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그 평화롭고 아름다운 영혼의 여행 - 소크라테스 편 철학그리다 시리즈 1
장 폴 몽쟁 지음, 박아르마 옮김, 얀 르 브라스 그림, 서정욱 해제 / 함께읽는책 / 201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크라테스보다 지혜로운 사람은 없다"라는 신탁이 소크라테스의 운명을 결정지었다.

신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을 거라는 전제 하에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에서 지혜롭다는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일종의 '도장깨기' 느낌?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불리던 이들을 만난 다음 소크라테스가 내린 결론은 그 자신 스스로의 무지를 알고 있다는 사실 하나뿐이었다. 그의 이런 결론은 사람들의 반발을 샀다.

 

 

심플한 그림과 여백의 넉넉함. 그리고 우측 상단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 묘사와 오고 갔던 대사들...

그림책 보듯이 쉽게 접근하라는 손짓으로 보이는 구성이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내용까지 쉽지는 않다. 쉽게 썼는데, 그 쉬운 내용에 퐁당 빠지기는 쉽지 않다.

철학에 대한 두려움 반 거부 반이랄까.

 

 

500명으로 이루어진 배심원단이 투표를 시작했다. 당시에는 나이 많은 사람들이 일당을 벌기 위해 배심원단으로 나서는 경우가 많았는데 소크라테스의 경우 아테네가 믿는 신을 믿지 않은 중죄에 해당되어 무려 500명이나 참석하게 된 것이다.

투표 결과 유죄 280표, 무죄 220표가 나왔다. 30표만 더 무죄표를 받았더라면 그는 풀려났을 것이다.

 

 

정의를 지키면서 정치를 하려면 목숨을 오래 부지하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는 말이 콱! 눈에 들어왔다.

공감이 가서 더 서늘한 지적이다.

 

소크라테스가 재판을 받고 독배를 받기까지 시간적 여유가 조금 있었다. 보통은 재판 직후 바로 형집행이 되는데 축제가 겹치는 바람에 형 집행이 뒤로 밀린 것이다. 그 바람에 소크라테스가 주변 사람들과 생을 정리할 시간을 확보했다. 그의 제자들이 스승님의 메시지를 기억하고 기록할 수 있는 시간 말이다.

 

그에 관한 기록들이 모두 사실이라고 가정하고 상상해 본다면 이 괴짜 철학자의 삶은 제법 근사한 마무리 같았다.

독배를 마시는 게 멋진 죽음은 아니지만 그는 70세까지 살았고, 하고 싶은 말도 다 했다. 그리고 분명 그가 해낸 것보다 더 많은 사랑과 존경을 받으며 지금까지 기억되고 있는 게 아닐까?

 

 

해제를 붙인 철학자 서정욱의 글이다. '데몬'이라는 말의 어원이 여기서 나왔구나!

제목도 마음에 들고 그림도 좋고 구성도 좋았지만, 내가 이 책을 잘 소화한 것 같지는 않다.

그냥 그림책 보듯이 쭉 넘겼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화요일은 꽃 오는 날인데 엄니가 집을 비우신다고 해서 어쩌지 어쩌지 했는데, 비우려던 엄니께서 집을 안 비우셔서 무사히 꽃 도착!

슬라이딩으로 열리는 상자부터 신기했다. 



지난 주 꽃은 아주 화사했는데 이번 주 꽃은 아주 우아했다. 

특히나 미리 기대하고 있던 보리가 아주 신기했는데, 내가 예상한 것보다 커서 놀랐다.

다현양은 강아지 풀이냐고 했다. 내가 보리를 실물로 본 적이 있었던가?

지난 주 꽃은 아직 시들지 않고 여전히 화사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는데 찍어놓은 사진이 안 보임...

어디다가 옮겼더라???



요 사진을 카톡 프로필 사진으로 바꿔놨더니 언니가 사진 못 찍었다고 뭐라뭐라 함..;;;;

배경 지우고 꽃만 올리라고... 근데 카톡에서 사진 자르기 편집이 되나?

