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플하트라는 만화가 있었다. 강경옥 샘의 작품이었는데 태어날 때 마녀에게 심장을 찔렸던가? 암튼 어느 공주가 심장이 너무 차가워서 감정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목소리를 잃은 왕자(?)가 있었다. 입을 열면 기괴한 소리가 나서 사람들이 소스라치게 놀라는.... 평소에 말을 하지 않지만 무심코 소리가 나오면 자기도 놀라서 입을 막는 그런 인물이었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잃어버린 소중한 것을 찾기 위해, 그러니까 따뜻한 심장과 제대로 된 목소리를 찾기 위해 길을 떠나고 그 여정에서 만나 동행하게 되는... 뭐 그런 이야기였다. 꽤 재밌게 읽었는데 연재를 얼마 하지도 못한 채 잡지 폐간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쓸쓸히 사라지고 말았다. 무려 91년 작품이니 제대로 기억이 안 나도 할 말은 있다. 가만, 91년이면 이 잡지가 르네상스인가? 거기까진 기억이 안 남...;;;;;


아무튼, 그 이야기가 왜 떠올랐냐 하면은... 지금 내 목소리가 그렇기 때문이다. 아아아, 입을 여는 순간 뱀과 전갈과 온갖 열대 곤충들이 튀어나올 것 같은 기괴한 목소리가 연출되고 있다. 모두 감기 때문이다. 2년 전처럼 후두염으로 번지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되는데 내일 병원 가서 다시 물어봐야지. 가급적 목을 쓰지 말아야 호전이 되겠지만 생업이 있는지라 그게 되나. 마이크를 써보지만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가 보다. 슬퍼슬퍼...;;;;









오늘은 한달에 한 번 있는 학년별 공개수업이 있는 날이다. 각 학년별로 세 교실에서 공개수업이 진행되고, 해당 학년 교사가 모두 참관한다. 수업을 마치고 협의회까지 끝내고, 그리고 뒷풀이로 자비 회식을 하는 그런 날이다. 

컨디션도 안 좋고 술을 마실 수 있는 입장도 아니어서 패스하고 싶었지만 오늘은 역사과 공개수업이었기 때문에 참석했다. 

오.빠.닭에서 배불리 먹고 잠시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을 때 1학년부 회식을 마친 부장님이 우리 자리로 합석을 했다. 이분께는 2차인 셈.


맥주를 연거푸 마시던 이분이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한말씀 하셨다.


"눈이 참 착하게 생겼어. 눈이 예뻐"


여기까진 칭찬. 기분 좋게 들었는데 덧붙이는 한마디.


"근데 얼굴이 커."


헐!

지금 뭐하자는겨? 나하고 싸우자는겨??


"절 두번 죽이시네요!"


하니, 


"사실이잖아!"


라고, 취중진담을 하신다. 하아... 술도 안 마셨는데 술맛 떨어져. 슬퍼, 아파...

어차피 막 일어나려던 참이었는데, 미련 없이 일어나게 해주셨다. 부장님 나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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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5-28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귀여운 마노아님. 목소리 기괴했던 저의 4월이 생각납니다. 어여 나으시길요.

마노아 2015-05-29 13:23   좋아요 0 | URL
많은 사람들을 스쳐간 감기 바이러스예용. 언능 낫겠습니다. 고마워요!

나와같다면 2015-05-29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전 착한 눈을 가진 사람이 좋아요.. 순한 사람에게 마음이 가요..

마노아 2015-05-29 13:24   좋아요 0 | URL
데헷~ 저도 독한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순한 사람들을 사랑합니다아^^

아무개 2015-05-29 0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장님 나빠욧!

마노아님눈 이쁜거 완전 인정
내가 실제로 본 여자사람중에
최고로 예뻐요(^ 3^)

마노아 2015-05-29 13:24   좋아요 0 | URL
앙, 고마워요!
제 옆의 부장님이 이 이야기 듣고는, 학생들한테 맨날 상처받는 교사들이 왜 서로 디스하냐며 제 편 들어줬어요. ㅋㅋㅋㅋ

다락방 2015-05-29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넌 눈도 크고 코도 크고 입도 크고 얼굴도 커...
라고 말했던 오래전 구남친이 생각나네요.. 이게 칭찬인지 욕인지 잘 모르겠더라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얼굴이 커서 뭐 어쩌라고 그런 말을 하시는지?
뭐 어쩌라는거죠 부장님은?
어처구니 없는 양반이네요. -_-


아, 그리고 마노아님의 문제는 사진이 너무 안나온다는 거. 실물 겁나 예쁜데 사진으로는 반도 드러나지 않아요. -_-

마노아 2015-05-29 13:25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예요. 그래서 뭐 어쩌라고!

