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사랑의 선물 큰북작은북 그림책 1
웬디 쿨링 엮음 / 큰북작은북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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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00쪽이 채 되지 않는 책에 모두 40편의 이야기가 묶여 있다. 서로 다른 글을 쓴 작가들과 그림을 그린 작가들이 참여하였다. 그래서 이야기가 길지 않다. 짧은 이야기는 한쪽에 불과하고, 긴 이야기도 4쪽을 넘지 않는다. 다양한 주제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자리를 한지라, 어느 쪽을 열어보아도 무방하게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 처음부터 고집스럽게 읽을 필요도 없고, 한번에 다 읽어내릴 필요도 없다. 내키는대로, 눈길 가는대로 어느 이야기를 펴서 그 자리에 푹 빠져들면 된다. 그러라고 만든 '사랑의 선물'이다. 그것도 아주 특별한...

 

 

괴물의 발소리가 쿵쿵 울렸지만 아이는 무서워하지 않았다. 아빠의 발소리였기 때문이다. 저이들이 사는 나라에선 우리같이 생긴 사람이 괴물로 불릴지도. 아이를 품에 안은 아빠의 미소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 보인다. 두 컷의 그림, 짧은 문장으로도 가족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이런 게 이 책의 매력이다!

 

 

역시나 한쪽짜리 아주 짧은 이야기. 가만히 동생을 들여다보니 귀엽더라는 아이의 말이 진심으로 보일 만큼 표정이 해맑다. 저렇게 하루종일 자기만 하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저 때가 그야말로 인형같이 예쁜 때이기는 하다. 아흐, 조카들 없었으면 내가 저런 순간을 어찌 경험해 보았을까. 이제는 조카들도 아주 커버렸지만.

 

내가 좋아하는 엘머 코끼리여서 한컷 찍어봤다. 저 유명한 모자이크 색상! 영어책으로 읽었는데 한글본으로 다시 읽어도 즐겁다. 엘머의 경우 아이와 함께 색칠공부도 하고 아니면 조각천을, 혹은 색깔 단추로 비슷하게 연출해 보는 것도 가능하지 싶다. 꽃을 좋아하는 귀여운 엘머, 반갑다!

 

 

워낙 많은 작가들이 참여한 까닭에 익숙한 그림들도 제법 보였다. 저 모아진 눈동자를 보시라. 단번에 누군지 감이 올 것이다. 찰리와 로라 시리즈로 유명한 로렌 차일드! 내가 만일 하늘이라면~라고 노래가 절로 흘러나온다. 하늘도 코끼리도 초콜릿도 딸기도 되고 싶다고 한 아이지만, 그래도 가장 되고 싶은 것은 '나'라고 대답하는 당찬 아이다. 이 아이의 이 자기 긍정이 눈물나게 예쁘고 고맙다.

 

 

아이는 아빠를 깨우고 싶지만 피곤한 아빠는 좀처럼 일어날 줄을 모른다. 창문에 무서운 공룡이 있다고 소리를 쳐도 아빠는 꿈쩍도 않는다. 지저귀는 새도, 둥근 해도... 그 무엇도 아빠의 잠을 떨쳐낼 수가 없었는데, 지혜로운 아이는 아빠를 일으킬 비법을 알고 있다. 바로 사랑스러운 사랑의 고백! 아이가 아빠에게 사랑한다고 말을 하니, 아빠도 일어나서 아이를 끌어안으며 사랑한다고 말한다. 이렇듯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가족와 나의 사랑스러운 이야기들도 덮여 있다. 이 특별한 고백들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곱고, 고운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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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2-03-06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이런 내용이었군요.
<귀여운 내 동생>의 그림을 보니 우리 큰 아이도 동생이 아가였을때 저런 눈빛으로 찍힌 사진이 있는데...
그 때 동생이 너무 예쁘다고 했었지요.
.
.
.
하지만...
지금은...

