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도 퍼즐을 좋아한다. 나도 좋아한다. 같이 놀아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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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 - Guzaarish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최고의 마술사에게 주어지는 호칭 '멀린'이라 불리던 사내가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이튼. 불의의 사고로 최고의 마술사 자리에서 사지마비 환자로 떨어진지 어느덧 14년이 흘렀습니다. 그의 곁에는 지난 12년 동안 단 하루의 휴가도 없이 헌신적으로 곁을 지켜준 간호사 소피아가 있습니다. 그녀는 이튼을 씻겨주고 약을 먹여주고, 식사를 챙겨주고, 욕창이 덧나지 않게 몸을 돌려줍니다. 뿐입니까. 그가 진행하고 있는 라디오 DJ 방송의 음향기사 역할도 해주지요. 소피아 없는 이튼은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각별했던 그녀는 기사를 통해서 충격적인 소식을 듣습니다. 이튼이 자신의 안락사를 허용해달라고 법원에 청원서를 제출한 것입니다.  

안락사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인도의 법원에 청원서를 제출한 것은 이튼의 친구인 변호사 데비아니입니다. 수많은 여론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나 이튼을 비난하기 시작합니다. 그가 이제껏 제시해 주었던 희망은 모두 거짓이었냐는 거지요. 또 다른 사지마비 환자들이 그에게 전화를 걸어 힘을 내라고 격려를 합니다. 종교 단체에서는 안락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또 반기를 들었지요. 누구 하나 그에게 지지를 보내주지 않습니다. 소피아 역시 데비아니에게 화를 내지요. 하지만 데비아니는 누구보다도 이튼이 원하는 것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참 우정이라고 믿고 있지요.  

누구라도 당신의 가족이, 혹은 친구가 육신의 장애가 힘이 겨워 자신을 죽여달라고 청원한다면 일단 그 사람을 말리고 볼 겁니다. 그가 이 세상에서 아직도 빛나는 존재임을 강조할 것이고, 그가 받고 있는 사랑의 크기를 앞다투어 보여주려 들 겁니다. 무엇보다도, 그가 떠남으로 인해 주위 사람이 받게 될 상처를 말하겠지요. 하지만, 살아있음으로 해서 그가 받고 있는 거대한 고통의 크기에 대해서 우리는 대개 무감각합니다. 이해하고 공감하고 안타깝게 여길 수는 있어도 그 고통을 실제로 감당해내며 사는 것은 우리의 몫이 아니니까요.   

영화는 계속해서 관객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이 붙잡고 있는 그 끈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말이지요. 진정 가엾은 그 사람을 위한 것인지, 혹은 상처받기 싫고 괴롭기 싫은 나를 위한 것인지 말입니다. 한동안 '행복전도사'라 불리던 여성의 자살로 시끄러웠던 때가 있습니다. 그가 늘 '행복'을 전도하며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주었지만, 정작 자신의 고통 속에 함몰되어 스스로 목숨을 버렸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가 위선을 떨었다 하며 입방아를 찧었습니다. 과연, 그런 걸까요. 그가 제시한 희망이 그 자신을 구원해주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주려고 했던 희망의 메시지가 거짓이었을까요. 오죽하면 스스로 생을 버렸을까 되짚어 이해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위안부 할머니들에 관한 책을 읽다가 그런 내용을 보았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것조차도 사실은 그분들 입장에선 '저항'이라고 말이지요. 이튼은 지금 존엄한 죽음을 원하고 있습니다. 스스로는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고, 천장이 새서 빗방울이 밤새도록 얼굴 위로 쏟아져도 몸을 틀 수조차 없는 그입니다. 그가 살아내고 있는 세상은 이토록 거대하고 이토록 역동적이고 이토록 아름답건만, 그 안에서 그는 반경 1cm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소피아와 같은 도움의 손길이 없다면 말입니다.

 

항소심 때문에 법원에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들른 바닷가에서 자유를 만끽하는 이튼의 얼굴입니다. 14년 만의 외출이었습니다. 법원은 그에게 자신을 설명할 단 2분의 기회도 주지 않았지만, 이제 주변 사람들과 그의 재판을 지켜보는 수많은 사람들은 그가 원하는 죽음의 의미에 동조하기 시작합니다. 그가 인간답게 살고 싶은 것처럼 인간답게 죽고 싶어하는 그 마음을 존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과연 그 사회가, '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죽음을 인정하고, 거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어할까요? 인도 아니라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안락사와 마찬가지로 낙태에 관해서도 더불어 생각하게 합니다. 생명의 존엄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그 드높인 목소리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는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영화 속에서는 각기 다른 사람들의 사랑하는 모습들이 보입니다. 이튼의 어머니와 간호사 소피아, 변호사 친구 데비아니와 의사 친구 나야크, 또 이튼의 집에서 일을 해주는 고용인과 그의 제자 오마르가 그랬습니다. 이튼의 청원은 그들의 가치관과 결심, 그리고 사랑을 바꿔줍니다. 진정 누구를 위한 사랑인지를 돌이켜보게 했으니까요. 그의 첫번째 마술이 엄마를 웃게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의 마지막 마술은 사람들을 웃게 합니다. 그는 진정 '멀린'이었던 겁니다. 

