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3월 말부터는 걸어서 출근하고 걸어서 퇴근하고 있다. 출근은 계속 걸어서 했고, 퇴근은 다른 곳에 가야 할 일이 없다면 걸어서 왔다. 비탈진 산길을 걸어 올라가야 하므로 운동화는 필수. 내일은 꽃단장하고 출근할 계획인데 신발 때문에 고민이다. 버스를 탈 것인가, 패션을 포기할 것인가!


2. 벚꽃 흐드러지게 핀 계단길을 내려가면 직장에 도착한다. 힘들게 올라가서 땀을 씻으며 내려가는 길이다.



왼쪽은 화창했던 어느 날, 오른쪽은 비와서 벚꽃 떨어지던 어느 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철쭉이 흐드러지게(자지러지게) 피어 있다. 무척이나 매혹적인 색깔이다. 옷으로 입으면 무척 촌스러울 색깔이지만 자연 속에서 꽃이 입을 수 있는 옷으로는 최고로 화려한 색이 아닐까. 










3. 4월 급식부터는 학생들의 레시피 공모를 받았다. 간택(?)된 학생은 그날의 후식을 두배로 받아 친구와 나눠먹을 수 있는 혜택을 준다.



그리하여 첫타자로 뽑힌 레시피로 구성된 '딸기 데이'

아해들의 관심과 기대가 높았고 나 역시 무척 설레며 기다렸다. 김치볶음밥이 다소 말라 있었지만 그건 아마도 내가 점심을 늦게 먹어서 밥통이 열려 있어서 받이 마른 것 같고... 딸기와플은 딸기 호떡이었지만 내 입맛에 잘 맞았다. 갈아만든 딸기쥬스도 좋았지만 슬러시 형태여서 너무 추웠다. 


이어서 5월의 레시피도 공모를 했는데 3개 공모작 중 학생들의 몰표를 받아 당선된 것은 '블루베리 데이'다.

저기 저 메뉴에서 '딸기' 대신 '블루베리'로 갈아타면 되면 메뉴였다. 창의력 하고는..ㅡ.ㅡ;;;;

이러다가 각종 과일데이로 매달 하나씩 나올 지도... 암튼 블루베리 데이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


4. 주말에 드디어, 기어이, 마침내! 허니버터 칩을 먹어보았다. 운동 갔다가 돌아오는 길, 포도를 사려고 마트에 들어갔는데 맛동산과 홈런볼을 묶어서 허니버터 칩을 파는 게 아닌가! 오오오옷, 묶음 메뉴지만 드디어 허니를 만났다는 기쁨에 두봉지를 사갔다. 한묶음에 4,600원. 합계 9,200원. 과자에 돈 만원을 쓰다니....;;;;;



온 가족이 다 함께 시식했다. 맛났당! 달달한 맛동산이 내 입엔 더 좋지만, 궁금했던 게 가장 큰 이유였으니까 아무튼 득템!


이틀 뒤 운동 다녀오는 길에 다시 마트에 들렀다. 커피를 사려고 간 거였는데 매대를 보니 역시나 세 봉지가 한묶음으로 잡혀 있다. 그런데 뭔가 다르다!



비슷한 봉지, 비슷한 이름. 그러나 너의 정체는 허니통통!!!!!


얍삽하다, 마트여! 전날 사갔던 사람이 착각하고 다시 사가기 딱 좋구나!


5. 손톱이 처음 부서졌던 건 4년 전 다이어트를 했을 때였다. 영양 부족이지 싶었다. 그후로도 계속 부서졌던 건 수영장 표백물 때문이겠거니 했다. 혹은 내가 매니큐어를 너무 자주 발랐나? 뭐 그 중 하나겠지 싶었다. 그런데 수영 쉬고 한달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손톱이 부서지고 있다. 조금이라도 길러서 네일 케어를 한번 받을 생각이었다. 네일 아트반을 맡았으니 눈여겨 볼 겸, 손톱에 영양도 줄 겸! 하지만 계속 부서져서 너무 짧아진 터라 네일 샵을 갈 수가 없네. 그냥 영양제 사다가 발랐다. 영양가 없는 손톱 같으니!


