어요~~~~~~ ^^

우리, 여름에는 서울서 만나고 가을에는 광주에서 만나요!

마노아 2012-05-20 20:46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반가워요! 어젯밤 꿈에 순오기님 강림했어요.6^^
여름에는 서울, 가을에는 광주! 콜이에요.(>_<)

2012-05-22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22 1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12-05-26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행사를 다 하셨군요.
그런데 분교도 있군요. 게다가 학생들 복장이 심상치 않은걸요. 꿈꾸는 자만이 이룰 수 있다니, 우리 교장샘 18번 대사 아닙니까!

마노아 2012-05-26 15:02   좋아요 0 | URL
사진 속 학생들은 조리과 학생이거든요. 실은 저도 처음 본 복장이었답니다. 꿈이 들어간 문장은 아름답건만, 그 문장을 말하는 사람도 아름다워야 할 텐데 말이지요.^^;;;;
 

요구르트 먹으면 지방↓·생식력↑

제 1605 호 / 2012-05-14

장의 활동을 활발하게 도와준다고 알려져 있는 요구르트는 나이가 들면서 찌는 살을 줄여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런데 최근 요구르트의 장점이 하나 더 발견됐다. 요구르트를 먹으면 생식력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이다.

매사추세츠 공대의 에릭 암, 수잔 어드먼 연구원은 요구르트의 기능을 알아보기 위해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일반식단이 제공된 그룹과 적당량의 바닐라 요구르트가 제공된 그룹으로 나눠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요구르트를 먹은 쥐 그룹은 털이 굵어지고 윤기가나며 몸은 더 날씬해졌다. 수컷 쥐들의 경우 일반식을 먹은 그룹보다 고환이 5%가량 커졌다. 게다가 짝짓기까지의 시간이 단축되고 새끼들도 더 많이 낳았다. 암컷 쥐의 경우도 요구르트를 섭취한 그룹이 새끼를 더 많이 낳았다.

어드먼 연구원은 “요구르트를 먹은 거의 모든 쥐가 생식력이 증가했다”며 “이번 연구가 인간의 생식력 및 체중, 발모 문제 등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ABC 방송에 2012년 5월 7일 보도됐다.

 

사람들이 왼쪽 얼굴을 더 선호하는 이유 

  

제 1606 호/2012-05-14

 

좌우 대칭이 아니다. 자세히 관찰하면 왼쪽과 오른쪽의 얼굴이 조금씩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오른쪽 얼굴보다 왼쪽 얼굴을 더 선호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웨이크포레스트대 심리학부 켈시 블랙번 박사팀은 37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사람들이 오른쪽 얼굴보다 왼쪽 얼굴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남성 10명, 여성 10명의 왼쪽 얼굴과 오른쪽 얼굴을 찍은 흑백 사진과 이를 좌우 대칭한 흑백 사진을 각각 15초간 보여줬다. 각각의 사진별로는 호감도를 1~9로 나눠 적게 하고 참가자의 동공 크기도 측정했다.

그 결과 성별에 상관없이 왼쪽 얼굴에 대한 호감도 점수가 높게 나타났다. 원본이 왼쪽 얼굴을 찍은 사진이든, 이를 좌우 대칭해 오른쪽 얼굴인 것처럼 보이게 한 사진이든 마찬가지였다. 참가자들의 동공 크기 역시 호감도에 비례해 커졌다.

블랙번 박사는 “우뇌는 감정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감정을 표현할 때 왼쪽 얼굴이 더 활발하게 움직인다”며 “이로 인해 사람들이 왼쪽 얼굴에 더 호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실험 뇌 연구지(Experimental Brain Research)’ 2012년 4월 20일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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