영화는 또 '용서'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합니다. 자신을 배신하지 않는 용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지 않는 용서가 우리에겐 필요합니다. 세상엔 용서받지 못할 죄라는 것도 분명 있으니까요.

영화는 빼어난 영상미와 음악성을 자랑합니다. 사지가 마비된 이튼의 현실과 그가 마술사로 화려한 명성을 쌓을 때의 대조적인 모습이 환상적인 영상 속에서 재현되었습니다. 특히 이튼이 유연하게 춤을 추는 모습은 우아한 발레리노의 춤사위를 보는 듯했는데, 이렇게 이기적인 몸매를 지닌 배우가 사지를 못 쓰는 역을 맡으니 거기서 오는 부조화가 나름의 옥의 티라면 티일까요. 김명민처럼 멀쩡한 몸을 그렇게 말려놓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여기진 않지만 말이지요.  

 

매력적인 간호사 소피아는 내내 긴 치마를 입고 있었지만 관능적인 라인을 자랑했고, 진한 화장과 화려한 악세사리 등은 이튼뿐 아니라 관객에게조차도 생기를 줄 것 같았습니다. 클럽에서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장면은 또 얼마나 신이 나던지요. 볼수록 매력적인 인물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마지막에 그녀가 내린 결정과 헌신은 가슴을 오래오래 울렸습니다. 옆자리에 나란히 앉은 여고생 세 명이 영화 중반부터 끝까지 한 시간이 넘도록 훌쩍이는데, 휴지가 있었다면 내주었을 겁니다. 본인들은 또 얼마나 갑갑했을까요. 

올드 팝과 인도 고유의 음악이 잘 어우러진 것도 큰 재미였습니다. 놀랍게도 영화를 만든 감독이 음악 감독도 같이 했다고 하네요. 재주가 많은 사람입니다. 감독의 전작 '블랙'도 꼭 챙겨보고 싶습니다.  

드라마로서도 훌륭한 영화이지만, 존엄사에 대해서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생명'과 '인권'이라는 고결한 이름을 앞세워서 혹시 간절한 외침을 외면하는 것은 아닌지, 단지 내 손에 찝찝한 무엇을 묻히지 않으려는 것은 아닌지 묻고 또 물어야 했습니다.  

영화의 원제는 Guzaarish, 소원이라고 합니다. 그의 간절한 소원에 귀를 한 번 귀울여 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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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도 - 그림으로 읽는 『구운몽』 키워드 한국문화 3
정병설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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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 출판을 한 인쇄 선진국이지만, 소설을 출판한 일은 많지 않았다. 구운몽 전에는 전등신화, 삼국지연의를 비롯한 중국소설과 한국소설로는 금오신화가 출간되었지만, 구운몽 간행과는 성격이 다르다. 전자의 출간 주체는 교서관, 지방관청 등 관청이지만, 구운몽은 출간 주체가 민간으로 상업적 성격이 더욱 강하기 때문이다. 책 맨 마지막에 ‘숭정재도을사금성오문신간’이라는 간기가 있는데, ‘숭정재도을사’는 명나라 마지막 연호인 숭정 연간 후 두 번째 을사년이라는 뜻으로 1725년을 가리키고, 금성은 전라도 나주를 가리키며, 오문은 남문이다. 보통 성 남문 근처에는 서민들이 사는데, 전라도 나주의 민간에서 누군가가 간행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한국 최초의 소설 민간 출판이 서울이 아니라 전라도 나주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은 특기할 만한 일이다. 나주는 전라도의 질 높은 종이를 쉽게 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구한 목판 출판의 전통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다 강과 바다를 끼고 있어서 수운을 통해 유통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20쪽

조선시대 그림 가운데 상당수가 병풍에 그려졌는데 이는 조선 사람들이 병풍과 생사를 함께 했기 때문이다. 조선 사람들은 병풍 앞에서 태어나, 병풍 앞에서 먹고 자며, 병풍 앞에서 죽어, 병풍 뒤에 놓였다가, 무덤으로 돌아갔던 것이다. 병풍이 이처럼 중요한 생활 가구이다 보니, 웬만한 집안에서는 병풍 한 좌 갖추지 않은 집이 없었다. 가난한 집에서는 행사 때 다른 집에서 빌려야 했다. 물론 병풍에는 그림만 있지는 않았다. 글씨를 쓴 것도 많고, 글씨와 그림의 중간이라 할 ‘문자도’ 병풍도 있었다. 심지어 아무런 글씨나 그림이 없는 백지 병풍도 있었다. 또 그림 병풍만이 아니라 자수 병풍도 있었다.