제가 셀카 기술 연마하는 것보다 아이퐁 장만해서 셀카 앱을 까는 게 더 빠를까요? ^^ㅎㅎㅎ

뷰리풀말미잘 2015-05-29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커. 제 전재산과 오른쪽 손목을 걸겠다.

아무개 2015-05-29 13:17   좋아요 0 | URL
님 멋찜!! ^^

마노아 2015-05-29 13:25   좋아요 0 | URL
아, 듬직해! 매드맥스 삘이 납니다! 굳!!

무스탕 2015-05-29 14:59   좋아요 0 | URL
난 내 책 전부를 걸겠어요!!!

마노아 2015-05-30 12:00   좋아요 0 | URL
두분의 재산과 신체 보존을 위해 제가 얼굴 맛사지를 좀 해야겠습니다. ㅎㅎㅎ

BRINY 2015-06-01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그 부장님 뭡니까요?

마노아 2015-06-01 23:48   좋아요 0 | URL
제 말이요. 술이 과하셨습니다...;;;;
 

오뉴월 개도 안 걸린다는 감기에 걸려버렸다. 

토요일 밤부터 상태가 안 좋았는데 연휴가 끼어서 병원을 빨리 갈 수가 없었다.

일요일밤엔 몸살이 겹쳐서 밤새 근육통에 시달렸고, 내내 기침을 했더니 7시간 넘게 잤는데 숙면 시간이 한시간도 되질 않았다.

 

월요일엔 약속이 있어서 외출했는데 낮이 되니까 상태가 좀 좋아진 것 같았다.

그래서 원래 예정대로 영화를 보았는데 극장 안이 너무 추워서 다시금 상태가 메롱이 되고 말았다.

화요일, 출근 직후엔 좀 괜찮았는데 수업을 하고 나니 목이 완전히 쉬어버렸다. 

운동은 패쓰하기로 결심하고 대신 a/s를 받기로 했다.

며칠 전부터 블루투스 이어폰이 말썽이었던 것이다.

접속이 자꾸 끊겨서 애를 먹었는데, 딱 하루 유선 이어폰을 썼더니 불편해서 미치겠는거다.

더 편한 걸 쓰다가 더 불편한 걸로는 갈아타기 힘든 법!

그래서 센터에 방문했다. 마침 블루투스도 핸드폰도 모두 엘지여서 한큐에 점검을 받았는데, 결과는 간단했다.

핸드폰의 앱 충돌이었다. 서비스 기사는 핸드폰을 초기화 시키면 된다고 했다.

그래서 집에 와서 백업을 받고 과감히 초기화 버튼을 눌렀다. 

구글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어플을 다 인식할 거라고 여겼는데, 의외로 다 인식하고 있지는 않았다.

대강 다 찾아서 필요한 것들은 깔았는데 문제는 데이터였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일정 어플과 가계부 어플이 백업이 안 된 것이다.

분명 백업 시켰고 제대로 옮겼는데 안 된다. 이럴 수가!

스마트폰을 사용한 지난 3년 간의 기록이 사라진 것이다.

그동안 핸드폰이 세차례 바꼈는데 그때마다 제대로 백업해서 유지해 왔건만 이럴 수가...ㅠ.ㅠ

다이어리도 계속 써왔고, 가계부도 계속 써 왔으니까 자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핸드폰으로 쉽게 찾아서 확인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사라졌으니 많이 불편하다.

그러니까 이건 블루투스 이어폰 쓰다가 유선 이어폰 쓰는 것보다 더 불편해진 것. 크흑.... 슬프구나.