마노아 2012-03-06 22:49   좋아요 0 | URL
울 조카들도 그래요. 예뻐할 때가 가끔 있긴 하지만 평소에는 아주 앙숙이죠. ㅎㅎㅎ
 
보물찾기 대모험 - 보물찾기 이야기 속에 숨은 그림 찾기 키다리 그림책 2
헨드리크 요나스 지음, 여인혜 옮김 / 키다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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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멍멍이와 멋쟁이 야옹이, 꾀쟁이 쥐돌이는 사이좋은 세 친구다. 화창한 여름날 소풍을 나왔던 세 친구는 물놀이 도중에 작은 배를 발견했다. 서로 배를 먼저 발견한 임자가 자기라고 나서던 세 친구는 누가 제일 좋은 코와 눈을 가졌는지 가려내자고 내기를 건다. 그리하여 시작된 숨바꼭질이 이들을 또 다른 모험의 길로 인도한다.

 

 

세 친구는 숨바꼭질을 하기로 했는데 다락방으로 올라간 쥐돌이가 낡아 빠진 해적의 상자에 숨으려다가 보물지도를 발견하고 만다. 지도가 나왔으면 마땅히 보물을 찾아 떠나야 하는 법! 세 친구들은 보물을 찾는 새로운 모험에 돌입하기로 결정한다. 그렇다면 보물섬에는 어떻게 가야 하는 것일까. 꾀많은 쥐돌이가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비행기를 만드는 것이다! 문득 '바무와 게로의 하늘 여행'이 떠오른다. 그림의 차이는 크지만!

 

비행기는 보물섬에 도착했지만 무사히 착지하지는 못했다. 동굴에 부딪쳐서 산산조각이 난 세친구의 비행기. 섬에는 많은 원숭이들이 있었다. 세 친구는 원숭이들의 도움을 받아 보물선을 고쳐서 원숭이들까지 태우고 자신들의 마을로 돌아온다. 아주 튼튼하고 실용적인, 멋드러진 보물선이 근사하기만 하다. 보물을 싣지 않아도 그 자체로 보물이다!

 

모험을 끝내고 돌아온 친구들은 축배를 들며 모험의 대미를 장식한다. 이렇게 끝일까? 그랬다면 숨은 그림찾기라는 말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책의 맨 뒷부분에는 수수께끼 풀듯이 찾아낼 숨은그림찾기가 실려 있다. 어느 장면에서 나왔는지, 누구의 집인지, 누구의 물건인지 등등을 다시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나 역시 한차례 읽은 다음에 숨은그림찾기 미션을 인지한 뒤 다시 한번 읽어보았다. 첫번째에 알아차리지 못했던 자세한 면면들이 뒤늦게 눈속으로 들어온다. 세 친구가 누가 가장 눈이 좋은가 내기를 했는데, 독자 역시 누구 눈이 가장 좋은지 내기해볼 법한 대목이다.

 

동물 친구들의 재미난 집에서 스머프를 연상했다. 그들의 공동체,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있는 개성 넘치는 버섯 집 등등... 이야기의 구조는 아주 치밀하지 않지만, 꼼꼼하게 그린 그림 속에서 숨어있는 장면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제법 크다. 평화롭고 재미가 가득한 즐거운 이야기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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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히트의 어린이 십자군 어린이를 위한 인생 이야기 25
베르톨트 브레히트 지음, 김준형 옮김 / 새터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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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치하를 경험했던 브레히트가 '어린이 십자군'이라는 제목으로 시를 썼다. 천 여년 전 어린이 십자군도 비참하게 막을 내렸으니, 그의 시가 얼마나 아플지는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첫번째 그림에서 폭격에 무너져 내리는 건물 잔해 사이의 어린이가 아프게 박힌다. 얼마나 공포스러웠을까. 가족이 군인으로 끌려 가고, 또 폭격으로 죽기도 하고, 그렇게 홀로 남아 갈 바를 모르고 떠돌던 많은 아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제대로 먹지 못해 삐쩍 마른 아이들이 떼 지어 이리저리 헤매고 다녔을 것이다. 그러다가 자신들이 그랬던 것처럼 무너진 집들 사이에서 앙앙 우는 꼬맹이들을 발견하면 그 아이를 데리고 다시 길을 재촉했을 것이다. 그렇게 어린이 십자군이라고 불린 이 아이들...