할 줄 몰라서 다른 사진으로 교체.ㅜ.ㅜ


화병에 담으려면 포장을 풀어야 하는데 풀기 싫었음...;;;;

그치만 엄니가 나란히 두개 꽂는다고 화병 두개 사오셨다. 그 사진은 아직 못 찍었다.^^

우아하고 화사한 꽃들이 주말까지 잘 버텨서 부활절을 또 빛내주기를!

꽃을 배달받는 이 황송함이란! 이 봄에 누릴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근사한 호사!


금년 창체 동아리는 네일아트부를 신청했다.

지난 해에 학생들을 보니까 네일에 관심도 많았고 축제 때도 인기 절정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아해들이 많이 모일 거라고 여겼는데, 담당 교사가 대상 학년을 1학년으로 모집하는 바람에 달랑 9명 모였다.ㅜ.ㅜ

나까지 포함시켜도 열 명. 강사를 초청하려면 최소 15명은 되어야 하는데 이러다가 동아리가 분해되게 생겼다.

문제는 RCY로 나를 끌어당기려고 애쓰는 부장님... 거긴 가기 싫소...;;;;;


그래서, 강사 초청 없이 내가 해보기로 했다.

전문가처럼 못하지만, 그냥 아해들과 동영상 보면서 연습하며 차차 해보는 걸로....

같이 해볼 요량으로 발라두었던 젤네일을 제거했는데, 오늘 헬쓰 다녀오면서 손톱 두개나 부러졌다. 하아...ㅜ.ㅜ

근데 네일 건조기는 어떻게 하지? 장만하자니 비싸고, 없이 하자니 많이 불편할 것 같다.

드라이기라도 들고 가야 하나? 아님 미니 선풍기라도? ...;;;;;;









오늘 날짜로 헬쓰로 갈아탔다. 스트레칭 35분 하고 인바디 체크하고 런닝 머신 걷고 있었는데, 속도를 좀 높였더니 너무 앞으로 쏠려 팔이 부딪칠 것 같았다. 그래서 뒤쪽 공간이 좀 남으면 반템포 천천히 가서 조금 뒤쪽에서 걸을 생각으로 뒤돌아보다가, 꽈당! 넘어졌다. 아포, 아포, 아포... 시퍼렇게 멍들었어. 그것도 첫날부터. 챙피해 챙피해...;;;;;


옆의 옆에서 런닝 머신 쓰던 한 아줌마가 그렇게 하는 것 아니라고 뭐라뭐라 말씀하신다. 그래서 알겠다고, 고맙다고 하고 다시 걸으려고 하는데 본인 기계 세워두고 아예 내쪽으로 오셨다. 그리고 막 설명하는데 당신 기계랑 내 기계가 버튼이 다른데 당신 기준으로 자꾸 말씀하셔서...;;;; 거의 오분간 들었나 보다. 암튼 잘 알았다고, 고맙다고 인사하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리셋 되는 바람에 초반 2km에 나중에 3km를 더 걸었나 보다. 아, 다리 아포. 첫날부터 무리했어. 손석희 옹 뉴스 듣다 보니 중간에 멈추질 못했어...;;;; 









오늘은 만우절. 해마다 알라딘에서 만우절 가짜 상품 찾기 이벤트가 있었는데 오늘도 있었나? 관련 글을 못 본 것 같다.

그런데 그 비슷한 걸 티몬에서 했나 보다. 심부름 로봇 '심보'


http://www.ticketmonster.co.kr/deal/166716389


원룸 전세값도 되지 않는 가격의 7,000만원대 최첨단 휴머노이드 심보라니, 후덜덜한 전세값의 대한민국에 어울리는 상품이랄까....;;;;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 뉴스룸 2부를 보고 있는데 14만원 짜리 지우개가 나오고 있다. 말세야 말세..;;;;