하여간, 귀가 길에 배 한 개를 샀다. 생강이랑 대추는 집에 있어서 배만 있음 되었는데 배 하나가 3천원이나 해서 화들짝 놀라 버림. 왜 이렇게 비싼겨...;;;;

하긴, 며칠 전 명동에서 계란빵 하나에 2천원에 팔고 호떡 하나 1500원인 걸 보고 기겁을 했었지...;;;

 

계산 전에 혹시나 하고 두리번 거렸더니 과자 코너 맨 아래층에 허니버터칩 다섯 봉지가 보이는 게 아닌가!

오오옷, 묶음 판매도 아니었다.

불과 이주 전에 연남동 어느 슈퍼에서 허니버터칩 한봉지에 두유 한박스를 매달아 파는 걸 보았는데 개별 판매라니!

가격도 1200원으로 착해졌다.

지난 번에 맛동산과 홈런볼 묶어서 4800원에 팔던 걸 생각하면...ㅜ.ㅜ

가방이 작은 관계로 세봉지만 샀다. 덕분에 평촌 사는 큰 시스터도 드디어 허니버터칩을 먹어봄..ㅎㅎㅎ

혹시나 하고 오늘도 마트에 들러봤는데 오늘은 전혀 보이질 않았다. 다 팔린 건가, 오늘은 안 들여왔나... 알 수 없음.

내일 약 더 지으면서 한번 더 살펴봐야지.ㅎㅎㅎㅎ

 


아침에는 생강차를 렌지에 데워서 따뜻하게 마셨는데, 오후가 되니 너무 더워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결국 얼음 동동 띄워서 마심...;;;;

어저께 도착한 알라딘 강화유리 보틀에 담아온 나의 생강차~ 무겁지만 예뻐서 용서가 됨.. ^^









보틀을 샀더니 따라온 책들은 이렇다.

여기에 중고책 몇 권 플러스.

중고책을 포함시키지 않으면 죄다 신간이라 쿠폰도 쓸 수가 없고 마일리지 적립도 확 줄어든다.

요 근래 알라딘의 행사제품은 디자인 적으로 모두 훌륭했지만 마일리지 차감폭이 너무 커서 마일리지 모일 틈이 없다. 

 

이번 감기는 머리가 몽롱했던 게 특징인데, 어제는 커피를 끓이려고(간호사 샘이 커피 마셔도 된다고 하심..;;;) 커피 포트에 물을 담고, 그걸 가스렌지 위에 올리고 불을 붙인 것이다. 금방 깨닫고 불을 끄긴 했지만 완전 큰일날 짓!

 

어제는 목이 쉰 정도였는데 오늘 오전에는 완전히 맛이 가서 내 안에 할배 있다! 버전의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도 않아 의사소통이 참 힘들었다. 나는 말하고 싶은데 나오지를 않아....;;;;;

다행히 약먹고 저녁이 되니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

운동 가서 스트레칭이랑 근육운동 아주 조금만 하고 돌아왔다.

내일은 더 좋아질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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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8 05: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28 0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개 2015-05-28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송곳> 웹툰으로 반나절 만에 다 읽어버렸어요.
저는 미생보다는 이쪽이 훨씬 와 닿는게 많네요.

˝분명 하나쯤 뚫고 나온다.
가장 앞에서 가장 날카롭다가
가장 먼저 부서져 버리고마는
그런 송곳같은 인간이˝

이 대사 아주 미치겠더라구요.
마치 `시같다` 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날카롭게 뚫고 나와 가장 먼저 부서져 버리고마는
사람들 덕분에 내가 이나마 편하게 살고 있는거지...하는 생각도 들고...

그나저나 목을 안써야 좀 빨리 나아질듯 한데
그 상태로 계속 수업하는거죠? ㅠ..ㅠ

마노아 2015-05-28 09:20   좋아요 0 | URL
저는 아직 읽기 전인데 아무개님 말씀처럼 미생보다 이쪽이 더 가슴을 후벼팔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제목도 아주 적절합니다. ^^

어제 저녁 컨디션은 괜찮았는데 새벽에 기침하느라 여러 번 깼어요.
오늘도 목상태는 메롱이네요.
오늘 공개수업 세건이나 있고 협의회에 회식도 있어 바쁘네요. 에궁....