6. 3년 전에 헬쓰를 할 때 오른쪽 무릎이 아팠었다. 직후 이사를 하면서 너무 많은 짐을 날라서 무릎과 발목이 많이 아팠더랬다. 그리고 꽤 시간이 흘렀는데 여전히 오른쪽 무릎은 다소 불편했다. 삐걱거리는 느낌? 재차 헬쓰를 시작하면서 런닝 머신을 썼더니 여전히 오른쪽 무릎이 아프다,고 느껴진다. 3년 동안 두 차례 엑스레이 찍어봤는데 이상은 없었다. 이게 기계에 안 잡히는 어떤 통증인지, 혹은 심리적으로 내가 계속 인식해서 느껴지는 아픔인지 통 모르겠다. 일단은 조심하자는 차원에서 런닝머신보다는 자전거를 타야겠다. 


7. 핸드폰에 만보기 어플이 깔려 있다. 출퇴근으로 5,000보 정도가 나오고, 런닝머신 4km정도 걸으니까 하루 만보는 거뜬하지만,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을 때에만 체크가 되니까 성에 차지 않았다. 그러다가 미밴드를 알게 되었다.



요렇게 생긴 팔찌형 밴드인데, 핸드폰과 블루투스로 연결되어 있다. 손에 차고 있으니까 내 움직임을 포착해서 내 운동량을 알려준다. 그리고 잠잘 때의 움직임을 분석해서 총 수면시간과 숙면시간도 파악해 준다. 신기한 물건일세!



오늘 나는 2만 걸음에 육박하는 움직임을 보였으니 소모 칼로리는 대단하진 않아 보인다. 아니, 큰 건가?

이건 순전히 배드민턴 대회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많이 뛴 것에 비해서는 소박하구나.

치맥으로 거하게 섭취해 주었는데....;;;;


8. 앱알림 기능 등 여러 개가 있지만 일단 내가 주목하는 건 운동량과 수면 시간 체크다.



지난 밤에 나는 6시간 1분을 잤다. 00시 25분에 컴퓨터를 껐는데 3분여 만에 잠들었구나. 

숙면은 1분 모자란 3시간. 얕은잠이 더 긴게 속상하다. 그나마 처음 체크했던 날은 숙면이 2시간이 안 됐는데 한 시간은 더 깊게 잤으니 다행! 오늘은 많이 움직였으니 더 깊이 잠들 수 있지 않을까?


9. 배드민턴 대회는 원래 나가려던 게 아니었는데, 원래 나가기로 한 직장 동료가 감기로 심하게 앓는 바람에 하루 전에 급조된 참가자가 되었다. 배드민턴 채는 5년 만에 잡아보았다. 무척 즐겁게 운동했지만 전패. 우리 팀의 첫 상대가 이번 대회 우승팀이었음..ㅜ.ㅜ


처음엔 비치된 배드민턴으로 치다가, 나중에 연습게임 때 전문가 것을 써봤는데 엄청 가볍고 좋은 것이다. 신나게 쳤는데 어느 순간 손톱 밑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어이쿠!



마침 보건샘이 계셔서 처치해 주셨다. 약 바를 때아플 거라고 했는데 안 아파서 안심했지만 삼초 뒤 무진장 쓰라렸음...

손톱이 상태가 안 좋아서 안쪽이 벌어졌던 게 아닐까 의심하지만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음.

불편해서 퇴근 전에 풀렀는데, 아까 샤워할 때 아파서 머리를 제대로 감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다시 밴드 붙였음.ㅠ.ㅠ


10. 많은 일들이 있던 한주였다. 정말 바빴고, 정말 화가 났었고, 정말 서러웠던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걸 다 쏟아내기에는 이 잔인한 4월에 너무 염치가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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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4-23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여전히 많은 일들이 피어나고 떨어지는 꽃잎들처럼이나 ^^ 손 무척이나 아파보여요. 덧나지않고 잘 아물길 바랍니다. 겨울같은 봄이에요.