무리해서 운동했더니 과하게 피곤하다. 자야겠다. 아, 뉴스가 아직 40분 더 남았네. 아, 피곤해...;;;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5-04-01 2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02 0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15-04-01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꽃은 엄청 오래가요. 얼굴이 좀 풀 죽는다 싶으면, 나중에 물에 담가도 되구요. 다른 꽃들은 물에 닿으면 습들어서 안 되지만, 난꽃은 가능. ^^ 보리랑 트리풀륨도 끝도 없이 오래갈꺼에요.물에만 넣어놓으면요. ^^ 라넌도 오래가는 라넌인데, 다른 꽃들에 비해선 정상적으로 시들테구요. 그죠? 연두색 꽃들은 우아해요~ ^^

마노아 2015-04-02 00:08   좋아요 0 | URL
물만 있으면 에너자이저가 되는 녀석들이군요. 기특합니다.^^
우아하고 화사한 꽃들을 보고 있자니 근육통도 날아갈 것 같네요.
홈페이지 오픈을 기다리고 있어요. 화면으로 보는 꽃도 아름다운데, 그래도 역시 실물이 더 감탄스럽네요.
근사해요, 하이드님! ^^

2015-04-02 0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02 0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02 2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02 2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숨가쁜 3월이 지나갔다. 4월은 좀 더 여유가 있으려나?

장담할 수 없다.-_-;;;


4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416 세월호 민변의 기록- 세월호의 진실에 관한 공식적 기록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지음 / 생각의길 / 2014년 9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15년 04월 22일에 저장

장미와 주목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4년 9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15년 04월 14일에 저장
절판
죽음, 그 평화롭고 아름다운 영혼의 여행- 소크라테스 편
장 폴 몽쟁 지음, 박아르마 옮김, 얀 르 브라스 그림, 서정욱 해제 / 함께읽는책 / 2012년 6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6월 24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5년 04월 02일에 저장

우리 집을 공개합니다- 하나의 지구, 서른 가족, 그리고 1787개의 소유 이야기
피터 멘젤 지음, 김승진 옮김 / 윌북 / 2012년 3월
19,800원 → 17,820원(10%할인) / 마일리지 990원(5% 적립)
2015년 04월 01일에 저장
품절



4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BRINY 2015-04-01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마다 하는 말이지만, 3월이 어떻게 지나가고 4월1을 맞이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학생들은 만우절 장난 칠 여유도 없는 것처럼 살고 있네요. 다음 주면 고3의 두번째 모의고사랍니다.

마노아 2015-04-02 00:02   좋아요 0 | URL
후루루룩 지나가버린 3월이에요. 정말 눈코뜰새 없이 바빴네요. 저의 바쁨은 BRINY님의 바쁨과는 비교가 안 되겠지만, 하여튼 참으로 정신 없던 나날이었어요.
어휴, 고3은 벌써 두번째 모의고사군요. 정말 숨돌릴 틈이 없네요...;;;;
 
뺑덕 창비청소년문학 61
배유안 지음 / 창비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릴 적 읽었던 고전 소설에 심청전이 있었다. 연꽃에 싸여 궁으로 들어오던 그림도 기억나고 심봉사가 눈뜨던 장면도 생생히 기억난다. 그런데, 뺑덕 어멈은 기억나지 않는다. 미안하다.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븐 세상~을 외치면서 늘 주인공만 기억하고 살았다. 뺑덕어멈도 기억이 나지 않는데 당연히 뺑덕을 알 리 없다. 그런데 그 잊혀진 존재 뺑덕에게 관심을 갖는 작가 분이 계셨다. 고맙게도 이렇게...


어미는 아들 없는 집에 후실로 들어왔으나 아들만 낳고 쫓겨났다. 본처는 처음에 아이를 귀히 대했다. 그러나 제 배로 아들을 낳자 돌변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뺑덕이의 서러운 신세. 아비는 병으로 죽었고 뺑덕이는 집안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그에겐 가시같이 박힌 어미란 존재. 어떻게 후벼 파면 비명을 지를 줄 아는 동네 친구 녀석 때문에 부아가 치밀면 흠씬 두들겨 패주었지만, 그렇게 세상을 향해 바락바락 악을 쓴다고 비어진 가슴이 채워지지 않는다. 결국 집을 떠나야만 했다.