다락방 2015-05-28 10:13   좋아요 0 | URL
제 생각에도 미생보다 송곳이 저한테 올것 같은데 미생은 한 권 보다가 말았... 송곳은 보고 싶어서 찜해두고 있어요, 저도.

마노아 2015-05-28 10:30   좋아요 0 | URL
미생 한권에서 쫑이라니!!! 가장 신선한 반응이에요.^^ㅎㅎㅎ

무스탕 2015-05-28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꾸준히 나와 주는 칼바니아 만쉐이~~~ 전 손 놓은지 오래지만요...;;;

주변에 은근 감기로 고롱대는 분들 많아요. 일교차가 너무 커서 그래요.
나두 요즘 지하철타고 다니는데 아침에 집을 나설땐 꼭 긴 팔 얇은 겉옷을 입어요.
아직 아침엔 바깥 공기도 선뜻 하지만 지하철 찬바람 시로요.
어여 감기 떨치소~~~☆

마노아 2015-05-28 09:49   좋아요 0 | URL
맞아요, 미친 일교차였죠. 제가 출퇴근을 산길을 걸어서 통과하느라고 집나와서 50미터 걸을 때까지는 추운데 그 다음부터는 땀 뻘뻘 흘려요. 오늘도 양산 썼음에도 땀이 주륵주륵... 더 더워지면 그냥 버스 타야지 싶답니다...;;;;;

칼바니아는 정말 유쾌한 만화죠. 기분 울적한 날에 보기 위해서 현재 아껴두고 있어요. 히힛^^ㅎㅎㅎ

바람향 2015-05-28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에는 책 살 때 너무 슬픈 것 같아요. 쿠폰이나 할인 등이 이렇게 큰 줄은 예전에는 미처 몰랐네요~ㅠ흑;;

마노아 2015-05-28 17:24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예요. 땡스투나 TTB@ 등 모두 너무 각박해져서 잔재미가 사라졌어요. 크흑....

나타샤 2015-05-28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좋은 책들 속에..드팩 공장장님 머그컵에 꽂혀버린..
여름 감기는 ..에고, 어서 나으시길 바랍니다.

마노아 2015-05-28 17:24   좋아요 1 | URL
우히히힛, 기승전 공장장님!입니다.^^
텀블러보다 하나밖에 없는 저 머그가 더 소중하죠.
감기는 오늘 좋아질 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나타샤님도 일교차 조심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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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5-06-02 0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먹하네요~~~~~~~~~~~
아직 그대 잘가라고... 떠나 보낼수가 없는데....

마노아 2015-06-02 09:37   좋아요 0 | URL
참으로 그리운 사람이에요. 이번에 아드님 때문에 조금은 속풀이 했습니다. 아주 조금요.
 
1행시 960수와 17자시 730수.기타
박희진 지음 / 시와진실 / 2003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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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신청해서 읽어 다행이지 싶다가도, 이내 미안해지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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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과학

제 2390 호/2015-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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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인 저녁형 vs 공부 잘하는 아침형, 당신은?


아침잠이 많은 사람은 게으르다? 지난 몇 년간 저녁형 인간’에 대해 새로운 연구결과들이 발표되면서 ‘저녁형 인간=게으르다’는 통념이 깨지고 있다. 오히려 ‘아침형 인간’보다 영리하고 창의적이지만 아침형 생활 리듬에 맞춰진 사회 구조 탓에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창의적이고 영리한 저녁형의 기질, 충분한 아침잠이 만든다 

지난 2009년 영국 런던정경대 사토시 가나자와 교수팀은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했다. 제목은 ‘왜 저녁형 인간이 더 영리한가’로 미국의 청소년 20,745명을 대상으로 수면패턴과 IQ와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집단의 IQ가 더 높게 나왔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를 ‘사바나 IQ 상호작용 가설’에 적용해 인간은 낮에는 생활을 위한 일을, 밤에는 독창적인 일을 하며 진화했기 때문에 똑똑한 사람일수록 더 늦게까지 깨어있도록 발달했다고 분석했다. 사바나 IQ 상호작용 가설은 인류의 진화에 있어 지능이 높은 개인이 지능이 낮은 개인보다 새로운 상황을 이해하고 처리하는 데 더 능숙했기 때문에 지능이 높은 인류가 진화를 이끈다는 내용이다. 