마노아 2015-04-23 09:05   좋아요 0 | URL
겨울같은 봄! 적절한 표현이에요. 날은 더워졌는데 마음이 시리네요. 우리 다 같이 잘 견뎌 보도록 해요.
손가락 하나 아플 뿐인데 여러모로 신경 쓰이네요.(>_<)

다락방 2015-04-23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근길의 저 계단 정말 좋네요. 걸을 맛이 나겠어요.
저 손목에 차는 거, 안그래도 살까말까 하고 있었는데..수면 시간 봐준다니 사보고 싶어지네요.

오늘 아침 출근길에도 시사인 읽다가 눈물을 흘렸어요.
많이 울어야 하는 달인것 같아요, 4월은요.

마노아 2015-04-23 09:07   좋아요 0 | URL
산길을 타고 가는 거라서 주변에 꽃이 많은 게 좋아요. 15층 높이 아파트보다 제가 다니는 길이 훨씬 더 높답니다. ㅎㅎㅎ
어제 운동 많이 해서 오늘은 수면시간은 줄었지만 숙면 시간은 늘었어요. 그래서 아침에 조금 안심이 되었답니다.

4월이 잔인한 달인 걸 시인은 어찌 알았을까요...ㅜ.ㅜ

아무개 2015-04-23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밴드 오호!!! +..+

전 요새 잠을 푹 못자서 ....
자면서 `내가 자고 있는게 맞나? 아닌가? `이러고
냥이들 밥먹는 소리 화장실 가는 소리 우다다 하는 소리 다 들리고
여튼 공복 유산소 운동 하느라 안그래도 수면 시간 줄였는데
잠도 푹 못자니까 낮에 거의 맨정신이 아님 ㅜ..ㅜ

참 저는 허니버터맛 꼬깔콘을 먹었어요. 걍 뭐 꼬깔콘 ㅋㅋㅋ

마노아 2015-04-23 14:49   좋아요 0 | URL
제가 오늘 아침에 생각보다 숙면시간이 길었네... 하며 안심했던 것처럼, 반대로 숙면을 못 취했네...하고 수치로 확인하면 더 피곤할 것 같긴 해요.^^;;;; 어쩌면 그러니까 수면 시간을 더 확보하려고 애를 쓸수도 있지만요.
확실히 저도 예전에 다이어트 할 때는 예민해져서, 또 배가 고파서 더 잠이 안 와서 고생했던 기억이 나요. 빨리 자고 일어나서 뭔가 먹고 싶은데 잠이 안 와...ㅜ.ㅜ

허니버터맛 꼬깔콘도 있군요! 별별 유사상품이 다 있어요.^^ㅋㅋㅋ

개인주의 2015-05-06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사는 동네는 나름 시골?인데도 드뎌 여기까지
행복버터칩? 일본 허니버터과자도 들어왔더군요.
먹어보지 못햇는데... 도대체 무슨 맛일까요.
한정100봉지라지만.. 가격이 4천원 가까이 해서 그냥. 쿨하게 안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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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happysummer.tistory.com/5


http://www.inven.co.kr/board/powerbbs.php?come_idx=3866&l=3450445


http://www.vav.kr/index.php?alink=&array=&categorytype=&id=209476&keyword=&page=1


서울고가 최악으로 보이고, 성도고는 풋! 웃겼지만, 그래도 풋풋한 색깔이라 아해들도 재밌어하지 않을까 싶다.

청바지 입는 남대문 중은 쇼킹! 골덴 자켓은 안습이지만 청바지는 맘에 드는데? 

민족사관고는 헐~ 소리가 절로 나왔다. 정말 저렇게 입고 등하교 하는겨???

한국전통문화고는 한국 전통과는 아무 연관성 없어 보이지만 교복은 참 예쁘다.

옷걸이가 훌륭해서 더 예뻐 보일 수도...


조카가 다니는 중학교는 내가 졸업한 학교다.

이 학교는 큰언니가 다니던 시절에는 교복을 입지 않았고, 내가 입학하던 해에 학부모 투표로 교복을 입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봄 내내 사복입다가 하복부터 교복을 입었는데, 당시 촌스러웠던 디자인을 아직도 고수하고 있다. 

저기 리스트에는 없지만 저 안에 끼어도 이상하지 않을 포스를 자랑한다.