 

가는 길에서 아이들은 전쟁의 폐허를 온몸으로 겪었을 것이다. 널브러진 수많은 시체를 목격했을 것이고 귀가 터질 것 같은 대포소리에 경기도 일으켰을 것이다. 아이들은 진심으로 평화로운 마을로 가고 싶었을 것이다. 따뜻하고, 먹을 것도 충분한, 자신들을 사랑으로 보듬어주고 무엇보다 안전하게 지켜주는 사람들이 있는 그곳으로... 아이들에겐 그곳이 바로 성지가 되었을 터...  허나, 아이들은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몰랐다. 아이들의 부모님은 나치 당원이기도 하고 공산주의자이기도 했고, 또 엄마 아빠와 함께 유태인인 아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들의 부모는 서로를 죽고 죽이고 미워하고 증오했지만, 아이들 사이에서는 그런 것들이 중요하지 않았다. 나치 당원을 부모로 둔 아이는 유태인 아이 앞에서 다만 미안했을 것이다.

 

 

떠돌이 개 한 마리가 아이들을 쫄래쫄래 따라왔다. 배가 고팠지만 차마 잡아먹을 수 없었고, 굶주린 아이들은 그 와중에도 배고픈 개와 함께 자신의 밥을 나눠 먹었다. 몇 살 더 먹은 형이 학교 선생님처럼 몇 살 어린 꼬마에게 글씨 쓰는 법도 가르쳐 주었다. 막 글을 배운 꼬마 아이가 쓴 '평와'라는 글씨가 아프다. 철자도 제대로 지켜 쓰지 못했지만 아이가 갈망한 평화가 선명하게 그려진다. 긴 행군 속에서 아이들은 서로를 보살폈다. 누군가는 사랑에 빠지기도 하였지만 아이들의 풋사랑은 오래 지속될 수 없었다. 너무 춥고, 너무 배고팠으니까. 아이들은 장례식도 치렀다. 함께 위로해주던 친구들을 묻기도 했다. 독일 아이와 폴란드 아이 모두 말이다. 친구의 죽음 앞에서 아이들은 엉엉 울었다. 교회에 다니는 아이도, 성당에 다니는 아이도, 엄마 아빠가 나치 당원이건, 혹은 공산주의건 구분하지 않고 말이다. 살아남은 아이들은 자신들은 따뜻한 나라에 꼭 가자고 약속했다. 희망을 가슴에 품고 일어섰지만, 굶주린 이 아이들의 행로가 얼마나 고달펐을지는 우리 모두가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그러니 혹여 이 아이들이 먹을 걸 좀 훔쳤다고 손가락질하고 욕하지 말았으면 한다. 먹을 것과 잘 곳을 내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으니까. 그렇다고 가난한 농부들을 또 나무라지 말자. 그네들도 굶주리고 있었으니까. 문득, 영화 '사라의 열쇠'에서 사라를 외면하려다가 결국 목숨 걸고 구해준 노부부가 떠오른다. 가슴이 아리다.

 

아이들은 남쪽으로 향하다가 전나무 숲 가운데서 군인 아저씨를 만났다. 총을 맞고 죽어가는 아저씨를 아이들은 이레 동안이나 정성껏 간호했다. 아저씨는 '빌고라이'로 찾아가라고 일러주었다. 온몸이 불덩이 같던 아저씨가 여드레째 날 저 세상으로 가면서 아이들에게 남긴 유언이었다. 꺼져가는 생명줄을 지키려고 한 고마운 마음들에 대한 보답이었을 것이다. 전쟁으로부터 안전했을 조용한 마을 빌고라이. 아이들은 빌고라이를 향해서 여정을 재촉했다. 하지만 눈더미에 파묻혀 있던 표지판은 잘못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적군을 속이기 위한 방책이었겠지만, 덕분에 아이들은 엉뚱한 곳으로 가고 말았다. 가도 가도 나타나지 않는 빌고라이에 아이들은 얼마나 절망을 느꼈을까. 아이들이 움직이는 동안에도 탱크가 지나가고 총소리가 울렸다. 몸을 피해가면서 숨죽이며 걸었던 가엾은 아이들. 추운 겨울이 깊어가면서 쉰다섯 명 아이들을 보았다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소문은 사라졌다.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어디서 굶주리고 있을까.