-38쪽

병풍은 말 그대로 바람이나 시선을 막는 방폐의 기능을 한다. 지금의 칸막이와 같다. 벽이 그리 바람을 잘 막아주지 못하던 시절, 병풍은 매서운 바람을 막아준 바람막이였다. 또한 상갓집에 쳐두는 백지 병풍처럼 삶과 죽음의 경계를 가르는 공간 분할의 기능도 했다. 다목적 가구였던 셈이다. 병풍은 훌륭한 실내장식 소품이기도 했는데, ‘산수도’ 병풍을 쳐두면 자연을 실내로 옮겨온 느낌이 들고, ‘모란’ 병풍을 두면 금방 방 안이 꽃밭이 되어버린다. 이런 분위기 조성의 기능은 예식에서는 그 행사에 걸맞은 역할을 한다. 혼례에는 교자상 뒤에 두어 결혼의 분위기를 화사하게 만들고, 환갑잔치 때는 잔칫상 뒤에 두어 축수의 분위기를 조성했다. 또 병풍에는 시구나 교훈적 잠언을 적기도 하고 어떤 기관의 규칙이나 행사의 절차를 적어두기도 했다. 병풍은 훈련과 교육의 자료이기도 했던 것이다.

-39쪽

양소유와 마찬가지로 작가 김만중도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랐다. 김만중은 아예 유복자로 태어났다. 아버지 김익겸은 병자호란 때 강화도에서 청나라 군대와 싸우다 화약에 불을 질러 자결했다. 그의 나이 스물세 살이었다. 서포는 불행한 출생과 달리 대단한 가문 배경을 보여준다. 아버지는 순절하기 전해에 과거에서 일등으로 급제한 촉망받는 신예였다. 할아버지 김반은 이조참판이었고, 증조부 김장생은 율곡 이이의 제자이자 송시열의 스승으로 조선 예학의 대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나중의 일이지만 형 김만기의 딸은 인경왕후, 곧 숙종의 첫 왕비가 되었다. 외가 또한 이에 못지않은데 외할아버지는 이조참판 윤지이며, 외증조부는 선조 임금의 부마인 윤신지이고, 외고조부 윤방과 그의 아버지 윤두수는 모두 최고 관직인 영의정을 지냈다. 김만중은 본가나 외가 모두 최고 관료의 집안이었고, 동시에 왕실의 척족이었다. 최고 명가의 자손이었던 것이다.

-83쪽

그런데 김만중의 이런 개인사가 아니더라도 소설에서 주인공의 아버지를 제거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특히 조선처럼 가부장권이 강한 사회에서는 아버지를 그대로 두고는 주인공을 자유롭게 활동시킬 수가 없다. 아버지를 멀리 귀양 보내든지, 아니면 일찍 죽게 하든지, 구운몽처럼 신선 세계로 보내든지, 주인공과 아버지를 분리시켜야 비로소 주인공은 자유로울 수 있다.

-84쪽

사마상여에게 탁문군이 시를 지어 헤어질 뜻을 비친 시 ‘백두음’

산꼭대기의 눈 같은
구름 사이의 달 같은, 희고 밝은 내 마음
당신이 두 마음이 있다 하니
이제 헤어집시다
오늘은 이별주를 나누지만
내일 아침은 물가에서 작별하리
물가를 서성이니
물은 무심히 흘러가네
쓸쓸하고 쓸쓸해라
시집 올 때 울 일 없으리라 했더니
한마음 가진 사람 만나
머리 희도록 헤어지지 않으리라 했더니
낚싯대 흔들며
팔짝팔짝 뛰는 물고기 낚듯, 구애할 때 언제던고
남자는 모림지기 그 뜻이 무거워야지
어찌 돈만 따르느뇨
-86쪽

칠보시는 후한의 무인 조식과 관련된 것이다. 조식은 삼국지의 간웅 조조의 아들이다. 형 조비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올랐는데, 동생을 경쟁자로 여겨 죽이려 했다. 조비는 동생에게 일곱 걸음을 걷는 동안에 시 한 수를 지어내라는 터무니없는 명령을 내렸다. 조식은 다음의 시를 지었다.
콩을 삶으려 콩대를 태우니
콩이 가마 속에서 흐느끼네
본래 한 뿌리에서 났는데
무얼 그리 급히 들볶나

콩이 가마 속에서 흐느낀다는 말은 콩대를 태울 때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을 가리키는 듯하다. 콩대가 타야 콩이 익는다. 결국 한 뿌리, 즉 한 부모에게서 나서 콩대 너는 어찌 이리 나를 눈물짓게 하느냐는 말이다. 콩이 바로 시인 자신이다. 형을 원망하는 뜻을 담고 있다. 조비는 이 시를 듣고 동생을 살려주었다고 한다.
-88쪽