한 번은 보고 떠나려던 어미를 마침내 보았지만 그 어미의 사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기대했던, 혹은 바라왔던 모습이 아니어서 실망했다. 실망하는 자신이 또 실망스러웠다. 자식을 알아보지 못하는 어미가 야속하기도 했다. 두고 온 자식과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보았으면 한번쯤 자식을 떠올릴 법도 한데, 그러지 않는 어미가 속상했다. 


다시 찾은 바다. 뱃사람이 되고자 했지만 바다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채버린 뺑덕은 바다를 등지고 뭍으로 올랐다. 잠시간 어미 곁에 있어 볼 요량이었다. 그곳에서, 청이를 만났다. 젖동냥으로 자신을 키운 눈먼 아비에게 지극 정성으로 효성을 다 하는 그 아이 청이...


자, 이제부터는 우리가 아는 바로 그 심청전 이야기이다. 공양미 삼백 석에 인당수로 제 몸을 던진, 그렇게 해서라도 아비의 눈을 뜨게 하고자 했던 그 소녀의 이야기 말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뺑덕이 주인공인 채로 흘러간다. 뺑덕이 바라보는 뺑덕 어미, 뺑덕이 느끼는 심청이 말이다.


나는 이런 이야기들이 참 좋다. 권교정 작가가 처음에 내 마음에 들어왔던 것도 동화를 패러디한 그 빼어난 솜씨에 반했기 때문이었다. 파울로 코엘료의 '다섯번째 산'을 가장 좋아하는 것도 성서에 나오는 엘리야의 이야기를 아주 그럴싸하게, 또 설득력 있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밀고 올라가는 추진력이 좋았는데, 그래도 딱 꽂히는 문장은 적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속단이었다. 뒷심이 좋은 작품이었다.


어미 말대로 돈에 팔려 가는 건 왜 항상 여자일까? 용왕은 왜 살아 있는 제물만, 그것도 왜 여자애만 원하나? -172쪽


내말이 그거다. 왜 꼭 여자만... 여자만 재물이 되었냔 말이다. 강의 신 하백은 대답하라 오버!


나는 소리 죽여 울었다. 바락바락, 그거 애쓰며 산 거 맞아요. 나는 어미가 산 세월을, 어떻게 해 볼 힘이 없어 혼자 버둥댄 흔적을 보듬어 안았다. 그러자 내가 어미에게 안기는 것 같았다. 아가야, 귓전에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니, 어머니. 내 안의 응어리가 조금씩 녹아내렸다.

(...) 어미가 어미의 삶을 찾도록 시간을 주어야 한다. 나에게도 시간이 필요했다. 머잖아 정말로 아들이 되어 다시 올 것이다. 그때 어미가 심 봉사와 함께 있든 아니든, 심술 맞고 우악스럽든 아니든 나는 어미의 아들이 될 것이다. 그래서 어미 있는 아이가 될 것이다. 나는 담담해졌다. 아니, 든든해졌다. -196쪽

어미 있는 아이가 되겠다는 뺑덕, 아니 병덕의 다짐이 참으로 아팠다. 어미 없이 살아야 했던 너의 세월과, 아이를 잃고... 혹은 잊고 살아야만 했던 뺑덕 어미의 신산한 삶이 교차해서 지나갔다. 얼마나 무수한 뺑덕이와 뺑덕 어미가 이 땅에 있을 것인가......


“하하, 이제 정말로 배를 타는 것같이 타서 하는 말이다. 누군가의 아들이 되어 보니 세상이 다르지?”

그래, 나는 그냥 뺑덕이 아니고 누군가의 아들 뺑덕이었다. 배 바닥을 딛고 선 허벅다리에 힘이 실렸다. 문득 땡중의 말이 떠올랐다. 기적. 누군가의 아들이 된 것, 독기가 빠지고 이렇게 허벅다리에 뻐근하게 힘이 실리는 것이 기적이 아닐까? -203쪽?