조카 교복 사러 갔을 때 같이 전시된 다른 학교 교복을 보다가 저 학교 교복 참 예쁘다~하고 쳐다본 학교에 지금 근무하고 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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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03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05 2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스탕 2015-04-03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사고는 기숙사니까 등교라기보다 교실에 모일라나요?
글고 저렇게 두루마기는 특별한 시간에 입을듯 싶어요. 평상시엔 개량한복일거에요. 어디서 본 듯..
금천구에 있는 무슨 국악고도 교복이 개량한복.
지성이네 고등학교 생활복은 흰색이어서 -_-++ 했었는데 정성이네 고등학교 생활복은 곤색(학교 표현이에요, 이게;;)이라서 ^^* 에요. ㅎㅎ

마노아 2015-04-06 00:01   좋아요 0 | URL
아핫, 그렇죠. 민사고는 전원 기숙사죠. 그 생각을 못했네요.^^
오, 국악고도 한복 입는군요.
생활복이 확실히 활동에 편리하죠. 곤색.. 그러니까 그게 감색인 거죠? 네이비색! ㅎㅎㅎ
선호하는 색이에요. 때도 잘 안 타고, 세련되기도 하고~
저는 내내 촌스런 교복 입고 다녀서 교복에 대한 로망이 있어요.^^

2015-04-04 15: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06 0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06 15: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08 1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12 15: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14 0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15-04-20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주예고는 예술, 예능 방면 인재들이 참 많은 거 같습니다. 당연 저 교복이 잘 어울릴 거 같구요.
경기여고 교복은 완전 옛날거 그대로 아닌가요?

마노아 2015-04-20 23:58   좋아요 0 | URL
전주예고는 교복 입은 연예인이 이뻐서 살린 거 아닐까요. ㅎㅎㅎ
경기여고 교복은 일부러 옛 스타일을 고수하나봐요. 깐깐한 자존심이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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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USION 과학

제 2359 호/2015-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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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 색깔 논쟁, 누구도 틀리지 않았다

드레스 한 벌 때문에 각국의 인터넷과 SNS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유명인이 입어서도 아니고 귀하고 비싼 제품이어서도 아니다. 가격도 수십 수 백 만원이 아닌 8만원 정도고 브랜드도 평소에 별로 들어보지 못한 ‘로만(Roman)’이라는 회사다. 세계적인 스타들까지 가세해 품평회를 할 만한 상품은 못 되는데도 논평이 끊이지 않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품질이나 디자인이 아닌 ‘진짜 색깔이 무엇인지’ 가려내기 위해 주목을 받았다는 점이다. 직접 찍은 사진까지 있는데도 사람들마다 서로 다른 색이라고 우겨댔다. 연예인과 패션전문가뿐만 아니라 사진가, 광학연구자, 인지과학자, 심리학자까지 총동원돼 드레스에 대해 그리고 기묘한 현상에 대해 분석했다. 이른바 ‘드레스 논쟁’이다. 

사건의 출발은 이러하다. 영국 북서부의 외딴 섬 콜론시(Colonsy)에 사는 케이틀린 맥닐(Caitlin McNeil)은 스코틀랜드 전통음악 밴드 ‘카나(Canach)’의 싱어로 활동 중이다. 결혼식 피로연에서 연주를 해주기로 친구와 약속했는데, 어느 날 사진을 한 장 보내오며 의견을 물었다. 어머니가 피로연에서 입겠다며 의견을 물어왔는데 어떻게 보이냐는 것이다. 파란색과 검은색의 레이스가 가로 줄무늬로 겹쳐 있고 소매 부분이 풍성한 원피스 드레스였다. 

케이틀린은 무심결에 “파란색-검은색 드레스네” 하고 대답했다가 친구로부터 면박을 들어야 했다. “무슨 소리야. 흰색-금색이잖아.” 이때부터 논쟁이 시작됐다. 멀쩡히 사진이 찍혔는데 전혀 다른 색으로 이야기하는 친구를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텀블러(Tumblr)’라는 SNS 사이트에 사진을 올리고 네티즌의 의견을 구했다. “이 드레스 색깔이 흰색-금색인가요, 파란색-검은색인가요?” 

색깔 논쟁 드레스 (출처 : SNS Tumblr Swiked.)