구운몽은 그 이야기의 중심이 한 남성과 여덟 여성의 결연에 있다. 따라서 구운몽도도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로 충만해 있다. 이런 분위기가 어울리거나 필요한 곳은 어디일까? 단정한 선비의 사랑방에 두기는 선비의 맑고 근엄한 정신세계와 어울리지 않고 남녀칠세부동석을 어릴 때부터 들어온 잘 배운 규수의 방에 두기에는 너무 외설적일 수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할 때, 구운몽도와 가장 어울리는 공간은 향락 공간, 곧 기생방이라 할 수 있다.

-91쪽

종교나 이념은 강한 목적성을 지니기에 그것을 퍼뜨리려고 이야기에 그림을 넣지만, 오락성이 강한 소설책에 꼭 그림을 넣을 이유가 없다. 소설은 그림이 없어도 독자를 흡인할 수 있는 힘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소설에 그림이 빠지는 일은 거의 없다. 물론 이는 현대소설이 아니라 고전소설의 경우다. 요즘이야 영화다 텔레비전 드라마다 시각 이미지가 넘쳐나기에 굳이 소설에까지 그림을 넣으려 하지 않지만, 소설이 거의 유일한 오락물이던 시절에는 소설 또한 그림에 기대지 않을 수 없었다.

-93쪽

단테의 신곡이나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 그리고 아서 왕 이야기나 돈키호테 등 중세 서양의 저명한 소설 속에 모두 삽화가 들어 있음은 물론이고, 중국소설은 상도하문이라고 하여 책 상단에는 그림을 넣고 하단에는 글을 넣는 방식을 취하거나, 아니면 책 처음이나 중간에 한 면이나 두 면을 그림으로 채운 경우가 적지 않다. 일본에서는 오히려 그림이 더 큰 비중을 차지했는데, 그림의 여백에 글을 써넣은 작품이 많다. 현대의 만화책 같은 소설이다. 오죽하면 글이 많은 소설을 ‘그림보다는 글이 많아서 읽는 데 치중해야 하는 책’이라 하여 ‘독본(요미혼)’이라고까지 불렀을까.

-94쪽

그러면 왜 유독 조선에만 소설에 그림이 없을까? 글과 사상을 중시한 유교의 영향으로 인하여 문자를 중심에 둔 것도 한 이유가 되겠지만, 상업의 미발달이 큰 원인이라 생각된다. 소설에 그림을 넣자면 품이 많이 들고 품이 많이 들면 제작비가 비싸진다. 비싼 소설에 돈을 쓸 수 있는 수요자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소설에 삽화를 넣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아주 거친 종이나 이미 사용한 종이의 이면에 베낀 필사본 소설과 저질 종이에 조잡한 판각으로 빼곡히 글씨를 박아 인쇄한 판각본 소설을 보면, 이런 소설에 삽화는 사치라는 생각마저 든다. 조선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상업 출판이나 소설 출판이 늦게 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그 규모도 작았다. 18세기 이후에야 상업적 소설 출판이 본격화하였으니, 그 사정을 대략 짐작할 수 있다.

-96쪽

구운몽도는 민화다. 민화라고 해서 화가가 서민 또는 아마추어이고, 향유층이 하층 백성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민화는 궁중 화원이 그린 것도 있고, 또 궁중 화원은 아니더라도 전문 화가의 그림이 많다. 1830년 불탄 경희궁을 중건하고 남긴 기록인 ‘서궐영건도감의궤’를 보면 중건 사업에 참여한 화가로 ‘궁중 화원’이 셋이고, ‘방외화사’로 서울 화사가 사십 명, 평양 화사가 열 명 동원되었다고 한다. 또 경상도 통영 같은 곳에는 관아에 화원방을 두었고, 여기에서 수십 명이 근무했다고 한다. 통영에는 중앙에서도 화사군관 한 사람을 파견하였는데, 그 화사들 가운데는 김두량처럼 궁중 화원으로 명성을 떨친 화가도 적지 않았다. 이처럼 조선 후기 화가들은 궁중 안팎은 물론 경향 간에도 교류했고, 이들 화가들이 주로 민화를 그렸다.
-112쪽