결과가 좋으니 뾰족하게 나온 입을 다물게 되지만, 그래도 그 땡중 너무하셨소. 자식 팔아 눈을 뜬들, 그 아비가 행복할 수 있겠냔 말이다. 이야기는 감동적이지만, 부디 심청이같은 결단은 내리지 맙시다. 그래서 불치병에 걸린 엄마가 뱃속의 아이를 포기하면 제가 살 수 있음에도 아이를 살리기 위해 제 생명을 포기하는 그런 설정을, 나는 아주 싫어합니다. 어미 생명과 맞바꿔 태어난 그 아이와, 그걸 지켜보아야 하는 아이 아빠는 어떻게 살라는 겁니까? 네? 난 그게 이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모의 삶을 부정하는 것이 자신을 얼마나 불행하게 하는지, 또 얼마나 오래도록 긴 상처를 남기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부모라고 다 훌륭하고 자랑스러운 사람들은 아니다. 상처받고, 주눅 들고, 후회에 찬 시간을 보내는 부모도 많다. 평범하고 더러는 미숙하기 짝이 없는, 그래서 자식에게 당당하지 못한 부모들의 신산한 삶 또한 받아들이고 보듬어 주는 것이 청소년들이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길 아닐까? 그럼으로써 자신의 삶을 더 튼튼히 세울 수 있지 않을까? -210쪽


작가의 말이다. 부모의 삶을 부정하는 것이 자신을 얼마나 불행하게 하는지...에 콱 박혀 버렸다. 누구도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는데, 그렇게 복불복으로 맺어진 인연이 아플 때가 얼마나 많던가.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조금씩만 연민을 가지자고 말해 보겠다. 아주 조금만... 당신도, 나도 가엾을 때가 많으니... 그저 서로를 향해 조금씩만 안쓰러워 하자고...... 


엄마의 일흔번째 생신... 1월에 여행을 다녀오고, 지난 주에 이모들 모시고 식사를 하고, 다시 오늘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거하게 잔칫상을 차린 것도 아니건만 온몸의 진이 다 빠져버렸다. 그 안에서 삭여야만 했던 온갖 감정들 때문이다. 그건 살아온 시간과 앞으로 살아갈 시간을 반영한 결과였다.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그 이야기들이 꼭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의 소중한 인연을 함께 보듬어 보려고 한다. 모두모두 수고했어요. 이렇게 한 가족으로 만나 살아온 지난 삶 말이에요. 앞으로도, 우리 열심히 살아봅시다. 이 울타리 안에서. 


배유안 작가의 초정리 편지를 참 좋아한다. 그렇지만 서라벌의 꿈과 창경궁 동무는 다소 아쉬웠다. 그 아쉬움의 끝에 다시금 애정의 불꽃을 확 질러준 뺑덕이었다. 그래서 도서관에 쿠쉬나메 신청해 두었다. 몹시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 글자 - 소중한 것은 한 글자로 되어 있다
정철 지음, 어진선 그림 / 허밍버드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핀다

진다

 

꽃은 아름다움을 가르쳐 주는 게 아니라

아름다움은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19쪽

 화무십일홍이라고 했지...


 

씨와 열매 사이에는 세월이 있다.

그것은 비, 바람, 곤충의 습격을 견디는 시간.

어떤 씨도 세월을 생략할 수 없다.-21쪽

 질러갈 수 없다. 누구도. 그건 참 공평하네......



 

봄에게 배울 점은 딱 하나, 뛰어난 위치 선정이다. 겨울 다음이라는 위치선정이다. 추운 겨울이 없었다면 봄은 누구도 기다리지 않는 평범한 계절이었을 것이다. 내 능력을 키우는 일만큼 중요한 일이 내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곳에 나를 데리고 가는 일이다.-22쪽


겨울 다음에 다시 가을이, 그리고 여름, 그 다음에 봄이 와서 다시 여름으로 회귀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고, 어릴 적에 생각하곤 했지. 너무 급작스러운 온도 변화 때문에 말이야...


 

큰방이 큰방인 것은

곁에 작은방이 있기 때문이다.