 

해가 바뀐 다음해 1월 폴란드의 한 거리를 돌아다니는 개 한 마리가 있었다. 삐쩍 마른 그 개의 목에는 두꺼운 종이 한 장이 매달려 있었다. 거기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살려주세요!

길을 잃었어요.

우린 모두 쉰다섯 명이예요.

이 개를 따라오면

우리를 찾을 거예요.

우리를 찾아올 형편이 안 되면

이 개를 그냥 쫓아 버리세요.

제발 죽이지 마세요.

우리가 어딨는지 아는 건

이 개뿐이니까요.

 

마음을 뒤흔드는 글이다. 절박함에 호소하는 간절함이, 그 와중에도 개를 죽이지 말아달라는 당부가.....

굶주림에 헉헉거리는 농부들이 이 글을 보았고 1년 반이 지났다. 개는 이리저리 떠돌다가 어느 길에서 굶어죽은 채로 발견됐다고 한다.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서, 아이들을 돕기 위해서 굶주림에 지친 채 헤매었을 개의 마음 역시 절절하다. 전쟁은 그 자체로 비극이고 많은 목숨을 앗아가고 고통을 주지만, 언제나 약자에게 더 가혹하고 더 폭력적이다. 여자와 노인, 그리고 어린이들에게... 브레히트는 이 시를 눈물과 함께 썼을 것 같다.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마음으로 썼으리라. 그 자체로 송가가 되고, 영가가 될 그의 시...

 

브레히트는 '다음에 태어나는 사람들에게'라는 시에서 이렇게 썼다.

 

정말로

내가 사는 시대는 어둡다!

도대체 어떤 시대인가,

지금은...

 

두 번의 세계대전을 치렀던 그 시대보다 지금은 밝은 시대냐고 묻게 된다. 어두운 얼굴도 다시 물을 수밖에 없다. 도대체 내가 사는 이 시대는 어떤 시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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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친구 할래? 내책꽂이
수지 모건스턴 지음, 클로드 K. 뒤부아 그림, 김영신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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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모건스턴 답게 예쁜 글이다.

주인공 마리는 시골 집으로 이사를 갔다. 엄마와 아빠가 모두 시골 생활에 깊은 로망을 갖고 계셨다. 두분은 완벽한 결정이라고 여겼지만, 파리에 정든 친구들을 두고 온 마리는 불만이 많았다. 낯선 학교와 선생님, 게다가 단짝 친구도 새로 만들어야 하고, 여러모로 마리는 마음이 불편하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친구를 만들어야겠다고 굳게 다짐하는 마리였다. 그래서 마리는 질문지를 만들었다. 20개의 질문을 담아서 친구들에게 직접 물어볼 생각인 것이다.

 

마리의 질문 내역을 보자. 아주 귀엽다!

1. 케첩이 좋아, 마요네즈가 좋아?

2. 이야기하는 것이 좋아, 듣는 것이 좋아?

3. 단짝 친구가 있니?

 

난 케첩이 더 낫다. 마요네즈는 칼로리가 후덜덜해 보인다. 그렇지만 참치를 볶아서 마요네즈 발라 먹으면 어찌나 맛있던지...
이야기하는 것이 더 재밌긴 하지만,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은 한다. 단짝 친구는 요즘 가장 자주 만날 수 있는 친구라고 생각하니까, 있다.

 

4. 함께 놀 수 있는 친구가 좋아,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친구가 좋아?
5. 고민이 있니? 제일 무서운 게 뭐야?
6. 친구랑 싸운 적이 있니?