일찍이 민화를 수집한 조자용 선생의 말에 따르면, 자신이 민화를 수집하던 초기, 즉 1950년대에 민화는 대부분 기와집에서 나왔다고 한다. 민화의 수요층이 대개 부유층이었던 것이다. 또한 궁궐 침전에 갖다 놓은 ‘요지연도’ 병풍, ‘모란도’ 병풍 등을 볼 때, 궁궐을 포함해 상층 또는 부유층이 주로 민화를 소비했음을 알 수 있다. 요컨대 민화는 그림의 한 종류일 뿐이지 그 향유층과는 별 상관이 없다. 그래서 요즘은 오해를 피하기 위해 조선시대에 쓴 용어 그대로 속화(俗畵)라는 말을 쓰기도 하며, 김호연 선생 같은 분은 아예 겨레그림이라고도 하였다. 구운몽도도 먼저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곳에서 소비했음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113쪽

그림은 이야기의 핵심을 인상적으로 전달하는 도구다. 동시에 이야기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독법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림은 이야기를 만나 살아있는 화제(畵題)를 얻고, 이야기는 그림을 만나 전달의 동력을 얻는다.

-131쪽

조선시대에 기행문을 와유록이라 했다. 책을 읽으며 누워서 여행을 한다는 말이다. 서유구는 임원경제지에서 병풍을 ‘와유’하게 하는 물건이라 했다. 이렇게 보면 구운몽도는 누워서 편안히 즐기는 구운몽이다.

-1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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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1-11-09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2쪽 팔선녀는 앞앞에 놓인 >>앞에 놓인
146쪽 예송논쟁에서 임금이 죽은 다음 왕비가 얼마 동안 상복을 입어야 할지>>>대비
 
멈춰버린 기억 속에서도 음악은 멈추지 않는다.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1월 2주

최근에 본 영화들에서 유독 아버지의 사랑이 눈에 띄었다. 엄마의 사랑과 질적 양적 우위를 비교하는 건 무의미하지만, 표현 방식에 있어서는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다. 아버지의 사랑이 두드러졌던 영화들을 꼽아 본다. 

1. 먼저 요새 제법 좋은 흥행성적을 보이고 있는 '완득이'다.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고 있고, 김윤석과 유아인이라는 믿을 만한 배우들을 주연으로 선택해서 최소 본전 생각은 안 나게 만들 영화라는 확신을 갖고 극장을 찾게 만들었다.  

소설 완득이와 거의 흡사하지만, '똥주' 선생의 로맨스라는 새로운 카드가 제시되었고, 그게 또 제법 재밌다. 똥주 선생 파트너와, 완득이가 좋아하는 여자 친구를 맡은 배우들의 연기가 다소 미흡했지만, 완득이와 똥주 선생의 캐릭터는 제대로 잘 살려내었다. 무엇보다도 일등 공신은 똥주 선생의 김윤석이다. 수업은 뒷전에 입도 험한 선생이지만, 그 바탕에는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애정과 인간에 대한 예의와 이해가 짙게 깔려 있다. 현실에서 저런 선생이 있다면, 사립이라면 잘렸을 것이고, 공립이었다면 절대 승진은 못할 것 같다. 다행히 학생들이 그 진심을 알아주고 의지해 준다면 좋겠는데, 그게 또 가능할까 물음표가 먼저 떠오른다.  

곱추 아버지에 집 나간 어머니는 알고 보니 필리핀에서 오셨다는 걸 최근에야 알게 된 가난한 집 아들 완득이! 그래도 삐뚤어지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준 착한 아이다. 똥주 선생의 지나친 애정(?)으로 '똥주 좀 죽여주세요!'라는 기도를 간절히 드리는 얄궂은 녀석이지만 자신이 잘 할 수 있고, 잘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내자 열심으로 도전하는 당찬 녀석이고, 효심도 깊은 좋은 아들이다. 춤추는 남편이 싫어서 집을 나갔다고 말을 하는 어머니의 변명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지만, 그 부분은 원작에서도 개연성이 적은 편이었으니 영화의 탓은 아니다.  

작품 속에서 아버지는 불편한 몸을 하고서도 악착같은 생활력을 보여주며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도 않는 성실한 사람으로 나온다. 완득이는 속이 상했던 어느 날 가출을 꿈꾸지만, 지방 시장에 돈을 벌러 간 아버지는 부재중이고, 가출하겠다고 남긴 메시지는 본인이 먼저 확인을 하고야 만다. 완득이가 조금 더 독한 녀석이었다면 제시할 '핑계'는 아주 많았겠지만, 아버지의 존재는 완득이가 늘 제자리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구심점 역할을 해주었다. 또한 비록 총각 선생이지만 옆에서 시시콜콜 완득이를 못살게(?) 굴며 보살펴주는 똥주 선생의 마음씀씀이도 아버지의 아들을 향한 마음과 무척 닮아 보인다.  

완득이는 연극으로도 보았는데 개인적으로는 원작 소설, 영화, 연극 중 연극이 가장 좋았다. 며칠 전에 엄마도 이 영화를 재밌게 보고 오셨는데 가족이 함께 보기 좋은 즐거운 영화다. 