그런데 사람마다 의견이 달랐다. 어떤 사람은 파란색이다, 다른 사람은 아니다 흰색이다 대답이 제각각이었다. 보다 못한 사람들이 사진을 퍼 나르기 시작했고 삽시간에 지구촌으로 퍼져나갔다. 2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케이틀린의 SNS 사이트를 찾아왔고 세계적인 팝 스타들도 트위터를 통해 논쟁에 가세했다. 해외 인터넷 투표에서는 파란색-검은색이라는 의견이 30%, 흰색-금색이 70% 정도였다. 우리나라 네티즌들도 논쟁을 벌였다. 인터넷 게시판마다 드레스 색깔에 대한 주장과 다툼이 이어졌다. 의견과 분석도 제각각이었다. 상대를 비난하고 인신공격을 하는 글까지 등장했다. 

같은 물건을 찍은 사진을 보고 어떻게 사람마다 다른 색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원래 드레스의 색깔은 파란색-검은색이 맞다. 하지만 흰색-금색이라고 대답한 사람들도 틀린 것은 아니다. 문제의 원인은 우리의 뇌가 눈에 보이는 색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데 있다. 같은 색이라 하더라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3가지의 불일치가 작용한다. 

사람이 물체를 볼 수 있는 것은 ‘가시광선’ 덕분이다. 다양한 종류의 빛 중에서 물체에 부딪혀 반사될 때 380~780nm(나노미터)의 파장 길이를 가지는 광선을 가리킨다. 파장의 길이가 짧아져 380nm에 가까워지면 보라색이 되고 780nm에 다가갈수록 빨간색으로 보인다. 그 사이에는 흔히 알고 있는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개 색이 들어 있다. 

우리 눈의 망막에는 빨간색(R), 초록색(G), 파란색(B)의 3가지 색을 느끼는 원추세포가 있다. 빛의 종류에 따라 세포의 활성화 정도가 달라지면서 뇌로 전달되는 전기신호도 다양하게 바뀌며 이를 판단해서 색을 구분하는 것이다. 그러나 빨간색을 보여주었을 때 모든 사람의 뇌가 동일하게 반응하지는 않는다. 빛의 파장도 동일하고 원추세포의 움직임도 동일하지만 뇌는 사람마다 다르게 작동하는 것이다. 

외부의 물리적 자극을 각자 다르게 받아들인다면, 개나리꽃이 활짝 피었을 때 사람마다 다른 신호를 해석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어떻게 모두가 똑같이 “노란 꽃이다” 하고 말할 수 있을까. 이것은 교육과 합의에 의한 결과다. 특정 물체에 반사돼 눈으로 들어오는 색채에 누군가 이름을 붙였다면, 다른 사람에게 그 명칭을 가르쳐줌으로써 공통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같은 개나리꽃을 보더라도 나와 상대의 뇌 속에는 서로 다른 신호가 오가는 셈이다. 이것을 ‘지각색(知覺色)’이라 한다. 여기서 첫째 불일치가 생긴다. 

게다가 우리가 사는 지구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빛의 세기가 달라진다. 가장 큰 광원인 태양이 어디에 위치해 있느냐에 따라 빛이 강렬해지기도 하고 어스름해지기도 한다. 빛이 달라지면 물체의 색도 달라진다. 동일한 물체를 들고 다녀도 운동장 한 가운데와 나무 그늘 아래에서는 서로 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다. ‘색채 현시(顯示, 나타내 보임)’라는 현상이다. 여기서 둘째 불일치가 생긴다. 

그런데도 우리는 “물체의 색이 변했다”고 하지 않는다. 밝은 곳에서도 어두운 곳에서도 개나리꽃은 여전히 노랗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환경 변화에 상관없이 물체의 색을 동일하게 인식하는 뇌의 기능을 ‘색채 항상성’이라 부른다. 사과를 파랗고 하얗게 칠하는 인상파는 색채 항상성 대신에 색채 현시를 강조하고, 자신만의 지각색으로 표현한 사람들이다. 

자주 보던 물체라면 빛의 특성과 세기를 감지해서 색채 항상성을 발휘할 수 있지만, 처음 접하는 물체는 판단이 쉽지 않다. 꽃의 색이 원래 노란 것인지 빛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지 알기가 어렵다. 이때 각자의 판단이 개입된다. 자신의 지난 경험을 토대로 물체의 색을 유추해서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이것이 ‘기억색’이다. 같은 물체라도 사람마다 경험이 달라서 서로 다른 색으로 판단할 수 있다. 여기서 셋째 불일치가 생긴다. 