스페인의 마드리드대학 심리학과 연구팀도 지난 2013년, 12~16세 청소년 887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저녁형이 창의력이 높고 귀납추리능력과 문제해결능력이 우수하다고 발표했다. 귀납추리능력은 개별 사실에서 보편적 법칙을 추리해내는 능력이다. 혁신적인 사고와 고소득 직업군과의 연관성이 높다. 실제 저녁형 중에는 작가, 예술가, 프로그래머 등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직군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학업성적은 아침형이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연구팀은 학교 수업이 이른 아침에 시작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네덜란드 레이던대학의 케르크 호프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저녁형은 아침형과 수면패턴이 반대다. 아침형은 초저녁에 깊은 잠을 자고 새벽으로 갈수록 얕은 잠을 잔다. 반면 저녁형은 새벽부터 아침까지 깊은 잠을 잔다. 저녁형은 매일 아침 꿀잠을 잘 시간에 억지로 눈을 뜨고 등교 준비를 하는 것이다. 

게다가 생리학적으로도 저녁형은 아침형보다 잠이 오게 하게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가 평균 3시간 느리기 때문에 수면 시작 시간도 늦다. 결국 저녁형은 수면의 질도 충분한 수면시간도 누리지 못하고 학교로 가 수업을 듣고 시험을 치루기 때문에 제 실력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것. 

집중력이 높아지는 시기도 다르다. 아침형은 오전에 집중력이 가장 좋고 오후 6시부터 급격히 주의력이 분산된다. 반면 저녁형은 오후부터 집중력이 높아져 저녁 6시에 정점을 찍는다. 2012년 학술지 ‘국제 시간생물학’에 게재된 다른 논문을 살펴봐도 아침형은 오전에 성과가 좋은 반면, 저녁형은 저녁에 가까워질수록 업무 결과가 더 좋았다. 두 유형 모두 오후에는 정신이 맑고 인지능력도 좋았는데 연속적인 흐름을 살펴보면 아침형은 오전 이후 하락세를, 저녁형은 저녁에 가까워질수록 인지 능력이 향상됐다. 

벨기에 리에주 대학의 필리프 레이그눅스 박사 연구팀(2009년)도 비슷한 내용을 논문에 담았다. 아침형과 저녁형을 대상으로 각각 잠에서 깬지 1시간 반 뒤와 10시간 반 뒤 집중력이 필요한 과제를 주고,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로 뇌를 촬영했다. 그 결과, 일어난 지 한 시간 반 정도 지나 진행한 오전 작업에서는 아침형과 저녁형의 뇌 활성화 정도가 비슷했다. 하지만 일어 난지 10시간 반 뒤에 진행된 저녁 과제에서는 아침형과 비교해 저녁형의 뇌 활성화 정도가 눈에 띄게 활발했으며, 문제 해결 속도도 더 빨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라 이후 지속된 과제에서도 저녁형은 아침형보다 졸음을 이겨내며 늦은 시간까지 뇌를 활성화해 집중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아침형 중심으로 맞춰진 하루 일과를 1~2시간만 뒤로 미뤄 진행한다면, 저녁형의 경우 오전부터 늦은 밤까지 높은 집중력으로 일과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세계적인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도 게재돼 화제를 모았다. 