★★★☆

2. 두번째 영화는 SF영화로 보이지만 뜻밖에도 무척 아날로그적인 감수성을 지닌 영화 '리얼스틸'이다. 

2020년이라는 근미래에 로봇 파이터를 꾸리며 근근히 살아가는 전직 복싱 선수 찰리 캔튼(휴 잭맨). 빚은 나날이 늘어가고, 일은 잘 풀리지 않고, 유일한 재산인 로봇마저도 망가져서 앞날이 막막하던 때에 오래 전 헤어진 아내의 부고 소식과 아들의 친권 문제가 그에게 떨어진다. 죽은 아내의 여동생은 아들을 데려다 키우고 싶어하고, 그러기 위해서 그가 친권을 포기하기를 원한다. 척 봐도 돈 좀 있어 보이는 그들 부부에게서 거액을 받아내고 기꺼이 친권을 포기하겠다고 각서를 쓰는 캔튼에게서 부정이란 찾을래야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은 아들 맥스 캔튼의 등장부터다. 찰리는 휴가를 간 처제 부부 대신 한동안 맥스를 맡아주기로 했는데, 알고 보니 맥스가 로봇 복싱의 광팬이었던 것이다. 아들과 맞바꾼 돈으로 로봇을 구입해서 재차 재기를 꿈꿔보지만 냉정한 머리 대신 다혈적 기질이 앞서는 찰리는 로봇도 잃고, 돈도 잃고, 아들에게 면박만 받는다. 그리하여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게 되는 '아톰'이 등장하는데 그 과정에서 맞닥뜨린 위기 속에서 그래도 찰리가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없는 게 아님을 알게 되고, 이 육중한 드라마 속에서 소소한 유머와 즐겁게 조우한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로봇'에 대해서 물으면 그 차가운 금속성을 먼저 떠올리며 비인간적인 느낌을 먼저 얘기하지만 일본 사람들에게 물으면 애완용으로 여길 만큼 무척 친근하게 받아들인다는 얘기를 들었더랬다. 여러가지 요인들이 있겠지만 거기에는 데즈카 오사무의 활약도 큰몫을 해내지 않았나 싶다. 영화 속에서 나온 무척 인간미 느껴지는 로봇의 이름이 '아톰'인 것도 그에 대한 일종의 오마쥬가 아닐까 짐작해 본다.  

자신을 돈과 맞바꾼 아빠라는 것을 알고 있는 맥스와, 그것을 들켜버린 찰리가 쉽게 친해지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거듭되는 시합과 좌절과 재도전이 겹쳐지면서 두 사람 사이에는 지난 시간의 애증을 닦아낼 우정이 쌓이게 된다. 가장 중요했던 것은 인정과 사과라고 생각한다. 찰리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아들의 상처받은 영혼을 위로해주지 않으려고 했다면, 아무리 두 사람 사이에 좋은 추억이 쌓여도 진정한 의미의 가족으로 거듭나지는 못했을 것이다. 자신을 먼저 내려놓고, 지난 시간을 인정하고 나서야 두 사람 사이에 새로운 시간이 의미있게 채워졌다. 그 훈훈한 이야기는 영화로 직접 확인해 보시기를! 

마지막 시합에서 심판들이 내린 결말은 참으로 현실을 닮아 있어서 씁쓸했다. 지난 무상급식 주민 투표의 결과에 대해서 홍준표 의원이 내린 결말고 몹시 닮았다고나 할까.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지는 싸움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한다. 비단 영화 속의 경기뿐 아니라 우리네 살아가는 이야기 속에서도 얼마든지 대입할 수 있는 이야기이니까.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이고 격투기와 로봇이 등장하는 영화지만, 남자들만 좋아할 영화는 아니다. 가족이 함께 보기 좋은 영화이고 누구라도 좋아할 훈훈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스티븐 스필버그는 될성 부른 아역 배우를 골라내는 안목이 확실하다!

★★★★ 

3. 세번째는 오늘 소개하는 영화 중에서 가장 뜨겁고 감동적인 영화 '뮤직 네버 스탑'이다. 

기억이 멈춘 아들과 추억이 멈춘 아버지,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순간 -이라는 영화이 소개 문구부터 벌써 가슴이 뭉클해진다.