물리적인 가시광선의 파장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해 드레스 논쟁이 생겨난 것은 아니다. 컴퓨터 그래픽 소프트웨어 ‘포토샵’을 만드는 어도비 사(社)는 사진을 컴퓨터로 분석해 “파란색과 검은색이 맞습니다” 하는 대답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것은 색채 현시만 고려했을 뿐 사람마다 지각색이 다르다는 사실을 간과한 결과다. 당연히 논쟁을 멈출 수 없었다. 

누구나 자신만의 기억색에 의존해 색채 항상성을 발휘한다. 드레스의 원래 색깔이 파란색-검은색이라 하더라도 일부의 눈에는 하얀색-금색으로 보일 수 있다. 옷에 내리쬔 조명이나 실내 환경을 나름 고려해서 판단한 것이다. 그러므로 다수의 의견을 내세워 소수의 의견을 “틀렸다”고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진 드레스 논쟁은 의외로 여러 가지의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사람들은 서로의 시각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배웠고, 물리적인 정보에 근거했어도 타인의 의견을 마냥 비난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맨 처음 사진을 올린 영국 시골의 21세 소녀는 세계적으로 유명해져서 미국의 팝스타들과 친해졌고, 문제의 드레스를 제작한 로만 사(社)는 연이은 매진 사례에 즐거워하며 흰색-금색 버전의 새 드레스까지 내놓았다. 지구촌은 온갖 사람들이 한데 모여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고 부딪히기도, 타협하기도 하며 다양성을 배우는 장소라 불러야 할 것이다. 

글 : 임동욱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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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을 공개합니다 - 하나의 지구, 서른 가족, 그리고 1787개의 소유 이야기
피터 멘젤 지음, 김승진 옮김 / 윌북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헝그리 플래닛'과 '칼로리 플래닛'에 대한 호평을 알고 있다. 그 덕분에 책도 소장하고 있지만, 읽지는 못한 상태에서 그 책들의 모태가 된 이 책을 만났다. 1992년 말에서 1994년 초에 30개국의 평범한 가족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15명의 사진작가들이 꼬박 2년을 바쳐서 만든 이 책은, 작가들이 전 세계 30개국의 평균 가족을 찾아가 일주일간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이 소유한 모든 것들과 그들의 삶의 현장을 사진으로 담아낸 것이다. 우리가 가진 물건들의 의미와 그것들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력, 나아가 지구의 미래를 생각하는 소비란 무엇인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게 그들의 목표였다. (헝그리 플래닛은 전 세계 서른 가족이 일주일 동안 소비하는 식품 전체를 보여 주는 작업이었다!)

 

이 사진을 찍고서 벌써 2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따라서 당시에 평균치로 보였던 모습들은 오늘의 기준으로 보면 너무 옛날 것들이다. 그렇지만 나라에 따라서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는 삶을 사는 경우도 있고, 누군가는 전쟁으로 더 열악해졌을 것이고, 누군가는 급작스러운 물질적 풍요를 맛보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 제시하는 지표들은 지금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감안하고서 봐야 한다.

 

 

시작은 아프리카 대륙부터였다. 말리의 가난한 진흙마을에 살고 있는 나토모 씨 가족의 모습이다.

그들이 갖고 있는 살림살이가 너무 소박해서, 아니 너무 초라해서 충격이었다. 1인당 국민소득 251달러의 나라에 많은 걸 기대할 순 없지만 식구수보다도 세간이 더 적은 것처럼 보인다. 가진 게 없어서 행복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물론 없는데, 20세기 말이어도 이건 너무 심한 게 아닌가... 싶었다.

 

 

세계의 텔레비전이다. 20년도 더 지났으니 지금 보면 구형 중의 구형이다. 그렇지만 저 볼록한 TV를 우리집에선 작년까지 사용했다. 뭐, 잘 나오기만 하면 되는 거지만, 사실 잘 나오지 않았으므로(16:9 화면 재현이 되지 않으므로) 바꿨다. TV가 인류 사회에 미친 영향력이 보인달까. 그나저나 역시 TV를 가장 잘 보는 방법은 편안한 쇼파 앞인 건가?