 

4번의 질문은 둘 다 가능한 친구가 가장 좋다. 그렇지만 완벽한 합집합은 좀 힘들겠지? 어느 정도는 교차하고 어느 정도는 어긋나는 법이니까.

 

7번은 사진에 나와 있다. 난 나랑 비슷한 사람을 좋아하지만, 반대인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 경향이 있음을 고백한다. 불편하면서도 부러워하는 어떤 감정일 것이다.

 

8. 용감하게 '내가 잘못했어!'라고 말할 수 있니?

9. 친구가 좋은 일이 생기면 함께 기뻐할 수 있니?

 

예스!가 바람직한 답이지만, 가끔은 그러기 힘들 때도 있음을 인정한다. 부끄럽다.

 

10. 수다를 좋아하니?
11. 무슨 이야기를 좋아해? 친구? 옷? 만화 영화? 학교? 유령?

12. 친구는 왜 필요할까?
13. 웃는 것을 좋아하니?
14. 장점은 뭐야?
15. 단점은 뭐야?

 

마리의 질문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가볍게 대답할 수 있지만, 진지하게 생각해볼 만한 질문들이기도 하다.

 

16. 너를 실망시킨 친구가 있니?

 

나를 실망시키는 친구도 속상하지만, 내가 친구를 실망시키는 건 더 두렵다.

 

17. 친구란 뭘까?
18. 학교가 끝난 후에는 뭘 하니? 심심하고 지루할 때는 뭘 하니?
19. 너의 비밀과 슬픔을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니?
20. 나랑 친구 할래?

 

결국 하고 싶은 말은 20번이었는데, 그걸 끄집어내기 위해서 저렇게 많은 질문들이 필요하다고, 마리는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이 마음에 들면 멋진 친구가 될 거라고도 여긴 것이다. 어린아이답고, 순진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답답하기도 하다.^^

 

 

학교를 쉬는 수요일엔 옆집 할머니가 마리를 돌봐주셨다. 함께 케이크를 만들고 화초를 심는 일을 함께 해주는 할머니가 참 근사하다. 게다가 지혜로운 말솜씨까지! 역시 나이는 거저 먹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지혜롭게 늙어야 할 텐데...

 

마리는 옆집 할머니네서 방석 두 개를 빌려서 쉬는 시간마다 학급 아이들을 초대해서 질문을 건넸다. 그렇게 해서 자신만의 단짝 친구를 찾으려고 한 것인데 영 신통치 않다. 다행히도 똑똑한 마리는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 저런 질문지부터 앞세울 필요는 없다는 것을, 비교적 빨리 깨닫는다. 더 용감한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다. 마리가 전학을 간 학교에는 마리처럼 친구 관계 때문에 고민하는 아이들이 여럿 있었다. 익숙한 아이들 사이에서도 자주 등장할 수 있는 어려움이다. 그걸 피하지 않고 바로 받아들인 아이들은 곧 좋은 친구를 만든다. 친구만들기와 우정에 대해서 고민할 법한 어린이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예쁜 책이다.

 

 

수지 모건스턴의 글들은 무척 기발한 편이지만, 그 바탕에 따뜻한 배려와 감동이 늘 깔려 있었다. 그녀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기대를 하게 되는 이유다. 게다가 이 책은! 표지도 예쁘지 않은가. 사랑스러운 그림이다. 장자끄 상뻬 그림이 좀 더 여성스럽게 변하면 이런 느낌이 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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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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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환상적으로 아름답다. 제목도 섬뜩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우리나라에선 백설공주에 대해서 잘못 각인된 이미지가 있어서 그걸 깨뜨리는 내용이 나오지 않을까 근거도 없는 상상을 했었다. 전혀 아니었다. 그냥 스릴러 소설이라고 보면 된다.