 

작은 방이 사라지는 순간

큰방은 단칸방이 된다. -29


옷방이 있고 욕실이 있고 주방이 있고 서재가 있고 공부방이 있고 다용도 룸이 있고 있을 건 다 있다. 다만 칸막이가 없을 뿐......


 



삶은 한 장의 풍경화. 산이 있고 나무가 있고 물이 흐르는 풍경화. 해가 뜨고 해가 지고 달이 뜨는 풍경화. 때론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바람이 부는 풍경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그저 그런 풍경화. 시시하고 지루하고 하품 나오는 풍경화. 그런데 잘 살펴보면 조금은 특별한 풍경화. 그림 속 어딘가에 내가 등장하는 풍경화. 그러니까 풍경화 속에 자화상이 들어 있는 풍경화. 자화상이니까 내 손으로 그려야 하는 풍경화. 하루에 점 하나라도 찍어야 하는 풍경화. 붓이 없으면 손에라도 물감을 묻혀야 하는 풍경화. 먼지가 쌓이면 안 되는 풍경화. 먼지 대신 세월을 쌓아야 하는 풍경화. 세월이 쌓이면 깊이가 쌓이는 풍경화. 깊이가 쌓이면 쉽게 탈색되지 않는 풍경화. 남의 집에 걸어놓을 수 없는 풍경화. 남에게 보여 주는 일에 정신 팔리면 안 되는 풍경화. 처음부터 끝까지 남에게 다 보여줄 수도 없는 풍경화. 남에게 같이 그리자고 조를 수도 없는 풍경화. 누구나 딱 한 장씩만 그려야 하는 풍경화. 처음부터 다시 그리겠다고 떼를 쓰면 안 되는 풍경화. 하지만 실수나 실패가 얼마든지 허용되는 풍경화. 잘못 그은 선, 잘못 칠한 색도 그 위에 덧칠을 하면 다 용서가 되는 풍경화. 등을 돌리지 않는 풍경화. 기다려 주는 풍경화. 그러니 쉽게 찢어서도 안 되고 마지막 순간까지 붓을 놓아서도 안 되는 풍경화. 다 그리고 나면 누구나 ‘그리 나쁘지 않았던 여행’이라는 똑같은 제목을 붙이는 길고 긴 풍경화. -44


내 손으로 그려야 하는 풍경화... 먼지 대신 세월을 쌓아야 하는 풍경화... 그리 나쁘지 않았던 여행이었다고... 

우리 모두 그리 말할 수 있는 풍경화 한폭 그려내야지. 암 그래야 하고 말고...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고

안 심은 데 안 난다.

 

기적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심는 것은

 

콩이나 팥이 아니라

안이다.-59



그래, 그러니까 로또에 당첨되려면 로또를 사야 하지 않겠어? 



 


 

시작이 반이다.

 

나머지 반은 시작한 일을 끝까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을 끝내는 것이다.

 

저지르는 게 반,

믿는 게 반이다. -63

 그 믿음이, 참으로 힘들단 말이지. 무엇보다도 나를 믿어내는 게 말이야. 

 


 

탑은,

만든다고

하지 않고

쌓는다고

한다.

노력

위에

노력을,

정성

위에

정성을

쌓아야

탑이

솟는다.

 

Top도 그렇다. -66

글의 모양도 탑같네. 의도된 글자 쌓기...



 



별을 보려면 하늘을 보지 마세요. 땅을 보세요. 당신의 발끝 1cm 앞을 보세요. 그래요., 그곳이 별이에요. 당신도 별에 살지요. 너무 가까워 잘 보이지 않는 지구라는 아름다운 별에 살지요. 우리의 눈은 지독한 원시. 가까이에 있는 아름다움은 오히려 잘 보지 못하지요. 가까이에 있는 사람도. 가까이에 있는 행복도.-97쪽



이런 문장 앞에서 지구는 별이 아니라 행성이라는 썰렁한 지적질은 하지 말자.