영화의 시작은 20년 전 가출했던 아들을 찾았다는 전화 한통으로 출발한다. 노숙자 생활을 하던 아들은 뇌종양에 걸렸고, 수술을 받았지만 15년 전 기억에 멈춰있는 상태이며, 새로운 정보는 받아들여도 금방 잊어버리는 상태에 있었다. 때마침 아버지는 실직을 했고, 엄마가 대신 직장 생활을 하면서 아들을 돌보는 일은 전적으로 아버지에게 돌아왔다. 음악을 통해서 아들을 치료해보려는 시도를 하던 와중에, 아버지는 아들과 떨어져 지낸 20년 세월의 간극에 많은 상처가 노출되었음을 알게 된다.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진심을 전달하지 못했던 시간을 되돌려 새로운 추억을 만들고 아들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싶은 아버지의 고군분투가 아주 재밌고 감동적으로 그려졌다. 더군다나, 그 과정에서 등장하는 전설적인 노래들은 영화의 가치를 한껏 더 높여주고 말았다. 그야말로 눈과 귀가 함께 호강하는 영화다. 이제는 이미 고인이 된 많은 뮤지션들의 곡이, 그리고 여전히 전설로 남아 함께 호흡하는 그들이 노래가, 그리고 노익장을 과시하며 지금도 활동하는 뮤지션들에게는 응원과 감사의 박수가 절로 나오게 한다.  

 

 

 

 

음악을 주요 소재로 삼은 영화들은 늘 가슴을 후벼파는 감동을 주던 지난 실적에 한 표를 더 던져주며 극장을 나올 수 있었다. 동일 소재로 국내에서 이 작품을 재현한다면 어떤 노래와 어떤 뮤지션들이 나올 수 있을까 상상해 보았다. 상상만으로도 몹시 벅찬 느낌이다. 역시 음악은 아름다운 언어이며 시이고, 대화다. 결코 끝나지 않는!  

★★★★★ 




 

4. 마지막 영화는 '트리 오브 라이프'다. 사실 뮤직 네버 스탑을 보던 날 예매했던 영화였는데, 뮤직 네버 스탑이 상영관이 별로 없어서 좀 더 보기 수월한 영화를 한 주 뒤로 미뤘다.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이라는 큰 상을 받은 영화이니 한 번 더 관심이 가기도 했고, 브래드 피트와 숀팬이 주연을 맡았다고 하니 또 한 번 관심을 끌었다.  

얼굴만 보면 숀팬이 아버지 역할일 것 같지만, 브래드 피트가 아버지이고, 숀팬은 그 아들이 자라고 난 뒤의 모습이다. 몹시 가부장적이고 엄격한 모습의 아버지 브래드는 세아들 중 장남에게 유독 더 엄한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 말라는 것 투성이에 권위적이고 때로 모순덩어리로 보이는 아버지가 큰아들 잭은 밉기만 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가장 닮으면서 자란 것도 큰아들 잭이었다.  

영화는 사고로 아이를 잃은 엄마의 목소리로, 동시에 동생을 잃은 큰아들 잭의 목소리로 신에게 문답하는 형식으로 긴 서사를 이끌어간다. 그리고 그 여정을 우주의 창조에 맞물려 생명의 신비를 화면 가득 보여준다. 대사가 많지 않고 압도적인 영상미와 장엄한 음악으로 그 자리를 채워내는 감독의 재주가 놀라웠다. 다만 이런 느낌의 영화를 선호하지 않는 관객이라면 두시간이 넘는 영화의 런닝 타임이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위험은 있다.  

캐스팅이 참으로 놀라웠는데, 아들 셋이 하나같이 브래드 피트와 너무 닮았다는 것이다. 특히 막내아들은 브래드 피트 진짜 아들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잭' 역할을 캐스팅하기 위해서 어마어마한 경쟁률의 오디션을 보고 그 중 세명이 최종 후보가 되었는데, 결과적으로 그 세 명이 세 아들 역할을 나눠 맡았다는 기사를 보았다. 탁월한 선택이다.   

엄한 아버지와 달리 자애롭고 감싸주기 바쁜 엄마 역은 제시카 차스테인이 맡았다. '언피니시드'에서 이미 얼굴을 익힌 배우인지라 반가웠다. 그런데 프로필을 보니, 세상에 내가 본 영화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헬프'였다!

 

언피니시드와 트리 오브 라이프에서의 외관상 이미지가 비슷해서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는데, 헬프에서 맡은 셀리아 푸트 역할은 전혀 다른 이미지여서 바로 알아보지 못했다. 다양한 색깔을 연기해내는 배우였구나 싶어 괜히 또 반가워지고 말았다.  

이런 조합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한국에서도 익숙한 풍경이다. 또 그 아버지를 닮은 큰 아들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역사적으로는 고구려 3대 임금 대무신왕과 아들 호동왕자가 떠오른다. 물론, 그 세계관은 만화가 김진의 것이긴 하다. 아버지와 아들의 대결, 일견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떠올리게 하는 구도는 영조와 사도세자도 있고 여러 유형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는 신에게 묻는 형식으로 줄곧 진행되는데, 그때의 신은 이 영화 속에서는 분명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이 분명하지만, 영화의 스타일을 보건대 꼭 기독교의 신 하나로 단정지을 필요는 없을 듯하다. 절대적 존재로서 커다란 누군가를 떠올린다면 쉽게 대입이 될 것이다. 착한 사람이 시련을 겪고 나쁜 사람이 오히려 승승장구하는 것을 볼 때 인간은 누구나 의문을 품고 회의를 갖게 된다. 어린 잭에게 있어서 아버지는 커다랗고 힘센 사람이었지만, 그 아버지도 직장 내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좌천을 겪기도 하고 여러 시련 속에서 작아지는 존재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내려놓는 일은 자존심을 떠나서 아버지라는 위상을 생각할 때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또 그 속에서 서로를 제대로 응시하는 기회를 얻기도 한다.  