 

작품의 배경은 알텐하인이라고 하는 독일의 작은 마을이다. 그곳 출신의 청년 토비아스는 살인죄로 10년을 살고 이제 막 석방되었다. 동창인 나디아는 그 10년 사이 유명 배우가 되었지만 긴 시간을 한결같이 기다려주었고, 토비아스와 새 출발을 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토비아스는 자신 때문에 죄인이 되어 마을을 떠나지 못하고 살고 계신 아버지를 홀로 둘 수가 없었다. 자신의 일이 빌미가 되어 엄마와 이혼하게 되셨고, 잘 나가던 식당은 문을 닫은지 오래였다. 그리고 죄값을 치루고 나온 토비아스를 마을 사람들은 대놓고 구박하고 따돌리고 심지어 테러도 가했다. 토비아스는 정말 사람을 죽였을까?

 

사건 당시 토비아스가 가장 큰 용의자였던 것은 맞다. 하지만 토비아스는 그날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두 소녀가 사라졌고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여러 정황들은 토비아스가 범인이라고 말을 했다. 법정에서는 죄를 뉘우치기는커녕 자신의 죄를 시인하지도 않는 토비아스에게 중형을 내렸다. 그리고 10년 세월이 흐른 것이다. 스무 살의 청년은 이제 서른살이 되었다. 그는 자신의 인생에서 10년을 도둑 맞았지만 그것이 정말 자신의 죄로 인한 것인지를 확인할 수가 없어 답답할 뿐이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인근 공항에서 사람의 유골이 발견된다. 유골의 신원을 파악하고, 작은 마을 알텐하인에서 토비아스가 재출연하면서 벌어지는 긴장감은 10년, 정확히는 11년 전에 있었던 끔찍한 살인 사건의 전모에 모두를 끌어당긴다. 덮어버렸던 진실은 결국 제 몸을 드러내고, 관련된 모든 사람들은 발을 빼지 못하고 다시금 이 일에 휘말린다.

 

작품은 토비아스가 출소되는 날부터 시작해서 모든 사건이 마무리 되는 약 20여 일 간의 이야기를 쭉 풀어놓았다. 이렇다 할 특징조차 없던 작은 마을이었건만, 그 마을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은 무수한 사람들을 거미줄처럼 엮으면서 그들의 썩은 양심과 지독한 이기심을 가차 없이 비쳐주었다. 자신의 이기심에, 혹은 제 자식의 안전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스스럼없이 양심을 저버리고 다른 사람의 인생이 파멸로 치닫는 것을 방치했던지... 그 끔찍한 이기심에 환멸이 일었다.

 

비단 살인 사건에 연루된 사람 뿐이 아니었다. 누군가는 자신의 잘난 명예를 위해서, 안전한 위치를 잃고 싶지 않아서, 또 누군가는 자신의 불법 행위를 감추기 위해서 제 힘을 휘두르고 누군가의 희생을 외면한다. 어떤 이는 바람을 피운 배우자 때문에 괴로워했고, 상처입은 제 영혼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지금껏 몰랐던 제 안의 폭력성을 목격한다. 인간은 누구나 완전하지 않지만, 이렇게 자신의 바닥을 낱낱이 보여주는 이야기라니, 이 책은 기대하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대단했다. 얽혀 있는 이야기의 전모가 드러나는 것도, 그 과정에서 보여준 각각의 군상들의 모습도 섬뜩하리만치 놀라웠다. 다만 후반에 범인들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고 난 뒤 모든 것을 마무리하는 과정이 조금 급해 보였고, 다소 간의 유머는 있었지만 기대했던 어떤 '감동'은 조금 부족했기에 별점은 하나 깎았다.

 

저자의 다른 책들도 속속 출간되고 있다. 이 책이 시리즈의 첫 타자가 아닌데도 먼저 나온 것은 베스트셀러로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여하튼, 그녀의 다른 책들도 더 지켜보고 싶다. 형사 콤비인 보덴슈타인과 피아가 사건을 어찌 해결하는지 더 보고 싶기 때문이다.

 

덧글) 탈자가 있다. 504쪽 첫줄에 보덴슈타인 다음에 조사가 빠졌다. 보덴슈타인은-으로 고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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