■ 기상 시간 강요에 잠이 늘 부족한 저녁형, 비만과 우울증 발병률 높아 

하지만 건강면에서는 저녁형을 우려하는 연구결과가 많다. 얼마 전 고려대안산병원 김난희 교수팀은 47~59세 성인 남녀 1,620명을 대상으로 혈액검사와 CT 촬영, 생활 습관에 대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학술지 ‘임상 내분비학 신진대사’에 게재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저녁형은 전체 6%(95명)로 아침형보다(30%, 480명) 적게 나타났다. 질병별로는 남성의 경우 저녁형이 아침형보다 비만인 확률이 3배, 노화에 따른 근육 감소증에 걸릴 위험은 4배 컸고 당뇨에 걸릴 가능성도 높았다. 여성 역시 저녁형이 아침형보다 심장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대사증후군의 위험이 두 배 높았다. 연구팀은 정확한 원인을 알 순 없지만 저녁형은 늦게까지 깨어있는 경우가 많아 야식을 먹는 경우가 잦고 늦은 밤, 가로등이나 TV와 같은 인공 빛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그래서 인슐린 작용이 떨어지는 것과 같은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질병 발병 위험이 높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침형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더 건강하고 날씬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연구도 있다. 영국 로햄턴 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성인 1,06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주중 평균 기상시간이 오전 6시 58분인 아침형이 저녁형에 비해 평균 체중이 더 낮고 평소 느끼는 행복감도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세브란스병원 김세주 교수팀도 얼마 전 아침형 인간(116명)이 저녁형 인간(123명)의 정신적인 안정성을 분석해 외국 학술지 ‘기분장애’ 4월호에 공개했다. 논문에 따르면 우울증과 조울증은 저녁형에게서 더 높은 경향을 보였고 명랑하고 쾌활한 기질은 아침형에서 더 높게 나왔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대, 영국 서레이대, 호주 퀸즈랜드대 등으로 이뤄진 공동연구팀은 지난 2012년, 사람의 생체리듬 유형에 대한 리뷰 논문을 학술지 ‘국제 시간생물학’에 개재했다. 이 논문 역시 저녁형이 우울증이나 알코올 중독과 같은 질환에 걸릴 확률이 더 높게 나타났다. 낮 시간 햇빛은 적게 받고 밤에 조명을 많이 받는 저녁형의 생활 패턴이 생체시계와 환경 사이에 불균형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분석이다. 

■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수면 주기, 존중이 필요하다 

문제는 아침형과 저녁형을 결정하는 수명과 생활패턴은 유전적인 영향이 크다는 것. 지난 2003년 사이먼 아처 영국 서레이 대학 교수팀은 수백 명을 대상으로 아침형과 저녁형을 나눈 뒤 유전자를 분석, 저녁형이 아침형에 비해 PER3 유전자가 짧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영국 노섬브리아 대학의 바크레이 박사팀도 63쌍의 일란성 쌍둥이와 674쌍의 이란성 쌍둥이를 대상으로 아침형과 저녁형을 결정짓는 요인들을 연구했다. 그 결과 유전적 영향이 수면 패턴의 52%를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최근에는 똑같은 출근시간을 강요하기보다 각 유형에 맞게 근무 시간을 조율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월 독일 루트비히 막시밀리안 대학의 틸 뢴넨버그 교수는 아침형과 저녁형에 따라 근무 시간을 배치하면 사람들이 충분히 숙면을 취하고 일의 만족도도 높으며 휴일에도 잠을 더 적게 잔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소개했다. 

연구팀은 독일 철강회사인 티센크루프스틸 공장에서 직원들의 잠과 근무 일정 간에 관계를 연구했다. 회사들 직원들의 수면 습관에 따라 아침형, 저녁형, 중간형으로 분류하고 아침형 직원들은 야근에 배치하지 않고 저녁형 직원들은 이른 아침 근무에서 배제하는 등 개인에 맞는 시간대에 근무하도록 했다.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나 공장 직원들은 수면이 개선됐으며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고, 휴일에도 예전보다 한 시간 정도 잠을 덜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주말 수면시간이 줄어든 이유는 부족한 잠을 보충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라며 “수면 주기에 맞춘 근무 일정으로 업무 효율성과 만족도 뿐 아니라 휴일에 적게 자는 효과까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오스트리아의 천재 작곡가인 모차르트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을 승리로 이끈 정치가 처칠, 현재 미국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는 대표적인 저녁형 인간으로 알려졌다. 모차르트는 떠오르는 악상을 정리하기 전에는 잠을 자지 않아 새벽까지 작곡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고 처칠은 새벽 4시에 잠들어 오후에 일어났던 생활로 유명하다. 연구 결과처럼 저녁형의 기질인 높은 창의력과 혁신을 추구하는 성향이 잘 드러난 사례다. 우리 주변에도 이런 인재들이 숨어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조차 모두에게 똑같이 강요하는 사회에 살다보니 자신의 기량을 최대로 발휘해 볼 기회조차 없이 살아오고 있을 뿐일지도.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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