 


 

왼손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은

오른손을 만나는 일이다.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라고

친구의 성공에 박수를 보내라고

신은 우리에게 두 개의 손을 주었다.-104


서로를 향해 손을 내밀자. 그 손이 언젠가 나를 향해 뻗어올 것이다. 언젠가는, 어떻게든...

 


 

아름답다, 의 첫 글자는

아!

감탄사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감탄부터 하라는 뜻이다. 느낌을 억누르지 말고 감정이 시키는 대로 반응하라는 뜻이나. 너무 깊이 들여다보지 말고 너무 세세히 분석하려 들지 말라는 뜻이다.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은 아름다운 것에서 아름답지 않은 이유를 찾아내려는 사람이다.

 

불쌍하다, 의 첫 글자는

불!

부정이다. -118


안 될 이유부터 찾는 당신, 변명만 찾는 그 입을 닫으라. 



 


 

깊은 밤이면,

잠 못 드는 새벽이면,

우리는 최선을 다해 외로운 척한다.

 

마치 낮엔 외롭지 않았던 것처럼. -142


모두들 그만큼 외롭다. 그러니까 혼자만 서러운 척은 이제 그만... 


 

결혼은

 

격이 맞는 사람과 하는 게 아니라

결이 같은 사람과 하는 것이다.

 

격혼이 아니라 결혼이다.-174


그 결맞는 사람, 대체 어디에 있는 거지? 일단 좀 보여달라, 달라, 달라......

 


 

총은 불법 무기이고 입은 합법 무기이다.

 

기능은 같다. -186



말로 지은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 말로 입힌 상처가 얼마나 아픈지, 새삼 깨달았던 지난 한주이기도 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시간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했던 말들, 내가 들었던 그 말들...

당장 떠오르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 지워지지 않는다. 버려지지 않는다.

이고 지고 새기고 가야 한다. 그러니, 그 입을 조심하라. 아주 살벌한 무기이니까.



 

신은 당신을 위해 인생이라는 곡을 만들었고 가사는 붙이지 않았다. 가사는 당신 몫으로 남겨 놓았다. 신 작곡, 당신 작사.이 얼마나 행복한 작업인가. 자, 이제 악보 한 귀퉁이에 신이 육필로 쓴 가이드라인을 숙지하고 펜을 들면 된다.

 

어떤 가사를 붙여도 좋습니다. 후렴이 있어도 좋고 2절, 3절이 있어도 좋습니다. 사투리도 좋고 비속어도 좋습니다. 가슴이 시키는 대로 마구 쓰십시오. 하지만 딱 하나, 표절만은 안 됩니다. 남의 인생을 당신이 노래할 이유는 64분의 1박자만큼도 없습니다.-244




 가사처럼, 제목도 아직 미상입니다. 완성해 가는 중이라고요...


 

인생이 여든이라면

서른아홉은 아직 오전이다.

 

마흔도 쉰도

한낮이다.-294쪽


몹시, 위로가 되는 시간 알리미!


 


 

진주를 품은 조개는

함부로 입을 열지 않는다.-307쪽



가장 큰 무기도 될 수 있지만, 또 그만큼 위력적인 힘이 되어줄 수도 있는 그 입... 부디 소중히 다물고 있으라. 진주를 품듯이... 진주는 못 되어도 쓰레기는 품지 말아야지...


한글자로 된 아름다운 말들, 삶에 꼭 필요한 것들을 카피 달듯이 예쁘게 포장한 책이다. 기획이 신선하고 재미있는데, 때로 그 '한글자'에 너무 집착하느라 억지스러운 것들도 물론 있었다. 그렇지만 다 보고 나서 아 예쁘다~ 소리는 절로 나온다. 오래오래 두고 볼 정도는 아니라도 말이지.


리스트 중에 '왜'는 있었던가? '응'은? 아마도 '강'은 있었겠지? '공'은? '돌'도 좋다. '눈', '코', '귀'.. 소중한 한 글자가 아주 많다. 찾아보면 더 나오겠지. 한글자 아니어도 좋은 것들, 필요한 것들은 물론 많지만, 한글자의 여운이 크다. 가벼워서 더 무거운 한글자의 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