 

아시아의 몽골로 가보자. 집안의 세간 살이를 모두 공개하는 가장 큰 사진을 찍은 장면인데, 몽골의 이동식 천막집 게르는 가장 적은 노동력으로 이 사진을 완성시키게 만든 일등공신으로 보인다. 그냥 천막 한쪽만 걷어냈다. ^^ 아버지가 가장 가치 있게 여기는 물건이 텔레비전인데, 그 순위답게 제일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2위의 부국이었던 일본의 가장 평범한 가족의 집을 공개하고 있다. 사생활을 중시하는 일본에서 성공한다면 다른 나라도 문제 없을 것 같아서 첫번째 사진을 일본으로 골랐다고 한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무척 힘들었다고 했다. 복닥대는 도쿄에서 한 가족이 가진 물건을 죄다 늘어놓을 만한 공간부터가 별로 없었던 것이다. 좁은 집에서 나온 물건들이 질서정연하게 배치되어 있다. 사진에서부터 일본 느낌이 난다.

 

일본 다음은 중국인데 이 사진을 찍던 당시에 유엔 183개국 중 부유한 순위로 149위 였다고 한다. 하하핫... 세상 참 많이 변했다.

 

 

미국의 평범한 가족이 사는 모습을 공개했을 뿐인데, 확실히 다른 집들에 비해 부티가 났다. 엄마 아빠의 가장 가치 있는 물건이 공통적으로 성경이었다. 당시 지표로 선진국 중 꾸준히 교회에 나가는 사람 비중 1위를 차지한 나라 답다. 이렇게 신앙을 중시하는 나라인데... 참 역설적이다.

 

 

이 책에 소개된 가족들은 대체로 웃는 얼굴이었다. 꾸민 웃음이 아니라 정말 화사하게 웃는 얼굴이었다. 그런데 이 사진을 보는 순간 마음이 묵직해졌다. 가장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이 없다고 엄마 아빠가 동시에 말했다. 가치 있는 것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게다가 전형적인 저녁 식사로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참으로 고단하고 가난한 삶이다.

 

 

이렇게 먹을 게 많은 세상인데 저녁을 늘 굶는다니... 설마 종교적 이유의 단식인 걸까?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아이슬란드가 이렇게 잘 사는 나라인 줄 몰랐다. 뭐 몇 년 전에 크게 휘청이긴 했지만...

이 추운 북국의 나라는 겨울 해가 짧아서 사진 찍는 게 굉장히 힘들었다고 한다. 준비 마쳐놓으면 해가 질 시간이니까.

악기를 연주하는 가족이라니, 정말 근사한 걸!

 

 

아이슬란드의 역사를 축약해서 알려주고 있다. 오, 관심 가는 걸!

 

 

세계의 화장실이다. 좌변기라도 있는 곳과 구멍 하나 덜렁 있는 곳들이 동시에 눈길을 잡는다. 쿠웨이트 화장실이 가장 번쩍번쩍 빛났다는 게 최대의 반전이랄까.

이 작품은 그 후 20여 년 뒤 이 나라들의 평범한 가족들의 모습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재취재를 하면 더 의미있을 것 같다.

문득 내가 갖고 있는 것들을 돌아보게 된다. 쓸데없는 물욕으로 갖고 싶은 건 얼마나 많은지... 외적으로만 풍요롭고 내적으로는 빈곤한 것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물론, 나는 둘 다 풍요롭기를 원하지만....;;;;

 

이제 헝그리 플래닛과 칼로리 플래닛을 읽어야겠다. 그쪽이 더 자극적일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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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5-04-03 0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오스 같은 우리집이 부끄러워지는...ㅠ 재취재해서 책이 나와도 좋겠네요.^^

마노아 2015-04-03 07:01   좋아요 0 | URL
우리집도요.^^;;;;
러시아 편은 온가족 사진을 찍은 직후 아버지가 강도살해 되는 일이 있었는데 참 짠했어요. 그후 뒷이야기도 궁금하고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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