영화의 빼어난 영상미는 두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데, 마지막에 생명의 신비와 우주의 진화를 마무리하는 영상에 다가갈수록 그 압도적인 힘에 빨려들어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렇게 대사를 아끼고도 많은 이야기를 해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각자 받아들이는 몫이 다르니 또 무수한 가지 수의 감동이 피어날 터이니 역시 경이롭기 그지 없다.   

★★★★☆

네 편의 최신작이 모두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한데 묶어 보았다. 아버지와 아들... 영원한 닮은꼴, 넘어서야 하는 존재, 인정받고 싶은 존재, 무엇보다 안기고 싶은 따스한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머니와 딸, 혹은 아버지와 딸, 어머니와 아들도 마찬가지의 구도이긴 하다.) 때로 '애증'의 대상이어서 질투의 상대이기도 하고 결투의 상대이기도 하지만, 결국엔 동반자가 되고 형제가 되는 애정의 상대. 그 오래고 질긴 인연은 곧 나의 다른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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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11-11-08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 영화 완득이랑 리얼스틸, 안 본 영화 뮤직네버스탑, 트리오브라이프를 한 몫에 훑었어요.
트리..는 영화가 어렵다는 소문을 듣고는 선뜻 나서질 못하고 있네요. 뮤직..도 보고 싶은 영화는 맞는데 역시 머뭇거려지고 있어요.
역시 전 영화를 가볍게 즐겨야 할 팔자인가봐요.
하여간 멋지게 잘 읽었어요 :)

마노아 2011-11-08 15:36   좋아요 0 | URL
트리오브라이프는 확실히 좀 무겁고 어려운 감이 있는데, 영상은 무겁지 않았고요.
뮤직 네버 스탑은 어렵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아요. 작품성과 재미 면에서 모두 떨어지지 않는데, 개봉관이 지나치게 적어서 만나기 힘든 영화예요. 그게 무척 아쉬워요.
균형을 맞추어 한국영화도 두 편이면 좋았을 텐데 좀 편중되었네요.^^;;;

hnine 2011-11-08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 영화 한편도 없음! ㅠㅠ
이런 페이퍼 쓰기가 정말 시간 많이 걸리지 않나요? 생각도 많이 해야하고 나름 분석도 해야하고.
수고 많으셨네요.
마지막 문단에, 넘어서야 하는 존재, 인정받고 싶은 존재 라는데 동의해요. 특히 아들에게 아버지는 그런 존재인 것 같더라고요.

마노아 2011-11-09 00:14   좋아요 0 | URL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개별적으로 영화 리뷰 쓰는 것보다는 적게 걸렸지만, 그래도 꽤 걸려서 저장해 놓고 수정했어요. 쓰다가 날리는 바람에...ㅜ.ㅜ
오늘 털어버린 '구운몽도'에도 주인공 남자와 아버지를 물리적으로 분리시켜 놓아야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얘기가 나와요. 넘어서야 하는 존재는 비물리적인 것이지만 일견 통한다는 느낌이에요.

순오기 2011-11-09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 영화는 완득이 뿐이네요.
리얼 스틸은 집 가까운 영화관에서 상영중인데 볼 수 있으려나...
음악도 좋고 영화 소개도 훌륭해요, 가능하면 다 보고 싶어요.

마노아 2011-11-09 09:09   좋아요 0 | URL
좋은 영화들이니까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순오기님 요새 일정이 너무 바빠서 영화 볼 짬이 날지 모르겠어요.(>_<)

이진 2011-11-09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득이 정말 보고싶습니다 ㅠㅠㅠ저도 본 영화가 하나도 없군요....
저의 문화활동을 의심해봐야겠습니다 ㅎㅎ

마노아 2011-11-10 01:01   좋아요 0 | URL
요새 잘 나가고 있는 완득이에요. 이참에 보고 오셔요.^^
 
언피니시드 - The Deb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진실의 무게가 당신을 짓누를 때, 침묵이 가장 큰 고문일 때가 있지. 당신의 입술이 열릴 때, 당신이 참 자유를 얻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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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1-11-08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할인 쿠폰 남으시는 분~ 저 좀 주세요.(>_<)

2011-11-09 1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09 2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